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미와 신양의 태국 여행기 12- 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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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미와 신양의 태국 여행기 12- 환청

etoil 7 1098
오랜만입니다.
안녕하세요
신양(이하 빽미) 기억 나세요?
다들 잊어 버리셨을 듯…변명하자면 워낙 바빠서 도저히 계속 쓸 수가 없더군요. 죄송.
민망하지만 다시 써 봅니다요.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우리 둘은 다시 태국으로 뜰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언제나 갈 수 있을지 ㅜ.ㅜ


5월 4일 여행 13일째


오늘이 테스트날이다.
공포의 테스트~~
으윽...

하지만 다 아시다시피 몸이 나를 도와주기는커녕 아주 지맘 대로 노니 영 자신이 없었다
결국 뚬 티쳐에게 애원하며 테스트 날을 하루 미루는 것으로 되었다.
그래 뭐든지 철판 깔고 우기면 장땡이다..히히
하지만 내 어린 파트너가 테스트에 무사 통과하는 모습을 보니 부러우면서도 웬지 얄밉고 내가 부모라도 된 양 대견한 복합적인 미묘한 기분이 되었다.
-_-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 이상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비록 말은 안 통했지만 많이 친해졌었는데...
가난해서 고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했던 파는 이 메일이 뭔지도 몰랐다.
말도 안 통하는데 연락이나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미적미적 헤어지려는 찰나
서투른 글씨로 전화번호가 적혀진 쪽지를 건네준다.
그 순간 그 애가 나를 그렇게 생각해 준다는 것에 가슴이 찡했다.
나는 얼마 후면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는 파와 만날 수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데...

정말로 보는 사람이 다 행복해지는 환한 웃음을 짓던 아이.
그 백만불 짜리 미소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보람찬 배움을 마치고 집으로 축 늘어져있는데 이제 좀 편히 쉬어 보려고 폼 좀 잡으니 어제부터 꿈결같이 아련히 들릴 듯 말듯 들려왔던 쿵짝 하는 드럼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게 아닌가.

아 또 환청이…

아 짜증이 밀려온다 밀려와….
어째서 나에게만 환청이 들리냔 말이다.
내가 긴 밤 외로움에 지치다 못해 정신병이 왔나 보다.
노도같이 밀려오는 짜증의 물결...
으윽…

나는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마치 싸이렌의 노랫소리에 홀린 어부들처럼 아련히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몽유병에 걸린 것 마냥 흐느적거리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고기 냄새를 맡은 개처럼 킁킁거리며 나는 음악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남몰래 귀의 화질을 최대한으로 높이며 나홀로 미친 듯이 헤메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것이 이상한 게 방에 누워있을 땐 들리다가도 나오면 사라진다.
그래도 나는 짜증이 폭발하면 무한한 에너지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온몸의 피부와 감각세포를 활성화시켜 온몸을 열어 나는 서서히 진원지에 조금씩 조금씩 진원지에 다가가고 있었다(아니 그렇다고 느껴졌다!)
역시 인간의 잠재력이란...훗.

그렇게 조금 걸어나갔을까..
아니 나를 발견하고 활짝 웃음을 띄며 반겨주시는 이분은..

쌀국수집 아줌마.
-_-;;

자택이 국수집 근처였나요?
당장 내 여린 팔뚝을 움켜지며 무작정 끌고 가는데..
엄마야~
이러시면~~~
안돼는데....

됩니다!


밖에 내놓은 식탁에 한 가득 차려진 맛있는 음식들~~을 본 순간 침이 꼴깍.
이런 것이라면 얼마든지 이용해주세요.^^

오오 이것이 바로 현지인들의 식사?
태국인들이 워낙 외식하는걸 많이 봐서 집에선 요리를 잘 안 하나 싶었는데...
나의 오산이었다.
떡 하니 뚬양쿵 같은 정체불명의 찌게를 가운데 두고 여러 가지 반찬으로 소담하지만 맛깔스럽게 차려진 식탁의 사랑스러운 음식들에게 차마 눈이 때지지 않는다.
식사를 하고 있던 쌀국수집 아줌시의 일가족들이 일사 분란 하게 무슨 대단한 사람 행차 한 것처럼 벌떡 일어난다.
참 민망하게 되어버렸다.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이런 실례가 있나.
하지만 다들 생글생글 웃으며 반겨주는데 기뻤다.

