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여행기 5편!(이어지는 여정, 씨소폰 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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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여행기 5편!(이어지는 여정, 씨소폰 애상!)

낙화유수 3 1199
녀석들과 헤어져 숙소로 돌아오니 저녁 11시가 되어있다.

무덤덤한 마음으로 TV를 켠 후 캄보디아 뮤직프로그램을 시청했는데 대다수 촌스러운 캄보디아 가수와는 달리 제법 세련된 자태의 이름 모를 여가수가 역시나 세련된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시청을 했지만 12시 까지 시청하는 동안 전기가 무려 3번이나 나갔다 들어온다???

전기사정이 극히 좋지 않음을 확실히 체험하게 된다.

이로서 안롱웽 까지 이동하는 과정에 목격했던 변두리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깜깜한 암흑상태의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 대체적으로 이해되어진다.......

캄보디아는 언제쯤이나 되어야 전 국민이 문명의 혜택을 고루 수혜 받을 수 있을까........

몸을 뒤척일 때 마다 삐걱거리는 침대소리가 다소 신경은 쓰였지만 잠이 들었고 안롱웽의 아침은 어김없이 밝아온다.

눈을 뜨니 아침 8시!

샤워를 하고 숙소의 현관으로 나오니 눈을 뜬 당시에 프론트로 추정되어 지는 장소에서 영어로 뭐라 뭐라 떠들어 대던 어제 저녁에 잠시 스쳤던 아메리카 흑인은 벌써 출발했는지 기척이 없다.

아침을 해결하고 쌈라옹 까지 운행하는 교통편을 알아보기 위해 어제 저녁과는 달리 수많은 안롱웽 시민들이 운집해서 정차해 있는 차량들과 뒤섞여 북적거리는 삼거리에 이르자 외국인의 등장에 호기심 어린 눈길들이 동시에 집중된다.

음.....쑥스럽구만......

10여대 이상의 택시, 픽업트럭이 모여 있는 황토 빛 비포장 도로변 임시주차장에서 쌈라옹 까지 운행하는 교통편이 있나 문의했지만 그러나..........예상과는 다르게 모든 정규교통편은 하나 같이 씨엡리업만을 운행하고 있었고 쌈라옹 까지 이동하는 정규교통편은 전멸이다.

??????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냐!

이야기를 들어 본 즉 씨소폰을 가려면 씨엡리업 까지 이동을 해서 차량을 갈아 타고 다시 씨소폰으로 이동해야 한다네???
결국 쌈라옹 까지 이동하는 정규 교통편은 없고 오로지 오토바이나 택시를 대절해서 이동해야 한다는 소리다.


일단 민생고를 해결 한 후 다시 생각하기로 하고 택시, 픽업트럭 등이 모여 있는 임시주차장 건너편에 있는 현지인 식당에 들러 꾸웨이 띠오 남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당근 빠따! 팍치 빠진 꾸웨이 띠오 남이 나왔다!

활발한 캄보디아의 아침은 언제나 북적거리면서 활기를 띄는데 안롱웽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변두리라고는 해도 어느정도의 서양인 여행객들이 있는 여타 소도시와는 달리 어제 숙소에서 잠시 스친 흑인 외 외국인 여행자는 단 한명도 발견할 수가 없다. 그나마 유일한 외국인으로 보여 지던 그 흑인 녀석마저도 아침 일찍 사라진 상태이고.......

어제 그 흑인 녀석은 어디로 해서 안롱웽을 왔을까???그리고 녀석의 다음 행선지는????

잠시 식당밖을 바라보며 캄보디아의 아침감상에 빠져 있다 보니 주문한 꾸웨이 띠오 남이 나와서 맛을 보았는데 캄보디아 꾸웨이 띠오 남이 제법 맛이 있다. 가격은 2000리엘.

호기심 어린 현지 주민들의 눈길로 인해 식사를 하면서도 꽤나 신경이 거슬린다.
쭉쭉빵빵한 캄보디아 미녀라면 모를까 냄새 풀풀 나는 허름한 복장의 캄보디아 넘팽이가 쳐다보는 눈길은 결코 반가운 현상이 아니다.

