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ly days (코사무이 그 둘째날)
비비적비비적. 아침이다.
침대 아래로 기어내려가기 싫어서 베게속에 얼굴을 파묻는다.
몇신지는 몰라도 밖은 웬일인지 시끄럽다.
남자애들끼리 뭐라고뭐라고 떠들어대는 통에 다시 잠들기가 어렵다.
앗! 그런데 잠깐.....! 저건 한국말이다!
벌떡! 일어나 창문을 제끼고,
"악!!! 대한민국 국민여러분!!! 심지어 남자 여러분!!! 반가워요!!!"
라고 발악하고싶었으나,
난 지금 속옷차림에 머리는 산발일테고, 입술사이로 침이 길게 뻗어있을게다.
혼자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한국남자애 셋이서
"가위바위보~!" 라면서 자기들끼리 뭔가 정하고있다.
순간 초딩인가..? 싶었지만, 변성기를 훨씬 지나보인다.
어찌됐건,
남자에다가 심지어 한국사람이라..
드디어 급친절을 베풀순간이구나. 오호라.
난 남자에게만 친절하다. 본능이다.
오늘은 게으름을 피우는 날이다.
뭐 언제는 안게을렀나 싶기도하지만;;
해변에서 물놀이하고, 책도 좀 읽고, 그냥 누워서 해바라기놀이만 할 생각.
다행히 사무이에 있는 3박4일동안 날씨가 너무너무 좋았다.
우선 비키니는 비키니더라도,
뭐라도 뱃속에 집어넣어야 살것같아 거리로 나간다.
아침 9시정도 됐는데도 길바닥에 개미새끼 한마리도 안보인다.
조용...... 너무 고요해서 이동네 나 혼자 사나 싶기도하다.
그래도 빨래방은 문 열었길래 아지메한테 빨래를 맡기고.
(원래 세제를 챙겨서 갔었는데,
세정력이 별론지, 잘 안빨아져서 한번 맡겼었어요)
태국식이 아니더라도,
토스트에 쨈이라도 발라먹을라는데,
뭐 이렇게도 문연가게가 없으니... 돈 안버니, 얘들아?
대충 가게들의 오프닝타임을 보니, 10시나 11시다.
그리고 클로징타임은 새벽2시, 3시..
아아. 이곳은 그야말로 밤의 왕국이구나!
나처럼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른과는 맞지않는다.
우야든동,
일찍 연 가게에 들어가 앉는다.
메뉴판을 준다. breakfast를 찾고있는데,
뭐라드라 암튼 내가 먹은게 제일 싼 100밧이고,
아메리칸스타일은 더 비싸고, 잉글리쉬 스타일은 더 비싸다.
아메리칸은 에그스크램블을 더 주는거고,
잉글리쉬는 햄하고 뭐 이것저것 주는거더라.
싼거 먹는다.
아침부터 포식하면 수영못한다. 핑계대면서.
아침을 먹다보니,
어제있었던 월드컵경기 하이라이트를 보여준다.
울화가 치민다. 우리 히동구오빠. 흐흑. ㅠㅠㅠㅠ
한국사람인 티를 내기위해
혼자 또 빵이며 과일이며 사진을 찍어댄다.
빵은 홈메이드라는데 별로 맛없다.
난 지금까지 살면서 타이항공에서 주는 빵이 제일 맛있었다.
특히 따순 크로와상은+_+ 하마터면 눈물이 날뻔했다.
그 가게에 혼자온 서양인 남자를 보면서,
아따 말 좀 걸어주지, 내 영어는 못해도 성심성의껏 바디랭귀지라도 할텐데..
근데 정말 먼저 말거는사람 별로없었다.
난 서양에서마저 버림받은 얼굴인가. 씨;;
숙소로 돌아간다.
우선 비키니를 안에입고 그위에 티셔츠와 바지를 입는다.
사실 한국에서 내가 비키니따위는 한번도 입은적이 없다.
수영장도 안갈뿐더러,
바다에 놀러가서 물놀이한 기억도 초등학교이후로 없는것같다.
실로 10년이 넘도록 몸담근곳은 목욕탕밖에 없으니... 막 신난다!
