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 - 7.
7월 5일 (여행 일곱째 날)
아침에 눈을 뜨니 온몸이 쑤시고 결린다.
하루 종일 팔 빠지게 노를 저은 망구는 멀쩡한데, 효도관광만 하다 온 삼천포는 뭔 조화인지
삭신이 쑤셔서 끙끙 댄다.
아마도 어제 카약킹을 하면서 수많은 남자들에게 시달림을 당해서 맘고생이 심했나보다~! ㅋ
숙소 레스토랑에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오늘은 오토바이를 타고 시골로 마실을 다녀올 계획이다.
오토바이를 타 봤냐구~~?????
제주도에서 ATV 는 타봤다. ㅡㅡ;;;
것두, 열등생으로 낙인 찍혀 조교한테 조낸 갈굼 당하고 결국 내동생 뒷자리에 타구선
오빠, 달려~~!!!!!! 를 신나게 외쳤었다.ㅡㅡ;
아..아...
이제 믿을 건 망구 뿐이다....
삼천포는 망구의 운동 신경과, 놀라운(?) 운전 실력과, 그 대담무쌍한 성격과 똥배짱을 철썩 같이
믿고 있다.!!!!!!!!!!
숨이 헐떡헐떡한 오후...
우리는 무한 속력과 극한의 스릴과 등줄기가 찌릿찌릿할 정도로 짜릿하고 아슬아슬한
"자.전.거" 에 몸을 싣고 시골길을 질주하고 있다....
우리 옆으로 오토바이가 슈웅~! 하고 지나쳐 갈 때마다 부러움과 질투심에 사로잡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50cc 짜리 스쿠터라도 타고 분홍 보자기로 살포시 감은 라오 커피를 배달하며
바람에 흩날리는 개털같은 머릿결에 한 눈에 반해버린 라오스 농촌 총각과 "너는 내 운명"을
찍어 보려 했으나 우리의 거지같은 운동 신경은 그냥 자전거로 만족하시랜다...
싸 바이디~~!!!!!!!!!!!
요 인사를 오만번은 한 듯 하다...
시골길의 아이들이 몰려 나와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어 준다.
수줍은 소녀의 미소....
새까맣게 그을린 아주머니의 순박한 미소...
더벅머리 소년들의 장난끼어린 휘파람 소리들....
제복을 입은 아저씨들의 조금은 능글맞은 웃음소리마저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라오스의 소들은 느긋하다..
길 한복판을 차지하고 왠만해서는 비켜주질 않는다...
아주아주 큰 트럭이 빠아앙~~~~~!!!! 하고 경적 소리를 내도 느릿느릿 움직일 뿐...
그 소들에게 우리의 자전거는 꼬물꼬물 기어다니는 벌레처럼 같잖게 보이지 않았을까..
소들을 피해 다니랴, 소똥을 피해 다니랴, 우리의 자전거는 이리저리 갈지자로 위태롭다.
시골 한적한 마을에 있는 절을 구경한다...
소년 스님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부처님께 기도드리고, 너무 더워서 잠시 쉰다.
가이드 북에 써 있는대로, 스님 곁에 가까이 가지 않으려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앉는다.
노스님이 손짓 하신다. 가까이 오라고 하신다.
더위에 얼굴이 벌개진 우리를 보시더니 보리차 처럼 불그스름한 물을 컵에 가득 따라주신다.
물 잔 테두리에 개미가 바글바글하다.
다 마신다.
스님이 주신 물, 감사히 받아 마시고 합장한다.
스님 : ㄹ%&*$ㅛ*(*^ㅗ$##@@ ~~~(라오스어 ㅋ)
삼천포 :아~! 방비엥에서 왔는디요~ (한국말)
스님 : (활짝) 아~~ 방비엥~~!!!!! ^ㅓ*()@#@ㄹㅆ^$!^(^#ㅎ(+|$%ㅗ&^ㅇ##$%~~~(라오스어)
삼천포 : 아..내일 루앙프라방 갈거예요~(한국말)
스님 : 아..루앙프라방...싸바이디~~!!!!
삼천포 : 컵 짜이 라이라이~~~^^
망구는 삼천포의 놀라운 대화 능력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라오스어와 한국어로 대화를 할 수 있다니 참으로 신비로운 능력이라며 부러워 한다.
삼천포는, 영어 실력 개뿔도 없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어디를 가든지 아무하고나 대화가 잘 통한다.
영어권 사람들 하고는 영어로 농담 따먹기가 된다.(아..물론 정상적인 대화는 거의 안된다.)
동남아 사람들하고도 태국어, 영어, 한국어를 섞어 가며 히히덕 댄다.
이러니, 내가 점점 게을러지며 영어 공부를 소흘히 하게 된다...
