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 - 5.
7월 3일 (여행 다섯째 날)
전 날 우리는 RD 에서 방비엥 행 버스를 5$에 예약했다.
10시 출발이다.
아침은 "Mixay" 맞은 편에서 왼쪽으로 서너 번 째 정도 건물에 있는 아담하고 예쁜 베이커리에서
크로와상과 라오스 커피로 해결했다.
빵은 5,000 킵에서 10,000 킵 내외.커피는 10,000 킵 정도..!
(비엔티엔에 가신다면 이곳을 한 번 가보시라! 에어컨 완전 빵빵! 종업원들 극도로 친절!
가게 안은 모던하고 고급스러움! 빵과 커피를 별로 안 좋아하는 토종 입맛인 삼천포에게도
어필하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 )
9시 30분에 RD 앞으로 가서 썽태우를 타고 우리는 버스가 정차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10시 출발이건만 늑장을 부리며 지각을 하는 승객들 때문에 11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한다.
버스가 출발 하기 전 지루하게 기다리는 시간 동안 우리는 메콩강 주변 공터를 어슬렁 거렸다.
그날도 예외 없이 시덥잖은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킬킬 대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시킨다.
"안녕하세요~~!!! 한국분들 이셨구나!!!"
새까만 얼굴에 마치 태국에서 미백 치료라도 받고 온 듯 하얀 이를 드러내며 쌩끗 웃으며 말을
시키는 한국 총각.
그 인사를 시작으로 얼굴을 익히게 된 우리들.
그들과의 끊어질 듯 끊어질 듯..가늘게 쭈욱~ 연결 되는 질긴(?)인연이 마악 시작되고 있었다.
그 한국인들은 일행이 세 명 이었다.
간략하게 소개를 하자면..
1.우리에게 처음 말을 걸었던 그 총각 : 일명 "이장님" 내지는 "영농후계자" 내지는 "미친강동원"
이라고 우리가 불렀던 28세의 대구 총각이다.
"이장님" 이미지와 "미친"이라는 수식어 붙긴 하지만 "강동원"이라는 이미지의 사이에는 그 갭이
상당하다....
그렇다...그는 안경을 쓰면 "이장님" 이었고 안경을 벗으면 "얼핏 0.5초 미친 강동원"이었다.
항간에는 그가 강동원과 흡사한 미모를 감추고 신비주의로 일관하기 위해 궂이 안경을 고집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기도 했지만, 본인이 침묵으로 일관하니 진실은 어둠 속 저 멀리에 묻히고
말았다.
아무데서나 털퍼덕 잘 주저 앉고 아무데서나 잘 자고 썽태우를 타면 꼭 맨 뒤에 매달려 가는 걸
좋아하고 시장을 샅샅이 뒤져서 샀다는 "완전 소중 꽃바지" 와 "완전소중 우비"를 귀히 여겨
타인에게 자랑하는 걸 즐겨하던 명랑 총각..그를 이제부터는 "이장님"이라는 호칭으로 여행기의
조연으로 발탁하는 바이다.!
2. "둔탱공주" : 홍일점. 24세의 여대생. 입만 열면 개뻥과 구라가 난무하는 우리의 특성을 전혀
간파하지 못한 채 우리에게 홀랑홀랑 잘도 속아 넘어가던 순진무구한 둔녀 되시겠다.!
그녀와 숙소 이야기를 나누다가 누구네 숙소가 더 좋네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 우리 숙소는 방갈로야..넘 좋아...
둔탱공주 : 우리 숙소도 좋아요...
우리 : 아냐..아냐..우리 숙소가 더 좋아..7$인데...비데도 있어..
둔탱공주 :우와~ 진짜 좋은 덴가 보다~
우리 : 게다가 스파도 있다.~ 수영장도 있고, 테니스장 도 있어~
둔탱공주 : 우와~우와~ 진짜 좋은 덴가 보다~부러워요~!!!
세상에 7$짜리 게스트 하우스에 비데며 스파며 수영장이 어디 붙어 있단 말인가..
그래도 "둔탱공주"님은 우리 말을 고대로 믿는 순진하고 귀여운 둔녀였다.
그녀 역시 "둔탱공주"라는 닉넴으로 앞으로의 여행기에 수시로 들락날락 할 예정!
3."아가" : 24세의 연영과 총각.(언젠가는 TV에서 볼 날이 올지도..)
우리와 대화를 한 지 5분도 채 안돼서
"이 누나들 얘기는 반 이상이 농담이네~ㅋㅋ" 라는 말을 하던 예리한 관찰력의 소유자.
몸에 대한 집착이 대단함.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가면 반드시 운동을 하는, 그래서
심하게 보기 좋은 훈훈한 몸을 가진 "미청년" 되시겠다.!
귀여워서..아들 같아서...(헉~!^^;) 아가라고 종종 불렀다.
"아가"도 앞으로의 여행기에서 위의 두 사람과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할 예정임!
버스는 구불구불한 산길과 작은 시골 동네들을 지나서 쌩쌩 달린다.
