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 - 8.
7월 6일 (여행 여덟번 째 날)
타비쑥 방갈로에 처음 도착했을 때 깜딱~! 놀랐었다.
우리 방갈로 옆 테라스에서 빤쓰 한 장만 달랑 걸친 체 테라스에서 한가로이 어슬렁 거리는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민망해하는 삼천포와는 달리 그 남자는 삼천포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한 점 부끄럼 없는
해맑은 표정으로 삼천포를 멀뚱멀뚱 바라봤었다.
"보기는 좋은데(?) 쫌 심한 거 아냐?"
하며 이웃에 대한 배려심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는 그의 뻔뻔함에 기가 막혔다.
그러나 그 후로 왠일인지, 그가 멀쩡한 모습으로 옷을 제대로 갖춰 입고 있으면 왠지 모를
아쉬움에 한숨이 나오는 건..뭔 조화래?????? ㅡㅡ;
비엔티엔에서 우리와 함께 VIP 버스를 타고 온 미국인 부부는 유모차에 이제 막 2개월 정도
뿐이 안돼어 보이는 갓난쟁이를 태우고 왔다.
갓난 아기 때문에 부부는 항상 식사를 따로따로 하곤 했다.
아내가 밥을 먹을 땐 남편이 아기를 어르고 있고, 남편이 밥을 먹을 땐 아내가 아기를 돌보고..
아기 때문에 투어보다는 산책 위주의 한가로운 여행을 즐기는 듯 했다.
방갈로 바로 입구에 있었던 그 부부의 숙소를 지나칠 때마다 항상 아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울음소리를 달래느라 나지막한 소리로 자장가를 불러 주는 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며
저 아가는 참 행복하고 감성이 풍부한 사람으로 자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오산에서 VIP 버스를 타고 비엔티엔으로 올 때 우리 뒷자리에 앉아서 왔던 프랑스 가족들.
그들은 비엔티엔에서 내리지 않고 방비엥으로 바로 떠났다.
그들을 방비엥에서 다시 만나 반갑게 인사 했다.
상냥하고 다정한 엄마와, 동생들 잘 챙겨 주는 스무살의 잘생긴 첫째. 그리고 인형처럼 깜찍했던
열살 짜리 둘째 딸. 자기 몸만큼이나 커다란 베낭을 메고 징징 대며 울던 꼬맹이 막내 아들까지.
그들 가족은 라오스에서 무엇을 보고..무엇을 느끼며 여행을 했을까...
두 꼬맹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라오스에서의 추억을 기억할 수 있을까...
사소한 것 하나하나 까지도 일일이 손으로 가리키며 다정한 목소리로 설명을 해주던 엄마와
그런 엄마의 설명을 열심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대던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우리 옆 방갈로 "빤쓰만 한 장 달랑" 네를 지나 그 옆 방갈로에 있던 두 남자.
해가 질 무렵 부터 방갈로에 나와 앉아 라오 비어를 마시며 대화를 한다.
12시 쯤 잠이 들기 직전 밖으로 나가 보니 그들은 아직도 그 자세 그대로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얼추 7시간 쯤 지난 것 같은데...
궁금해진다....
남자 둘이서 얼굴을 맞대고 뭔 할 얘기가 그리도 많은 걸까......
그 담날, 그들은 푸석푸석한 얼굴로 늦은 아침 식사를 하러 레스토랑에 온다..
아마도 밤을 새서 대화를 한 듯 하다......
오늘 밤도...아마도....또....그런 풍경이 펼쳐질 듯하다...
이상은 "타비쑥"에서의 일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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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는 망구.
잠시 후 헬쓱한 모습으로 힘 없이 기어나온다.
삼천포 : 가래떡 뽑았어?
망구 : 아니~ 오늘도 물똥이야..아..아..응가의 존재감이 없다...
삼천포 : 아..배 아포~!!! 나두나두 정화조가 막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테닷!!!
우리의 아침 대화는 늘상 이렇듯 향기로웠다.
하루에도 몇 번 씩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지만 늘상 헬쓱해진 얼굴에 다크써클이 만연한 퀭한
눈길로 나오곤 했다.
라오스 여행을 하면서 우리와 가장 친숙해진 단어는 "비" 와 "설사" 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만성 변비 환자라 늘 숙변을 똥배 가득 운명처럼 안고 살던 삼천포는
하루에도 몇번 씩 배탈이 나는 통에 본의 아닌 숙변제거에 성공~!
한결 홀쭉해진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서울에서 청국장 가루와 양파즙을 입에 달고 살며 그렇게나 고치려고 노력했던 변비를 한 방에
해결 했으니, 만성 변비에 늘 더부룩한 아랫배에 가스가 빵빵하게 차는 증세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라오스로 떠나보시라~!!!!!!
오늘은 루앙프라방으로 떠나는 날.
VIP 버스를 예약했으나, 취소가 되었다며 대신 미니 버스를 타라고 한다.
미니버스는 9$ (1$ 벌었다며 좋아했다..)
좋아한것도 잠시, 뒷자리는 이미 꽉 찬 상태.
어쩔 수 없이 운전수 옆자리에 앉아서 간다.
목 받침대도 없는 의자에, 좁아 터진 자리에서 망구와 삼천포는 낑겨서 고생 고생 하면서 간다.
몸은 고생 하지만 눈은 초절정 반짝반짝 *__*
대관령 고갯길 같은 구불구불한 길을 한도 끝도 없이 달린다...