누군가 태국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말하라면,
내가 뭘 입고 다니건,
어떤꼴로 다니건,
길에서 뭘 먹건,
심지어 대낮에 술먹고 길에 뻗어도,
그 누구도 날 터치하지 않는것이다.
나 역시 그들이 뭘 하건 신경안쓰고.
한국사람은 너무 관심이 많다.
관심이 아닌 간섭이다.
그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나는 정말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다 하고싶었다.
해변에 나가보니 어제의 그녀들의 벌써부터 놀고있다.
역시 셀카를 찍고있다.
(나중에 세어보았더니 한사람당 500장의 셀카를 찍었더라;;
저의 셀카는 소중하니까요;; 머리카락 찰랑~)
인사를 하고 같이 비치의자를 가져와서 그녀들 옆에 자리한다.
자연스레 함께 놀게되었다. (사실은 내가 옆에서 추근댔다.)
우선 바다에 발이나 담가볼 마음으로 들어갔더니,
와우! 물이 생각보다 따숩다;;;;
이러다 목욕탕갔을때처럼 손가락 다 불겠다;;;;
아오. 때타올 가져와서 꽁짜로 때밀걸-_- 급후회.
(이런거 하면 안된다고 올리는것이어요. 저도 기본적인 개념은 탑재;;)
대형튜브 (그 사람하나 올라가서 누울수 있는) 2개를 빌렸다.
2사람씩 놀고 선수교체하려고..
하나에 100밧, 한사람당 50밧 든셈이다.
완전 최고로 재밌다!!!!!
몰려오는 파도에 슈우욱 밀려가고, 또 슈우욱 밀려가고,
아아. 이런맛에 사람들이 바다로 놀러가는구나앗!
2사람씩 튜브타기로 했는데,
내가 너무 재밌게 노는것처럼 보였는지, 언니가 같이 타잔다.
처음엔 괜찮다고 했다가 바로 수긍하고 좋다고 논다.
너무 빼는 여자는 매력이 없다고 우리 사회선생님이 그랬다.
힘이 슬슬 빠진다.
해변으로 올라가서 잠시 눕는다.
비키니차림으로 그늘아래에서 책읽는게 너무도 간지나 보이길래,
나도 책한권 들고나와 읽어본다.
아니 웬걸! 잠이온다.
퍼잔다.
1시간잤을까?
그녀들이 아침겸 점심겸 해서 사온 과일을 같이 먹는다.
고슴도치같이 생긴 두리안. 자꾸 땅콩껍질같은게 안떨어져 별로다.
이름모를 자주색껍질에 하얀키위처럼 생긴놈.
아. 요놈요놈 내 스타일이네.
꽁짜로 얻어먹는 주제에 눈치없이 잘도 줏어먹는다.
사막에 던져놔도 잘 살거다. 나는. 흙이라도 퍼먹을게지.
3시쯤 됐으려나.
이제 숙소로 씻으러 돌아가는 언니들을 부여잡고,
딱 한번만! 딱 한번만! 바다에 들어가서 놀다오자고 앵앵댔다.
그중 한명만 나의 애타는 마음을 받아주어 우리는 낼롬나갔다.
그 딱 한번이 나에게 이런 재앙을 낳을줄은.....
또 신나게 놀았다.
튜브타고 파도에 밀려 슈우우욱~ 갔다가 돌아오고 슈우우욱~ 갔다가 돌아오고.
한 30분노니까 현기증나면서 지치드라.
나도 늙은게다. 이십견이 도지려고한다. 아이고 어깨야.
각자 숙소에가서 씻고, 내가 그녀들방으로 방문하기로 한다.
오늘은 마사지를 받고 씨푸드를 먹으러가기로 했다.
이 빌어먹을 나의 방으로 온다.
바퀴벌레가 샤샤샥!-_- 쓰글놈.
우리집에 있는 바퀴박사인지 머시기좀 붙여놓고싶은디;;
씻어도 씻어도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은 바닷물인듯하다.
몸이 미끌미끌. 미꾸러지 담넘어가는 듯하다. 씨.
그래도 폼클렌징으로 샤샤샥 씻고 머리까지 감고 그녀들의 방으로 갔다.
그녀들의 룸넘버는 5. 샤넬넘버화이브냐?