아름답고 한가로워 보이는 라오스의 경치들을 감상하고 있노라니 평소 나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고독"이라는 것에 잠기게 된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이런 저런 잔 걱정거리가 참 많았었다.
나의 머릿속은 갖가지 사소한 걱정거리들로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여행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아서 비행기표는 대기에, 여권 연장 신청 한 것도 여행
하루 전날 나온다는데도 무덤덤 ㅡㅡ 한 상태로 과연 내가 이 여행을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복잡했었다.
망구도 그랬다.
삼천포와 2인 1조로 장소팔,고춘자 듀엣에 버금 가는 만담을 펼치는 시간을 제외한 아주 잠시의
틈 동안, 망구의 얼굴에도 얼핏 걱정거리들이 스쳐지나 가곤 했다.
태사랑에서 어떤 님이 쓴 글을 봤다.
이번에 태국 여행 가는 데 뭘 가져가야 할까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글이었다.
가져 가야 할 것 : 여권,돈 기타 등등..
가져 가지 말아야 할 것 : 걱정거리,집안 걱정, 직장 걱정, 등등..
참 인상적인 답글이었다.
그렇다~!!!
시간 들여, 돈 들여,쌔 빠지게 노력해서 온 여행인데 그 아까운 황금같은 시간을 고독에 잠겨
걱정거리나 달고 살기엔 우리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다.
결국, 우리는 "고독 감시단" 이라는 사조직을 결성했다.
우리 둘 중 누군가 한 명이 잠시 동안의 틈을 이용해 침묵에 빠지거나 고독을 씹으며 "내 방
침대 밑에 숨겨 두고 온 맥주병을 모친에게 들킨 건 아닐까?"내지는 "내 장바구니에 저장해 놓고 온
공동구매 원피스가 그동안에 다 팔린 건 아니겠지?"따위의 허접한 고민거리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우리는 철저하게 서로를 감시했다.
한 사람의 침묵의 시간이 좀 길어진다 싶으면 여지없이 나타나는 고독 감시단!!!
삼천포는 망구 몰래몰래 고독을 씹다가 망구에게 딱 걸려 꼬잡기의 수모와 함께 몇 번의 경고
조치를 받았다.
삼천포의 활약도 눈 부셨다.
심지어는 화장실에 간 망구의 옆 칸으로 들어가서 볼일을 보는 동시에 화장실이라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응가와 고독을 동시에 싸고 있을 망구를 급습해 음산한 목소리로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고독 싸지 마시오!!!!!!!!!"
삼천포의 목소리에 망구는 화들짝 놀라면서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맹활약을 펼치는 삼천포의
눈부신 활약에 감탄해 마지 않았다.
버스는 약 3시간여를 달려 우리를 방비엥에 내려 준다.
아~ 방비엥~!!!!!
지금도 눈에 잡힐 듯 방비엥의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된다.
우리는 방비엥에 도착한 순간 작고 아기자기한 이 마을에 한순간에 매료되었다.
사람이든, 여행지든..첫인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마치, 첫사랑의 설레임에 볼이 빨개지는 사춘기 소녀처럼 우리의 마음은 한 순간에 방비엥에
사로잡혔다.
첫인상이 그닥 중요하지 않은 단 하나의 예외도 있다.
소.지.섭~~~~~!!!!!!!!!!
그가 처음 데뷔 했을 때 뭐 저런 기분 나쁜 눈을 가진 애도 다 있나...그랬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시때때로 그가 내 꿈 속에 나타난다.
꿈에서도 이건 꿈이야..꿈에서 깨어나기 싫어~~를 외치며 울부짖다, 가위 눌린 줄 알고
친절하게(?)깨워주시는 우리 모친과 대판 싸운 적도 있다.ㅡㅡ
버스는 우리를 "THABISUK" 방갈로에 내려 준다.
우리와 버스를 함께 타고 온 일행들은 시내로 나가서 방을 구하겠다며 떠난다.
우리는 방비엥의 절경에 한 눈에 반했듯,이 방갈로에도 한 눈에 반해버렸다.
온통 산과 강으로 둘러 쌓여 있고 넓은 정원이 있는 이 아름답고 운치 있는 방갈로에 마음이
사로잡힌다.
나무 바닥에 넓고 포근한 침대에는 눈부시게 하얀 시트가 깔려 있다.
한 면을 전부 차지하고 있는 넓은 창문은 침대에 누워서 정원을 바라보기에도 딱 좋다.
테라스에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망구와 삼천포는 이 테라스를 너무 사랑해서, 넋을 놓고 하염없이 앉아 있는 걸 좋아했다.
팬룸이 7$ 이다.
시내에 나가서 (시내라봐야 워낙 좁은 바닥이라 걸어서 10분이다.) 방을 구한 사람들의 집들이(?)를
본의 아니게 간 적이 있었다.
대부분 5$,내지는 7 $ 정도였다.(물론 더 싼 곳도 있다.)
만약,방비엥에 가신다면 꼭 타비쑥이 아니더라도 꼭!!! 방갈로에 묵으시라고 강추한다.!!!