조금만 기우뚱하면 금방이라도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길들이 이어지고..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6 시간 내내 한숨도 못 잤다...아니 안 잤다..아니 잘 수가 없었다~!!!
한굽이만 돌아서면 숨이 턱턱 막혀 올 정도로,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풍경들이 줄줄이
이어지는데 한 순간도, 한 장면도 놓치면 아까울 것 같아서 차창 밖으로 목을 길게 빼고 와~!
하는 감탄사만 6시간 내내 연발해댔다...
중간 휴계소.
누군가 아는 척 말을 시킨다.
아침에 샤워를 하면서 렌즈 한 쪽을 잃어버렸다.
시력이 바닥을 치는 삼천포는 렌즈가 없으면 심봉사다.ㅡㅡ;;
30 분 동안 렌즈를 찾아 욕실을 헤매다, 결국 포기하고 한 쪽 눈에만 렌즈를 꼈다.
눈에 촛점이 안 맞아서 눈 앞이 뿌옇다.
가까이 다가가서 뚫어져라 보니 이장님이다. ㅡㅡ;;
자주도 만난다. 캬캬..
일행도 아니고 일정을 맞춘 것도 아닌데, 또 만났다..
지난 밤 과음을 하신 이장님, 얼굴이 푸석푸석 하시다..캬..
삼천포 : 이장님~ 어제 잘 들어가셨나요?
이장님 : 아~몰라~ 숙소까지 어떻게 기어들어 갔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나네..아~머리 아포~!
근데, 같이 과음했던 삼천포는 너무나 쌩쌩하다~!
신은 삼천포에게 지혜와 미모 대신 "술빨" 과 "숙취 방지 자가 생성" 기능의 튼실한 "간"을
주셨나보다~!!! 아멘~~^^
숙취와 두통에 괴로워하는 이장님을 사랑으로 감싸 안고 진심어린 위로와 격려를 해 줬더니
삼천포의 아리따운 마음씨에 감동했는지 렌즈를 하나 주신단다..
루앙프라방에서 만나 렌즈를 하사 받기로 약속을 하고..
휴계소에서 화장실을 다녀 오니 동네 꼬맹이들이 떼를 지어 나와 있다..
여행객들에게 무언가를 얻어 가는데 익숙해진 아이들의 눈빛...
조금은 영악해 보이지만, 결코 그 아이들의 눈빛을 외면할 수가 없다..
바게트 빵 몇 봉지를 사서 아이들에게 나눠 준다..
나눠 줬다기 보다는 순식간에 뜯겼다! 고 하는 표현이 더 적절할 거다..
망구가 빵값을 계산하고 봉지를 들고 나오는 순간, 순식간에 몰려들어 봉지를 나꿔채 가버린
아이들.....
빵 봉지를 들고 있는 아이들과 그 봉지를 얻지 못한 아이들의 표정은 희비가 엇갈린다...
왠지...
가슴이 답답해진다...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그냥..웃어준다...
버스는 6시간을 달려 루앙프라방의 여행자 숙소가 밀집해 있는 지역에 우리를 내려준다.
삐끼(?)들이 달려 들며 숙소 홍보 팜플렛을 들이댄다.
우리는 우리의 여행 스타일 답게, 늘 그렇듯이 우리가 내린 곳에서 제일 가까운 숙소를 낙점!
"SILICHITE" 게스트 하우스. 트윈룸/ 팬룸/ 5$이다.
방이 무지 넓다.
트윈 룸. 올만에 망구와 내외하며 자게 됐다.
저녁 때 만난 아가는 맘에 드는 숙소를 찾느라 3시간을 헤매고 다녔다고 한다.
우리는 뭐, 그냥 대충 아무데나 들어간다.
가이드북과 인터넷의 정보는 참고만 하는 정도~! (이러니 묻지마 관광이다..흐흐)
짐을 풀고, 방비엥에서 몽땅 젖었던 옷들을 세탁 맡기고,입을 옷이 없어서 서울에서 입고 왔던
긴 청바지를 꺼내 입어 본다...
숙변 제거로 인해 똥배도 몰라보게 쏙 들어갔겠다, 매일 매일 땀을 한 바가지 씩 흘렸겠다,
가뿐한 마음으로 청바지를 입어 본다..
쑤욱~ 올라가리라 예상했던 바지가 튼실한 허벅지 중간 부분에서부터 착 감기기 시작하더니
결국 낑낑 대며 지퍼를 올려야 하는 불상사 발생~! ㅡㅡ;
낑낑 대며 간신히 지퍼를 올리고 보니 허리 부분 위로 탐스럽게 불룩 솟아오른 이 살덩어리들은
모냐..? ㅡ,.ㅡ;;
아~아~ 남들은 집 떠나면 몸 고생 마음 고생 하니라 피골이 상접한다던데..
삼천포는 여행 한 지 며칠만에 피둥피둥 뽀얗게 살이 올라 어찌나 복스러운 미모가 보름달처럼
환하게 피어나시는지...이러다간, 이 절정의 미모가 김태희도 능가하시겄다! -_-;;
울 모친은 늘 그러셨다.
침대에 누워 있는 삼천포의 요염한 자태를 보실 때마다
"하이고~ 우리 따님은 오데로 가시고 황소 한마리가 누워 계시나?"
하시며 한숨을 푹푹 내쉬셨다.
어무이~! 큰 딸은 이제 황소가 아니라 백돼지가 됐시요~!! ㅠ_ㅠ;;
아악~ 거울을 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이건..이건..백돼지가 아니라 흑돼지 한마리다~!!! 흑..
