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여행기 4편!(안롱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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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여행기 4편!(안롱웽!)

낙화유수 2 1061
비자발급사무소와 마주 보고 있는 입국사무소에 도착하니(그래봐야 길 건너편이기 때문에 1분도 안 걸린다~~) 조금 전 살이 디룩디룩 하게 찐 채 런닝셔츠 바람으로 근무를 하고 있던 군기 빠진 날라리 국경경찰이 호기심 가득한 기분 나쁜 눈길을 나에게 보내고 있다.

국경지대의 경찰들은 비쩍 마른 체형을 유지하고 있는 대다수 일반 캄보디아 서민들과는 달리 녀석처럼 대부분 살집이 좋은 체형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이 것 만으로도 녀석들의 형편이 대다수 일반 캄보디아 서민들에 비해 월등함을 알 수 있고 이런 척박한 오지에 근무함에도 불구하고 살집이 좋은 체형을 유지 할 수 있는 녀석들의 유일한 비결은 통행객들을 상대로 삥을 뜯음으로서 보장된다는 것임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오후 6시가 넘어 있어서 어둑어둑 해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녀석이 앉아 있는 입국사무소에는 전등불도 켜져 있지 않은 상태다.

제법 시력이 좋다고 자부하는 나지만 저렇게 컴컴한 실내에서 여권에 부착되어 있는 비자의 자그마한 글씨를 과연 알아 볼 수 있을까????

한 마리 먹음직한 먹이감을 대한 듯 입국사무소의 살집 좋은 국경경찰 주변으로 순식간에 한 무리의 캄보디아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서는 이방인이 몹시도 신기하다는 듯 또한 매우 먹음직하다는 듯 은밀성이 깃 든 눈망울을 껌벅거리면서 나와 국경경찰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이다.

국경경찰이 무표정한 표정을 지은 채 입국서류를 내어준다.

입국서류를 받아서 입국사무소 앞에 있는 돌 의자에 앉아 역시나 돌 탁자위에 입국서류를 올려놓고 잽싸게 서류작성을 끝마치고는 여권과 함께 입국사무소에 들이밀자 나름대로 눈을 희번덕거리며 나의 여권을 뒤적이던 녀석이 태국 출, 입국 스탬프만 무려 50개 이상, 캄보디아 비자만 무려 12장이나 빽빽하게 붙어 있는 여권의 내막을 알게 되었는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한 채 나를 빤히 바라본다~~^^**

말을 하지 않아도 나의 내공은 이미 여권이 말을 해 주고 있다~~

더불어 수많은 여행경험으로 인해 여유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는,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 자연스런 행동거지로 인한 나의 내공은 이미 수년간을 국경에 근무하면서 국경을 통과하는 역시 수 많은 통행객 들을 상대로 삥을 뜯어 왔을 녀석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

녀석은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겠다는 듯 나를 상대로 내공을 겨루려 한다!

이곳을 왜 왔느냐!

마이 프리! (내 자유다! 띠바넘아!)

다시 빤히 나를 바라보는 녀석이 한 편 재미있게 느껴진다~~~^^**

이어서 녀석에게 쐐기를 박을 요량으로, 아임 캄푸챠 프로페셔널 투어리스트! (나는 캄보디아 전문 여행가다!)

나를 잠시 바라보던 녀석은 뚱한 표정으로 눈을 몇 번 껌벅거리더니 심퉁 맞은 표정을 애써 지우지 못한 채 신경질 적으로 입국스템프를 한 방 쾅 찍어준다!

상황 종료~~~^^***

비자가 부착되어 있고 입국스템프가 찍힌 여권을 받아들고 입국사무소 앞에 있는 돌 의자에 앉아 에세 맨솔을 한 까치 꺼내어서 맛있게 깊숙이 빨아들이자 비로소 여유가 돌아온다.