바디 랭귀지에 의존하고, 콩글리쉬에 의존하고, 그러다 보니 점점 늘어나는 건 국적불명의
농담이요, 쌓여 가는 건 눈치 오만단 쯤..???
올해는 반드시 영어 학원에 등록할테탓~~~!!!
과연.........ㅡ,.ㅡ;;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 지긋지긋한 비...
잽싸게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달린다.
중간쯤에 아주아주 큰 식당 발견.
식당안의 모든 손님들이 비를 쫄딱 맞고 들어 온 우리에게 웃으며 싸 바이디~~!!! 를 외친다. 히힛.
주차장에 가득 주차해 놓은 차들을 보니 요기는 라오스에서 그래도 쫌 산다 하는 사람들의 나들이
장소인가 보다.
그 삐까번쩍한 차들 틈으로 우리의 소박한 자가용인 "자전거"를 소중하게 세워 놓는다.
라오 비어를 시켜서 벌컥벌컥 마신다.
안주는 옆 테이블의 손님들이 시킨 것과 같은 것으로 주문! 왜냐..? 메뉴판이 라오스어라 당췌
읽을 수가 없거덩...
TV 에서는 라오스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한창이다.
종업원들과 손님들이 넋을 잃고 뮤비를 보고 있다.
트로트 풍의 구성진 노랫 가락에 맞춰 흘러나오는 뮤비를 우리도 호기심에 열심히 본다.
사랑하는 두 남녀가 있다...
무슨 사연에서인지 두 사람은 이별을 하게 된다...
이별의 괴로움에 몸부림 치며, 어깨 뽕이 50센치 쯤 들어간 줄무늬 정장을 입고 길거리를
방황하는 남녀...
아..아...눈앞이 뿌옇게 흐려진다.....
화면은 샤방~샤방~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언니야의 눈꺼풀엔 약 2.5센치 길이의 두터운 속눈썹이 청순하게
매달려 있다.
이윽고 다음 장면은...
날카로운 면도칼이 아닌 정육점에서 쓰는 무식하게 큰 고기 써는 칼을 손목에 갖다 대는 여자..
그리고 다음 장면...
화면 한 가득 사형실에서나 볼 수 있는 목 매다는 끈... ㅡㅡ;;
그 끈에 남자가 매달린다...
아아악~~!!! 완전 호러다. ㅡㅡ;;;
요기까지 보고 주변을 휘휘 둘러보니 다들 완전 몰입해서 감동의 눈물을 줄줄 흘릴 듯한 분위기다.
사건(?)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 쯤 어김없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나타나 구성지게 꺾기 창법을
구사하며 심금을 울려주는 남자 가수~!!!
아~아~~~ 조낸 감동적이다............
결국 정육점 칼로 손목을 긋고도 죽지 않은 여자와, 동앗줄에 목을 매고도 살아남은 억세게 운 좋은
그 사내는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된다...
마무리는 그들의 인연과 앞으로 다가올 사랑을 암시하며 조낸 궁금증 유발 시키기 작전으로
멋지게 마무리~~!!!!!!!!!!
아~아~~~~ 완전 감동의 물결이었어요~~~~~~~!!! ㅠ_ㅠ;;;
우리 뒷테이블의 아저씨가 우리에게 새우튀김을 주신다.
우리가 아마도 우리가 시킨 새우튀김을 다 먹고도 모자라서 그 아저씨네 테이블을 힐끔힐끔
훔쳐 보던 걸 눈치 채셨나보다..히힛...
컵 짜이~ 라이라이 입니다요^^
우리 맞은편의 가족들은 우리에게 술 잔을 들어 건배를 외친다!
우리도 잔을 들어.."녁 쩍~!"(건배가 녁 쩍인지 녁 쩝인지 헷갈립니다요^^;)
다시 숙소로 출발.
우리에게 새우 튀김을 주셨던 아저씨가 웃는다...
아저씨 : 자전거 타고 왔어? 돌아갈 때도 자전거? 음주 자전거네..ㅋ 조심해~
우리 : 네~~^^
모두의 작별 인사를 받으며 다시 숙소로 출발!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낮술은 금방 취하고 금방 깬다.
맥주 한 병에 알딸딸 하다가도 5분만 땀 흘리며 자전거를 타면 금방 멀쩡해진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젖은 빨래를 맡기고,폰투어로 간다.
내일이면 루앙프라방으로 떠나야 한다.
사실 방비엥에서 이틀만 묵으려 했었다.
삼천포의 동생과 치앙마이에서 8일날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왔었다.
8일날 치앙마이에 도착하려면 오늘 루앙프라방으로 떠났어야 했는데, 방비엥이 너무 좋아서
삐대다 보니 하루가 늦어졌다.
맘 같아선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방비엥에 콕 쳐 박혀서 지내고 싶다...
그치만, 삼천포는 동생 "주드" 가 무섭다.
