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미와 신양의 태국 여행기 7 -홀로 살아 나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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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미와 신양의 태국 여행기 7 -홀로 살아 나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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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여행 6일째





모처럼 늦게까지 잤다.
느긋한 여유를 며칠 만에 부려보지만 마음은 착잡하다.
완전히 혼자 일어나는 아침은 말할 수 없이 쓸쓸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신양한테 잘 해 주는 건데….
이제와서 아무리 후회한 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멍하니 정신 빼고 있다가 너무 심심해서 라차따 방을 찍었다.
자 또 뭐 찍지?
화장실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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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해 보이지만 깨끗한 화장실. 보통의 게스트 하우스 화장실은 거의 이렇게 생긴 모습이다.

침대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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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헬로 태국군의 늠름한 전신 사진과 심심할 때마다 친구가 되어 주었던 티비의 리모콘.

더 이상 찍을 게 없네….
진짜 비참하다.
ㅜ.ㅜ

오늘 아침은 어제 사 났던 컵라면.
역시 신라면 크기의 반이다.
맛은 그럭저럭 먹을 수 있을 거 같은 한국라면과 비슷한 맛.
평소라면 이런 크기로는 2개 먹어도 모자랄 테지만 입맛이 나지 않았다.
라면 면발 하나씩 삼키며 깨작거리니
부메랑처럼 두 배가 되어 되돌아오는 비참함.

그래 이러고만 있으면 뭐해!
평소에 흥미가 있었던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다이빙과 마사지.
다이빙 코스를 전세계 가장 저렴하게 때울 수 있다는 곳인데다가 여기 태국은 마사지의 본고장 아닌가.
태국에 온 이상 한가지는 건져 가고 싶었다.
태국에 와서 돈만 쓰고 가면 안 돼지…
평생 쓸모가 있는 무언가를 배우자.
그래! 남는 장사!
이 얼마나 달콤하이 어감도 좋은가.
뭔가 특이하고 색다른 경험을 하고픈 이 특이한 성격이 발동이 걸린다…
뭘 할까….
다이빙을 배워 볼까…
일년 중 가장 덥다는 여름인데….해변이라 분명 두 배는 업그레이드 될 살인 땡볕을 생각하니 마음이 약해져 간다.
우웅…
그래!
그럼 마사지를 배워 보는 거야!
그래서 시작 되었다.

마의 마사지 연수 지옥이….
-_-


마사지 스쿨이 왓포에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왓포는 왕궁 옆에 있다고 했고…
카운터에 가서 왓포 가는 버스가 몇 번인지 물었다.
그 동안 밑밥 던져 놓은 보람은 있어 프론트 여직원 반갑게 맞이 해준다.
32번 버스를 요 앞 세븐 일레븐에서 타란다.
땡큐!
이제 시작된다.
나의 버스 체험이.
그 동안 간 크게 부르주아 냄새가 철철 풍겨 나오는 때깔나는 택시와 툭툭을 이용했던 우리였지만…
신양이 간 지금 모든 부담이 두 배로 껑충 뛰었다.
당장 방값의 부담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이제 철저하게 거지 같은 생활을 해야만 한다.
두근두근 콩닥콩닥…
새삼스레 설레기 시작한다.
맛있는 생 오렌지 주스를 쪽쪽 빨면서 나는 32번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진짜 안 온다.
-_-
주스가 미지근해질 정도로 지루한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버스가 왔다.
처음 경험하는 버스는 첫경험부터 짜릿했다.
버스가 서지 않고 슬슬 가는 게 아닌가.
심지어 사람이 타려고 오르고 있는 중에도 말이다.
버스는 절대 서지 않았다.
순간 아찔!
버스에 브레이크가 없는 거야?
손잡이를 꼭 잡고 간신히 올라서는 데는 성공했다.
순간 쏠리는 시선들…
오싹!
장난 아니고 버스 안의 모든 승객이 나를 처다 본다.
-_-;;;
강력한 시선 집중에 초 민망.
애써 모른 척하고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그 많은 사람들 중 유일하게 나만 외국인이다.
-_-;
그때 버스 안에서 차장언니가 긴 은색 통을 들고 다가온다.
말로만 듣던 차장언니!
우리나라에 70-80년대에 있었던 친숙한 바로 그 오라이 언니가 아니신가.
기분이 반가우면서도 묘했다.
그러나 저러나 엉뚱한데 내리지 않도록 지명을 미리 말해둬야지.