어쨌건 문을열고 들어갔는데. 두둥.
나의 방은 벽지도 안바른 어두침침한 나무에, 나무바닥에,
백열등도 아닌 한 5년쓴 형광등이다-_-
근데 그녀들의 방은 이야말로 궁전인게다!
하얀 타일의 바닥, 하얀벽지, 깨끗한 침대와 이불,
심지어 TV도 있고, 화장실엔 샤워부스도 따로있다.
씨이. 나 혼자라고 무시한거야, 태국언니?
꼴랑 500밧차인데 내방하고 너무 다르잖아.
난 억울해서 침대에 누워 앵앵댄다.
내방은 500밧이 아니라 이거 완전 100밧짜리라고. 흐흑.
그녀들은 그냥 웃기기만한가보다.
하긴 다 큰여자애가 벌러덩 드러누워 다리를 파닥대며 앵앵대는꼴하고는.. 쯧.
그녀들방에 좀 드러누워 있는다.
아까부터 등이 따꼼따꼼하다.
왜이런가 하고 등판을 탁 펼쳐보았더니. 오매. 시~~~뻘겋다. 시방.
이그시 이그시 으찌된일이여. 왜이러는겨.
완전 새빨갛게 익은게다!
다른언니들은 별로 그러도않더만, 나랑 한언니만 그렇다. 시뻘겋게.
손만대도 아프고, 입고있는 옷의 감촉또한 자극이 크다.
아놔. 나름대로 속살만은 새초롬했는데. 아놔.
참.
나도 오지랍도 넓지.
어제만나 이제겨우 친해진 언니들앞에서
속옷만 입고 엎드려 누워있는다. 너무 따가워서.
여행다니다보면 알겠지만,
그냥 사회에서나 학교에서 만나서 친해지는것보다
여행지에서 만나면 훨씬 속도가 빠르다.
진짜 남들앞에서 그렇게 부끄러워하던내가(과연?) 속옷만 입고. 쯔쯔.
마사지를 받으러간다.
태사랑에서 봤던 그린게스트하우스 옆에있는 마사지샵.
우리숙소에서 멀고도 멀었지만, 잘한다니까.
3명은 오일마사지, 1명은 타이마사지.
아줌마한테 넷이왔으니까 깎아달라고 했으나 안타까운얼굴로 안된단다.
맘약한 나는 알았다고 알았다고 어여 눕기나 하자고 하며 벌러덩 눕는다.
아직도 등이 따가워 죽겠다. 휴우.
근데 여기.
정말 잘하는데 맞아?
앞서 말했지만, 나는 서울에서도 경락을 받아서 그런지,
아니 이거 완전 슬쩍슬쩍 터치만하고.
그리고 나는 좀 부탁하거나 그러는걸 잘못해서
스트롱하게 해달란 말도 못하겠더라. 괜히 미안하구.
그리고 마사지하는 아줌마들끼리 계속 수다를 떨어주신다.
다른데는 어떤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마사지 받을때 좀 노곤노곤하니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너무 떨어주시니. 참.
팁안주고 그냥나왔다. 맘상한게다. 흥.
우린 마사지 너무 성의없다고 투덜대며 long table에 간다.
괜히 거기 안가는척 둘러보는척하면서 서성이니 아저씨가 막 말을한다.
새우 대여섯개에 등푸른생선 한놈, 오징어 한놈, 꽃게 한놈.
이렇게해서 1000밧이란다.
아이 아저씨 너무 비싸잖아요. 이놈이 2만5천원이라니.
내가 시방 갯벌 나가서 새우잡아와도 이것보단 낫겄소.
그래도 아저씨가 안된단다. 우린 몰래 새우한마리 더 올린다.
거기다 랍스터도 1000밧이란다.
안먹을까하다가 그래도 여기까지와서 저놈 안먹음 후회할듯해서 들어간다.
그러니까 한사람당 500밧 든셈이다.
우린 궁시렁궁시렁한다.
분명 태사랑에서는 여자넷이 천밧주고 배부르게 먹었다는데,
우린 이천밧주고 쫄쫄 굶는거 아니냐고. 시방.
그래도 좋다고 그녀들의 셀카는 시작된다. 나도 섞여서 몇방 찍어본다.
