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의 묻지마 관광~ 5
10월 10일 여행 셋째 날.
오늘은 칸차나부리 트래킹 투어를 하는 날이다.
지난 밤, 홍익 인간에서 두 당 550 밧에 예약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여행 하는 우리지만, 가끔은 이런 짓도 한다. ㅡㅡ
장하다. ㅡ,.ㅡ;;
칸차나부리와 아유타야 중에서 어딜 갈까 망설였다.
삼천포보다 한 달 먼저 아유타야에 다녀 온 울집 막둥이가 비추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넘 덥다는 것 ㅡㅡ
삼천포, 이 세상에서 젤루 약한 게 더위다.
여름이면 집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가고 에어컨 앞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분명히 방 침대에서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깨어 보면 베란다나 욕실의
서늘한 타일 위에서 침을 흘리며 자고 있다가 모친이 깨우는 소리에 잠을
깬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ㅡㅡ
이런 삼천포가 몇 년에 걸쳐 동남아 순회공연을 하고 있는 걸 보면..여행의
매력이란 건 정말이지 오묘하지 싶다..^^
7시 출발이라 서둘러 홍익 인간 앞으로 간다.
수상 투어를 간다는 고국의 처자들 2명을 만나 인사를 나눈다.
곱게 화장을 하시공..^^ 부지런도 하시다.
우리도 카오산에 처음 도착한 날은 곱게 떡칠을 했었더랜다.
뱅기 안에서 잠을 전혀 못 자는 민감 체질이라, 시간 때우니라 거울만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할 짓이라곤 떡칠 뿐....점점 신부 화장 수준이
되어 간다. 집에서 나올 땐 맨 얼굴이었으나, 뱅기에서 내리는 순간은
허니문을 온 수줍은 새색시 수준의 변장으로 변신~~! ㅡㅡ
그러나, 쏟아지는 햇살에 썬블록과 파우더가 믹스 되어 흘러내리는 하얀
국물을 감당키 어려워 ㅡㅡ 과감한 결단을 내렸으니, 걍..맨 얼굴로 다니자!
떡칠 하는 시간도 절약되고, 땀 닦기도 편하고..일석이조다! 하하하~~
머리도 안 감는다. ㅡㅡ 두건으로 가려 준다. 가려우면 가끔 두건을 벗어
가려운 부위만 살포시 긁어 주고 다시 두건을 쓴다.
맨 얼굴의 추악함은 썬글로 위장한다..아하하하~ 완벽하다. ㅡㅡ
우리는 완벽한(?) 비주얼로 칸차나부리로 떠난다.
우리의 멤버는 총 11명. 우리만 빼곤 전부 서양인들이다.
"오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총각이 명랑 쾌활한 목소리로 자꾸만 말을
시킨다. 무지 수다쟁이다. 저급 영어를 구사하는 우리는 대충 웃음으로
때우거나, 아님 간단한 단답형의 대답만 한다.
참으로 화기애애하다. ㅡㅡ
버스는 약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칸차나부리에 도착한다.
맨처음 들른 곳은 UN묘지. 묘지라기보단 정성스럽게 잘 가꿔진 정원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다.
가이드에게 물어 화장실을 찾아간다.
공짜가 아니다. 5밧이란다. 급하니까, 걍 간다. 돈 아깝다. ㅡㅡ
화장실 최악이다. ㅡㅡ 동남아 냄새와 응가 냄새와 쉬야 냄새가 적절히
믹스 되어 공복에 헛구역질이 나올라 그런다.
다음으로 간 곳은 전쟁 박물관. 투어 예약할 때 홍익인간 사장님이
전쟁 박물관은 가지 말랬다.입장료도 받고 볼 건 하나두 없다구...
우린 말 잘듣는 착한 어린이들..^^...안 들어간다.
대신, 맞은 편 식당으로 간다.
라면을 시킨다. 20밧이다.
그럭저럭 맛은 있지만, 라면이 너무 안 익어서 거의 뿌셔뿌셔 수준이다.ㅡㅡ
라면을 먹고, 기념품을 파는 시장에 들러 아이 쇼핑.
기념품들 수준은 조악하다. 그저 눈요기만 한다.
미나는 철길 위에서 사진을 찍는다.
고소 공포증이 심한 삼천포는 그냥 구경만 한다.(삼천포는 온갖 추잡스런
지병은 다 가지고 있다.ㅡㅡ)
혼자 노는 삼천포에게 양할배가 다가온다.