입국사무소에서 바라 본 조금 전 오토바이로 넘어 온 태국과 캄보디아를 자연스럽게 경계 짓는 국경지대의 제법 웅장한 산맥은 끝도 없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산림이 울창했었던 기억에 의하면 예전 크메르루지군의 다소 정신이 나간듯한 대빵 폴폿이 이곳을 그들의 마지막 근거지로 삼아 정부군과 맞짱을 뜨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내 여행은 이제 시작이다.

오늘의 최종 종착지 안롱웽은 또 어떻게 가야 한다는 말이냐!

이방인이 신기한 듯 담배를 맛있게 빨아대고 있는 내 주변에서 서성이던 한 무리의 캄보디안들이 나에게 어디를 갈 것이냐고 물어온다.

오호~~이게 웬 듣던 중 반가운 소리~~

안롱웽 간다!

그러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쑥한 차림의 한 녀석이 좋아라 다가와서는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라고 하네??????

얼만데?

10달러!

윽! 쿠칸에서 이곳 까지 60킬로를 죽기 살기로 내달리던 녀석도 400밧(10달러)에 나를 이동시켜주었는데 절반도 안 되는 이곳 국경에서 안롱웽까지의 그 짧은 거리를 무려 10달러나 달라고 한다???

음.......한 번 땡깡을 부려 보겠다........

노우! 택시를 불러라!

오토바이 요금도 요금이지만 안롱웽 까지는 보나마나 비포장도로일 터, 그 흙먼지 풀풀 나는 비포장도로를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30킬로나 이동하자면 내 꼴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잠시 전만 해도 문명지대에 속해 있었지만 나는 이 순간부터 전혀 새로운 원시시대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한다!

택시를 불러달라는 나의 말에 곧 바로 핸드폰이 바빠진다.

이 곳 국경에는 택시가 없어서 안롱웽에서 택시를 불러야 한다나????

30킬로의 거리니까 15달러면 되겠지..........

많이 불러봐야 20불 밖에 더 하겠냐!

달러는 많다.

조금 전만 해도 빡빡한 바트로 인해 전전긍긍했던 상황이 발생되었지만 태국과는 달리 달러 경제권인 캄보디아에 입국한 이상 제법 풍족한 달러를 빵빵하게 가지고 있는 현실 앞에 궁상과는 작별을 고한다!

한참을 핸드폰과 실갱이를 하던 캄보디안이 뽀찌를 받지 못해 몹시도 애석하다는 표정을 한 채 택시기사와 연락이 안 된다고 전한다.......

대략 난감........

졸지에 흙먼지 뒤집어쓰고 안롱웽 까지 이동하게 생겼다. 띠 바!

할 수 없이 오토바이 기사 녀석에게 안롱웽은 가까운 거리인데 10달러는 비싸다고 하자 녀석은 거리는 가깝지만 길이 험하고 또한 자신의 집이 이 곳 국경지대이기 때문에 다시 돌아와야 한다면서 이방인의 이해를 구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날은 이미 저물어서 컴컴해 지고 있는데 이동수단이라고는 아무리 둘러봐도 녀석의 오토바이 달랑 한 대 뿐인 상황에서 이미 흥정의 주도권은 녀석이 쥐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 가자 가! 띠 바! 10달러라고 해 봐야 만원 밖에 더 하냐!

출발에 앞서 안롱웽 어디로 갈 것이냐고 다시 물어온다.

음무핫핫핫~~

내 이럴 줄 알았다.

내가 아무 말 못하고 버벅대면 네놈들 좋을 대로 아무 겟하우스나 데리고 가서 뽀찌를 받아먹을 생각이었겠지만 큰 오산이다~~

거침없이 사전에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앙코르 겟하우스를 우렁차게 외친 후

렛츠 고 안롱웽!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이동을 시작했는데 녀석의 말대로 비포장 내리막길의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길 또한 험악해서 오토바이는 위태위태한 운행을 거듭하며 매우 조심스럽게 경사진 비포장 내리막길을 천천히 내려간다.

