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함께 하는 북경여행기(5.끝)
- 자유여행 흉내내기 -
어제 저녁에 여행메모를 하고 11시반쯤 잠자리에 들었는데 밤새 두 번이나 깼다. 보통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여기에 온 이후로는 밤마다 늘 이런 상태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 때문인가 보다. 두 번이나 길을 잃은 것으로도 모자라서 늦잠까지 잘 수는 없지 않겠는가?
8월24일 수요일 아침 6시30분 기상. 모닝콜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떠 버렸다. 처음에는 ‘그냥 잠을 더 잘까?’도 생각했으나 그것보다는 ‘얼른 아침을 먹고 호텔바깥을 다녀보는 것이 낫겠지’ 싶다.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듯이 우리가 머물고 있는 호텔은 [용강대주점]이다. 3성급. 방에서 나와서 마당을 가로질러 맞은편 건물 1층에 가면 아침뷔페를 먹을 수 있는데, 오늘도 역시 밥 먹고 오면서 보면 청소부 아주머니가 마당을 쓸고 있다.
예전에 이곳에 오기 전에는 ‘중국 사람들은 원래 더럽기로 유명하니까 길거리에 쓰레기가 아주 널렸겠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그렇지가 않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호텔만 하더라도 마당에서 담배꽁초 하나를 발견하기 힘들다. 이런 모습에 대해 처음에는 ‘여기 사람들이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는데, 그건 모르겠고 그렇더라도 깨끗한 중요한 이유는 청소부 아주머니들이 저렇게 부지런히 쓸고 또 쓸고 하기 때문인 것 같다.
호텔에는 정문 말고도 구석 쪽으로 작은 문이 있는데, 그 동안 오고가면서 ‘저 문으로 나가면 뭐가 있을까?’가 많이 궁금했었다. 오늘은 학생들이 집합하는 시간이 아침 9시니까 시간 여유가 좀 있다.
‘저리로 나가보자…’
직원들 말고는 출입하지 않는 문. 그 쪽으로 나가자 놀랍게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호텔의 담벼락을 따라 좁은 골목에 한 줄로 길게 같은 모습으로 늘어선 쪽방들이다. 흡사 인력거 투어 때 본 뒷골목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사실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은 3성급이므로 결코 화려하거나 으리으리한 곳이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과 쪽방은 극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다.
골목을 따라 좀 더 걸어 들어가는데 무슨 사람 소리가 들린다. 그러자 궁금증은 더해가고… 호텔건물을 따라 모퉁이를 돌아서니 세면대가 나오는데, 수도꼭지가 3-4개쯤 되나? 그 곳에서는 여직원들이 세수를 하고 있었다. 순간 난 너무 당황스럽고 미안해서 도망치듯이 돌아 나왔다. 아직은 여름이니까 노천에서 얼굴을 닦아도 괜찮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들로서는 정말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모습을 훔쳐 본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
이번에는 완전히 호텔 밖으로 나왔다. 아침7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각인데 거리는 출근하는 시민들의 모습으로 활기가 넘친다. 잠깐 동안은 그냥 그 자리에 서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나 활력이 넘치는 아침의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참으로 가볍게 만들어 준다. 나도 한국에 있었다면 저런 모습으로 아침을 맞이했을 텐데… ‘여행자’의 입장이 된다는 것은 이래서 행복한 것 같다. 방관자의 입장이 되어서 어쩌면 내 모습일지도 모를 타인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으니 말이다.
호텔이 있는 사거리에 서서 대각선 방향을 보니 ‘국가OOOO체육중심'이라는 큰 간판이 보이고, 길가의 지도를 보니 그곳은 ’Olympic Stadium'이다. ‘2008년 북경올림픽을 여기서 하려나? 근데 그러기엔 너무 낡고 주변 환경이 볼품이 없는데…’ 조금 궁금하고, 또 멀리가기엔 시간도 없는지라 육교를 건너 그 쪽으로 가 보기로 했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보니 분위기는 서울의 올림픽 공원이다. 많지는 않지만 더러는 조깅하는 사람도 눈에 띈다. 옆을 보니 좀 허름하지만 무슨 체육박물관도 있는데 문을 열었는지 모르겠다. 들어가 보고 싶기는 한데 그렇다고 선 듯 들어갈 용기는 나지 않아서 일단 밖에서 기웃거리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한번 물어보기로 결정.
“Excuse me, What time does this museum open in the morning?"
말쑥하게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이 오기에 이 정도 영어에는 대답을 할 줄 알고 물은 건데 그의 반응은?
