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상쾌한아침"의 태국여행기 2부 - 02일차 - 7/7(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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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상쾌한아침"의 태국여행기 2부 - 02일차 - 7/7(목)

상쾌한아침 20 3235



[“상쾌한아침”의 지난여행기 정렬하기]



<02일차> 2005년 7월 7일(목) - 최고온도 34도


제목: 그녀는 사나이?




현재 시각 새벽 4시. 다들 그간의 피로에 지쳐 곤히 자고 있을 이 시각에 나는 피마이로 가기 위해 조용히 숙소 밖으로 나왔다.
새벽의 이곳은 낮의 떠들썩한 카오산 일대 분위기를 연상하기 힘들 정도로 고요하면서 차분하다. 세간에는 혼란의 극치를 달리는 미친(?) 지역이라는 극악한 악평까지 달고 있는 이곳 카오산 일대에도 새벽녘에는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한산하면서 조용하다.

자! 새벽녘에 대한 감상은 이정도로만하고 피마이로나 떠나볼까? 헤이! 택시! 콘쏭 머칫마이 빠이 캅!(북부버스터미널로 가요.)-0-/(방콕의 택시는 24시간 돌아다니고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새벽녘이라고 교통편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는 없다.)

피마이를 가기 위해서는 이싼의 교통 중심지인 코랏을 거쳐 들어가야 하기에 코랏행 버스가 있는 북부버스터미널로 이동을 했다. 코랏행은 북부버스터미널에서 15 ~ 30분 간격으로 24시간 운행을 하니 아무 때고 찾아가 타면 된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반대편 차선 방향으로 북부버스터미널로 추정되는 건물이 보인다. 하지만 나를 태운 택시는 그 곳을 지나쳐 계속 달린다. ‘헤? 여기 북부버스터미널이 아니라 다른 터미널인가 보구나?’ 1년 만에 오다보니 북부버스터미널의 모습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나였다.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가는데... 택시 기사가 저기 먼 곳까지 가서 유턴을 하더니만 아까 보였던 그 건물 앞에 가서 나를 내려주는 것이 아니겠어? 악! 이런... 아까 처음 보였을 때 내렸으면 70b이면 되는 걸 100b이나 내게 만들면 어떻게 해요!!! T_T
태국에서의 택시는 대중적인 교통수단이 아닌 고급 교통수단이라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들은 유턴을 해서 뺑~~ 돌아가는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기필코 손님이 원했던 목적지의 입구까지 가서 내려주는 것을 자신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생활 규범을 따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성격 급한 한국인 입장에서는 속이 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냥 그 나라 문화라 생각하고 이해하고 참아야지 뭐! T_T
중간에 내리고 싶은 사람은 택시기사에게 바로 바로 말하자. 하지만 해당 목적지를 처음 가는 여행자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터미널에 모습을 비취니 각 버스회사에 소속된 사람들이 자기 회사 버스를 타길 바라며, 여기서 사라며 목적지가 어디냐고 물어온다. 뭐 일종의 호객행위이기는 하지만 부담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각 행선지 버스 매표소가 어디인지 몰라 당황스러울 때 목적지를 말해주면 해당 매표소와 타는 위치까지 친절히 알려주기에 큰 도움이 된다. 버스회사에 소속된 사람들은 자신의 버스회사를 나타내는 빼지를 와이셔츠 목 칼라나 가슴 쪽 포켓에 부착하고 있고 있으니 도움이 필요할 때 이들을 찾아보자.^^

매표소에 가 5시 발차인 에어컨 2등 버스 티켓을 133b에 샀다.

앞으로 4시간을 가야하니 잠시 화장실에 들려야지. 화장실 앞에 ‘여긴 3b이야. 돈네!’라는 간판이 보인다. 아아. 다시 시작되는 유료 화장실의 전설... 작년에도 정말 수도 없이 이용해 왔건만 무료화장실만 있는 한국에서 일평생을 살다온 나에게 가장 적응 안 되는 태국 문화이다. T_T 특히 작년에 가장 당황스러웠을 때는 호주머니에 작은 돈은 아예 없고 1000b(한화 약 3만원. 태국에서는 거의 10만원짜리 지폐다!)짜리 지폐만 가지고 있었을 때다. 정말 미치고 환장한다. 뱃속은 막 용트림을 하며 승천(?)하려 하는데 화장실 카운터에서는 1000b짜리는 안 된다며 막아섰을 때의 그 기분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마치 지금이라도 당장 저세상으로 승천해 버릴 것 같은 기분이란... -_-++ (아니! 이런 거사를 치러야 할 순간에 왜 방해를 한단 말이오! 얼른 비키지 못하시오! 얼른 놓으시오! 놓으란 말이오!!! 버럭!!! T_T/)

쏴악~~~! 으흐. 시원하다! 화장실이란 건 처음 들어갈 때는 엄청난 근심을 가지고 들어가건만 나올 때는 지금까지 담아온 근심을 다 배설(?)하고 나 온 듯 속이 다 시원하다.(가슴이 답답하고 근심이 많을 때 이용해보라. 근심이 싹 풀린다.+_+;;; 퍼퍽!!)