그만 좀 쳐다봐라 국수 먹다 체하겠다.

요금을 지불하려고 지갑을 꺼내니 잔돈이 하나도 없다.
모조리 고액권이고 10불짜리가 그중 가장 소액권이다.

할 수 없이 10불을 지불하니 모조리 리엘로 바꾸어준다.........
졸지에 캄보디아 돈이 수북이 주머니에 쌓인다.

그나저나 씨엡리업 까지는 정규교통편이 있는데 왜! 씨소폰 까지의 최단 경유도시인 쌈라옹 까지는 정규교통편이 없지???

다소 의문은 들었지만 모두가 하나 같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쌈라옹 까지는 무조건 택시, 아니면 오토바이를 대절해서 이동해야 한다고 하니 대책이 없다...........

아침 식사를 쌀국수로 해결하고 다시금 숙소로 돌아가 숙박료 4달러를 지불한 후 배낭을 챙겨들고 조금 전의 임시 주차장으로 바삐 걸음을 옮긴다. 밑져야 본전! 본격적으로 택시 대절료를 흥정하기 시작했다.

오토바이로 흙먼지를 뒤집어쓰면서 비포장 길을 주행하는 것은 이제 신물이 난다!

그나저나 택시요금을 흥정하려 했더니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간신히 손짓, 발짓으로 어찌어찌해서 근근이 알아들은 바에 의하면 쌈라옹 까지 25불의 요금을 달라고 한다. 택시셰어를 하고 싶다고 말 하고 싶었지만 도대체가 알아들어야 말이지.......띠 바.......

그때 나와 택시기사의 흥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도로변 근처에서 노점상을 하고 있던 참신한 캄보디아 아가씨가 다가오더니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큰 불편이 없는 영어를 구사하며 나와 택시기사의 흥정을 기꺼이 통역해 준다.

25불은 비싸고 쌈라옹 까지 이동하는 다른 승객이 있으면 셰어를 하고 싶다고 전하자 기사와 캄보디아 말로 얼마간을 대화하던 캄보디아 아가씨가 난색을 표하면서 이 시간에는 손님이 없어 천상 나 혼자 택시를 대절해서 쌈라옹 까지 이동해야 한다고 전해준다.

웬만하면 특별한 바가지가 아닌 한 흥정 없이 달라는 금액을 거의 다 지불하고 대신 정신적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성향의 소유자이지만 생전 처음으로 이동하는 구간이다 보니 요금에 대한 감을 도대체가 잡을 수가 없어 얼마라도 가격을 다운 받으려고 일단 10불을 불러보니 통역으로 나의 말을 전해들은 택시기사와 일행들이 무슨 정신병자 쳐다보는 듯 한 눈길을 보낸다.

?????내가 너무 심했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뽀이뻿에서 씨엡리업 까지 택시를 대절해도 최근 인상된 교통정보에 의하면 45불의 요금을 받는다고 했는데 대략 7~80킬로 정도 되어 보이는 쌈라옹 까지의 택시요금으로 25불을 받는다면 나름대로 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단을 내리고 통역을 해 주던 캄보디아 아가씨에게 OK! 25불에 쌈라옹 까지 이동한다. 라고 생각을 전하자 엥?? 느닷없이 이 아가씨가 자신의 아버지가 택시기사를 한다면서 아버지 택시를 이용하면 안 되겠냐는 의향을 물어온다???

쉰 냄새 퀴퀴하게 나는 캄보디아 넘팽이가 운전하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 보다야 10여분 이상을 생전 처음 보는 이방인을 위해 통역을 해준 아가씨의 아버지가 운전하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백번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비단 나 혼자뿐이랴. ^^**

아가씨에게 좋다고 의향을 전하니 “어꾼 찌란”(정말 감사합니다.) 하면서 기쁜 표정을 거짓 없이 보여주는 캄보디아 아가씨가 꽤나 상큼해 보인다.

그런데......아버지와 통화를 시도하던 캄보디아 아가씨가 실망스런 표정으로 아버지가 지금 멀리 운행을 나가서 아버지의 택시를 이용할 수 없다고 전해온다.

