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린 & 씨밀란 여행기 9-씨밀란과 치앙마이는 얼마나 먼가
너는 그날 밤,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밤새 빗방울이 너의 텐트를 노크한 탓도 있지만,
쑤린에서 너무나 열심히 스노클링을 한 후유증이 컸다.
씨밀란 8번 섬은 해변에서 뒹굴거리는 것 이외에
별다른 할꺼리가 없었다.
해변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저절로 행복해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다른 이들은 쌍쌍이 손을 잡고 해변을 산책하거나,
파도거품처럼 환한 웃음을 터뜨리며
물속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짝이 없는 외톨이인 너는
멍하니 앉아서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쑤린에서는 일어나면 밥부터 먹어야 했고,
밥을 먹으면 스노클링 투어를 가야 했고,
스노클링 투어를 갔다 오면 다시 밥을 먹어야 했고,
밥을 먹으면 다시 스노클링 투어를 가야 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되었고,
스노클링을 열심히 한 탓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런데 씨밀란에서 너는 오랜만에
세상과 단절된 완벽한 외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밤새도록 내리는 비 때문에 텐트에 갇힌 채
희미한 랜턴 불빛에 의지해 책장을 넘기면서
그 긴긴밤을 지새워야 했다.
아침이 되자, 세상은 다시 태어난 것처럼 개어 있었다.
밤새도록 내린 비 때문인지, 바다는 더욱 투명했다.
너는 아침식사를 하고,
전망대에 다시 올라갔다 내려와서
천천히 짐을 챙겼다.
체크아웃을 할 시간이 되자,
퐁이 텐트 열쇠를 달라고 했다
(씨밀란의 텐트에는 번호표와 함께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그때만 해도 너는 계산은 4번 섬에서 한꺼번에 하는 줄 알았다.
[image]IMG_0162.jpg[/image]
씨밀란의 텐트는 쑤린과 디자인이 똑같다.
11시 40분,
스페셜 가이드 빤이 새로운 투어객들을 이끌고 상륙했다.
너희는 그 투어 보트에 조인하여 8번 섬을 떠났다.
6번 섬에 도착하여 40분간 스노클링을 한 후,
오후 2시쯤 4번 섬에 상륙했다.
[image]IMG_0165.jpg[/image]
[image]IMG_0161.jpg[/image]
*4번 섬 리셉션, 이곳에서 텐트를 배정받는다.
너희는 이곳에서 다시 숙박을 할 예정이었으므로
짐을 챙겨 들고 내렸다.
너는 1박을 하고,
(간밤에 겪은 외로움 탓에
예정보다 일찍 섬을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퐁과 오는 2박을 할 계획이었다.
4번 섬은 8번 섬보다 훨씬 크고 짜임새가 있었다.
썬셋 포인트, 뷰 포인트 등이 있었고,
미니 해양박물관도 있었다.
숙박시설은 텐트 말고도 방갈로가 여러 채 있었다.
[image]IMG_0163.jpg[/image]
*언덕 위에 있는 4번 섬의 방갈로. 위치에 따라 1박에 1,000~2,000밧이다.
그중 깔끔해 보이는 한 방갈로의 창문에는
레이스가 달린 커튼이 쳐져 있었다.
퐁이 너에게 그 방갈로는 출라퐁 공주의 별장이라고 말해주었다.
다른 사람은 일체 출입할 수 없고,
오직 공주만이 묵을 수 있다고 했다.
리셉션에 있는 섬 안내도를 보자,
네가 상륙한 해변 반대편에 ‘스몰 해변’이 있었다.
너는 스노클과 마스크를 챙겨들고 스몰 해변으로 향했다.
이쪽 해변은 바람 때문에 파도가 거칠어서
스노클링 하기에 좋지가 않았다.
[image]IMG_0174.jpg[/image]
*바람 때문에 파도가 거칠었던 메인 해변
[image]IMG_0175.jpg[/image]
*앗, 들켰다! ^^;
숲 속을 지나 자그마한 고개 하나를 넘자
또 다른 해변이 나타났다.
예상대로 이쪽 해변은 파도가 심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물 속으로 들어가자,
오 이런, 산호와 열대어 천지가 아닌가!
해변과 이렇게 가까운 곳에
멋진 해저 세계가 준비되어 있었다니...
