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린 & 씨밀란 여행기 4-쑤린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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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린 & 씨밀란 여행기 4-쑤린으로 가는 길

필리핀 2 2188
밤 버스에 몸을 싣자,
비로소 미지의 세상을 향해 떠난다는 기대에
너의 온몸에는 살짝 소름이 돋는다.
버스 안은 너희 6명을 제외하면
태국인 일색이다.
태국 야간 버스 에어컨은 유명하다.
너무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이다.
버스가 밤의 심장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너는 추위에 떨며 자다 깨다를 반복해야 했다.
새벽 4시... 안내양이 ‘쿠라부리, 쿠라부라’ 라고 외친다.
비몽사몽 상태로 버스에서 내린 너희를
잘생긴 태국인 청년 2명이 맞는다.
청년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자,
어디가 떠나온 곳이고
어디가 떠나갈 곳인지 분간할 수 없는
어둠으로 포위된 공터 한가운데
SABINA TOUR라는 간판이 불을 밝히고 있는 건물 하나가
오도카니 서 있다.
너희는 청년의 안내로 그 건물로 들어갔다.
동대문에서 받은 바우처를 건네고
너와 장기여행자를 제외한
네 사람은 방콕으로 돌아갈 버스표를 예매하고
무료 커피와 바나나를 나눠먹고
간단하게 세수와 양치질도 했다.
그러는 사이 밖으로는
살얼음처럼 여명이 번져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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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찾아든 사비나 투어 사무실



날이 웬만큼 밝자
썽태우 한 대가 건물 밖에 대기했다.
너희와 하얀 얼굴을 한 태국인 커플을 싣고
썽태우는 달려갔다.
싱그러운 풀냄새와 구수한(?) 퇴비 냄새가
너희들 뺨에 와 부딪쳤다.
10여분쯤 달렸을까,
썽태우는 쿠라부리 선착장에 도착했다.
또 다른 사비나 투어 사무실이 거기 있었다.
그곳에서 보트 티켓을 받아들고
국립공원 사무실로 가서 입도신고를 했다.
보트는 9시에 출발.
아직 여유가 있었다.
너는 선착장 입구에서 무슬림 부부가 파는
20밧짜리 카레 볶음밥으로 아침을 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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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라부리 선착장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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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 입구에 있는 무슬림 부부 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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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밧짜리 카레밥



MT라도 가는 건지
얼굴 하얀 태국인 젊은이 20여 명과
서양인 대여섯명, 그리고 너희들을 태운 배는
9시 정각에 출발했다.
태국인들은 실내에 자리를 잡고
서양인과 너희들은 야외에 자리를 잡았다.
실내는 약간 갑갑했지만 한잠 자기에는 좋았고
야외는 상쾌했지만 햇살이 꽤 따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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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린으로 가는 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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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 자리잡은 너희들



12시가 다 되어
너희는 마침내 쑤린에 도착했다.
선착장이 없어서
바다 위에서 긴꼬리배로 갈아타고 상륙을 해야 했다.
배를 갈아타면서 바다를 내려다본 너는
잠시 흥분에 휩싸인다.
마치 배가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바닷물이 너무나 맑았기 때문이다.
얼마만인가, 이렇게 투명한 바다와 마주한 것이.
2년 전 말레샤 쁘렌티안 섬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서양인들은 이런 바다를 보고 크리스탈 워터라고 한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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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무 꼬 수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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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꼬리배로 갈아타고 상륙해야 한다



너는 펀드매니저와 소형 텐트를 쉐어 하기로 하고,
텐트에 배낭을 내려놓기도 전에
스노클링 투어부터 신청한다.
어서 빨리 쑤린의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에
너는 다소 들떠 있었다.
그런데 모녀 커플이 작은 실랑이를 벌이는 게 아닌가.
작년에 꼬 따오에서 오픈 워터 자격증을 땄다는 딸은
스노클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어머니를 재촉한다.
함께 오후 스노클링 투어를 가자고.
너는 강하게 만류한다.
일단 오늘 오후는 해변에서 연습을 하고,
스노클링 투어를 내일부터 하라고.
역시 스노클링 초보자인 대학원생은 너의 조언을 따른다.
하지만 의대생은 완강하다.
어머니는 수영장에서 갈고 닦은 실력이 있기 때문에
스노클링쯤은 연습 안 해도 된단다.
결국 어머니는 딸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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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린의 해변



부랴부랴 배낭을 내려놓고
허겁지겁 점심식사를 하고
너희 5명은 스노클링 투어를 떠났다.
3대의 긴꼬리배가 스노클링 투어 참가자를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태국인들이 그 중 2대의 배를 차지하고
나머지 한 대에는 너희들과 서양인들이 탔다.
그날 오후의 스노클링 투어 포인트는
섬의 북쪽 끝에 있는 두 곳이었다.
긴꼬리배로 30여 분이나 걸릴 정도로 멀었다.
마침내 포인트에 도착하여
막 입수를 하는 순간,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바다에 막 들어간 어머니가
겁에 질린 얼굴을 한 채
두 팔을 마구 휘젓고 있는 게 아닌가!
너는 얼른 헤엄쳐서 어머니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팔을 잡고 배로 끌고 갔다.
어머니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바닥에 발이 안 닿자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짠물을 몇 사발이나 들이킨 모양이었다.
딸도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너는 모녀를 배에 남겨 놓은 채
다시 바다 속으로 유유히 헤엄쳐 들어갔다.
그런데, 이럴 수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생각보다 바다 속이 아름답지 않다.
산호도 싱싱하지 않고
물고기들도 다양하지가 않다.
게다가 해파리들이 많아서
그놈들을 피하느라 제대로 스노클링을 즐길 수가 없었다.
스킨다이빙으로 몇 번이나 물속을 들락거려 봐도
오랫동안 상상해 왔던 그 광경과
마주할 수가 없었다.
형형색색의 산호와 오색의 열대어가 뛰노는
바다 정원은 어디로 사라져버렸단 말인가.
이것이 정녕 쑤린의 진면목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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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클링 투어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긴꼬리배들   
2 Comments
이 미나 2006.03.05 11:26  
  헉![[우오오]]
벌써..끝났네..[[그렁그렁]]
기다립니다[[우울]]
후니니 2006.04.01 16:16  
  야간버스 탈때는 청테이프가 아주 요긴 하답니다
대부분 장거리버스는 에어콘 토출구의 조정레바가 고장나 있어 그 바람을 직접 맞아서 거의 죽음에 이르게 하지요...

이럴때 청태이프로 그 구멍을 막아버리면 죽음은 면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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