알고 봤더니 라차따 호텔 뒷 쪽은 태국 일반 가정집들로 모여있었는데 나는 난생처음 태국 일반 가정의 내부...는 아니고 외부를 보게 된 것 이다.
하긴 날씨가 너무 더우니 차라리 밖에서 식탁하나 두고 먹는 것이 더 시원하지 싶었다.
모두들 같이 먹자고 하는데...

이미 먹었는 뎁쇼...
그것도 배터지게...

아아 눈물이 다 난다.
누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나.

어찌나 권하는지 미안해 죽는줄 알았다.


그래 그냥 먹자 먹고 죽자!!


하는데 더 이상 권하지 않으신다.

나 나이스 타이밍..-_-;
왠지 아쉽다.

그런데 한바탕 소란을 겪고 나자 뻘쭘한 시간이 되었다.
남들 밥 먹는 거 멀거니 구경하고 있기도 그렇고..
쌀국수 아줌마 호의를 거절한 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냥 마냥 미소 짓는 쌀국수 아줌마에게 혹시나 싶어 뮤직소리의 진원지를 찾는다는 판토마임을 보여주니 갑자기 씩 하고 미소 지으신다.
그러면서 나를 또 갑자기 끌고 가시는데...
아줌마 그렇게 안 보이는데 힘도 참 쎄시다.
아줌마 주인을 알 수 없는 어느 집 현관문을 밀고 그냥 쑥하고 들어가는데 이래도 되나 싶어 우물거리자 연신 따라오라고 손짓하신다.
그래 별일 있겠나 싶어 신발 벗고 따라 졸래졸래 들어갔다.
아줌마 척척 계단을 통해 이층으로 서슴없이 걸어 올라가신다.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지?

드디어 도착한 이층 방의 방문.
미지의 세계의 통로 같은 심심찮은 오라가 풍겨 나오는 듯하다.

꿀꺽.
뭐지?

그 문을 아줌마가 벌컥 여니 갑자기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다 잠잠해지는 게 아닌가.

엥?

침을 꼴깍 삼키며 정체불명의 방에 들어서니 작은 방에 가득찬 전자음향기구들하며 기타를 메고 있는 젊은 남정네들이 나를 일제히 쳐다본다.
얼굴 뚷어지겠다.

엄마야~

이런 곳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아마추어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말똥이 쳐다보니 그저 어색한 미소를 띄울 수밖에..
아줌마 그네 들에게 뭐라 말하고 금새 나를 버리고 가버렸다.

아니 나는 우짜라고..

갑자기 그네들 일제히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 하며 샤방 웃는다.
분명 기뻐하는 듯 한데...

아줌마 도대체 뭐라고 한겨?

그러면서 일제히 자기 의자를 나한테 권했다.
어떻게 비치해 놓은 의자 하냐 없냐...
음향기구로 가득찬 이 작은 방은 발 디딜 틈 없이 비좁은데다가 제대로 앉을 곳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냉큼 양보해주는 웬 기타 치는 남정네의 의자를 빼앗아 앉았다.

그리고 음악을 들었다.


장난기 어린 표정이 매력적인 보컬의 목소리와 흥겨운 기타소리 신나는 드럼소리가 여과 없이 크게 귓가를 웅웅 울렸고 나는 그들의 열정적인 얼굴과 흐르는 땀 하나까지 코앞에서 볼 수 있으며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프로의 솜씨는 아니었지만 음악을 향한 정열은 프로못지 않았다.
저절로 흥겨워진다.

한참 넋을 빼고 그들의 음악을 듣다가 그들의 오리지널 노래라는 무슨 뜻인지도 알 수 도 없는 노래를 들었다.

띠루럴 랏 뻣 뿌욱겨ㅇ야러지갸곲....
-_-

저게 해석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분명 애절한 음조와 보컬의 애수에 빠진 표정하며 슬픈 노래임이 분명한데...