시내에 있는 숙소들은 카오산과 그닥 차이가 없다.
창문을 열면 옆 집 벽이 보인다.ㅡㅡ;;;
이왕이면 방갈로에 묵으면서 방비엥의 운치를 더 느껴보시라~!!!
시내(?) 나오는 10분여의 수고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느껴질 것이다.
본격적으로 짐을 풀고 우리는 방갈로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는다.
레스토랑에 처음 들어선 순간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눈 앞으로 깎아지른 듯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산이 펼쳐져 있다.
산을 감아 도는 안개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해서 금방이라도 신선이 구름을 타고
내려올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다.
산을 보며, 우리 발 밑을 흐르는 강을 보며 우리는 또 다시 황홀해진다.
늦은 점심을 먹고 우리는 시내 구경에 슬슬 나선다.
자전거를 빌려(1$)방비엥의 요기조기를 쏘다닌다.
땀이 비 오듯 한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허름한 가게에서 물과 콜라를 사서 마시며 잠시 쉰다.
주인 할머니가 우리에게 미소를 보낸다.
아~! 방비엥...
너무 좋다...
싸 바이디~! 라는 인사가 너무나 정겹게 느껴진다.
내일은 카약킹을 하기로 했다.
"폰 투어"를 찾아 여기저기 쑤시고 댕긴다.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리다 폰 투어 발견!
자전거를 멈추고 폰 투어로 들어서는데 박수 갈채와 함께 휘파람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폰 투어에 모여서 노닥거리고 있던 모든 직원들이 우리를 그런 식으로 환영(?)해준다.
카약킹 신청을 하는 내내 쏟아지던 환호와, 휘파람 소리~킥킥 대던 소리.
민망해져서 카약킹 신청만 하고 잽싸게 빠져 나온다.
12$에 예약을 하고 우리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방갈로 근처 레스토랑으로 간다.
종업원으로 보이는 서양인이 다가오더니 우리에게 바나나 쉐이크를 가져다 준다.
우리 :켁~ 이게 모냐? 시키지도 않았는데...이거 이거 혹시 말로만 듣던 그 해.피.주.스 아냐?
완전 긴장해서 몸을 사리는데,사장으로 보이는 라오스 인이 다가오더니 그 주스를 다시 가져간다
알고 보니 우리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건데,잘못 가져온거다.ㅡㅡ;;
순간,긴장감 속에서도 내심 기.대.했.던. 순진한 우리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우리 : 저 어리버리한 종업원 모냐? 늙수구레해 보이는데,요기서 왜 저러고 있대? 여행 하다
돈 떨어졌나? 저렇게 어리버리 해서 사장한테 완전 구박 당하겠다...
우리의 무한 상상력이 또 시작되고 있었다...
저 서양인은 어느날 갑자기 팍팍한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퇴근길에 충동적으로 라오스 행을
결심한다.! 라오스에 도착한 순간 그는 이 나라에 반해버린다.! 여행 경비는 다 떨어지고
불체자로 방황 하던 순간,돈 한 푼 없이 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다가 사장한테 딱 걸려
밥값도 벌 겸 요기에 취직을 한다! 그러나 그는 어리버리한 성격과 굼뜬 행동 탓에 늘 사장에게
구박을 당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상상은 끝이 없다...
점점 우리만의 세계에 빠져 그가 점점 안쓰러워 지기까지 한다...
계산을 하다,그에게 말을 걸었다.
삼천포 : 안녕~! 어느나라에서 왔니?
어리버리 남 : 호주에서 왔어...이 캥거루 사진 봐봐~~귀엽지?
하면서 벽에 걸린 캥거루 사진을 보여 준다.
삼천포는 속으로 생각한다.종업원네 나라의 상징인 캥거루 사진까지 걸어주는 사장님은
알고 보면 마음 따뜻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담 날, 이 레스토랑을 또 갔었다.
메뉴판을 보다가 무심코 발견한 레스토랑 이름은 "캥거루 선셋" 이었다.
(삼천포는 여행지에서 간 레스토랑이며 숙소 이름을 거의 모른다. 10 번 정도 갔던
"와일드 오키드"도 동생이 이름을 가르쳐 줘서 올해 처음으로 알았다.)
레스토랑의 이름을 확인한 순간, 우리의 상상력은 거기서 끝이 났다.
그와 얼굴을 익히고,대화를 해보니 그는 요 레스토랑의 사장이었다.ㅡㅡ
우리가 상상했던 불체자 종업원이 아니었다.
라오스가 너무 좋아서 라오스 여자와 결혼했고, 그녀의 5살 짜리 아들을 친아들 처럼 생각한다고
했다.그리고 자기에게는 또 하나의 자식이 있다며 덩치는 산만하지만 아주아주 양순한
개를 보여 주며 웃었다.
그의 사람 좋은 미소에, 우리는 내심 미안해졌다.