“왓포 왓포”

?????
고개를 갸웃 거린다.
이 버스가 아닌가.
좌절……

“왓포 와포 왓포? 와아아포”

억양을 달리해서 말해보았다.
제발 이 중에 하나만 걸려라.
걸렸다!
고개 끄떡 언니.
휴 다행이다. 큰일 날뻔했다.

“왓~포. 씨밧”


?????
너무나 상콤 하신 얼굴에서 나오는 말.

씨밧.

순간 욕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아 여긴 태국이지.
자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분석해보는 거야.
씨는 숫자 일거고 밧은 화폐인 바트 라는 거겠지?
-_-;;
아찔한 태국의 숫자 공격.
능 썽 쌈…그 다음이 뭐였드라…
머리에서 태국 숫자가 엉켜갈 때 마치 구원자인양 차장 언니 손가락 네 개를 펄쳐 들며 포 밧 외친다.
언니 영어 할 줄 알면 진작 말해주징~~
20바트 내니 무기처럼 꼭 쥐어 들고 있던 은색 봉에서 탁탁 소리를 내며 버스표를 끊어준다.
그 능숙한 손놀림은 기술의 경지를 넘어 이미 예술이다.

근데 4바트라니 정말 싸다.
진작에 버스를 이용할 것을!
그 동안 날린 돈을 생각하니 무지 아쉽다.
싸긴 싼데,,,,
음…
에어컨이 없어서 장난 아니게 찐다.
버스에 에어컨 달린지 우리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있다가 없으니 천지차이다.
후덥찌근한 공기가 버스 안을 흐르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버스가 달릴 때마다 바람이 들어와서 조금 시원 해 질려 다가…말았다.
으…더워…
ㅜ.ㅜ
게다가 바람이 불어오면서 매연냄새까지 묻어 온다,
결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으으……
그러나 나름대로 재미는 있었다.
태국인 들의 삶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창문을 통해 보이는 한가하면서도 분주한 여러 가지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카오산 거리와는 틀리게 태국인 절대 다수의 활기가 넘치는 작은 시장도 보기도 하고 노란 가사를 입은 스님도 스쳐 지나간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느긋하게 구경 하는 일은 없었던 듯하다.
그들의 삶에 직접 뛰어들어 체험하는 것도 좋지만 여유롭게 제 삼자의 입장이 되어 훔쳐보는 것도 쏠쏠하다.
뭐가 그렇게 바빠서 그 동안 이런 재미를 놓쳤을꼬.
단시간에 모든 것을 하고 싶은 욕구에 미친 듯 달려왔지만 좀더 릴렉스 하게 남은 날짜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버스가 계속 달리다 왕궁을 슬 돈다.
음…이제 내릴 때가 된 거 같은데…
불안하다.
어디서 내려야 할지.
태국인 잡고 물어볼까…
했는데 때마침 차장언니 나에게로 와서 왓포 하는 게 아닌가.
잊지 않으셨군요!!!
너무 친절하고 고맙다.
역시 버스는 절대로 서지 않았다.
못 내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거 참…-_-;;
무슨 놀이기구도 아니고 노약자 어린이 이용금지라고 써 붙여야 할 것만 같다.

아무튼 길치는 썩어도 길치 인가 보다.
ㅜ.ㅜ
왓포에서 한참 헤메다가 겨우 마사지 스쿨을 발견했다.
들어서니 사람이 진짜 많다.
유명한 명소 답게 사람들로 꽉 꽉 찼다.
카운터 언니가 맛사지를 받을 거냐고 물어본다.

