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떠난 '다낭-호이안' 4박5일 저렴한 여행기-네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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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떠난 '다낭-호이안' 4박5일 저렴한 여행기-네번째

디다케 8 714

2018. 11. 3. 토요일

어젯밤 일찍 잠든 덕분에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잠에서 깼다.

얼굴도 잘 알지 못하는 룸메이트들 깰 까봐 조심스럽게 씻고 숙소를 나왔다.

숙소 스탭에게 자전거를 빌려 어제 ‘hoianfreetour.com’에서 이메일로 알려준 미팅장소로 가는 길... 아침 공기가 시원하다

간혹 눈에 띄는 노점에서 아침 식사로 반미를 포장해가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숙소에서 미팅포인트까지는 자전거로 대략 10분 남짓.

미팅 시간은 8시인데 이제 7시 조금 넘었다. 너무 일찍 왔다

근데, 나 말고도 한 어린 베트남 친구가 문이 잠긴 여행사 사무실 앞에서 스쿠터에 걸터 앉아 아침을 먹고 있다

아마 오늘 가이드를 해 줄 대학생인가 보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이 친구.... 무척 순수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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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한 병 사들고 여기 저기 골목을 들어가 본다 

이른 아침부터 담장에 사다리를 기대놓고 올라가 나뭇가지를 자르고 계신 아저씨, 한가로이 골목을 돌아다니는 닭들, 골목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 현지인들... 

정신없는 우리네 아침과는 달리 느리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8시가 다 되어 여행사 앞으로 가니, 역시 무료 투어에 참여할 서양 젊은이들이 모여 자기들끼리 인사를 주고받고 있다.

비록 출신 국가와 이름을 대는 것이 전부지만 나도 용기 내어 이들 틈에 껴서 인사를 나누었다.

 

투어는 이렇게 진행되었다.

일단 투어에 필요한 5만동(무료 투어 맞다. 이 돈은 체험마을까지 이동하는 배삯과 체험마을 주민에게 돌아간다)을 가이드에게 주고, 각자 자전거를 타고(자전거가 없는 사람들은 여행사에서 3만동에 빌려준다) 앞장선 가이드를 따라 강변 선착장으로 이동해서 기다리고 있던 배를 탄다.

 

배는 10여 분 정도 걸려 강 건너 섬에 닿았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배를 건조하는 장소로 가서 베트남 배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강가에서 배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어느 시골집으로 이동한다.e0538a8f15d9d2e3c27f246fbdd2d89d_1542160276_32.jpg

이곳에서는 쌀을 물에 불려, 맷돌로 여러 번 곱게 갈아낸 후, 이것을 다시 아궁이 쪽으로 가지고 가서 얇은 삼베 같은 피륙 위에 얇게 펴 둘러 라이스 페이퍼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라이스 페이퍼를 말리지 않고 그대로 국수 뽑는 기계에 넣어  제법 넓은 폭의 국수처럼 뽑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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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을 모든 투어 참가자가 돌아가며 한 번씩 하고, 잠시 다과 시간을 갖는다.

시원한 차와 조금 전 만들어 본 라이스 페이퍼위에 바삭한 쌀과자 같은 것을 붙인 간식거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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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간장과 느억맘을 섞은 것 같은 소스에 찍어 먹는데 제법 고소하고 맛나다.

 

라이스페이퍼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 끝나고 시식과 간단한 휴게가 끝나자 가이드가 투어 참가자들에게 1~2만동 씩을 나누어 준다

체험을 시켜주신 주민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직접 드리라는 것이다.

 

라이스 페이퍼 체험 장소를 나와 자전거를 타고 논 길을 가로질러 한 사당으로 들어갔다.

아마 황()씨 성을 가진 일가의 사당인 것 같았다. 사당에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사당 내부를 좀 둘러본 후,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돗자리 만드는 집으로 이동.