우리가 좀 더 발품을 팔고 돌아다녔으면
더 싸고 맛있게 먹었을지 모르지만, 너무 힘들었다. 배가 고팠다. 흑.
새우가나온다. 울트라캡숑 맛난다.
랍스타가 나온다. 에게? 한포크 집었더니 끝난다.
그리고 한국여자들 남자없음 진짜 미친듯이 먹는다.
그러다 머리끄댕이잡고 싸울것같다. 내가 먹니, 니가 먹니 이럼서.
우린 정말 빛의 속도로 나머지 음식들도 싹 헤치웠다.
허무했다.
우리동네 슈퍼에서 제주은갈치사서 조림해먹고싶었다.
영광굴비가 아닌 그냥 조기라도 먹고싶었다.
새우는 뭐 그냥 생물아닌 냉동이라도 먹고싶었다.
너무했다.
게눈감추듯사라졌다.
우울해졌다.
뭐 이것저것 사자며 슈퍼로간다.
코사무이에 대형슈퍼가 하나있는데 우리 숙소에서 좀 멀긴했다.
태국슈퍼에서 제일 신기한건
야쿠르트가 1리터짜리로 나오는거다.
완전 사서 마시고싶었는데 끝내는 못먹고왔다.
이것저것 구경하는데 두둥. 신.라.면.
완전 씨푸드에 착잡한나는 신라면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여기에 김치 하나 얹어 먹으면 정말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요.
(아니 그전에 조쉬하트넷 한번만 보여주면 그땐 정말 없겠어요.)
김치도 있으려나? 김치김치김치김치 하며 김치를 찾아다닌다.
있다... 어떤 아줌마의 얼굴이 콕 박힌 김치가있다.
감동적이다. 대한민국 만쉐이.
내일 꼭 사먹을거라고 다짐하고 나온다.
후회된다. 나는 그후로 다시 그 슈퍼에 가질못했다.
미리미리 준비하자. 그때그때 사먹자.
우린 해변을 걸어 터벅터벅 숙소로 돌아간다.
이따가 본격적으로 밤의 열기가 뜨거워지면 나가기로하고,
언니들이 그 유명한 내방을 좀 보자고 한다.
보여준다. 경악한다. 불쌍해한다. 내 어깨를 다독인다. 난 고개를 떨군다.
언니네 숙소에 누워 태국어로 더빙된 해리포터를 본다.
저놈 갈수록 늙수그레해진다. 가슴아프다.
TV만 보다 너무 심심해서
언니중 한명이 가져온 동양화를 꺼낸다. 유후.
나 완전 타짜라구! 미취학아동때부터 심취해있었다구!
언니랑 나밖에 할줄 모르고, 한명은 침대서 디비자구, 한명을 꼬셔서 가르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니, 4광에 청단에;;;;;
다행히 맞기로 벌칙을 주기로했지만,
우리둘은 그 누구도 먼저 말하지 않았으나,
"응 그래 이렇게 하면되는거야. 이번판까지 연습이야" 라고 말한다.
그언니도 처음엔 잘 몰랐는지 수긍한다.
허나 첫발개끝발이라더니, 우리둘이 판을 휩쓸자,
"이 가시내들 아까 내가 잘할때는 그냥 넘어가두만,
이것들이 아주 영리하다잉. 아주 머리를 잘쓴다잉."
그럼! 내가 JQ는 아인슈타인오빠보다 더 뛰어나다구!
등이 따가롭다.
옷을 벗는다.
속옷만입고, 삼겹살을 드러낸채 고스톱에 심취한다.
참. 아무리생각해도 내 오지랍은 전국최고인듯싶다.
나가자고 해놓고,
1시까지 열심히 쳐놓고는,
어깨가 아플때쯤 그만둔다.
내일은 스노클링도 가야하니 일찍 잠에 들기로한다.
내방으로 도저히 가고싶지않아서,
언니들방에서 자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그러라한다.
아까 보여준 보람이 있다.
엎드려서 잠에 든다.
내일 스노클링 재밌어야하는데,
등 다 타서 걱정이다. 더 타면 완전 화상인데.
아.
그래도 오늘은 찬송안부르고,
언니손을 꼭 붙잡고 잠에든다.