슬금슬금 뒷걸음 몇 번 치더니 36계 줄행랑이다. 그의 반응이 너무나 뜻밖이어서 한참을 쳐다봤다. 황당하다…
다시 또 한참을 걸어 들어가는데 저 멀리 보이는 주경기장은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다. 결국은 포기하고 돌아섰다. (여기뿐만 아니라 북경은 뭐든지 이렇게 크고 넓기 때문에 걸어다니려면 진짜 골병듭니다. 그리고 나중에 알아보니 2008년 올림픽경기장은 여기가 아니더군요)
다시 호텔이 보이는 원래의 위치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길가의 가게들을 구경하기로 했다. 아직은 이른 시각이라 가게 문을 연 곳은 많지 않은데, 장사를 하는 곳은 대부분 식당이다. 들은 바로는 중국 사람들은 우리와 달리 아침식사를 밖에서 많이 한다더니 아닌 게 아니라 가게마다 손님이 제법 많다. 물론 나는 지금 아침을 먹었지만 그렇더라도 아내랑 같이만 왔으면 무조건 들어가서 아무 메뉴나 시켜보겠는데, 역시 혼자가 되니까 그럴 용기가 안 난다. 따라서 그냥 밖에서 유리창에 붙은 메뉴판만 보는데, 이번엔 한자를 모르니까 뭐가 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가격이 ‘매우 싸다’는 점. 대체로 1위안 내외이고, 비싸봐야 3위안이다.
- 북경을 떠나며 -
짧은 시간이나마 배낭여행자의 기분을 내 보고, 아침 9시에 로비에서 학생들을 집합시킨 후 승차. 이제 북경을 떠날 차례다. 3일 밤, 3일 낮.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머무르다 떠나지만 항상 떠나는 마음에는 애틋함이 남는다.
누군가 내게 북경에 와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난 모든 게 제멋대인 [교통문화]를 이야기할 것 같다. 처음에 와서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정말 신기하게 와 닿는 모습은 신호등이나 차선, 뭐 이런 것쯤은 다 무시하고 자기 가고 싶은 대로 가버리는 중국 사람들의 운전습관이다.
아무데서나 좌회전, 우회전, 유턴… 이들에게 있어서 못할 것은 없어 보인다. 보행자들도 자기 건너고 싶은 곳에서는 ‘그냥’ 건넌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했다면 아마 별의 별 욕을 다 얻어먹겠지만 여기서는 누구 하나 그러지는 않는다. (여기 있었던 총 4일 동안 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욕 하거나 차 세워 놓고 싸우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원래 문화가 이렇다보니 빨리 달리는 차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시내에는 차들이 많아서 속력을 내기도 힘들겠지만, 그렇더라도 서울에 비해서는 정말 차량속도가 느리다. 모르긴 해도 여기 사람들이 서울에서처럼 달리면 하루에도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죽어나갈 것 같다. 역시 사람은 누구나 환경에 적응하기 마련인 것 같다.
북경공항에서 12시30분에 중간 경유지인 대련을 향해 출발할 우리의 비행기는 12시20분에 문 닫더니 그대로 출발한다. 인천공항에서 여기 올 때는 1시간 30분이나 연착을 했는데 차라리 그런 것은 이해가 되지, 10분 일찍 문 닫고 출발하는 경우는 정말 황당하다. 예약된 손님들이 다 타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 대련 엿보기 -
앞에서 말했듯이 인천-북경은 직항편이 하루에도 몇 편씩 날아다니지만, 우리는 제대로 항공권을 확보하지 못한 여행사 덕분에 대련에서 갈아타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기시간이 4시간에 가까워서 학생들 모두를 마냥 공항에 앉혀 놓기가 미안했는지 간단하게나마 대련을 돌아보는 일정이 들어 있다.
공항을 빠져 나오니 하늘은 맑고, 무엇보다 북경에 비하면 공기가 신선해서 좋다. 당초에는 해변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시간이 촉박해진 까닭에 준비된 버스를 타고 곧바로 [성해광장]으로 이동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대련시의 인상은 상해보다는 못하지만, 도로와 건물의 모습이 북경보다는 세련된 모습이다. 도로 옆에서 나란히 움직이는 전철의 모습도 정겹고, 북경에 비해 자전거의 수가 훨씬 적어선지 거리는 훨씬 더 산뜻한 느낌이다.
우리 차에 오른 가이드는 50대는 되어 보이는 남자분인데, 이 분 역시 흑룡강성 출신이라고 한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북경의 조선생보다 훨씬 더 낯선 이북식으로 설명을 한다. 정말 시원치 않은, 솔직히 말하면 형편없는 중국남방항공의 기내식으로는 한창 먹성이 좋은 우리 애들을 감당할 수 없는지라 곧바로 치킨버거가 돌려졌다. 중국에서 먹는 KFC의 맛은 그들이 ‘긍덕기’라 부르는 이름만큼이나 다를 텐데, 배고픔이 워낙 극심해선지 ‘혀’는 그 차이를 인식할 겨를이 없다.
