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뜨는 해를 보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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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뜨는 해를 보다 #5

수담 0 2650


10여분 전쯤에 출발한 버스는 방콕 도심의 그 어디쯤을 무서운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곳곳에서 빠르게 지나치는 국왕의 대형그림과 사진들이 인상적이라면 인상적인 도심의 이 거리는 어딘가 모르게 우리와 닮아있다.

그도 혼자 배낭여행을 온 듯한 한 일본인은 내 앞에 앞에 앉아 벌써 잠이 들어있다.
' 너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이 버스를 탔겠지. 그래 자두렴. 어쩌면 아침에 인사를 나눌수도 있겠지. '

차 타기전 세븐일레븐서 이른 새벽 요기거리로 과자 몇 봉지를 샀다. 그리고 혹 모를 내 주위 사람들을 위해 한두봉지를 더 샀다.
그런데 모두들 잠들어 버렸어.
다만, 내 옆에 앉은 이 소년만 아직 잠이 들지 않은 모양이야. 조금씩 조금씩 뒤척인다.
그에게 과자 하나를 건넸다. ' 안녕. 반가워 '
그가 수줍게 양손을 내저으며 말없이 웃는다. 그래서 나도 웃었다.
" ^^ where are you from? "
" ^^ korea "
" O.O korean? "
" ^^ 응~ "
가방에서 뭔가 찾아 내 앞에 내보인다...              한문책이다.
천천히 훑어보다 아는 한자가 나오면 우리 독음대로 읽고 그러면 그는 감탄하며 자기들 독음대로 다시 읽어준다. 그렇게 그렇게 예기치못한 이국에서의 한자공부(?)는 당분간 계속됐다.
몰랐는데..  꾸밈없는 미소가 짙게 배여있는 그다.
나이는 20살이고 현재 방콕에 있는 미용실에서 미용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내게 나이를 묻길래 18살이라고 농담을 했더니 순간 표정이 굳어진다. 그리곤 재빨리 다시 웃어보인다.
그리고 진짜 내나이를 말해줬는데 그보단 어려보인다고 감사의 말을 해준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름을 서로 나눴는데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아.....    바보같이.
2시간 정도 갔을 때쯤 그가 내려야 한다고 아쉬운 인사를 한다.
" 나 내일 다시 방콕으로 돌아가. 그때 다시 버스서 보자 " 고 하며...

2시간여 넘도록 내 앞에 앉았던 불량배 둘은 거의 등받이를 누이다시피 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그렇게 말없이 내려버렸다. 정말 너무 불량해 보여서 난 그냥 참는거 밖에 달리... ㅜㅜ
그들이 그렇게 내려버리자 내 뒤쪽에 앉아계시던 아저씨 한분이 내 앞자리로 와 앉으신다. 그리곤 등받이를 제 위치로 해 놓으시며  " I'm sorry... "  눈인사를 한다. ' 고맙습니다. 덕분에 다 잊었어요 '

6시가 넘었을까. 여전히 버스는 양차선을 드나들며 무서운 속도로 달린다.
10분? 20분....?  다시 눈뜬 차창밖으로 노란빛이 스며든다. ' 아..  안녕.. '
11월 30일.
해가 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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