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 - 4.
7월 2일 (여행 넷째 날)
삼천포와 망구를 태운 밤버스는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라오스를 향해 쌩쌩 달린다.
14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니 저녁 8시에 출발했으니 오전 10시경 까지는 꼼짝없이 버스에
매여 살아야하는 처지다.
다행히도 우리 자리는 맨 앞자리라 다리를 쭈욱 뻗을 공간이 널널하다.
사전 정보도 없이 오로지 짐승같은 본능에만 의지해 맨 앞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우리는
20년의 우정으로 다져진 콤비 플레이를 멋지게 발휘했다.
라오스 행 여행자들이 집결한 카페에서 버스를 타러 걸어가는 3분여의 시간 동안 망구는
캐리어를 번쩍 들고 잰 걸음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 했고 그런 망구에게 삼천포는
날렵한 몸짓으로 본인의 캐리어를 망구에게 휘이익~ 던진 뒤 "내 캐리어를 부탁해~"라는
비장한 한마디를 남기고 잽싸게 1위로 버스에 올랐다.
조용히..그러나..날이 시퍼렇게 선 눈빛으로 버스 안을 휘휘~둘러보니 명당자리가 한 눈에
쏘옥 들어온다.
맨 앞자리 널널한 공간에 궁뎅이를 철퍼덕 하고 내려 앉히는 순간,이제 14시간의 질주는
편안한 안정감으로 다가온다.
잠시 후 짐을 다 싣고 올라온 망구는 우리 자리를 확인하더니 삼천포에게 회심의 미소를
날린다.
이제 우리는 쿨쿨~자는 일만 남았다.
만약 라오스 행 밤버스 타실 분이 있으시다면 명랑 만화에 흔히 나오는 장면처럼,부리나케
..똥줄 타게 뛸 때의 묘사장면처럼 발이 수십개 달린 것처럼 다다다다~~하고 발을 회오리
바람처럼 보일 수 있도록 입에 단내가 나도록 완전 열심히 뛰기를 바란다.!!!
누군가,그런 당신의 모습을 보고 웃는다고 해도 그정도 쯤은 가볍게 되받아서 웃어줄 수 있는
그런 무한의 편안함이 버스 맨앞자리에는 마련되어 있다.!!!!!
다리를 완전 쭈욱 뻗고 잘 수 있다는 그 절대 장점이 14시간의 질주 내내 당신을 미소 짓게
해 줄 것이다.!!!
중간에 두 번 정도 휴게소에서 쉰다.
잠이 덜 깬 여행자들은 푸석푸석한 얼굴로 커피를 마시거나 스트레칭을 해댄다.
입국 수속은 아주 간단하다.
31$만 내면 바로 뚝딱~!
삼천포는 사진도 빼 먹고 안 가져왔다. 사진이 없다는 이유로 32$.
(비자 받는 게 일케 널널한 건가요? 사진이 없어도 가능하다는 게 넘 신기하더군요.)
야~~!!!!!!!!!
드디어 라오스다.
5~6 년 전 쯤 어떤 여자분이 쓴 라오스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님의 여행기를 읽고 이름도 생소했던 라오스라는 나라가 내 마음속으로 쏙 들어왔다.
그 후로 라오스 여행은 언제나 생각만으로..그리고 상상만으로도 나를 설레게 하는 ,가슴 뛰게 하는
그런 존재였었다...
그런 라오스에...첫발을 디딘다...
누군가...어느 모르는 분들이...나의 여행기를 읽고..언젠가 라오스에 가보게 되는 날을 몰래
꿈 꾼다면..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너무나 행복해 질 것 같다...
내가 혼자서만 꿈 꾸며..혼자 설레고..혼자 행복했던 것처럼...다른 모르는 분들도..그런
꿈을 꾸기를...........
비자를 받고 한참을 기다려 탄 미니버스는 20 분 정도를 달려 우리를 비엔티엔의 어느 공터에
내려 준다.
대한민국의 붉고 선명한 국대 유니폼을 입은 25세의 전주 총각과 우리는 어디로 가야할지
잠시 망설여진다.
우리와 함께 미니버스를 탔던 니뽄 남녀가 RD 를 안다며 따라오라고 한다.
그들을 따라 쫄레쫄레 RD를 찾아간다.
방이 도미토리 뿐이 없다.
