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 - 9.
7월 7일 (여행 아홉번 째 날)
7시에 빡우 동굴 투어를 가는 날이다.
4,000 개의 불상을 볼수 있다는 기대로 마음이 설레인다.
아침도 못 먹고 투어를 하러 간다.
배를 타고 출발~!
손님들을 배로 안내하는 라오스 언니야가 이쁘다.
이장님과 아가가 넋을 잃고 바라본다.
망구나, 삼천포나, 둔탱 공주를 바라볼 때의 눈빛과는 확연히 틀리다..
이 자식들 -_-;;;
너무 티나잖아...
우리 미녀3총사는 뭐냐고오~~!!! ㅡ,.ㅡ;;
이쁜 언니야는 손님들을 안내만 해주고 배에서 내린다.
이장님과 아가가 절망한다.
배에서 뛰어내리려는 걸 간신히 뜯어말렸다.
배는 느리게, 느리게 흘러간다...
1시간 30분.....
너무 느리다..지루하다...
이장님은 뱃사공 할배의 뒷자리에 대자로 뻗어서 자고 있다..
아무데서나 잘 눕고 잘 자고 딱 여행 체질이다.
처음 도착한 곳은 술 만드는 마을.
빈 속에 따라주는 술을 한 잔 마셔본다.
맛있다...ㅋ
커피병만한 작은 유리병에 앙증맞은 뱀이 들어 있다.
3년 전 베트남 여행 중..
구찌 투어를 가던 날, 가이드가 데리고 간 식당에서 아주아주 커다란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거대한 뱀술을 본 적이 있다.
서양인들과 일본인들이 기겁을 하고...그 모습을 본 가이드가 재밌어 하며 놀리듯 뱀술을
마셔보라고 권유했다.
뱀술이 들어있는 술잔을 가까이 가져와 마셔보라고 하자 다들 기절할 듯 까약~!하고 펄쩍 뛰며
손사레를 치는데, 그 틈에서 홀연히 나타나 "저요~!" 하고 손을 든 사람이 있었으니...
그사람은 바로...
삼천포였다~~!!!!!!
원샷에 단숨에 마셔버리고 술잔을 머리에 턴 다음(별 걸 다 한다.-_-;) 사람들을 향하여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순간...
쏟아지던 박수 갈채와, 환호 소리~~!!!
와우~~!!!
삼천포는 그날 스타 됐다.
고기는 누린내가 나서 싫고,삼계탕은 느끼한 냄새가 싫어서 안 먹고, 설렁탕은 토할 것 같아서
못 먹는 까칠한 입맛의 삼천포가...
뱀술은 넙죽 마신다...-_-;;;
술이라면 환장하는 삼천포.....
꼼장어는 징그러워서 쳐다보지도 못하는 삼천포가 술병에 들어 있는 뱀은 입맛을 쩝쩝 다시며
넋을 잃고 뚫어져라 바라본다...
고놈..참..맛있게 익어 가네....흐흐...
배는 다시 흘러흘러 드디어 빡우 동굴 도착.
헉~! 입장료가 1$이다.
그치만, 4,000 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다니 기대기대~!! *__*
아...아..괜히 왔다.
코딱지만한 동굴에 빼꼭히 들어차 있는 불상들. 손바닥만한 불상들까지 합치면 4,000 개는
얼추 될 듯 싶다.
화려하고 멋진 불상을 기대했던터라,배신감까지 든다.
입장료로 낸 1$ 이 너무나 아까워지는 순간이다.
동굴은 어찌나 작은지 둘러보고 말것도 없다.
실망감만 잔뜩 안고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 이 투어를 적극 추천했던 이장님은 공공의 적이 되어 우리 모두의 갈굼질을 한 몸에
받으며 미안해했다.
이장님이 투어 입장권을 준다.
삼천포 : 이거 왜 줘?
이장님 : 여행기 같은 거 쓸 때 필요할 까봐서...
삼천포 : 그래..?
이장님이 갑자기 도로 뺏어간다.
이장님 : 어차피 필요도 없잖아...여행기 같은 거 안 쓰지? 생전 그런 거 써 본 적 없지??
삼천포 : -_-;; 응..뭐..그냥...안 쓰는데...
이장님 : 그럴줄 알았다..딱 보고~!!!
삼천포 : 딱 보고 알았다구? 나에 대해서 어찌 그리 잘 아시는지요~???