이장님은 삼천포를 처음 만났을 때 "박피" 했냐고 물어봤었다.
아가와 둔탱공주는 피부가 까매서 더 탈까봐 걱정이라며, 삼천포의 하얀 피부를 부러워했었다.
그랬던 삼천포가..
카약킹의 후유증인지 온몸이 새까맣다.
까맣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라오스산 흑돼지 한마리~! ㅡㅡ;
무심코 거울을 볼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아..아..이제 웃으면 하얀 이가 유독 눈에 띈다..
망구는 삼천포보다 더 백인종이다.
백설기 같은 허연 몸을 한 망구, 밀가루 반죽 같은 망구, 눈사람같은 망구..
그런 망구가 까만색 반스타킹을 신고 있다.
짧은 치마를 입고 돌아댕긴 망구의 다리가 무릎까지만 새까맣게 탔다..마치 스타킹을 신은 것 같다
삼천포 : 스타킹 좀 벗지 그래?
망구 : 캬캬..너두 까만 쫄티 좀 벗지 그래?
삼천포 : 우엥~ 거울 보기 싫어~ 때타올로 박박 밀면 좀 하얘질까?
망구 : 나두나두~ 스타킹 좀 벗겨 버리고 싶다...
우리는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다......
살다살다 처음으로 심각하게 "미백" 치료를 받아 볼까 잠시 고민한 시간이었다..
청바지를 입어 보며 절망감에 사로 잡혀 풀이 죽어 있는데 갑자기 망구가 킁킁 댄다..
망구 : 천포야~ 너 방구 꼈냐?
삼천포 : 아니~ 킁킁..헉 이게 몬 냄새야? 너 똥 쌌어?
망구 : 아니~ 난 니가 방구 낀 줄 알았는데...
어디선가 스멀스멀 풍겨오는 몹시도 수상하고 향기로운 스멜~~!
그 스멜의 정체는 욕실의 하수구 냄새였다.
둘이서 밤새도록 나 잡아봐라~! 를 해도 될만큼 널찍한 방에,더블 침대만큼이나 큰 침대가
두개씩이나 놓여 있고, 눈만 마주치면 방실방실 웃어주는 몹시도 친절한 직원들이 있는 이
퍼펙트한 게스트 하우스의 최대 단점이 있었으니, 시도 때도 없이 스멀스멀 풍겨 오는
하수구 냄새였다...
그치만, 우리는 그 냄새에 심히 불쾌해 하면서도 절대 숙소는 안 옮겼다!!!!!
왜냐~?
귀찮거든...
늙으면 만사가 귀찮은 법, 세상 둥글게 둥글게 사는게 장땡이다~!!!
오후 늦어서, 야시장을 구경하러 갔다.
대부분 비슷비슷한 품목들만 팔고 있다.
아직 오후라, 시장이 그리 활발하진 않다.
대충 구경하고, 시장에서 발맛사지 집 발견~!
라오맛사지가 1시간에 4$이다.
타이 맛사지에 비해서 완전 시시하다.
애들 장난 하는 것처럼 걍 떡 주무르듯이 주무른다. 간지럽다...
깜깜해질 무렵..
주변의 사원들을 구경했다.
돌아다니다 보니 절도 많이 보인다.
절에 들어가보니 무지하게 큰 불상이 있다...
우와~우와~! 하면서 구경하고 나오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
돌아보니 스님이다. ㅡㅡ;;;
스님~ 이러심 아니되어요~!!!
스님들이 킥킥댄다.
스님들 : 안녕하세요~~!!! (한국말)
우리 : 헉~! 싸 바이디~!
스님들 : 캄싸합니다~!!
우리 : 헉~ 컵짜이~!
스님 : 유 까올리죠? 너무 아름답습니다~!!! 유~후~!
우리 : -_-;;;;; 스...스님...맞아요~~~???
스님 : 예뻐요~~! 까올리, 예뻐요~~! 휙휙~! 유후~~!
스님들, 난리가 나셨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에~ 킥킥 대는 웃음 소리에, 웅성웅성 대는 소리에, 서로 말을
시키려고 다가오신다...
스님들~ 이러지 마시어요~ ㅠ_ㅠ;
불경도 외우시고, 보리수 나무 아래 깨달음도 얻으시고, 열반하실 때를 대비하셔서 사리도
저장하셔야 하잖아요~~!!!
허둥지둥 도망쳐 나오는 우리..
나중에 이장님의 가이드북 "태국,라오스 100배 즐기기"를 보니 우리가 멋모르고 갔던 그 곳이
"루앙프라방에서 단 한 곳만 가봐야 한다면 꼭 가봐야 할 그 곳!" 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하하하하~ !!! 묻지마 관광을 지향하는 우리지만, 할 건 다 하고 볼건 다 본다...비록 어리버리
찾아간 곳이긴 하지만..어쨌든, 볼건 다 본다~!!! ㅋ
사원 몇 개를 구경하고, 스님들과 대화(?)도 나누고, 야시장을 둘러 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밤이 깊었다..
야시장 옆 카페 거리가 조명으로 인해 환하다...
거리를 돌아다니다 이장님과 둔탱공주를 만났다.
둔탱공주, 우리를 보자마자 무지 반가워한다.
술이 마시고 싶었다나..캬캬..
우린, 그럼 라오스의 술상무~???
이장님을 맛사지 보내고, 아가는 옷을 사러 야시장으로 가고 우리 셋은 단촐하고 화기애애하게
"처녀들의 저녁식사" 를 찍는다.