 

지푸라기를 염색해서 틀에 넣고 돗자리를 짜는 과정을 보고, 모두 한 번 씩 돌아가며 돗자리 짜는 것을 체험한다. 이곳에서의 체험이 끝나자 가이드가 또 다시 1~2만동 씩 나누어주고 직접 체험을 시켜준 주민에게 감사 인사와 함께 돈을 드리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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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목공예를 하시는 분의 매장 겸 작업장으로 가서 이 마을 목공예 장인이 직접 만든 공예품들을 구경하고 필요한 사람들은 간단한 목공품을 구매한다

나는 목공예 장인이 자신의 아들을 옆에 앉혀놓고 기술을 전수하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다가, 나무 주걱과 뒤지개가 각각 2개씩 4개 한 세트로 묶인 것을 집어들고 10만동을 내고 나왔다.(집에 돌아온 뒤 아내에게 처음으로 잘 사왔다고 칭찬받은 선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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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배를 타고 호이안으로 돌아온 시간은 낮 12시 쯤. 

 

Avos and mango restaurant이라는 곳으로 옮겨 각자 음료나 간단한 샌드위치 등을 먹으면서 가이드가 나누어 준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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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설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유익했는지, 대학생들의 영어는 괜찮았는지, 무료 투어를 진행하면서 소정의 비용을 지역 주민에게 직접 기부하며 지역과 상생하려는 자신들의 취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뭐 이런 것이었는데 중간에 자기들의 취지에 공감한다면 기부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설문도 있었다. 

 

.... 아무 계획없이 여행하는 혼행족을 현지인들의 마을에 데려가서 이것 저것 체험할 수 있게 해주고, 알아듣지 못했지만 열심히 설명해주고 반나절을 놀아줬는데 얼마나 고마운지...

이 무료 투어가 없었다면 어쩌면 이 시간에 최소 60~70만동을 주고 쿠킹클래스를 하고 바구니 배를 탔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흔쾌히 기부금을 내겠노라고 마음 먹었건만 얼마를 써내야할 지 솔직히 잠시 고민이 들었다.

그러고는 약간은 부끄러운 마음으로 5만동을 기부금 액수로 써내고 지갑에서 5만동을 꺼내 설문지와 함께 가이드에게 들려주었다.

 

잠시 여러 생각이 들었던 것은 이때였다.

나와 함께 투어에 참여한 팀원들은 미국에서 온 30대 중반의 여성 1, 스위스에서 온 어린 커플(여성은 인도 이민자 출신처럼 보였다), 그리고 독일 대학원생 2명이었다

이들이 설문지를 내면서 기부금으로 낸 돈은 두 사람이 합쳐 1만동을 내거나 많아야 2만동이었다.

 

부끄럽지만 고백하건데,

나는 이 카페에서 설문지를 작성하면서 여러 가지를 고민했다.

우선, 더운 날씨에 무료로 가이드를 해준 친구들은 한 사람도 음료나 먹을 거리를 주문하지 않았다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은 각자 5~8만동 상당의 간식들을 주문해서 각자 망고 스무디 등 음료를 마시고 있는데, 3명의 어린 대학생 가이드들은 물만 마시고 있는 상황이 영 불편했다.

기껏해야 1~2만원이면 될 텐데 나라도 가이드들에게 음료를 사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고민이 들었다.

 

또 기부금으로 5만동을 적어내면서는 이걸 또 원화로 환산해서 계산을 해 보면서 잠시 고민을 했다

‘5만동이면 겨우 2,500원 아냐? 이걸 기부금이랍시고 내기 좀 창피한데?’

하지만, 간단한 햄버거 하나도 가볍게 1만원을 넘길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생활 물가를 자랑하는 나라에서 온 이 친구들은 1달러도 안 되는 돈을 너무나도 당당하게 내는 모습을 보면서 소심하게 고민에 빠졌던 내가 잠시 초라하게 느껴졌다.