아침에 아무 것도 안 먹고 나왔기에 배가 고파 잼 바른 모닝빵을 30b 주고 샀다. 근데 가격만 비싸지 양이 너무 적어 간에 기별도 안 간다. 아. 배고파. T_T 태국은 모닝빵 같이 부드러우면서 찰기진 빵을 좋아하는 듯싶다. 태국 어딜 가도 파는 빵의 상당수가 이런 류의 빵들이다.
빵을 열심히 씹고 있는데 버스 기사 아저씨가 지금 떠난다며 빨리 타란다. “네. 갑니다 가요.^^”

부릉 부릉 부르릉~~! 나를 태운 버스는 코랏을 향해 열심히 달려간다. 구경도 할겸 버스 안을 둘러보는데 외국인은 나 혼자다. 내가 가는 코랏은 태국어로 ‘이싼’이라 불리는 태국 동북부 지역이다. 이싼 지방은 태국을 방문하는 전체 여행객의 20%도 채 안 되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지역이며, 방문하는 지역도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잊는 국경지역으로 거의 한정되는 곳이기도 하다. 버스 안에 외국인이 나 혼자인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이 때 버스 내부 온도는 24 ~ 26도를 왔다 갔다 했다. 버스 안에 얇은 담요가 준비되어 있기는 하지만 개수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추위에 약한 사람들은 얇은 잠바를 챙기는 것이 좋다.)

약 3시간을 달리니 각 정류장마다 까이양과 카우니무를 든 장사꾼들이 버스에 올라타 음식들을 판다. 태국은 일반 식문화뿐만 아니라 간이식 문화 또한 매우 발달한 나라이기에 중간 중간 거치는 정류장마다 사람들이 올라타 음식들을 판다. 때문에 배를 곪고 타더라도 중간에 간단한 요기거리를 살 수 있는 점은 여행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매력적이다. 또한 각 지방마다 간이식의 종류가 다르기에 그 지방 음식을 먹어보는 행운까지 챙길 수 있다.^^ 올라탄 아저씨가 까이양과 카우니무를 팔고 있다. 태국식 닭구이인 까이양과 쫄깃쫄깃한 찰밥인 카우니무는 이싼을 대표하는 음식들이다. 안 그래도 배고픈데 잘됐다. 그래 원조 이싼에서 만든 까이양의 맛은 과연 어떨까? 아저씨 여기 까이양과 카우니무 하나 주세요.^^ 까이양과 카우니무가 함께 든 한 봉지의 가격은 20b.
자 맛을 볼까?^^ 밥이야 방콕이나 여기나 거기서 거기였지만 까이양은 타 지역보다 양념이 좀 더 진하면서 짭조롬한게 정말 맛있어서 코랏까지 가는 긴 여정 때문에 지루했을 날 즐겁게 해줬다. 여행에서 맛있고 색다른 음식을 빼면 뭐가 남겠누? 오호호홍!!! +ㅁ+;;;(그러니 살이 찌지. 퍼퍽!! 악! 그만 때려라.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그렇게 먹고도 무려 5kg나 뺐다. 덜덜덜 T_T)

버스는 약 4시간만인 9시경에 코랏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이곳 ‘코랏’의 정식 명칭은 “나컨랏차시마”지만 태국인조차 그 긴 지명보다는 ‘코랏(고원)’이라는 짧은 이름으로 부른다.(간혹 나컨랏차시마라고 부르면 못 알아듣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_=;) 방콕 인구의 50%에 해당하는 인구가 사는 이곳은 태국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이다. 하지만 1년간의 평균 수입이 방콕 1인당 수입 6800달러의 1/3인 2200달라 정도이기에 이들의 삶은 매우 궁핍한 편이다. 북부와 시골로 갈수록 아름다운 미소를 볼 수 있다는 태국. 하지만 이싼지방은 이야기가 다르다. 삶이 힘들기에... 삶에 지쳐있기에... 이들의 얼굴에서 미소를 찾아보는 것은 방콕에서 웃음을 찾아보는 것보다 더욱 어렵다. 이싼지방에 가면 삶에 지쳐있는 방콕사람보다 아름다운 미소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왔건만... 이들의 표정은 방콕보다 더욱 어두웠다.
자신들의 어려움 삶을 벗어나고자 코랏을 비롯한 이싼지방 사람들 중 상당수가 방콕과 번화한 곳에 나가 일을 한다. 이렇듯 워낙 많은 이들이 방콕에서 일하다 보니 수요를 채우기 위해 자연히 방콕과 코랏을 잊는 버스가 24시간 계속 운행하게 된 것이다.