성해광장(星海廣場). 이곳은 성해공원의 동쪽에 위치한 대련에서 가장 큰 광장으로 우리나라의 서해바다와 접해 있어서 특별히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멀리 조개박물관이 아주 매력적인 모습으로 보였는데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그냥 광장의 한 쪽에 마련된 대련시 건설 100주년을 기념하는 조형물을 보는 것으로 아쉽지만 ‘대련 엿보기’를 끝낸다. 이 곳 대련 역시도 북경과 마찬가지로 전체 면적은 우리의 ‘경기도’보다 넓은데, 이렇게 돌아보고서 ‘대련에 가봤다’고 말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특히 성해광장은 밤에 와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인데 이렇게 대낮에 잠깐 다녀가다니…
- 돌아오기 -
다시 공항에 집결. 사실 나로서는 처음에 올 때 한번 길을 잃었던 사연이 많은 곳이다. 마지막까지 벽에 ‘X칠’ 하는 일이 없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처음에 올 때는 몰랐는데 지금 와서 제대로 보니, 이 곳 대련공항은 하나의 건물을 국내선과 국제선이 사이좋게 반씩 나눠서 쓰고 있다.
우리가 타야 할 비행기는 CZ675편. 오후 5시15분이 이륙시간이다. 그러나 5시가 넘어도 우리 모두가 탑승을 기다리는 2번 GATE에는 비행기는 커녕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조금 기다리니 연착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처음에 인천에서 출발할 때는 ‘연착’이라는 말에 신경이 곤두서고 마음도 불안해지고 그랬는데, 벌써 적응이 다 되어 버렸는지 이젠 그런 느낌조차도 없다.
‘만만디’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는 건가? 국제선 비행기는 외국인들도 많이 이용하는데 이런 식으로 운영을 하면 누가 중국의 국적기를 타겠는가!
비행기가 오면 다시 방송이 나오겠다 싶어서 다시 면세점으로 갔다. 돌아가면 가족들에게 가져다 줄 선물로 과일 말린 것하고 과자를 좀 샀다. 가끔 학생들을 보면 가공품이 아니라 ‘밤’같은 자연물을 사던데, 우리나라의 가게에 가면 널린 게 중국산 농산물 아닌가? 하지만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은 없다. 어차피 환불은 물론 교환도 되지 않으니까. 걔네들 손에 돈이 넘어가는 순간 모든 것은 상황종료이다. 영수증 같은 것은 들고 있어봤자 물론 소용이 없다. 상당히 황당하고 몹시 불쾌한데, 문득 ‘우리나라의 공항면세점도 이런가?’ 하는 의문이 든다. 난 환불이나 교환을 안 해봐서…
한참 기다려서 비행기 탑승. 그리고 이륙. 이제 3박4일간의 짧은 여행은 끝나고 있다. ‘아쉬움 반, 후련함 반’ 해서 마음은 싱숭생숭하다. 다시 또 배가 고파진 나와 학생들은 그렇다고 기내식에 대해 특별한 기대를 갖지는 않았지만, 이번엔 두 개를 달라고 해서 주는지 안 주는지도 보고, 주면 함 배라도 부르게 먹어보자‘고 결의를 다졌다. (난 애들한테 ’준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래 본 적은 없지만 그런 걸로 알고 있었으니까. 물론 얘네들의 불친절한 태도가 조금 마음에는 걸리지만…) 그러나…
막 이륙을 끝내고 안전벨트를 풀라는 신호가 뜨길래 우리는 밥상(?)을 펴고 앞과 뒤쪽에서 배식을 시작한 승무원이 우리에게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밖이 어두워지고 비행기는 구름 속을 지나는데, 순식간에 기체가 좌우로 크게 흔들리면서 하강과 상승을 반복한다.
처음에 아이들은 “오우! 오우!!” 하며 마치 놀이동산에라도 온 양 즐거워했다. 그러나… 다시 기체가 요동치니까 앞에서 배식하던 승무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몸의 중심을 잃으면서 선반을 잡고 비틀대고, 뒤쪽에서는 배식하던 수레가 넘어지면서 기내식이 바닥에 와르르 쏟아져버렸다.
장난이 아니로구나…
이제 더 이상 아무도 즐거워하지 않는다. 이후로도 계속 기체가 흔들리자 간간이 비명소리도 들리고, 대부분은 침묵 속에서 공포를 참으며 중얼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기체의 요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승무원들은 중단되었던 배식을 겨우겨우 계속한다. 나 역시 기내식을 받아들었는데 내용물을 보니 핫도그 하나랑 요구르트 하나였다. 하지만 더 달라고 할 정신도 없고, 그럴 기분도 아니다. 어쩌면 ‘최후의 만찬’이 될지도 모르는데… 물론 나 스스로 ‘설마 죽기야 하겠어?’라고 반문하며 달래고 핫도그를 씹는데 맛은 하나도 모르겠다.