“노. 아이 원 투 런 마사지”

이 곳이 아니란다.
크으으윽…
그냥 마사지 받는 곳이고 마사지 스쿨은 외부에 있다는 언니의 말씀.
여까지 온 나는 우짜라고~~~!
나의 우울한 심정을 눈치챘는지 언니가 아줌마를 한명 붙여준다.
아줌마의 안내를 따라 한 참 걸어 도착한 곳은 마사지 스쿨 접수처.
이런 곳에 있다니…
내 장담하지만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나 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좌절할 만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이것이 미로도 아닐 것인데 원체 그 골목이 그 골목 같은 곳이라 사람 바보 만들기 쉬운 곳이다.
게다가 간판도 작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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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포 안의 이와 같은 문을 여러 개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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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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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 이 골목의 끝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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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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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맛사지 스쿨의 현관. 그 누가 이것만 봐서 정체를 알 수 있으리.
아무래도 다음에 찾아오라면 반드시 헤멜거 같아서 사진을 여러 장 찍어 두었다. 당연히 찍힌 순서는 반대이다.


그나마 나은 점이 있다면 접수처의 여직원은 다 영어를 잘했다.
뭔가를 선택하라고 안내종이를 보여주는데…
그냥 배우면 될 줄 알았더니 여러 단계가 있다.
베이직, 고급, 풋 마사지, 오일 마사지 심지어 별 필요도 없어보이는 아이용 마사지까지…
거의 다 각각 7000바트 정도였다.
당연히 베이직을 선택하고.
날짜는 가장 단축 코스인 5일 코스.
어차피 시간으로 치기 때문에 날짜는 상관이 없었다.
내일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이것 저것 다 작성하고 나니 여직원 책상에 뭔가를 가리킨다.
자격증 샘플이었다.
부착된 사진만 아니라면 사이즈도 생긴 것도 무슨 상장 같다.
근데 세 장이나 된다.
자세히 보니 한 장은 온통 태국어로 되어있고 한 장은 태국어 영어 섞여 있는 것 한 장은 영어로만 되어 있었다.
조금 고민하다가 영어로 된 것을 골랐다.
그런데 여직원 오케이 하더니 사진 달란다.
여권사진..그 것도 두 장이나.
아뿔싸!!
깜박 잊었다고 하니 아무렇지도 않게 흔쾌히 다음날 9시까지 들고 오란다.
떨리는 손으로 7000바트 라는 거금을 내고 나니 내 손에 떨어진 것은 나를 담당하게 될 마사지 티쳐의 읽을 수 없는 이름이 적힌 영수증 한 장 뿐이다.
과연 이것으로 된 것일까.
가슴이 떨려오면서도 이상하게 담담하다.
너무 순조로워서 이상해 질 정도다.
워낙 사건사고가 매일매일 터지는 일상에 익숙해지다 보니 아무일 없으니 두렵기까지 하다.
뭐 별일이야 있으리라고…

비쩍 마른 툭툭 아저씨랑 이제 능숙하게 흥정해서 20바트에 쇼부를 보고 카오산에서 내렸다.
뭘 한담….
한 참을 고민하다 피안 마사지로 가서 풋마사지를 받았다.
일부러 발톱까지 다 깎고 했는데 아줌마가 해준다.
어제는 그토록 원했던 아줌만데 안심이 되면서도 왠지 실망스럽다.
내심 남자의 손길을 원했나 보다.
-_-;;
아아 굶주렸어…
너무 오래 굶주렸어…
자존심과 지조는 어디 갔단 말인가.
스스로 한탄을 해보아도 역시 아쉽기만 하다.
-_-;;