우라질!

잠시 김이 샜지만 괜찮다고 전해주고는 조금 전의 캄보디아 기사에게 안롱웽을 가자고 하니 입이 함박만 하게 벌어지면서 꽤나 좋아라 한다.

그 모습을 캄보디아 아가씨가 밝은 미소로서 바라보기에 통역을 해 준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2000리엘을 손에 쥐어주자 얼굴이 붉어지면서 “어꾼”(고맙습니다.) 하며 이방인의 호의에 감사를 표시한다.

얼굴이 붉어지는 청순한 캄보디아 아가씨가 무척이나 싱그럽다!

아쉽네! 아가씨 아버지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쌈라옹 까지 이동할 수도 있었는데........
누가 아냐! 나중 장인어른이 될 지! ^^***

택시에 승차한 후 다시는 볼 수 없을 수도 있을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 주면서 아쉬운 작별을 하고 쌈라옹을 향해 출발을 서두른다.

어제 오토바이로 온 길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던 택시가 10분 정도를 주행한 후 왼쪽으로 방향을 틀고 이동을 한다 싶었는데 다시 5분인가를 더 주행하다가 어느 한적한 목조 가옥에 정차시킨다.

가만히 생각하니 출발 전 아가씨가 통역으로 가는 길에 택시기사가 자신의 와이프를 태우고 함께 쌈라옹을 가도 되겠느냐는 말을 전해준 것 같다.

띠바넘! 원님 덕에 나팔 부는구나!

하긴 나 혼자 이동하는데 한명 정도 앞좌석에 더 태운다고 불편할 일이 뭐 있겠냐!

녀석의 집에 도착해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임신을 한 듯 보여 지는 녀석의 와이프가 딸을 데리고 나오더니 그대로 택시 앞좌석에 올라탄다.

엥?? 한 명이 아니었어???

녀석과 녀석의 와이프는 이방인을 향해 밉지 않은 미소를 씨익 선사하더니 곧 이어 출발을 한다.
좁은 앞좌석에 딸을 부여안고 탑승한 녀석의 와이프가 한편 안스러워서 뒷좌석으로 딸을 이동시킬까 잠시 생각했었지만 25불의 요금을 지불하고 대절한 택시인데 아무래도 딸래미가 뒷좌석으로 이동을 하면 배낭까지 뒷좌석에 놓여져 있는 상태에서 불편할 수 밖에 없을 것만 같아 그냥 가진 자의 여유를 구사하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들에게는 이 정도의 배려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쌈라옹 까지 정규교통편이 없다는 말이 쌈라옹 까지 이동을 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진실로 와 닫는다.
쌈라옹 까지 이동하면서 보니 물론 비포장도로이기는 해도 그 상태가 과히 좋지를 않았고 특히 마주 오는 이동수단을 단 한 대도 목격할 수가 없었다.

결국 무슨 사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쌈라옹과 안롱웽간 인적, 물적 교류가 그만큼 원활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경제교류가 안롱웽은 씨엡리업으로 쌈라옹은 씨소폰으로 각각 편중되어 있다고 해석을 해야 할까.........
이방인인 나로서는 모를 일이지만 개략적인 유추해석은 조금 가능할 것도 같다.......

오고가는 사람이나 간혹 가다 목격을 할까 이동수단은 일절 목격하지 못한 채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가던 택시가 드디어 포장도로가 있는 아담한 시가지에 진입을 한다.(안롱웽과 비교하자면 그래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 규모다)

녀석은 당연히 나를 쌈라옹 터미널에 도착시켜 줄 것이다.

약 5분 정도 제법 단정한 시가지를 주행하던 녀석이 나를 활발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쌈라옹 터미널에 도착을 시켜준다.(말이 터미널이지 픽업트럭 몇 대와 택시 두어 대만이 있을 뿐이다!)

기사 녀석이 씨소폰을 간다는 나의 말을 듣자 택시 삐끼로 보이는 넘팽이와 무슨 말인가를 주고받더니 그 넘팽이에게 나를 인계하고는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이거야 원........

쌈라옹도 나로서는 처음으로 방문하는 도시다.

