푸켓, 패키지여행을 뒤벼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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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켓, 패키지여행을 뒤벼주마

낡은의자 9 3476
사천만이 다 가본 푸켓, 나는 이렇게 다녀왔다(1)
-푸켓 패키지여행을 뒤벼주마

[이딴 글을 왜 쓰냐면]
즐겁고 또 쓰라렸던 여름휴가를 다녀온 지도 벌써 이주를 넘긴다. 쓸까말까를 한참 망설였지만, 결국 여행기를 쓰기로 한다. 혹시라도 패키지와 자유 여행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는 여행 초보가 이 글에서 약간의 팁이라도 얻기를 바라며.

나는 해외여행 경험도 변변찮은 데다 태국은 이번이 처음이니, 뭘 뒤비고 자시고 할 깜냥이 안 된다. 그럼에도 굳이 이런 도발적 제목을 붙인 이유는,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여행 고수님들의 자세한 지도첨삭을 바라며, 푸켓 패키지 투어, 들어갑니다. 

[이게 아니었다구~]
나는 패키지여행 경험이 몇 번 있다. 95년 케냐 사파리와 탄자니아 킬리만자로산 등반도 패키지상품였고, 96년 발리 여행도 패키지였다. 03년에 괌을 다녀온 것도 이를테면 패키지 투어였다. 하지만 아프리카 여행은 영국 여행사가 주관한 투어였기에 옵션이니 단체 쇼핑 따위는 경험할래야 할 수가 없었고, 괌도 에어텔 개념으로 다녀온 것이라 노 가이드, 노 옵션 투어였다. 

96년에 가족여행으로 발리를 다녀왔을 때가 유일한 패키지 경험인데, 발리 열풍이 불기 전이라 여행객이라곤 달랑 우리 가족뿐이었고(덕분에 짚차 한 대 우리가 렌트하다시피 했다), 가이드가 착해서 중간에 우리 가족을 해방시켜줬다. 쇼핑센터에선 아이쇼핑만 하고, 론리 플래닛에서 본 어설픈 인도네시아 지식이나마 자꾸 지껄여댔더니 좀 질려하더라. 둘째 날 저녁 한식당으로 인도하는 것을 돈 더 낼 테니 현지 식당 안내해 달라니까, 다음 날부터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덕분에 현지 가이드하고 우리끼리 놀러 다녔다. 편하고 좋기만 하더군.

하지만 패키지여행에 넌덜머리가 나기엔 그 이틀로 충분했다. 무리한 일정에 시원찮은 쇼핑센터 순례, 하라는 대로 순순히 따르지 않으면 다짜고짜 튀어나오는 무례한 언사들, 터무니없는 바가지 팁들, 맛없는 한국 식당 등등. 다시는 패키지 여행상품은 눈길도 주지 않으리라고 마음먹었더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또 패키지 투어를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여행이 아주 갑자기 결정돼서 일정이 촉박했고, 우리 가족만 가는 게 아니라 여행 초보인 다른 가족이 동행했기 때문에, 8명이 동시에 탈 수 있는 비행기 티켓이 패키지 상품 말고는 없었다. 해서 처음에 가려던 코타키나발루 리조트를 접고, 사천만이 다녀왔다는 푸켓 패키지를 부득불 선택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패키지가 좋아서 간 것도 아니고, 패키지가 어떤지를 모르고 간 것도 아니란 이야기다.     

[패키지여행, 뭐가 문제인가]
1. 패키지는 싸다. 그런데 과연 쌀까?
내가 선택한 상품은 국내 2위 여행사라는 M투어의 3박 5일 푸켓 패키지였다. 오리엔트 타이항공을 이용한 인천-푸켓간 직항 항공료와 공항세, 1억원짜리 여행자 보험, 식사와 숙박에 기본으로 제공하는 관광 옵션이 3가지(싸이먼쇼, 피피섬 방문, 팡야만 관광)가 포함된 노 가이드 팁 상품이 얼마였느냐면, 12세 이상 성인 1인 요금이 499,000원이었다. 

이게 얼마나 싼 가격이냐면, 일단 해당 기간(7월 1일-7월 15일) 동안 오리엔트 타이 항공사의 왕복 항공료가 37만원이다. 여기에 세금이 6만 8천원 붙는다. 개인이 1억 원짜리 A2 여행자보험을 5일간 들려면 1만 8천 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것만 더해도 45만 6천원이다.

