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 - 10.
7월 8일 (여행 열번 째 날)
오늘은 라오스와 작별 하는 날~!
7:30 분에 여행사 앞으로 가서 미니 버스를 타고 스피드 보트 선착장으로 간다.
(보트비 30$, 픽업비 1$)
여행사 옆 레스토랑에서 오믈렛과 바게트 빵으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
식사를 마치고 먼저 여행사 앞으로 가서 픽업 차량을 기다리는 삼천포.
계산을 마친 망구가 천천히 걸어나온다.
망구의 표정은 우울하고, 쓸쓸해 보인다.
루앙프라방과 작별 인사를 하는 듯 주변 풍경들을 둘러보며 느릿느릿 걸어온다.
긴머리를 바람에 휘날리며 눈물을 흩뿌리며 힘없이 걸어오는 망구의 감상 모드를 깨고 싶진
않았으나, 심하게 거슬리는 장면 하나가 삼천포의 눈에 포착되었으니...
이별의 눈물 잔치를 하는 그녀, 망구는 ....딸랑 맨몸이었다.ㅡㅡ
삼천포 : 망구야~ 너의 짐보따리 캐리어는 어따 버렸니?
망구 : 응? 캐리어~?? 아아악~~!!!
눈물을 흩뿌리며 슬픔에 잠겨 있던 분위기 있는 여인네가 다다다다다~ 하고 허둥지둥
레스토랑으로 되돌아가는 뒷모습은 여느때와 다름 없는 시트콤 소녀, 망구의 모습이었다 ㅡㅡ
스피드보트를 따로 타고 간 이장님과 8시간만에 훼이싸이에서 재회했을 때 오랜 시간동안의
이별후에 만나 거라 무지 반가웠다.
먼저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이장님을 본 순간, 너무 반가워서 주인을 만난 강아지 마냥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간 삼천포
삼천포 : 이장니임~^^ 너무 반가워용~^^ 보고 싶었쪄용~^^ 헤헤^*^ 나 안보고 싶었쪄용?^^
이장님 : (못 들은 척 ) 머라카노? -_-;;
삼천포 : (헤벌레~^^)이장님,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자나요오~~^^
이장님 : 시끄럽고..고마..-_-;; 캐리어는 우쨌노?? 오데다 버리고 왔노?
삼천포 : 아아악~ !!! 내 캐리어~~??!!! -_-;;
이장님에게 살랑살랑 대며 과한 애정 표현을 남발해대던 삼천포는 결국 아침 나절의
망구처럼, 다다다다다~ 하고 뛰어서 스피드 보트로 되돌아가 버려두고 온 캐리어를 낑낑대며
챙겨 왔다.
망구와 삼천포가 뭐 달리 죽마고우겠어? -_-;;
우리는 이런 칠칠이 같은 면도 비슷했다. ㅡㅡ
보트 선착장에서 1시간 정도를 기다리는 시간으로 허비했다.
한국인 관광객들도 제법 보인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나란히 앉아 있는 미녀 3총사 (-_-) 에게 말을 시킨다.
아저씨 : 아가씨들은 누구신가? 뭐하는 분들이신가?
둔탱공주 : (얌전,얌전) 네~ 저는 학생이예요~
아저씨 : 아~ 학생~ 그럼 나머지 아가씨들은?
삼천포 : 저는 발길 닿는대로 정처없이 떠도는 방랑시인 이옵니다~!
아저씨 : (-_-;;;;) 허..헛...
망구 : 네, 저는 구름을 벗삼아 하염없이 떠도는 음유시인 이옵나이다~!
아저씨 : (-_-;;;) 허..헛......
잠시 후 다시 우리에게 오신 아저씨 ㅡㅡ;;
이번에는 친구분들을 단체로 모시고 오셨다. ㅡㅡ;
아저씨 : 바라~바라~ 이 아가씨는 방랑시인이고 이 아가씨는 머라 카드라? 아 맞다, 음유시인!
크하하하하하~
친구분들께 우리를 관람(-_-)시켜주시며 즐거워하시는 아저씨.
우리의 썰렁한 80년대식 농담에 유쾌하게 웃어주셔서 고맙습니다..흑..
보트가 출발하기 전 문제가 생겼다.
영수증에 망구의 이름이 빠져 있는 것이었다.
혹여, 나중에라도 문제가 될까봐 이장님은 영수증을 망구에게 주며 이장님의 이름이 써 있는
"Mr.Lee"를 망구라고 박박 우기라고 했다.
그리고 이장님은 현지인들 틈에 껴서 먼저 떠났다.