완전 시엄마처럼 잔소리쟁이다.
소심한 삼천포는 폰투어에서 루앙프라방행 버스를 8$ 에 예약한다.
폰투어 보스 알고 보니 엄청 수다쟁이다.
현재 28살이고, 잘나가던 시절 자기를 보러 왔던 한국 여행객들이 많았으며 지금은 많이
삭았다며 겸손 인 척 잘난척을 해댄다..캬캬..
28살이 삭은 거면 그럼 우리는..?
우리는 묫자리 보러 다녀야 하는겨~! 그런겨~! 헐~~ ㅡㅡ;;
한 쪽 벽에 붙은 사진들을 가리키며 일일이 설명을 해준다.
폰투어 1대 미남, 2대 미남, 3대 미남에 대한 부연 설명도 해 준다.
1대 미남의 사진을 보니...흠.....천호동 둥근달 캬바레에 고정 출연하시는 반짝이 양복을
멋지구리하게 차려 입으신 트로트계의 이단아 "방철수" 오빠 같으시다.
대를 이은 미남들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니 순간 등골이 오싹해 지면서 좋지 않은 예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먼 훗날...
한국 여행객들이 폰투어에 간다...
그때쯤이면 보스가 되어 있을 가이드 "미"가 벽에 붙은 사진들을 가리키며 여행객들에게 설명한다.
벽에는 삼천포의 사진이 떠억 하니 붙여져 있다.
미 : 이 사람은 우리 폰투어의 1대 진상손님입니다 ! 오랜 시간 카약킹을 하는 동안 노를 저은 적은
20 여분에 불과하며 그 힘든 일을 가이드에게 모두 떠 맡긴 체 효도관광만 즐긴 열라 뺀질이입니다.
그리고 2대 진상은....
아...아....상상은..상상으로만...그쳤으면 좋겠다.........
밥을 먹으러 걸어가다가 우연히 망구의 파트너였던 잘생긴 "이싸"를 만났다.
내일 떠난다고 하니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한다.
말라니 길 건너편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하고 그곳으로 간다.
이장님을 또 우연히 만난다.
"누나~~~~~~누나~~~~~~~~~~!!! "
하면서 엄청 반가운 척~
알고보니 술이 너무 마시고 싶었는데 둔탱공주와 아가가 협조를 안 해줘서 괴로웠단다..
어쩐지~ 조낸 친한 척 하드라니~ 평소엔 쌩 까고~ㅋ
그리하여, 삼천포와 망구 그리고 이장님과 이싸 요렇게 네 사람이서 부어라~마셔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싸는 수줍은 청년이다.
별로 말이 없고 얌전하다. 영어도 곧잘 하는데 수줍음 때문인지 새색시처럼 배시시 웃기만 한다.
에잇~ 요 앙큼한 수줍음쟁이 같으니라구~
그런 이싸를 꼬셔서 만국인의 공통 즐기기인 게임을 하는 우리들~
이싸가 게임에 딱 걸렸다.
호~오~ 앗싸~!!!
걸린 숫자만큼 그의 손목을 힘껏 때린다.
우엥~~~
때린 내 손이 더 아프다.....팔이 어찌나 근육질이던지 마치 통나무를 때리는 듯 손가락에서 불이
번쩍 났다...
이싸가 우리에게 라오스 식 이름을 지어준다..
망구는 "나" 삼천포는 "썬" 이장님은 "뿌이"
삼천포도 그에게 "민수" 라는 한국식 이름을 지어줬다.
삼룡이나 용팔이 같은..토속적인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으나..이싸는 라오스 제일의 미남인지라..
만약 "미" 였다면 칠뜩이" 내지는 "팔복이"라고 이름 지어줬을 텐데..쩝~
또 다시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우리는 다같이 버스 터미널 뒷편에 있는 "디스코텍"에 가기로 했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한다....아..그러나 ..이놈의 비....
"나는 우비 있다~!! 완전 소중해~~!!"
하고 자랑하며 이장님은 자기 혼자만 달랑 쓰고 길을 나선다...
이싸는 역시 매너남~! 가게에서 우산을 사오더니 망구에게 받쳐주며 망구를 에스코트 한다.
삼천포는 새 됐다...푸득푸득~~~~~!!! ㅡ,.ㅡ;;;
이장님이 슬슬 눈치를 보더니 우비를 벗어 내머리 위에 씌워주더니 함께 달린다..
우리 그럼 영화 "클래식" 찍는겨? 이장님은 조인성? 삼천포는 손예진? ok?
푸,,풉....그러나 그림이 안된다......풉~!
디스코텍은 , 아주아주 소박하다....