자자. 정신 차리자. 피마이에 가고자 왔는데 이 무슨 궁상이냐! 나는 곧 피마이행 로컬버스에 올라타 길을 재촉했다. 피마이행 로컬버스는 천장에 선풍기가 달려 있고, 좌석이 좌우로 5개짜리로 되어 있는 버스이다. 좌석 크기가 작은데다 대단히 좁기에 태국인보다 조금이라도 덩치가 크다면 타고 가기가 괴로울 것이다. 난 어떠냐구? 몸이 날뿐하지(날씬하고 가뿐하지) 않기에 당연히 괴롭지. T_T 코랏에서 피마이까지 가는 버스의 가격은 28b으로 처음에 돈을 내는게 아니라 30분 이상 달린 후부터 돈을 걷기 시작한다. 타고 가는 중간에 돈을 걷거나 태국 전 지역에서 걸쳐 있는 수금행위이기에 당황하지 말자. 어차피 태국 여행하면서 많이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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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고. 좁은 좌석에서 옆 사람과 낀긴체 내리 달린다. 창 밖에는 밭과 녹 푸른 숲이 전부이다. 나무가 그렇게 많음에도 침엽수가 없어서인지 한국과 같은 청명하고 상쾌한 향이 없는게 조금 아쉽다. 주변에는 농지를 위한 개간수로가 있는데 물이 있는 개간수로 안에 전봇대가 세워져 있는게 참 특이하다. 감전되면 어쩔려구 저기에 세웠다냐? =_=;(나중에 전 지역을 다녀보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태국은 물 안에 전봇대를 세우는 것에 대한 규제가 없는 듯싶다. 여기저기서 물 안에 전봇대를 세워둔 모습을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약 1시간 반을 내리 달리고 다니 뭔가 웅장한 고대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커다란 고대 크메르(앙코르) 유적이 대단히 신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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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유적을 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한다는 주위의 말들을 하도 많이 들어서 이번 기회에 앙코르 유적들을 제대로 보고자 벼르고 왔다.
이번에 앙코르 유적을 보고자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읽었던가... T_T
인도의 현자라 불렸던 간디의 친구이자 지도자였던 ‘차크라바르티 라자고파라차리(이름도 참 길다. =_=;)’가 일부 정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605페이지나 되는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와 도올 김용옥 선생의 앙코르와트, 월남가다 上, 下권.(이것도 2권 합쳐 600페이지다. 참 징하다. T_T)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비슈누의 5번째 화신 “크리슈나”의 이야기를 다룬 “마하바라타”, “바가바드기타”(역시 만만찮은 강적들이다. T_T)와 각종 매체와 책들...
아아. 이 책들과 매체들이 재미나 있으면 말도 안한다... 얼마나 지루하고 딱딱하면서 페이지 분량이 많던지... 다 읽는데 머리에 쥐가 나는 줄 알았다. T_T

이렇게나 힘들게 많이 읽고 왔는데 이번 여행에서 제대로 보고가지 못하면 정말 피를 토할 것이다.(으응? 벌써부터 각혈이... 쿨럭... ㅡㅠㅡ;;;)

잠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전기 기술자가 전봇대에 올라가 작업을 한다. 우와! 꼭 한번쯤 보고 싶었는데 잘 됐다. +_+ 태국의 전봇대는 네모났다. 오래된 구형은 둥그렇지만 1년 내내 덥기에 뱀이 많이 사는 이곳은 한 때 둥근 전신주를 타고 올라온 뱀의 습격을 받아 꽤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때문에 뱀의 전신주를 감고 올라올 수 있는 마찰 계수를 계산한 끝에 뱀이 몸을 감으면서 올라올 수 없는 직각의 모서리를 지닌 네모난 모양의 전신주를 만들게 된 것이라 한다. 아주 가끔이기는 하지만 태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둥근 모양의 전신주가 보이긴 한다. 거의 안 보이다시피하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_=;
전기 기사는 안쪽 복사뼈가 위치하는 곳에 커다란 정이 달린 부츠를 신고는 그 정을 전신주에 있는 구멍에 끼우면서 올라가기 시작한다. 헤~! 태국 전신주는 저렇게 올라가는구나. 우리와는 사뭇 다르네.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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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주 작업 구경도 다했겠다, 피마이에도 도착했겠다 이제 방을 구해야하는데... 일단 수중에 돈이 없으니 먼저 여행자수표를 환전하러나 가볼까나? 피마이에는 3개 정도의 은행이 있는데 인근 은행 중 농민은행의 새싹모양의 마크가 맘에 들어 농민은행에 들어갔다.

은행직원: 어떻게 오셨어요?
상쾌한아침: 환전하러 왔는데 좀 바꿔주세요.^^
은행직원: 잠시만 기다리세요.

은행직원은 내가 제시한 여행자수표를 받더니만 잠시 어딘가로 사라진다. 한 10분 지났나? 뭘 하는데 이리 오래 걸려? =_=;;; 아. 저기 은행직원이 다시 돌아온다.

은행직원: 저희 지점에서는 ‘토마스 쿡’에서 발행된 여행자 수표는 다루지 않는 다네요. 옆에 있는 ‘꾸룽텝 뱅크(방콕 은행)’에서 받아줄지 모르니 그 곳으로 한 번 가보시죠.
상쾌한아침: T_T

악! 바꿀 수 없다면 진작 말해주지. 그거 알아내는데 장장 10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단 말야. T_T 투덜투덜 여행자 수표를 들고 농민은행을 나서면서 다시는 농민은행을 이용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하지만 여행 중반에 어쩔 수 없이 농민은행을 이용해야하는 일이 생긴다. T_T)

