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에서-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과정)
일단 제가 어떤 사람인지 밝혀야겠습니다.
행여, 개인적이고, 편협한 제 글을 보고,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오해를 갖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입니다...
저는 운동을 좋아합니다.
특별히 잘 하는 운동이 있는 건 아니지만
농구외에는 모두 재밌게하고 있습니다(농구는 키가 작아서리).
가장 즐겨하는 것은 축구입니다.
직장에서도 축구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데 다른 회사와 경기할 때에는 주전으로 겨우 뛸 수 있는 정도입니다. 제 직장은 남직원이 한 300여명정도의 그리 크지 않은 회사입니다.
수영은, 일단 할 줄 압니다.
"일단"이란 말 속에 담겨져 있는 의미 그대로 잘 하진 못합니다.
물에 대한 트라우마는 없지만 물이 무섭습니다.
수영을 할 줄 아는 지금도 물이 친숙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물을 먹거나 코에 물이 들어가면 패닉 비슷한 상태가 됩니다.
어릴 때 자연스레 배운 수영이 아닌
서른이 가까운 나이에 공을 들여 배운 수영이라 그런지 물과 쉽사리 친해지지 않습니다.
비록 270일간의 긴 세월을 물속에서 지냈던 시절이 있긴 합니다만,
이건 저만이 아니라 모든 분들도 마찬가지니 내세울 건 못될 것 같습니다.
스쿠버다이빙.....
바닷속을 떠다니며 또 하나의 세상과 마주 대하는 거......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기대가 되는데... 그런 걸 공짜로 하다니....
게다가 절대로 스쿠버다이빙따윈 내인생에 없어라고 외치는
나의 유일한 여행파트너와 함께 할 기회라니....
제 평생 스쿠버다이빙과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번 여름은 정말 제게는 천금과 같은 기회가 되어
목마른 사슴이 물을 찾듯이 오픈워터 과정을 밟게 되었습니다...
--------------------------------------------------------------------------------------------------
꼬따오.. 다이버들의 섬..
우리의 오픈워터 과정은 3일과 반나절....
비디오시청, 이론수업, 숙제, 시험, 수영장, 그리고 바다....
[예전에 민요를 배웠던 적이 있다. 노래를 잘 하지 못하는데다가 하필 그 시간이 점심 후
바로 첫시간. 민요를 배우는데 눈동자의 까만 동자가 저절로 위 눈꺼풀로 올라가고 만다. 눈꺼풀은 천근만근의 무게로 내려와도 무서운 선생님 앞이라 억지로 쳐들고 있을 수 있는데
까만 동자가 위로 올라가버리는 것은 사람 힘으로는 막을 수가 없다. 이건 분명 자율신경계
(대뇌의 명령을 받지 않는 신경계)의 영역이리라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무서운 선생님
바로 앞에서 흰자위만을 드러낸 채 노래를 중얼거리고 있으니 선생님이 화가 나 확 수업을
중단해버리기도 했다. 그런데 희한한 건 야한 민요를 배울 때는 결코 졸지 않는 것이다.
민요를 보면 정말 야설수준의 성적묘사로 이뤄진 노래들이 있는데 그런 노래를 부를 땐
눈꺼풀이 무겁지도 까만 눈동자가 눈꺼풀로 숨어버리도 않는다. 자율신경계를
극복하고야마는 흥미와 호기심의 극강 파워....]
어쨋든, 이론 수업 시간은 졸렸다.
깜빡 졸기도 했다.
자율신경계의 활동을 뛰어넘을 만큼 재밌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럼 실기 수업 시간은...
결코 졸리지 않았다.
오픈워터의 실기 수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안전" 이다.
물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요령을 배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나하나의 만약의 상황들을 가정하여
그에따른 대처요령을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익히는 것이다.
그 모든 과정들을 실수없이 해낼 수 있어야
비로소 오픈워터 다이버로서의 자격이 주어지게 된다.