한눈 에 보기에도 약을 한 건지 맛이 완전히 간 어린 애들이 와서 단체로 크레이지 모드로 춤을
추고 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런지 그 애들과 우리팀을 빼고는 썰렁~
이장님은 완전소중 꽃바지가 조명발을 받아서 예쁘다며 조명만 찾아다니고~
조명발을 받은 이장님 바지의 꽃무늬가 번쩍번쩍~~
이싸와 망구는 서로에게 라오스 춤과 한국춤을 가르쳐 주느라고 바쁘다..
이싸가 가르쳐 준 라오스 춤은 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이 아니라,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며느리도 모르게 알음알음으로 은밀하게
가신다는 진짜 "묻지마 관광" 에서나 출 법한 그런 막춤이다.!
망구는 코리안 스타일이라며 오만년 전 전국민을 열광케 했던 신신애 언니의
"세상은 요지경" 춤을 가르쳐 주고 있다.
암것두 모르고 열심히 코리아의 최신 유행 춤을 따라 배우는 이싸의 표정이 진지하다. ㅡㅡ;
디스코텍에서 이장님의 이상형을 발견~!
이장님의 이상형은 키 140 대의 아담한 여자란다.
쭈뼛쭈뼛대는 이장님을 아담한 그녀에게로 확 밀어버렸다...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이장님도 삼천포를 왠 멀쑥한 영계군 에게로 밀어주신다..
"상부상조" 와 "품앗이(?)"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라오스 디스코텍에서 발휘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잠시 후..
영계군에게 뺀찌 맞고 자리로 돌아와 보니 삼천포 보다 먼저 돌아와 쓸쓸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이장님 ㅡㅡ
삼천포 : 너두 뺀찌 맞았구나..캬캬캬..
이장님 : 헐~
삼천포 : 밀어줄려면 제대로 밀어줬어야지..열여섯 살이랜다......켁~
이장님 : 그 여자애는 바쁜 일이 있다고 바로 가버리던데....
삼천포 : 그게 바로 뺀찌야...아하하하하하하~~~
이장님 : 술 안 마시냐????? ㅡㅡ
이장님은 삼천포의 주딩이를 막아버리려는 듯 술잔을 들고 건배를 외친다..
이장님~ 미안~!!! 담번엔 키 130 대의 여자에게로 쏘옥~ 밀어드릴께요~!!ㅋ
그렇게 두시간 정도를 놀다가 다시 숙소로 ~
우리 숙소까지 가는 길은 멀다..그리고 무섭다..
다행히도 이싸와 이장님이 바래다 준단다..
이싸는 역시나 매너남 답게 망구를 보호하며 우산 씌워주기~~^^
삼천포도 미친척 하고 그 우산 속으로 기어들어 가려다가 이장님한테 딱 걸려서
조낸 비웃음만 당했다...
나도 여자랍니다~ 흑..다들 왜 이 삼천포를 너무 거칠고 강하게만 키우려 하시나요~?? ㅠ_ㅠ
이장님과 삼천포는 우비를 포기하고(어차피 써 봐야 다 젖는다.) 비를 맞으며 길을 걸어간다..
우리는 비를 쫄딱 맞고 터덜터덜 걸어간다...
우비를 포기하고 나니 오히려 비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다....쫙쫙 쏟아지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느끼며...오히려...상쾌함에....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다............
콧노래를 흥얼흥얼 거리며 기분 좋은 취기를 느낀다...
아...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서울에 돌아오니 역시나 주구장창 비가 내린다...
장마의 절정기였다.
쏟아져 내리는 거센 빗줄기를 바라보며 그날의 밤이 떠올랐다...
당장이라도..그 빗속으로 달려가고 싶어졌다...
미친 사람들처럼 비를 맞으며 ...걷다가..웃다가...또 걷다가...또 웃었던...그..밤으로....
* 저는 여행기 읽는 걸 참 좋아합니다...
마치 제가 글쓴이와 함께 여행하는 것처럼 들뜨고 행복해지거든요..
여행지로 "라오스" 라는 나라를 택한 것도, 그리고 "태국" 이라는 나라를 간 것도 모르는 님들이
쓴 여행기를 읽고 결정한 것입니다...
제가 쓰는 여행기를 읽는 님들도 행복하신가요? 아니, 행복해 지시나요?
저는 님들이 많이 읽어주시고, 정성스런 댓글도 달아 주시고, 그래서 덕분에 너무 행복합니다.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지만, 오랜 친구처럼 정겹답니다...
그리고, 또한 저도 다른 분들의 여행기에 댓글을 열심히 달아야겠다! 하고 결심해 봅니다..
이렇게 별것도 아닌 두서 없는 글 나부랭이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정이 넘었는데도, 아직 많이 덥네요...
이런 밤엔 시원한 라오 비어 한 잔 생각이 간절합니다...
우리, 담에 낯선 여행지에서 만나면 웃는 얼굴로 서로를 향해 건배~! 해요...^^
아침에 눈을 뜨니 온몸이 쑤시고 결린다.