우리는 도미토리에 묵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방으로 들어가보니 낯선 풍경이다.
우리는 숙소를 잡는 순간 자연인으로 변신하는 버릇이 있다.
몸에는 최소한의 것들만 걸치고 침대에 벌렁 드러 누워 킬킬대며 끝도 없는 말꼬리 잡기의 향연을
펼쳐대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었는데...
게다가 공동 욕실이라면 샤워를 하고 나서 옷을 다시 입고 나와야 한다는 거지???
삼천포가 젤루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샤워를 하고 나서 옷을 다시 입는 것이다.
몸에 열이 많고 땀도 많이 흘리는 삼천포는 샤워를 하고 나서 다시 옷을 입는 순간 바로
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한다.ㅡㅡ
이건 아니지 싶다.
전주 총각에게 작별을 하고 우리는 RD를 나와 바로 옆 "Mixay"로 옮긴다.
다행히도 더블룸이 있단다. 5$ 이다.
방은 ...음..상당히 조악하다...
마치 공장의 창고 건물을 개조해서 침대만 들여 놓은 듯, 천장이 너무 높아서 휑한 느낌이다.
침대는 푹 꺼졌고, 담요는 보풀이 일어나 지저분하다.
필요 이상으로 넓어보이는 벽장의 문은 수시로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려 기괴함을 더해준다.
삼천포는 이 방에서 자다가 새벽에 벽장 문이 스르르~ 하며 열리는 소리에 깜딱 놀라서
잠이 깨어 비몽사몽간에 화장실에 가다가 거울에 비친 머리를 산발한 내 모습에 화들짝 놀래서
흠칫 하고 몸을 부르르 떨며 뒷걸음질을 치다가 궁뎅이 깔개도 없는 요상한 변기에
궁뎅이가 푸~욱 하고 빠져버렸다.
상상하지 마시라! 머리를 풀어헤치고 잠에 취한 한 처자가 변기에 궁뎅이가 끼여서 버둥버둥대던
새벽의 그 추태를~~~!!!
무엇을 상상하던.....그것은 당신의 상상을 뛰어 넘는 대스펙타클 엽기 호러 쑈!쑈!쑈! 일 것이니..
라오스라는 나라를 가면 누구나 친구가 된다...?
이말은 80 % 정도는 맞는 말인 것 같다...
이동 경로나 일정이 비슷하다보니 비엔티엔에서 만난 사람들을 방비엥의 어느 거리에서 다시 만나
서로 반갑게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안녕~! 하며 헤어진 그들을 루앙 프라방의 어느 야시장에서 다시 마주치게 된다.
그러면 다시 그들과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한다.
비엔티엔에서 우리를 RD로 인도해 준 니뽄남녀를 우리는 방비엥에서도 만나고 루앙프라방에서도
만났다.
비엔티엔에선 그냥 서로 미소만...사알짝~
방비엥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서로 반가워하며 서로 오바질하기!
니뽄 : 안녕~안녕~~~ 완전 반가워~~^^
까올리 : 우리도 심하게 반가워~~^^
우리는 오랜 친구인양 손을 마주치며 서로를 향해 환하게 웃어준다.
루앙프라방에서 그들을 다시 만났다.
일일투어를 마치고 한국 일행들과 우리가 길을 가고 있는데,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니뽄 무리들.
그들을 스쳐 지나갈 무렵, 그 무리에서 툭 튀어 나와 잇몸이 다 보이도록 환하게 웃으며
미친듯이 방방 뛰며 손을 맞잡는 그녀!
니뽄 : 또 만났네~~^^ 안녕안녕안녕안녕~~~~~~~^^
까올리 : 아~!! 너구나...조낸 반갑다....킥킥..
가끔 만나는 사람들끼리 심하게 반가운 척, 서로 인사하고 지나가기!!!!!^^
요런 것도 라오스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 중의 하나!!!
그 니뽄녀를 하루에 네 번을 만난 적도 있었다.
나중엔 체력이 딸려 오바하면서 아는 척 하기도 힘들어질 정도로...그녀의 아는 척의 압박은 무서웠다.
히동구 오빠가 그랬었다.
한국 축구의 나아갈 길은 압박 뿐이 없다고, 그리고 상대팀의 압박을 뚫을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다고...