씨밀란 4번 섬의 스몰 해변은
네가 태국에서 경험한 스노클링 포인트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되는 스노클링 포인트 중에서는
단연 첫 번째로 꼽을 만큼 멋졌다.
얼마나 정신없이 스노클링를 했는지 모른다.
허기가 져서 밖으로 나오자
누가 주황색 물감을 엎질렀는지
서쪽 하늘이 한쪽부터 벌겋게 젖어 들고 있었다.
[image]IMG_0169.jpg[/image]
*멋진 스노클링 포인트가 있는 스몰 해변
씨밀란의 식당은
식사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
식당이 문을 여는 시간인 오전 7시~오후 7시에는
항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메뉴는 그리 다양하지 않았다.
때문에 너는 쑤린에서부터 씨밀란에 이르기까지
볶음밥과 덮밥만 줄기차게 먹어야 했다.
너는 퐁 커플과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내일이면 이제 그들과 헤어져야 한다.
언제 다시 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너희들은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씨밀란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맥주를 여러 캔 마셨다.
[image]IMG_0145.jpg[/image]
*질리도록 먹은 볶음밥
[image]IMG_0184.jpg[/image]
*울면과 비슷한 란나
너는 한때 치앙마이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중국계 태국 여인에게
홀딱 반해 버렸기 때문이다.
‘톰’이라는 영어 이름을 가진 그 여자는,
친구와 함께 자그마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너는 차를 마시러 우연히 그 카페에 갔다가
그녀에게 반해서 단골이 되었다.
미키마우스의 애인 미니마우스처럼 생긴
작은 몸집의 여자였다.
마침 이집트로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가다가
태국에 스톱 오버한 미국인 청년 하나도 그녀에게 반해서,
가벼운 삼각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여행지에서의 러브 스토리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너는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고,
양키는 다이빙을 하러 가야 했기 때문에,
너희들의 삼각관계는 예상보다 일찍 끝나고 말았다.
1년쯤 뒤, 치앙마이의 그 카페에 들렸을 때
톰의 친구만이 너를 맞아주었다.
그녀에게 톰의 소식을 묻자,
얼마 전에 결혼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이 벌써 10년 저쪽의 일이다.
아무튼 너에게 치앙마이는 특별한 곳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그곳에 사는 퐁과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으니...
[image]IMG_0158.jpg[/image]
밤새 빗방울이 너의 텐트를 노크한 탓도 있지만,
쑤린에서 너무나 열심히 스노클링을 한 후유증이 컸다.
씨밀란 8번 섬은 해변에서 뒹굴거리는 것 이외에
별다른 할꺼리가 없었다.
해변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저절로 행복해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다른 이들은 쌍쌍이 손을 잡고 해변을 산책하거나,
파도거품처럼 환한 웃음을 터뜨리며
물속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짝이 없는 외톨이인 너는
멍하니 앉아서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쑤린에서는 일어나면 밥부터 먹어야 했고,
밥을 먹으면 스노클링 투어를 가야 했고,
스노클링 투어를 갔다 오면 다시 밥을 먹어야 했고,
밥을 먹으면 다시 스노클링 투어를 가야 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되었고,
스노클링을 열심히 한 탓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런데 씨밀란에서 너는 오랜만에
세상과 단절된 완벽한 외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밤새도록 내리는 비 때문에 텐트에 갇힌 채
희미한 랜턴 불빛에 의지해 책장을 넘기면서
그 긴긴밤을 지새워야 했다.
아침이 되자, 세상은 다시 태어난 것처럼 개어 있었다.
밤새도록 내린 비 때문인지, 바다는 더욱 투명했다.
너는 아침식사를 하고,
전망대에 다시 올라갔다 내려와서
천천히 짐을 챙겼다.
체크아웃을 할 시간이 되자,
퐁이 텐트 열쇠를 달라고 했다
(씨밀란의 텐트에는 번호표와 함께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그때만 해도 너는 계산은 4번 섬에서 한꺼번에 하는 줄 알았다.
[image]IMG_0162.jpg[/image]
씨밀란의 텐트는 쑤린과 디자인이 똑같다.
11시 40분,
스페셜 가이드 빤이 새로운 투어객들을 이끌고 상륙했다.
너희는 그 투어 보트에 조인하여 8번 섬을 떠났다.
6번 섬에 도착하여 40분간 스노클링을 한 후,
오후 2시쯤 4번 섬에 상륙했다.