둔탱공주는 첫 해외여행이라 이것저것 준비를 많이 해왔다고 한다.
스케줄도 빡 쎄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고, 의욕이 넘친다.
거기에 비해 우리는 "묻지마 관광" ! 가이드북도 거의 보지 않고, 아무데나 칠렐레 팔렐레 잘
돌아댕긴다.
여행 하는 사람들마다 다들 자기 스타일이란 게 있다.
세시간 씩 돌아다니며 가격 비교 해보고 시설 비교 해보고 꼼꼼하게 숙소를 정하는 아가같은
스타일이 있다면, 그저 몸 누일 곳만 있다면 아무 곳이나 콜~! 을 외쳐대는 우리같이 설렁설렁한
여행객도 있는 법..
여행이란 건 그저 각자의 개성에 맞게 자기 마음 가는 데로 그렇게 즐기는 게 최선인 것 같다.
맛사지를 받고 온 이장님과 야시장에서 바지를 사고 온 아가도 합류.
라오 비어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이장님이 내일 반나절 투어로 "빡우동굴(?)"을
보러 가자고 제안한다.
가이드북에 4000 개의 불상을 볼 수 있다고 써 있다며,기대만빵이란다.
그 말에 귀가 또 팔랑팔랑~
우리는 술을 마시다 말고, 근처의 여행사로 간다.
둔탱공주와 삼천포는 바깥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고 망구와 이장님과 아가가 들어가서 예약을 한다.
예약을 하고 나오는 무리들.
낄낄대며 나온다.
여행사 사장이 따라나온다.
입을 헤벌쭉 벌리고 쫄래쫄래 망구의 뒤를 따라나온다.
"뷰우리풀 레이디~!!! 알라뷰우~~~!!"
하면서 망구에게 연신 살인미소를 날려댄다.
아..아...눈이 부신 살인미소다...
듬성듬성 난 치아...
보통 사람들은 웃을 때 치아가 10 개가 보인다는데, 그는 5개가 보인다..
치아와 치아 사이의 간격이 태국과 라오스의 거리만큼이나 멀고도 멀다..
망구를 향해 침을 줼줼 흘리며 활활 불타오르는 이글이글한 시선은 망구에게 꽂혀 있다..
망구의 키 173.
망구와 비슷한 키다...
그러나...
그가 계단을 하나 내려 선다..
망구보다 약간 작다...
잠시 후 한 계단을 더 내려선다..
망구보다 많이 작다...
또 한 계단을 내려온다...
망구보다....심하게 작다...
망구의 가슴 높이에도 못 미친다...
망구가 한참을 내려다본다.....
그가 까치발을 떼고 올려다보며 그 와중에도 망구에게 헤벌쭉~해서 연신 살인광선을 쏘아대는
뜨거운 눈길로 망구를 태워버릴 듯 지글지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아가는 그랬다...
식스센스보다 더한 반전이었다고~!!!
그가 한 계단 한 계단 내려올 때마다 전율이 일었다고.....
마지막 계단을 다 내려와서 망구 옆에 섰을 때, 우리 모두는 고개를 딴 데로
돌리고 딴청을 피우는 척 하며, 그 안타까운 모습을 외면해야만 했다...
그날 밤, 우리는 인종과 국경도 초월한다는 빠워 오브 럽~! 이 현격한 신장 차이로 인해
무너지는 가슴 아픈 현장을 목격한 산증인들이었다...
다음날, 그 여행사에서 스피드 보트를 예약하고 영수증을 받아왔다.
무심코 영수증을 확인해보니 아..아...그것은 영수증이 아니라..
러브레터였다...
영수증 한귀퉁이에 써 있던 구구절절한 사연...
"manggoo! nan dangsin ddaemoone jami ojilanayo~dangsin namchini daegosipayo~
saranghaeyo~"
친절한 이장님이, 요럴때만 유독 오지랖 넓은 이장님이 그의 애타는 마음을 한글식 영어로
일일이 적어서 대필해 준 연애편지였다...
그 내용을 한참만에 힘들게 해석(?) 하고 난 뒤 망구와 삼천포는 오랫동안....웃다가..웃다가..
또 웃다가...그만 지쳐 버렸다...아..배 아포....!
아..아...그에게 키높이 구두와 치아 교정을 권유해주고 싶다...
* 저의 첫 여행지는 홍콩 이었습니다.
곰팡내 풀풀 나는 동네 3류 극장에서 콕 쳐 박혀서 봤던 "에스케이프 걸" 이라는 영화에서
노란색 셔츠를 입고 나온 이름도 얼굴도 낯선 배우에게 첫눈에 올인했었죠..
홍콩에만 가면 주윤발이 어서 옵쇼~! 하면서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던 무모하리만치
순진했던 시절...
3박 4일의 첫 여행 동안, 홍콩이란 데를 원 없이 쏘다녔습니다..
맥주 값도 비싸고, 또 첫여행이라 긴장한 상태라 밤만 되면 호텔방으로 일찍 들어가
일찍 잠들던 모범생(?) 여행객이었습니다...
지금 처럼 묻지마 관광에 부어라, 마셔라 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던...다시 생각해보면
정말정말 재미없었고 무미건조했던 여행이지만..
"첫" 자가 붙으면 뭐든지 기억에서 오래가는 법이잖아요...
첫사랑..첫키스...의 그런 느낌처럼 그 재미 없었던 여행이 (물론 그당시에는 재밌다고
생각했었습니다.)지금도 또렷이 기억납니다...
