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름은 시타였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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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시타였다 6

mr.jeon 20 2133

시타 없이 며칠동안



30여 곳의 앙코르 유적을 찾아 돌아다녔다.



어떤곳에서는 일출을 보고 다른 곳에선 일몰을 보기도 했다.




툭툭을 타기도 하고 걷기도 했으며



때론 오토바이, 때론 자전거를 이용하기도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배낭객들과 동행하기도 하고



혼자 다니기도 했다.





북한 사람들이 달라를 벌기위해 운영하는 평양랭면집에 가서



꽃다운 북한 여종업원의 핸드폰 번호를 따내기도 했다.





적지않은 시간 캄보디아에 머물면서 정말 궁금했던게 하나있었다.



이렇게 많은 오토바이들이 질서없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역주행은 기본이고 차선과 인도가 구분이



되지않는 운행이며 가끔씩 지나가는 소떼들까지... 혼란 그 자체인데)




그 모두가 나름대로의 질서를 유지하며 단 한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는것도 본적이 없는것이다.



그것은 앙코르와트의 묵은 신비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한번 정도는 사고가 나는 걸 봤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던게 원인이었나보다.






*





프놈펜에 넘어가서 베트남 국경을 향한 긴 버스를 타고 있었다.



버스는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잠시 멈춰섰다. 운전기사가 내려 엔진을 점검한다.



문은 열려있고 건너편 가게엔 물을 파는 가게가 있다.



목이 마르길래 물 한통 사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 그 버스에서 내리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있었을까.



길 한복판에 무뚝뚝하게 서버린 버스에서 내릴땐



달려오는 오토바이에 치일수도 있다는 생각은 확실히 하지않았던 것 같다.




사막같은 도로엔 먼지가 아지랭이처럼 피어오르고있었다.



땅에 발바닥을 내디디는 순간,



끼이익~하는 스키드마크 그어지는 소리가 내 귀를 향해 다가온다



바로 그때, 어떠한 환영이 영화필름처럼 내 머리를 스쳐갔다





내가 한국에서 캄보디아행을 고민할 무렵



시타는 한국에 온다. 그리고 한국인과 결혼하기 위해 팔려온 한 베트남 처녀를 만난다.



그녀에게 묻는다. 당신의 베트남 남편이 나에게 사랑한다고 했어요.



그와 내가 결혼해도 될까요? 베트남 처녀는 울부짖는다. 안돼요. 내가 한국에 까지 와서



결혼하는건 단지 돈때문이에요. 아직 난 그를 사랑해요. 그를 가만 놔두세요.



좌절하며 돌아오는 시타는 비행기안에서 나를 만난다.



나와 여행하고 하룻밤은 나와 자면서, 내가 읽어주는 소설을 들으면서



사랑에 동의와 허락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걸 깨닫는다.



내가 앙코르와트의 일출에 넋을 잃고 있을 무렵



그녀는 베트남 남자친구에게 다가가서



당신 아내의 동의와 상관없이, 사랑한다고, 당신없인 못살거같다고, 자기를 안아달라고 부탁한다





돌아봐야겠다 혹은 피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든 건



내 몸이 공중에 붕 뜬 그 다음이었다.





내 육체가 불퉁불퉁한 콘크리트 바닥에 철퍼덕 쓰러지자



버스안의 외국인들은 합창이라도 하듯 "오우 마이 갓~"을 외친다.



시야가 깜깜했다가 다시 환해진다



창문에 이마를 기댄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입벌리고 나만 쳐다만보고있다.





너희들은 각자 하고싶은걸 하지만



내 자리에선 너희들 모두가 다 보여~ 라고 말하곤하던



초등학교때 선생님의 입장이 된것같았다.





눈을 다시 감았다. 시타를 보기위해서였다.



역시 그녀는 나를 비웃고있다. 반달 모양의 보조개를 한 채.




그래 나 바보다. 됐냐?




푸훗, 웃었다. 누군가 나를 일으킨다. 유창한 영어가 들리는것을 보니 서양인인것같다.



그가 손을 놓기에 무섭게 다시금 난 쓰러진다.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심하고 출혈도 있는것같다.



그래도 웃음은 끊이지않는다.



그녀의 반달 보조개가 내 뇌리에서 사라지지않는이상.








그녀의 이름은 시타였고



그리고 캄보디아였다.
























조지해리슨의 노래 "my sweetest lord"에 등장하는


힌두교신은 "라마"와 "시타"가 아니라 "라마"와 " 시바" 또는 "크리슈나"와 "시바"일 수도 있다.