우리의 기괴한 상상력은 멀쩡한 사장님을 불체자 종업원으로 만들어 놓고 동정 어린 눈길로
바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 쓸데 없는 오지랖은 여행을 와서까지 설레발이다.
방갈로로 돌아와 맥주를 사서 우리는 테라스에 앉아서 술을 마신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장대비로 변했다.
비가 쏟아지는 정원을 바라보며 우리는 술을 마신다.
우리 방은 창문 하나가 삐꾸다.잘 닫히지가 않는다.
체크인을 할 때 종업원에게 창문 때문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종업원은 웃으며 말했다.
24시간 폴리스가 돌아다니니까 걱정 말라고...
우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요 코딱지만한 동네에 왠 폴리스? 게다가 왠 24시간 경비?
폴리스가 돌아다닌다...우비를 쓰고...
약 80세 가량의 경비 할배다. ㅡㅡ;;
도둑을 잡기는 커녕, 삼천포에게도 팔씨름에서 질 것만 같은 경비옹이다.
지팡이를 짚고 노인정에 다니셔야 할 것 같은 연세에 최첨단 장비인 "후레쉬" 하나에 의존해서
24시간의 경비를 철저히 하신다.ㅡㅡ(조낸 안심된다.켁~)
빗소리를 뚫고 어디선가 잔잔한 기타 소리가 들려온다..
그 기타 선율에 이끌려 우리도 모르게 발걸음이 따라가진다...
우리와 조금 떨어진 방갈로의 테라스에서 들려 오는 소리다.
서양 총각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테라스 밑에서 우리가 노래를 듣고 있자 웃으며 올라 오라고 한다.
그는 뉴질랜드에서 온 여행자였다.
친구가 나오더니 함께 노래를 불러준다.
숙녀 분들을 위해서 신청곡을 받아주겠단다.
"짐 모리슨" 의 노래를 불러 준다...
비는 내리고, 술 몇 잔에 알딸딸 기분이 좋다...
머리에 무스를 떡칠 하고 다니던 여고생 시절 신당동 떡볶이 집에서 바지 뒷주머니에
도끼빗을 꽂은 쭌이~ 오빠! 가 바람 머리를 휘날리며 우리의 신청곡을 틀어 주던 이후로
신청곡은 첨이다.
게다가 꽃미남 들이다.
방갈로에서 미남들이 릴레이로 나온다.
마치 F4 이기라도 한 것처럼...
국적도 다양하다. 남아공, 뉴질랜드,호주 등등...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의 아름다운 남아공 총각이 우리를 위해서 "비틀즈"의 노래를 불러준다.
우리도 모르게 환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노래를 마친 그가 우리를 향해 웃는다.
아....이쁘다....!!!
삼천포 : 너 베리베리 핸섬하다~!!!
남아공 : 고마워~^^
그러자, 뉴질랜드 총각이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삼천포를 바라본다.(이 총각만 그 무리들 중
유일하게 "꽃미남"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그런 외모였다. 삼천포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나두 나두~~핸섬하다고 어여 말해줘요~!!!"라고 말하는 듯 호소력 짙은 그런 눈빛이었다.)
삼천포 : (땀 삐질삐질) 음..너는..너는.....베리베리......카.인.드. 해......하......하............
뉴질랜드 : 하....하..........칭찬......고마워........하.........하......하........
삼천포 : 원 별 말씀을....하....하.........^^;;;
뉴질랜드 총각은 소심쟁이였다.
친절하고 매너가 좋았지만, 삼천포의 말을 가슴에 깊이 새긴 그런 소심쟁이였다.
담날, 길거리에서 그와 마주쳤다.
삼천포 :안녕~ 친절맨~!!^^
삼천포의 인사에 그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뉴질랜드 : 안녕~ 나 노.핸.섬.맨이야~~!!!!!!!!!!!!
노.핸.섬.맨 이라고 힘 주어 강조하는 그의 눈빛은 이미 마음의 상처를 깊이깊이 받은
그런 슬픈 눈빛이었다...
* 너무 많은 리플과 관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하..하.....
요즘, 저는 기분이 최악인 상태입니다. 잠도 잘 안 올 정도로요. 밤이나 낮이나 늘 몽롱한
그런 맛 간 상태입니다. 자꾸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니 날씨만큼이나 제 기분도 우중충합니다.
사실, 당분간 여행기를 중단할 까 했습니다.
그치만, 쉬엄쉬엄..이라도 쓰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기를 쓰는 순간만큼은 저도 그 기억으로 인해 행복해지니까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던 밤,우리에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 주던
그 상냥하고 친절했던 F4 가 생각이 나네요...
행복한 기억으로, 행복한 여행기를 쓰겠습니다...
기분은 우울하지만, 저의 여행기는 언제나 명랑발랄함 만을 지향합니다!!!!!!쭈~욱~~^^
에브리바디 쌩 유~~^^ 알라뷰~~~~~~~~~^^
*사진은, "캥거루 선셋" 사장님의 아들(or딸?)인 강아지(or 소?)와
방비엥의 안개 낀 풍경입니다.