침대 아래로 기어내려가기 싫어서 베게속에 얼굴을 파묻는다.
몇신지는 몰라도 밖은 웬일인지 시끄럽다.
남자애들끼리 뭐라고뭐라고 떠들어대는 통에 다시 잠들기가 어렵다.
앗! 그런데 잠깐.....! 저건 한국말이다!
벌떡! 일어나 창문을 제끼고,
"악!!! 대한민국 국민여러분!!! 심지어 남자 여러분!!! 반가워요!!!"
라고 발악하고싶었으나,
난 지금 속옷차림에 머리는 산발일테고, 입술사이로 침이 길게 뻗어있을게다.
혼자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한국남자애 셋이서
"가위바위보~!" 라면서 자기들끼리 뭔가 정하고있다.
순간 초딩인가..? 싶었지만, 변성기를 훨씬 지나보인다.
어찌됐건,
남자에다가 심지어 한국사람이라..
드디어 급친절을 베풀순간이구나. 오호라.
난 남자에게만 친절하다. 본능이다.
오늘은 게으름을 피우는 날이다.
뭐 언제는 안게을렀나 싶기도하지만;;
해변에서 물놀이하고, 책도 좀 읽고, 그냥 누워서 해바라기놀이만 할 생각.
다행히 사무이에 있는 3박4일동안 날씨가 너무너무 좋았다.
우선 비키니는 비키니더라도,
뭐라도 뱃속에 집어넣어야 살것같아 거리로 나간다.
아침 9시정도 됐는데도 길바닥에 개미새끼 한마리도 안보인다.
조용...... 너무 고요해서 이동네 나 혼자 사나 싶기도하다.
그래도 빨래방은 문 열었길래 아지메한테 빨래를 맡기고.
(원래 세제를 챙겨서 갔었는데,
세정력이 별론지, 잘 안빨아져서 한번 맡겼었어요)
태국식이 아니더라도,
토스트에 쨈이라도 발라먹을라는데,
뭐 이렇게도 문연가게가 없으니... 돈 안버니, 얘들아?
대충 가게들의 오프닝타임을 보니, 10시나 11시다.
그리고 클로징타임은 새벽2시, 3시..
아아. 이곳은 그야말로 밤의 왕국이구나!
나처럼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른과는 맞지않는다.
우야든동,
일찍 연 가게에 들어가 앉는다.
메뉴판을 준다. breakfast를 찾고있는데,
뭐라드라 암튼 내가 먹은게 제일 싼 100밧이고,
아메리칸스타일은 더 비싸고, 잉글리쉬 스타일은 더 비싸다.
아메리칸은 에그스크램블을 더 주는거고,
잉글리쉬는 햄하고 뭐 이것저것 주는거더라.
싼거 먹는다.
아침부터 포식하면 수영못한다. 핑계대면서.
아침을 먹다보니,
어제있었던 월드컵경기 하이라이트를 보여준다.
울화가 치민다. 우리 히동구오빠. 흐흑. ㅠㅠㅠㅠ
한국사람인 티를 내기위해
혼자 또 빵이며 과일이며 사진을 찍어댄다.
빵은 홈메이드라는데 별로 맛없다.
난 지금까지 살면서 타이항공에서 주는 빵이 제일 맛있었다.
특히 따순 크로와상은+_+ 하마터면 눈물이 날뻔했다.
그 가게에 혼자온 서양인 남자를 보면서,
아따 말 좀 걸어주지, 내 영어는 못해도 성심성의껏 바디랭귀지라도 할텐데..
근데 정말 먼저 말거는사람 별로없었다.
난 서양에서마저 버림받은 얼굴인가. 씨;;
숙소로 돌아간다.
우선 비키니를 안에입고 그위에 티셔츠와 바지를 입는다.
사실 한국에서 내가 비키니따위는 한번도 입은적이 없다.
수영장도 안갈뿐더러,
바다에 놀러가서 물놀이한 기억도 초등학교이후로 없는것같다.
실로 10년이 넘도록 몸담근곳은 목욕탕밖에 없으니... 막 신난다!