쳇 으이랴우 챷치 크락 샷 뚱~~~

-_-


계속 듣다 보니 안 어울리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정감 있는 노래다.

그래도 역시 서투르다..
하고 속으로 웃었지만 이거야 말로 오직 나 혼자만을 위해서 들려주는 음악이었다.

엑설런트~!
베리 굿!

아낌없이 칭찬을 해줘도 모자랄 만큼 기뻤다.

그렇게 그들과의 시간이 짧고도 긴 시간이 끝나고 그들은 연습을 마친 듯 기구를 정리하는데 갑자기 기구사이에서 누군가 벌떡 일어나서 나온다.
헉...
-_-;;
정말 150밖에 안되어보이는 아담한 큰눈이 인상적인 인도계 미녀였지만 언뜻 보이는 중에서도 그 몸은 이미 미스코리아다.
그건 그렇고 근 한시간 가까이 추정되는 시간 중에서도 전혀 그녀의 존재가 있는 줄도 몰랐었다.
아니 숨은 그림 찾기도 아닌데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었단 말인가.
기계 사이에 교묘히 숨겨진 침대가 그제야 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 시끄러운 음악소리 중에서 태연히 잤을 리도 없고...
지금 생각해도 알 수 없는 버뮤다 삼각지대 뺨치는 미스테리다.

알고 보니 그녀는 나에게 의자를 양보한 샤프하게 생긴 기타리스트의 애인이었다.
영어를 그네들 중에 그나마 쪼금 하는 보컬이 소개해준다.
멋쩍게 사왔디 카 하고 서툰 태국식 인사를 하니 작은 얼굴의 미녀가 웃는다.
아이고 귀여워라~

특별한 경험인데 이렇게 헤어지는가 하며 아쉬워하는데 보컬이 자기들이 연주하는 클럽이 있는데 놀러 오지 않겠냐고 꼬신다.
아마추언줄 알았는데 영 맹통 아마추어는 아닌 갑다.

오예~~
이게 왠 떡~안 그래도 할일 없는데 잘됐네

보컬이 적어주는 클럽 이름과 시간이 적힌 쪽지를 소중히 챙기며 그렇게 그들과 헤어지었다.


그리고 저녁 나는 짜뚜짝에서 산 짝 달라붙는 나시를 입으며 나름대로 신경 써서 차림을 꾸민 다음 마지막으로 쪽지를 꺼내려는데 어랍쇼 귀신이 곡할 노릇인 게 그 쪽지가 깜쪽같이 사라진 게 아닌가.
아니 이런 낭패도 이런 낭패가 있나.
온방을 다 뒤져도 사라진 쪽지는 수도하는 도사들처럼 지도 은거하는지 홀연히 자취를 감춘 뒤였다.
아니 모처럼 의상에 힘도 줬는데...
꼭 가겠다고 철썩 같이 약속도 했것만...
역시 내 팔자가 그렇지...

그러나 안되면 되게 하라!
분명히 카오산 로드 다음 거리랬다.
그래 뒤지면 나오겠지.
나는 무작정 거리를 뛰쳐나왔다.

참 무식한 짓이었다.
-_-;

이제껏 헤메었던 지난날의 암울한 추억을 되살리는 짓이라는 것을 카오산 로드를 지나고서야 알았다.
암만해도 없는데?
이상하다
이상하다
싶어서 계속 걸어갔더니 큰 도로가 나오는 게 아닌가.
망했다.
잘못 들었나 보다.

암담한 심정에 지나가는 태국인 커플을 잡고 당황하는 그네들에게 물어봤지만 역시나였다.