그래도 한결 가뿐해진 다리를 끌고 길을 나서니 역시 마시지를 선택하길 잘했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디 선가 너무 향기로운 냄새가…
정체는 꼬지 아줌마!
냄새가 죽인다.
하나에 5바트!
크기가 작아서 바비큐 꼬지를 3개나 사 들고 봉다리를 흔들며 흐믓하게 오는데 과일장수가 보인다.
시원하게 썰어진 파인애플과 망고를 사서 방에서 먹으니 그야 말로 꿀맛이다.
짭잘하게 바비큐된 고기는 쫄깃쫄깃 하면서도 연했고 감칠맛이 배여 한 입 씹을 때마다 육즙이 베어 나오는 게 죽음이다.
어찌나 잘도 넘어가는지 번지르르한 입술만 연신 빤다.
적어도 10개는 사는 건데…
아쉬운 마음으로 파인애플을 씹으며 입가심했다.
배도 부르겠다 잠시 누워서 잠을 청했다.
어차피 할 일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잠이 깨어 방을 나섰다.
투르르…
딸각 소리가 나며 애교스럽지만 피곤함이 물씬 풍겨 나오는 마른 목소리가 들려 나온다.

“몇 번 연결해드릴까요”
“016-****-****요”
“누구라고 전해드릴까요?”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빽미! 잘 있었나?”
“엉. 니는? 잘 들어 갔나 보네”
“엉…별일은 없고?”
“없다. 니 가고 나니깐 심심해서 죽겠다.”
“ㅎㅎㅎㅎ”

내가 힘들다고 징징거리니 신양 웃는다.
-_-
신양 자기는 내일부터 당장 피 터지는 일터로 출근해야 한다며 나름대로 위로를 해준다.
어찌나 어제 시달렸는지 피곤해 죽겠는데 전쟁터 같은 곳으로 다시 컴백할 거 생각하니 눈 앞이 깜깜하단다.
하긴 그 큰 배낭을 매고 지가 무슨 한비야도 아닌데 강행군을 했으니….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가관이다.

“내 그때 버스 타고 갔다이가.”
“근데? 왜 늦었나?”
“세상에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한시간 동안 서 있었다. 그것도 가방을 계속 매고….내가 어깨 떨어지는 줄 알았다”
흐메야…

“근데 장난 아니고 에어컨도 안 나와서 완전 찜통도 그런 찜통에….가방 맨 채로 사람들한테 찡겨서 왔다는거 아니겠나.”

직업병인지 유달리 무릎이 약한 신양… 차에서는 무조건 앉아가자는 주의라 버스도 골라 타고는 했는데 왠 날벼락인가.

“장난 아니었다. 그것도 전부 왜 허름하게 막노동꾼처럼 차려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내가 공항 어디서 내리는지 묻고 싶어도 물어 볼 사람도 없고….미치는 줄 알았다. 그 버스에서 유일하게 중국계로 보이는 남자가 있어서 겨우 물어서 내렸지.”
“그래서?”
“근데 장난 아니고 거기서 30분은 더 걸었다.…공항 출입구에 내려주는 게 아니라 이상한데 내려줘서 진짜 땀 뻘뻘 흘리며 걸었다니깐….매연 그거 장난아닌데 그걸 30분째 들이마시고 배낭 매고 걷고 있으니깐 진짜 정신이 다 혼미하드라. 어질어질하던데 진짜 악으로 버텨서 겨우 공항에 도착했다.”
-_-;;;

나 없는 사이 새콤 매콤한 경험을 했던 신양,,,
그 화끈함에는 나는 명함도 내밀 수가 없다.

원래 전화한 의도는 그게 아니었지만 세상에 나보다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단한 위로감을 느끼며 역시 신양은 진정한 친구야 하고 생각했다.