그것이 쉽지는 않았다.
바닷속은 새로운 또하나의 세상이었고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또하나의 우주와 같았다.
SF영화에서 보아왔던 우주인의 설정은
바로 스쿠버다이버들의 형상을 바탕으로 이뤄진 듯이 느껴졌고
물속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무중력 상태는
우주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는 바로 그것과 똑같은 것 같았다.
공기통을 짊어지고 호흡기를 입에 물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차갑고 메마른 공기가 폐를 잔뜩 부풀린다.
가슴은 서늘해지고 목이 마른 것 같다.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찌르르 전해지는 터질듯한 긴장감.
그 긴장감과 함께 공기통을 비롯한 온갖 장비들의 중력을 어깨로 버텨내면서
한발한발 배의 고물쪽으로 향한다.
한손으론 호흡기와 마스크를 꼭 누르고
다른 한손으론 허리에 두른 웨이트벨트를 꽉 잡은 다음,
한발을 바다쪽으로 길게 내밀며 입수.
그렇게 물속 세상이라는 새로운 세상과 첫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중력이 사라지고 온갖 소음또한 사라졌다.
물위에 반짝이는 태양빛,
우주인 그대로의 형상을 한채 공기방울을 내뿜고 있는 다이버들,
내주위를 휘감아도는 듯한
형형색색의 물고기 무리, 산호, 모래, 그리고 각종 부유물들이
새로운 우주를 이루고 있었다.
첫 지구의 모습이 이랬을까,
엄마의 자궁 속 양수를 떠나니던 내 생애 첫 9개월이 이랬던 것일까…
나의 몸속 어딘가에 있었던 뭔지 모를 아득한 시원의 뭔가가 스믈스믈
잠을 깨는 느낌이랄까…
선생님은 무서웠다.
꼭 선생님의 무서움의 크기만큼이나
바다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가 정해지는 것인양 선생님은 무섭게 굴었다.
쉽사리 패닉에 이르던 동료 예비다이버들은
일단 선생님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바다에 대한 공포를 잊는 듯한 모습이었다.
오픈워터 과정이 끝난 밤
모두 백사장 카페의 삼각 방석위에 둘러앉았다.
저멀리서 꼬팡안의 풀문파티를 준비하는 듯한 일단의 무리들이 불춤 연습을 하고 있고
파도소리, 테크노 음악소리, 각자의 모국어로 떠드는 소리, 웃음 소리, 밤하늘의 별등이
모두 어우러져
꼬따오의 밤을 이루고 있었다.
바닷속 세상이 바로 저기 백사장 끝에 펼쳐져 있는데
벌써 바닷속 세상에 대한 기억은 아득하다.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은 강렬한 추억이었지만
더할 나위없는 생경함때문인지 벌써 꿈만 같았던 추억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바로 이곳 따오에서 오늘 오후 마지막 다이빙을 마치고
내가 들어갔었던 바다를 눈앞에 둔채로 술을 마시는 밤인데도
다이빙의 경험은 원시 지구의 추억인양,
양수를 유영했던 추억인양 아득해져간다.
서울로 돌아왔다.
오픈워터는 훈련이고 진정한 다이빙은 어드밴스부터란 말을
다이빙을 준비하는 과정서부터 끝낼 때까지 수없이 들었기에
바로 제주도 앞바다에서 어드밴스 과정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갈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이쪽 세상으로 다시 돌아와보니 물속 세상은 전혀 현실감을 갖지못한다.
꿈이었던 듯, 망상이었던 듯…..
그러기에 이렇게나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30여년을 살아오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중력의 힘이
단 4회의 바닷속 유영만으로 버거워지고 말았다.
60키로그램의 몸의 무게에다 영업사원 서류가방의 무게가 더해지고
그외 내 어깨를 누르고 있는 오만가지 삶의 무게까지….