첫여행의 설레임을 안겨주었던 그 첫경험이 말이죠..
타비쑥 방갈로에 처음 도착했을 때 깜딱~! 놀랐었다.
우리 방갈로 옆 테라스에서 빤쓰 한 장만 달랑 걸친 체 테라스에서 한가로이 어슬렁 거리는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민망해하는 삼천포와는 달리 그 남자는 삼천포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한 점 부끄럼 없는
해맑은 표정으로 삼천포를 멀뚱멀뚱 바라봤었다.
"보기는 좋은데(?) 쫌 심한 거 아냐?"
하며 이웃에 대한 배려심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는 그의 뻔뻔함에 기가 막혔다.
그러나 그 후로 왠일인지, 그가 멀쩡한 모습으로 옷을 제대로 갖춰 입고 있으면 왠지 모를
아쉬움에 한숨이 나오는 건..뭔 조화래?????? ㅡㅡ;
비엔티엔에서 우리와 함께 VIP 버스를 타고 온 미국인 부부는 유모차에 이제 막 2개월 정도
뿐이 안돼어 보이는 갓난쟁이를 태우고 왔다.
갓난 아기 때문에 부부는 항상 식사를 따로따로 하곤 했다.
아내가 밥을 먹을 땐 남편이 아기를 어르고 있고, 남편이 밥을 먹을 땐 아내가 아기를 돌보고..
아기 때문에 투어보다는 산책 위주의 한가로운 여행을 즐기는 듯 했다.
방갈로 바로 입구에 있었던 그 부부의 숙소를 지나칠 때마다 항상 아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울음소리를 달래느라 나지막한 소리로 자장가를 불러 주는 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며
저 아가는 참 행복하고 감성이 풍부한 사람으로 자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오산에서 VIP 버스를 타고 비엔티엔으로 올 때 우리 뒷자리에 앉아서 왔던 프랑스 가족들.
그들은 비엔티엔에서 내리지 않고 방비엥으로 바로 떠났다.
그들을 방비엥에서 다시 만나 반갑게 인사 했다.
상냥하고 다정한 엄마와, 동생들 잘 챙겨 주는 스무살의 잘생긴 첫째. 그리고 인형처럼 깜찍했던
열살 짜리 둘째 딸. 자기 몸만큼이나 커다란 베낭을 메고 징징 대며 울던 꼬맹이 막내 아들까지.
그들 가족은 라오스에서 무엇을 보고..무엇을 느끼며 여행을 했을까...
두 꼬맹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라오스에서의 추억을 기억할 수 있을까...
사소한 것 하나하나 까지도 일일이 손으로 가리키며 다정한 목소리로 설명을 해주던 엄마와
그런 엄마의 설명을 열심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대던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우리 옆 방갈로 "빤쓰만 한 장 달랑" 네를 지나 그 옆 방갈로에 있던 두 남자.
해가 질 무렵 부터 방갈로에 나와 앉아 라오 비어를 마시며 대화를 한다.
12시 쯤 잠이 들기 직전 밖으로 나가 보니 그들은 아직도 그 자세 그대로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얼추 7시간 쯤 지난 것 같은데...
궁금해진다....
남자 둘이서 얼굴을 맞대고 뭔 할 얘기가 그리도 많은 걸까......
그 담날, 그들은 푸석푸석한 얼굴로 늦은 아침 식사를 하러 레스토랑에 온다..
아마도 밤을 새서 대화를 한 듯 하다......
오늘 밤도...아마도....또....그런 풍경이 펼쳐질 듯하다...
이상은 "타비쑥"에서의 일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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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는 망구.
잠시 후 헬쓱한 모습으로 힘 없이 기어나온다.
삼천포 : 가래떡 뽑았어?
망구 : 아니~ 오늘도 물똥이야..아..아..응가의 존재감이 없다...
삼천포 : 아..배 아포~!!! 나두나두 정화조가 막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테닷!!!
우리의 아침 대화는 늘상 이렇듯 향기로웠다.
하루에도 몇 번 씩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지만 늘상 헬쓱해진 얼굴에 다크써클이 만연한 퀭한
눈길로 나오곤 했다.
라오스 여행을 하면서 우리와 가장 친숙해진 단어는 "비" 와 "설사" 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만성 변비 환자라 늘 숙변을 똥배 가득 운명처럼 안고 살던 삼천포는
하루에도 몇번 씩 배탈이 나는 통에 본의 아닌 숙변제거에 성공~!
한결 홀쭉해진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서울에서 청국장 가루와 양파즙을 입에 달고 살며 그렇게나 고치려고 노력했던 변비를 한 방에
해결 했으니, 만성 변비에 늘 더부룩한 아랫배에 가스가 빵빵하게 차는 증세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라오스로 떠나보시라~!!!!!!
오늘은 루앙프라방으로 떠나는 날.
VIP 버스를 예약했으나, 취소가 되었다며 대신 미니 버스를 타라고 한다.
미니버스는 9$ (1$ 벌었다며 좋아했다..)
좋아한것도 잠시, 뒷자리는 이미 꽉 찬 상태.
어쩔 수 없이 운전수 옆자리에 앉아서 간다.
목 받침대도 없는 의자에, 좁아 터진 자리에서 망구와 삼천포는 낑겨서 고생 고생 하면서 간다.
몸은 고생 하지만 눈은 초절정 반짝반짝 *__*
대관령 고갯길 같은 구불구불한 길을 한도 끝도 없이 달린다...
조금만 기우뚱하면 금방이라도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길들이 이어지고..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6 시간 내내 한숨도 못 잤다...아니 안 잤다..아니 잘 수가 없었다~!!!