누군가 태국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말하라면,
내가 뭘 입고 다니건,
어떤꼴로 다니건,
길에서 뭘 먹건,
심지어 대낮에 술먹고 길에 뻗어도,
그 누구도 날 터치하지 않는것이다.
나 역시 그들이 뭘 하건 신경안쓰고.
한국사람은 너무 관심이 많다.
관심이 아닌 간섭이다.
그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나는 정말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다 하고싶었다.
해변에 나가보니 어제의 그녀들의 벌써부터 놀고있다.
역시 셀카를 찍고있다.
(나중에 세어보았더니 한사람당 500장의 셀카를 찍었더라;;
저의 셀카는 소중하니까요;; 머리카락 찰랑~)
인사를 하고 같이 비치의자를 가져와서 그녀들 옆에 자리한다.
자연스레 함께 놀게되었다. (사실은 내가 옆에서 추근댔다.)
우선 바다에 발이나 담가볼 마음으로 들어갔더니,
와우! 물이 생각보다 따숩다;;;;
이러다 목욕탕갔을때처럼 손가락 다 불겠다;;;;
아오. 때타올 가져와서 꽁짜로 때밀걸-_- 급후회.
(이런거 하면 안된다고 올리는것이어요. 저도 기본적인 개념은 탑재;;)
대형튜브 (그 사람하나 올라가서 누울수 있는) 2개를 빌렸다.
2사람씩 놀고 선수교체하려고..
하나에 100밧, 한사람당 50밧 든셈이다.
완전 최고로 재밌다!!!!!
몰려오는 파도에 슈우욱 밀려가고, 또 슈우욱 밀려가고,
아아. 이런맛에 사람들이 바다로 놀러가는구나앗!
2사람씩 튜브타기로 했는데,
내가 너무 재밌게 노는것처럼 보였는지, 언니가 같이 타잔다.
처음엔 괜찮다고 했다가 바로 수긍하고 좋다고 논다.
너무 빼는 여자는 매력이 없다고 우리 사회선생님이 그랬다.
힘이 슬슬 빠진다.
해변으로 올라가서 잠시 눕는다.
비키니차림으로 그늘아래에서 책읽는게 너무도 간지나 보이길래,
나도 책한권 들고나와 읽어본다.
아니 웬걸! 잠이온다.
퍼잔다.
1시간잤을까?
그녀들이 아침겸 점심겸 해서 사온 과일을 같이 먹는다.
고슴도치같이 생긴 두리안. 자꾸 땅콩껍질같은게 안떨어져 별로다.
이름모를 자주색껍질에 하얀키위처럼 생긴놈.
아. 요놈요놈 내 스타일이네.
꽁짜로 얻어먹는 주제에 눈치없이 잘도 줏어먹는다.
사막에 던져놔도 잘 살거다. 나는. 흙이라도 퍼먹을게지.
3시쯤 됐으려나.
이제 숙소로 씻으러 돌아가는 언니들을 부여잡고,
딱 한번만! 딱 한번만! 바다에 들어가서 놀다오자고 앵앵댔다.
그중 한명만 나의 애타는 마음을 받아주어 우리는 낼롬나갔다.
그 딱 한번이 나에게 이런 재앙을 낳을줄은.....
또 신나게 놀았다.
튜브타고 파도에 밀려 슈우우욱~ 갔다가 돌아오고 슈우우욱~ 갔다가 돌아오고.
한 30분노니까 현기증나면서 지치드라.
나도 늙은게다. 이십견이 도지려고한다. 아이고 어깨야.
각자 숙소에가서 씻고, 내가 그녀들방으로 방문하기로 한다.
오늘은 마사지를 받고 씨푸드를 먹으러가기로 했다.
이 빌어먹을 나의 방으로 온다.
바퀴벌레가 샤샤샥!-_- 쓰글놈.
우리집에 있는 바퀴박사인지 머시기좀 붙여놓고싶은디;;
씻어도 씻어도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은 바닷물인듯하다.
몸이 미끌미끌. 미꾸러지 담넘어가는 듯하다. 씨.
그래도 폼클렌징으로 샤샤샥 씻고 머리까지 감고 그녀들의 방으로 갔다.
그녀들의 룸넘버는 5. 샤넬넘버화이브냐?
어쨌건 문을열고 들어갔는데. 두둥.