 

투어 참가자들이 서로 자신의 여행경험과 계획을 자유롭게 나누는 상황이 아주 편치많은 않았다.

뭐.... 이 친구들이 자유롭게 주고받는 대화가 정말 내게는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베트남 현지인들의 대화나 다름없었으니.... ㅋㅋㅋㅋ

겨우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일어났는데, 구석 다른 테이블에 아침 일찍 여행사 사무실 앞에 도착했을 때 만났던 대학생 친구 Đặt이 앉아 있었다.

 

괜한 용기가 생겼다. Đặt에게 같이 점심 먹을 수 있는 지 물었다

Đặt이 흔쾌히 동의하며 또 한 명의 여자 대학생 친구를 데리고 나왔다

이렇게 세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Đặt이 인도한 노천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닭고기 덮밥(껌가)을 먹으면서 30여 분간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다

Trang Taty라는 여대생은 한국을 한 번 다녀왔다고 했고, 휴대전화에 한글 자판도 깔아놓고 있었다.

Đặt이라는 친구는 우리 큰 아이와 겨우 2살 차이인 19살인데, 새벽 2시까지 다낭에 있는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무료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끌고 새벽에 호이안으로 왔다고 했다.

 

닭고기 덮밥은 맛있었다

사실 어제도 호이안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으로 먹은 메뉴였지만, Đặt이 베트남 음식을 소개 해준다며 시켜준 음식이라 고마운 마음으로 닭고기 덮밥을 먹었다.

 

내가 먼저 베트남 음식을 같이 먹자고 제안했으니 밥 값은 내가 내겠다고 했다

3명이 먹은 밥 값은 1인당 2만동 씩 겨우 6만동(3천원)이었다. ㅋㅋㅋ 

어제 내가 저렴하게 로컬 식당에서 먹은 닭고기 덮밥이 35,000동이었는데, 현지인들과 함께여서 가격이 달라진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대화 상대가 되어준 대학생 친구들에게 나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알려주고 고마운 인사를 전한 후 자리를 끝냈다.

 

여전히 시간은 오후 2시 밖에 안됐다.

올드타운은 어제 다리 아플 정도로 돌아다녔고, 달리 갈 곳도 없었지만 숙소에서 빌려온 자전거가 나를 어디든 데려다줄 수 있을테니 어디든 가보기로 했다.

 

두어 시간 동안 호이안 외곽으로 나가 자전거를 달리는 동안 자전거를 탄 많은 여행자들과 마주쳤지만 이들은 예외없이 모두가 백인들이었고, 도저히 리조트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외딴 지역에 덜렁 떨어져있는 작은 리조트 안에는 백인들이 한가롭게 썬베드에 누워 그들만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쁘고 구분할 수도 없고 그럴 생각은 없지만 삶과 여행을 즐기는 모습은 동양과 서양이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여행 내내 끊임없이 들었다

다만, 전적으로 네이* 블로그에 의존해 남들과 똑같은 곳을 찾아가 똑같은 것을 먹고, 똑같은 것을 보고 돌아오는 여행만큼은 최대한 극복하도록 노력하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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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돌고 돌아 드디어 숙소 근처 도로로 접어들었다.

반미 노점 한 곳이 눈에 띄었다

배도 출출하겠다. 젊은 주인 남자가 커다란 비닐봉지에 가득... 어림잡아 30~40여 개의 반미를 한 손에 들고, 나머지 한 손으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배달 가는 모습을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반미 한 개를 주문해서 바로 그 자리에 서서 먹었다.

아 이거슨......‘존맛이라는 표현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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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하노이 여행 때 유명하다는 반미25’라는 곳에서 먹었던 것은 반미가 아니었다.

몇 해 전, 라오스 루앙프라방 메콩 강변에서 진한 라오스 커피와 그리고, 그리운 비어라오와 함께 맛봤던 라오스 바게트 샌드위치와는 또 다른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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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전혀 거부감없이 독특하면서도 정말 맛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나니 겨우 오후 5.

