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름은 시타였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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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시타였다 3

mr.jeon 0 1083
캄보디아의 자야바르만 7세는 자야바르만 6세의 동생인

다라닌드라바르만 2세의 아들로서 젊은 나이에 결혼한 후

아버지의 명을 받아 참파국에서 청년시대를 보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야기한다.

"가서 정신바짝차려야 한다. 우리는 자랑스런 앙코르왕조의 후손이다.

지금은 비록 참파국의 지배를 받고있지만 왕조를 언젠가 되찾아와야한다.

미소를 짓고 있되 반드시 칼을 갈아라! 나의 아들아 왕권은 니가 되찾와야한다!"




앙코르와트 사원이 지어질 11세기초 만해도 캄보디아 앙코르 문명은 세계최강이었다.

12세기 이전에 인간에 의해 지어진 가장 완벽한 건물, 아직까지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리우는

앙코르와트는 365일 24시간 매순간 매초, 태양의 위치와 별들의 자리에 따라

비춰지는 그림자가 달라지며 부조에서 부각되는 주인공이 달라질정도로

불가사의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사원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캄보디아인들이 앙코르와트는 사람이 아닌, 신이 만들었다고

굳게 믿고있는것이었다. 하지만 불과 1세기만에 영광은 드리워졌다.

이웃국가 참파국에 지배속에서 캄보디아는 수난을 당해야했다.



참파에서 선진 문물을 배운 자야바르만 7세는 마침내

일어선다. 군인을 모으고 1세기전 앙코르와트의 영광을 되찾자고 선언을 한다!

그리고 국토를 완전히 회복하고 스스로 왕에 오른다.



캄보디아의 개혁!을 외쳤던 그는 부패한 힌두교도 승려들을 처형하고

국가 종교를 불교로 바꾼다. 거기까지였어야하는데

그는 스스로를 부처라고 선언한다!




그는 앙코르와트의 영광을 잇겠다며 앙코르와트보다 몇배나 큰 사원인 앙코르 톰을

짓는다. 힌두교신들의 목을 자르고 불상들을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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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울것이 없는 부처가 된 자야바르만 7세는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준 아버지께 "앙코르톰"사원을 바치고

어머니껜 "타프롬"사원을 바친다.


어머닌 죽으며 이야기한다. 아들아, 니가 자랑스럽다. 하지만 니가 두렵다.

아들은 묻는다. 어머니 뭐가 두렵다는건가요?



며칠후, 어머니의 혼이 담긴것으로 보인 새 한마리가 타프롬 사원위에 앉는다.

새는 똥이 마려운 듯 똥을 싼다.

똥속엔 새가 쪼아먹은 씨앗이 있었다.



그 씨앗이 타프롬 사원의 벽돌(사암) 사이사이로 들어간다.

작은 틈에서 운이 좋게, 뿌리를 내린다.

태양이 내리면 태양을 받고

비가 쏟아지면 비를 받아마시고

그렇게 조금씩 타프롬 사원의 벽돌틈에서 자라던 이 나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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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가이드북에 써있던대로 문명과 자연의 공존이 아니었다.



문명의 일방적인 참패였다.



시타와 일별하고 나혼자 찾아들어간 타프롬,



그곳에서 자야바르만 7세는 나무에 깔린채 울부짖고있었다.



어머니, 당신의 두려움이 이것인가요?



자야바르만 7세 이후 앙코르 왕조는 급속도로 쇠퇴하기시작했고.



이후 베트남, 태국, 몽고, 중국, 프랑스, 일본, 미국등에 의해 오래오래 유린당하게 이른다



*





시타의 몸은 풍만하진않았지만 상당히 단단하고 매끄러웠다.



내 손끝이 그녀의 몸에서 미끌어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있었고 속눈썹은 스르르 흔들렸다.


라마는 우주의 모든 선한 신의 도움으로 결국 악마의 왕 라바나를 죽인다



그리고 그의 사랑스러운 아내, 시타를 찾아낸다.