비포장 길 왼편으로는 조금 전 넘어 온 산맥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둠에 휩싸인 적막한 비포장 길에서 바라 본 어두운 산맥은 그러나 은근히 친근감 있게 보여 져서 괜시리 편안한 마음에 젖어들게 해준다.

험하고 경사진 비포장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다 보니 마을이 듬성듬성 보이고 있었는데 전등이 켜져 있는 가옥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하나같이 컴컴한 상태로 방치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줄 알았었는데 컴컴한 가옥 앞에 캄보디안 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전기사정이 매우 좋지 않은 듯하다.........촛불을 키고 사나?????

10여분 이상 험하고 위태로운 비포장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던 상황이 끝이 났고 제법 평평하고 널찍한 비포장도로가 눈앞에 등장을 하자 녀석이 드디어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비록 비포장도로이기는 했지만 도로의 상태는 무척이나 양호해서 조금 전 내려오던 비포장 산길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러나 길이 좋아지자 오고가는 대형트럭들도 제법 지나다녀서 대형트럭과 마주칠 때 마다 엄청난 흙먼지가 이방인을 열렬히 환영한다.

안롱웽의 앙코르 겟하우스에 도착하게 되면 보나마나 내 머리는 황토 빛으로 염색이 되어있을 것이다. 우라질..........

비포장도로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캄보디안의 주거시설을 지속적으로 접하며 이동을 했지만 전기가 들어 온 주거시설은 두무지 발견할 수 가 없다.

하나 같이 모두가 컴컴한 암흑천지다.

흙먼지를 지속적으로 뒤집어쓰면서 이동에 이동을 거듭하며 한 시간 이상을 달리다 보니 제법 규모 있는 사람이 사는 듯 한 형태의 번화한 마을이 보이기 시작을 했고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전등도 제법 켜져 있다.

짐작이 맞는 듯 안롱웽이라고 오토바이 기사 녀석이 전해온다.

안롱웽의 비포장도로는 한창 공사에 분주했다.
비포장도로에 물을 뿌리는 차도 보이고 물을 뿌린 도로를 단단하게 다지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도로 양 옆으로 줄지어 서 있는 주변의 건물들은 모두가 하나 같이 협소한 2층 미만의 건물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적막하고 한적한 도시라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안롱웽에 근접해서 잠시 더 운행을 하자 그나마 전등불이 제법 밝은 한 건물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그 건물내부에서 뿡짜작~~뿡짝~~하며 촌스럽기는 했지만 흥겨운 캄보디아 음악이 흘러나온다.

프로모션 비어걸이 있는 레스토랑인가??
녀석에게 물어보니 가라오케라네...........

웃기네........이런 깡 촌에도 가라오케가 다 있나???

잠시 후 앙코르 겟하우스에 오토바이가 멈추어선다.
인상 좋은 쥔장 아줌씨가 만면에 웃음을 활짝 지은채로 이방인을 환영해준다.

근데 숙소 출입구 앞의 나무의자에 웬 시커먼 넘팽이가 갖은 개폼을 다 잡고 시건방을 떨며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난데없이 웬 흑인???

흑인임에도 불구하고 시건방진 행태를 보이면서 이제 막 숙소에 들어서는 나를 향해 훼어라 유 컴 프럼? 하고 질문을 하는 녀석을 보니 부시란 전쟁을 무지무지 좋아한다는 우라질 녀석이 대통령으로 있는 일명 아메리카라 불리우는 코쟁이 나라에서 온 녀석임이 분명해 보인다.

한국에서 왔다 띠바넘아!
안롱웽 첫 날부터 이게 웬 왕 재수..........

직원이 안내하는 1층의 숙소로 입장하니 캄보디아 여행자클럽의 정보와 같이 상태가 제법이다.

넓직한 침대에 샤워실겸 화장실 있고, 티브이도 있다.
비록 팬룸이었지만 선풍기가 천장에 달려있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겟하우스가 아니고 새로 구입한 듯 보여지는 신제품 선풍기도 단정하게 갖추고 있다.