한굽이만 돌아서면 숨이 턱턱 막혀 올 정도로,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풍경들이 줄줄이
이어지는데 한 순간도, 한 장면도 놓치면 아까울 것 같아서 차창 밖으로 목을 길게 빼고 와~!
하는 감탄사만 6시간 내내 연발해댔다...
중간 휴계소.
누군가 아는 척 말을 시킨다.
아침에 샤워를 하면서 렌즈 한 쪽을 잃어버렸다.
시력이 바닥을 치는 삼천포는 렌즈가 없으면 심봉사다.ㅡㅡ;;
30 분 동안 렌즈를 찾아 욕실을 헤매다, 결국 포기하고 한 쪽 눈에만 렌즈를 꼈다.
눈에 촛점이 안 맞아서 눈 앞이 뿌옇다.
가까이 다가가서 뚫어져라 보니 이장님이다. ㅡㅡ;;
자주도 만난다. 캬캬..
일행도 아니고 일정을 맞춘 것도 아닌데, 또 만났다..
지난 밤 과음을 하신 이장님, 얼굴이 푸석푸석 하시다..캬..
삼천포 : 이장님~ 어제 잘 들어가셨나요?
이장님 : 아~몰라~ 숙소까지 어떻게 기어들어 갔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나네..아~머리 아포~!
근데, 같이 과음했던 삼천포는 너무나 쌩쌩하다~!
신은 삼천포에게 지혜와 미모 대신 "술빨" 과 "숙취 방지 자가 생성" 기능의 튼실한 "간"을
주셨나보다~!!! 아멘~~^^
숙취와 두통에 괴로워하는 이장님을 사랑으로 감싸 안고 진심어린 위로와 격려를 해 줬더니
삼천포의 아리따운 마음씨에 감동했는지 렌즈를 하나 주신단다..
루앙프라방에서 만나 렌즈를 하사 받기로 약속을 하고..
휴계소에서 화장실을 다녀 오니 동네 꼬맹이들이 떼를 지어 나와 있다..
여행객들에게 무언가를 얻어 가는데 익숙해진 아이들의 눈빛...
조금은 영악해 보이지만, 결코 그 아이들의 눈빛을 외면할 수가 없다..
바게트 빵 몇 봉지를 사서 아이들에게 나눠 준다..
나눠 줬다기 보다는 순식간에 뜯겼다! 고 하는 표현이 더 적절할 거다..
망구가 빵값을 계산하고 봉지를 들고 나오는 순간, 순식간에 몰려들어 봉지를 나꿔채 가버린
아이들.....
빵 봉지를 들고 있는 아이들과 그 봉지를 얻지 못한 아이들의 표정은 희비가 엇갈린다...
왠지...
가슴이 답답해진다...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그냥..웃어준다...
버스는 6시간을 달려 루앙프라방의 여행자 숙소가 밀집해 있는 지역에 우리를 내려준다.
삐끼(?)들이 달려 들며 숙소 홍보 팜플렛을 들이댄다.
우리는 우리의 여행 스타일 답게, 늘 그렇듯이 우리가 내린 곳에서 제일 가까운 숙소를 낙점!
"SILICHITE" 게스트 하우스. 트윈룸/ 팬룸/ 5$이다.
방이 무지 넓다.
트윈 룸. 올만에 망구와 내외하며 자게 됐다.
저녁 때 만난 아가는 맘에 드는 숙소를 찾느라 3시간을 헤매고 다녔다고 한다.
우리는 뭐, 그냥 대충 아무데나 들어간다.
가이드북과 인터넷의 정보는 참고만 하는 정도~! (이러니 묻지마 관광이다..흐흐)
짐을 풀고, 방비엥에서 몽땅 젖었던 옷들을 세탁 맡기고,입을 옷이 없어서 서울에서 입고 왔던
긴 청바지를 꺼내 입어 본다...
숙변 제거로 인해 똥배도 몰라보게 쏙 들어갔겠다, 매일 매일 땀을 한 바가지 씩 흘렸겠다,
가뿐한 마음으로 청바지를 입어 본다..
쑤욱~ 올라가리라 예상했던 바지가 튼실한 허벅지 중간 부분에서부터 착 감기기 시작하더니
결국 낑낑 대며 지퍼를 올려야 하는 불상사 발생~! ㅡㅡ;
낑낑 대며 간신히 지퍼를 올리고 보니 허리 부분 위로 탐스럽게 불룩 솟아오른 이 살덩어리들은
모냐..? ㅡ,.ㅡ;;
아~아~ 남들은 집 떠나면 몸 고생 마음 고생 하니라 피골이 상접한다던데..
삼천포는 여행 한 지 며칠만에 피둥피둥 뽀얗게 살이 올라 어찌나 복스러운 미모가 보름달처럼
환하게 피어나시는지...이러다간, 이 절정의 미모가 김태희도 능가하시겄다! -_-;;
울 모친은 늘 그러셨다.
침대에 누워 있는 삼천포의 요염한 자태를 보실 때마다
"하이고~ 우리 따님은 오데로 가시고 황소 한마리가 누워 계시나?"
하시며 한숨을 푹푹 내쉬셨다.
어무이~! 큰 딸은 이제 황소가 아니라 백돼지가 됐시요~!! ㅠ_ㅠ;;
아악~ 거울을 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이건..이건..백돼지가 아니라 흑돼지 한마리다~!!! 흑..