하지만 그녀는 생각처럼 원숭이 우리 안에 갇혀있는게 아니었다.



황금의 나무 아래 홀로 서있었고 왕녀처럼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새 옷을 입고 향기로운 야생화로 만든 왕관을 쓰고 끈으로 리본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있었다.







라마는 시타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왠지 어색하다는걸 깨달았았다. 어느새 그와 그녀 사이엔



간격이 있었다. 그녀가 왜그러냐고 묻자, 라마는 괴로운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나의 의무는 끝났소. 이제 당신은 자유요. 나의 의무는 선조의 규율과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일뿐, 내 자신이나 당신을 만족시키기 위한것은 아니었소. 이상한 집에서 오랫동안 있던 여자와



정상적인 결혼생활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오. 원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가시오. 더 이상 당신을 구속할 이유가 없소"





라마는 시타의 정절을 의심하고 있는것이었다.



시타는 울음을 터트렸다.













"was it good?"





내가 묻자 그녀는 또 반달모양의 보조개를 지어보여 나를 무안하게 한다.



얼굴이 새빨개져서 천장을 보고 눕자, 그녀가 팔배게를 벤다.



30$로 깎은게 다행이었지 50$ 다 냈으면 비싼 돈내고 이게 무슨 망신일까.







"니 직업이 이런거니, 몸을 파는거?"



"아니"



"그런데 왜 나에게 돈을 받아?"



"우린 친구니까"



"친군데 돈을 받아?"



"사랑하는게 아니니까"



"그게 캄보디아 룰이니?"



"아니, 시타의 룰이야"





울고있던 시타는 타고 있는 불섶으로 뛰어들며 외친다



"위대한 불의 신 아그니여, 나의 순결을 증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때 불 한 가운데서 불의 신 아그니가 시타를 구출하여 밖으로 나왔다. 검고 곱실거리는 머리,



붉은 옷을 입은 아그니 신이 시타의 손을 잡고 라마에게로 가서 말했다.



"라마왕자여. 시타는 정숙한 여인입니다"



시타가 말했다.



"보셨죠? 내 사랑...나는 정숙하고 자유스러운 여인입니다. 나는 내 스스로 당신에게 의지하고



어떤 지시든 받고있습니다...나는 항상 당신 가까이 있습니다"







"나는 항상 너의 가까이에 있을거야. 우린 친구니까"



" 내가 너 하나로 캄보디아 여성을 판단하는건 그렇지만, 캄보디아 여성이 어느정도 너와



생각이 같다면 캄보디아 여성들은 참 특이한거같애"



했더니 시타가 야릇하게 미소짓는다. 그리고 묻는다.



"한국 여자들은 어떤데?"



"......"



말이 탁 막힌다. 그걸 안다면 내가 지금 이역만리에 홀홀단신으로와서 새까만 여자를



품에 안고있을리가 없다.







벌겋게 익어서 불퉁불퉁해지기 시작한 내 피부의 껍질을 시타가 벗겨내기시작했다.



그러한 그녀의 행동을 모르는척 하고, 난 가방에서 가져간 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였다.







갑자기 시타가 표정을 바꾸며 책을 읽어달라고한다. 한국인들은 무슨 책을 쓰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하단다. 전력이 약한 캄보디아의 모텔방에서 끔뻑끔뻑하는 형광등아래 누워 (다행히



여긴 에어콘방이었다) 왼팔에 현지인 여자의 머리가 받쳐져있고 오른팔로 책을 든 기분은



가히 평범한 것은 아니었다.









여자와 벌거벗고 누워 한국어 책을 영어로 동시통역해줘야할 경우가



언젠가 내 삶에 찾아올 수 있다는걸



중고등학교때 누가 언급만 해줬어도, 난 진짜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을것이다.



다행히 책은 초특급 베스트셀러답게 쉽고 평이한 문체였고 어렵지않게 영어로 번역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기막한 미인들은 죄다 강남의 룸살롱에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그와 더불어 아름다운 여자에 대한 순정과 열망이 사라져버린 주인공 남자는



미모보단 싹싹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직장동료여성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밤새워 술마시며 축구이야기를 하다가 그녀의 집에가서 밤새 섹*스를 한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은데)



그리고 연인이 된다.