주위를 둘러보니 안 먹는 애들이 꽤 여럿이다. 대신 그들이 하는 일은? 정말 우습게도 앞 좌석 등받이에 있는 [바다에 착륙했을 때의 비상탈출요령]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평소에 방송이 나올 때는 떠들기나 하면서 보지도 않더니만 지들이 급하니까 스스로 학습을 한다. 푸하하하!!
인천공항에 도착하기까지 총 1시간. 공포에 떨기는 30-40분 정도였는데,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비행기가 착륙에 성공하고 마침내 정지하자 우리 모두는 “야! 살았다!!”를 외치고 박수까지 쳤다.
짐을 찾아서 밖으로 나와 보니 아닌 게 아니라 강풍이 불면서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크크!!
밤 11시30분에 학교에 도착해서 모두들 들여보내고, 난생 처음으로 콜택시를 불러 집으로 향하는데, 정말 ‘이런 여행이 앞으로 또 있을까’ 싶다.
사족:
1) 우리 가이드 조 명걸님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중국이 말로는 사회주의라고 하지만 사실은 자본주의입니다. 이젠 여기도 돈 없으면 굶어죽어야 하거든요”
2) 현대자동차 회사를 다닌다고 해서 현대차를 공짜로 나눠주지는 않듯이 호텔에서 일한다고 해서 빈 방에서 재워주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쪽방에서 생활할 그들의 모습과 그들의 깔끔하고 단정한 유니폼을 함께 떠올리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어쩌면 ‘사실은 자본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한달에 800위안으로 사는 것이 힘겨운 건지도 모르고요.
3) 저는 도시의 아침을 참 좋아합니다. 전에 실업자였을 때는 아침에 대학로를 혼자서 걸은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밤과 다른 얼굴의 새로운 아침이 그냥 좋은 겁니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억은 방콕의 아침 같습니다. 특히 지난밤의 흥청거림이 사라지고 난 [카오산로드]의 아침은 화장을 지운 작부의 모습만큼이나 새롭습니다. 노천카페에 앉아 한 잔의 모닝커피를 마시며, 때 마침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과 더불어 [짜그라퐁 거리]를 응시하던 기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겁니다.
4) 중국 사람들은 정말 영어를 못하더군요. 들은 바로는 중국 사람들도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은 엄청 잘 한다고 하던데 전 그런 사람을 못 봤습니다. 선물가게에 있는 사람들은 외국인들을 많이 상대할 텐데도 심지어 “What is this?"를 모르더군요. 나중에 올 때 보니 공항면세점에서도 그렇고요. 그러나 다행히 면세점에서는 우리 교포를 만나서 저도 서투른 영어 안하고 정말 편하게 쇼핑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짧은 소견으로는 중국에 갔다면 영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우리 교포를 찾는 편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5) 개인적으로 북경에 가신다면 정말 [차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곳 사람들은 차나 사람이나 전부 제 가고 싶은 대로 가는 그런 문화에 익숙해서 차가 달려와도 리듬을 타면서 잘 건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특히 그런 상황에선 주로 뛰기 때문에 정말 위험합니다.
6) 세계 각국의 무질서한 교통 문화를 손꼽아 순위를 매겨본다면, 제 생각에 지존은 베트남 [호치민]일 것 같습니다. (제가 거기보다 더한 곳은 못 가봐서…) 도로에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씨클로, 손수레, 마차, 보행자까지 한데 얽혀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장관”입디다. 한마디로 북새통이지요.
7) 북경의 택시는 ‘현대자동차’가 많더군요. 거기서는 ‘이란트’라고 부릅니다. 처음에 저는 ‘현대에서 그런 차도 나오나?’ 하고 의아해했는데,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엘란트라’입니다. 물론 상표만 그렇고 실제 차종은 아반테XD.
8) 북경 아가씨들의 몸매는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가는 데마다 ‘킹카’들이 널렸더군요. 크크… 아줌마들 중에는 가끔 뚱뚱한 사람들도 있던데, 아가씨가 그런 경우는 못 본 것 같습니다. 그들이 먹는 기름기 엄청 많은 음식들을 생각하면 정말 ‘불가사의’한 현상입니다. 이게 정말 ‘차’를 많이 마시는 문화의 덕분일까요?
