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2 일요일 맑음

쿤밍을 정시에 출발한 기차는 18시간을 넘게 달려서 계림에 정시에 도착합니다.

잠시 동안이지만 정들었던 사람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역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주위를 살핍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조금 의외였던 것 중의 하나가, 듣던 것과는 다르게 삐끼들이 많지도 않았고, 그악스럽지도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로는 삐끼(호객꾼)들을 통해서 숙소나 교통편 등의 정보를 얻기도 하는데, 구이린에서도

삐끼가 그리 많지는 않아서 실망(?)스러웠지요. 그러나 양숴로 가는 버스는 역앞에서 수시로 떠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것은 없었습니다.

먼저 다음 행선지인 장자지에(張家界)로 가기 위한 기차표를 사러 매표소를 찾아갑니다.

계림에서 장가계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창사(長沙)로 간 다음에 다시 장가계나 무릉원으로 이동을 하여야 합니다.

장가계로 가는 기차표를 구하기는 듣던대로 쉽지 않더군요. 중국 제일의 관광지이기 때문에 가려는 사람들이 많

기도 하지만, 여행사들이 매점을 해버려서 더 그런 것 같았습니다. 할 수 없이 나흘 후에 떠나는 기차의 잉줘(硬座)

를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예매한 K316 기차는 10월16일 18:11 출발해서 17일 새벽 03:03 도착할 예정이니까

9시간을 앉아서 가야 할 판이지요. 한편으로는 기차를 탄 뒤에 침대표로 바꿀 생각을 하고 일단 표를 구입했습니다.

매표소를 나와 양숴행 버스를 탔는데, 앞차가 방금 떠났는지 우리가 탄 버스에는 손님이 없었습니다.

버스에 올라가 자리에 앉아 있는데 젊은 청년 하나가 리강유람 등의 안내팜프렛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합니다.

관심이 없다고 하니까 표를 샀느냐고 묻습니다. 아니라고 했더니 자기에게 차비를 내라고 합니다. 얼마냐고 하니

한사람당 30원씩, 60원이라고 합니다. 니가 차장이냐니까, 그렇다고 합니다. 야, 임마! 사람 좀 보고 덤벼라, 응?!

아무말 않고 씩 웃으면서 녀석의 두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으니까, 녀석이 슬그머니 차에서 내려버립니다.

계림에서 65 키로미터 쯤 떨어진 양숴까지 버스비는 10원입니다. 대충 한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지만,가는 동안 손

님을 한사람이라도 더 태우려고 도로의 아무데서나 서서 마냥 기다리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걸리는 시간은 들쭉

날쭉 운전수 맘이더군요.^^ 이건 중국의 모든 지역에서 공통인 것 같더라구요.

양숴의 시제(西街)에 있는 西街天然宮이라는 곳의 더블룸을 하루에 50원씩, 나흘에 200원에 얻었습니다.

방이 크지는 않아도 욕실도 깨끗하고, 인터넷도 공짜로 쓸 수 있어서 그런대로 괜찮은 곳이었지요.

양숴는 소문대로 중국의 카오산 같았습니다. 각국의 여행자들이 몰려들어서 아주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

어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여행자의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곳, 양숴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특별히 무엇을 하

지 않더라도, 그냥 강변이나 공원을 어슬렁거리며 힘들었던 여행의 피로를 풀기만 해도 좋을 것 같은 곳 말입니다.

마침 우리가 도착한 때는 음력으로 보름경이어서 달과 어우러진 경치에 넋을 잃기도 했지요.

점심식사 5, 기차표(장사) 76x2=152, 西街天然宮(숙소) 50x4=200, 저녁식사(피자,맥주) 88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