사진 제공은 "이장님" 께서 해주셨습니다.^^
전 날 우리는 RD 에서 방비엥 행 버스를 5$에 예약했다.
10시 출발이다.
아침은 "Mixay" 맞은 편에서 왼쪽으로 서너 번 째 정도 건물에 있는 아담하고 예쁜 베이커리에서
크로와상과 라오스 커피로 해결했다.
빵은 5,000 킵에서 10,000 킵 내외.커피는 10,000 킵 정도..!
(비엔티엔에 가신다면 이곳을 한 번 가보시라! 에어컨 완전 빵빵! 종업원들 극도로 친절!
가게 안은 모던하고 고급스러움! 빵과 커피를 별로 안 좋아하는 토종 입맛인 삼천포에게도
어필하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 )
9시 30분에 RD 앞으로 가서 썽태우를 타고 우리는 버스가 정차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10시 출발이건만 늑장을 부리며 지각을 하는 승객들 때문에 11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한다.
버스가 출발 하기 전 지루하게 기다리는 시간 동안 우리는 메콩강 주변 공터를 어슬렁 거렸다.
그날도 예외 없이 시덥잖은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킬킬 대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시킨다.
"안녕하세요~~!!! 한국분들 이셨구나!!!"
새까만 얼굴에 마치 태국에서 미백 치료라도 받고 온 듯 하얀 이를 드러내며 쌩끗 웃으며 말을
시키는 한국 총각.
그 인사를 시작으로 얼굴을 익히게 된 우리들.
그들과의 끊어질 듯 끊어질 듯..가늘게 쭈욱~ 연결 되는 질긴(?)인연이 마악 시작되고 있었다.
그 한국인들은 일행이 세 명 이었다.
간략하게 소개를 하자면..
1.우리에게 처음 말을 걸었던 그 총각 : 일명 "이장님" 내지는 "영농후계자" 내지는 "미친강동원"
이라고 우리가 불렀던 28세의 대구 총각이다.
"이장님" 이미지와 "미친"이라는 수식어 붙긴 하지만 "강동원"이라는 이미지의 사이에는 그 갭이
상당하다....
그렇다...그는 안경을 쓰면 "이장님" 이었고 안경을 벗으면 "얼핏 0.5초 미친 강동원"이었다.
항간에는 그가 강동원과 흡사한 미모를 감추고 신비주의로 일관하기 위해 궂이 안경을 고집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기도 했지만, 본인이 침묵으로 일관하니 진실은 어둠 속 저 멀리에 묻히고
말았다.
아무데서나 털퍼덕 잘 주저 앉고 아무데서나 잘 자고 썽태우를 타면 꼭 맨 뒤에 매달려 가는 걸
좋아하고 시장을 샅샅이 뒤져서 샀다는 "완전 소중 꽃바지" 와 "완전소중 우비"를 귀히 여겨
타인에게 자랑하는 걸 즐겨하던 명랑 총각..그를 이제부터는 "이장님"이라는 호칭으로 여행기의
조연으로 발탁하는 바이다.!
2. "둔탱공주" : 홍일점. 24세의 여대생. 입만 열면 개뻥과 구라가 난무하는 우리의 특성을 전혀
간파하지 못한 채 우리에게 홀랑홀랑 잘도 속아 넘어가던 순진무구한 둔녀 되시겠다.!
그녀와 숙소 이야기를 나누다가 누구네 숙소가 더 좋네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 우리 숙소는 방갈로야..넘 좋아...
둔탱공주 : 우리 숙소도 좋아요...
우리 : 아냐..아냐..우리 숙소가 더 좋아..7$인데...비데도 있어..
둔탱공주 :우와~ 진짜 좋은 덴가 보다~
우리 : 게다가 스파도 있다.~ 수영장도 있고, 테니스장 도 있어~
둔탱공주 : 우와~우와~ 진짜 좋은 덴가 보다~부러워요~!!!
세상에 7$짜리 게스트 하우스에 비데며 스파며 수영장이 어디 붙어 있단 말인가..
그래도 "둔탱공주"님은 우리 말을 고대로 믿는 순진하고 귀여운 둔녀였다.
그녀 역시 "둔탱공주"라는 닉넴으로 앞으로의 여행기에 수시로 들락날락 할 예정!
3."아가" : 24세의 연영과 총각.(언젠가는 TV에서 볼 날이 올지도..)
우리와 대화를 한 지 5분도 채 안돼서
"이 누나들 얘기는 반 이상이 농담이네~ㅋㅋ" 라는 말을 하던 예리한 관찰력의 소유자.
몸에 대한 집착이 대단함.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가면 반드시 운동을 하는, 그래서
심하게 보기 좋은 훈훈한 몸을 가진 "미청년" 되시겠다.!
귀여워서..아들 같아서...(헉~!^^;) 아가라고 종종 불렀다.
"아가"도 앞으로의 여행기에서 위의 두 사람과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할 예정임!
버스는 구불구불한 산길과 작은 시골 동네들을 지나서 쌩쌩 달린다.
