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쇼(?)'로 시작한 태국에서의 첫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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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여행기1> '이상한 쇼(?)'로 시작한 태국에서의 첫 단추

연윤정 1 3777
* 사전공지 : 지난 18-27일 열흘간 태국->말레이시아->싱가폴 3개국 배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국경을 넘는 여행을 해보고 싶어서요.
떠나기전 비싼 경비로 갈등도 많았지만 막상 도착하니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행 중 좋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서요.
그래서 여행기로 그 아름다운 추억들을 남기려구요. 쓰다보니 매우 길어지고 있어요. 워낙 자세한 기록을 좋아해서요. 양해하시고 지루하면 재밌는 것만 골라 읽으셔도 무방하구요.

<동남아여행기1> '이상한 쇼(?)'로 시작한 태국에서의 첫 단추

8일(일) 첫째날

네 번째다. 베트남 이후 해외 배낭여행.
하지만 이상하다... 예전과 같은 두려움과 설레임이 없다.
왜일까.

전날 오랜만의 초등학교 동창모임이 있었건만, 난 짐을 싸야 한다는 이유로 일찍 자리를 털고 나섰다. 친구들의 응원 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부터 큰 배낭을 둘러맨 난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탑승이 시작된 낮12시. 이상했다. 4년전 똑같은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랑 이렇게 느낌이 다르다니. 그땐 첫 번째였기 때문일까,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 얼마나 가슴이 떨렸던가. 그런데, 왜 지금은 이렇게 무딘 가슴만 남았나.
그러나 다시 되뇌어 본다. 내가 왜 이 여행을 가고자 하는지. 가서 무엇을 찾고 싶은 것인지.

5시간의 비행 끝에 태국 방콕의 돈무앙 공항에 도착했다. 방콕은 동남아시아 교통의 요지로 세계 각국의 비행기가 거쳐가는 곳이다. 하지만 그 명성에 비해 공항은 좀 실망스럽다. 잔뜩 기대를 했었는데 규모가 생각보다 작다.
방콕 배낭족들의 보금자리, 카오산 거리. 나도 그곳을 찾아가야만 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 싸니까. 공항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한국인 여행자를 무려 넷이나 만났다. 물론 다 남자다. 흐흐...
중식, 득림, 연준, 성. 우리는 첨부터 금새 의기투합을 할 수 있었다. J, D씨는 4박5일권 항공권을 싸게 구해서 왔다고 하고, Y, S씨는 한 일주일간 태국과 싱가포르를 여행한다고 한다. 태국에서는 대충 내 일정과 맞아떨어진다.
카오산 거리의 '만남의 광장'. 이곳 주인, 털보아저씨 하대장님이 진을 치고 있는 곳이다. 한국과 일본인 여행자가 주축이고 그밖에 서양 친구들도 더러 보인다. 난 60바트(1,800원)짜리 팬 도미토리에서 짐을 풀었다. 다른 넷은 에어콘 도미토리(80바트)에서 자야 한단다. 죽어도 더운 건 못 참는다나? 하지만 결국 내 선택이 좀더 탁월했음이 증명됐다! 다들 밤새 추웠다고 한 소리들 하더군.
대충 체크인을 끝내고 보니 때는 저녁식사 시간. 어떤 이(?)의 '재밌는 쇼'라는 추천을 받아 우리 다섯 멤버는 태국의 이태원 거리라고 할 수 있는 '팟퐁' 지역으로 향했다. 장터가 섰다. 와글바글이다. 삐끼가 따라 붙는다. 그를 따라 인파를 헤치고 '빅쇼'라고 씌여진 2층의 어두침침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비교적 양호하다. 그냥 좀 야한 옷을 입고 춤을 춘다. 하지만, 그러면 이상한 쇼가 아니지. 사건은 지금부터다. 우린 맥주 한병씩을 시켜들고 얘길 하며 춤을 구경하는데, 갑자기 여인네들이 우르르 들어간다. 그리고는... 갑자기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한 여인이 올라오더니... 아, 그 뒤부터는 도저히 얘기할 수가 없다. 난 순간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내 옆의 태국 아가씨 셋이 나를 보고 키득거린다. 아마도 알 것 다 알면서 무슨 내숭이냐고 그러는 것만 같다.
옆의 남정네들도 놀라는 눈치다. 자기들도 이런 곳인지 전혀 몰랐단다. 하지만 정말일까? 아, 도대체 남자들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게다가 이 가게에서는 바가지까지 씌운다. 처음엔 맥주(100바트, 3,000원)만 시켜먹으면 된다더니, 그 이상한 쇼가 시작되자, 갑자기 돌변, 쇼값 300바트를 내란다. 이렇게 난처할 수가.
아무튼 뭔가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 이게 아닌데. 난 뭔가 이 여행에서 어떤 진지한(?) 의미를 찾으러 온건데, 이거 뭔가 단추가 잘못 끼어지고 있는 것 같다.
점차 불안해진다.

1 Comments
심안 2004.01.06 19:16  
  쇼가 시작되고 300바트를 걷는것은 바가지가 아닙니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듯..  원래 입장료 300바트 맥주 한병에 100바트가 맞구요.. 님은 좀 일찍 들어가서 입장료를 나중에 받은걸로 생각되네요..  님 말고도 여행객 여자손님들 제법 있지 않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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