나의 방은 벽지도 안바른 어두침침한 나무에, 나무바닥에,
백열등도 아닌 한 5년쓴 형광등이다-_-
근데 그녀들의 방은 이야말로 궁전인게다!
하얀 타일의 바닥, 하얀벽지, 깨끗한 침대와 이불,
심지어 TV도 있고, 화장실엔 샤워부스도 따로있다.
씨이. 나 혼자라고 무시한거야, 태국언니?
꼴랑 500밧차인데 내방하고 너무 다르잖아.
난 억울해서 침대에 누워 앵앵댄다.
내방은 500밧이 아니라 이거 완전 100밧짜리라고. 흐흑.
그녀들은 그냥 웃기기만한가보다.
하긴 다 큰여자애가 벌러덩 드러누워 다리를 파닥대며 앵앵대는꼴하고는.. 쯧.
그녀들방에 좀 드러누워 있는다.
아까부터 등이 따꼼따꼼하다.
왜이런가 하고 등판을 탁 펼쳐보았더니. 오매. 시~~~뻘겋다. 시방.
이그시 이그시 으찌된일이여. 왜이러는겨.
완전 새빨갛게 익은게다!
다른언니들은 별로 그러도않더만, 나랑 한언니만 그렇다. 시뻘겋게.
손만대도 아프고, 입고있는 옷의 감촉또한 자극이 크다.
아놔. 나름대로 속살만은 새초롬했는데. 아놔.
참.
나도 오지랍도 넓지.
어제만나 이제겨우 친해진 언니들앞에서
속옷만 입고 엎드려 누워있는다. 너무 따가워서.
여행다니다보면 알겠지만,
그냥 사회에서나 학교에서 만나서 친해지는것보다
여행지에서 만나면 훨씬 속도가 빠르다.
진짜 남들앞에서 그렇게 부끄러워하던내가(과연?) 속옷만 입고. 쯔쯔.
마사지를 받으러간다.
태사랑에서 봤던 그린게스트하우스 옆에있는 마사지샵.
우리숙소에서 멀고도 멀었지만, 잘한다니까.
3명은 오일마사지, 1명은 타이마사지.
아줌마한테 넷이왔으니까 깎아달라고 했으나 안타까운얼굴로 안된단다.
맘약한 나는 알았다고 알았다고 어여 눕기나 하자고 하며 벌러덩 눕는다.
아직도 등이 따가워 죽겠다. 휴우.
근데 여기.
정말 잘하는데 맞아?
앞서 말했지만, 나는 서울에서도 경락을 받아서 그런지,
아니 이거 완전 슬쩍슬쩍 터치만하고.
그리고 나는 좀 부탁하거나 그러는걸 잘못해서
스트롱하게 해달란 말도 못하겠더라. 괜히 미안하구.
그리고 마사지하는 아줌마들끼리 계속 수다를 떨어주신다.
다른데는 어떤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마사지 받을때 좀 노곤노곤하니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너무 떨어주시니. 참.
팁안주고 그냥나왔다. 맘상한게다. 흥.
우린 마사지 너무 성의없다고 투덜대며 long table에 간다.
괜히 거기 안가는척 둘러보는척하면서 서성이니 아저씨가 막 말을한다.
새우 대여섯개에 등푸른생선 한놈, 오징어 한놈, 꽃게 한놈.
이렇게해서 1000밧이란다.
아이 아저씨 너무 비싸잖아요. 이놈이 2만5천원이라니.
내가 시방 갯벌 나가서 새우잡아와도 이것보단 낫겄소.
그래도 아저씨가 안된단다. 우린 몰래 새우한마리 더 올린다.
거기다 랍스터도 1000밧이란다.
안먹을까하다가 그래도 여기까지와서 저놈 안먹음 후회할듯해서 들어간다.
그러니까 한사람당 500밧 든셈이다.
우린 궁시렁궁시렁한다.
분명 태사랑에서는 여자넷이 천밧주고 배부르게 먹었다는데,
우린 이천밧주고 쫄쫄 굶는거 아니냐고. 시방.
그래도 좋다고 그녀들의 셀카는 시작된다. 나도 섞여서 몇방 찍어본다.