에휴. 덕분에 거의 3 ~ 400M나 떨어져 있는 방콕은행까지 걸어가 환전을 해야만 했다. 날씨도 더워 죽겠는데 이게 무슨 고생이야. 버럭!!! T_T
안 그래도 더운 나란데 괜히 맥 빠지는 일이 생겼더니만 더 덥고 갈증만 난다. 뭐 마실거 없나? 두리번 두리번. 오호라! 저기 앞에서 파인애플을 파네.+_+ 태국의 파인애플 맛은 정말 기가 막히다. 한 번 태국 파인애플을 맛보게 되면 그 물기 많으면서 상큼한 향과 기가 막히게 달콤한 맛에 흠뻑 반해 계속 찾게 된다. 명실상부한 태국 최고의 과일인 것이다.
“아줌마~! 파인애플 얼마예요? ^^(파인애플 타오라이 캅?)” 물가 비싸기로 소문난 카오산 조차 파인애플 반개를 담은 한 봉지를 10b에 살 수 있건만 매정하게도 돌아오는 답변이 자그마치 20밧이란다. 헉! 너무 놀래서 비싸다고 말하는데 아줌마가 통 파인애플 2개를 들어 보인다. 알고 보니 통 파인애플 2개에 20b인 것이다. 이야. 이싼 지방이 물가가 싸다고 듣기는 했는데 파인애플 가격이 정말 싸긴 싸네.(뒤에 안 사실이지만 파인애플만 싼 거였다. =_=;)

으음. 바로 이 맛이야.~~ 파인애플를 맛있게 씹으면서 이제 오늘 하루 내 몸을 맞길 숙소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헬로 태국 북부에 보면 추천숙소가 2개 밖에 없기에 인터넷에서 피마이에 있는 몇몇 저렴한 숙소 명단을 뽑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피마이는 외국인이 아닌 태국 현지인 위주의 여행지다. 그렇다보니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저렴한 숙소들은 손님이 없어 자신의 숙소에 대해 그리 큰 신경을 안 쓰는 듯싶다. 여러 게스트하우스를 다녀봤지만 너무 비위생적이고 불친절했으며, 어떤 곳은 망했는지 닫혀진 셔터 사이로 집기들이 땅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군대를 다녀왔기에 위생에 크게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했다. 도저히 인터넷과 책에 소개된 게스트하우스에 묵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피마이 유일의 호텔인 피마이 호텔로 발걸음 옮겼다.

피마이 호텔. 겉 외관은 그리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내부 로비는 깔끔하게 잘되어 있다. 정갈한 차림의 여직원이 어서 오라며 인사를 건네 온다.^^ “여기 하루 묵을려고 합니다. 얼마죠?” 직원이 가격표를 보여주는데 모든 방 가격에 아침식사가 포함되어 있었고, 팬룸이 400b대부터 시작해서 1000b대의 VIP 에어컨룸까지 있었다.
아직 태국 더위에 대한 내성이 생기지 않아 어젯밤 정글뉴스에서 잠을 설친 걸 생각하고는 비싸지만 540b짜리 일반 에어컨 룸을 선택했다.

어흑. 게스트하우스의 위생상태가 너무 나빠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늘어나 버렸다. 가난한 배낭 여행자인 내가 어쩌다 호텔에 다 묵게 되었을꼬? 덜덜덜 T_T 요즘 태사랑에 한창 선불로 돈을 지불하고도 영수증이 없다는 이유로 체크아웃할 때 그동안 묵었던 일수만큼 돈을 또 낸 사연들이 하도 많이 올라왔기에 걱정이 되어 돈을 지불하면서 영수증을 끊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호텔 측에서는 지금 운 나쁘게도 영수증이 다 떨어졌다며 당일 끊어줄 수 없다고 미안하다며 내일 끊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간단한 차용증을 작성해주었다.
곧 벨보이의 안내를 받아 방까지 올라가는데 각 방마다 문이 열려 있어 지나가면서 VIP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안에는 등나무로 만든 편안한 의자와 잘 만들어진 집기들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역시 비싼 방은 틀리긴 틀리구나. =_=;
이제 내가 배당받은 방에 도착했는데 아까 본 VIP룸만은 못하지만 가격에 비해 시설이 괜찮은게 퍽 마음에 든다. 방은 대단히 청결하면서 쇼파와 TV가 있다. 흠이라면 냉장고가 없다는 것 정도?
그래. 잠시 쉬어 볼까라며 TV를 켜기 위해 TV 앞에 다가가는데... TV 하단에 ‘LG’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헉! 한제다. 대부분 일제를 많이 쓰는 이곳에서 본 LG 마크는 날 대단히 기쁘게 했다. 그동안 등한시했던 동남아에서 최근 한국기업들이 뛰기 시작했고, 그 노력의 결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하는데 지금 그 노력의 결실이 내 눈앞에 있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사랑해요. LG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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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잠시 쉬다가 피마이 유적을 구경하기 위해 나왔다. 피마이 국립공원 입장료의 가격은 40b. 이곳의 화장실은 무료다. 입장권은 한 번 구입하면 그날 중으로 계속해서 드나들 수 있으므로 나중에 화장실을 갈 것을 생각해 절대 버리지 말자. -_-/ 피마이 국립공원 근처에 3b짜리 유료 화장실이 있다. 이곳 화장실 14번만 가도 본전은 뽑을 수 있다. >_<;;;(악! 좋은 정보 알려줬는데 골목으로는 왜 끌고 가냐? T_T 퍼퍽!!)