이 모든 중력의 무게를 훨훨 내던지고
원시의 지구 속으로 엄마의 양수속으로 다시한번
다이빙하고 싶다….
행여, 개인적이고, 편협한 제 글을 보고,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오해를 갖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입니다...
저는 운동을 좋아합니다.
특별히 잘 하는 운동이 있는 건 아니지만
농구외에는 모두 재밌게하고 있습니다(농구는 키가 작아서리).
가장 즐겨하는 것은 축구입니다.
직장에서도 축구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데 다른 회사와 경기할 때에는 주전으로 겨우 뛸 수 있는 정도입니다. 제 직장은 남직원이 한 300여명정도의 그리 크지 않은 회사입니다.
수영은, 일단 할 줄 압니다.
"일단"이란 말 속에 담겨져 있는 의미 그대로 잘 하진 못합니다.
물에 대한 트라우마는 없지만 물이 무섭습니다.
수영을 할 줄 아는 지금도 물이 친숙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물을 먹거나 코에 물이 들어가면 패닉 비슷한 상태가 됩니다.
어릴 때 자연스레 배운 수영이 아닌
서른이 가까운 나이에 공을 들여 배운 수영이라 그런지 물과 쉽사리 친해지지 않습니다.
비록 270일간의 긴 세월을 물속에서 지냈던 시절이 있긴 합니다만,
이건 저만이 아니라 모든 분들도 마찬가지니 내세울 건 못될 것 같습니다.
스쿠버다이빙.....
바닷속을 떠다니며 또 하나의 세상과 마주 대하는 거......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기대가 되는데... 그런 걸 공짜로 하다니....
게다가 절대로 스쿠버다이빙따윈 내인생에 없어라고 외치는
나의 유일한 여행파트너와 함께 할 기회라니....
제 평생 스쿠버다이빙과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번 여름은 정말 제게는 천금과 같은 기회가 되어
목마른 사슴이 물을 찾듯이 오픈워터 과정을 밟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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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따오.. 다이버들의 섬..
우리의 오픈워터 과정은 3일과 반나절....
비디오시청, 이론수업, 숙제, 시험, 수영장, 그리고 바다....
[예전에 민요를 배웠던 적이 있다. 노래를 잘 하지 못하는데다가 하필 그 시간이 점심 후
바로 첫시간. 민요를 배우는데 눈동자의 까만 동자가 저절로 위 눈꺼풀로 올라가고 만다. 눈꺼풀은 천근만근의 무게로 내려와도 무서운 선생님 앞이라 억지로 쳐들고 있을 수 있는데
까만 동자가 위로 올라가버리는 것은 사람 힘으로는 막을 수가 없다. 이건 분명 자율신경계
(대뇌의 명령을 받지 않는 신경계)의 영역이리라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무서운 선생님
바로 앞에서 흰자위만을 드러낸 채 노래를 중얼거리고 있으니 선생님이 화가 나 확 수업을
중단해버리기도 했다. 그런데 희한한 건 야한 민요를 배울 때는 결코 졸지 않는 것이다.
민요를 보면 정말 야설수준의 성적묘사로 이뤄진 노래들이 있는데 그런 노래를 부를 땐
눈꺼풀이 무겁지도 까만 눈동자가 눈꺼풀로 숨어버리도 않는다. 자율신경계를
극복하고야마는 흥미와 호기심의 극강 파워....]
어쨋든, 이론 수업 시간은 졸렸다.
깜빡 졸기도 했다.
자율신경계의 활동을 뛰어넘을 만큼 재밌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럼 실기 수업 시간은...
결코 졸리지 않았다.
오픈워터의 실기 수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안전" 이다.
물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요령을 배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나하나의 만약의 상황들을 가정하여
그에따른 대처요령을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익히는 것이다.
그 모든 과정들을 실수없이 해낼 수 있어야
비로소 오픈워터 다이버로서의 자격이 주어지게 된다.
그것이 쉽지는 않았다.