보트를 타기 전 영수증의 이름을 확인한다.
망구 : 남자가 아닌데, 내가 Mr. Lee 라고 그러면 배 못타게 하면 어카지?
삼천포 : 음..최악의 경우는 여행사로 다시 돌아가서 돈 낸 거 확인해야지 머..
망구 : 왜 하필 내 이름이 빠져서, 흐엉~ㅠ_ㅠ
그 때 뱃사공 할배가 영수증을 보며 이름을 부른다.
할배 : Mr. Han 이 누구?
아가 : 넵~ 접니다..
할배 : Mr. Lee 가 누구여?
망구 :(주저주저, 두근두근) -_-;;; 네....저...요....
할배 : OK~!!! 자 출발하자구~!!!!!
망구 : ㅡ,.ㅡ;;;;
스피드보트는 악명높은 전설에 비해, 견딜만 하다.
귀를 찢을 듯한 엔진 소리와 사방팔방에서 튀는 물줄기와 얼굴을 날려버릴 듯 한
세찬 바람과 8시간 내내 다리 한 번 펴볼 수 없는 좁아터진 공간만 빼면 ㅡㅡ;
눈을 뜨기도 힘든 거센 바람을 피하느라 헬멧을 쓴다.
헬멧에선 꼬리꼬리한 냄새가 풀풀 난다.
우이쒸~!!
가뜩이나 머리통이 커서 괴로워 죽겠구만, 헬멧까지 뒤집어 쓰고 있으려니 고역이다.
답답하다.ㅡㅡ
아가 : 누나~ 헬멧 쓴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려요~^^ 진짜 귀엽다~^^
삼천포 : 히잉~ 지금 누구 놀려? 꽉 껴서 터질라구 하는 구만..
아가 : 사진 찍어 놔야겠다, 농담 아니구 진짜 누나처럼 헬멧이 잘 어울리는 사람 첨 봤어요,
왕 깜찍해~ㄲㅑ 아~ 넘넘 귀여워요~~^^
삼천포 : 우~쒸~ 숨 쉬기도 힘들어 죽겠구만...
그러나 속으로는 좋아하는 삼천포 -_-;;;
고개를 푹 숙이고 자는 척 하며 혼자 키득키득 웃어댄다...
그래~? 잘 어울려~? 나 깜찍해~?
그럼, 나 치앙마이에서도 더워서 쪄 죽든 말든, 헬멧 쓰고 다닐까~??
귀 얇은 삼천포의 귀가 또 팔랑팔랑 한다. ㅡㅡ
울 동네 삼천포가 자주 다니는 반찬 가게 아저씨는 넙대대한 얼굴에 등치는 산만하다.
반찬을 고르다 무심코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호떡 같은 얼굴에 전혀 안 어울리는 예쁜 눈 ㅡㅡ;; 속눈썹이 컬을 한 듯 말려올라가 꿈꾸는
소녀처럼 사랑스러운(?) 눈.
삼천포 : 우~와~! 아저씨 눈이 넘넘 이뻐요~!!
아저씨 :흠...흠...이쁘다니? 남자한테..떼끼..아저씨 놀리면 못써요!!!
삼천포 : 진짜예요~! 속눈썹이 이뻐서 눈 깜빡깜빡 할 때마다 인형 같어요~!!와우~!^^
아저씨 : 다 늙은 아저씨한테 인형이라니...허..헛...-_-;;
정색을 하며 겸연쩍어 하던 아저씨는, 그후로 삼천포가 갈 때마다 욜라 반갑게 맞아주면서
인형처럼 이쁜 눈을 과도하게 깜빡깜빡 거리며 삼천포와 눈을 맞추려 애썼다. ㅡㅡ
나중에는 그 가게를 가기가 부담스러워질 정도로 ㅡㅡ
아마도 남들 안 볼때 거울을 보면서 인형 같은 자기 눈에 뻑 가지 않았을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법~!!^^
우리 보트의 멤버는 6명.
이장님을 뺀 우리 일행과 우리 뒷자리의 일본 남자들 두명.
개털같은 긴 머리를 허리까지 기른, 인도 기인 같은 요상한 남자와, 얼굴에 눈, 코, 입 다
달려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뭔가 하나가 비어보이는 허전한 얼굴의 얼빵한 남자 하나.
배는 중간에 자꾸만 고장이 난다.
무인도에 배를 세우고 무인도에서 급조해 온 나뭇가지로 엔진을 쑤셔보는 뱃사공 할배.