우리는 니뽄녀의 오바질에 압박 당했고 그녀의 압박에 대항할 체력은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레이몬드" 코치의 지옥의 호루라기 소리를 들으며 빡센 체력훈련을 받지 않는 한 우리는 그녀를
피해 다녀야 할 판이었다.
망구 : 니뽄녀, 담에 만나면 더 오버해서 인사를 할텐데 우리는 어카지?
삼천포 : 아마두 우리가 대충 아는 척 해주면 쫌 서운해 할거야..심하게 오바질 하면서 방방 뛰면서
답례해 조야지..머...글구 걔 가고 나면 우린 숨이 헐떡헐떡 할테고..
망구 : 그럼,담엔 일본말로 인사해줄까? 너 아는 일본말 없어?
삼천포 : 너 손톱 깎는다고 손톱깎이 필요하댔잖아...두 유 해브 어 쓰매끼리? 어때?
망구 : 그럼 난 아이 라이크 와루바시 라고 말해줄테닷!!!
삼천포 : 와~~! 일본어 실력 장난 아니다..너무 유창해~~!!
망구 : 너두 만만치 않어..발음이 죽이는데...ㅋㅋ
우리는 라오스에서 이러구 놀았다. 유치 개그의 끝을 보이면서 우리끼리 신나서 히히덕 댔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짐을 대충 정리하고 밖으로 나오니 썽태우 아저씨가 우리를 붙잡는다.
날은 찌는 듯이 덥고,가이드 북에는 설렁설렁 걸어다니며 왠만한 유적은 다 볼 수 있다고
써 있지만 우리는 밤버스를 타고 온 여행자들.
몸이 무겁다.
아저씨가 시간표를 보여준다.한시간에 60,000 킵이다.
오만에 쇼부를 치려 했으나 아저씨에게 거절당함. 걍 걸어가기로 하고 뒤돌아서는데 아저씨가
우리를 계속 뒤따라온다.
아저씨 : 이봐~ 망구들~ 오만에 해줄께~ 어여 타라구~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이미 돌아선 지 오래다.이미 걸어서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아저씨 : 좋아~ 그럼 내가 사만오천에 해준다..어여 와~~
우리는 계속 걷는다.
아저씨 : 징한 망구들아~ 사만에 해 줄 테니까 썩 오라구~~!!!
사만이라...
우리는 씨익~ 웃으며 가던 발걸음을 되돌린다.
썽태우를 타고 달리며 보는 비엔티엔의 풍경은 한가롭고 또 한편으로는 꽤나 북적댄다.
우리 썽태우 옆으로 달리는 오토바이나 차에 탄 사람들이 우리를 신기한 듯 바라본다.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람들,말똥말똥하게 쳐다 보는 사람들 등등..
사원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디를 가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린다.
망구 : 와~ 시청률 100%다~!!!
삼천포 :글게~ 우리 라오스 와서 회춘했네~ㅋ
라오스인들의 미소는 순박하고 또 소박하다.
누구나 눈이 마주치면 조용하게 그리고 따스하게 웃어준다.
유적지의 매표소의 직원들은 어느 나라나 그렇듯이 조금은 딱딱하고 여행객들에겐 권태로운
표정들이다.
라오스의 작원 사원들을 지키는 직원들은,늘상 보는 여행객이라 지겨울 텐데도 너무나도
친절하고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준다.
싸바이디~!!! 안녕하세요~~!! 까올리 이뻐요~~^^
어딜 가나 까올리 이뻐요..아름답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니 노처녀 가슴에 훈풍이 불어온다.
아아아~~!!!
삼천포의 동생은 그랬다.
요즘 동남아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는데, 삼천포가 가서 그 한류열풍에 찬물을 확 끼얹고
오는 거 아니냐고..되도록이면 외출을 삼가고 방안에서만 콕 쳐 박혀 있다가 오라는 눈물나게
친절한 격려(?)를 해주었었다.
그치만, 망구와 삼천포는 신이 나서 비엔티엔의 여기저기를 쏘다닌다.
썽태우를 타기를 정말 잘했다.
시원하고 재미 있고 아저씨가 가지고 다니는 책자에서 몇몇 사원을 찍어 주면 거기로
데려다준다.
중간에 무슨 시민 공원 비스무레한 곳을 갔다.
비엔티엔의 젊은 남녀가 데이트 하는 코스인지,커플들이 상당히 많았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우리는 물을 입에 달고 산다.