할배 : (활짝) 스미마셍~ 사진 좀 찍어 주셩...
삼천포 : 사진은 찍어 주는데..나 스미마셍 아니거덩...울나라 말 아니거덩..
난 코리안이거덩!!
할배 : (미안해하며) 쏘리~쏘리~ 하하하~~~
잠시 후, 사진을 다 찍은 할배 삼천포에게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깍듯이 인사한다.ㅡㅡ ;
삼천포 : (쳇!ㅡㅡ) 할배는 어느 나라유?
할배 : 나, 미국이얌
삼천포 : (미국의 숙적을 곰곰히 생각해본다. 어느나라 말로 인사를 해야지
소심한 복수가 될까...최대한 잔머리를 굴리다가 결국 생각 나는 게 없어
( 삼천포가 그럼 그렇지 ㅡㅡ ) 기껏 한 말은 노 아리가또 고자이마스~였다.
ㅡㅡ;;;
다시 봉고에 올라타 우리는 트래킹을 하러 간다.
1박2일 팀과 당일 투어 팀으로 나뉘고....미나와 삼천포는 2인 1조로 코끼리를
탄다....와우~~!! 코끼리다.....가까이서 본 코끼리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머리통도 디게 크다. 털이 삐죽삐죽 솟은 게 마치 모발 이식하다 실패한
대머리 아저씨를 보는 것 같다.( 대머리분들껜 죄송^^;)
코끼리 등 위에 타서 보는 세상은 또 다른 세상이다.기우뚱 기우뚱 넘어질 듯
하면서도 코끼리는 그 육중한 다리로 잘도 걸어간다.
걸으면서 응아도 뿌지직~뿌지직~ 한다. 응아 하는 소리 한 번 크다.
만성 변비 환자인 삼천포에겐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ㅡㅡ
넓은 길은 말 할 것도 없고 좁은 산길도 잘만 걸아간다. 우리 코끼리는
아마도 사춘기의 반항아인지....코끼리 모는 아저씨의 말을 죽어라 안듣는다.
오른쪽으로 가라 그럼 왼쪽으로 가고, 먹을 걸 안 준다고 삐졌는지
나뭇가지를 휘휘 돌리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ㅡㅡ
그렇게 30분 정도 코끼리를 타고 내려서 우리는 밥을 먹으러 간다.
수상 음식점에 부페식(?)이다.
밥에 몇가지 반찬이 전부다. 고르고 말 것도 없다.있는 반찬 전부 다
가져와서 비빔밥을 해 먹는다.
물은 20밧이다.방콕에서 5밧에 사 먹었던 식염수가 무려 20밧...돈이
아깝긴 하지만,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어쩔수 없지..머...
점심을 먹고 잠시 쉰 후, 우리는 뗏목을 타고 강으로 흘러간다.
그냥 조용히 하염없이 흘러간다.
한 굽이만 돌아서면 물살이 좀 세지려나...이런 기대와는 달리 마냥
조용히 흘러간다.......... ㅡㅡ 뗏목에 탄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지루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렇게 하염없이 세월아 네월아 흘러가던 뗏목은
잠시 후 산기슭(?)에 멈추고....우리는 약 10 여분을 걸어 봉고차 있는
데까지 온다.
허무하다. ㅡㅡ 이게 트래킹인겨??? ㅡㅡ 우리 트래킹 한 거 맞아요??
다시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폭포.(이름은 까먹었다.^^;) 작은 폭포지만
물살이 세고 엄청 시원하다. 발가벗고 수영하는 꼬마애들서부터 사진
찍느라 바쁜 여행객들까지 정신 없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 식사를
하는 가족들도 많이 보인다.
폭포에서 20분 정도 쉬다가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기차를 타러 간다.
기차안 풍경도 폭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현지인들과 여행객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기차 안은 덥지만 달릴 땐 시원하다.활짝 열어 놓은 창문으로
바람이 솔솔 들어 온다.손을 뻗으면 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맞닿은 절벽들을
스쳐 지나가는 스릴감도 쏠쏠하다.
햇살은 나른하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오고....빡 쎈(?) 트래킹까지 하고나니
솔솔 잠이 올라 그런다.
그렇게 약 1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다시 내려서, 우리는 카오산으로 돌아온다.
카오산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수다를 떠는 삼천포와 미나.
삼천포 : 나 태국에서 살까? 내가 생각해두 너무 적응 잘해..밥도 잘 먹구..