무인도에서 거진 한시간을 보낸다. ㅡㅡ;;
한참 후 다시 출발.
그러나 얼마 못 가서 또 고장.
다시 무인도로. ㅡㅡ;;
아가 : 우리 이러다 오늘중으로 도착할 수 있을까?
삼천포 : 최악의 경우 우린 무인도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야 할지도 몰라~!
망구 : 그렇담, 물고기를 잡아 먹어야 하나?
삼천포 : 사냥도 해야겠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잔머리를 굴려 보는 삼천포.
뱃사공 포함 남자 4명, 그리고 여자 셋~
휴우~ 다행이다. -_-;;
짝짓기 서바이벌에서 폭탄 될 일은 없겠다..냐하하하하~ -_-;
썰렁하게 앉아 있던 우리.
일본 기인이 무인도에서 굴러다니는 조악한 활을 하나 주워 온 순간 갑자기 화목한 분위기로 변신.
활을 주워서 활시위를 당기며 장난을 하는 일본 기인.
망구가 그를 쿡쿡 찌른다.
그가 멀뚱멀뚱 쳐다본다.
망구가 뱃사공 할배의 궁뎅이를 가리킨다.
한국말과 일본말로 대화하는 두사람
망구 : 저 할배 궁뎅이에 화살로 똥침 해바바..!
기인 : 꺄하하하하하~ 재밌겠다~
망구 : 할배 응징해 줘야돼..벌써 몇번 째 고장이야..쳇~!
기인 : 알써~ 내가 응징해 줄테닷!
해모수를 연상시키는 긴 머리를 쓰윽 하고 쓸어올리며 그 긴머리에 가려져 있던 그의 눈빛에선
이글이글 타오르는 분노가 한 번에 폭발한다.
날렵한 손동작으로 활시위를 당기는 그의 용맹한 모습은 해모수와 그의 아들 주몽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분노의 똥침 발사~!!!
그러나...
그 활은 역시나 조악한 장난감에 불과했다.
화살보다 활이 먼저 날라가 버리는 건 뭔 황당한 시츄에이션~!?
몇 번의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드뎌 중간 휴게소 도착.
우리 배는 먼저 와서 정박해 있는 배들 맨 끝에 선다.
식당까지 가려면 다른 배들을 건너서 가야하는 상황.
한 발을 내디뎌 본다.
기우뚱~ 출렁출렁~!
중심이 잘 안 잡힌다.
다리가 후들후들, 벌벌 떨며 서 있는데 그런 삼천포를 뒤에서 쓰윽 하고 밀치며
먼저 지나가 버리는 일본 기인과 얼빵 친구, ㅡㅡ;
니네 그런 거였니?
분노의 똥침이 과녁을 빗나가긴 했지만, 우린 나름 즐거웠자나~!
얘들아, 니넨 전우애(?)내지는 동지애 같은 것도 없는 거니...
우린 무인도에서 한솥밥을 먹을 뻔 했던 그런 사이자나..흑...
그러나 삼천포에겐 멋진 대한건아 아가가 있었다.
삼천포의 손을 잡고 부축해주며 함께 배를 건너 준 든든한 아가~!!^^
배에서 내릴 때나 탈 때 보면 여자들을 먼저 배려 해주고 손을 잡아주고 부축해 주는 남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한국 남자들이다~!
다른 배들 풍경도 비슷했다.
거대한 서양 뚱띠 여자들을 에스코트하며 손을 잡아 주는 남자들은 한국 남자들~!
뱃사공을 도와 짐을 날라주는 일도 기꺼이 웃으며 하는 남자들도 대부분 한국 남자들~!
멋지다~!!!^^
화장실에 가다 설거지통을 봤다.
토할 뻔 했다.
똥물 같은 구정물에 접시를 설렁설렁 씻고 있었다.
그래도...밥은 시켜 먹는다.-_-;
보트는 달리고 또 달려..드디어 훼이싸이 도착.
스피드 보트는 그런대로 탈 만 했다.
끔찍하리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나름 즐거웠다.
세찬 바람에 제멋대로 뻗친 머리를 보며 깔깔대고 웃었다.
훼이싸이에서 먼저 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이장님과 합류.
치앙콩으로 넘어가는 보트 선착장까지 데려다 줄 성태우를 섭외.
그런데 성태우 기사 아저씨의 상태가 안 좋다.
눈이 뺑글뺑글, 입에선 술냄새가 화악~ ㅡㅡ;
이장님 : 저 아저씨, 좀전에 동네 주민하고 머리끄댕이 잡고 치고박고 싸웠대이..