9) 저는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제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많이 생각하고 연구해서 좀 더 나은 여행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올린 사진은 대련의 성해광장에서 찍은 저의 독사진입니다. 뒤에 보이는 바다는 중국 쪽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입니다. 그럼 안녕히…
어제 저녁에 여행메모를 하고 11시반쯤 잠자리에 들었는데 밤새 두 번이나 깼다. 보통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여기에 온 이후로는 밤마다 늘 이런 상태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 때문인가 보다. 두 번이나 길을 잃은 것으로도 모자라서 늦잠까지 잘 수는 없지 않겠는가?
8월24일 수요일 아침 6시30분 기상. 모닝콜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떠 버렸다. 처음에는 ‘그냥 잠을 더 잘까?’도 생각했으나 그것보다는 ‘얼른 아침을 먹고 호텔바깥을 다녀보는 것이 낫겠지’ 싶다.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듯이 우리가 머물고 있는 호텔은 [용강대주점]이다. 3성급. 방에서 나와서 마당을 가로질러 맞은편 건물 1층에 가면 아침뷔페를 먹을 수 있는데, 오늘도 역시 밥 먹고 오면서 보면 청소부 아주머니가 마당을 쓸고 있다.
예전에 이곳에 오기 전에는 ‘중국 사람들은 원래 더럽기로 유명하니까 길거리에 쓰레기가 아주 널렸겠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그렇지가 않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호텔만 하더라도 마당에서 담배꽁초 하나를 발견하기 힘들다. 이런 모습에 대해 처음에는 ‘여기 사람들이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는데, 그건 모르겠고 그렇더라도 깨끗한 중요한 이유는 청소부 아주머니들이 저렇게 부지런히 쓸고 또 쓸고 하기 때문인 것 같다.
호텔에는 정문 말고도 구석 쪽으로 작은 문이 있는데, 그 동안 오고가면서 ‘저 문으로 나가면 뭐가 있을까?’가 많이 궁금했었다. 오늘은 학생들이 집합하는 시간이 아침 9시니까 시간 여유가 좀 있다.
‘저리로 나가보자…’
직원들 말고는 출입하지 않는 문. 그 쪽으로 나가자 놀랍게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호텔의 담벼락을 따라 좁은 골목에 한 줄로 길게 같은 모습으로 늘어선 쪽방들이다. 흡사 인력거 투어 때 본 뒷골목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사실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은 3성급이므로 결코 화려하거나 으리으리한 곳이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과 쪽방은 극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다.
골목을 따라 좀 더 걸어 들어가는데 무슨 사람 소리가 들린다. 그러자 궁금증은 더해가고… 호텔건물을 따라 모퉁이를 돌아서니 세면대가 나오는데, 수도꼭지가 3-4개쯤 되나? 그 곳에서는 여직원들이 세수를 하고 있었다. 순간 난 너무 당황스럽고 미안해서 도망치듯이 돌아 나왔다. 아직은 여름이니까 노천에서 얼굴을 닦아도 괜찮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들로서는 정말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모습을 훔쳐 본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
이번에는 완전히 호텔 밖으로 나왔다. 아침7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각인데 거리는 출근하는 시민들의 모습으로 활기가 넘친다. 잠깐 동안은 그냥 그 자리에 서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나 활력이 넘치는 아침의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참으로 가볍게 만들어 준다. 나도 한국에 있었다면 저런 모습으로 아침을 맞이했을 텐데… ‘여행자’의 입장이 된다는 것은 이래서 행복한 것 같다. 방관자의 입장이 되어서 어쩌면 내 모습일지도 모를 타인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으니 말이다.
호텔이 있는 사거리에 서서 대각선 방향을 보니 ‘국가OOOO체육중심'이라는 큰 간판이 보이고, 길가의 지도를 보니 그곳은 ’Olympic Stadium'이다. ‘2008년 북경올림픽을 여기서 하려나? 근데 그러기엔 너무 낡고 주변 환경이 볼품이 없는데…’ 조금 궁금하고, 또 멀리가기엔 시간도 없는지라 육교를 건너 그 쪽으로 가 보기로 했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보니 분위기는 서울의 올림픽 공원이다. 많지는 않지만 더러는 조깅하는 사람도 눈에 띈다. 옆을 보니 좀 허름하지만 무슨 체육박물관도 있는데 문을 열었는지 모르겠다. 들어가 보고 싶기는 한데 그렇다고 선 듯 들어갈 용기는 나지 않아서 일단 밖에서 기웃거리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한번 물어보기로 결정.
“Excuse me, What time does this museum open in the morning?"
말쑥하게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이 오기에 이 정도 영어에는 대답을 할 줄 알고 물은 건데 그의 반응은?