평소에도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인데 동남아는 물이 없으면 금방이라도 돌아가실 것처럼 덥고 힘들다
물을 많이 마시고 비위생적인 노점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일까(물론 우리는 비위생적인 노점음식을 아주 좋아한다.^^;)
나중에 방비엥에서 만난 한국 여행객들도 배가 아프다며 징징 댔다.
한국남 : 나 여태까지 설사 다섯 번 했다.~!
삼천포 : 설사 다섯번이 뭔 자랑이라고? 여기 설사 안 한 사람 있수?
망구 : 나두 라오스 온 이후로는 맨날 설사가 좍좍이야.
한국녀 : 언니언니~저두요..맨날 설사만 나와요..
망구 : 아아~! 가래떡 뽑아 본지 오래다~!!!!!!! 변기가 부서지도록 가래떡 한 번 뽑아 봤음 좋겠다!
망구를 제외한 모든 이들 : 허억~! 가.래.떡 ...하....하........하..........
방콕에서 만난 친한 동생에게 라오스로 가라며 부추겼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가이드북을 줘버렸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우리가 비엔티엔에서 그렇게 쏘다니며 구경했던 사원이며
박물관의 이름이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삼천포는 알콜성 치매 중기에 접어들었다.)
그치만 이름 쯤 기억나지 않으면 어떠리...
그저 경건한 마음으로,조신한 몸가짐으로 부처님께 기도드리고, 약간의 시주를 하고
정성스런 손길로 향을 피우고, 그런 우리들을 다정한 눈길로 바라봐주던 라오스인들의
따뜻한 시선에 대한 기억만은 뚜렷하니까...
그들과 눈을 마주치며 싸 바이디~! 를 외치고, 호감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그들에게
미소 한 번 쌩끗~! 날려주면 더 없이 행복한 것을....
점심은 "컵 짜이 xxx"에서 먹었다.(이젠 식당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구만..헐~)
라오스 정식으로 무지무지 푸짐하고 거하게...
요 레스토랑,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일부러 찾아갔다.
음식도 맛있고 분위기도 괜찮았다.
저녁은 노을이 지는 메콩강을 바라보며 메콩강 옆 노천 음식점에서 먹었다.
깔끔한 라오 비어를 마시며 꼬치와 생선 구이를 먹으며 우리는 붉은 노을이 하염없이 지는
메콩 강변에서 거의 말이 없었다...
아..아...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이 아름다운...저녁 노을을...언제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
자꾸만..나도 모르게...눈물이 차올라서...조금이라도 눈을 깜빡이면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아서
안타깝게 사라져가는 저녁 노을을 ..하염없이...하염없이..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느 무료한 오후,가족들 모두 외출하고 나만 홀로 덩그러니 거실의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아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순간...눈물 한 방울이 툭~!하고 떨어진다...
내 마음은 아직도 메콩 강변의 노을 지던 그곳으로 가고 있었나보다.........
*노천 음식점에서 라오 비어와 쌀국수를 먹고 있을 때,일곱살 쯤 먹어보이는
맨발의 작은 계집아이가 다가왔습니다..
쌀국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더군요.
우리가 그 쌀국수를 주니 잠시 후 이제 막 두 살 정도 뿐이 안되어 보이는
어린 사내 아이를 데려와 그 쌀국수를 손으로 먹여주더군요.
그 아이도 배가 고팠을텐데, 그 아이도 이제 겨우 일곱살 정도 뿐이
안되어 보였는데, 그 아이는 쌀국수에는 관심도 없는 듯 어린 동생에게
먹여 주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간혹, 사람들은 말합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을 주거나
하지 말라구요.그게 버릇이 돼서 평생을 그러구 살 거라구요.
그러나,저는 그렇게 이성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못 되나 봅니다.
저에게 손을 내미는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제 마음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립니다.
그날도 많은 무리의 구걸하는 아이들 중 동생을 데리고 온 그 소녀에게만
몰래 돈을 조금 더 쥐어줬습니다...
제 캐리어에는 아이들에게 주려고 가져 온 스티커와 예쁜 볼펜이 많았는데
숙소에 두고 나온 게 후회가 됐습니다...
*사진은 "월드비전"이라는 후원 단체를 통해 저와 6 년간 우정을 나눴던
방글라데시의 소녀 "모르지나"입니다.