현지인 다 됐어...
미나 : 그래라...니가 여행 하면서 일케 편해 하는 거 첨 봤어..현지인
한 명 섭외해서 시집가라..
삼천포 : 그럴까??? 왕자님이 짠~ 하고 나타났음 좋겠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리 구두의 왕자님이 짠~ 하고 나타났으니..ㅡㅡ
바로 우리 앞 좌석의 남정네다. 발이 아파서 벗어 논 우리 신발이 제멋대로
굴러 가 그남자의 바로 앞에 떠억 하니...그가 신발을 줏어 들고 우리를 향해
웃는다 ㅡㅡ;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를 주워 준 왕자님은 말레이시아에서
놀러 온 총각. 아..근데...태국인과도 통하고 양넘들과도 통하는 이 콩글리쉬가
이 총각 하고는 당췌 안 통하는거다. 서로 서로의 말을 전혀 못 알아들으며
멀뚱멀뚱 얼굴만 바라보다가..이 짧은 로맨스(?)는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약 2시간을 달려 버스는 카오산에 도착한다.
각자 나름이겠지만, 지루하기도 하고 또 나름대로 알차기도 한 투어란
느낌이다. 우리처럼 게으른 여행자들에겐 알아서 다 데려다준단 장점이
있지만, 중간 중간에 허비하는 시간들과 또 구색 맞추기로 별 의미도
없는 것들을 끼워넣었단 느낌도 들고..암튼 선택은 각자가 알아서..~!^^
카오산으로 다시 돌아온 우리. 배 고파서 돌아가시겠다.
가뜩이나 여행 첫날부터 오신 그 분이 영험을 발휘하시는데, 요기서
먹는 밥의 양은 돌아서자마자 허기가 질 정도다.
저녁은 미친듯이 푸짐한 걸로 먹기로 한다.
숙소로 돌아가는 중간에 생선구이집 발견.
고등어 90밧, 도미같이 생긴 하얀 생선 100 밧이다.10밧짜리 밥 하나 시키고.
생선이 구워지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 옆에서 밥을 먹고 있던
서양 아저씨 우리 테이블로 온다.
아저씨 : 니네 일본인이니?
우리 : 아니..한국인인데..
아저씨 갑자기 표정 환해지신다.6.25 때 헤어진 혈육을 만난 듯한 표정이다.
잠시 후, 그는 미친듯한 수다를 늘어 놓는다. 한국말도 왠만큼 한다.
대충 내용은...나 한국에서 좀 살았어...부산,인천 등등...설악산도 갔다왔어..
설악산 무지 판타스틱해~~!! 비빔밥 먹어봤어~~오오우~~넘넘 미치게
맛있어~~~!!!한국 너무 좋아~~~~~또 가고 싶어엉~~~
우리나라를 이렇게 좋아해주는 외국인을 만나니 왠지 뿌듯해진다^^
잠시 후 생선이 나온다. 맛은 한국에서 먹는 생선구이랑 비슷하다.
오랜만에(?) 배 터지게 밥을 먹는다.
밥을 먹고 가게를 나오는데,좀전의 아저씨랑 수다떠는 걸 부러운(?)눈길로
쳐다보던 상반신 누드의 양할배, 우리에게 말을 시킨다.
할배 : 니네 일본인이야?
우리 : 아니 코리안인데...
할배 : 아~~~코리안...나..알어..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우리 : 쌩~~~~~
2년전 베트남 여행때 우연히 만났던 스웨덴 총각들이 생각난다.
스웨덴넘 : 어느 나라야?
우리 : 한국이얌
스웨덴넘 : 우린 스웨덴이야....어쩌구 ..저쩌구..수다중..근데 니네 일본이..
우리 : 일본 아니구 한국이야..헷갈리지마...
스웨덴넘 : 알써..미안..미안...근데 니네 일본이 말야...
우리 : (버럭) 우린 한국이라구...이 핀란드 넘아~~~~~~~
스웨덴넘 : 아하하하하~~~핀란드~! ㅋㅋ 미안미안..다신 실수 안할께..
우리 : ^ㅡ^
그리 애국자도 아니건만, 해외 여행중에는 요런 사소한 에피소드도
가슴속 깊이에서 용솟음치는 애국심을 끓어올려주니....삼천포 사람됐다.ㅡㅡ
아님, 괜시리 쓸데없이 예민한건가..?
* 다음 여행기에는 사진을 올릴 예정입니다.