우리 : 허억~ 타지 말자~!
그 아저씨를 쌩까고 그냥 걸어가는데 우리 뒤를 쫓아온 아저씨...
털털거리는 고물 자가용을 끌고 와서 타라고 강요를 한다.
차의 뒷문까지 열어 주며 타라고 재촉이다.
차의 문이 열리는 순간 쏴하게 풍겨오는 비린내 ㅡㅡ
차안에는 생선이며 야채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쌩~~
오래전..
삼천포의 첫사랑 남친을 만나던 때의 얘기다.
엄마가 시골에 가셨다며 집으로 놀라오라던 남친.
신나서 룰루랄라~ 하고 꽃단장을 하고 놀러 간 삼천포.
둘이서 알콩달콩 하게 깨를 볶으며 놀고 있는데, 예정보다 일찍 돌아오신 엄마.
대문 밖에서 엄마의 차가 도착한 소리가 들린다.
당황한 삼천포와 남친.
아직 정식으로 인사도 드리지 않았던 때라 그대로 들키면 모양새가 과히 좋지 않을 터..
허둥지둥하다 삼천포를 주방 뒤의 작은 쪽문으로 밀어버리고 엄마를 마중나가는 남친 ㅡㅡ
두근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어디선가 풍겨오는 코끝을 자극하는 강렬한 비린내.
둘러보니 삼천포가 쪼그려 앉은 바로 옆에 커다란 대나무 채반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가자미
십수 마리.
남친 엄마께 들킬까봐 심장은 벌렁벌렁 대는데, 코앞에 놓여진 가자미에선 토할 것 같은 비린내가
코를 찌르고..
입을 틀어먹고 왝왝 거리며 괴로워했다.
그 와중에도 생선 비린내를 맡은 동네 노는 고양이들이 총집합을 했는지, 작은 창문에서
들여다보며 침을 찍찍 뱉어댄다. 짝다리를 짚고 이빨 사이로 침을 찍찍 뱉어대며 삼천포를
위협하는 좀 놀아본 동네 고양이들.
그 강렬한 눈빛에서 양아치 광선 작렬~!!!
어여 생선을 내놓으라는 듯 시끄럽게 야옹야옹거린다.
고양이들을 쫓으려고 팔을 휘휘 내저으려는 순간..
"아따~ 먼놈의 고양이 소리가 이리도 시끄럽다냐~? 저것들이 시방 생선 냄새 맡은겨..! 작것들.."
하고 소리치며 쪽문을 벌컥 여시는 남친 엄마 ㅡㅡ;;
생선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삼천포와 눈이 마주친다..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것 같다..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삼천포를 쓰윽 한 번 훑어 보시는 남친의 엄마..
"아따~! 그놈의 고양이, 징하게도 크구만...잉~!"
저는요, 생선 비린내가 너무너무 싫어요~~!!!
다른 차를 타고 도착.
간단한 출국 수속을 마치고 배를 타고 건너서 치앙콩 도착.
이제 라오스와는 진짜로 작별이다.
라오스~!안녕~!!!
그동안 너무너무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만나요~~!!!^^
치앙콩에 도착하니 치앙마이행 미니버스가 대기중이다.
220밧에 타고 달려 5시간만에 치앙마이 도착.
도착하고 보니 12시.
동생과 미소네에서 만나기로 하고 왔는데 성태우 기사들은 아무도 미소네를 모른다.
큰일났다..
가이드 북도 없고 달랑 "미소네" 라는 이름 하나뿐이 모르는데..
치앙마이에만 오면 누구나 다 미소네를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 우리만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12시가 넘었으니 그 다음 얘기는 다음 여행기에~ㅋ
전 신데렐라 랍니다. -_-;;
*날씨가 정말 덥죠?
어째 동남아보다 더 더운 것 같아요...
태국이나 라오스에서는 더운 날씨조차도 여행의 즐거움처럼 느껴졌는데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는 단지, 그냥 짜증스럽기만 하네요..
이러다가 우리나라는 봄 대신 여름이 가을 대신 여름이 온통 독차지할 까봐
두려워집니다...
언젠가는..동남아 여행 대신 한국에서 동남아의 날씨와 정취를..즐기는 날이
올지도...흑..
으윽..생각만해도 끔찍하군요..
삼천포는 여전히 동남아 사람처럼 새까맣습니다.
얼굴만 하얘져서 밤에 보면 얼굴만 둥둥 떠다닙니다. 납량특집이지요.ㅋ
*다음 여행은 밑의 사진의 남자와 꼭 함께 떠나고 싶습니다.!!!!!!!