요금은 단 돈 4달러!

좋을시고~~좋을시고~~

룸 상태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안롱웽에 첫발을 디딘 이방인을 매우 흡족하게 한다.

비로소 룸에 부착되어 있는 거울을 통해 모습을 비추어보니 완전 거지꼴이다.
머리는 얼마나 흙먼지를 뒤집어썼는지 예상대로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고 지속적인 오토바이 이동을 한 탓으로 바람에 제멋대로 흩날린 헤어스타일 또한 완전 히피 스타일로 변해있다.

샤워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니 누런 물이 한참이나 흘러나온다. 우라질!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참을성 있게 기다린 기사녀석이 반가이 맞이한다.
역시나 조금 전 나를 향해 어디에서 왔냐고 거들먹거리던 아메리카 흑인여행객이 허연 이빨을 내보이며 빤히 바라보고 있다.

기사에게 10불을 주고 식당으로 안내하라고 하니 아메리카 흑인 녀석이 훼어라 유 고잉? 하고 또 다시 물어온다.

띠바넘.......궁금한 것도 많네...........

밥 먹으러 간다. 띠바넘아!

녀석이 혹시라도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할 까봐 눈길도 주지 않고 걸음아 나 살려라 식당으로 내뺐다.(나는 유럽을 비롯한 호주, 미국 등 일명 서양인들이라 일컫는 인종에 대해 정도 이상의 배타심을 간직하고 있으며 따라서 여행지에서 이들 국가는 철저히 배척된다!)

숙소를 출발한 오토바이가 숙소 오른편으로 방향을 잡고 약 1분 정도를 운행하자 사진에서 익숙한 안롱웽 삼거리가 눈에 들어왔고 곧 바로 오른편에 있는 깔끔한 현지인 레스토랑이 나타난다.

어찌되었건 나를 위해 뺑이 치고 운행을 한 기사 녀석에게 함께 식사를 하자고 했으나 녀석은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국경으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이내 사라진다.

입장한 레스토랑은 제법 사는 현지인들이 출입하는 듯 이미 입장해 있는 캄보디안들의 차림새가 제법이다.

긴 바지에 긴팔셔츠 그리고 구두까지 제대로 갖추고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하이네켄 맥주를 곁들여서 화기애애한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왔는데 예상 외로 크메르 글 밑에 별도로 적혀 있는 영어로 인해 고민거리가 하나 사라진다.

처음에는 소고기 스테이크로 주문을 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캄보디아의 소고기가 질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금 종업원을 불러 조금 전 주문한 소고기 스테이크는 캔슬을 시키고 돼지고기 양파볶음으로 분명히 변경을 했는데 우라질.......처음에 주문한 소고기 스테이크가 나온다.

함께 나온 하이네켄 맥주와 곁들여 냠냠 쩝쩝~~한 창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어라????난데  없이 돼지고기 양파볶음이 또 다시 나오네?????

우라질! 기가 막혀서 종업원을 불러 뭐라고 했지만 종업원은 그저 순박한 웃음만 짓는다.

내가 미쳐!

양이나 적냐! 소고기 스테이크를 다 먹고 나서 악으로 깡으로 추가로 나온 돼지고기 양파볶음도 마저 아작을 내려 했지만 배가 불러서 반도 먹지 못했다.

이런 경우에는 그저 모르는 척 잊어버리고 의사전달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좋게 해석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견적 나온 것을 살펴보니 소고기 스테이크가 8000리엘, 돼지고기 양파볶음이 6000리엘, 하이네켄 맥주 한 병이 8000리엘, 물 한병 1000리엘 토탈 2만 3000리엘이 나왔다.(5달러 3000리엘.)

그래도 싸긴 싸네~~
한국 같았다면 최하 3만원은 나왔을 것이다~~

6달러를 주자 1000리엘의 거스름돈을 가져다주어서 팁으로 종업원에게 1000리엘을 주고 식당을 나와 숙소로 돌아가던 중 정보와 같이 밤길이 어두워서 진흙에 발이 빠져버렸다.
역시 안롱웽의 밤길은 너무 어두워서 후레쉬는 필수품이다.