삼천포와 망구를 태운 밤버스는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라오스를 향해 쌩쌩 달린다.
14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니 저녁 8시에 출발했으니 오전 10시경 까지는 꼼짝없이 버스에
매여 살아야하는 처지다.
다행히도 우리 자리는 맨 앞자리라 다리를 쭈욱 뻗을 공간이 널널하다.
사전 정보도 없이 오로지 짐승같은 본능에만 의지해 맨 앞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우리는
20년의 우정으로 다져진 콤비 플레이를 멋지게 발휘했다.
라오스 행 여행자들이 집결한 카페에서 버스를 타러 걸어가는 3분여의 시간 동안 망구는
캐리어를 번쩍 들고 잰 걸음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 했고 그런 망구에게 삼천포는
날렵한 몸짓으로 본인의 캐리어를 망구에게 휘이익~ 던진 뒤 "내 캐리어를 부탁해~"라는
비장한 한마디를 남기고 잽싸게 1위로 버스에 올랐다.
조용히..그러나..날이 시퍼렇게 선 눈빛으로 버스 안을 휘휘~둘러보니 명당자리가 한 눈에
쏘옥 들어온다.
맨 앞자리 널널한 공간에 궁뎅이를 철퍼덕 하고 내려 앉히는 순간,이제 14시간의 질주는
편안한 안정감으로 다가온다.
잠시 후 짐을 다 싣고 올라온 망구는 우리 자리를 확인하더니 삼천포에게 회심의 미소를
날린다.
이제 우리는 쿨쿨~자는 일만 남았다.
만약 라오스 행 밤버스 타실 분이 있으시다면 명랑 만화에 흔히 나오는 장면처럼,부리나케
..똥줄 타게 뛸 때의 묘사장면처럼 발이 수십개 달린 것처럼 다다다다~~하고 발을 회오리
바람처럼 보일 수 있도록 입에 단내가 나도록 완전 열심히 뛰기를 바란다.!!!
누군가,그런 당신의 모습을 보고 웃는다고 해도 그정도 쯤은 가볍게 되받아서 웃어줄 수 있는
그런 무한의 편안함이 버스 맨앞자리에는 마련되어 있다.!!!!!
다리를 완전 쭈욱 뻗고 잘 수 있다는 그 절대 장점이 14시간의 질주 내내 당신을 미소 짓게
해 줄 것이다.!!!
중간에 두 번 정도 휴게소에서 쉰다.
잠이 덜 깬 여행자들은 푸석푸석한 얼굴로 커피를 마시거나 스트레칭을 해댄다.
입국 수속은 아주 간단하다.
31$만 내면 바로 뚝딱~!
삼천포는 사진도 빼 먹고 안 가져왔다. 사진이 없다는 이유로 32$.
(비자 받는 게 일케 널널한 건가요? 사진이 없어도 가능하다는 게 넘 신기하더군요.)
야~~!!!!!!!!!
드디어 라오스다.
5~6 년 전 쯤 어떤 여자분이 쓴 라오스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님의 여행기를 읽고 이름도 생소했던 라오스라는 나라가 내 마음속으로 쏙 들어왔다.
그 후로 라오스 여행은 언제나 생각만으로..그리고 상상만으로도 나를 설레게 하는 ,가슴 뛰게 하는
그런 존재였었다...
그런 라오스에...첫발을 디딘다...
누군가...어느 모르는 분들이...나의 여행기를 읽고..언젠가 라오스에 가보게 되는 날을 몰래
꿈 꾼다면..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너무나 행복해 질 것 같다...
내가 혼자서만 꿈 꾸며..혼자 설레고..혼자 행복했던 것처럼...다른 모르는 분들도..그런
꿈을 꾸기를...........
비자를 받고 한참을 기다려 탄 미니버스는 20 분 정도를 달려 우리를 비엔티엔의 어느 공터에
내려 준다.
대한민국의 붉고 선명한 국대 유니폼을 입은 25세의 전주 총각과 우리는 어디로 가야할지
잠시 망설여진다.
우리와 함께 미니버스를 탔던 니뽄 남녀가 RD 를 안다며 따라오라고 한다.
그들을 따라 쫄레쫄레 RD를 찾아간다.
방이 도미토리 뿐이 없다.