오늘은 라오스와 작별 하는 날~!
7:30 분에 여행사 앞으로 가서 미니 버스를 타고 스피드 보트 선착장으로 간다.
(보트비 30$, 픽업비 1$)
여행사 옆 레스토랑에서 오믈렛과 바게트 빵으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
식사를 마치고 먼저 여행사 앞으로 가서 픽업 차량을 기다리는 삼천포.
계산을 마친 망구가 천천히 걸어나온다.
망구의 표정은 우울하고, 쓸쓸해 보인다.
루앙프라방과 작별 인사를 하는 듯 주변 풍경들을 둘러보며 느릿느릿 걸어온다.
긴머리를 바람에 휘날리며 눈물을 흩뿌리며 힘없이 걸어오는 망구의 감상 모드를 깨고 싶진
않았으나, 심하게 거슬리는 장면 하나가 삼천포의 눈에 포착되었으니...
이별의 눈물 잔치를 하는 그녀, 망구는 ....딸랑 맨몸이었다.ㅡㅡ
삼천포 : 망구야~ 너의 짐보따리 캐리어는 어따 버렸니?
망구 : 응? 캐리어~?? 아아악~~!!!
눈물을 흩뿌리며 슬픔에 잠겨 있던 분위기 있는 여인네가 다다다다다~ 하고 허둥지둥
레스토랑으로 되돌아가는 뒷모습은 여느때와 다름 없는 시트콤 소녀, 망구의 모습이었다 ㅡㅡ
스피드보트를 따로 타고 간 이장님과 8시간만에 훼이싸이에서 재회했을 때 오랜 시간동안의
이별후에 만나 거라 무지 반가웠다.
먼저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이장님을 본 순간, 너무 반가워서 주인을 만난 강아지 마냥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간 삼천포
삼천포 : 이장니임~^^ 너무 반가워용~^^ 보고 싶었쪄용~^^ 헤헤^*^ 나 안보고 싶었쪄용?^^
이장님 : (못 들은 척 ) 머라카노? -_-;;
삼천포 : (헤벌레~^^)이장님,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자나요오~~^^
이장님 : 시끄럽고..고마..-_-;; 캐리어는 우쨌노?? 오데다 버리고 왔노?
삼천포 : 아아악~ !!! 내 캐리어~~??!!! -_-;;
이장님에게 살랑살랑 대며 과한 애정 표현을 남발해대던 삼천포는 결국 아침 나절의
망구처럼, 다다다다다~ 하고 뛰어서 스피드 보트로 되돌아가 버려두고 온 캐리어를 낑낑대며
챙겨 왔다.
망구와 삼천포가 뭐 달리 죽마고우겠어? -_-;;
우리는 이런 칠칠이 같은 면도 비슷했다. ㅡㅡ
보트 선착장에서 1시간 정도를 기다리는 시간으로 허비했다.
한국인 관광객들도 제법 보인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나란히 앉아 있는 미녀 3총사 (-_-) 에게 말을 시킨다.
아저씨 : 아가씨들은 누구신가? 뭐하는 분들이신가?
둔탱공주 : (얌전,얌전) 네~ 저는 학생이예요~
아저씨 : 아~ 학생~ 그럼 나머지 아가씨들은?
삼천포 : 저는 발길 닿는대로 정처없이 떠도는 방랑시인 이옵니다~!
아저씨 : (-_-;;;;) 허..헛...
망구 : 네, 저는 구름을 벗삼아 하염없이 떠도는 음유시인 이옵나이다~!
아저씨 : (-_-;;;) 허..헛......
잠시 후 다시 우리에게 오신 아저씨 ㅡㅡ;;
이번에는 친구분들을 단체로 모시고 오셨다. ㅡㅡ;
아저씨 : 바라~바라~ 이 아가씨는 방랑시인이고 이 아가씨는 머라 카드라? 아 맞다, 음유시인!
크하하하하하~
친구분들께 우리를 관람(-_-)시켜주시며 즐거워하시는 아저씨.
우리의 썰렁한 80년대식 농담에 유쾌하게 웃어주셔서 고맙습니다..흑..
보트가 출발하기 전 문제가 생겼다.
영수증에 망구의 이름이 빠져 있는 것이었다.
혹여, 나중에라도 문제가 될까봐 이장님은 영수증을 망구에게 주며 이장님의 이름이 써 있는
"Mr.Lee"를 망구라고 박박 우기라고 했다.
그리고 이장님은 현지인들 틈에 껴서 먼저 떠났다.