조회수 뚝 떨어질까 걱정되지만서두..^^;
오늘은 칸차나부리 트래킹 투어를 하는 날이다.
지난 밤, 홍익 인간에서 두 당 550 밧에 예약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여행 하는 우리지만, 가끔은 이런 짓도 한다. ㅡㅡ
장하다. ㅡ,.ㅡ;;
칸차나부리와 아유타야 중에서 어딜 갈까 망설였다.
삼천포보다 한 달 먼저 아유타야에 다녀 온 울집 막둥이가 비추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넘 덥다는 것 ㅡㅡ
삼천포, 이 세상에서 젤루 약한 게 더위다.
여름이면 집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가고 에어컨 앞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분명히 방 침대에서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깨어 보면 베란다나 욕실의
서늘한 타일 위에서 침을 흘리며 자고 있다가 모친이 깨우는 소리에 잠을
깬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ㅡㅡ
이런 삼천포가 몇 년에 걸쳐 동남아 순회공연을 하고 있는 걸 보면..여행의
매력이란 건 정말이지 오묘하지 싶다..^^
7시 출발이라 서둘러 홍익 인간 앞으로 간다.
수상 투어를 간다는 고국의 처자들 2명을 만나 인사를 나눈다.
곱게 화장을 하시공..^^ 부지런도 하시다.
우리도 카오산에 처음 도착한 날은 곱게 떡칠을 했었더랜다.
뱅기 안에서 잠을 전혀 못 자는 민감 체질이라, 시간 때우니라 거울만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할 짓이라곤 떡칠 뿐....점점 신부 화장 수준이
되어 간다. 집에서 나올 땐 맨 얼굴이었으나, 뱅기에서 내리는 순간은
허니문을 온 수줍은 새색시 수준의 변장으로 변신~~! ㅡㅡ
그러나, 쏟아지는 햇살에 썬블록과 파우더가 믹스 되어 흘러내리는 하얀
국물을 감당키 어려워 ㅡㅡ 과감한 결단을 내렸으니, 걍..맨 얼굴로 다니자!
떡칠 하는 시간도 절약되고, 땀 닦기도 편하고..일석이조다! 하하하~~
머리도 안 감는다. ㅡㅡ 두건으로 가려 준다. 가려우면 가끔 두건을 벗어
가려운 부위만 살포시 긁어 주고 다시 두건을 쓴다.
맨 얼굴의 추악함은 썬글로 위장한다..아하하하~ 완벽하다. ㅡㅡ
우리는 완벽한(?) 비주얼로 칸차나부리로 떠난다.
우리의 멤버는 총 11명. 우리만 빼곤 전부 서양인들이다.
"오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총각이 명랑 쾌활한 목소리로 자꾸만 말을
시킨다. 무지 수다쟁이다. 저급 영어를 구사하는 우리는 대충 웃음으로
때우거나, 아님 간단한 단답형의 대답만 한다.
참으로 화기애애하다. ㅡㅡ
버스는 약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칸차나부리에 도착한다.
맨처음 들른 곳은 UN묘지. 묘지라기보단 정성스럽게 잘 가꿔진 정원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다.
가이드에게 물어 화장실을 찾아간다.
공짜가 아니다. 5밧이란다. 급하니까, 걍 간다. 돈 아깝다. ㅡㅡ
화장실 최악이다. ㅡㅡ 동남아 냄새와 응가 냄새와 쉬야 냄새가 적절히
믹스 되어 공복에 헛구역질이 나올라 그런다.
다음으로 간 곳은 전쟁 박물관. 투어 예약할 때 홍익인간 사장님이
전쟁 박물관은 가지 말랬다.입장료도 받고 볼 건 하나두 없다구...
우린 말 잘듣는 착한 어린이들..^^...안 들어간다.
대신, 맞은 편 식당으로 간다.
라면을 시킨다. 20밧이다.
그럭저럭 맛은 있지만, 라면이 너무 안 익어서 거의 뿌셔뿌셔 수준이다.ㅡㅡ
라면을 먹고, 기념품을 파는 시장에 들러 아이 쇼핑.
기념품들 수준은 조악하다. 그저 눈요기만 한다.
미나는 철길 위에서 사진을 찍는다.
고소 공포증이 심한 삼천포는 그냥 구경만 한다.(삼천포는 온갖 추잡스런
지병은 다 가지고 있다.ㅡㅡ)
혼자 노는 삼천포에게 양할배가 다가온다.