이장님은 삼천포를 처음 만났을 때 "박피" 했냐고 물어봤었다.
아가와 둔탱공주는 피부가 까매서 더 탈까봐 걱정이라며, 삼천포의 하얀 피부를 부러워했었다.
그랬던 삼천포가..
카약킹의 후유증인지 온몸이 새까맣다.
까맣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라오스산 흑돼지 한마리~! ㅡㅡ;
무심코 거울을 볼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아..아..이제 웃으면 하얀 이가 유독 눈에 띈다..
망구는 삼천포보다 더 백인종이다.
백설기 같은 허연 몸을 한 망구, 밀가루 반죽 같은 망구, 눈사람같은 망구..
그런 망구가 까만색 반스타킹을 신고 있다.
짧은 치마를 입고 돌아댕긴 망구의 다리가 무릎까지만 새까맣게 탔다..마치 스타킹을 신은 것 같다
삼천포 : 스타킹 좀 벗지 그래?
망구 : 캬캬..너두 까만 쫄티 좀 벗지 그래?
삼천포 : 우엥~ 거울 보기 싫어~ 때타올로 박박 밀면 좀 하얘질까?
망구 : 나두나두~ 스타킹 좀 벗겨 버리고 싶다...
우리는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다......
살다살다 처음으로 심각하게 "미백" 치료를 받아 볼까 잠시 고민한 시간이었다..
청바지를 입어 보며 절망감에 사로 잡혀 풀이 죽어 있는데 갑자기 망구가 킁킁 댄다..
망구 : 천포야~ 너 방구 꼈냐?
삼천포 : 아니~ 킁킁..헉 이게 몬 냄새야? 너 똥 쌌어?
망구 : 아니~ 난 니가 방구 낀 줄 알았는데...
어디선가 스멀스멀 풍겨오는 몹시도 수상하고 향기로운 스멜~~!
그 스멜의 정체는 욕실의 하수구 냄새였다.
둘이서 밤새도록 나 잡아봐라~! 를 해도 될만큼 널찍한 방에,더블 침대만큼이나 큰 침대가
두개씩이나 놓여 있고, 눈만 마주치면 방실방실 웃어주는 몹시도 친절한 직원들이 있는 이
퍼펙트한 게스트 하우스의 최대 단점이 있었으니, 시도 때도 없이 스멀스멀 풍겨 오는
하수구 냄새였다...
그치만, 우리는 그 냄새에 심히 불쾌해 하면서도 절대 숙소는 안 옮겼다!!!!!
왜냐~?
귀찮거든...
늙으면 만사가 귀찮은 법, 세상 둥글게 둥글게 사는게 장땡이다~!!!
오후 늦어서, 야시장을 구경하러 갔다.
대부분 비슷비슷한 품목들만 팔고 있다.
아직 오후라, 시장이 그리 활발하진 않다.
대충 구경하고, 시장에서 발맛사지 집 발견~!
라오맛사지가 1시간에 4$이다.
타이 맛사지에 비해서 완전 시시하다.
애들 장난 하는 것처럼 걍 떡 주무르듯이 주무른다. 간지럽다...
깜깜해질 무렵..
주변의 사원들을 구경했다.
돌아다니다 보니 절도 많이 보인다.
절에 들어가보니 무지하게 큰 불상이 있다...
우와~우와~! 하면서 구경하고 나오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
돌아보니 스님이다. ㅡㅡ;;;
스님~ 이러심 아니되어요~!!!
스님들이 킥킥댄다.
스님들 : 안녕하세요~~!!! (한국말)
우리 : 헉~! 싸 바이디~!
스님들 : 캄싸합니다~!!
우리 : 헉~ 컵짜이~!
스님 : 유 까올리죠? 너무 아름답습니다~!!! 유~후~!
우리 : -_-;;;;; 스...스님...맞아요~~~???
스님 : 예뻐요~~! 까올리, 예뻐요~~! 휙휙~! 유후~~!
스님들, 난리가 나셨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에~ 킥킥 대는 웃음 소리에, 웅성웅성 대는 소리에, 서로 말을
시키려고 다가오신다...
스님들~ 이러지 마시어요~ ㅠ_ㅠ;
불경도 외우시고, 보리수 나무 아래 깨달음도 얻으시고, 열반하실 때를 대비하셔서 사리도
저장하셔야 하잖아요~~!!!
허둥지둥 도망쳐 나오는 우리..
나중에 이장님의 가이드북 "태국,라오스 100배 즐기기"를 보니 우리가 멋모르고 갔던 그 곳이
"루앙프라방에서 단 한 곳만 가봐야 한다면 꼭 가봐야 할 그 곳!" 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하하하하~ !!! 묻지마 관광을 지향하는 우리지만, 할 건 다 하고 볼건 다 본다...비록 어리버리
찾아간 곳이긴 하지만..어쨌든, 볼건 다 본다~!!! ㅋ
사원 몇 개를 구경하고, 스님들과 대화(?)도 나누고, 야시장을 둘러 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밤이 깊었다..
야시장 옆 카페 거리가 조명으로 인해 환하다...
거리를 돌아다니다 이장님과 둔탱공주를 만났다.
둔탱공주, 우리를 보자마자 무지 반가워한다.
술이 마시고 싶었다나..캬캬..
우린, 그럼 라오스의 술상무~???
이장님을 맛사지 보내고, 아가는 옷을 사러 야시장으로 가고 우리 셋은 단촐하고 화기애애하게
"처녀들의 저녁식사" 를 찍는다.