이번에는 숙소에서 후레쉬를 지참하고 다시금 안롱웽 시찰을 위해 나서본다.
후레쉬를 비추자 비로소 밤길의 안전운행이 보장된다.

후레쉬를 비추고 밤길을 다녀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불현듯 재미있으면서도 낭만적인 기분이 든다.

저녁 9시가 가까워져서인지 지나다니는 행인의 모습도 없고 조금 전 저녁식사를 했던 레스토랑도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벌써 문을 닫나?????

이번에는 반대편으로 방향을 잡아 잠시 걸어가다 보니 나무로 만든 노천 식당에서 한 무리의 캄보디안들이 무언가를 먹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와서 호기심에 의해 슬며시 다가가자 낮선 이방인의 등장을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신기하게 바라본다.

협소한 탁자는 두 개가 있었는데 오른쪽 탁자에 3명 그리고 왼쪽 탁자에 2명이 앉아서 간단한 캄보디아 음식을 먹고 있던 일행 중 왼쪽 탁자에 있던 캄보디안들이 이방인을 배려한 듯 서둘러서 계산을 끝내고는 순박한 미소를 남긴 채 사라지자 왼쪽의 식탁이 자연스레 내 차지가 된다.

노천식당의 쥔장으로 보이는 10대로 보여지는 캄보디안 푸잉의 앞에는 절구통이 놓여져 있고 절구통 앞에는 양배추와 민물게, 그리고 파파야가 있다.

오잉! 절구통과 파파야 그리고 민물 게!
갑자기 쏨땀뿌가 연상되기에 오른편에 앉아 있는 3명의 캄보디안 청년이 먹고 있는 음식을 유심히 쳐다보니 쏨땀뿌와 상당히 유사해 보여서 눈길을 주고 있었는데 캄보디안 청년들이 자신들이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해 유별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방인의 눈길을 의식했는지 맛을 보라고 권유하기에 이른다.

“어꾼”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맛을 보니 짝퉁 캄보디아식 쏨땀뿌다!
반가운 마음에 나도 이내 짝퉁 쏨땀뿌를 주문하고는 잠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절구통에 양배추 채 썰은 것과 파파야 채 썰은 것을 집어넣고 민물 게를 집어 들었는데 겨우 민물 게 다리 두 개만을 쬐~~금~~띠어서 집어넣고는 이름 모를 양념과 쥐똥고추 몇 개를 집어넣은 다음 신나게 찧고 있다.

민물 게가 비싼가????

좌판 위에는 맥주캔이 제법 보였는데 아사히 맥주도 있다.
아사히 맥주는 여지껏 말로만 들어 보았지 직접 내 눈으로 목격해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지라 그 유명한 쪽바리 아사히 맥주 맛은 과연 어떨지가 몹시 기대된다.

잠시 후 주문한 짝퉁 쏨땀뿌가 완성이 되어서 나는 아사히 맥주를 곁들인 시식을 했는데 아사히 맥주 맛은 부드러웠고 캄보디아 식 짝퉁 쏨땀뿌는 태국에 비해 매운 맛은 덜 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먹을 만했다.

내 옆에 있던 3명의 캄보디아 청년들은 페트병에 담겨져 있는 정체불명의 캄보디아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나에게도 한 잔 마실 것을 권유해서 맛을 보았더니 우리나라 과일주하고 맛이 아주 흡사했다.

마침 좌판 위에는 과일이 둥둥 떠다니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과일주등을 담아서 보관하는 커다란 유리통이 있었는데 아마도 캄보디안 청년들이 마시고 있는 그 과일주를 판매하는 것으로 추정되어진다.