(여기부터가 어렵다고 설명하자 시타는 이해가 안되는 표정이다.



같이 잤는데 왜 연인이 안되는거야?



남자들은 욕망만으로 섹*스를 할때가 있거든.



욕망과 사랑이 뭐가 다른건데?



가령 우리가 같이 잤지만 우리가 사랑하는거야?



같이 자는순간 그게 사랑인거지...



우린 친구라며?



지금은 친구지, 같이 안자고있잖아...



당최 시타와의 대화는 하면 할수록 혼란스럽기만 하다)







주인공 여자는 주인공남자에게 당신이 좋지만, 당신만을 좋아하겠다고 약속할 수 없다고 한다



남자는 자기가 싫다고 하는 소리냐고 묻지만 당신을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근데 어떻게 다른 사람도 좋아할수있다는거죠?



그쪽은 평생 한사람만 좋아했나요?





논리가 이상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계속만난다. 사랑하므로.



하지만 그녀는 자주 늦게까지 남자들과 술을 마셨고. 다양한 남자들과 잠을 자는것같았다.



참을 수 없었지만 남자는 헤어질 수 없었다. 그 정도로 좋았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격분했지만, 그 꼴을 겪고도 헤어지지 못하는 남자가 병*신아니냐고 물었지만



시타는 여전히 이해를 못했다. 왜 여자가 그런것까지 남자한테 보고를 해야되냐는것이다.



책을 덮고 그녀에게 물었다.



"중요한걸 묻지않았네. 남자친구있어?"



"응"



"근데, 왜 나랑 자?"



"캄보디아에선 문제가 되지않아"



"퍼스트 스타일의 러브라고 했지? 그러면 돈은 왜 받았는데?"



"우린 친구니까"



이야기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책을 다시 폈다)







남자는 여자를 독점하기 위해 결혼하자고 한다.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는 여자를 설득하고 설득하고 작전을 펴고 작전을 펴서 마침내 결혼에



성공한다. (이것 또한 정말 어렵다고, 나도 여러차례 시도해봤지만 진짜 안되더라고



시타에게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애정어린 위로를 기대한건 아니었지만 그녀의



선문답같은 대답이라도 들으면 왠지 안심이 될것같았기에.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바보"



그리고 빨리 계속해서 책을 읽어달라고한다)







여자와 결혼에 성공한 남자는 안심한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느날 여자 (그러니까 남자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또 결혼하고 싶다고 얘기해온다.





(여기서 책을 집어던졌다. 시타도 여기서부턴 자기도 그녀를 이해할수없다고 이야기했다.



결혼을 했으면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할것. 역시 이 정도 상식은 이 새까만 캄보디아아가씨와도



공유할 수 있는것이라 생각이 드니 안심이 됐다)











주섬주섬 옷을 집어입는 시타의 등에다 대고 프놈펜에 같이가자고했다.



"프놈펜은 왜?"



"여긴 시골이잖아. 거긴 도시고. 도시의 야경을 보면서 스카이라운지위에서 너랑 스테이크도 썰고



싶고..."



시타는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아니, 벌써부터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일은 우리 어디가죠, 가이드님?"



"내일은 앙코르와트의 일출을 보자"



"일출? 또? 두번이나 갔잖아..."



"무슨소리? 두번 갔지만 한번도 못봤잖아..."







그건 그랬다. 새벽다섯시에 만나서 세계7대 불가사의인 앙코르와트사원으로 찾아간게



어제와 그제 벌써 두번이나 있었지만 한번도 제대로 된 일출을 보지못했다.



5월이 되면서 건기에서 우기로 접어든 요즈음의



캄보디아엔,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화창한 시간보단



비오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이다. 난 앙코르 선라이즈를 못봤다는 것보다



새벽에 출발한다는 이유로 기본요금인 10$말고 팁으로 5$을 더 뜯어내는



시타의 상술이 두번이나 얄미웠었드랬다.