이장님 : 딱 보면 알지 뭐...여행기 같은 거 절대 안 쓸 것 같은 사람..캬캬캬~!!!
삼천포 : -_-;;;;;
여행기 같은 거 절대 안 쓸 것 같은 사람인, 삼천포는 지금 여행기를 열라 쓰고 있다. ㅡㅡ
이장님, 뒷담화나 좀 까볼까~~!!! 아하하하하하~~~
이장님, 그 후 삼천포에게 여행기에 당신 얘기 좀 잘 써달라고 비굴모드로 애원(?) 했었지..
난 당신을 강동원이라고 묘사했어..비록 "미친 강동원" 이긴 하지만..맘에 들어? 캬캬..
강변 카페에서 점심을 먹는다.
점심 식사를 시키고 다들 각자 취향대로 음료를 시킨다.
수박 쥬스, 콜라 등등...
삼천포의 음료수는 라오 비어~!!!^^
아..아...낮술은 나의 힘!!!
너무 더워서 숙소에서 누워서 쉰다.
4시에 둔탱 공주를 만나기로 약속 하고 각자의 숙소로 흩어진다.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또 장소팔, 고춘자 커플의 만담이 시작된다.
망구 : 천포야~ 너 한국 돌아가면 여행기 쓸거야?
삼천포 : 글쎄...봐서..귀찮아서 쓸 수 있을까나...
망구 : 천포야~ 너 글 좀 써보지 그래? 시트콤 같은 거 어때? 너한테 딱인데..
삼천포 : 시트콤? 무슨 그런 말씀을...난 멜로를 쓸테닷! 나의 감성에 딱 어울리는 감성적이고
눈물 나는 멜로물...
망구 : 정녕 잘 어울린다...!!! 캬캬캬..................................절필 해라! -_-;;
삼천포 : 좀 들어바바..내가 생각해 논 내용이 있는데..어떤 아저씨가 있어, 근데 이 아저씨가
젊은 시절 실수로 아들을 낳았다가 버린 거야, 세월이 많이 흘러 그 아저씨는
돈 많고 전남편과의 사이에 딸이 하나 있는 과부와 결혼을 하지.
그리고 그 과부의 과수원을 경영하는 시골 부잣집 영감님이 되어 있는거야.
어느날 그 과수원에 정체 모를 젊은 잡부가 하나 들어오지.
우연히,그 잡부가 젊은 시절 자기가 버린 아들이란 걸 알고 이 아저씨는
과수원 땅을 치며 오열해..
"오 땅이시여~" 이러면서..그리고는 그 아들을 자기 딸과 결혼 시켜서
사위로 삼는 거지..버렸다는
죄책감에 아무도 몰래 사위로 삼아 자기 곁에 데리고 있으면서 장인이 아니라
친아버지같은 장인이 되는 거지..어때..어때..? 내용 죽이지..?
애간장을 태우지 않냐?
망구 : -_-;;; 근데, 그거 어디서 많이 본 내용 같은데..?
삼천포 : 제목은 "땅이시여"....죽이지 않냐? 제목에서부터 풍겨져 나오는 이 포스~~!!
망구 : 에라~이~ 표절 작가야~~!!!!!!!
삼천포는 등단(?) 도 하기 전 표절 작가로 낙인 찍혀 버린다...
4시에 둔탱공주를 만나 스피드보트를 예약하고 사원을 함께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나...우리는 바람 맞았다. -_-
버림 받고, 울분에 차서 씩씩대다가 또 이장님 발견~! -_-;;;
쨍쨍한 햇볕 속에 사원과 박물관을 둘러보고 왔단다.
이장님과 함께 몇몇 사원들을 둘러 본다.
더워서 돌아버릴 것 같다...
머리가 띵 하고 정신이 없다.
사원들을 둘러보고 박물관에 가보니 문이 닫혔다.
대충 다 둘러 보고 맛사지를 받으러 간다.
오늘 간 집은 3$.
셋이 나란히 누워 라오 맛사지를 받는다.
이장님과 망구는 완전 골아떨어진다.
삼천포도 졸리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참아낸다. 맛사지 받다가 잠들어 버리면 대충대충 해줄까 봐
눈은 말똥말똥 한 척 *__* 본의 아닌 귀여운 척, 하는 표정으로 1시간 내내 힘들게 버텼다.
저녁을 먹으러 "부페" 로 갔다...아하하하하..