네이버 검색창에 검색한번만 해보면 될 일인데, 혹시 수정하고 다시 써야될까봐, 검색을 생략했다.




일기에 등장하는 가이드북은


두르가 출판사의 "앙코르 인 캄보디아"이고


힌두신화는 리북출판사의 "신화가 만든 문명, 앙코르와트"를 주로 참고했다.


의견이 분분한 신화의 해석은 가장 맘에 드는 학설을 취했으며


내용에 따라 과장 또는 창작한 부분도 있다.




사진은 가능한 내가 찍은 걸 올리려했으나,


그렇지 못할경우 기존 블로그들에서 빌려왔는데


빌려온 사진의 경우 출처가 적혀있는것을 사용하려했다.


하지만 출처가 적혀있지않은 사진또한 사용했다.




일주일동안의 베트남여행을 마치고,


캄보디아로 돌아왔을때 푸슉이라는 캄보디아 친구를 하루동안 사귈 일이 있었다.


그 친구에게 많은 캄보디아 여자친구가 있다길래, 혹시나 해서,


"시타"를 아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시타"는 캄보디아에서 가장 흔한 이름이며,


자기가 아는 시타만해도 수를 셀수가 없다고했다.





* 이 글은 다른 게시판에서 이곳으로 이동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꼭 게시판 성격에 맞도록 글을 올려주세요. ^_^ (2006-06-01 18:12)
20 Comments
우리쑹이 2006.06.01 17:23  
  글이 너무 맛깔나네요.. 캄보디아의 공기가 담겨져 있는듯합니다.
태국살고싶지만겁나 2006.06.01 18:41  
  한권의 단편 소설을 본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캄보디아에 가보고 싶네요.
시타도 만나고 싶구요.
태국살고싶지만겁나 2006.06.01 18:47  
  사진이 안보이는게 너무 아쉽습니다.
mr.jeon 2006.06.01 20:38  
  앗, 사진이 안보이네요. 집에가서 다시올릴께요
비누방울방울 2006.06.01 20:55  
  그러게요. 단편소설을 훑고 온 기분. 좋네요. 웬지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꽃피는4월단 2006.06.01 21:00  
  정말 소설을 한편 본거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이효균 2006.06.01 22:55  
  아~~~ 정말 해박한 지식이 여기저기 베어나오는 글이네요 멋지싶니다
말리80 2006.06.02 06:05  
  글 잘읽었습니다^_^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네요-
다음편도 기대&기다리겠습니다~
2006.06.02 11:37  
  글 쓰시는 분이라 역시 다릅니다.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태사랑에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태국살고싶지만겁나 2006.06.02 17:11  
  그런데 이글들을 직접 쓰신건지...
너무 훌륭해서...

퍼오신거라도 감사드리겠습니다. *^^*&
mr.jeon 2006.06.02 20:52  
  항상 여행다녀오면 제 개인홈피에 끄적거리고 말았는데, 이번엔 사연이 좀 절절해서 태사랑에 옮겼더니, 반응이 정말 좋네요...^^ 종종 글 남길께요. 다들 감사.
태국살고싶지만겁나 2006.06.03 13:45  
  그러면 실제 얘기네요. 시타에 대한 얘기도 사실일테구요.
이후의 일이 궁금한데요..
시타와의 이후 일도...
아리잠 2006.06.03 19:49  
  행간 좀 줄여주심 읽기 더 편할듯 합니다요~
제 생각은 그르씀니다요~
mr.jeon 2006.06.06 02:26  
  후속글을 제 홈피에 쓰기시작했는데 여행이야기에서 조금 벗어난듯해서 여기단 옮기지않으려구요. 그래도 시타와의 뒷이야기가 궁금하신분은 제 홈피로.... <a href=http://www.cyworld.com/foreveroka target=_blank>http://www.cyworld.com/foreveroka</a>
썬샤인 2006.06.09 06:45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멋진 글입니다~~!!
최정규 2006.06.10 22:58  
  무지 재미있게 읽었읍니다. 감사합니다.
야옹이어디가 2006.06.11 14:01  
  정말 좋네요. 글을 읽는 내내 빠져들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것 같은 내용이예요.
ShinyDoc 2006.06.28 15:05  
  드라마인지 체험기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글 실력이 부러워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신 거 같아요. 저두 앙코르와트 가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정기태 2006.07.06 00:12  
  정말 전율이... 오랜만에 충격받았어요.
김천 2006.07.15 11:37  
  멋진글 정말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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