우리는 도미토리에 묵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방으로 들어가보니 낯선 풍경이다.
우리는 숙소를 잡는 순간 자연인으로 변신하는 버릇이 있다.
몸에는 최소한의 것들만 걸치고 침대에 벌렁 드러 누워 킬킬대며 끝도 없는 말꼬리 잡기의 향연을
펼쳐대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었는데...
게다가 공동 욕실이라면 샤워를 하고 나서 옷을 다시 입고 나와야 한다는 거지???
삼천포가 젤루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샤워를 하고 나서 옷을 다시 입는 것이다.
몸에 열이 많고 땀도 많이 흘리는 삼천포는 샤워를 하고 나서 다시 옷을 입는 순간 바로
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한다.ㅡㅡ
이건 아니지 싶다.
전주 총각에게 작별을 하고 우리는 RD를 나와 바로 옆 "Mixay"로 옮긴다.
다행히도 더블룸이 있단다. 5$ 이다.
방은 ...음..상당히 조악하다...
마치 공장의 창고 건물을 개조해서 침대만 들여 놓은 듯, 천장이 너무 높아서 휑한 느낌이다.
침대는 푹 꺼졌고, 담요는 보풀이 일어나 지저분하다.
필요 이상으로 넓어보이는 벽장의 문은 수시로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려 기괴함을 더해준다.
삼천포는 이 방에서 자다가 새벽에 벽장 문이 스르르~ 하며 열리는 소리에 깜딱 놀라서
잠이 깨어 비몽사몽간에 화장실에 가다가 거울에 비친 머리를 산발한 내 모습에 화들짝 놀래서
흠칫 하고 몸을 부르르 떨며 뒷걸음질을 치다가 궁뎅이 깔개도 없는 요상한 변기에
궁뎅이가 푸~욱 하고 빠져버렸다.
상상하지 마시라! 머리를 풀어헤치고 잠에 취한 한 처자가 변기에 궁뎅이가 끼여서 버둥버둥대던
새벽의 그 추태를~~~!!!
무엇을 상상하던.....그것은 당신의 상상을 뛰어 넘는 대스펙타클 엽기 호러 쑈!쑈!쑈! 일 것이니..
라오스라는 나라를 가면 누구나 친구가 된다...?
이말은 80 % 정도는 맞는 말인 것 같다...
이동 경로나 일정이 비슷하다보니 비엔티엔에서 만난 사람들을 방비엥의 어느 거리에서 다시 만나
서로 반갑게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안녕~! 하며 헤어진 그들을 루앙 프라방의 어느 야시장에서 다시 마주치게 된다.
그러면 다시 그들과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한다.
비엔티엔에서 우리를 RD로 인도해 준 니뽄남녀를 우리는 방비엥에서도 만나고 루앙프라방에서도
만났다.
비엔티엔에선 그냥 서로 미소만...사알짝~
방비엥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서로 반가워하며 서로 오바질하기!
니뽄 : 안녕~안녕~~~ 완전 반가워~~^^
까올리 : 우리도 심하게 반가워~~^^
우리는 오랜 친구인양 손을 마주치며 서로를 향해 환하게 웃어준다.
루앙프라방에서 그들을 다시 만났다.
일일투어를 마치고 한국 일행들과 우리가 길을 가고 있는데,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니뽄 무리들.
그들을 스쳐 지나갈 무렵, 그 무리에서 툭 튀어 나와 잇몸이 다 보이도록 환하게 웃으며
미친듯이 방방 뛰며 손을 맞잡는 그녀!
니뽄 : 또 만났네~~^^ 안녕안녕안녕안녕~~~~~~~^^
까올리 : 아~!! 너구나...조낸 반갑다....킥킥..
가끔 만나는 사람들끼리 심하게 반가운 척, 서로 인사하고 지나가기!!!!!^^
요런 것도 라오스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 중의 하나!!!
그 니뽄녀를 하루에 네 번을 만난 적도 있었다.
나중엔 체력이 딸려 오바하면서 아는 척 하기도 힘들어질 정도로...그녀의 아는 척의 압박은 무서웠다.
히동구 오빠가 그랬었다.
한국 축구의 나아갈 길은 압박 뿐이 없다고, 그리고 상대팀의 압박을 뚫을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다고...