태어나서 처음 보는 크메르 유적. 이곳은 차량을 대절해 여행 온 태국 현지인 일색이다. 당시 구경 온 외국인은 딸랑 나 혼자. -_-;
그 동안 많은 책을 봐서 그런지 괜히 더 웅장해 보인다. 가이드북에는 태국에 남아 있는 크메르 유적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복원이 잘되어 있다고 적혀 있지만 그 말을 믿고 와서 본다면 실제론 훼손이 많이 되어 원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이곳을 보고 적지않이 실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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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곳 피마이 유적의 교과서적인 내용을 계속하자면 11세기에 세워졌으며 왜 세워졌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한다. 거의 대다수의 크메르 유적이 서쪽을 바라보고 있지만 피마이 유적은 남향인 것이 특징인 까닭에 앙코르 방향으로 지어졌을 것이라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난 꼭 그렇다고 보지는 않는다. 크메르 문화자체가 관련 문헌이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크메르를 방문한 외국의 문헌을 분석해 크메르 문화와 문화재에 대한 추측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의 건축사를 보건대 이미 도로가 잘 정비된 도시에 새로운 건축물을 세울 시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방향보다는 편의성을 위해 해당 도로와 쉽게 접할 수 있는 방향을 많이 택하고 있다. 또한 좀 멍청한 일이기는 하나 행정이나 건축가의 실수로 처음에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건축물을 올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동양의 어떤 신비스런 나라에서는 높은 분이 어떤 곳을 방문해 “여기 적막하지 않아? 여기 산이나 건물이 있었으면 하는데... @&$*&!^”라는 주문을 외우고 떠나면 신기하게도 다음날 그곳에 산이나 건물이 치솟아 올라온다는 믿기 어려운(?) 말이 전해지기도 한다.)
아마도 내가 보기에는 이미 잘 닦인 도로에 맞춰 세우다 보니 저렇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어쩌면 어떤 분이 오셔서 까라고 하셨는지도 모르겠다. 먼 산~~!)

처음으로 프랑스인이 캄보디아에서 앙코르 유적을 구경하고 유럽에 그 사실을 알렸을 때(보통 발견되어졌다고들 이야기하지만 정확히는 발견 되어진 것이 아니라 구경하러 간 것일 뿐이다.) 어떤 일이 있었냐하면 너무 놀라운 건축양식과 기술력에 이 추잡하고 하등한 동양 놈들이 이런 놀라운 기술을 만들었을리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앙코르 유적의 건축양식은 우리 위대한 로마의 건축양식이 넘어가서 변형된 것이라 설을 만들어 발표했었다. 이 설은 근 100년간 계속되어 지금으로부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설로 받아들여졌었다. 하지만 그 추측이 허구였다는 것이 크메르 건축양식에 대한 새로운 문헌의 계속되는 발견으로 완전히 무너지고 크메르인이 자체적으로 구축해간 건축양식인 것으로 현재 인정받고 있다. 사실 이 이야기도 또 어떤 새로운 문헌이 발견되냐에 따라 언제 또 뒤바뀔지 모른다. =_=; 앙코르 관련 책이나 각 매체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너무 신용하지 말자. 앙코르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사실보다는 추측과 설 위주인데다 관련 추측과 설은 하루가 멀다하고 수시로 바뀐다. 앙코르 유적과 관련된 내용이 각 책마다 한 건축물을 두고도 말이 너무나도 다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각 책마다 어느 설을 비중 있게 다루냐에 따라 내용이 완전히 바뀐다). 지금 내가 적고 있는 내용이나, 내가 생각하는 추측 또한 얼마 지나서 또 완전히 바뀔지 알 수 없다.(퍼퍽!)

이러저리 생각하며 피마이 유적을 둘러보는데 갑자기 내 앞에 커다란 무엇인가 퍽 떨어진다! 헉! 야자다... 저거 머리에 정통으로 맞았으면 오늘 세상 하직하고 해왹 토픽에 크게 한 장 나올 뻔했다. 작년에도 우산 위로 야자가 떨어져 크게 다칠 뻔하더니 금년에도 또 비슷한 일이 생기는구나. T_T
태국 길거리를 다닐 때 정말 야자 조심하자. 잘못 맞으면 정말 세상 하직하는 수가 있다.

피마이 유적은 일부에 알려진거에 비해 훼손 정도가 심하고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에 깊은 생각을 하며 감상을 하더라도 2 ~ 3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보고 느낌 점은 없냐고? 글쎄? 훼손이 덜된 부분이 주로 너무 높은 부분 위주라서... 망원경을 안 가지고 간게 후회될 뿐이다. T_T 피마이 유적을 좀 더 제대로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망원경 필수다. 피마이 유적 가운데 있는 28M짜리 탑의 윗부분이 보존상태가 거의 완벽한데 나의 낮은 시력으로는 그 섬세한 조각들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T_T
나는 나의 나쁜 시력을 한탄하며 밖으로 나오는 수밖에...

에고 에고. 쩝. 피마이 유적 다 보는데 2 ~ 3시간 정도도 안 걸리다니... 해가 저물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는데... 왠지 괜히 피마이에 숙소 잡은거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코랏에서 숙소잡고 오는건데... 이미 선불을 냈으니 무를 수도 없고... T_T 고대 유적을 연구하는 학도가 아니라면 피마이를 잇는 코랏에 숙소를 잡고 당일치기로 오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볼만 하다.

