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창 여행기(4): 심심한 밤, 무서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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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창 여행기(4): 심심한 밤, 무서운 밤

chonburi 1 1895


꼬창 여행기(4): 심심한 밤, 무서운 밤

샤워를 했다.
뭐... 샤워실은 인터넷에서 보는 것처럼은 생겼으나 뭔가가 부족해 보였다.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먹으럭 갔다. 어디를 갈까 생각하다, 혹 한국인인 그분이 여행자가 많은 첫 번째 해변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웬지 모르게 말이다. 그곳에 가면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이 나의 꿈! 정말 정말 옹골지다.

저녁을 뭘 먹을까 생각하다 가장 근사한 곳에 들어갔다. 호텔이 아니고 그냥 식당이다. 헬리스 키친이라는 곳이다. 뭐 깔끔한 걸로는 근처에서 따라올 만한 곳이 없어 보였다. 속도 안 좋았기에(위염) 그곳에서 먹기로 했다.

메뉴를 보니 국제적이다. 나도 모르겠다.
무슨 스웨덴 어쩌구 저쩌구, 인디아 어쩌구 저쩌구......??

그냥 스테이크를 시켰다. 240밧이라는데 뭐 잘 나오겠지 싶었다. 그리고 냉커피를 주문했다. 사실 240밧이면 꽤 비싼 스테이크다. 씨즐러에서도 240밧이면 좋은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고, 후식과 수프, 그리고 샐러드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온 음식은 딸랑 스테이크 하나와 감자튀김 몇 개뿐이었다. 이~~런!!!!

저녁을 먹으면서 길거리를 내내 길거리를 쳐다보았다. 혼자 가는 한국사람 없나 싶어서였다. 그러나 한국사람처럼 보이면 모두들 짝이 있거나 3-4명이었다. 혼자 있는 한국인이라면 솔직히 이런저런 말도 나누면서 같이 밥이라고 먹고 싶었는데... 혼자는 없었다.

밥을 먹고 내일 스노클링 예약을 하러 전화를 걸었다. 늘 하던 곳이다. 방바오의 캡틴 뚬이라는 분이다. 전화를 하니 아줌마가 받는다. 근데 이 아줌마의 태국어는 너무 빠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핼로우”
“저기... 내일 스노클링하고 싶은데요?”
“누구? 뭐?”
“아뇨.. 에.. 저기 스노클링....”
“어디서 묶는데?”
“부티끄 리조트요”
“뭐라고........%&%&*)ㄸ^#&*ㅍ(){_ㅎ&(^”
“............................(음).................”

잠시 후, 뚬 아저씨가 전화를 받는다.
내일 스노클링을 하겠다 했더니만 요즈음에는 배를 전세를 내야 한단다. 몇 명이 할거냐고 묻기에 그냥 혼자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작은 배로 할 수 있을 거란다. 그래서 저녁을 먹고 그리고 가겠다고 했다. 그래야 더 확실할 것 같았다. 오리발도 샀는데.......!!!

저녁을 먹고 방바오로 갔다.
두 번째 해변을 지나, 세 번째 해변을 지나자 주위가 점점 으슥해진다. 한참을 왔다고 생각했는데 방바오가 나타나지 않았다. 모두가 산이고 가로등도 없고, 어둡고... 미치겠다.!!!
또 한참을 갔다고 생각했다. 잠시 불빛이 보이더만 이내 사라지고 또 다시 오르락 내리락 산길을 탔다. 혹시나 지나쳐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도 한번 지나쳐 버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귀신되는 거 아냐? 사고로 죽은 사람도 봤고, 계속 안 좋은 이만 생겼는데..... 그냥 돌아갈까? 하지만 어디서 유턴을 하냐?’

달랑 도로 하나라서 유턴할 수 있는 장소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냥 가야할 판이다. 그렇게 한참을 가니 기적 같게도 방바오 마을이 나타났다. 어찌나 기쁘던지 울고 싶었다.

방아오에서 툼 아저씨네 가게에 가니 아저씨가 나를 반긴다. 근데, 큰 배는 완전히 전세를 내어야 가능하고, 작은 배의 스노클링을 신청한 사람이 나 혼자란다. 그래서 내일은 스노클링 못한단다. 에이구~~!

옆집을 소개 받았는데, 500바트란다. 500바트면 리조트에서 하는 가격과 같다. 그래서 그냥 나왔다. 방바오 골목을 나오는데 제일 마지막 집 간판에 스피드 보트 스노클링이 있다.

‘스피트 보트로 질러버려??’

사실 손바닥만한 통통배 타고 바다에 나가면 스피드 보트 타고 소리지르며 지나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참 부러웠다. 게다가 손까지 흔드는 염장을 지르는 놈도 많다. 나는 사이도 아닌데 말이다.