오며 가며 기내식 먹는다 쳐도 10끼는 제 돈 내고 먹어야 한다. 먹기 나름이지만 보통 100바트에서 150바트는 든다. 눈 딱 감고 100바트 잡아도 식대만 1,000바트다. 환율 변동 감안하고 27원 계산 하면 식대가 27,000원이다. 그냥 3만원 잡자. 말이 좋아서 100바트지, 현지에 처음 간 여행객이 100바트에 한 끼 먹자면 정말 여러 군데 개발에 땀나게 돌아다녀야 할 것이다. 1인당 100바트에 한식당? 절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여행사에선 한식당을 세 번이나 간다.

잠은 안 자나? 우리 가족은 까론비치에 있는 푸켓 오션 리조트란 데서 잤고, 더블 베드룸 두 개를 썼다. 오션 리조트 더블 베드룸 인터넷 가격은 1박당 1,500바트다. 3박을 한다면 9,000바트지만 좀 깍는다 치고 8,000바트 잡자. 21만 6천 원인데 다시 좀 깍는다 치고 20만원 오케이? 4인 가족이니까 1인당 5만원 드는 셈이다.

다시 말해서 관광 다 그만 두고 비행기 타고 먹고 자는 데 드는 비용만 해도 여행사에서 달라는 가격보다 비싸다. 총 54만 6천원이다. 그런데 여행사에선 여기에 관광까지 시켜준다는 거다. 그것도 세 개나. 여행사에서 제시하는 가격은 한 개당 30불씩 한단다. 세 개니 90불, 우리 돈으론 9만원 잡자. 와~~~ 합해보니 63만 6천원이다.

이동하는 데는 비용 안 드나? 냉방은 좀 시원찮고 언덕 올라갈 때는 시속 20Km로 달리긴 하지만 멋지구리한 버스가 하루 종일 여기 저기 관광지를 태워서 실어다 나르고 다시 호텔까지 데려다 준다. 까롱비치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빠통비치까지 가는 데만 툭툭 탄다치면 한 번에 200바트다. 렌트카 비용은 알아보지 않았지만 기름 넣고(기름 값은 무지 싸다. 최고급 휘발유가 1리터에 1,000원도 안 하드라) 렌트비 내면 차종 나름이겠지만 아무리 적게 잡아도 하루에 2,000바트는 들 것이다. 3일이면 6,000바트. 이동에 드는 비용만 16만원 돈이다. 1인당 4만원. 총합은 67만 6천원.

여기에 관광지마다 입장료내고 피피섬 갈 때 배삯 내고 등등 하면 50만원으로 3박4일 간 푸켓 다녀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게 안 싼가? 이 상품 파는 여행사들 다 자선사업 하는 데다. 망하려고 작심한 거 아니면 이런 가격 제시할 수가 없다.   

여행사나 가이드들이 자선사업 하려고 문 열어 놓는 거 아니다. 모집 여행사 수수료니 랜딩여행사 운영비니 가이드와 기사 수입 따위는 논외로 치더라도 가격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그러니까 어디서 벌충을 해야만 한다. 그게 바로 옵션 관광과 쇼핑이다. 여기서 돈이 남지 않으면 여행사와 가이드는 마이너스 통장 긁어서 여행객들 뒷바라지만 하다 바이바이 해야 한다. 그러니 당근 바가지요금이 등장한다.

난 쇼핑을 하지 않았으니 쇼핑에 대해선 말할 거리가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 15만원 정도 하는 진주목걸이를 태국에서 300만원 넘게 주고 샀다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패키지 투어로 외국 나가서 쇼핑하는 사람들, 바보 아니면 갑부들이다. 쇼핑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푸켓 옵션 관광은 하기 나름이겠지만, 우리 가이드는 네 가지를 추천했다. 환타씨쇼, 타이 마사지, 피피섬 일주와 스노쿨링, 팡야만에서의 약식 카누. 타이 마사지는 1인당 50불에서 200불이고 나머지는 모두 1인당 50불씩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예외가 없다. 도착 당일날 호텔에 짐 풀자마자 미 달러로 걷어간다. 각각에 대해선 나중에 세부 일정을 적으면서 다시 말씀드리겠다.