하루 종일 팔 빠지게 노를 저은 망구는 멀쩡한데, 효도관광만 하다 온 삼천포는 뭔 조화인지
삭신이 쑤셔서 끙끙 댄다.
아마도 어제 카약킹을 하면서 수많은 남자들에게 시달림을 당해서 맘고생이 심했나보다~! ㅋ
숙소 레스토랑에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오늘은 오토바이를 타고 시골로 마실을 다녀올 계획이다.
오토바이를 타 봤냐구~~?????
제주도에서 ATV 는 타봤다. ㅡㅡ;;;
것두, 열등생으로 낙인 찍혀 조교한테 조낸 갈굼 당하고 결국 내동생 뒷자리에 타구선
오빠, 달려~~!!!!!! 를 신나게 외쳤었다.ㅡㅡ;
아..아...
이제 믿을 건 망구 뿐이다....
삼천포는 망구의 운동 신경과, 놀라운(?) 운전 실력과, 그 대담무쌍한 성격과 똥배짱을 철썩 같이
믿고 있다.!!!!!!!!!!
숨이 헐떡헐떡한 오후...
우리는 무한 속력과 극한의 스릴과 등줄기가 찌릿찌릿할 정도로 짜릿하고 아슬아슬한
"자.전.거" 에 몸을 싣고 시골길을 질주하고 있다....
우리 옆으로 오토바이가 슈웅~! 하고 지나쳐 갈 때마다 부러움과 질투심에 사로잡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50cc 짜리 스쿠터라도 타고 분홍 보자기로 살포시 감은 라오 커피를 배달하며
바람에 흩날리는 개털같은 머릿결에 한 눈에 반해버린 라오스 농촌 총각과 "너는 내 운명"을
찍어 보려 했으나 우리의 거지같은 운동 신경은 그냥 자전거로 만족하시랜다...
싸 바이디~~!!!!!!!!!!!
요 인사를 오만번은 한 듯 하다...
시골길의 아이들이 몰려 나와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어 준다.
수줍은 소녀의 미소....
새까맣게 그을린 아주머니의 순박한 미소...
더벅머리 소년들의 장난끼어린 휘파람 소리들....
제복을 입은 아저씨들의 조금은 능글맞은 웃음소리마저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라오스의 소들은 느긋하다..
길 한복판을 차지하고 왠만해서는 비켜주질 않는다...
아주아주 큰 트럭이 빠아앙~~~~~!!!! 하고 경적 소리를 내도 느릿느릿 움직일 뿐...
그 소들에게 우리의 자전거는 꼬물꼬물 기어다니는 벌레처럼 같잖게 보이지 않았을까..
소들을 피해 다니랴, 소똥을 피해 다니랴, 우리의 자전거는 이리저리 갈지자로 위태롭다.
시골 한적한 마을에 있는 절을 구경한다...
소년 스님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부처님께 기도드리고, 너무 더워서 잠시 쉰다.
가이드 북에 써 있는대로, 스님 곁에 가까이 가지 않으려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앉는다.
노스님이 손짓 하신다. 가까이 오라고 하신다.
더위에 얼굴이 벌개진 우리를 보시더니 보리차 처럼 불그스름한 물을 컵에 가득 따라주신다.
물 잔 테두리에 개미가 바글바글하다.
다 마신다.
스님이 주신 물, 감사히 받아 마시고 합장한다.
스님 : ㄹ%&*$ㅛ*(*^ㅗ$##@@ ~~~(라오스어 ㅋ)
삼천포 :아~! 방비엥에서 왔는디요~ (한국말)
스님 : (활짝) 아~~ 방비엥~~!!!!! ^ㅓ*()@#@ㄹㅆ^$!^(^#ㅎ(+|$%ㅗ&^ㅇ##$%~~~(라오스어)
삼천포 : 아..내일 루앙프라방 갈거예요~(한국말)
스님 : 아..루앙프라방...싸바이디~~!!!!
삼천포 : 컵 짜이 라이라이~~~^^
망구는 삼천포의 놀라운 대화 능력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라오스어와 한국어로 대화를 할 수 있다니 참으로 신비로운 능력이라며 부러워 한다.
삼천포는, 영어 실력 개뿔도 없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어디를 가든지 아무하고나 대화가 잘 통한다.
영어권 사람들 하고는 영어로 농담 따먹기가 된다.(아..물론 정상적인 대화는 거의 안된다.)
동남아 사람들하고도 태국어, 영어, 한국어를 섞어 가며 히히덕 댄다.
이러니, 내가 점점 게을러지며 영어 공부를 소흘히 하게 된다...