그려 내 팔짜가 그렇지 뭐..
하며 터덜터덜 돌아가는데 아까는 지나쳤던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설마...
이것은 거리가 아니다.
그냥 골목이다.
-_-;

거리라면 끝과 끝이 이어져야 하는데 이곳은 그냥 조금 움푹 들어가고 만 모양새다.
위치가 궁금하시다면 헬로 태국군의 지도에서 카오산 로드 다음에 정말 표시도 나지 않을 듯 조금 들어간 부분을 주목 하시라.
그러나 혹시나 하는 심정에 그 골목으로 들어선 나.
게스트하우스 명패사이로 식당인지 술집인지 알 수 없는 간판이 나 홀로 보인다.
음 눈에 읽은데?
그래 밑져야 본전!
자 마님 나가신다~~

그러나 마음뿐 주춤주춤 들어서니 일제히 한가로이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다들 쳐다본다.
뭐 하도 일제 시선집중을 많이 당해서 이제는 그러려니 하지만 역시 익숙해지지 않는 위화감은 어쩔 수 없다.
그때 한 덩치 하는 웨이터 청년 두 명이 내게로 갑자기 다가와 무슨 일이시죠 하는 표정으로 말뚱히 보는 것이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낭패다..
뭐라고 할말도 없었다.

누구 찾으러 왔는데요
밴드래요
잘은 모르구요 얼굴만 알아요
-_-;

헛다리면 무슨 쪽이란 말인가.
그냥 나는 태국어 못해요 영어도 못하지요 하는 얼굴로 싱긋 웃으며 과감히 그 둘을 무시하며 창문사이로 음악이 새어 나오는 내부의 문을 에라 모르겠다 열어 재쳤다.

허억...

뭐냐 이건..

태국에서 아니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런 풍경은 난생 처음이었다.

크지도 않는 이 작은 홀을 발 딛을 틈 없이 가득 채운 십대로 보이는 태국 애들이 쩌렁쩌렁 울리는 음악소리에 맞춰 미친 듯 몸을 흔들어 재치는 데 정말 말로 묘사 못 할 정도로 광란의 춤이며 작태였다.

마치 마약이라도 취한 양 주위시선 하나도 의식하지 않고 되는 데로 무형식의 춤을 추며 소리치는데 무심코 눈이 마주친 몸을 벌벌 떨며 전기춤 같은 춤을 추는 남자는 심지어 눈빛이 흐릿한 게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너무 놀라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니 구석에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노래하며 연주하던 보컬과 밴드가 나를 알아본 듯이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찾았…네?

반갑기보다 황당하다.
나도 얼결에 손을 흔들었다.

그 순간 또 발견한 익숙한 얼굴.
아까 보았던 작은 인도계 미인이었다.
다행히 나를 보고 활짝 웃으며 나를 잡고 자신의 그룹속으로 이끌었다.
동그란 탁자에 빙그러니 술을 마시고 춤을 추던 그들이 생전 처음 보는 낯선 타인인 나에게 흔쾌히 반겨주며 웃으며 이름을 소개하는데 너무 시끄러워 반도 들리지 않았다.
핸섬한 미남이 세 명에다 인도계 미녀와 중국계로 보이는 통통한 태국 처녀가 일행이었는데 아마 다들 밴드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인 듯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술을 권해주는데 거의 다 비어가는 양주병과 달아오른 얼굴이 이미 많이 마신 듯.
하긴 헤메느라 한참 돌아다녔으니 이미 시작해 달아오른 분위기겠지.
멍한 정신으로 들이킨 소다수와 얼음으로 연해진 양주는 그리 독하지 않았다.

조심스레 주위를 둘려보니 다들 눈빛이 흐릿하면서 춤을 추는데 어찌나 열정적인지 춤이 아니라 무슨 한풀이다.
너무 처절해서 무서울 지경이었다.
외국인은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얼어서 술잔을 생명줄 처럼 부여잡고 그들의 광란의 춤을 지켜보았다.

우리 그룹도 곧 일어나 춤을 추는데 나보고 연신 춤을 권한다.
에고..
나의 뻣뻣춤이 그리도 보고 싶단 말이냐..

일단 일어나긴 했는데 당연히 위축되어 그저 서있을 뿐이었다.

어 헉!