인계받은 녀석의 뒤를 졸졸 따라가니 제법 단정한 도요다 캄리 승용차가 보였고 그 택시가 정차해 있는 장소에 이르니 그늘막이 쳐져있는 나무의자가 있었는데 일명 대기실이라고 해야 할 까........아무튼 4명이 출발을 하고 요금은 1인당 10불이라면서 사람이 다 채워지면 출발한다는 설명을 영어로 들려준다.

당시 시간은 10시 40분 안롱웽에서 이곳 쌈라옹 까지 대략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 셈이다.

잠시 임시 대기실에 앉아 있다 인근에 있는 현지인 식당으로 이동해서 냉커피를 한 잔 주문하고는 우아하게 냉커피의 맛을 음미하며 한국에서 준비해간 책을 펼쳐서 독서 삼매경에 빠진다.

책의 제목은 진보적 신학자인 오강남 교수의 역작 “예수는 없다!”

이미 5번이나 읽은 책이지만 보면 볼수록 진정한 신앙인의 자세에 대해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좋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과는 달리 그 내용은 진정한 신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고뇌를 담은 진보적인 신학자의 성경해석이 주를 이룬다.

한창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다 보니 누군가가 다가와서 나를 부른다.
조금 전의 택시 삐끼다.

시간은 11시 20분, 드디어 출발할 사람이 모두 채워졌나 싶어 따라가니 출발인원이 모자라서 1인당 15불의 요금에 3명만 태우고 출발을 한다고 나의 의향을 물어온다.

그래! 가자 가!

이곳의 방식은 터미널에서 택시를 기다리지 않고 사전에 예약을 하면 예약한 사람의 집으로 택시가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태우는 방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가 보다.

앞좌석에 앉아 있으니 두 군데의 집을 찾아다니면서 일일이 사람을 태우더니 비로소 씨소폰을 향해 출발을 한다.

씨소폰 까지의 도로 상태는 대체적으로 양호했다.

비록 비포장도로이기는 했어도 길은 평탄했고 넓어서 신바람 나는 주행을 지속한다.

두 시간 이상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이동하다 보니 갑자기 포장도로가 나타나면서 번화한 시가지가 펼쳐진다. 씨소폰에 진입한 모양이다.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택시기사는 캄보디안 승객을 골목길을 누비며 착실하게 목적지 까지 도착을 시켜준다. 뒷좌석에 타고 있던 두 명중 한 명이 내리자 나는 불편한 앞좌석을 탈출해서 뒷좌석으로 이동을 했는데 이 선택으로 인해 나는 기사 녀석에게 눈탱이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얼마를 더 주행하던 택시가 다시금 어느 주택가에 멈추어 서게 되었고 옆 좌석에 앉아 있던 마지막 캄보디안 승객이 내리면서 요금을 지불하려고 하기에 생각 없이 목격을 하게 되었는데 3만 리엘(7달러 50센트)만을 요금으로 주고 내린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시츄에이션이냐........

가만 생각하니 내가 지불할 요금이 캄보디안들이 지불한 요금의 딱 두 배다!
음......욘석이 원래 4명을 태우고 가려고 했다가 상황이 바뀌어서 3명으로 줄어들자 내가 외국인인 것을 기화로 나에게 2인분을 받으려 했다는 각본이 자동으로 완성된다.

윽! 이런 띠바넘이 있나! 감히 낙화유수에게 눈탱이를 쳐!
순간적으로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만 같다. 이 띠바넘을 복날 개 패듯이 한 번 두들겨 패고 개 값을 물어줘!

잠시 후 시소폰 터미널에 도착했다.
시간을 보니 오후 2시.

거의 두 시간 삼십분이 소요됐다.

씨엡리업과 뽀이뻿을 운행하는 택시가 중간휴식 없이 논스톱으로 주행한다면 거의 같은 이동시간이다.
그렇다면 쌈라옹과 씨소폰 간 거리가 씨엡리업 뽀이뻿 간 거리와 거의 비슷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그렇지만 씨엡리업, 뽀에뻿 구간은 협의에 의해 현재 45불의 택시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물론 외국인들이 북적거리는 이동구간이라서 가능했을 것이다.