[image]IMG_0165.jpg[/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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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섬 리셉션, 이곳에서 텐트를 배정받는다.
너희는 이곳에서 다시 숙박을 할 예정이었으므로
짐을 챙겨 들고 내렸다.
너는 1박을 하고,
(간밤에 겪은 외로움 탓에
예정보다 일찍 섬을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퐁과 오는 2박을 할 계획이었다.
4번 섬은 8번 섬보다 훨씬 크고 짜임새가 있었다.
썬셋 포인트, 뷰 포인트 등이 있었고,
미니 해양박물관도 있었다.
숙박시설은 텐트 말고도 방갈로가 여러 채 있었다.
[image]IMG_0163.jpg[/image]
*언덕 위에 있는 4번 섬의 방갈로. 위치에 따라 1박에 1,000~2,000밧이다.
그중 깔끔해 보이는 한 방갈로의 창문에는
레이스가 달린 커튼이 쳐져 있었다.
퐁이 너에게 그 방갈로는 출라퐁 공주의 별장이라고 말해주었다.
다른 사람은 일체 출입할 수 없고,
오직 공주만이 묵을 수 있다고 했다.
리셉션에 있는 섬 안내도를 보자,
네가 상륙한 해변 반대편에 ‘스몰 해변’이 있었다.
너는 스노클과 마스크를 챙겨들고 스몰 해변으로 향했다.
이쪽 해변은 바람 때문에 파도가 거칠어서
스노클링 하기에 좋지가 않았다.
[image]IMG_0174.jpg[/image]
*바람 때문에 파도가 거칠었던 메인 해변
[image]IMG_0175.jpg[/image]
*앗, 들켰다! ^^;
숲 속을 지나 자그마한 고개 하나를 넘자
또 다른 해변이 나타났다.
예상대로 이쪽 해변은 파도가 심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물 속으로 들어가자,
오 이런, 산호와 열대어 천지가 아닌가!
해변과 이렇게 가까운 곳에
멋진 해저 세계가 준비되어 있었다니...
씨밀란 4번 섬의 스몰 해변은
네가 태국에서 경험한 스노클링 포인트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되는 스노클링 포인트 중에서는
단연 첫 번째로 꼽을 만큼 멋졌다.
얼마나 정신없이 스노클링를 했는지 모른다.
허기가 져서 밖으로 나오자
누가 주황색 물감을 엎질렀는지
서쪽 하늘이 한쪽부터 벌겋게 젖어 들고 있었다.
[image]IMG_0169.jpg[/image]
*멋진 스노클링 포인트가 있는 스몰 해변
씨밀란의 식당은
식사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
식당이 문을 여는 시간인 오전 7시~오후 7시에는
항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메뉴는 그리 다양하지 않았다.
때문에 너는 쑤린에서부터 씨밀란에 이르기까지
볶음밥과 덮밥만 줄기차게 먹어야 했다.
너는 퐁 커플과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내일이면 이제 그들과 헤어져야 한다.
언제 다시 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너희들은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씨밀란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맥주를 여러 캔 마셨다.
[image]IMG_0145.jpg[/image]
*질리도록 먹은 볶음밥
[image]IMG_0184.jpg[/image]
*울면과 비슷한 란나
너는 한때 치앙마이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중국계 태국 여인에게
홀딱 반해 버렸기 때문이다.
‘톰’이라는 영어 이름을 가진 그 여자는,
친구와 함께 자그마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너는 차를 마시러 우연히 그 카페에 갔다가
그녀에게 반해서 단골이 되었다.
미키마우스의 애인 미니마우스처럼 생긴
작은 몸집의 여자였다.
마침 이집트로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가다가
태국에 스톱 오버한 미국인 청년 하나도 그녀에게 반해서,
가벼운 삼각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여행지에서의 러브 스토리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너는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고,
양키는 다이빙을 하러 가야 했기 때문에,
너희들의 삼각관계는 예상보다 일찍 끝나고 말았다.
1년쯤 뒤, 치앙마이의 그 카페에 들렸을 때
톰의 친구만이 너를 맞아주었다.
그녀에게 톰의 소식을 묻자,
얼마 전에 결혼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이 벌써 10년 저쪽의 일이다.
아무튼 너에게 치앙마이는 특별한 곳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그곳에 사는 퐁과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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