바닷속은 새로운 또하나의 세상이었고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또하나의 우주와 같았다.
SF영화에서 보아왔던 우주인의 설정은
바로 스쿠버다이버들의 형상을 바탕으로 이뤄진 듯이 느껴졌고
물속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무중력 상태는
우주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는 바로 그것과 똑같은 것 같았다.
공기통을 짊어지고 호흡기를 입에 물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차갑고 메마른 공기가 폐를 잔뜩 부풀린다.
가슴은 서늘해지고 목이 마른 것 같다.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찌르르 전해지는 터질듯한 긴장감.
그 긴장감과 함께 공기통을 비롯한 온갖 장비들의 중력을 어깨로 버텨내면서
한발한발 배의 고물쪽으로 향한다.
한손으론 호흡기와 마스크를 꼭 누르고
다른 한손으론 허리에 두른 웨이트벨트를 꽉 잡은 다음,
한발을 바다쪽으로 길게 내밀며 입수.
그렇게 물속 세상이라는 새로운 세상과 첫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중력이 사라지고 온갖 소음또한 사라졌다.
물위에 반짝이는 태양빛,
우주인 그대로의 형상을 한채 공기방울을 내뿜고 있는 다이버들,
내주위를 휘감아도는 듯한
형형색색의 물고기 무리, 산호, 모래, 그리고 각종 부유물들이
새로운 우주를 이루고 있었다.
첫 지구의 모습이 이랬을까,
엄마의 자궁 속 양수를 떠나니던 내 생애 첫 9개월이 이랬던 것일까…
나의 몸속 어딘가에 있었던 뭔지 모를 아득한 시원의 뭔가가 스믈스믈
잠을 깨는 느낌이랄까…
선생님은 무서웠다.
꼭 선생님의 무서움의 크기만큼이나
바다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가 정해지는 것인양 선생님은 무섭게 굴었다.
쉽사리 패닉에 이르던 동료 예비다이버들은
일단 선생님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바다에 대한 공포를 잊는 듯한 모습이었다.
오픈워터 과정이 끝난 밤
모두 백사장 카페의 삼각 방석위에 둘러앉았다.
저멀리서 꼬팡안의 풀문파티를 준비하는 듯한 일단의 무리들이 불춤 연습을 하고 있고
파도소리, 테크노 음악소리, 각자의 모국어로 떠드는 소리, 웃음 소리, 밤하늘의 별등이
모두 어우러져
꼬따오의 밤을 이루고 있었다.
바닷속 세상이 바로 저기 백사장 끝에 펼쳐져 있는데
벌써 바닷속 세상에 대한 기억은 아득하다.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은 강렬한 추억이었지만
더할 나위없는 생경함때문인지 벌써 꿈만 같았던 추억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바로 이곳 따오에서 오늘 오후 마지막 다이빙을 마치고
내가 들어갔었던 바다를 눈앞에 둔채로 술을 마시는 밤인데도
다이빙의 경험은 원시 지구의 추억인양,
양수를 유영했던 추억인양 아득해져간다.
서울로 돌아왔다.
오픈워터는 훈련이고 진정한 다이빙은 어드밴스부터란 말을
다이빙을 준비하는 과정서부터 끝낼 때까지 수없이 들었기에
바로 제주도 앞바다에서 어드밴스 과정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갈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이쪽 세상으로 다시 돌아와보니 물속 세상은 전혀 현실감을 갖지못한다.
꿈이었던 듯, 망상이었던 듯…..
그러기에 이렇게나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30여년을 살아오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중력의 힘이
단 4회의 바닷속 유영만으로 버거워지고 말았다.
60키로그램의 몸의 무게에다 영업사원 서류가방의 무게가 더해지고
그외 내 어깨를 누르고 있는 오만가지 삶의 무게까지….
이 모든 중력의 무게를 훨훨 내던지고
원시의 지구 속으로 엄마의 양수속으로 다시한번
다이빙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