급격히 인상된 캄보디아의 유류비를 감안한다면 그나마 씨엡리업, 뽀이뻿 구간을 운행하는 택시기사들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지만 외국인을 접하기 힘든 안롱웽이나 쌈라옹 같은 오지에 속하는 기타 지방의 택시기사들은 그런 혜택에서 비켜나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

이방인으로서 배려를 해 줄 수도 있지만 나는 나만의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시소폰의 터미널에 도착한 다음 나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녀석에게 요금이 얼마냐고 다시 한 번 물어보았는데 녀석은 나의 의도도 모른 채 별 생각 없이 처음에 약정한 15불이라는 소리를 한다.
나는 말없이 가만히 녀석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갑자기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녀석의 눈에 당혹감이 스쳐가는 것 같다.

본론으로 들어간다. 나는 알고 있다! 캄보디안은 택시요금으로 3만 리엘을 주었다!
왜 나는 15불이냐!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은 채 박한 운행수입으로 빡빡한 생활을 할 것만 같은 기사 녀석에게 택시에서 내리며 15불을 손에 쥐어주고 나는 한 마디를 더 해준다.

나는 캄보디아와 캄보디안을 너무 좋아한다.
그런데 너는 매너가 좋지 않다............

택시기사는 말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다.
녀석이 제대로 알아들었을까..........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나는 점심을 해결하러 서둘러서 터미널 인근의 현지인 식당을 향해 걸음을 바삐 옮긴다.

터미널 근처의 식당에 입장하니 선풍기 돌아가는 전형적인 현지인 식당이다.
영어 전혀 안 통한다.
메뉴판은 전부 크메르어다.

이럴 때는 바디 랭귀지가 가장 빠른 해결수단이다.
거침없이 주방으로 돌진해 들어가니 주방에는 돼지고기가 있었는데 그 돼지고기 위에는 파리가 새까맣게 않아서 한껏 여유를 구가하고 있는 중이다.

파리가 알 까는 거 아니야???
띠바~~차라리 안 보느니만 못하다.

어차피 기름에 지지고 볶으면 다 죽어 없어지겠지.........
돼지고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알았다는 표정을 보여준다.
잠시 후 돼지고기 볶음 덮밥이 나왔다. 계란 후라이도 한 개 얹어져 있네.........

추가로 계란 후라이를 한 개 더 주문해서 점심을 해결하니 4500리엘(500리엘은 추가로 받은 계란 후라이 값)과 생수 값으로 2000리엘을 합산한 6500리엘이 나온다.

주방을 방문 시 돼지고기 위에 새까맣게 앉아 있던 파리 떼로 인해 속이 조금은 거북했었지만 어찌되었건 맛있게 점심 잘 먹었다~~꺼~~억~~~

어제 오늘 이동으로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한 것 같은데 이제 나는 또 다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동을 해야만 한다.

지금까지의 여행 중 이렇게 이동을 위해서만 시간을 할애하는 빡빡한 여행은 딱히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한 내 기억에 없었다.

내 여행 스타일은 계획과 일정에 의한 급하고 빡빡한 마치 쫒기는 듯 한 그저 많이 보고, 많이 다니는, 여유 없는 여행보다는 가급적 유유자적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어제, 오늘의 내 여행스타일은 과거 내 여행스타일과 비교할 시 무언가 분명 빡빡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는 것만 같다.

결코 바람직한 패턴이 아니다.

어제, 오늘, 그 누구 못지않은 확실한 배낭여행을 한 것 같다.

일단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뽀이뻿의 호텔에 들러 잠시 재충전을 하고 이후의 여행을 계획해도 넉넉한 일정상의 이점이 있기에 별다른 무리는 없을 것으로 판단이 들어서 나는 계획을 변경해서 뽀이뻿의 국경으로 향하기로 결정을 내린다.

어제, 오늘, 오리지널 배낭여행을 하고 있는 상황을 마지막 까지 유지하기 위해 나는 뽀이뻿 까지의 교통수단으로 택시가 아닌 그 말로만 들어보았던 악명 높은 픽업트럭을 의도적으로 이용해보기로 했다.