패키지 여행에서 추천하는 옵션 관광은 비쌀 수밖에 없다. 환타씨쑈를 예로 들자면, 8인 요금으로 가이드가 청구한 금액은 400불이다. 미 달러대 바트 환율은 100불 기준으로 1:40이 넘는다. 그냥 40바트 치면 16,000바트다. 이걸 현지 투어대행사를 통해서 사면 8인 입장권을 6,400바트에 구입할 수 있다(성인 5명, 12세 미만 소아 3명 기준). 그냥 마음 편하게 이게 항공권에 숙박비 포함이거니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나는 이리저리 궁리하다 피피섬 스노쿨링과 약식 카누를 신청했고, 4인 가족 비용으로 400불을 지급했다. 

이게 적절한지 어떤지, 다시 말해서 여행사나 가이드가 밑지는 금액을 벌충할 수 있는 수준인지 나는 모른다. 다만 위에서 내가 예시한 가격은 모두 개인이 구입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가격이다. 항공 요금 같은 경우, 메이저 여행사는 구매력이 월등하기 때문에 개인이 구매하는 금액보다 훨씬 싼 가격에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으로 안다. 숙박비도 마찬가지고, 관광 경비도 우리에게 제시하는 가격보다 싸게 구매할 것이다. 1인당 100불씩이면 본전 정도는 되지 않을까? 게다가 내심 쇼핑하다 괜찮으면 몇 개 사지 뭐,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결국 안 했으니 할말은 없다만.

말이 왔다 갔다 하는데, 요컨대 패키지여행이 싼 게 결코 아니란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싸게 다녀오기로 따지자면 배낭 둘러메고 여기저기 경유하는 싼 비행기 타고 가서 현지인들 먹는 식당에서 먹고, 유스호스텔이나 싼 게스트 하우스에서 자고, 할인 쿠폰 열심히 챙겨서 싼 좌석 챙기고, 버스 타고 다니는 게 제일 싸다.

<<패키지는 싸고 자유 여행은 비싸다는 생각을 버리시기 바란다.>>

이제 푸켓 가는 비행기도 안 탔는데 말이 너무 길어졌다. 2부는 독자들 반응 봐서 올리든지 말든지. 헤헤. ^^
9 Comments
김영진 2005.07.27 16:33  
  올려주시죠..^^ 즐겁고 또 쓰라렸던 여름휴가를 다녀온 지도 벌써 이주를 넘긴다 ==> 무엇이 즐겁고 쓰라렸는지 궁금하네요
전우석 2005.07.28 07:40  
  좋은 지적이었던것 같아여 저두 12월달에 방콕으로 갈건데 패키지로 해야 하나 배낭여행식으로 갈까?
고민을 했거든여 좋은 글 감사하구여 또 2차도 올려주세엽 아주 감사히 읽었답니당*^.^*
실론티 2005.07.28 09:10  
  시간이 없다면 패키지를 권하고싶구요.. 시간이 있다면 특히 학생이시라면 많은걸 경험하고(좋은일^^ 나쁜일--;) 볼 수 있는 자유여행을 권하고싶어요.. 저도 둘다 해봤지만 장단점이 있죠^^
qing 2005.07.28 11:21  
  전우석님 배낭매고 그냥 가세요!! ^ ^
도움 주실분 많아요!![[벙뜸]]짧게라도 경험 해보심이...
쭌쭌 2005.07.28 12:34  
  음...정말 대략 비슷할거란 생각말고, 꼼꼼히 따져보진 않았는데...많은 도움 되네요...
yoons 2005.07.28 16:01  
  2부 올려주시져..그래야 패키지 여행이란거에 대해잘모르시는분들을 위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야지요..울며 겨자먹기식 페키지여행은 사라져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패키지는 솔직히 나이많이 드신분들을 위한거니깐여..
몽구스 2005.07.28 18:10  
  아주 세세한 지적이군요....2부 빨리 올려주세요....많은 도움 되겠어요
낙화유수 2005.07.30 14:04  
  그저 그런 패키지 경험기로만 치부해서 별 반 관심을 두지 않다가 오늘에서야 읽어보았는데 지금까지의 패키지 여행기와는 전혀 다를 것 같다는 기대감을 품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내용과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군요!

저가의 패키지요금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 세부내역까지 나름대로 정리해 주신 성의 있는 문장이 돋보입니다.
계속 진행을 시켜주셨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램입니다. 문장력도 아주 뛰어 나신 분의 진솔한 패키지 경험기를 눈 빠지게 기대하겠습니다! ^^
Jason Park 2005.08.01 05:31  
  글이.. 굉장히 객관적이신편인데요;
저도 여행준비하다.. 갑자기 쏟아져버린일때문에
1달후로 늦쳐진상황에 이 글을 보니까
패키지도 나쁘지만은 않구나 하는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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