안부인사를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으며 나는 한결 유쾌해진 기분으로 거리로 나섰다.
이런 곳에 피시방이 있었다니…
늘 지나치는 길인데도 못 봤던 피시방을 지금 발견하고 충동적으로 안에 들어섰다.
작은 공간에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는 아이들….
의자는 딱딱한 플라스틱이었지만 모니터에 얼굴을 박고있는 아이들과 웅웅 거리는 본체음, 시끄러운 게임소리는 너무나 친숙하다.
그래서일까.
나는 거리낌 없이 주인 아저씨가 가리키는 자리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켰다.
키보드가 역시 유연한 곡선을 자랑하는 태국글씨이다.
약간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메일을 확인 하려고 네이버를 친다.
잠잠하다가 갑자기 컴퓨터가 순간 고래고래 비명을 지른다.
비 삐 비 빅….
화면이 뜨질 않는다!
몇 분이 지나서야 겨우 반가운 네이버를 볼 수 있었다.
느려도 너무 느렸다.
그냥 속이 저절로 터질 지경이다.
메일 확인하는 데만도 한 참이 걸렸다.
아이고 미쳐 미쳐…
성질 급한 한국인에게 이 무슨 낭패란 말인가.
태사랑을 검색 하려고 하니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한글 자판도 칠 수가 없었다.
한글은 나오길래 안심하고 있었는데 헉 하는 소리가 나오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이었다.
아아 컴퓨터에 대해 좀 더 잘 알아둘걸….
ㅜ.ㅜ
마침 옆에서 한참 얻어 터지고 있는 마법사의 비명소리가 울러 퍼진다.
으악! 으악!

신이여 제게 왜 이런 시련을 주셨습니까요…

별수없이 메일의 글이 나타나길 기다리며 열심히 지어터지는 마법사를 본다.
근데 애들이 하고 있는 게임들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친숙한 마스크란 말씀.
한국산 게임
뮤 였다.
이런 곳에서 한국 게임을 보게 될 줄이야…
뿌듯했다.
이거 우리나라 게임이야 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로.

컴퓨터를 때려부수고 싶은 욕구를 참아가며 그렇게 열심히 메일을 확인했건만 쌓여있는 것은 광고메일뿐,…..
털썩….
OTL
그러고 보니 아직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워낙 사건이 많아 한 달은 있은 듯한 느낌이었는데….

이게 무슨 생고생이란 말인가.
돈은 돈대로 날리고 성격도 버리고…

30바트를 지불하며 나오는 입맛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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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동자세로 보고 있는 고양이 발견. 이 곳의 동물들은 사람들을 전혀 무서워 하지 않는다. 그 대범함에 감탄하며 사진기를 꺼내 드니 언제 처다 봤냐는 듯 얄밉게 걸어가는 요염한 고양이.

돌아오는 길에 향기로운 바비큐냄새가…
통째로 굽고있는 40바트나 되는 넓적한 등심 바비큐를 사서 먹으니 마음이 사르르 녹으면서 행복해진다.
그래 먹는 것이 남는 것이지.
마음이 한 없이 너그러워 지면서 폭파해버리고 싶었던 피시방도 성질 같아서는 한 대 갈겨주고 싶었던 컴퓨터도 용서가 된다.

신양이 가고 난 다음 왜 이렇게 맛있는 게 많은지….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네가 니 몫까지 싸그리 먹어주마.

그 동안 보인 비상식적인 신양의 먹을 것에 대한 집착은 다 이유가 있었다.

여행 첫날 공동주머니를 차기로 한 우리.
물론 돈은 내가 들고 있었다.
지나가면서 먹거리마다 눈독을 들였던 신양이었지만 그때마다 ‘맛없어보이네’ 하며 지나치더라는 나.
정말 얄미워 죽을 거 같은데 돈은 내가 들고 있었으므로 피눈물을 삼켰다는 신양.
참고 참았던 신양이 폭발한 것은 여행 둘째 날 이었다.
어둠의 오로라를 팍팍 뿌리며 잠시 보자는 신양.
다짜고짜 하는 말

“야 이 악덕기업주야!”
-_-

악, 악덕 기업주??

진짜 황당했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이 먹을 거 못 먹게 하는 사람이라며 이렇게 먹고 싶어하는데 니가 이럴 수가 있냐는 둥 별 소리가 다 나온다.
농담 같지만 그때는 정말 살벌한 분위기였다.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서러웠다며 쿠데타를 일으키는 신양.
-_-;;
그 시퍼런 서슬에 질려 이제는 주전부리에 관한한 자유권을 주기로 했다.
그렇게 먹고 싶었으면 진작에 말하지..
진짜 당하는 나로서는 어이없었다.