보트를 타기 전 영수증의 이름을 확인한다.
망구 : 남자가 아닌데, 내가 Mr. Lee 라고 그러면 배 못타게 하면 어카지?
삼천포 : 음..최악의 경우는 여행사로 다시 돌아가서 돈 낸 거 확인해야지 머..
망구 : 왜 하필 내 이름이 빠져서, 흐엉~ㅠ_ㅠ
그 때 뱃사공 할배가 영수증을 보며 이름을 부른다.
할배 : Mr. Han 이 누구?
아가 : 넵~ 접니다..
할배 : Mr. Lee 가 누구여?
망구 :(주저주저, 두근두근) -_-;;; 네....저...요....
할배 : OK~!!! 자 출발하자구~!!!!!
망구 : ㅡ,.ㅡ;;;;
스피드보트는 악명높은 전설에 비해, 견딜만 하다.
귀를 찢을 듯한 엔진 소리와 사방팔방에서 튀는 물줄기와 얼굴을 날려버릴 듯 한
세찬 바람과 8시간 내내 다리 한 번 펴볼 수 없는 좁아터진 공간만 빼면 ㅡㅡ;
눈을 뜨기도 힘든 거센 바람을 피하느라 헬멧을 쓴다.
헬멧에선 꼬리꼬리한 냄새가 풀풀 난다.
우이쒸~!!
가뜩이나 머리통이 커서 괴로워 죽겠구만, 헬멧까지 뒤집어 쓰고 있으려니 고역이다.
답답하다.ㅡㅡ
아가 : 누나~ 헬멧 쓴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려요~^^ 진짜 귀엽다~^^
삼천포 : 히잉~ 지금 누구 놀려? 꽉 껴서 터질라구 하는 구만..
아가 : 사진 찍어 놔야겠다, 농담 아니구 진짜 누나처럼 헬멧이 잘 어울리는 사람 첨 봤어요,
왕 깜찍해~ㄲㅑ 아~ 넘넘 귀여워요~~^^
삼천포 : 우~쒸~ 숨 쉬기도 힘들어 죽겠구만...
그러나 속으로는 좋아하는 삼천포 -_-;;;
고개를 푹 숙이고 자는 척 하며 혼자 키득키득 웃어댄다...
그래~? 잘 어울려~? 나 깜찍해~?
그럼, 나 치앙마이에서도 더워서 쪄 죽든 말든, 헬멧 쓰고 다닐까~??
귀 얇은 삼천포의 귀가 또 팔랑팔랑 한다. ㅡㅡ
울 동네 삼천포가 자주 다니는 반찬 가게 아저씨는 넙대대한 얼굴에 등치는 산만하다.
반찬을 고르다 무심코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호떡 같은 얼굴에 전혀 안 어울리는 예쁜 눈 ㅡㅡ;; 속눈썹이 컬을 한 듯 말려올라가 꿈꾸는
소녀처럼 사랑스러운(?) 눈.
삼천포 : 우~와~! 아저씨 눈이 넘넘 이뻐요~!!
아저씨 :흠...흠...이쁘다니? 남자한테..떼끼..아저씨 놀리면 못써요!!!
삼천포 : 진짜예요~! 속눈썹이 이뻐서 눈 깜빡깜빡 할 때마다 인형 같어요~!!와우~!^^
아저씨 : 다 늙은 아저씨한테 인형이라니...허..헛...-_-;;
정색을 하며 겸연쩍어 하던 아저씨는, 그후로 삼천포가 갈 때마다 욜라 반갑게 맞아주면서
인형처럼 이쁜 눈을 과도하게 깜빡깜빡 거리며 삼천포와 눈을 맞추려 애썼다. ㅡㅡ
나중에는 그 가게를 가기가 부담스러워질 정도로 ㅡㅡ
아마도 남들 안 볼때 거울을 보면서 인형 같은 자기 눈에 뻑 가지 않았을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법~!!^^
우리 보트의 멤버는 6명.
이장님을 뺀 우리 일행과 우리 뒷자리의 일본 남자들 두명.
개털같은 긴 머리를 허리까지 기른, 인도 기인 같은 요상한 남자와, 얼굴에 눈, 코, 입 다
달려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뭔가 하나가 비어보이는 허전한 얼굴의 얼빵한 남자 하나.
배는 중간에 자꾸만 고장이 난다.
무인도에 배를 세우고 무인도에서 급조해 온 나뭇가지로 엔진을 쑤셔보는 뱃사공 할배.