박물관 옆,시장 골목에 있는 "리어카 부페" -_-
한접시에 무조건 5,000 킵이다...!!!! (울나라돈으로 500원 정도)
사람들이 무지 많았다..
30 여가지의 반찬들과 밥 국수 등등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미친듯이 퍼 담는다.
이장님과 망구는 접시에 가득..
삼천포는 식탐을 주체하지 못해 환장한다, 이거 담고 저거 담고 쌓았다가 올렸다가..
손님들 중, 젤루 분주하다. -_-;; 이리 갔다..저리 갔다...
접시 위에 산을 하나 쌓아서 낑낑대며 들고 온다...
삼천포의 접시를 본 이장님과 망구가 경악스러워 한다.
다 먹어줄테닷~!
의욕에 차서 힘차게 시작한 수저질이 3분도 채 안돼서 점점 느려지기 시작한다...
양이 너무 많다..
쌓을 때는 몰랐는데, 정말이지 무식하게 많이도 담아 왔다..
삼천포 : 이거 남기면 아저씨가 나 죽일까??
망구 : 에이..설마..죽이진 않겠지..그냥 욕만 조금 하고 침 좀 뱉겠지..다 쳐먹지도 못 할거면서
욕심만 드럽게 많다고...캬캬..
삼천포 : 고맙다, 친구야..니 말을 들으니 한결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_-;
남은 음식이 먹은 음식보다 더 많은 상황 ....
아저씨한테 혼날까봐 남기지 않으려고 울면서 꾸역꾸역 음식을 입속으로 밀어넣고 있는데
구세주가 나타나셨다!!!!!! 아하하하하~~^^
낮잠에서 깨어난 아가 등장~^^
삼천포가 다 못 먹고 쩔쩔 매던 접시를 한방에 께끗하게 싸악 비워준다.
한접시 정도로는 아예 양도 안찬다는 대식가인 아가는 삼천포의 남은 접시마저도
완벽하게 비워준다.
귀여운 아가 ^^ 잘 먹는 이쁜이...
밥을 배 터지게 먹고, 뿔룩 나온 배를 쓰다듬으며 우리는 흐뭇해한다.
낮잠을 자느라 사원을 못 봤다는 아가는 사원을 둘러보러 가고 할일이 없어진 우리는
야시장이나 슬슬 둘러 본다.
500 원 짜리 빤쓰가 눈에 띈다.
하나 산다.
이쁘네 , 안 이쁘네, 크네, 작네..하면서 500원 짜리 빤쓰 한 장을 들고 시끄럽다.
외간 남자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냐며 망구가 삼천포를 툭툭 친다.
앗~! 그러고보니 우리 옆에는 이장님이 있다. -_-
미안! 이장님^^;;; 너무 자주 보다보니 이장님의 존재감을 잊어먹고 있었어...
그러나 우리의 이장님은, 다음에 간 시장에서 호떡만한 왕 꽃무늬가 있는 아줌마용 특대 빤쓰를
이쁘다며 삼천포에게 강추해주며 킥킥 댔다.
고마워~이장님 ㅜ.ㅜ;;
난 당신이 이제 옆집 아줌마처럼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져~~^^
여행자 거리를 벗어나보고 싶다...
거리에 널린 서양 여행객들, 슬슬 지겨워지려고 한다..
뚝뚝이를 섭외한다.
1시간에 3$ (5$ 달래는 걸, 미인계 -_- 미남계 -_- 를 총동원 해서 3$에 쇼부)
뚝뚝이에 우리가 타고, 자리가 없어서 이장님은 운전수 뒷자리 연료통(?)에 걸터 앉고 다리는
뚝뚝이에 걸치고, 아슬아슬한 자세로 출발~!
여행자 거리를 벗어나니 한가롭고 평화로운 루앙프라방의 거리가 이어진다.
호치민 만큼은 아니지만 오토바이의 행렬이 줄을 잇고, 호기심에 가득 차 우리를 쳐다보는
라오인들과 눈인사를 나눈다...
와....상쾌하다........
루앙프라방의 건물들은 아기자기 하고 이쁘다....
오히려 수도인 비엔티엔보다 훨씬 번화하고 활기찬 느낌이다...
여행자 거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렇게 이색적이고 인간적인 풍경들이 펼쳐진다..
기사는 우리를 시장에 내려준다.
"가전" 시장이다. -_-;;
중고 TV 와 오디오 등등을 팔고 있다.