여전히 룸메이트들의 얼굴은 볼 수가 없다.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대충 짐 정리도 하면서 생각해보니 사실 상 내일이 마지막 날이다

왜냐하면 모레 00:30 비행기로 귀국을 해야 하니 이 저녁을 그냥 보낼 수 없다.

 

저녁 7시 숙소를 나와 터벅 터벅 걸어 올드타운 쪽으로 향한다.

시장에 가서 라이스페이퍼에 각종 야채와 돼지고기 꼬치구이를 싸 소스에 찍어 먹는 넴 느엉이라는 음식이 있다는 데 그걸 파는 곳을 찾아 먹어볼 요량이다.

숙소를 나선지 얼마되지 않아 나무 젓가락을 쪼개 그 사이에 돼지고기를 끼워 숯불에 굽고 있는 노점이 눈에 띄어 가까이 가서 보니 라이스페이퍼에 싸 먹는 음식은 아니었다.

살짝 보고 돌아서 가는데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꼬치구이 노점 아주머니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왠지 마음이 좋지 않아 조금 있다가 돌아 올게요라는 의사 표시를 했더니 그제서야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인다.

 

올드타운 가는 길에 여행자 바지 판매하는 곳을 들렀다.

작년에 하노이에서 샀던 바지가 예쁘고 입기 좋았는데 한번 빨래를 하고 나니 줄어들어 버렸단다. 그래서 다낭에 갔을 때 혹시 같은 디자인의 바지가 보이면 가장 큰 사이즈로 사오라는 아내의 지령이 있어 사진을 보여주며 같은 디자인의 바지가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있단다. ㅎㅎㅎ 다행이다.

 

그런데 바지 한 벌에 15만 동을 부른다

작년 하노이 여행 때 적어놓은 비용목록에는 6만동에 구매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너무 한다 싶어 열심히 깎아달라고 부탁을 했고, 겨우 217만동에 합의가 되었다

일단 아내의 심부름 중 하나는 해결이 되었고, 남은 것은 사이즈다

내 기억에 바지 사이즈가 1~3까지 숫자로 되어 있으니까 가장 큰 1 사이즈를 사와’.....라는 아내의 말이 남아 있어 가장 큰 1사이즈를 달라고 했다

기분 좋게 거래를 마치고 난 여행자 바지 2벌이 담긴 비닐봉지를 손가락에 끼고 흔들며 콧노래를 불렀다. 미션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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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몇 년전 태국 방콕 여행 때 어설프게 한국어 몇 마디를 구사하는 카오산로드의 의류 매장 직원이 나에게 숏맨에게 맞는 바지라며 짧은 바지를 권했는데, 입어보거나 몸에 대보지도 않고 20벌이나 사와 아내에게 핀잔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해서 앞으로 다시는 당신 혼자 옷사러 가지마라는 잔소리를 듣게 됐다. 가장 큰 사이즈는 ‘1’이 아니고 ‘3’이었단다. 그런데 또 가장 작은 사이즈의 바지를 사갔으니 난 진정한 쇼핑 고자인 듯.... ㅠㅠ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mytravel2&wr_id=106065

 

  

호이안 시장 쪽으로 슬슬 걸어다니며 구경하고 있는 내 손가락에 아직 여행자 바지 2벌이 담긴 비닐봉지는 기분 좋게 들려있다.

 

시장은 벌써 거의 문을 닫았다. 과일가게, 생선가게들도 모두 철수한 상태.

시장 한 복판에서 돼지고기와 야채를 끼운 꼬치를 숯불에 굽고 있는 아저씨가 보였다.

 

“‘얼마에요?”

“1만동

 

“‘꼬치 한 개에 1만동이요?”

“(끄덕 끄덕)”

  

목욕탕 의자 하나 깔고 앉아 자리를 잡았다.