무인도에서 거진 한시간을 보낸다. ㅡㅡ;;
한참 후 다시 출발.
그러나 얼마 못 가서 또 고장.
다시 무인도로. ㅡㅡ;;
아가 : 우리 이러다 오늘중으로 도착할 수 있을까?
삼천포 : 최악의 경우 우린 무인도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야 할지도 몰라~!
망구 : 그렇담, 물고기를 잡아 먹어야 하나?
삼천포 : 사냥도 해야겠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잔머리를 굴려 보는 삼천포.
뱃사공 포함 남자 4명, 그리고 여자 셋~
휴우~ 다행이다. -_-;;
짝짓기 서바이벌에서 폭탄 될 일은 없겠다..냐하하하하~ -_-;
썰렁하게 앉아 있던 우리.
일본 기인이 무인도에서 굴러다니는 조악한 활을 하나 주워 온 순간 갑자기 화목한 분위기로 변신.
활을 주워서 활시위를 당기며 장난을 하는 일본 기인.
망구가 그를 쿡쿡 찌른다.
그가 멀뚱멀뚱 쳐다본다.
망구가 뱃사공 할배의 궁뎅이를 가리킨다.
한국말과 일본말로 대화하는 두사람
망구 : 저 할배 궁뎅이에 화살로 똥침 해바바..!
기인 : 꺄하하하하하~ 재밌겠다~
망구 : 할배 응징해 줘야돼..벌써 몇번 째 고장이야..쳇~!
기인 : 알써~ 내가 응징해 줄테닷!
해모수를 연상시키는 긴 머리를 쓰윽 하고 쓸어올리며 그 긴머리에 가려져 있던 그의 눈빛에선
이글이글 타오르는 분노가 한 번에 폭발한다.
날렵한 손동작으로 활시위를 당기는 그의 용맹한 모습은 해모수와 그의 아들 주몽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분노의 똥침 발사~!!!
그러나...
그 활은 역시나 조악한 장난감에 불과했다.
화살보다 활이 먼저 날라가 버리는 건 뭔 황당한 시츄에이션~!?
몇 번의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드뎌 중간 휴게소 도착.
우리 배는 먼저 와서 정박해 있는 배들 맨 끝에 선다.
식당까지 가려면 다른 배들을 건너서 가야하는 상황.
한 발을 내디뎌 본다.
기우뚱~ 출렁출렁~!
중심이 잘 안 잡힌다.
다리가 후들후들, 벌벌 떨며 서 있는데 그런 삼천포를 뒤에서 쓰윽 하고 밀치며
먼저 지나가 버리는 일본 기인과 얼빵 친구, ㅡㅡ;
니네 그런 거였니?
분노의 똥침이 과녁을 빗나가긴 했지만, 우린 나름 즐거웠자나~!
얘들아, 니넨 전우애(?)내지는 동지애 같은 것도 없는 거니...
우린 무인도에서 한솥밥을 먹을 뻔 했던 그런 사이자나..흑...
그러나 삼천포에겐 멋진 대한건아 아가가 있었다.
삼천포의 손을 잡고 부축해주며 함께 배를 건너 준 든든한 아가~!!^^
배에서 내릴 때나 탈 때 보면 여자들을 먼저 배려 해주고 손을 잡아주고 부축해 주는 남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한국 남자들이다~!
다른 배들 풍경도 비슷했다.
거대한 서양 뚱띠 여자들을 에스코트하며 손을 잡아 주는 남자들은 한국 남자들~!
뱃사공을 도와 짐을 날라주는 일도 기꺼이 웃으며 하는 남자들도 대부분 한국 남자들~!
멋지다~!!!^^
화장실에 가다 설거지통을 봤다.
토할 뻔 했다.
똥물 같은 구정물에 접시를 설렁설렁 씻고 있었다.
그래도...밥은 시켜 먹는다.-_-;
보트는 달리고 또 달려..드디어 훼이싸이 도착.
스피드 보트는 그런대로 탈 만 했다.
끔찍하리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나름 즐거웠다.
세찬 바람에 제멋대로 뻗친 머리를 보며 깔깔대고 웃었다.
훼이싸이에서 먼저 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이장님과 합류.
치앙콩으로 넘어가는 보트 선착장까지 데려다 줄 성태우를 섭외.
그런데 성태우 기사 아저씨의 상태가 안 좋다.
눈이 뺑글뺑글, 입에선 술냄새가 화악~ ㅡㅡ;
이장님 : 저 아저씨, 좀전에 동네 주민하고 머리끄댕이 잡고 치고박고 싸웠대이..