우리는 니뽄녀의 오바질에 압박 당했고 그녀의 압박에 대항할 체력은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레이몬드" 코치의 지옥의 호루라기 소리를 들으며 빡센 체력훈련을 받지 않는 한 우리는 그녀를
피해 다녀야 할 판이었다.
망구 : 니뽄녀, 담에 만나면 더 오버해서 인사를 할텐데 우리는 어카지?
삼천포 : 아마두 우리가 대충 아는 척 해주면 쫌 서운해 할거야..심하게 오바질 하면서 방방 뛰면서
답례해 조야지..머...글구 걔 가고 나면 우린 숨이 헐떡헐떡 할테고..
망구 : 그럼,담엔 일본말로 인사해줄까? 너 아는 일본말 없어?
삼천포 : 너 손톱 깎는다고 손톱깎이 필요하댔잖아...두 유 해브 어 쓰매끼리? 어때?
망구 : 그럼 난 아이 라이크 와루바시 라고 말해줄테닷!!!
삼천포 : 와~~! 일본어 실력 장난 아니다..너무 유창해~~!!
망구 : 너두 만만치 않어..발음이 죽이는데...ㅋㅋ
우리는 라오스에서 이러구 놀았다. 유치 개그의 끝을 보이면서 우리끼리 신나서 히히덕 댔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짐을 대충 정리하고 밖으로 나오니 썽태우 아저씨가 우리를 붙잡는다.
날은 찌는 듯이 덥고,가이드 북에는 설렁설렁 걸어다니며 왠만한 유적은 다 볼 수 있다고
써 있지만 우리는 밤버스를 타고 온 여행자들.
몸이 무겁다.
아저씨가 시간표를 보여준다.한시간에 60,000 킵이다.
오만에 쇼부를 치려 했으나 아저씨에게 거절당함. 걍 걸어가기로 하고 뒤돌아서는데 아저씨가
우리를 계속 뒤따라온다.
아저씨 : 이봐~ 망구들~ 오만에 해줄께~ 어여 타라구~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이미 돌아선 지 오래다.이미 걸어서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아저씨 : 좋아~ 그럼 내가 사만오천에 해준다..어여 와~~
우리는 계속 걷는다.
아저씨 : 징한 망구들아~ 사만에 해 줄 테니까 썩 오라구~~!!!
사만이라...
우리는 씨익~ 웃으며 가던 발걸음을 되돌린다.
썽태우를 타고 달리며 보는 비엔티엔의 풍경은 한가롭고 또 한편으로는 꽤나 북적댄다.
우리 썽태우 옆으로 달리는 오토바이나 차에 탄 사람들이 우리를 신기한 듯 바라본다.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람들,말똥말똥하게 쳐다 보는 사람들 등등..
사원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디를 가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린다.
망구 : 와~ 시청률 100%다~!!!
삼천포 :글게~ 우리 라오스 와서 회춘했네~ㅋ
라오스인들의 미소는 순박하고 또 소박하다.
누구나 눈이 마주치면 조용하게 그리고 따스하게 웃어준다.
유적지의 매표소의 직원들은 어느 나라나 그렇듯이 조금은 딱딱하고 여행객들에겐 권태로운
표정들이다.
라오스의 작원 사원들을 지키는 직원들은,늘상 보는 여행객이라 지겨울 텐데도 너무나도
친절하고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준다.
싸바이디~!!! 안녕하세요~~!! 까올리 이뻐요~~^^
어딜 가나 까올리 이뻐요..아름답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니 노처녀 가슴에 훈풍이 불어온다.
아아아~~!!!
삼천포의 동생은 그랬다.
요즘 동남아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는데, 삼천포가 가서 그 한류열풍에 찬물을 확 끼얹고
오는 거 아니냐고..되도록이면 외출을 삼가고 방안에서만 콕 쳐 박혀 있다가 오라는 눈물나게
친절한 격려(?)를 해주었었다.
그치만, 망구와 삼천포는 신이 나서 비엔티엔의 여기저기를 쏘다닌다.
썽태우를 타기를 정말 잘했다.
시원하고 재미 있고 아저씨가 가지고 다니는 책자에서 몇몇 사원을 찍어 주면 거기로
데려다준다.
중간에 무슨 시민 공원 비스무레한 곳을 갔다.
비엔티엔의 젊은 남녀가 데이트 하는 코스인지,커플들이 상당히 많았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우리는 물을 입에 달고 산다.