우리 일행이었던 핸섬보이 두 명이 서로 밀착해서 섹쉬 춤을 유연하게 추는 걸보고 순간 눈을 의심했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먹힐듯한 미남 둘이서 저게 뭐 하는 짓이래?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이쁘 게 생겨서 마음에 들었던 미남이 애교가 철철 넘치는 눈웃음 살살치며 너도 추라는 얼굴로 몸을 비비 꼰다.

웨 웨이브~!
강하다
내가 웨이브를 하면 김완선이다.
근데 넌 뭐냐...
왕의 남자를 보며 느꼈던 충격과 좌절의 서스펜스!
여자보다 이쁜 공길이.
으흑.

게이는 많이 봤지만 여장차림이 아니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었는데...
그러나 둘 다 미남이라서 그런지 너무 잘 어울려서 오히려 슬프다..
ㅜ.ㅜ

술이 얼마 안 남았는데..새 술을 시켜야 되지 않을까 하는데 인도계 미녀 남아있던 얼음 바께스에 통째로 술을 붓더니 소다수를 부어 즉석 쉐이크를 만들어 버린다.
입이 절로 벌어진다.
그 바께스를 통째로 들어 한명씩 마시며 돌리는 게 아닌가.
결국 나도 마시고 말았다.
바께스 양주 먹어본 사람 있으면 나오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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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조출현 바께스. 이런 바께스 였다!

그렇게 돌려가며 들이키니 바께스도 동이 나고 말았다.
술이 들어가니 역시 기분이 알딸 한 게 좋다.
광란의 춤을 추는 아이들도 지금 보니 마냥 귀엽다.
그래 알고 보면 얘네 들은 나보다 5살은 더 어릴 텐데...
지네들이라고 왜 스트레스가 없겠나.
섹시한 몸을 무기로 남자들을 꼬시고 꼬이던 상업적인 냄새가 났던 다른 클럽에는 엿볼 수 없었던 순수한 열정이다.
그저 춤에 취해 술에 취해 음악에 취할 뿐인 그 것이 정말 진짜 클럽!

그래 더 마시자 마셔
마시고 죽자

하는데 생음악에서 레코드 음악으로 바뀐다.
어느 샌가 짐을 챙기고 있는 밴드보이들...

아쉽구나.
내가 뒷북 치는 데는 선수인 갑다..
-_-;

보컬과 일행들을 따라 밖으로 나오니 거짓말처럼 조용했다.
게이 커플로 의심되는 눈이 즐거운 미남 두 명은 인사하고 더 즐기려는 듯 안으로 도로 들어가고 갑자기 통통 중국계 태국녀가 나한테 친한 척을 한다.
하긴 아까는 분위기도 그렇고 너무 시끄러워 대화도 되지 않았었다.
그녀는 영어를 제법 잘했다.
나보고 어디 묵냐고 물어보고 태국은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친절히 충고해준다.
게다가 역시나 여자 혼자 여행한다며 놀라워 한다.
태국의 밤거리는 위험하다나?
새벽에도 미친 듯이 돌아다녔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다.
그 얼마나 여유로웠던가?
역시 모르는 게 약이다.
-_-;

그 다음으로 빠짐 없이 나오는 나이 얘기...
서양에서는 나이를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 라더만 태국에서는 울 나라와 마찬가지로 당연코스다.

태국인-너 몇 살 이야?

나-26

태국인-@_@ (벼락이라도 맞은 듯 놀라워 하는 표정으로 순간 말을 잊는다)

-_-;

모두들 참 뭣할 정도로 놀란다.

이때도 일행 모두 농담이지 하며 믿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인사 치례 겟 거니 했지만 만났던 모든 태국인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게다가 그 놀라는 표정이 너무 실감나도록 격렬해서 내가 큰 죄를 진듯한 기분이 절로 들 정도다.
못 믿겠다 하시는 분은 빽미와 신양의 태국여행기 1편의 삐끼사건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태국 여행가실 분들 그냥 자기 나이에서 5살 정도 사정없이 깍으라고 권해주고 싶다.
내 경험상 사는데 지장 없다.
ㅎㅎㅎ...언제 또 어려져 볼까..
-_-

음...이로서 내게 관심을 보이던 말수 없던 부잣집 도련님같이 생긴 태국 청년과 기타등등이 서운하게 느껴질 정도로 바로 관심을 끊는다.
-_-;
좀 아쉽긴 하지만 뭐 다 동생뻘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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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쪽지는 왜 늘 나중에 발견되는 걸까?
화질 꾸지지만 잘 보면 반마윰(??) 이라는 가게이름이 적혀있다.