슬금슬금 뒷걸음 몇 번 치더니 36계 줄행랑이다. 그의 반응이 너무나 뜻밖이어서 한참을 쳐다봤다. 황당하다…
다시 또 한참을 걸어 들어가는데 저 멀리 보이는 주경기장은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다. 결국은 포기하고 돌아섰다. (여기뿐만 아니라 북경은 뭐든지 이렇게 크고 넓기 때문에 걸어다니려면 진짜 골병듭니다. 그리고 나중에 알아보니 2008년 올림픽경기장은 여기가 아니더군요)
다시 호텔이 보이는 원래의 위치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길가의 가게들을 구경하기로 했다. 아직은 이른 시각이라 가게 문을 연 곳은 많지 않은데, 장사를 하는 곳은 대부분 식당이다. 들은 바로는 중국 사람들은 우리와 달리 아침식사를 밖에서 많이 한다더니 아닌 게 아니라 가게마다 손님이 제법 많다. 물론 나는 지금 아침을 먹었지만 그렇더라도 아내랑 같이만 왔으면 무조건 들어가서 아무 메뉴나 시켜보겠는데, 역시 혼자가 되니까 그럴 용기가 안 난다. 따라서 그냥 밖에서 유리창에 붙은 메뉴판만 보는데, 이번엔 한자를 모르니까 뭐가 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가격이 ‘매우 싸다’는 점. 대체로 1위안 내외이고, 비싸봐야 3위안이다.
- 북경을 떠나며 -
짧은 시간이나마 배낭여행자의 기분을 내 보고, 아침 9시에 로비에서 학생들을 집합시킨 후 승차. 이제 북경을 떠날 차례다. 3일 밤, 3일 낮.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머무르다 떠나지만 항상 떠나는 마음에는 애틋함이 남는다.
누군가 내게 북경에 와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난 모든 게 제멋대인 [교통문화]를 이야기할 것 같다. 처음에 와서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정말 신기하게 와 닿는 모습은 신호등이나 차선, 뭐 이런 것쯤은 다 무시하고 자기 가고 싶은 대로 가버리는 중국 사람들의 운전습관이다.
아무데서나 좌회전, 우회전, 유턴… 이들에게 있어서 못할 것은 없어 보인다. 보행자들도 자기 건너고 싶은 곳에서는 ‘그냥’ 건넌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했다면 아마 별의 별 욕을 다 얻어먹겠지만 여기서는 누구 하나 그러지는 않는다. (여기 있었던 총 4일 동안 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욕 하거나 차 세워 놓고 싸우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원래 문화가 이렇다보니 빨리 달리는 차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시내에는 차들이 많아서 속력을 내기도 힘들겠지만, 그렇더라도 서울에 비해서는 정말 차량속도가 느리다. 모르긴 해도 여기 사람들이 서울에서처럼 달리면 하루에도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죽어나갈 것 같다. 역시 사람은 누구나 환경에 적응하기 마련인 것 같다.
북경공항에서 12시30분에 중간 경유지인 대련을 향해 출발할 우리의 비행기는 12시20분에 문 닫더니 그대로 출발한다. 인천공항에서 여기 올 때는 1시간 30분이나 연착을 했는데 차라리 그런 것은 이해가 되지, 10분 일찍 문 닫고 출발하는 경우는 정말 황당하다. 예약된 손님들이 다 타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 대련 엿보기 -
앞에서 말했듯이 인천-북경은 직항편이 하루에도 몇 편씩 날아다니지만, 우리는 제대로 항공권을 확보하지 못한 여행사 덕분에 대련에서 갈아타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기시간이 4시간에 가까워서 학생들 모두를 마냥 공항에 앉혀 놓기가 미안했는지 간단하게나마 대련을 돌아보는 일정이 들어 있다.
공항을 빠져 나오니 하늘은 맑고, 무엇보다 북경에 비하면 공기가 신선해서 좋다. 당초에는 해변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시간이 촉박해진 까닭에 준비된 버스를 타고 곧바로 [성해광장]으로 이동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대련시의 인상은 상해보다는 못하지만, 도로와 건물의 모습이 북경보다는 세련된 모습이다. 도로 옆에서 나란히 움직이는 전철의 모습도 정겹고, 북경에 비해 자전거의 수가 훨씬 적어선지 거리는 훨씬 더 산뜻한 느낌이다.
우리 차에 오른 가이드는 50대는 되어 보이는 남자분인데, 이 분 역시 흑룡강성 출신이라고 한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북경의 조선생보다 훨씬 더 낯선 이북식으로 설명을 한다. 정말 시원치 않은, 솔직히 말하면 형편없는 중국남방항공의 기내식으로는 한창 먹성이 좋은 우리 애들을 감당할 수 없는지라 곧바로 치킨버거가 돌려졌다. 중국에서 먹는 KFC의 맛은 그들이 ‘긍덕기’라 부르는 이름만큼이나 다를 텐데, 배고픔이 워낙 극심해선지 ‘혀’는 그 차이를 인식할 겨를이 없다.