꼬치 3개를 주문했더니, 각종 야채와 마른 라이스페이퍼, 그리고 낮에 무료 투어에서 만들어 보았던 덜 마른 라이스페이퍼를 겨우 꼬치 3개와 함께 한 상 가득 함께 주신다.

 

옆 테이블에 앉은 2쌍의 젊은 베트남 커플들이 먹는 모습을 보고 따라한다.

완전 건조된 사각의 라이스페이퍼 위에, 마르지 않아 떡같은 식감을 가진 원형의 라이스페이퍼를 올리고, 다시 그 위에 야채와 숯불에 구운 고기를 싸서 라이스페이퍼를 둥글게 말아 앞에 있는 소스에 찍어 한 입 베어 맛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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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존맛이다. 맥주가 술술 들어간다. 

옆에 놓인 작은 고추를 한입 베어 물었다. 엄청 맵다.

그런데, 청양고추처럼 맵싸한 느낌이 길게 가지 않고 훅~ 들어왔다가 금새 빠진다.

옆에서 먹고 있던 베트남 커플들이 매워하는 내 표정을 보고 키득거린다.

 

4만동을 지불하고 나왔다.

근데 내가 먹은 것이 넴 느엉이 맞는지 모르겠다. 암튼, 맛있었다.

 

... 더 이상 할 것도 없고, 다시 숙소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숙소를 나온 직후,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던 꼬치구이 노점 아주머니가 눈에 밟힌다.

.... 마직막 날인데 어떠랴 싶어 꼬치를 굽고 계신 아주머니 노점으로 들어갔다.

아주머니가 내 얼굴을 기억하고 웃으신다.

이곳에서는 그저 돼지갈비 양념과 비슷한 간장 양념된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워내는 것이 전부다.

꼬치구이 3(개당 7천동)를 주문해 맥주 한 캔과 함께 맛을 본다.

아주머니가 꼬치를 구우시면서 계속 뒤를 돌아 꼬치구이를 먹고 있는 나를 쳐다보신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맛있어요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선한 얼굴로 환하게 웃음 짓는 아주머니가 보기 좋다.

추가로 주문해 모두 합해 꼬치구이 6개와 맥주 2캔을 마시고는 8만동을 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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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시장에서 먹었던 넴 느엉(?)’보다는 맛이나 포만감이 부족하고, 돈도 살짝 더 받으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아주머니과 서로 주고받은 미소 때문인지 기분 좋게 인사하고 나왔다. 

 

꼬치구이 노점 옆에 과일주스를 판매하시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셔 망고 주스를 주문했다.

슈가? 밀크?”

노 슈가, 밀크 오케이

 

망고 한 개를 통째로 갈아 내더니 25,000동을 달란다. 어제 시장에서 망고 1개를 3만동 주고 사먹었는데.... ㅎㅎㅎ

 

우왓! 이것도 정말 진하고 맛있다.

역시 동남아는 생과일 주스 천국이다. 매우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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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고 주스 하나 입에 물고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거린다. 

어떤 곳은 너무 어두워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여자 분들만 돌아다니기엔 좀 무서울 수도 있겠다.... 싶다.

 

한참을 산책하다가 숙소 앞 미니마트에서 맥주 한 병과 구운 캐슈넛 한 봉지를 사들고 숙소로 들어갔다.

(구운 캐슈넛이 유명하다고 해서 일부러 먹어보았는데, 맛은 괜찮았지만 그냥 가염한 구운 아몬드 맛과 다르지 않아 선물용으로 구매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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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다. ㅎㅎㅎ

주로 장기여행을 하는 이 친구들과 단기 여행자인 나와는 패턴이 달라서인지, 23일 같은 방을 나누어 쓰면서도 얼굴 볼 일조차 없다.