그때부터 주전부리를 목숨 걸고 먹어대는 신양…
여행 마지막 날이 되어서는 얼굴에 윤기가 흐를 정도였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몇 킬로가 쪘단다.
다 나 때문 이라는데 정말 어이없다.
그때 한이 맺혀 일부러 악착같이 먹어치웠다는 것이다.
내가 며칠 내내 못 먹게 한 것이면 또 모른다,
신양은 고작 하루가 지나자마자 나를 성토했던 것이다.

-_-;;


거의 10년 친구로 지내면서 하느님께 맹세코 큰 싸움이 일어 난적이 없었던 우리였는데 태국 여행 하루가 지나자마자 그것도 사소한 먹을 거 때문에 싸우게 되다니….
친구들끼리 싸운다는 소리를 들으면 친구인데 왜 싸우지 이런 사치스런 생각을 했던 나였지만…..
여행지에 나오면 꼭 싸우게 된다드만 딱 그 짝이다.

아무튼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나머지일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잘 지내긴 했는데 역시 신양은 삐끼사건과 더불어 악덕기업주 소문을 어찌나 그렇게 잘 퍼뜨려 났는지…

“야 너 신양 굶겼다메?”

얘기가 어찌 그렇게 되는 것인데!!
ㅜ.ㅜ

“악덕기업주 그 자체였다”

신양의 얄미운 한 마디.
이야기를 어떻게 했는지 트레킹 늦어서 질주한 사건도 내가 늦장 부려 고생한 걸로 이야기가 되어있었다.
진짜 어이없다 신양.
억울해서 고장난 시계이야기를 해주니 그런 얘기는 전혀 못 들었다는 기색.
-_-


한 품은 신양의 복수는 무서웠다.


야 근데 악덕기업주는 뭐냐?

신양에 말에 의하면 잔업을 한다고 밤 10시까지 꼬박 일한 적이 있는데 보통 그러면 간식이라도 사먹게끔 약간의 돈을 윗사람이 주는 게 관례라고 한다.
그런데 그때는 과장이 돈도 먹을 것도 차비도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는 것.
사람들이 과장을 손가락질 하며 악덕 기업주라며 숙덕거렸는데 내가 딱 그 짝 이었다고 한다.

털썩,,,
그렇게 심오한 뜻이.


신양의 복수는 정말로 무서웠다.



5 Comments
etoil 2005.10.22 13:57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실 너무 바빠서 계속 쓸까 망설였지만 어디든지 님같이 기다려 주시는 분이 있다는 걸 알고 이 몸 부셔져라 써보기로 했습니다. 감사해요^^
레이첼^^ 2005.10.22 14:54  
  저두 맛갈난 님의 여행기 왜 안올라오나..기다렸어요..^^전 갠적으로 혼자여행을 즐기지만 가끔은 같이 즐겨줄수 있는 이가 있는 여행이 더 즐거울 때가 있죠..요번편은 빽미님의 혼자여행한 내용보다 친구를 그리워하는 심정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 하네요^^담엔 왓포마사지한거 쭘 얘기해주세요 저 겨울에 태국2주갈껀데 어드밴스다이빙자격증이랑 마사지자격증 딸려구 생각중이거든요^^님 햇살좋은 토요일 오후네요~주말 행복하세요~글 잼나게 잘 읽고 가요~^---^*
태국처자 2005.10.23 00:43  
  친구분 가신다음의 여행기는 아니올라오나??
하고 기다렸었는데,,,ㅎㅎ
이제 보게 되네요..
홀로서기여행기의 나머지여정들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쌀쌀한 날씨 감기조심!!즐거운 주말되세요..^^[[하이]]
윤희영 2005.10.24 16:14  
  기다렸어요~~~~너무 잼있게읽고있어요~~~
어디든지 2005.10.27 17:33  
  오~ 드디어 올라왔군요!!
이렇게 재밌는 여행기 쓰시는 거 쉽지 않겠지만, 독촉을 하게 됐네요 ^^
태국을, 여행자체를 너무 그립게 만드는 글발이세요- [[부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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