성해광장(星海廣場). 이곳은 성해공원의 동쪽에 위치한 대련에서 가장 큰 광장으로 우리나라의 서해바다와 접해 있어서 특별히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멀리 조개박물관이 아주 매력적인 모습으로 보였는데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그냥 광장의 한 쪽에 마련된 대련시 건설 100주년을 기념하는 조형물을 보는 것으로 아쉽지만 ‘대련 엿보기’를 끝낸다. 이 곳 대련 역시도 북경과 마찬가지로 전체 면적은 우리의 ‘경기도’보다 넓은데, 이렇게 돌아보고서 ‘대련에 가봤다’고 말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특히 성해광장은 밤에 와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인데 이렇게 대낮에 잠깐 다녀가다니…
- 돌아오기 -
다시 공항에 집결. 사실 나로서는 처음에 올 때 한번 길을 잃었던 사연이 많은 곳이다. 마지막까지 벽에 ‘X칠’ 하는 일이 없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처음에 올 때는 몰랐는데 지금 와서 제대로 보니, 이 곳 대련공항은 하나의 건물을 국내선과 국제선이 사이좋게 반씩 나눠서 쓰고 있다.
우리가 타야 할 비행기는 CZ675편. 오후 5시15분이 이륙시간이다. 그러나 5시가 넘어도 우리 모두가 탑승을 기다리는 2번 GATE에는 비행기는 커녕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조금 기다리니 연착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처음에 인천에서 출발할 때는 ‘연착’이라는 말에 신경이 곤두서고 마음도 불안해지고 그랬는데, 벌써 적응이 다 되어 버렸는지 이젠 그런 느낌조차도 없다.
‘만만디’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는 건가? 국제선 비행기는 외국인들도 많이 이용하는데 이런 식으로 운영을 하면 누가 중국의 국적기를 타겠는가!
비행기가 오면 다시 방송이 나오겠다 싶어서 다시 면세점으로 갔다. 돌아가면 가족들에게 가져다 줄 선물로 과일 말린 것하고 과자를 좀 샀다. 가끔 학생들을 보면 가공품이 아니라 ‘밤’같은 자연물을 사던데, 우리나라의 가게에 가면 널린 게 중국산 농산물 아닌가? 하지만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은 없다. 어차피 환불은 물론 교환도 되지 않으니까. 걔네들 손에 돈이 넘어가는 순간 모든 것은 상황종료이다. 영수증 같은 것은 들고 있어봤자 물론 소용이 없다. 상당히 황당하고 몹시 불쾌한데, 문득 ‘우리나라의 공항면세점도 이런가?’ 하는 의문이 든다. 난 환불이나 교환을 안 해봐서…
한참 기다려서 비행기 탑승. 그리고 이륙. 이제 3박4일간의 짧은 여행은 끝나고 있다. ‘아쉬움 반, 후련함 반’ 해서 마음은 싱숭생숭하다. 다시 또 배가 고파진 나와 학생들은 그렇다고 기내식에 대해 특별한 기대를 갖지는 않았지만, 이번엔 두 개를 달라고 해서 주는지 안 주는지도 보고, 주면 함 배라도 부르게 먹어보자‘고 결의를 다졌다. (난 애들한테 ’준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래 본 적은 없지만 그런 걸로 알고 있었으니까. 물론 얘네들의 불친절한 태도가 조금 마음에는 걸리지만…) 그러나…
막 이륙을 끝내고 안전벨트를 풀라는 신호가 뜨길래 우리는 밥상(?)을 펴고 앞과 뒤쪽에서 배식을 시작한 승무원이 우리에게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밖이 어두워지고 비행기는 구름 속을 지나는데, 순식간에 기체가 좌우로 크게 흔들리면서 하강과 상승을 반복한다.
처음에 아이들은 “오우! 오우!!” 하며 마치 놀이동산에라도 온 양 즐거워했다. 그러나… 다시 기체가 요동치니까 앞에서 배식하던 승무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몸의 중심을 잃으면서 선반을 잡고 비틀대고, 뒤쪽에서는 배식하던 수레가 넘어지면서 기내식이 바닥에 와르르 쏟아져버렸다.
장난이 아니로구나…
이제 더 이상 아무도 즐거워하지 않는다. 이후로도 계속 기체가 흔들리자 간간이 비명소리도 들리고, 대부분은 침묵 속에서 공포를 참으며 중얼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기체의 요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승무원들은 중단되었던 배식을 겨우겨우 계속한다. 나 역시 기내식을 받아들었는데 내용물을 보니 핫도그 하나랑 요구르트 하나였다. 하지만 더 달라고 할 정신도 없고, 그럴 기분도 아니다. 어쩌면 ‘최후의 만찬’이 될지도 모르는데… 물론 나 스스로 ‘설마 죽기야 하겠어?’라고 반문하며 달래고 핫도그를 씹는데 맛은 하나도 모르겠다.