아름답고 한가로워 보이는 라오스의 경치들을 감상하고 있노라니 평소 나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고독"이라는 것에 잠기게 된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이런 저런 잔 걱정거리가 참 많았었다.
나의 머릿속은 갖가지 사소한 걱정거리들로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여행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아서 비행기표는 대기에, 여권 연장 신청 한 것도 여행
하루 전날 나온다는데도 무덤덤 ㅡㅡ 한 상태로 과연 내가 이 여행을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복잡했었다.
망구도 그랬다.
삼천포와 2인 1조로 장소팔,고춘자 듀엣에 버금 가는 만담을 펼치는 시간을 제외한 아주 잠시의
틈 동안, 망구의 얼굴에도 얼핏 걱정거리들이 스쳐지나 가곤 했다.
태사랑에서 어떤 님이 쓴 글을 봤다.
이번에 태국 여행 가는 데 뭘 가져가야 할까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글이었다.
가져 가야 할 것 : 여권,돈 기타 등등..
가져 가지 말아야 할 것 : 걱정거리,집안 걱정, 직장 걱정, 등등..
참 인상적인 답글이었다.
그렇다~!!!
시간 들여, 돈 들여,쌔 빠지게 노력해서 온 여행인데 그 아까운 황금같은 시간을 고독에 잠겨
걱정거리나 달고 살기엔 우리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다.
결국, 우리는 "고독 감시단" 이라는 사조직을 결성했다.
우리 둘 중 누군가 한 명이 잠시 동안의 틈을 이용해 침묵에 빠지거나 고독을 씹으며 "내 방
침대 밑에 숨겨 두고 온 맥주병을 모친에게 들킨 건 아닐까?"내지는 "내 장바구니에 저장해 놓고 온
공동구매 원피스가 그동안에 다 팔린 건 아니겠지?"따위의 허접한 고민거리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우리는 철저하게 서로를 감시했다.
한 사람의 침묵의 시간이 좀 길어진다 싶으면 여지없이 나타나는 고독 감시단!!!
삼천포는 망구 몰래몰래 고독을 씹다가 망구에게 딱 걸려 꼬잡기의 수모와 함께 몇 번의 경고
조치를 받았다.
삼천포의 활약도 눈 부셨다.
심지어는 화장실에 간 망구의 옆 칸으로 들어가서 볼일을 보는 동시에 화장실이라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응가와 고독을 동시에 싸고 있을 망구를 급습해 음산한 목소리로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고독 싸지 마시오!!!!!!!!!"
삼천포의 목소리에 망구는 화들짝 놀라면서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맹활약을 펼치는 삼천포의
눈부신 활약에 감탄해 마지 않았다.
버스는 약 3시간여를 달려 우리를 방비엥에 내려 준다.
아~ 방비엥~!!!!!
지금도 눈에 잡힐 듯 방비엥의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된다.
우리는 방비엥에 도착한 순간 작고 아기자기한 이 마을에 한순간에 매료되었다.
사람이든, 여행지든..첫인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마치, 첫사랑의 설레임에 볼이 빨개지는 사춘기 소녀처럼 우리의 마음은 한 순간에 방비엥에
사로잡혔다.
첫인상이 그닥 중요하지 않은 단 하나의 예외도 있다.
소.지.섭~~~~~!!!!!!!!!!
그가 처음 데뷔 했을 때 뭐 저런 기분 나쁜 눈을 가진 애도 다 있나...그랬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시때때로 그가 내 꿈 속에 나타난다.
꿈에서도 이건 꿈이야..꿈에서 깨어나기 싫어~~를 외치며 울부짖다, 가위 눌린 줄 알고
친절하게(?)깨워주시는 우리 모친과 대판 싸운 적도 있다.ㅡㅡ
버스는 우리를 "THABISUK" 방갈로에 내려 준다.
우리와 버스를 함께 타고 온 일행들은 시내로 나가서 방을 구하겠다며 떠난다.
우리는 방비엥의 절경에 한 눈에 반했듯,이 방갈로에도 한 눈에 반해버렸다.
온통 산과 강으로 둘러 쌓여 있고 넓은 정원이 있는 이 아름답고 운치 있는 방갈로에 마음이
사로잡힌다.
나무 바닥에 넓고 포근한 침대에는 눈부시게 하얀 시트가 깔려 있다.
한 면을 전부 차지하고 있는 넓은 창문은 침대에 누워서 정원을 바라보기에도 딱 좋다.
테라스에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망구와 삼천포는 이 테라스를 너무 사랑해서, 넋을 놓고 하염없이 앉아 있는 걸 좋아했다.
팬룸이 7$ 이다.
시내에 나가서 (시내라봐야 워낙 좁은 바닥이라 걸어서 10분이다.) 방을 구한 사람들의 집들이(?)를
본의 아니게 간 적이 있었다.
대부분 5$,내지는 7 $ 정도였다.(물론 더 싼 곳도 있다.)
만약,방비엥에 가신다면 꼭 타비쑥이 아니더라도 꼭!!! 방갈로에 묵으시라고 강추한다.!!!