뭐..어쩌라구~???
우리는 배낭 여행객 -_-
TV 사서 배낭에 짊어지고 가라규~~???
오디오는 머리에 이고 가라규~~???
우리가 배낭 여행객 이라고 주장할 때마다 이장님은 그말을 정정했다.
"누나들은 캐리어 여행객이잖아~! 난 라오스에 캐리어 끌고 온 여행객 딱 두 명 봤다~!"
뭐..어쨋든 배낭이면 어떻고 캐리어면 어떤가?
뭘 끌고 가던 매고 가던, 즐겁게 돌아다니면 그만인것을...
여행자 거리로 다시 컴백 하는길.
이장님이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낑낑 댄다...
화장실이 급하다며 식은 땀을 줄줄...
엉금엉금 기어서 강변 카페로 간다. 이장님은 화장실로 직행!
10 여분 후 돌아온 이장님의 표정이 상콤하다.
이장님 : 아~시원해~~^^ 1초만 늦었어도 클날 뻔 했어..변기에 앉자마자 좔좔좔~~
우리 : 조낸 친절하다~ 별로 듣고 싶지 않거든~ ㅡㅡ;
이장님과 우리는 여행 며칠만에 서로에게 빤쓰를 강추해주고, 화장실 얘기까지 자세하게
주고 받는 그런 다정한(?) 사이로 변해 가고 있었다...
강변 카페에서 라오 비어를 마신다...
어둠이 내려 앉은 강변 카페는 군데군데 매달려 있는 조명등의 환한 불빛으로 인해 한결 운치 있다
망구는 온통 트로트풍인 라오스의 노래가 듣기 지겹다며 이장님의 엠피쓰리를 빌려 노래를 듣는다
음악을 들으며 고독 싸는 망구 ㅡㅡ;;
메모지에 무언가를 적고 있다..
삼천포 : 너 메모지에 뭐 적어? 사랑, 우정 이딴 유치한 거 적으면 죽는다~!!!! "
망구 : 아악~~!!! 나 지금 "사랑" 쓰고 있었는데...
삼천포 : -_-;;;;;;;;;
삼천포의 아는 동생 중에 김치찌개를 진짜로 맛있게 잘 끓인다며 잘난 척을 하는 동생이 있었다.
동생 : 나 김치 찌개 진짜 잘 끓여, 사람들이 먹어보고 환장해!
삼천포 : 그래? 어떻게 끓이길래 그렇게 맛있어? 뭐 넣고 끓이는데?
동생 : 음..이건 비밀인데...사랑 한 스푼에, 우정 두 스푼에, 마지막엔 행복이란 이름의 양념을
살짝 첨가해주면 돼~~^^
너무나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며 꿈을 꾸듯 몽롱한 표정으로 사랑이니 우정이니
하는 낯간지러운 말들을 내뱉는 그 아이를...삼천포는 패 죽이고 싶었다 -_-;;;
삼천포는 그런 닭살스런 소녀취향의 말들이 너무나 싫다...
그러나, 오늘밤은 라오스의 마지막 밤이다...
사랑이니, 우정이니...이따위 유치하고 감정과잉의 닭살스런 단어들이 오늘밤엔...평소완 다르게
느껴진다...
말이 없어도 다 통하는 소중한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는 지금이...무덤덤한 나를,
무미건조한 나를, 냉소적인 나를, 아주 많이 바꿔 놓은 그런 순간이었다...
라오스여~ 나를 사랑해 줘서 고마워요~!
나도 많이 사랑했습니다~!!!
* 오늘은, 맘 편한 동생들과 술을 한 잔 했습니다..
흠...음주 여행기네요^^;;
좋아하고, 맘 편하고, 편안한 사람들과의 술자리는 언제라도..항상..즐겁지요..
저를 잘 아는 동생이 말하더군요,,
언니 여행기를 읽으면 언니는 너무 편안하고 만만한 사람 같다고..
그 말은 결국 저는 실제로는 편안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얘기죠..
저는..사실..조금..까칠한..셩격입니다.^^;
그치만, 여행중에는 최대한 까칠하고 까탈스러운 면을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지만, 즐겁고 또 편안한 여행이 되니까요..
님들은 어떠신가요?
자기 성격을 줄이시려고 노력하시나요?
저는 제 여행 최고의 파트너이자 친구인 망구가 있어서 너무나 행복한
여행이었답니다..