밴드보이들은 어찌나 착한지 택시까지 잡아준다.
나 혼자 보낼 줄 알았는데 줄줄이 일행 모두 택시에 올라 깜짝 놀라긴 했다.

자 일단 나를 포함 다섯이다.
-_-;

당연히 불가능 할 것 같다.
아니 불가능이다.

택시기사 포함 여섯.

언뜻 떠올려도 누구 하나는 천장에 붙어 있거나
혹은 쪼글쳐 앉아 구석에 처박혀 있거나
혹은 기하학 적인 포즈로 포개 앉거나 해야 가능한 숫자다.

하지만 가능했다!

다만 버스 뒷 자석도 아니고 다섯이서 택시에 낑겨 타는 진귀한 경험을 해보니 참 택시 아저씨 얼굴 쳐다보기가 민망할 뿐...

민망한 느낌이 앞설 정도로 실제로는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내가 말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들이 여버서 가능했다.
다들 남잔데도 원체 말라서 가능했던 게 아닐까.
이 사람들 국수에 설탕까지 타먹는데 말이지...
생각하면 짜증이..ㅋㅋ

나는 줄줄이 올라타길래 연습실에 가는 줄 알았는데 다들 집에 간다고 한다.
나를 무사히 배웅해주기 위해 굳이 불편하게 낑겨서 택시로 왔던 것이다.
심지어 택시비도 그들이 냈다.
술도 공짜로 얻어마셨는데...

이 미련할 정도로 순박한 그들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사람들이 살고 있는 태국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방으로 들어와 잘 준비를 마치고 눕는 순간 오늘은 신양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7 Comments
트위티 2006.01.29 20:22  
  잼있게 보던 글이 안올라와서 서운했는데.....반갑네요...계속 부탁해요
entendu 2006.01.29 23:40  
  ㅋㅋ. 여행기 정말 오랜만이여요.
태국애들 정말 나이는 -5해서 불러줘야 될것 같아요.
저도 제 나이 말했더니 거의 기절하는 분위기 - 더 심각한건 이미 -3정도 한 상태였는데도.. ㅜ.ㅜ
이동미 2006.01.29 23:56  
  오-  너무 오랜만이예요 ^^
재밌게 여행기 읽고..
글 언제 올라오나 기다리고 있었거든요..ㅋㅋ

역시. 재밌네요..
앞으로 틈틈히(?) 빨리(??) 올려주세요 ^^
etoil 2006.01.30 15:06  
  트위티님 이동미님 잊지 않으셨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열심히 써보도록 노력할께요 ㅋㅋ
entendu(앙땅뒤)님 제대로 읽은거 맞나요?^_^;; 다시 보니 넘 반갑습니당.
이미 -3을 하시는 센스! 나는 이번에 태국가면 정말 -5해볼 생각입니다. 반응이 궁금하네요 ㅎㅎㅎ
미르사랑 2006.01.31 17:39  
  오랜만에 글 보네요... 언제봐도 달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toil 2006.01.31 18:05  
  미르사랑님 넘 감사합니다^^
저도 정말 오랫만이다 싶어 예전에 썼던 글 읽어보니 어떤 분이 젊어서 타지에서 고생 사서하는 것같다고 적어 두셨는데 지금생각하니 그 고생이 다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렇지요? 제일 죽고싶었던 고생이 지금은 제일 잼나지 않습니까? 생각하면 실없이 ㅋㅋㅋ 웃음이 튀어나오고..
나만 그런가?-_-;
저같은 경우는 워낙 사건사고를 찾아당기는 경우가 많아서 그분께 민망하기도 하네요 ㅎㅎ
찔레꽃 2006.02.04 14:42  
  재미있는 여행, 재미있는 글...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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