이제 볼거 다 봤으니 간식거리나 챙겨 숙소로 들어가자. 일단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이싼지방의 명물 “쏨땀”을 샀다. 이싼지방에서 먹는 원조 쏨땀이 그렇게 맛있다며? +_+ 아줌마가 카우니무 필요없냐고 물어오는데 괜찮다고 했다. 그보다 그 옆에 있는 뽀삐야 텅(춘권: 스프링 롤)이 맘에 드네요. 그것도 주세요.
오! 저기에는 여성 여행자의 영원한 동반자인 망고스틴이 보이네. 저것도 사가야지.^^ 아줌마 1kg 주세요. 중간에 편의점에 들려 얼음을 사서 내 가방 안에 얼음과 망고스틴을 함께 넣었다. 이 얼음과 망고스틴을 넣고 있는 가방은 보통 가방이 아니다. 음식을 장시간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마법의 가방인 아이스 백인 것이다. -0-/(퍼퍽!!)

작년에 저렴한 숙소에서만 묵다보니 냉장고가 없어 시원하게 먹어야만 맛있다는 과일의 참맛을 못 본게 너무나 서럽고 억울해서 이번 여행에 들고 오게 된 것이다. 아이스 백과 가방으로 유명한 타거스에서 OEM 방식으로 만들었기에 믿을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1만원 미만의 가격에 12L짜리 가방을 구입할 수 있다. 흠이라면 보온용 원단이 워낙 무겁다 보니 안에 아무 것도 안 들었을 때의 무게가 1kg에 육박한다는게 좀 문제다. 좀 무겁고 커다래서 그렇지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데 그게 대수겠어? 이 아이스 백은 이번 여행 내내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자. 그럼 왜 차가운 과일이 훨씬 더 달게 느껴지는 것일까?
과일 안의 과당은 알파형과 베타형이 섞여 수분에 녹아 있는데 베타형이 알파형에 비해 3배나 더 달다. 그런데 우리 혀에 과일이 닿을 때 우리는 이들 성분의 평균 단맛을 느끼게 된다. 과일 속의 과당 함량은 언제나 일정하지만 베타형과 알파형의 비율이 온도에 따라 변한다. 즉, 온도가 내려가면 알파형이 베타형으로 바뀌기 때문에 베타형이 많아지고 반대로 온도가 올라가면 알파형이 많아진다. 이러한 이유로 같은 과일이라도 온도에 따라 단맛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열대 과일 중 선인장의 열매인 용과(드래곤 흐루츠)는 알파형의 비율이 대단히 높은 과일이기에 차갑게 먹지 않으면 제 맛을 못 느낀다. 평상시에 밍밍해서 맛없는 과일들 한 번쯤 차게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알파형이 베타형으로 변해 더 달아졌다고 칼로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는 말자.
그렇다고 너무 차갑게 하면 혀의 감각이 둔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단맛을 못 느끼니 주의가 필요하다. ^^

숙소에 돌아와 음식들을 펼치고 먹기 시작했다. 캬! 역시 원조답다. 역시 쏨땀은 이싼이라니깐. 으음~! 이 뽀삐양 텅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네. 달콤한 소스에 찍어 먹는 것도 맛이 그만인 걸! 냠냠냠... 아하하하. 역시 과일은 차갑게 먹고 봐야한다니깐. 망고스틴의 이 향기로운 향과 그 향을 배가 시켜주는 이 그윽한 단맛~! 으흠. 쩝쩝쩝. 행복해~~! ㅡ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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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채우지 못한 행복감을 마음 가득 채우고 거울 너머로 보이는 내 자신의 흡족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 난 저 모습을 다시 찾기 위해 이 곳에 다시 온 거야! 이러한 행복감에 취한지 시간이 얼마나 되었을까? 창가 밖에는 어느덧 해가 기울기 시작해 붉은 노을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런 벌써 저녁이 다 되었구나. 야시장이나 한 번 나가볼까? 몸을 이끌고 야시장에 나갔지만 아직 시간이 안 되었는지 문을 연 노점은 거의 없었다. 현재 시간 6시. 다른 지역의 야시장이 서는 시각이 7시이니 7시에 다시 와야겠다.

1시간을 어디서 때우나? 숙소에 다시 돌아가기도 그렇고 해서 아까 찾은 피마이 국립공원을 다시 찾았다. 저녁 노을이 걸린 피마이 유적은 노을 특유의 붉은 빛과 잘 조화되어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을 부드럽게 해준다.
하. 좋네.^^ 이번에는 벤치에서 일어나 피마이 유적을 잠시 둘러보기 시작했다. 응? 근데 저기 앞에 연인으로 보이는 한국인 한 쌍이 보인다. 한국인 맞겠지? 일단 말이나 걸어보자!^^

상쾌한아침: 안녕하세요.
선남선녀: 멀뚱멀뚱... 아. 한국인이세요? 안녕하세요? 언제 오셨어요?^^

다행이 한국인이 맞았다.^^ 연인인 줄 알았던 그들은 형제지간이란다. 두 분 다 잘 생기셨는데 특히 여성분이 상대방에게 호감을 줄 정도로 호탕하면서 시원시원한 성격인게 정말 마음에 들었다. 태국에는 트래킹을 하기 위해 온단다.