침대 3개 있는 트리플 룸을 서로 모르는 3명의 외국인들끼리 나누어 쓰면서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는 점이 새삼스럽다

(아침에 씻고 준비할 때만 조심스러웠을 뿐, 나도 그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수면안대와 귀마개 덕분에 방해를 받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들 룸메이트들도 자기 편한대로 행동하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에티켓을 지켰기 때문이리라)

 

낮에 만난 현지 여대생 Trang Taty로부터 페이스북 메신저로 메시지가 밀려온다.

Trang Taty가 호이안을 떠나기 전, 꼭 완탕과 호이안 식 비빔국수인 Cao lau라는 음식을 먹어보라고 권한다.

 

Trang Taty가 개인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고맙습니다감사합니다의 차이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 이거 가뜩이나 영어도 모르는 데 대답하기 진짜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감사라는 표현이 한자식 표현이라고 알고 있어, 파파고와 구글 번역기를 동원해서 어렵게 어렵게 알려주었다.

한국어를 말할 때에는 그냥 고맙습니다만 사용하면 된다고.....ㅎㅎㅎ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라는 문장이 어렵단다.

우와 씨....... ㅋㅋㅋㅋ 이걸 어떻게 설명하나?

앞으로 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니, 네가 나를 이해해주고 도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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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게 한국어에 대해 설명하려니 무척 어렵다. 

우리에게는 오랜 시간에 걸려 자연스럽게 체득된 것을 사고방식과 언어 체계가 다른 외국인에게 어떻게 설명하나?

이러니 외국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의 고민과 노고가 새삼 대단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런 고민이 없는 원어민에게, 단지 그가 원어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 역시 무조건 옳은 방법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어렵지만 재미있는 경험이다.

 

내일은 다낭으로 떠나기 전 까오라우(cao lau)라는 호이안 음식을 맛봐야겠다.

사실상 마지막 밤인 오늘 밤도 이렇게 지나간다.

8 Comments
필리핀 2018.11.14 12:10  
오홍! 무료 투어...괜츈하네요...
제가 벳남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호이안인데
다음에 가면 나도 꼭!! ^-^
디다케 2018.11.14 12:57  
예. 호이안은 많이들 가시지만 대부분 다낭에서 당일로 다녀오시던데...
며칠 정도 여유를 가지고 쉬며 돌아보아도 괜찮을 것 같더라구요.

외국인 여행자들과 그리고 현지인들과 어우러져 반나절 정도를 보낼 수 있었던 무료투어 적극 추천합니다.
얼마되지 않는 돈이지만, 지역 주민들과 연계해서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취지도 좋구요.
냥냥 2018.11.14 12:51  
저도 호이안이랑  훼  꼭  가고싶어요.
쌈 좋아하는데  첫번째집꺼  넘  맛나보여요.
바지  말이죠...  불안하더니만  역시 삼번이  큰거였어요. ㅋ
디다케 2018.11.14 13:01  
ㅎㅎㅎ 바지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유구무언일 따름입니다.
저도 다음에 방문하게 되면, 훼와 호이안 아래쪽에 위치한 '땀끼(Tam ky)'라는 곳을 가 볼 생각이에요.

첫 번째 쌈은 강가에 늘어선 쪽 호이안 시장에서 내원교(일본교) 방향으로 거의 시장 끄트머리 좌측에 있습니다.(맞는 설명인지 모르겠네요)
nowmer 2018.11.17 17:02  
현지 여행을 즐기실 줄 아시는 분의 후기는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많이 보고 배우고 갑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후기 였습니다~
디다케 2018.11.17 17:12  
제 여행에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llla 2018.11.28 04:04  
여행기 잘봤습니다~저도 다낭다녀온적 있는데 또 가고싶네요..ㅎ
디다케 2018.11.28 09:06  
막상 다낭에는 가봤지만 빅씨를 제외하고 다른 분들이 많이들 가시는 곳은 못 가봤습니다. 
또 가고 싶어서 남겨놓은 것이지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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