평소에도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인데 동남아는 물이 없으면 금방이라도 돌아가실 것처럼 덥고 힘들다
물을 많이 마시고 비위생적인 노점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일까(물론 우리는 비위생적인 노점음식을 아주 좋아한다.^^;)
나중에 방비엥에서 만난 한국 여행객들도 배가 아프다며 징징 댔다.
한국남 : 나 여태까지 설사 다섯 번 했다.~!
삼천포 : 설사 다섯번이 뭔 자랑이라고? 여기 설사 안 한 사람 있수?
망구 : 나두 라오스 온 이후로는 맨날 설사가 좍좍이야.
한국녀 : 언니언니~저두요..맨날 설사만 나와요..
망구 : 아아~! 가래떡 뽑아 본지 오래다~!!!!!!! 변기가 부서지도록 가래떡 한 번 뽑아 봤음 좋겠다!
망구를 제외한 모든 이들 : 허억~! 가.래.떡 ...하....하........하..........
방콕에서 만난 친한 동생에게 라오스로 가라며 부추겼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가이드북을 줘버렸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우리가 비엔티엔에서 그렇게 쏘다니며 구경했던 사원이며
박물관의 이름이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삼천포는 알콜성 치매 중기에 접어들었다.)
그치만 이름 쯤 기억나지 않으면 어떠리...
그저 경건한 마음으로,조신한 몸가짐으로 부처님께 기도드리고, 약간의 시주를 하고
정성스런 손길로 향을 피우고, 그런 우리들을 다정한 눈길로 바라봐주던 라오스인들의
따뜻한 시선에 대한 기억만은 뚜렷하니까...
그들과 눈을 마주치며 싸 바이디~! 를 외치고, 호감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그들에게
미소 한 번 쌩끗~! 날려주면 더 없이 행복한 것을....
점심은 "컵 짜이 xxx"에서 먹었다.(이젠 식당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구만..헐~)
라오스 정식으로 무지무지 푸짐하고 거하게...
요 레스토랑,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일부러 찾아갔다.
음식도 맛있고 분위기도 괜찮았다.
저녁은 노을이 지는 메콩강을 바라보며 메콩강 옆 노천 음식점에서 먹었다.
깔끔한 라오 비어를 마시며 꼬치와 생선 구이를 먹으며 우리는 붉은 노을이 하염없이 지는
메콩 강변에서 거의 말이 없었다...
아..아...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이 아름다운...저녁 노을을...언제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
자꾸만..나도 모르게...눈물이 차올라서...조금이라도 눈을 깜빡이면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아서
안타깝게 사라져가는 저녁 노을을 ..하염없이...하염없이..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느 무료한 오후,가족들 모두 외출하고 나만 홀로 덩그러니 거실의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아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순간...눈물 한 방울이 툭~!하고 떨어진다...
내 마음은 아직도 메콩 강변의 노을 지던 그곳으로 가고 있었나보다.........
*노천 음식점에서 라오 비어와 쌀국수를 먹고 있을 때,일곱살 쯤 먹어보이는
맨발의 작은 계집아이가 다가왔습니다..
쌀국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더군요.
우리가 그 쌀국수를 주니 잠시 후 이제 막 두 살 정도 뿐이 안되어 보이는
어린 사내 아이를 데려와 그 쌀국수를 손으로 먹여주더군요.
그 아이도 배가 고팠을텐데, 그 아이도 이제 겨우 일곱살 정도 뿐이
안되어 보였는데, 그 아이는 쌀국수에는 관심도 없는 듯 어린 동생에게
먹여 주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간혹, 사람들은 말합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을 주거나
하지 말라구요.그게 버릇이 돼서 평생을 그러구 살 거라구요.
그러나,저는 그렇게 이성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못 되나 봅니다.
저에게 손을 내미는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제 마음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립니다.
그날도 많은 무리의 구걸하는 아이들 중 동생을 데리고 온 그 소녀에게만
몰래 돈을 조금 더 쥐어줬습니다...
제 캐리어에는 아이들에게 주려고 가져 온 스티커와 예쁜 볼펜이 많았는데
숙소에 두고 나온 게 후회가 됐습니다...
*사진은 "월드비전"이라는 후원 단체를 통해 저와 6 년간 우정을 나눴던
방글라데시의 소녀 "모르지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