나중 과일주를 사러 온 캄보디아 여인이 있기에 과연 얼마나 하나 궁금해서 유심히 관찰했었는데 1. 5리터짜리 페트병에 하나 가득 담아주었는데도 겨우 1000리엘만을 받는다.

엄청 싸네!

녀석들은 일행이 3명이면서도 겨우 쏨땀뿌 하나 만을 안주로 주문해서 아껴먹고 있었는데 녀석들의 안주가 너무도 부족해 보여서 별 생각 없이 녀석들에게 같이 먹기를 권유하자 녀석들은 순식간에 쏨땀뿌를 아작 낸다????

녀석들을 위해 쏨땀뿌 한 개를 더 주문했더니 이방인의 호의에 연신 어꾼! 을 연발하며 쏨땀뿌를 안주로 과일주를 마시던 녀석들 중 혀가 좀 돌아간다 싶은 한 녀석이 자신들과는 달리 아사히 맥주를 마시고 있는 나를 부러운 듯이 쳐다보다가 술빨에 간이 부었는지 느닷없이 내가 마시고 있는 아사히 맥주를 가리키면서 알 수 없는 캄보디아 말을 한다????

도대체 뭐라고 하는 소리냐????

녀석이 영어는 한 마디도 못하는 듯해서 도대체 녀석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가 궁금해서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더니 녀석은 술이 제대로 취했는지 맥주 캔을 입에 대고 마시는 시늉을 보여 준다.

엥?? 그러니까 뭐냐?? 지금 나한테 맥주를 사 달라는 야그냐???

전혀 예상 밖의 요구에 어이가 없어서 순간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얼마나 맥주가 마시고 싶었으면 생전 처음 보는 이방인에게 이런 무례한 부탁을 술빨의 힘을 빌어 요청할 까 생각이 미치니 측은한 마음도 들어서 나의 다음 행보에 대해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는 다른 멀쩡한 두 명의 캄보디안 까지 포함시켜 아사히 맥주 3캔을 달라고 하자 좌판의 어린 여주인의 얼굴이 활짝 펴졌고 술 취한 친구의 이방인에 대한 무대뽀성 요구로 인해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은근히 걱정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던 캄보디안들의 얼굴도 환하게 변모한다.

녀석들과 어울리다 보니 다소 무료했을 수도 있을 적막한 안롱웽의 밤 시간이 제법 재미있게 흘러간다.
.
내일은 씨소폰까지의 최단 코스 쌈라옹을 향해 이동하는 날이다.

쌈라옹 까지는 정규교통 편이 있겠지............

론리 플레닛을 인용한 캄보디아 여행자클럽의 정보에 의하면 쌈라옹 까지는 픽업트럭이나 오토바이로 이동이 가능한 것으로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오늘 캄보디아 국경을 넘으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경험에 의하면 아무래도 오래전에 만들어진 정보가 분명해 보여서 과연 현재는 상황이 어떻게 변했을지 부딪혀 봐야 안다.

내일의 쌈라옹 행이 매우 기대된다.

안롱웽의 밤은 너무도 무료하고 적막하다.

녀석들은 아무생각 없이 이방인으로부터 선사 받은 아사히 맥주를 기분 좋게 마시고 있다...........


2 Comments
포맨 2006.03.23 23:09  
  모또싸이 90키로로 달리셨군요.....
저도 기억하나 나는데  비포장길을 90키로로 내달리던
놈이 하나 있는통에 사하라 베두윈마냥 수건둘둘감고
덜덜 떨면서 끌려갔던 기억이 납니다.(여차해서 슬립걸리면 사지분해될까봐...)
오늘도 기대를 저버리시지 않는군요....여기때문에 요즘 태사랑에 매일들어옵니다.
곰돌이 2006.03.24 17:31  
  아이구 안롱휑에서 많이도 드셨군요^^*
어꾼이 캄푸챠말로 고맙다는 뜻인가 봅니다..
저도 게맛쏨땀 (짝퉁 쏨땀뿌)  먹어보고 싶습니다.. 과일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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