상쾌한아침: 저기요... 힘들지 않으세요? 오직 걷고, 또 걷고... 지칠 때까지 걷는 트래킹 안 힘드세요?
선녀: 왜요? 오히려 그 빡센 점이 맘에 들어서 계속하는 건데요. 엄청나게 하드하면서 힘든 트래킹을 겪고 난 후의 그 성취감이란... 푸하하하~~~! 끝내주지 않아요?^^
선남: 쟤가 트래킹 가이드보고 더 빡센데 없냐고 계속 재촉한 통에 무지막지하게 힘든데만 돌아다니다 왔어요. 휴.^^;
선녀: 군대도 다녀온 녀석이 겨우 그 정도로 힘들데? -_-++
선남: 너... -_-++
상쾌한아침: 저도 군대 다녀왔는데 트래킹 힘들던데요. T_T

정말 호쾌한 싸나이 여장부다. 남자 입장에서 봤을 때 그 성격이 너무 시원하고 멋져 보였다. 내가 그 친구의 성격에 흥미를 많이 보이자 서로 의기가 투합되어 계속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결국 인터넷 태사랑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분들이 내가 쓴 먹는 이야기를 읽었던 분들이란다. 오호! 보잘 것은 없는 내 글을 읽어준 분들을 이렇게 먼 땅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헤. 제 보잘 것 없는 글을 읽어주시다니 고맙습니다.^^”너무 기뻐 다시 한 번 인사를 했다. 아. 기분 좋다. 뭔가 선물을 하고 싶은데...

상쾌한아침: 아참! 이 곳에 오셔서 쏨땀과 까이양 드셔보셨어요?^^
선남선녀: 쏨땀과 까이양이 뭐죠? ㅇㅅㅇ;;;
상쾌한아침: 쏨땀이란 덜 익은 파파야를 채 썰어 만든 파파야 생채로 젓갈을 쓰기 때문에 잘 만들어진 무생채와 맛이 비슷한데 시원하면서 맛있어요. 그리고 까이는 닭이라는 뜻인데 말 그대로 닭을 이용해 만든 구이로 짭쪼롬하면서 특유의 양념장 맛이 나는데 맛있죠. 안 드셔보셨다면 먹으러 가시죠. 제가 살게요.^^
선남선녀: 와아~~~! >_<;;;

피마이의 야시장은 규모가 꽤 큰 편에 속한다. 하지만 규모만 클 뿐 같은 음식이 계속 중복이 되기 때문에 음식 종류 가지 수로만 봤을 때는 종류가 그다지 다양하지 않았고 음식 가격 또한 방콕과 엇비슷하다. 우리는 닭꼬치, 돼지고기 꼬치, 쏨땀, 까이양, 약간의 딤섬 그리고 여러 가지 과일들과 국수를 휴대용 용기에 담아 야시장 인근 공터에 가서 먹기 시작했다. 해외에서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먹는 저녁식사는 유난히 맛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선남님이 나에게 질문을 던져온다.

선남: 저 건물 벽에 붙어 있는 사진의 주인공은 누구죠?
상쾌한아침: 네? 아! 저 사진에 나온 사람은 현 태국국왕으로 국민에게 대단히 존경받고 있죠. 이름은 푸미폰 아둔.... 헉!!!

현 국왕 푸미폰씨의 이름을 담는 순간 주변에 있는 모든 태국인들이 싸늘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헉! 난 좋은 뜻으로 말하고 있었는데... 으허허허헉!!!! T_T 덜덜덜... 좋은 뜻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태국인이다. 순간 그들의 눈에서 섬뜻한 무언가를 느꼈다. 간혹 멋모르고 푸미폰씨의 사진을 보고 웃다가 분노한 태국인들에게 맞아 죽는 사건이 벌어진다는데 이게 그런거구나. T_T(과장된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1년에 몇 명씩 이 때문에 사망한다. -_-;) 오늘 내가 그렇게 될 뻔했다.

아무리 좋은 의미에서 말을 꺼냈다 하더라도 태국에서 현 국왕의 이름을 함부로 말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태국에서는 함부로 그 이름을 꺼내지 마라. 극우파의 경우 천한 외국인 따위가 존귀한 국왕의 이름을 꺼냈다는 이유로 폭력을 가해올 때도 있다고 한다.
좋은 의미로 말하는 것까지 못하다니... 흑흑흑 T_T

다행히 중간에 말을 하다 멈춰서인지 그들의 시선도 사그라 들었다.
오늘 밤 잠시 목숨이 왔다 갔다 했다. 앞으로 조심해야지... 덜덜덜 TㅁT

시선이 사라지고 우리는 다시 이야기꽃을 피우는 가운데 밤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맘에 맞는 사람, 아름다운 경치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 오늘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그분들은 화교가 경영하는 현지인용 숙소에 묵는단다. 책에 없는 숙소라 해서 입구까지 따라가 보니 태국어와 한자로 적혀 있는 숙소였다. 가격대비 시설비가 좋단다. 으음. 다음에는 나도 현지인용 숙소에 한 번 묵어봐야겠네?