둔탱공주는 첫 해외여행이라 이것저것 준비를 많이 해왔다고 한다.
스케줄도 빡 쎄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고, 의욕이 넘친다.
거기에 비해 우리는 "묻지마 관광" ! 가이드북도 거의 보지 않고, 아무데나 칠렐레 팔렐레 잘
돌아댕긴다.
여행 하는 사람들마다 다들 자기 스타일이란 게 있다.
세시간 씩 돌아다니며 가격 비교 해보고 시설 비교 해보고 꼼꼼하게 숙소를 정하는 아가같은
스타일이 있다면, 그저 몸 누일 곳만 있다면 아무 곳이나 콜~! 을 외쳐대는 우리같이 설렁설렁한
여행객도 있는 법..
여행이란 건 그저 각자의 개성에 맞게 자기 마음 가는 데로 그렇게 즐기는 게 최선인 것 같다.
맛사지를 받고 온 이장님과 야시장에서 바지를 사고 온 아가도 합류.
라오 비어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이장님이 내일 반나절 투어로 "빡우동굴(?)"을
보러 가자고 제안한다.
가이드북에 4000 개의 불상을 볼 수 있다고 써 있다며,기대만빵이란다.
그 말에 귀가 또 팔랑팔랑~
우리는 술을 마시다 말고, 근처의 여행사로 간다.
둔탱공주와 삼천포는 바깥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고 망구와 이장님과 아가가 들어가서 예약을 한다.
예약을 하고 나오는 무리들.
낄낄대며 나온다.
여행사 사장이 따라나온다.
입을 헤벌쭉 벌리고 쫄래쫄래 망구의 뒤를 따라나온다.
"뷰우리풀 레이디~!!! 알라뷰우~~~!!"
하면서 망구에게 연신 살인미소를 날려댄다.
아..아...눈이 부신 살인미소다...
듬성듬성 난 치아...
보통 사람들은 웃을 때 치아가 10 개가 보인다는데, 그는 5개가 보인다..
치아와 치아 사이의 간격이 태국과 라오스의 거리만큼이나 멀고도 멀다..
망구를 향해 침을 줼줼 흘리며 활활 불타오르는 이글이글한 시선은 망구에게 꽂혀 있다..
망구의 키 173.
망구와 비슷한 키다...
그러나...
그가 계단을 하나 내려 선다..
망구보다 약간 작다...
잠시 후 한 계단을 더 내려선다..
망구보다 많이 작다...
또 한 계단을 내려온다...
망구보다....심하게 작다...
망구의 가슴 높이에도 못 미친다...
망구가 한참을 내려다본다.....
그가 까치발을 떼고 올려다보며 그 와중에도 망구에게 헤벌쭉~해서 연신 살인광선을 쏘아대는
뜨거운 눈길로 망구를 태워버릴 듯 지글지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아가는 그랬다...
식스센스보다 더한 반전이었다고~!!!
그가 한 계단 한 계단 내려올 때마다 전율이 일었다고.....
마지막 계단을 다 내려와서 망구 옆에 섰을 때, 우리 모두는 고개를 딴 데로
돌리고 딴청을 피우는 척 하며, 그 안타까운 모습을 외면해야만 했다...
그날 밤, 우리는 인종과 국경도 초월한다는 빠워 오브 럽~! 이 현격한 신장 차이로 인해
무너지는 가슴 아픈 현장을 목격한 산증인들이었다...
다음날, 그 여행사에서 스피드 보트를 예약하고 영수증을 받아왔다.
무심코 영수증을 확인해보니 아..아...그것은 영수증이 아니라..
러브레터였다...
영수증 한귀퉁이에 써 있던 구구절절한 사연...
"manggoo! nan dangsin ddaemoone jami ojilanayo~dangsin namchini daegosipayo~
saranghaeyo~"
친절한 이장님이, 요럴때만 유독 오지랖 넓은 이장님이 그의 애타는 마음을 한글식 영어로
일일이 적어서 대필해 준 연애편지였다...
그 내용을 한참만에 힘들게 해석(?) 하고 난 뒤 망구와 삼천포는 오랫동안....웃다가..웃다가..
또 웃다가...그만 지쳐 버렸다...아..배 아포....!
아..아...그에게 키높이 구두와 치아 교정을 권유해주고 싶다...
* 저의 첫 여행지는 홍콩 이었습니다.
곰팡내 풀풀 나는 동네 3류 극장에서 콕 쳐 박혀서 봤던 "에스케이프 걸" 이라는 영화에서
노란색 셔츠를 입고 나온 이름도 얼굴도 낯선 배우에게 첫눈에 올인했었죠..
홍콩에만 가면 주윤발이 어서 옵쇼~! 하면서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던 무모하리만치
순진했던 시절...
3박 4일의 첫 여행 동안, 홍콩이란 데를 원 없이 쏘다녔습니다..
맥주 값도 비싸고, 또 첫여행이라 긴장한 상태라 밤만 되면 호텔방으로 일찍 들어가
일찍 잠들던 모범생(?) 여행객이었습니다...
지금 처럼 묻지마 관광에 부어라, 마셔라 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던...다시 생각해보면
정말정말 재미없었고 무미건조했던 여행이지만..
"첫" 자가 붙으면 뭐든지 기억에서 오래가는 법이잖아요...
첫사랑..첫키스...의 그런 느낌처럼 그 재미 없었던 여행이 (물론 그당시에는 재밌다고
생각했었습니다.)지금도 또렷이 기억납니다...
첫여행의 설레임을 안겨주었던 그 첫경험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