내 눈앞에 펼쳐진 시소폰의 픽업트럭 터미널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예전 6. 25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피난열차의 화물칸에 빡빡하게 들어찬 채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던 상황과 운반수단만 바뀌었을 뿐 거의 유사한 리얼한 참상을 이곳 시소폰의 터미널은 이방인인 나에게 여과없이 보여준다.

바탐방이나 쌈라옹 등지에서 뽀이뻿이나 씨엡리업을 향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픽업트럭 짐칸에 한 무더기 실려서 터미널에 도착할 때마다 삐끼들과 픽업트럭 기사의 승객유치 경쟁이 극을 이룬다.

인정사정 보지 않고 무조건 픽업트럭에 타고 있는 승객의 짐을 나꿔채다 시피 해서는 자신의 픽업트럭에 집어 던지고 본다.

욕설(내 짐작이다.)과 고성이 오간다.

남, 여 할 것 없이 찌들은 땀 냄새와 오랫동안 세탁하지 못한 옷 냄새가 한데 얽혀 역한 냄새를 풍긴다.

삐끼들과 픽업트럭 기사들에게 있어 이들 환승 승객들은 아마도 사람이 아니라 단순한 짐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듯 하다. 노인이나 아이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곳 씨소폰 터미널에서 씨엡리업이나 뽀이뻿을 운행하는 픽업트럭 기사들은 터미널에 도착하는 차량에서 환승하고자 하는 승객들과 목적지만 일치한다 싶으면 그저 나꿔채기에 바쁘다.

순식간에 뽀이뻿이나 씨엡리업으로 향하는 픽업트럭 짐칸은 운임을 조금이라도 아껴보려는 캄보디아 서민들로 인해 발 디딜 틈도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이곳에서 인권이니 안전이니 하는 자칭 선진국이라 일컫는 국민들의 낭만적인 감상은 사치다!
그나마 이런 열악한 운송수단이라도 존재하고 있기에 캄보디안 들은 가고자 하는 목적지로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다!

역한 땀 냄새와 고성이 오가는 정신없는 시소폰 픽업트럭 터미널의 정경을 잠시 지켜보다 뽀이뻿 까지 운행하는 픽업트럭 인사이드 칸을 100밧에 예약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택시기사보다 더욱 터프하게 생긴 새까만 픽업트럭 기사가 협소한 뒤편 좌석으로 안내한다.

여행기에서 자주 접했던 그 유명한 4명이 낑겨서 이동한다는 뒷좌석이다.
앞좌석의 조수석에는 캄보디아 처녀 두 명이 미리 타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등장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방인의 출현으로 인해 기대감에 들뜬 모습을 거짓 없이 보여준다.

생전 처음 보는 이방인에게 엉성한 영어를 구사하며 말도 붙여오고......나를 힐끔거리면서 자기들 끼리 의도적으로 수다를 떠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나는 직감으로 이들이 날라리임을 한 눈에 알아챌 수 있었는데 이럴 경우 심심풀이 땅콩 삼아 농담 따먹기를 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저 상대하지 않고 입 다문 채 먼 산 바라보는 것이 상책이다!

차 밖은 무척이나 덥다. 차안도 덥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빌빌대는 에어컨이라도 가동되고 있어서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다.

잠시 후 내가 타고 있던 뽀이뻿 행 픽업트럭의 운전기사가 황급히 달려오더니 방금 터미널에 도착한,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픽업트럭으로 자신의 차량을 바삐 이동시켜서는 다른 기사들과 다름없이 도착한 픽업트럭 짐칸에 타고 있던 캄보디안 승객의 짐을 뺏다 시피 나꿔채서는 자신의 픽업차량 짐칸에 냅다 집어 던진다.

짐을 빼앗긴 여자 승객이 자신의 짐을 나꿔 챈 픽업트럭 기사에게 고래 고래 고함을 지른다.
픽업트럭 기사는 악을 쓰는 여자승객에게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도 않고 다른 승객의 또 다른 짐을 나꿔채서는 역시나 그대로 자신의 차량 짐칸에 집어던지는 행동을 반복한다.