"그렇게 꼭 봐야되는거야? 앙코르와트 선라이즈?"



"안보면 평생 후회할 걸..."



"평생 후회하긴, 까짓거 또 오면되지, 아니면 여기서 살수도 있는데..."



"아서요~또 어제 낮처럼 그럴려고 그러지? "







어제 앙코르 톰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내가 여기서 돈을 버는 방법은 없을까? 진지하게 시타에게 물었었다.



시타의 도움으로 (그녀는 마치 영화 홍반장에 나오는 홍반장같았다. 씨암렛 복판



아무데나 오토바이를 세우고 랜덤으로 들어가는 듯한 가게의 주인들을 모두 알고있었고



그들은 시타에 대한 무한정의 신뢰를 보였다)



나는 식당 헬퍼 2시간, 찬모 역할 2시간, 거리 노점 상에서 앙코르와트가 새겨진 티를 1달러에



파는 잡상인 역할을 한시간씩 했었는데 결과는 모두 참담했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구사하는 영어는 톤과 발음이 너무 다양해서 한 언어라고 묶기에 버겁도록



광범위하게 느껴졌고, 따라서 내가 일을 한다기보단 허걱대며 어학연수를 하는 느낌이었다.



동남아 특유의 향신료인 팟찌를 나르다가 자극적인 냄새에 손님에게 음식을 쏟을뻔하기도 했고



노점에서 옷을 팔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옷을 홍보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어설펐는지



한 독일인이 (내가 장난치는 줄 알았는지) 내 옆에서서 비슷하게 옷을 파는 시늉을 했었다.





멀리서 코카콜라를 마시며 나를 지켜보던 시타는 더 이상 안되겠는지



주인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더니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얼른 느네 나라로 돌아가서 글이나 써"







*







내 엉덩이를 톡톡치고 문을 여는데 상대적으로 환한 복도의 불빛이 들어와



그녀는 이내 야리야리한 실루엣이 된다.



"헤이, 시타, 나의 매력하나만 뽑는다면?"



" 굳이 뽑자면 그쪽 눈웃음이 참 선량해보여서...캄보디아인에겐 없는 웃음이야"



하면서 또 반달모양의 비웃는 보조개를 짓는다.









그녀가 떠나고 나서, 나는 불속으로 뛰어든 시타여왕을 생각했다.



여자가 자신과만 육체관계를 갖길 원하는것은 가부장들의 아집이란걸



그녀 정도면 잘 알텐데, 왜 정절을 증명하기위해 불까지 뛰어들었을까.







자신의 노래, "my sweetest lord"를 통해 라마와 시타를 찬양했던 조지해리슨은 사실



라마와 시타가 힌두교의 신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연애하는 신이었기에 찬양했던게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것이다.



사실 힌두교든 이슬람교든 상관없이 그가 노래하려던것은 자유연애 바로 그것이었다.







혹시 블랙코미디가 아닐까.



힌두교의 두 신 이야기가 여자의 정절과 남자의 가부장적 소유를 정당화하고 있음을



찬양한다는 표현으로 꼬집은건 아닐까.







시타는 언제까지 날 찾아올까. 10$ 15$을 주면 언제든 찾아오는것일까.



그녀의 직업은 무엇이고 삶은 무엇이고 사랑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나에게, 나에게



직업은 무엇이고 삶은 무엇이고 사랑은 무엇일까. 여신 시타는 시타대로 여행가이드 시타는



시타대로 행복하게 움직이고있었다. 그 행복한 일련의 움직임을 우리는 소신이라고 부른다.




소신의 부재.




바로 그것이다. 내 스스로에게 진단명을 내리고서야 나는 에어컨을 끈다.



내일 새벽일찍 다시 앙코르와트로 달려가려면 일찍 잠들어야한다.



거기까지 생각했던 기억이 나는걸로 봐서



난 이내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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