주위를 둘러보니 안 먹는 애들이 꽤 여럿이다. 대신 그들이 하는 일은? 정말 우습게도 앞 좌석 등받이에 있는 [바다에 착륙했을 때의 비상탈출요령]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평소에 방송이 나올 때는 떠들기나 하면서 보지도 않더니만 지들이 급하니까 스스로 학습을 한다. 푸하하하!!
인천공항에 도착하기까지 총 1시간. 공포에 떨기는 30-40분 정도였는데,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비행기가 착륙에 성공하고 마침내 정지하자 우리 모두는 “야! 살았다!!”를 외치고 박수까지 쳤다.
짐을 찾아서 밖으로 나와 보니 아닌 게 아니라 강풍이 불면서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크크!!
밤 11시30분에 학교에 도착해서 모두들 들여보내고, 난생 처음으로 콜택시를 불러 집으로 향하는데, 정말 ‘이런 여행이 앞으로 또 있을까’ 싶다.
사족:
1) 우리 가이드 조 명걸님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중국이 말로는 사회주의라고 하지만 사실은 자본주의입니다. 이젠 여기도 돈 없으면 굶어죽어야 하거든요”
2) 현대자동차 회사를 다닌다고 해서 현대차를 공짜로 나눠주지는 않듯이 호텔에서 일한다고 해서 빈 방에서 재워주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쪽방에서 생활할 그들의 모습과 그들의 깔끔하고 단정한 유니폼을 함께 떠올리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어쩌면 ‘사실은 자본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한달에 800위안으로 사는 것이 힘겨운 건지도 모르고요.
3) 저는 도시의 아침을 참 좋아합니다. 전에 실업자였을 때는 아침에 대학로를 혼자서 걸은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밤과 다른 얼굴의 새로운 아침이 그냥 좋은 겁니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억은 방콕의 아침 같습니다. 특히 지난밤의 흥청거림이 사라지고 난 [카오산로드]의 아침은 화장을 지운 작부의 모습만큼이나 새롭습니다. 노천카페에 앉아 한 잔의 모닝커피를 마시며, 때 마침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과 더불어 [짜그라퐁 거리]를 응시하던 기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겁니다.
4) 중국 사람들은 정말 영어를 못하더군요. 들은 바로는 중국 사람들도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은 엄청 잘 한다고 하던데 전 그런 사람을 못 봤습니다. 선물가게에 있는 사람들은 외국인들을 많이 상대할 텐데도 심지어 “What is this?"를 모르더군요. 나중에 올 때 보니 공항면세점에서도 그렇고요. 그러나 다행히 면세점에서는 우리 교포를 만나서 저도 서투른 영어 안하고 정말 편하게 쇼핑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짧은 소견으로는 중국에 갔다면 영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우리 교포를 찾는 편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5) 개인적으로 북경에 가신다면 정말 [차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곳 사람들은 차나 사람이나 전부 제 가고 싶은 대로 가는 그런 문화에 익숙해서 차가 달려와도 리듬을 타면서 잘 건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특히 그런 상황에선 주로 뛰기 때문에 정말 위험합니다.
6) 세계 각국의 무질서한 교통 문화를 손꼽아 순위를 매겨본다면, 제 생각에 지존은 베트남 [호치민]일 것 같습니다. (제가 거기보다 더한 곳은 못 가봐서…) 도로에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씨클로, 손수레, 마차, 보행자까지 한데 얽혀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장관”입디다. 한마디로 북새통이지요.
7) 북경의 택시는 ‘현대자동차’가 많더군요. 거기서는 ‘이란트’라고 부릅니다. 처음에 저는 ‘현대에서 그런 차도 나오나?’ 하고 의아해했는데,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엘란트라’입니다. 물론 상표만 그렇고 실제 차종은 아반테XD.
8) 북경 아가씨들의 몸매는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가는 데마다 ‘킹카’들이 널렸더군요. 크크… 아줌마들 중에는 가끔 뚱뚱한 사람들도 있던데, 아가씨가 그런 경우는 못 본 것 같습니다. 그들이 먹는 기름기 엄청 많은 음식들을 생각하면 정말 ‘불가사의’한 현상입니다. 이게 정말 ‘차’를 많이 마시는 문화의 덕분일까요?
9) 저는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제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많이 생각하고 연구해서 좀 더 나은 여행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올린 사진은 대련의 성해광장에서 찍은 저의 독사진입니다. 뒤에 보이는 바다는 중국 쪽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입니다.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