아마 이들에게는 흔하게 벌어지는 일상일지도 모를 일이다..........

잠시 후 내가 앉아 있는 픽업트럭의 인사이드 칸으로 캄보디안 청년과 그의 부인으로 보여 지는 임산부가 함께 탑승을 한다.

인사이드 칸의 뒤 칸 한 쪽에는 내 배낭도 함께 실려 있어서 캄보디안 부부가 타게 되자 더 이상의 승객이 들어올 틈이 없다. 3명이 앉아 있어도 불편한 좌석에 한 명이 더 들어온다면 감당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 방금 내 옆에 임신한 자신의 부인과 함께 탄 캄보디아 청년이 영어를 조금하기에 나는 즉시 캄보디아 청년에게 내가 2인분으로 200밧을 지불할 테니 더 이상의 승객을 뒷좌석에 태우지 말고 그만 탑승을 중지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임신한 부인과 함께 이동하는 그 캄보디안 부부와 나 모두를 위해서도 서로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픽업트럭 기사는 차 문짝을 열더니 한 명을 추가로 더 태우려고 한다.

청년이 내 말을 이해 못했는가????

황당해진 나는 픽업트럭기사에게 2인분의 요금으로 200밧을 지불하겠다고 영어로 악을 썼더니 그제서야 이해를 했는지 옆에 있던 캄보디아 청년이 순간적으로 기사에게 무어라 이야기를 했고 청년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기사는 그때서야 더 이상의 승객을 태우지 않은 채 짐칸에만 계속 꾸역 꾸역 캄보디안들을 밀어 넣고 있다.

뒤 칸에 지칠 줄 모르고 올라타는 캄보디안들에 대한 연민과 짜증이 동시에 밀려오면서 바라보기도 싫어진다. 고생을 사서 하는구나.......... 사서 해...........

나는 차라리 눈을 감아버린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드디어 사람들을 짐칸에 하나 가득 실은 픽업차량이 그 무게에 못 이긴 힘겨운 운행을 시작한다.

한국 같았다면 이런 무지막지한 도로교통법 위반 기사들은 모조리 감옥행이다.......

불현 듯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온다.........

과연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캄보디아 서민들의 생생하고도 처절한 삶의 현장을 본의 아니게 지켜봤다.

뽀이뻿을 향해 얼마를 운행하던 기사 녀석이 생각 없이 속력도 줄이지 않은 채 물웅덩이를 지나가는 바람에 흙탕물이 튀어서 짐칸에 있던 할머니를 흠뻑 적셨지만 할머니도, 기사도 별일 아니라는 듯이 운행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뒤를 바라보니 물벼락을 맞은 할머니가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던 크메르 루지 스타일의 흔하게 볼 수 있는, 분홍색 점 무늬가 점점이 박혀 있는 수건으로 대충 얼굴을 씻어내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한 쪽으로 시선을 고정시킨 채 연신 흔들리는 화물칸위에 무덤덤한 표정으로 서 있다.

에어컨이 켜져 있었지만 성능이 떨어지는지 선풍기 바람 같은 미지근한 바람만이 나올 뿐 이어서 땀은 지속적으로 주르륵 주르륵 흘러내린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픽업트럭 경험은 오늘로서 종말을 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마음 한켠을 우울하게 적셔온다.

저 앞에 먼지구름이 피어 오르고 있는 뽀이뻿 시가지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국경을 넘어가면 나는 다시 문명세계로 진입할 것이다.

아늑하고 깨끗한 뽀이뻿의 카지노 호텔방이 그리워진다.

피곤이 몹시도 심하게 엄습해 오고 있다....................................


 
 
 
3 Comments
곰돌이 2006.03.25 14:32  
  고생하셨군요....
작은거인 2006.03.25 23:11  
  우와 역시 고생을 많이 하시었습니다.
그래도 가장 추억에 많이남는 여행을 하시는군요.
무럽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도전하고 싶군요.
이 미나 2006.03.26 16:58  
  체험,,삶의현장입니다.
땀으로 얼룩진 얼굴에, 차거운 물수건을 대어 드리고 싶네요.
축복 받은 이 땅에서..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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