할배 : (활짝) 스미마셍~ 사진 좀 찍어 주셩...
삼천포 : 사진은 찍어 주는데..나 스미마셍 아니거덩...울나라 말 아니거덩..
난 코리안이거덩!!
할배 : (미안해하며) 쏘리~쏘리~ 하하하~~~
잠시 후, 사진을 다 찍은 할배 삼천포에게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깍듯이 인사한다.ㅡㅡ ;
삼천포 : (쳇!ㅡㅡ) 할배는 어느 나라유?
할배 : 나, 미국이얌
삼천포 : (미국의 숙적을 곰곰히 생각해본다. 어느나라 말로 인사를 해야지
소심한 복수가 될까...최대한 잔머리를 굴리다가 결국 생각 나는 게 없어
( 삼천포가 그럼 그렇지 ㅡㅡ ) 기껏 한 말은 노 아리가또 고자이마스~였다.
ㅡㅡ;;;
다시 봉고에 올라타 우리는 트래킹을 하러 간다.
1박2일 팀과 당일 투어 팀으로 나뉘고....미나와 삼천포는 2인 1조로 코끼리를
탄다....와우~~!! 코끼리다.....가까이서 본 코끼리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머리통도 디게 크다. 털이 삐죽삐죽 솟은 게 마치 모발 이식하다 실패한
대머리 아저씨를 보는 것 같다.( 대머리분들껜 죄송^^;)
코끼리 등 위에 타서 보는 세상은 또 다른 세상이다.기우뚱 기우뚱 넘어질 듯
하면서도 코끼리는 그 육중한 다리로 잘도 걸어간다.
걸으면서 응아도 뿌지직~뿌지직~ 한다. 응아 하는 소리 한 번 크다.
만성 변비 환자인 삼천포에겐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ㅡㅡ
넓은 길은 말 할 것도 없고 좁은 산길도 잘만 걸아간다. 우리 코끼리는
아마도 사춘기의 반항아인지....코끼리 모는 아저씨의 말을 죽어라 안듣는다.
오른쪽으로 가라 그럼 왼쪽으로 가고, 먹을 걸 안 준다고 삐졌는지
나뭇가지를 휘휘 돌리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ㅡㅡ
그렇게 30분 정도 코끼리를 타고 내려서 우리는 밥을 먹으러 간다.
수상 음식점에 부페식(?)이다.
밥에 몇가지 반찬이 전부다. 고르고 말 것도 없다.있는 반찬 전부 다
가져와서 비빔밥을 해 먹는다.
물은 20밧이다.방콕에서 5밧에 사 먹었던 식염수가 무려 20밧...돈이
아깝긴 하지만,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어쩔수 없지..머...
점심을 먹고 잠시 쉰 후, 우리는 뗏목을 타고 강으로 흘러간다.
그냥 조용히 하염없이 흘러간다.
한 굽이만 돌아서면 물살이 좀 세지려나...이런 기대와는 달리 마냥
조용히 흘러간다.......... ㅡㅡ 뗏목에 탄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지루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렇게 하염없이 세월아 네월아 흘러가던 뗏목은
잠시 후 산기슭(?)에 멈추고....우리는 약 10 여분을 걸어 봉고차 있는
데까지 온다.
허무하다. ㅡㅡ 이게 트래킹인겨??? ㅡㅡ 우리 트래킹 한 거 맞아요??
다시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폭포.(이름은 까먹었다.^^;) 작은 폭포지만
물살이 세고 엄청 시원하다. 발가벗고 수영하는 꼬마애들서부터 사진
찍느라 바쁜 여행객들까지 정신 없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 식사를
하는 가족들도 많이 보인다.
폭포에서 20분 정도 쉬다가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기차를 타러 간다.
기차안 풍경도 폭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현지인들과 여행객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기차 안은 덥지만 달릴 땐 시원하다.활짝 열어 놓은 창문으로
바람이 솔솔 들어 온다.손을 뻗으면 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맞닿은 절벽들을
스쳐 지나가는 스릴감도 쏠쏠하다.
햇살은 나른하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오고....빡 쎈(?) 트래킹까지 하고나니
솔솔 잠이 올라 그런다.
그렇게 약 1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다시 내려서, 우리는 카오산으로 돌아온다.
카오산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수다를 떠는 삼천포와 미나.
삼천포 : 나 태국에서 살까? 내가 생각해두 너무 적응 잘해..밥도 잘 먹구..
현지인 다 됐어...