7시에 빡우 동굴 투어를 가는 날이다.
4,000 개의 불상을 볼수 있다는 기대로 마음이 설레인다.
아침도 못 먹고 투어를 하러 간다.
배를 타고 출발~!
손님들을 배로 안내하는 라오스 언니야가 이쁘다.
이장님과 아가가 넋을 잃고 바라본다.
망구나, 삼천포나, 둔탱 공주를 바라볼 때의 눈빛과는 확연히 틀리다..
이 자식들 -_-;;;
너무 티나잖아...
우리 미녀3총사는 뭐냐고오~~!!! ㅡ,.ㅡ;;
이쁜 언니야는 손님들을 안내만 해주고 배에서 내린다.
이장님과 아가가 절망한다.
배에서 뛰어내리려는 걸 간신히 뜯어말렸다.
배는 느리게, 느리게 흘러간다...
1시간 30분.....
너무 느리다..지루하다...
이장님은 뱃사공 할배의 뒷자리에 대자로 뻗어서 자고 있다..
아무데서나 잘 눕고 잘 자고 딱 여행 체질이다.
처음 도착한 곳은 술 만드는 마을.
빈 속에 따라주는 술을 한 잔 마셔본다.
맛있다...ㅋ
커피병만한 작은 유리병에 앙증맞은 뱀이 들어 있다.
3년 전 베트남 여행 중..
구찌 투어를 가던 날, 가이드가 데리고 간 식당에서 아주아주 커다란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거대한 뱀술을 본 적이 있다.
서양인들과 일본인들이 기겁을 하고...그 모습을 본 가이드가 재밌어 하며 놀리듯 뱀술을
마셔보라고 권유했다.
뱀술이 들어있는 술잔을 가까이 가져와 마셔보라고 하자 다들 기절할 듯 까약~!하고 펄쩍 뛰며
손사레를 치는데, 그 틈에서 홀연히 나타나 "저요~!" 하고 손을 든 사람이 있었으니...
그사람은 바로...
삼천포였다~~!!!!!!
원샷에 단숨에 마셔버리고 술잔을 머리에 턴 다음(별 걸 다 한다.-_-;) 사람들을 향하여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순간...
쏟아지던 박수 갈채와, 환호 소리~~!!!
와우~~!!!
삼천포는 그날 스타 됐다.
고기는 누린내가 나서 싫고,삼계탕은 느끼한 냄새가 싫어서 안 먹고, 설렁탕은 토할 것 같아서
못 먹는 까칠한 입맛의 삼천포가...
뱀술은 넙죽 마신다...-_-;;;
술이라면 환장하는 삼천포.....
꼼장어는 징그러워서 쳐다보지도 못하는 삼천포가 술병에 들어 있는 뱀은 입맛을 쩝쩝 다시며
넋을 잃고 뚫어져라 바라본다...
고놈..참..맛있게 익어 가네....흐흐...
배는 다시 흘러흘러 드디어 빡우 동굴 도착.
헉~! 입장료가 1$이다.
그치만, 4,000 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다니 기대기대~!! *__*
아...아..괜히 왔다.
코딱지만한 동굴에 빼꼭히 들어차 있는 불상들. 손바닥만한 불상들까지 합치면 4,000 개는
얼추 될 듯 싶다.
화려하고 멋진 불상을 기대했던터라,배신감까지 든다.
입장료로 낸 1$ 이 너무나 아까워지는 순간이다.
동굴은 어찌나 작은지 둘러보고 말것도 없다.
실망감만 잔뜩 안고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 이 투어를 적극 추천했던 이장님은 공공의 적이 되어 우리 모두의 갈굼질을 한 몸에
받으며 미안해했다.
이장님이 투어 입장권을 준다.
삼천포 : 이거 왜 줘?
이장님 : 여행기 같은 거 쓸 때 필요할 까봐서...
삼천포 : 그래..?
이장님이 갑자기 도로 뺏어간다.
이장님 : 어차피 필요도 없잖아...여행기 같은 거 안 쓰지? 생전 그런 거 써 본 적 없지??
삼천포 : -_-;; 응..뭐..그냥...안 쓰는데...
이장님 : 그럴줄 알았다..딱 보고~!!!
삼천포 : 딱 보고 알았다구? 나에 대해서 어찌 그리 잘 아시는지요~???
