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미와 신양의 태국 여행기 13- 에피소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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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미와 신양의 태국 여행기 13- 에피소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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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신양이 가고 난 다음에는 점점 게을러지고 해서 일기를 적지 않았습니다. 하긴 신양이 있을 때도 점점 귀찮아서 간소화해지는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여행 초기에는 잠들 때 30분은 걸렸거든요(피곤한데도 그런거 보니 암중으로 불안했나 봅니다. 그래도 역시 타국이니)
그때를 노려 적고 했는데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누우면 바로 잠이 드는 경지에 올라서 쓰는둥 마는둥 하다가 일기는 포기했습니다.
그때는 이렇게 여행일기를 쓰게될줄 몰랐는데 쓰면 쓸수록 답답한게..
후회스럽네요..-_-;
암튼 사진보고 시간의 흐름을 대충 유추는 하는데 정확한 날짜라든지 뭘 먹었냐 하는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잘 먹기는 먹었는데 쩝.
그래서 대충 생각나는 것 위주로 올리려고 합니다.


에피소드1
홍익인간과 홍익인간 여행사가 있는 사원 뒷길을 모두들 대충 아실 것이다.
뭐가 있고 뭐가 있고...
암튼 그쪽에 무에타이 연습실이 지나다니다 보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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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다

깜짝정보! 링 사이로 지나가면 밖으로 나가는 통로가 있다.
현지인은 이 곳을 심지어 막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 중에도 유유히 지나다닌다.
물론 다른 경로인 가게로 (헬로군 도움받으니 "유나이티드 트래블러스 롯지"라는 가게다) 나갈 수도 있지만 직원의 눈초리가 심히 부담스런 사람은 현지인처럼 애용해 보시라.

처음 지나갈 때는 상의를 벗어 재낀 건장한 남정네들의 근육에 눈을 때지 못했다.
ㅋㅋ

연습인지 싸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하게 두 명 이서 조를 지어 무리 지어 겨루고 있는데 괜시리 무섭기도 하고 내 볼일에 바빠서 무심히 지나가고 했었다.
하지만 신양이 가고 난 뒤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던 나..

바나나 생과일 쥬스를 사들고 지나가다가 때마침 시간을 잘 맞추었는지 박터지게 싸우고 있는 그 앞 간이의자에 앉아 천천히 싸움 구경도 하면서 쉬기로 했다.

노 슈가! 하고 외쳤건만 역시 바나나라서 충분히 달다.
하지만 역겹게 달지 않고 시원한 맛에 걸쭉해서 한끼 식사 대용으로 쓸 수 있을 만큼 만족스럽다.
내 생각으로는 별미중의 별미라는 수박쥬스 보다도 맛있었다
하긴 그때라면 너무 더워서 차갑다면 뭐든 맛있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스러운 것이 왜 생 바나나를 안 사먹어봤을까 하는것이다.
그때는 한국에서도 흔한게 바나나라고 생각해서 거들떠도 안봤지만 우리나라 바나나는 새파랄 때 따서 배안에서 노랗게 숙성시킨 맛이 아닌가.
파인애플도 그렇게 맛있는데 자연숙성된 바나나는 얼마나 맛있을꼬...
쩝!
다음에는 꼭 먹어봐야지~


아무튼 공짜로 건장한 남정네들을 보며 눈호사를 즐기고 있던 중 주인장인지 코치인지 아저씨가 어슬렁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그 아저씨 코치답지 않게 걸음에도 힘이 없고 어께도 축 늘어져 있다.

이제 그만 은퇴를....

권해 주고 싶을 정도로 힘빠진 모습이다.
그런 아저씨가 슬렁 슬렁 다가와 다짜고짜 하는 한마디!



나보고 무에타이 배울 거냐고 묻는다.



헉!


내가 경악해서 고개를 흔드니 벽에 달린 교습비를 가리키고 옆에 무슨 사진을 가리키는데...
한 덩치 하는 금발여인네가 피곤에 찌든 얼굴로 허리에 벨트를 두르고 손을 번쩍 들고 있는 모습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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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근처

나는 무슨 운동이든 하는 것보다 보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내가 유심히 처다 보니 관심 있는 줄 알았나 보다.

나는 근육과 복근을 쳐다보며 쉬고 있었슈.

강력히 노 땡큐! 라고 말하자 아저씨 못내 아쉬운 표정이 된다.