미나 : 그래라...니가 여행 하면서 일케 편해 하는 거 첨 봤어..현지인
한 명 섭외해서 시집가라..
삼천포 : 그럴까??? 왕자님이 짠~ 하고 나타났음 좋겠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리 구두의 왕자님이 짠~ 하고 나타났으니..ㅡㅡ
바로 우리 앞 좌석의 남정네다. 발이 아파서 벗어 논 우리 신발이 제멋대로
굴러 가 그남자의 바로 앞에 떠억 하니...그가 신발을 줏어 들고 우리를 향해
웃는다 ㅡㅡ;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를 주워 준 왕자님은 말레이시아에서
놀러 온 총각. 아..근데...태국인과도 통하고 양넘들과도 통하는 이 콩글리쉬가
이 총각 하고는 당췌 안 통하는거다. 서로 서로의 말을 전혀 못 알아들으며
멀뚱멀뚱 얼굴만 바라보다가..이 짧은 로맨스(?)는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약 2시간을 달려 버스는 카오산에 도착한다.
각자 나름이겠지만, 지루하기도 하고 또 나름대로 알차기도 한 투어란
느낌이다. 우리처럼 게으른 여행자들에겐 알아서 다 데려다준단 장점이
있지만, 중간 중간에 허비하는 시간들과 또 구색 맞추기로 별 의미도
없는 것들을 끼워넣었단 느낌도 들고..암튼 선택은 각자가 알아서..~!^^
카오산으로 다시 돌아온 우리. 배 고파서 돌아가시겠다.
가뜩이나 여행 첫날부터 오신 그 분이 영험을 발휘하시는데, 요기서
먹는 밥의 양은 돌아서자마자 허기가 질 정도다.
저녁은 미친듯이 푸짐한 걸로 먹기로 한다.
숙소로 돌아가는 중간에 생선구이집 발견.
고등어 90밧, 도미같이 생긴 하얀 생선 100 밧이다.10밧짜리 밥 하나 시키고.
생선이 구워지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 옆에서 밥을 먹고 있던
서양 아저씨 우리 테이블로 온다.
아저씨 : 니네 일본인이니?
우리 : 아니..한국인인데..
아저씨 갑자기 표정 환해지신다.6.25 때 헤어진 혈육을 만난 듯한 표정이다.
잠시 후, 그는 미친듯한 수다를 늘어 놓는다. 한국말도 왠만큼 한다.
대충 내용은...나 한국에서 좀 살았어...부산,인천 등등...설악산도 갔다왔어..
설악산 무지 판타스틱해~~!! 비빔밥 먹어봤어~~오오우~~넘넘 미치게
맛있어~~~!!!한국 너무 좋아~~~~~또 가고 싶어엉~~~
우리나라를 이렇게 좋아해주는 외국인을 만나니 왠지 뿌듯해진다^^
잠시 후 생선이 나온다. 맛은 한국에서 먹는 생선구이랑 비슷하다.
오랜만에(?) 배 터지게 밥을 먹는다.
밥을 먹고 가게를 나오는데,좀전의 아저씨랑 수다떠는 걸 부러운(?)눈길로
쳐다보던 상반신 누드의 양할배, 우리에게 말을 시킨다.
할배 : 니네 일본인이야?
우리 : 아니 코리안인데...
할배 : 아~~~코리안...나..알어..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우리 : 쌩~~~~~
2년전 베트남 여행때 우연히 만났던 스웨덴 총각들이 생각난다.
스웨덴넘 : 어느 나라야?
우리 : 한국이얌
스웨덴넘 : 우린 스웨덴이야....어쩌구 ..저쩌구..수다중..근데 니네 일본이..
우리 : 일본 아니구 한국이야..헷갈리지마...
스웨덴넘 : 알써..미안..미안...근데 니네 일본이 말야...
우리 : (버럭) 우린 한국이라구...이 핀란드 넘아~~~~~~~
스웨덴넘 : 아하하하하~~~핀란드~! ㅋㅋ 미안미안..다신 실수 안할께..
우리 : ^ㅡ^
그리 애국자도 아니건만, 해외 여행중에는 요런 사소한 에피소드도
가슴속 깊이에서 용솟음치는 애국심을 끓어올려주니....삼천포 사람됐다.ㅡㅡ
아님, 괜시리 쓸데없이 예민한건가..?
* 다음 여행기에는 사진을 올릴 예정입니다.
조회수 뚝 떨어질까 걱정되지만서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