바디 랭귀지에 의존하고, 콩글리쉬에 의존하고, 그러다 보니 점점 늘어나는 건 국적불명의
농담이요, 쌓여 가는 건 눈치 오만단 쯤..???
올해는 반드시 영어 학원에 등록할테탓~~~!!!
과연.........ㅡ,.ㅡ;;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 지긋지긋한 비...
잽싸게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달린다.
중간쯤에 아주아주 큰 식당 발견.
식당안의 모든 손님들이 비를 쫄딱 맞고 들어 온 우리에게 웃으며 싸 바이디~~!!! 를 외친다. 히힛.
주차장에 가득 주차해 놓은 차들을 보니 요기는 라오스에서 그래도 쫌 산다 하는 사람들의 나들이
장소인가 보다.
그 삐까번쩍한 차들 틈으로 우리의 소박한 자가용인 "자전거"를 소중하게 세워 놓는다.
라오 비어를 시켜서 벌컥벌컥 마신다.
안주는 옆 테이블의 손님들이 시킨 것과 같은 것으로 주문! 왜냐..? 메뉴판이 라오스어라 당췌
읽을 수가 없거덩...
TV 에서는 라오스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한창이다.
종업원들과 손님들이 넋을 잃고 뮤비를 보고 있다.
트로트 풍의 구성진 노랫 가락에 맞춰 흘러나오는 뮤비를 우리도 호기심에 열심히 본다.
사랑하는 두 남녀가 있다...
무슨 사연에서인지 두 사람은 이별을 하게 된다...
이별의 괴로움에 몸부림 치며, 어깨 뽕이 50센치 쯤 들어간 줄무늬 정장을 입고 길거리를
방황하는 남녀...
아..아...눈앞이 뿌옇게 흐려진다.....
화면은 샤방~샤방~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언니야의 눈꺼풀엔 약 2.5센치 길이의 두터운 속눈썹이 청순하게
매달려 있다.
이윽고 다음 장면은...
날카로운 면도칼이 아닌 정육점에서 쓰는 무식하게 큰 고기 써는 칼을 손목에 갖다 대는 여자..
그리고 다음 장면...
화면 한 가득 사형실에서나 볼 수 있는 목 매다는 끈... ㅡㅡ;;
그 끈에 남자가 매달린다...
아아악~~!!! 완전 호러다. ㅡㅡ;;;
요기까지 보고 주변을 휘휘 둘러보니 다들 완전 몰입해서 감동의 눈물을 줄줄 흘릴 듯한 분위기다.
사건(?)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 쯤 어김없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나타나 구성지게 꺾기 창법을
구사하며 심금을 울려주는 남자 가수~!!!
아~아~~~ 조낸 감동적이다............
결국 정육점 칼로 손목을 긋고도 죽지 않은 여자와, 동앗줄에 목을 매고도 살아남은 억세게 운 좋은
그 사내는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된다...
마무리는 그들의 인연과 앞으로 다가올 사랑을 암시하며 조낸 궁금증 유발 시키기 작전으로
멋지게 마무리~~!!!!!!!!!!
아~아~~~~ 완전 감동의 물결이었어요~~~~~~~!!! ㅠ_ㅠ;;;
우리 뒷테이블의 아저씨가 우리에게 새우튀김을 주신다.
우리가 아마도 우리가 시킨 새우튀김을 다 먹고도 모자라서 그 아저씨네 테이블을 힐끔힐끔
훔쳐 보던 걸 눈치 채셨나보다..히힛...
컵 짜이~ 라이라이 입니다요^^
우리 맞은편의 가족들은 우리에게 술 잔을 들어 건배를 외친다!
우리도 잔을 들어.."녁 쩍~!"(건배가 녁 쩍인지 녁 쩝인지 헷갈립니다요^^;)
다시 숙소로 출발.
우리에게 새우 튀김을 주셨던 아저씨가 웃는다...
아저씨 : 자전거 타고 왔어? 돌아갈 때도 자전거? 음주 자전거네..ㅋ 조심해~
우리 : 네~~^^
모두의 작별 인사를 받으며 다시 숙소로 출발!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낮술은 금방 취하고 금방 깬다.
맥주 한 병에 알딸딸 하다가도 5분만 땀 흘리며 자전거를 타면 금방 멀쩡해진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젖은 빨래를 맡기고,폰투어로 간다.
내일이면 루앙프라방으로 떠나야 한다.
사실 방비엥에서 이틀만 묵으려 했었다.
삼천포의 동생과 치앙마이에서 8일날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왔었다.
8일날 치앙마이에 도착하려면 오늘 루앙프라방으로 떠났어야 했는데, 방비엥이 너무 좋아서
삐대다 보니 하루가 늦어졌다.
맘 같아선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방비엥에 콕 쳐 박혀서 지내고 싶다...
그치만, 삼천포는 동생 "주드" 가 무섭다.