아저씨 내가 그렇게 한 쌈 하게 생겼나요?-_-;


아저씨 나보고 이뿐? 한다.
오해라지 마시라.
일본인이냐고 묻는 거니까.
당근 힘줘서 까올리 해줬다.

사실 신양 가고 나서 나는 일본인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태국 현지인은 백발백중 이쁜? 이러고 심지어 같은 한국인까지 오해한 적도 있었다.
아닌데..
나는 아주 한국틱하게 생겼는데...
-_-;

그런데 우습게도 정작 일본인은 보는 눈은 있는지 아무도 나보고 일본인이라는 오해는 하지 않았다.
그럼 난 뭐야?

아무튼 아저씨 까올리 하자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까올리 남자도 여기서 배우고 있다며 다시 나를 무에타이의 세계로 끌어드리려는 눈치가 보인다.

어허~나에게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세곕니다요.

피와 눈물이 흐르는 무에타이의 길을....
나는 이렇게 보여도 가녀린 여자랍니다!

그렇게 아저씨 은근히 나를 스카우트 시도를 하면서 어께랑 허리를 주무르면서 아픈 표정을 짓는다.
상처는 없는데...
벌써 고질적인 관절염과 신경통이 온 건가?

내가 누구냐!
타이 마사지를(비록 베이직코스지만)마스터 하신 몸이 아니시던가.
아저씨 등과 어깨의 혈을 꾹꾹 눌러다 주었다.
아저씨 흐뭇해 하신다.
ㅋㅋㅋ
아 배운 보람이 느껴지누나.

그래!
어느 정도 밑밥을 던져 났으니 오늘은 디카도 들고 나왔겠다 사진을 찍어야 겠다.
잘하면 헤이호 식당과 같은 작품이 나올 수도?
후후후

아저씨한테 사진 찍어도 되냐고 허락 맞고 카메라를 들었다.

근데 아저씨~
갑자기 허리를 곧게 세우더니 근엄한 표정을 짓는다.
엥?


헉!


프로다 프로!
얼마나 사진을 많이 찍어봤으면 그 힘없던 중년 아저씨는 절로 가고 어깨에 힘준 강인한 인상의 슈퍼맨이 나온다는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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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겨지지 않는 변화.


사진을 찍고 나니 아저씨 도로 풍선에 김빠지듯 변신전의 구부정한 클라크로 돌아간다.

차마 표는 못 내고 속으로 미친 듯이 웃었다.

영어에 자신이 없는지 쑥쓰러움이 많은지 차마 다가오지는 못하고 우리 곁을 유심히 주시하며 맴돌고만 있던 직원 한명이 잽싸게 끼어 들며 사진을 찍어준다고 한다.
당황했지만 이게 왠 떡! 오케이!
신양이 떠난 뒤로 찍어주는 사람이 없어 허전 했는디.

포즈잡고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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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다시 슈퍼맨으로 변신하는 아저씨의 파이팅 포즈!
이미 내 입가는 일그러져 있다.
웃겨서.


모두들 지나가다 강습소에서 그 아저씨(코치) 발견하면 사진 한방 부탁해요~~ㅋㅋ
무료한 일상의 화려한 변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3 Comments
etoil 2006.01.31 18:11  
  지금 갑자기 문득 기억이 나는데요 ㅎㅎ
사실은 저희 아버지가 이사진 우연히 보시고 완전 노발대발 하셨습니다.
어디 팬티만 입은 빨가벗은 남정네랑 딱 하니 붙어 뭐하는 짓이냐고요!
-_-;
팬티만 입은...-_-;;
정말 난감했습니다.
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고구마 2006.01.31 18:31  
  하하...잼있네요. 사진상으로 보면 저 아저씨의 클라크틱 한 모습은 잘 상상이 안되는데 말이죠.
사진 찍을땐 근육에 힘 딱 주고 찍으신 모양입니다.
tangilove 2006.02.09 01:48  
  너무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낼 회사가야하는데...두시간동안이나....ㅎㅎㅎ
지금은 새벽 1시 50분 ㅡㅜ ..졸립지만 너무 잼있어서..ㅋㅋㅋ
화이팅~! 힘내주시고 제발 끝까지 써주시길 바래요~~
(밤샐정도로 올려주시면 진짜 밤도 셀것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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