시내에 있는 숙소들은 카오산과 그닥 차이가 없다.
창문을 열면 옆 집 벽이 보인다.ㅡㅡ;;;
이왕이면 방갈로에 묵으면서 방비엥의 운치를 더 느껴보시라~!!!
시내(?) 나오는 10분여의 수고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느껴질 것이다.
본격적으로 짐을 풀고 우리는 방갈로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는다.
레스토랑에 처음 들어선 순간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눈 앞으로 깎아지른 듯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산이 펼쳐져 있다.
산을 감아 도는 안개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해서 금방이라도 신선이 구름을 타고
내려올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다.
산을 보며, 우리 발 밑을 흐르는 강을 보며 우리는 또 다시 황홀해진다.
늦은 점심을 먹고 우리는 시내 구경에 슬슬 나선다.
자전거를 빌려(1$)방비엥의 요기조기를 쏘다닌다.
땀이 비 오듯 한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허름한 가게에서 물과 콜라를 사서 마시며 잠시 쉰다.
주인 할머니가 우리에게 미소를 보낸다.
아~! 방비엥...
너무 좋다...
싸 바이디~! 라는 인사가 너무나 정겹게 느껴진다.
내일은 카약킹을 하기로 했다.
"폰 투어"를 찾아 여기저기 쑤시고 댕긴다.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리다 폰 투어 발견!
자전거를 멈추고 폰 투어로 들어서는데 박수 갈채와 함께 휘파람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폰 투어에 모여서 노닥거리고 있던 모든 직원들이 우리를 그런 식으로 환영(?)해준다.
카약킹 신청을 하는 내내 쏟아지던 환호와, 휘파람 소리~킥킥 대던 소리.
민망해져서 카약킹 신청만 하고 잽싸게 빠져 나온다.
12$에 예약을 하고 우리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방갈로 근처 레스토랑으로 간다.
종업원으로 보이는 서양인이 다가오더니 우리에게 바나나 쉐이크를 가져다 준다.
우리 :켁~ 이게 모냐? 시키지도 않았는데...이거 이거 혹시 말로만 듣던 그 해.피.주.스 아냐?
완전 긴장해서 몸을 사리는데,사장으로 보이는 라오스 인이 다가오더니 그 주스를 다시 가져간다
알고 보니 우리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건데,잘못 가져온거다.ㅡㅡ;;
순간,긴장감 속에서도 내심 기.대.했.던. 순진한 우리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우리 : 저 어리버리한 종업원 모냐? 늙수구레해 보이는데,요기서 왜 저러고 있대? 여행 하다
돈 떨어졌나? 저렇게 어리버리 해서 사장한테 완전 구박 당하겠다...
우리의 무한 상상력이 또 시작되고 있었다...
저 서양인은 어느날 갑자기 팍팍한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퇴근길에 충동적으로 라오스 행을
결심한다.! 라오스에 도착한 순간 그는 이 나라에 반해버린다.! 여행 경비는 다 떨어지고
불체자로 방황 하던 순간,돈 한 푼 없이 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다가 사장한테 딱 걸려
밥값도 벌 겸 요기에 취직을 한다! 그러나 그는 어리버리한 성격과 굼뜬 행동 탓에 늘 사장에게
구박을 당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상상은 끝이 없다...
점점 우리만의 세계에 빠져 그가 점점 안쓰러워 지기까지 한다...
계산을 하다,그에게 말을 걸었다.
삼천포 : 안녕~! 어느나라에서 왔니?
어리버리 남 : 호주에서 왔어...이 캥거루 사진 봐봐~~귀엽지?
하면서 벽에 걸린 캥거루 사진을 보여 준다.
삼천포는 속으로 생각한다.종업원네 나라의 상징인 캥거루 사진까지 걸어주는 사장님은
알고 보면 마음 따뜻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담 날, 이 레스토랑을 또 갔었다.
메뉴판을 보다가 무심코 발견한 레스토랑 이름은 "캥거루 선셋" 이었다.
(삼천포는 여행지에서 간 레스토랑이며 숙소 이름을 거의 모른다. 10 번 정도 갔던
"와일드 오키드"도 동생이 이름을 가르쳐 줘서 올해 처음으로 알았다.)
레스토랑의 이름을 확인한 순간, 우리의 상상력은 거기서 끝이 났다.
그와 얼굴을 익히고,대화를 해보니 그는 요 레스토랑의 사장이었다.ㅡㅡ
우리가 상상했던 불체자 종업원이 아니었다.
라오스가 너무 좋아서 라오스 여자와 결혼했고, 그녀의 5살 짜리 아들을 친아들 처럼 생각한다고
했다.그리고 자기에게는 또 하나의 자식이 있다며 덩치는 산만하지만 아주아주 양순한
개를 보여 주며 웃었다.
그의 사람 좋은 미소에, 우리는 내심 미안해졌다.