완전 시엄마처럼 잔소리쟁이다.
소심한 삼천포는 폰투어에서 루앙프라방행 버스를 8$ 에 예약한다.
폰투어 보스 알고 보니 엄청 수다쟁이다.
현재 28살이고, 잘나가던 시절 자기를 보러 왔던 한국 여행객들이 많았으며 지금은 많이
삭았다며 겸손 인 척 잘난척을 해댄다..캬캬..
28살이 삭은 거면 그럼 우리는..?
우리는 묫자리 보러 다녀야 하는겨~! 그런겨~! 헐~~ ㅡㅡ;;
한 쪽 벽에 붙은 사진들을 가리키며 일일이 설명을 해준다.
폰투어 1대 미남, 2대 미남, 3대 미남에 대한 부연 설명도 해 준다.
1대 미남의 사진을 보니...흠.....천호동 둥근달 캬바레에 고정 출연하시는 반짝이 양복을
멋지구리하게 차려 입으신 트로트계의 이단아 "방철수" 오빠 같으시다.
대를 이은 미남들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니 순간 등골이 오싹해 지면서 좋지 않은 예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먼 훗날...
한국 여행객들이 폰투어에 간다...
그때쯤이면 보스가 되어 있을 가이드 "미"가 벽에 붙은 사진들을 가리키며 여행객들에게 설명한다.
벽에는 삼천포의 사진이 떠억 하니 붙여져 있다.
미 : 이 사람은 우리 폰투어의 1대 진상손님입니다 ! 오랜 시간 카약킹을 하는 동안 노를 저은 적은
20 여분에 불과하며 그 힘든 일을 가이드에게 모두 떠 맡긴 체 효도관광만 즐긴 열라 뺀질이입니다.
그리고 2대 진상은....
아...아....상상은..상상으로만...그쳤으면 좋겠다.........
밥을 먹으러 걸어가다가 우연히 망구의 파트너였던 잘생긴 "이싸"를 만났다.
내일 떠난다고 하니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한다.
말라니 길 건너편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하고 그곳으로 간다.
이장님을 또 우연히 만난다.
"누나~~~~~~누나~~~~~~~~~~!!! "
하면서 엄청 반가운 척~
알고보니 술이 너무 마시고 싶었는데 둔탱공주와 아가가 협조를 안 해줘서 괴로웠단다..
어쩐지~ 조낸 친한 척 하드라니~ 평소엔 쌩 까고~ㅋ
그리하여, 삼천포와 망구 그리고 이장님과 이싸 요렇게 네 사람이서 부어라~마셔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싸는 수줍은 청년이다.
별로 말이 없고 얌전하다. 영어도 곧잘 하는데 수줍음 때문인지 새색시처럼 배시시 웃기만 한다.
에잇~ 요 앙큼한 수줍음쟁이 같으니라구~
그런 이싸를 꼬셔서 만국인의 공통 즐기기인 게임을 하는 우리들~
이싸가 게임에 딱 걸렸다.
호~오~ 앗싸~!!!
걸린 숫자만큼 그의 손목을 힘껏 때린다.
우엥~~~
때린 내 손이 더 아프다.....팔이 어찌나 근육질이던지 마치 통나무를 때리는 듯 손가락에서 불이
번쩍 났다...
이싸가 우리에게 라오스 식 이름을 지어준다..
망구는 "나" 삼천포는 "썬" 이장님은 "뿌이"
삼천포도 그에게 "민수" 라는 한국식 이름을 지어줬다.
삼룡이나 용팔이 같은..토속적인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으나..이싸는 라오스 제일의 미남인지라..
만약 "미" 였다면 칠뜩이" 내지는 "팔복이"라고 이름 지어줬을 텐데..쩝~
또 다시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우리는 다같이 버스 터미널 뒷편에 있는 "디스코텍"에 가기로 했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한다....아..그러나 ..이놈의 비....
"나는 우비 있다~!! 완전 소중해~~!!"
하고 자랑하며 이장님은 자기 혼자만 달랑 쓰고 길을 나선다...
이싸는 역시 매너남~! 가게에서 우산을 사오더니 망구에게 받쳐주며 망구를 에스코트 한다.
삼천포는 새 됐다...푸득푸득~~~~~!!! ㅡ,.ㅡ;;;
이장님이 슬슬 눈치를 보더니 우비를 벗어 내머리 위에 씌워주더니 함께 달린다..
우리 그럼 영화 "클래식" 찍는겨? 이장님은 조인성? 삼천포는 손예진? ok?
푸,,풉....그러나 그림이 안된다......풉~!
디스코텍은 , 아주아주 소박하다....