이장님 : 딱 보면 알지 뭐...여행기 같은 거 절대 안 쓸 것 같은 사람..캬캬캬~!!!
삼천포 : -_-;;;;;
여행기 같은 거 절대 안 쓸 것 같은 사람인, 삼천포는 지금 여행기를 열라 쓰고 있다. ㅡㅡ
이장님, 뒷담화나 좀 까볼까~~!!! 아하하하하하~~~
이장님, 그 후 삼천포에게 여행기에 당신 얘기 좀 잘 써달라고 비굴모드로 애원(?) 했었지..
난 당신을 강동원이라고 묘사했어..비록 "미친 강동원" 이긴 하지만..맘에 들어? 캬캬..
강변 카페에서 점심을 먹는다.
점심 식사를 시키고 다들 각자 취향대로 음료를 시킨다.
수박 쥬스, 콜라 등등...
삼천포의 음료수는 라오 비어~!!!^^
아..아...낮술은 나의 힘!!!
너무 더워서 숙소에서 누워서 쉰다.
4시에 둔탱 공주를 만나기로 약속 하고 각자의 숙소로 흩어진다.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또 장소팔, 고춘자 커플의 만담이 시작된다.
망구 : 천포야~ 너 한국 돌아가면 여행기 쓸거야?
삼천포 : 글쎄...봐서..귀찮아서 쓸 수 있을까나...
망구 : 천포야~ 너 글 좀 써보지 그래? 시트콤 같은 거 어때? 너한테 딱인데..
삼천포 : 시트콤? 무슨 그런 말씀을...난 멜로를 쓸테닷! 나의 감성에 딱 어울리는 감성적이고
눈물 나는 멜로물...
망구 : 정녕 잘 어울린다...!!! 캬캬캬..................................절필 해라! -_-;;
삼천포 : 좀 들어바바..내가 생각해 논 내용이 있는데..어떤 아저씨가 있어, 근데 이 아저씨가
젊은 시절 실수로 아들을 낳았다가 버린 거야, 세월이 많이 흘러 그 아저씨는
돈 많고 전남편과의 사이에 딸이 하나 있는 과부와 결혼을 하지.
그리고 그 과부의 과수원을 경영하는 시골 부잣집 영감님이 되어 있는거야.
어느날 그 과수원에 정체 모를 젊은 잡부가 하나 들어오지.
우연히,그 잡부가 젊은 시절 자기가 버린 아들이란 걸 알고 이 아저씨는
과수원 땅을 치며 오열해..
"오 땅이시여~" 이러면서..그리고는 그 아들을 자기 딸과 결혼 시켜서
사위로 삼는 거지..버렸다는
죄책감에 아무도 몰래 사위로 삼아 자기 곁에 데리고 있으면서 장인이 아니라
친아버지같은 장인이 되는 거지..어때..어때..? 내용 죽이지..?
애간장을 태우지 않냐?
망구 : -_-;;; 근데, 그거 어디서 많이 본 내용 같은데..?
삼천포 : 제목은 "땅이시여"....죽이지 않냐? 제목에서부터 풍겨져 나오는 이 포스~~!!
망구 : 에라~이~ 표절 작가야~~!!!!!!!
삼천포는 등단(?) 도 하기 전 표절 작가로 낙인 찍혀 버린다...
4시에 둔탱공주를 만나 스피드보트를 예약하고 사원을 함께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나...우리는 바람 맞았다. -_-
버림 받고, 울분에 차서 씩씩대다가 또 이장님 발견~! -_-;;;
쨍쨍한 햇볕 속에 사원과 박물관을 둘러보고 왔단다.
이장님과 함께 몇몇 사원들을 둘러 본다.
더워서 돌아버릴 것 같다...
머리가 띵 하고 정신이 없다.
사원들을 둘러보고 박물관에 가보니 문이 닫혔다.
대충 다 둘러 보고 맛사지를 받으러 간다.
오늘 간 집은 3$.
셋이 나란히 누워 라오 맛사지를 받는다.
이장님과 망구는 완전 골아떨어진다.
삼천포도 졸리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참아낸다. 맛사지 받다가 잠들어 버리면 대충대충 해줄까 봐
눈은 말똥말똥 한 척 *__* 본의 아닌 귀여운 척, 하는 표정으로 1시간 내내 힘들게 버텼다.
저녁을 먹으러 "부페" 로 갔다...아하하하하..