우리의 기괴한 상상력은 멀쩡한 사장님을 불체자 종업원으로 만들어 놓고 동정 어린 눈길로
바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 쓸데 없는 오지랖은 여행을 와서까지 설레발이다.
방갈로로 돌아와 맥주를 사서 우리는 테라스에 앉아서 술을 마신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장대비로 변했다.
비가 쏟아지는 정원을 바라보며 우리는 술을 마신다.
우리 방은 창문 하나가 삐꾸다.잘 닫히지가 않는다.
체크인을 할 때 종업원에게 창문 때문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종업원은 웃으며 말했다.
24시간 폴리스가 돌아다니니까 걱정 말라고...
우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요 코딱지만한 동네에 왠 폴리스? 게다가 왠 24시간 경비?
폴리스가 돌아다닌다...우비를 쓰고...
약 80세 가량의 경비 할배다. ㅡㅡ;;
도둑을 잡기는 커녕, 삼천포에게도 팔씨름에서 질 것만 같은 경비옹이다.
지팡이를 짚고 노인정에 다니셔야 할 것 같은 연세에 최첨단 장비인 "후레쉬" 하나에 의존해서
24시간의 경비를 철저히 하신다.ㅡㅡ(조낸 안심된다.켁~)
빗소리를 뚫고 어디선가 잔잔한 기타 소리가 들려온다..
그 기타 선율에 이끌려 우리도 모르게 발걸음이 따라가진다...
우리와 조금 떨어진 방갈로의 테라스에서 들려 오는 소리다.
서양 총각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테라스 밑에서 우리가 노래를 듣고 있자 웃으며 올라 오라고 한다.
그는 뉴질랜드에서 온 여행자였다.
친구가 나오더니 함께 노래를 불러준다.
숙녀 분들을 위해서 신청곡을 받아주겠단다.
"짐 모리슨" 의 노래를 불러 준다...
비는 내리고, 술 몇 잔에 알딸딸 기분이 좋다...
머리에 무스를 떡칠 하고 다니던 여고생 시절 신당동 떡볶이 집에서 바지 뒷주머니에
도끼빗을 꽂은 쭌이~ 오빠! 가 바람 머리를 휘날리며 우리의 신청곡을 틀어 주던 이후로
신청곡은 첨이다.
게다가 꽃미남 들이다.
방갈로에서 미남들이 릴레이로 나온다.
마치 F4 이기라도 한 것처럼...
국적도 다양하다. 남아공, 뉴질랜드,호주 등등...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의 아름다운 남아공 총각이 우리를 위해서 "비틀즈"의 노래를 불러준다.
우리도 모르게 환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노래를 마친 그가 우리를 향해 웃는다.
아....이쁘다....!!!
삼천포 : 너 베리베리 핸섬하다~!!!
남아공 : 고마워~^^
그러자, 뉴질랜드 총각이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삼천포를 바라본다.(이 총각만 그 무리들 중
유일하게 "꽃미남"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그런 외모였다. 삼천포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나두 나두~~핸섬하다고 어여 말해줘요~!!!"라고 말하는 듯 호소력 짙은 그런 눈빛이었다.)
삼천포 : (땀 삐질삐질) 음..너는..너는.....베리베리......카.인.드. 해......하......하............
뉴질랜드 : 하....하..........칭찬......고마워........하.........하......하........
삼천포 : 원 별 말씀을....하....하.........^^;;;
뉴질랜드 총각은 소심쟁이였다.
친절하고 매너가 좋았지만, 삼천포의 말을 가슴에 깊이 새긴 그런 소심쟁이였다.
담날, 길거리에서 그와 마주쳤다.
삼천포 :안녕~ 친절맨~!!^^
삼천포의 인사에 그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뉴질랜드 : 안녕~ 나 노.핸.섬.맨이야~~!!!!!!!!!!!!
노.핸.섬.맨 이라고 힘 주어 강조하는 그의 눈빛은 이미 마음의 상처를 깊이깊이 받은
그런 슬픈 눈빛이었다...
* 너무 많은 리플과 관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하..하.....
요즘, 저는 기분이 최악인 상태입니다. 잠도 잘 안 올 정도로요. 밤이나 낮이나 늘 몽롱한
그런 맛 간 상태입니다. 자꾸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니 날씨만큼이나 제 기분도 우중충합니다.
사실, 당분간 여행기를 중단할 까 했습니다.
그치만, 쉬엄쉬엄..이라도 쓰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기를 쓰는 순간만큼은 저도 그 기억으로 인해 행복해지니까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던 밤,우리에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 주던
그 상냥하고 친절했던 F4 가 생각이 나네요...
행복한 기억으로, 행복한 여행기를 쓰겠습니다...
기분은 우울하지만, 저의 여행기는 언제나 명랑발랄함 만을 지향합니다!!!!!!쭈~욱~~^^
에브리바디 쌩 유~~^^ 알라뷰~~~~~~~~~^^
*사진은, "캥거루 선셋" 사장님의 아들(or딸?)인 강아지(or 소?)와
방비엥의 안개 낀 풍경입니다.
사진 제공은 "이장님" 께서 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