한눈 에 보기에도 약을 한 건지 맛이 완전히 간 어린 애들이 와서 단체로 크레이지 모드로 춤을
추고 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런지 그 애들과 우리팀을 빼고는 썰렁~
이장님은 완전소중 꽃바지가 조명발을 받아서 예쁘다며 조명만 찾아다니고~
조명발을 받은 이장님 바지의 꽃무늬가 번쩍번쩍~~
이싸와 망구는 서로에게 라오스 춤과 한국춤을 가르쳐 주느라고 바쁘다..
이싸가 가르쳐 준 라오스 춤은 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이 아니라,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며느리도 모르게 알음알음으로 은밀하게
가신다는 진짜 "묻지마 관광" 에서나 출 법한 그런 막춤이다.!
망구는 코리안 스타일이라며 오만년 전 전국민을 열광케 했던 신신애 언니의
"세상은 요지경" 춤을 가르쳐 주고 있다.
암것두 모르고 열심히 코리아의 최신 유행 춤을 따라 배우는 이싸의 표정이 진지하다. ㅡㅡ;
디스코텍에서 이장님의 이상형을 발견~!
이장님의 이상형은 키 140 대의 아담한 여자란다.
쭈뼛쭈뼛대는 이장님을 아담한 그녀에게로 확 밀어버렸다...
그 은혜를 잊지 않고 이장님도 삼천포를 왠 멀쑥한 영계군 에게로 밀어주신다..
"상부상조" 와 "품앗이(?)"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라오스 디스코텍에서 발휘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잠시 후..
영계군에게 뺀찌 맞고 자리로 돌아와 보니 삼천포 보다 먼저 돌아와 쓸쓸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이장님 ㅡㅡ
삼천포 : 너두 뺀찌 맞았구나..캬캬캬..
이장님 : 헐~
삼천포 : 밀어줄려면 제대로 밀어줬어야지..열여섯 살이랜다......켁~
이장님 : 그 여자애는 바쁜 일이 있다고 바로 가버리던데....
삼천포 : 그게 바로 뺀찌야...아하하하하하하~~~
이장님 : 술 안 마시냐????? ㅡㅡ
이장님은 삼천포의 주딩이를 막아버리려는 듯 술잔을 들고 건배를 외친다..
이장님~ 미안~!!! 담번엔 키 130 대의 여자에게로 쏘옥~ 밀어드릴께요~!!ㅋ
그렇게 두시간 정도를 놀다가 다시 숙소로 ~
우리 숙소까지 가는 길은 멀다..그리고 무섭다..
다행히도 이싸와 이장님이 바래다 준단다..
이싸는 역시나 매너남 답게 망구를 보호하며 우산 씌워주기~~^^
삼천포도 미친척 하고 그 우산 속으로 기어들어 가려다가 이장님한테 딱 걸려서
조낸 비웃음만 당했다...
나도 여자랍니다~ 흑..다들 왜 이 삼천포를 너무 거칠고 강하게만 키우려 하시나요~?? ㅠ_ㅠ
이장님과 삼천포는 우비를 포기하고(어차피 써 봐야 다 젖는다.) 비를 맞으며 길을 걸어간다..
우리는 비를 쫄딱 맞고 터덜터덜 걸어간다...
우비를 포기하고 나니 오히려 비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다....쫙쫙 쏟아지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느끼며...오히려...상쾌함에....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다............
콧노래를 흥얼흥얼 거리며 기분 좋은 취기를 느낀다...
아...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서울에 돌아오니 역시나 주구장창 비가 내린다...
장마의 절정기였다.
쏟아져 내리는 거센 빗줄기를 바라보며 그날의 밤이 떠올랐다...
당장이라도..그 빗속으로 달려가고 싶어졌다...
미친 사람들처럼 비를 맞으며 ...걷다가..웃다가...또 걷다가...또 웃었던...그..밤으로....
* 저는 여행기 읽는 걸 참 좋아합니다...
마치 제가 글쓴이와 함께 여행하는 것처럼 들뜨고 행복해지거든요..
여행지로 "라오스" 라는 나라를 택한 것도, 그리고 "태국" 이라는 나라를 간 것도 모르는 님들이
쓴 여행기를 읽고 결정한 것입니다...
제가 쓰는 여행기를 읽는 님들도 행복하신가요? 아니, 행복해 지시나요?
저는 님들이 많이 읽어주시고, 정성스런 댓글도 달아 주시고, 그래서 덕분에 너무 행복합니다.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지만, 오랜 친구처럼 정겹답니다...
그리고, 또한 저도 다른 분들의 여행기에 댓글을 열심히 달아야겠다! 하고 결심해 봅니다..
이렇게 별것도 아닌 두서 없는 글 나부랭이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정이 넘었는데도, 아직 많이 덥네요...
이런 밤엔 시원한 라오 비어 한 잔 생각이 간절합니다...
우리, 담에 낯선 여행지에서 만나면 웃는 얼굴로 서로를 향해 건배~!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