“내일 스노클링을 하고 싶은데, 스피드 보트 얼마예요?”
“에... 900바트에, 물하고 과일도 주고, 점심도 줘요”

나이가 꽤 드신 할아버지가 답을 하신다. 오케이 900바트면 별 차이도 없네. 아까 소개 받은 집에서는 몇 십명이 커다란 통통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는 건데, 별 재미가 없어 보였다. 500밧이라~~! 900밧하고도 차이가 없으니 신청하기로 했다.

근데, 이 할아버지가 배를 소유한게 아니고 연결만 시켜주는 거다. 다행히 여러군데 전화를 허더니만, 사람이 부족해서 꼬와이까지만 간단다.

“꼬와이?? 에... 싫어요.. 그 밑에 작은 섬도 가요.”

하니 다시 다른 곳에 전화를 한다. 마침 있단다. 그래서 신청을 했다. 가격은 900밧이고, 만날 장소는 까이배 헛이란다. 이곳은 내가 꼬창에 처음 와서 처음으로 묶은 곳으로 기분이 안 좋은 기억을 담고 있는 곳이다.

당시 태국어를 잘 못하던 나는 혼자 꼬창 여행을 하게 되었다. 원래는 아는 태국인이 운영하는 곳을 찾아 갔는데, 다른 곳으로 떠났단다. 현지인의 도움으로 이 숙소에 오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늦은 밤에 말이다.

밤에 잠을 자는데, 마루바닥 사이로 모기가 올라왔다. 너무 간지러워서 수건으로 발을 꽁꽁 싸메고 잤다. 그런데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내 목을 졸랐다. 너무 무서웠다. 당시에 내가 했던 생각으로는 바로 앞 바다에서 죽은 귀신들이 나를 잡으러 왔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힘을 다해 정말 힘을 다해서 손끝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래서 잠을 깨었다. 무서워서 그 숙소에 있을 수 없었다.

밖을 나와보니 4시쯤이 되었다. 비는 부슬부슬 오고 있었고, 무슨 짐승우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울음소리가 뚜께 울음소리였단다. 더 무서운 건 그날 밤 숙소에서 모기에 많이 물렸는데 나와보니 모기에 물린 자욱이 하나도 없는 거였다. 그럼 내발을 그렇게 물어댄 건 뭐란 말인가? 하여간 그날 잠을 자지 못하고 해변가에서 서성이며 날밤을 샜다. 그 이후 까이배라는 말만 들어도 느낌이 좋지 않았고, 몇 번의 꼬창 방문에도 이곳에는 절대 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바로 그곳에 우연치 않게 오게 되다니 말이다. 정말 정말 불운한 생각이 자꾸 들었다.

다시 어두운 길을 되돌아 리조트로 오는데, 참 간 큰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서양 남자 여자 둘이서 후레쉬를 들고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거다. 세상에 간도 크지...!!

태워줄까 하다가 무서워서 그냥 갔다.

리조트에 돌아와 에어컨을 켜고 사워를 했다. 뭘 할까 하다가 PMP에 저장된 영화를 봤다. 파랑주의보다.... 그런데 이 파랑주의보도 사람이 죽은 영화다. 게다가 관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영화다. 영화는 굉장히 순수한 사랑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방 안의 분위기는 음칙해졌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불을 다 끌 수가 없었다. 창문으로 귀신이 나를 보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창문에 커튼을 치고, 문을 꽁꽁 참궜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내일 스노클링하고 그냥 집에 갈까? 아..집이 그립다. 잠 자리도 불편하고, 귀신은 나올 것 같고, 모기도 있고, 여기저기에 개미도 좀 있어 보인다. 아.. 미치겠다.

근데 아침에 뭐라 말하지? 나 때문에 숙소를 조정해서 겨우 방을 얻었는데, 차마 체크아웃하겠다고 말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우아~~~! 몰라...!!

* 심심해서리 첫번째 해변인 핫싸이카오에 갔었습니다. 나름대로 예뻐요.

* 제가 먹은 저녁입니다. 속이 안 좋았는데............. 밤에 속 때문에 엄청 고생했습니다. 그래서 집생각이 더 났구요. ^^

1 Comments
피오르드 2006.05.25 12:46  
  이 스테이크가 240밧이면 진짜 너무한다.
우리나라 일반 돈까스도 이것보단 낫겠다.
너무 폭리취하는 거 아니예요?
신고해요!!!. 그래도 혼자서 하실 건 다 하시고..
넘넘 부럽네요... 전 그냥 카오산 주변을 헤매이다
왔거든요..그래서 너무너무 섭섭해요...
이번에 또 갈까 생각중인데....아무 생각없이 그냥
하고 싶은데로 여기저기 구경하고 싶네요...
다 하고 싶네요.. ㅋㅋㅋㅋ~~~~~ 암튼 잘 읽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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