우리 : 허억~ 타지 말자~!
그 아저씨를 쌩까고 그냥 걸어가는데 우리 뒤를 쫓아온 아저씨...
털털거리는 고물 자가용을 끌고 와서 타라고 강요를 한다.
차의 뒷문까지 열어 주며 타라고 재촉이다.
차의 문이 열리는 순간 쏴하게 풍겨오는 비린내 ㅡㅡ
차안에는 생선이며 야채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쌩~~
오래전..
삼천포의 첫사랑 남친을 만나던 때의 얘기다.
엄마가 시골에 가셨다며 집으로 놀라오라던 남친.
신나서 룰루랄라~ 하고 꽃단장을 하고 놀러 간 삼천포.
둘이서 알콩달콩 하게 깨를 볶으며 놀고 있는데, 예정보다 일찍 돌아오신 엄마.
대문 밖에서 엄마의 차가 도착한 소리가 들린다.
당황한 삼천포와 남친.
아직 정식으로 인사도 드리지 않았던 때라 그대로 들키면 모양새가 과히 좋지 않을 터..
허둥지둥하다 삼천포를 주방 뒤의 작은 쪽문으로 밀어버리고 엄마를 마중나가는 남친 ㅡㅡ
두근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어디선가 풍겨오는 코끝을 자극하는 강렬한 비린내.
둘러보니 삼천포가 쪼그려 앉은 바로 옆에 커다란 대나무 채반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가자미
십수 마리.
남친 엄마께 들킬까봐 심장은 벌렁벌렁 대는데, 코앞에 놓여진 가자미에선 토할 것 같은 비린내가
코를 찌르고..
입을 틀어먹고 왝왝 거리며 괴로워했다.
그 와중에도 생선 비린내를 맡은 동네 노는 고양이들이 총집합을 했는지, 작은 창문에서
들여다보며 침을 찍찍 뱉어댄다. 짝다리를 짚고 이빨 사이로 침을 찍찍 뱉어대며 삼천포를
위협하는 좀 놀아본 동네 고양이들.
그 강렬한 눈빛에서 양아치 광선 작렬~!!!
어여 생선을 내놓으라는 듯 시끄럽게 야옹야옹거린다.
고양이들을 쫓으려고 팔을 휘휘 내저으려는 순간..
"아따~ 먼놈의 고양이 소리가 이리도 시끄럽다냐~? 저것들이 시방 생선 냄새 맡은겨..! 작것들.."
하고 소리치며 쪽문을 벌컥 여시는 남친 엄마 ㅡㅡ;;
생선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삼천포와 눈이 마주친다..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것 같다..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삼천포를 쓰윽 한 번 훑어 보시는 남친의 엄마..
"아따~! 그놈의 고양이, 징하게도 크구만...잉~!"
저는요, 생선 비린내가 너무너무 싫어요~~!!!
다른 차를 타고 도착.
간단한 출국 수속을 마치고 배를 타고 건너서 치앙콩 도착.
이제 라오스와는 진짜로 작별이다.
라오스~!안녕~!!!
그동안 너무너무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만나요~~!!!^^
치앙콩에 도착하니 치앙마이행 미니버스가 대기중이다.
220밧에 타고 달려 5시간만에 치앙마이 도착.
도착하고 보니 12시.
동생과 미소네에서 만나기로 하고 왔는데 성태우 기사들은 아무도 미소네를 모른다.
큰일났다..
가이드 북도 없고 달랑 "미소네" 라는 이름 하나뿐이 모르는데..
치앙마이에만 오면 누구나 다 미소네를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 우리만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12시가 넘었으니 그 다음 얘기는 다음 여행기에~ㅋ
전 신데렐라 랍니다. -_-;;
*날씨가 정말 덥죠?
어째 동남아보다 더 더운 것 같아요...
태국이나 라오스에서는 더운 날씨조차도 여행의 즐거움처럼 느껴졌는데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는 단지, 그냥 짜증스럽기만 하네요..
이러다가 우리나라는 봄 대신 여름이 가을 대신 여름이 온통 독차지할 까봐
두려워집니다...
언젠가는..동남아 여행 대신 한국에서 동남아의 날씨와 정취를..즐기는 날이
올지도...흑..
으윽..생각만해도 끔찍하군요..
삼천포는 여전히 동남아 사람처럼 새까맣습니다.
얼굴만 하얘져서 밤에 보면 얼굴만 둥둥 떠다닙니다. 납량특집이지요.ㅋ
*다음 여행은 밑의 사진의 남자와 꼭 함께 떠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