우리가 좀 더 발품을 팔고 돌아다녔으면
더 싸고 맛있게 먹었을지 모르지만, 너무 힘들었다. 배가 고팠다. 흑.
새우가나온다. 울트라캡숑 맛난다.
랍스타가 나온다. 에게? 한포크 집었더니 끝난다.
그리고 한국여자들 남자없음 진짜 미친듯이 먹는다.
그러다 머리끄댕이잡고 싸울것같다. 내가 먹니, 니가 먹니 이럼서.
우린 정말 빛의 속도로 나머지 음식들도 싹 헤치웠다.
허무했다.
우리동네 슈퍼에서 제주은갈치사서 조림해먹고싶었다.
영광굴비가 아닌 그냥 조기라도 먹고싶었다.
새우는 뭐 그냥 생물아닌 냉동이라도 먹고싶었다.
너무했다.
게눈감추듯사라졌다.
우울해졌다.
뭐 이것저것 사자며 슈퍼로간다.
코사무이에 대형슈퍼가 하나있는데 우리 숙소에서 좀 멀긴했다.
태국슈퍼에서 제일 신기한건
야쿠르트가 1리터짜리로 나오는거다.
완전 사서 마시고싶었는데 끝내는 못먹고왔다.
이것저것 구경하는데 두둥. 신.라.면.
완전 씨푸드에 착잡한나는 신라면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여기에 김치 하나 얹어 먹으면 정말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요.
(아니 그전에 조쉬하트넷 한번만 보여주면 그땐 정말 없겠어요.)
김치도 있으려나? 김치김치김치김치 하며 김치를 찾아다닌다.
있다... 어떤 아줌마의 얼굴이 콕 박힌 김치가있다.
감동적이다. 대한민국 만쉐이.
내일 꼭 사먹을거라고 다짐하고 나온다.
후회된다. 나는 그후로 다시 그 슈퍼에 가질못했다.
미리미리 준비하자. 그때그때 사먹자.
우린 해변을 걸어 터벅터벅 숙소로 돌아간다.
이따가 본격적으로 밤의 열기가 뜨거워지면 나가기로하고,
언니들이 그 유명한 내방을 좀 보자고 한다.
보여준다. 경악한다. 불쌍해한다. 내 어깨를 다독인다. 난 고개를 떨군다.
언니네 숙소에 누워 태국어로 더빙된 해리포터를 본다.
저놈 갈수록 늙수그레해진다. 가슴아프다.
TV만 보다 너무 심심해서
언니중 한명이 가져온 동양화를 꺼낸다. 유후.
나 완전 타짜라구! 미취학아동때부터 심취해있었다구!
언니랑 나밖에 할줄 모르고, 한명은 침대서 디비자구, 한명을 꼬셔서 가르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니, 4광에 청단에;;;;;
다행히 맞기로 벌칙을 주기로했지만,
우리둘은 그 누구도 먼저 말하지 않았으나,
"응 그래 이렇게 하면되는거야. 이번판까지 연습이야" 라고 말한다.
그언니도 처음엔 잘 몰랐는지 수긍한다.
허나 첫발개끝발이라더니, 우리둘이 판을 휩쓸자,
"이 가시내들 아까 내가 잘할때는 그냥 넘어가두만,
이것들이 아주 영리하다잉. 아주 머리를 잘쓴다잉."
그럼! 내가 JQ는 아인슈타인오빠보다 더 뛰어나다구!
등이 따가롭다.
옷을 벗는다.
속옷만입고, 삼겹살을 드러낸채 고스톱에 심취한다.
참. 아무리생각해도 내 오지랍은 전국최고인듯싶다.
나가자고 해놓고,
1시까지 열심히 쳐놓고는,
어깨가 아플때쯤 그만둔다.
내일은 스노클링도 가야하니 일찍 잠에 들기로한다.
내방으로 도저히 가고싶지않아서,
언니들방에서 자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그러라한다.
아까 보여준 보람이 있다.
엎드려서 잠에 든다.
내일 스노클링 재밌어야하는데,
등 다 타서 걱정이다. 더 타면 완전 화상인데.
아.
그래도 오늘은 찬송안부르고,
언니손을 꼭 붙잡고 잠에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