박물관 옆,시장 골목에 있는 "리어카 부페" -_-
한접시에 무조건 5,000 킵이다...!!!! (울나라돈으로 500원 정도)
사람들이 무지 많았다..
30 여가지의 반찬들과 밥 국수 등등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미친듯이 퍼 담는다.
이장님과 망구는 접시에 가득..
삼천포는 식탐을 주체하지 못해 환장한다, 이거 담고 저거 담고 쌓았다가 올렸다가..
손님들 중, 젤루 분주하다. -_-;; 이리 갔다..저리 갔다...
접시 위에 산을 하나 쌓아서 낑낑대며 들고 온다...
삼천포의 접시를 본 이장님과 망구가 경악스러워 한다.
다 먹어줄테닷~!
의욕에 차서 힘차게 시작한 수저질이 3분도 채 안돼서 점점 느려지기 시작한다...
양이 너무 많다..
쌓을 때는 몰랐는데, 정말이지 무식하게 많이도 담아 왔다..
삼천포 : 이거 남기면 아저씨가 나 죽일까??
망구 : 에이..설마..죽이진 않겠지..그냥 욕만 조금 하고 침 좀 뱉겠지..다 쳐먹지도 못 할거면서
욕심만 드럽게 많다고...캬캬..
삼천포 : 고맙다, 친구야..니 말을 들으니 한결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_-;
남은 음식이 먹은 음식보다 더 많은 상황 ....
아저씨한테 혼날까봐 남기지 않으려고 울면서 꾸역꾸역 음식을 입속으로 밀어넣고 있는데
구세주가 나타나셨다!!!!!! 아하하하하~~^^
낮잠에서 깨어난 아가 등장~^^
삼천포가 다 못 먹고 쩔쩔 매던 접시를 한방에 께끗하게 싸악 비워준다.
한접시 정도로는 아예 양도 안찬다는 대식가인 아가는 삼천포의 남은 접시마저도
완벽하게 비워준다.
귀여운 아가 ^^ 잘 먹는 이쁜이...
밥을 배 터지게 먹고, 뿔룩 나온 배를 쓰다듬으며 우리는 흐뭇해한다.
낮잠을 자느라 사원을 못 봤다는 아가는 사원을 둘러보러 가고 할일이 없어진 우리는
야시장이나 슬슬 둘러 본다.
500 원 짜리 빤쓰가 눈에 띈다.
하나 산다.
이쁘네 , 안 이쁘네, 크네, 작네..하면서 500원 짜리 빤쓰 한 장을 들고 시끄럽다.
외간 남자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냐며 망구가 삼천포를 툭툭 친다.
앗~! 그러고보니 우리 옆에는 이장님이 있다. -_-
미안! 이장님^^;;; 너무 자주 보다보니 이장님의 존재감을 잊어먹고 있었어...
그러나 우리의 이장님은, 다음에 간 시장에서 호떡만한 왕 꽃무늬가 있는 아줌마용 특대 빤쓰를
이쁘다며 삼천포에게 강추해주며 킥킥 댔다.
고마워~이장님 ㅜ.ㅜ;;
난 당신이 이제 옆집 아줌마처럼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져~~^^
여행자 거리를 벗어나보고 싶다...
거리에 널린 서양 여행객들, 슬슬 지겨워지려고 한다..
뚝뚝이를 섭외한다.
1시간에 3$ (5$ 달래는 걸, 미인계 -_- 미남계 -_- 를 총동원 해서 3$에 쇼부)
뚝뚝이에 우리가 타고, 자리가 없어서 이장님은 운전수 뒷자리 연료통(?)에 걸터 앉고 다리는
뚝뚝이에 걸치고, 아슬아슬한 자세로 출발~!
여행자 거리를 벗어나니 한가롭고 평화로운 루앙프라방의 거리가 이어진다.
호치민 만큼은 아니지만 오토바이의 행렬이 줄을 잇고, 호기심에 가득 차 우리를 쳐다보는
라오인들과 눈인사를 나눈다...
와....상쾌하다........
루앙프라방의 건물들은 아기자기 하고 이쁘다....
오히려 수도인 비엔티엔보다 훨씬 번화하고 활기찬 느낌이다...
여행자 거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렇게 이색적이고 인간적인 풍경들이 펼쳐진다..
기사는 우리를 시장에 내려준다.
"가전" 시장이다. -_-;;
중고 TV 와 오디오 등등을 팔고 있다.