“그럼. 다들 잘 자요. 언제 인연되면 다시 만날 기회 있겠죠. 안녕!^^”
.
.
.
.
.
이 즐거운 인연이 계속되길 소망하며 잠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사용내역 가격 횟수 총합
택시 100b 1 100b
코랏행 버스 133b 1 133b
피마이행 버스 28b 1 28b
화장실 2b 1 2b
화장실 3b 1 3b
피마이 국립공원 입장료 40b 1 40b
피마이 호텔 540b 1 540b
얼음 6b 2 12b
잼 바른 모닝빵 30b 1 30b
까이양 20b 1 20b
소세지빵 15b 1 15b
음료수 13b 1 13b
물 7b 3 21b
망고스틴 1kg 25b 1 25b
쏨땀 뿌 20b 1 20b
뽀삐야 텅 20b 1 20b
파인애플 2개 20b 1 20b
여러가지 음식 150b 1 150b

총내역 1192b
오늘 사용한 총금액 35760 원
환전: 여행자수표 100달러 -> 4116b



P.S: 여러분들의 많은 리플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글 쓰는 사람들은 리플 먹고 사는데 정말 기분 좋았어요. 좀 천천히 쓸려고 했는데 리플이 많이 달려 기분이 좋아져서 빨리 글 써서 올립니다. 앞으로도 리플 많이 달아주는 센스~! 부탁드립니다.^^
20 Comments
깔깔마녀 2005.08.16 18:09  
  리플 1번.. 오호호호호
곰돌이 2005.08.16 18:09  
  1등^^*
선리플 후정독[[메렁]]
곰돌이 2005.08.16 18:10  
  간발의 차이로 2등[[으에]]
깔깔마녀 2005.08.16 18:10  
  피마이 한번 가보고 싶군요.
앙코르 유적보다는 이싼의 쏨땀이 더 궁금해지네요.
한달 후면 쏨땀 먹을 수 있습니당..
깔깔마녀 2005.08.16 18:11  
  담에 꼬옥 1번하세요^^  전 다 읽고 리플달았답니당^^
곰돌이 2005.08.16 18:49  
  쭉~ 읽으니 내가 무척 유식해진 기분입니다^^*
여행기도 읽고 공부도 하고 일석이조[[으힛]]
섬사랑 2005.08.16 19:15  
  다 읽고 퇴근할려고 했더만.. 가야할 시간이 되었네요.
낼 출근하자마자 읽어야쥐.. 올리느라 고생하셨습니돠
r김삿갓 2005.08.16 20:43  
  항상 기다리는 마음으로 보고있습니다/
마음은있어도 가지못하는심정 이렇게 글로서 보면서위한합니다.....
재미있구요...장난기가 조금있는것같기두 하구  암튼 재미있네요  다음편 기다림니다 ^*^
Miles 2005.08.16 21:01  
  정말 자세한 정보네요.

근데 저만 그런줄 알았는데 상쾌한아침님도 먹을것에 일가견이[[윙크]]
필리핀 2005.08.16 23:39  
 
완벽에 가까운 아침님의 글중 옥의 티 발견!
선남선녀면 형제가 아니라 오누이죠.
해피걸 2005.08.17 00:15  
  공부를 많이 하시니 이리 박식하시지...
나두 공부 좀 해야하는데...........
보이는건 건물이요 절이요 산이고 물이로다...라서리..
부끄럽사와요....라마야나 읽다가 너무 어렵드만요...
계보를 그려가면서 읽기 다시 시도해봐야겠어요...^^
2005.08.17 17:29  
  아침님. 이번편도 잼있게 잘봤습니다~ 캄보디아편이 기다려져요..1주일 후에 캄보디아 갈거라서~ ^-^ 압박은 아녜요아녜요아녜요~~
키위명 2005.08.17 17:56  
  3탄 빨리 올려 줘요 ^^

기대 기대
얌얌쩝쩝 2005.08.18 10:59  
  10월에 15일 일정으로 태국갈 예정입니다~태사랑 돌면서 님글 많이 읽었는데요~이참에 아예 님이름으로 검색해서 어제 오늘 회사서 몰래몰래 읽었답니다~왠지 가슴이 뭉클해 지는것이~~ㅋㅋ 글을 읽은것만으로도 눈앞에 풍경이 그려지네요~좋은글 정말 잘보고 있습니다~~여행도 떠나기전 보물같은 글을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섬사랑 2005.08.18 14:49  
  얼마전 용과를 먹어봤습니다.. 물론 냉장되기전의 상태. 맛은 아무맛이 없는 키위같더만여. 진즉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먹어볼껄.. 가격도 비싸드만.. 아흑
알봉리나졸리 2005.08.18 15:16  
  아...읽을 때마다...
맛있겠다...먹고 싶다 ㅋㅋ
잘 읽고 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요 ^_^
깔깔마녀 2005.08.19 11:11  
  상쾌한 아침님?!!
음식 많은 사진에 열광하며 댓글 다실 동안..
다음 여행기 올릴 준비 하셔야지요?^^

벌써 3편 올라올 시간 됐습니당. 호호호
상쾌한아침 2005.08.19 11:43  
  작성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3편은 글의 맥락을 부드럽게 연결하는게 너무 어려워서 고생중입니다. T_T
방랑벽 2005.08.20 17:32  
  ㅋㅋ  역시나 맛깔스럽게 글 쓰시는군요~~

그리고 사진 배열도 전엔 뒤에 몰아서 넣어 글 읽으면서 같이 보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바로 볼 수 있어서 좋네요~~

그리고 아이스백은~~ㅋㅋ  정말 무거우셨겠어요~~
몽스터가족 2014.11.17 10:13  
정보 감사합니다 피마이를 갈려고 하는데 시간과 일정을 알려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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