뭐..어쩌라구~???
우리는 배낭 여행객 -_-
TV 사서 배낭에 짊어지고 가라규~~???
오디오는 머리에 이고 가라규~~???
우리가 배낭 여행객 이라고 주장할 때마다 이장님은 그말을 정정했다.
"누나들은 캐리어 여행객이잖아~! 난 라오스에 캐리어 끌고 온 여행객 딱 두 명 봤다~!"
뭐..어쨋든 배낭이면 어떻고 캐리어면 어떤가?
뭘 끌고 가던 매고 가던, 즐겁게 돌아다니면 그만인것을...
여행자 거리로 다시 컴백 하는길.
이장님이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낑낑 댄다...
화장실이 급하다며 식은 땀을 줄줄...
엉금엉금 기어서 강변 카페로 간다. 이장님은 화장실로 직행!
10 여분 후 돌아온 이장님의 표정이 상콤하다.
이장님 : 아~시원해~~^^ 1초만 늦었어도 클날 뻔 했어..변기에 앉자마자 좔좔좔~~
우리 : 조낸 친절하다~ 별로 듣고 싶지 않거든~ ㅡㅡ;
이장님과 우리는 여행 며칠만에 서로에게 빤쓰를 강추해주고, 화장실 얘기까지 자세하게
주고 받는 그런 다정한(?) 사이로 변해 가고 있었다...
강변 카페에서 라오 비어를 마신다...
어둠이 내려 앉은 강변 카페는 군데군데 매달려 있는 조명등의 환한 불빛으로 인해 한결 운치 있다
망구는 온통 트로트풍인 라오스의 노래가 듣기 지겹다며 이장님의 엠피쓰리를 빌려 노래를 듣는다
음악을 들으며 고독 싸는 망구 ㅡㅡ;;
메모지에 무언가를 적고 있다..
삼천포 : 너 메모지에 뭐 적어? 사랑, 우정 이딴 유치한 거 적으면 죽는다~!!!! "
망구 : 아악~~!!! 나 지금 "사랑" 쓰고 있었는데...
삼천포 : -_-;;;;;;;;;
삼천포의 아는 동생 중에 김치찌개를 진짜로 맛있게 잘 끓인다며 잘난 척을 하는 동생이 있었다.
동생 : 나 김치 찌개 진짜 잘 끓여, 사람들이 먹어보고 환장해!
삼천포 : 그래? 어떻게 끓이길래 그렇게 맛있어? 뭐 넣고 끓이는데?
동생 : 음..이건 비밀인데...사랑 한 스푼에, 우정 두 스푼에, 마지막엔 행복이란 이름의 양념을
살짝 첨가해주면 돼~~^^
너무나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며 꿈을 꾸듯 몽롱한 표정으로 사랑이니 우정이니
하는 낯간지러운 말들을 내뱉는 그 아이를...삼천포는 패 죽이고 싶었다 -_-;;;
삼천포는 그런 닭살스런 소녀취향의 말들이 너무나 싫다...
그러나, 오늘밤은 라오스의 마지막 밤이다...
사랑이니, 우정이니...이따위 유치하고 감정과잉의 닭살스런 단어들이 오늘밤엔...평소완 다르게
느껴진다...
말이 없어도 다 통하는 소중한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는 지금이...무덤덤한 나를,
무미건조한 나를, 냉소적인 나를, 아주 많이 바꿔 놓은 그런 순간이었다...
라오스여~ 나를 사랑해 줘서 고마워요~!
나도 많이 사랑했습니다~!!!
* 오늘은, 맘 편한 동생들과 술을 한 잔 했습니다..
흠...음주 여행기네요^^;;
좋아하고, 맘 편하고, 편안한 사람들과의 술자리는 언제라도..항상..즐겁지요..
저를 잘 아는 동생이 말하더군요,,
언니 여행기를 읽으면 언니는 너무 편안하고 만만한 사람 같다고..
그 말은 결국 저는 실제로는 편안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얘기죠..
저는..사실..조금..까칠한..셩격입니다.^^;
그치만, 여행중에는 최대한 까칠하고 까탈스러운 면을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지만, 즐겁고 또 편안한 여행이 되니까요..
님들은 어떠신가요?
자기 성격을 줄이시려고 노력하시나요?
저는 제 여행 최고의 파트너이자 친구인 망구가 있어서 너무나 행복한
여행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