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벙이부부 태국+캄보디아 가다(앙콜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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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벙이부부 태국+캄보디아 가다(앙콜왓)

꺼벙이 3 3437
3/31~      ‘주마간산’  앙코르 왓 (1)
                         
07:00.
그녀 아짐씨도 Goood morning 이다.
이른 시각임에도 창문너머에는 붉은 먼지를 뒤집어 야자수 잎사귀가 뜨거운 태양과 대치중이다.
제법 여유있는 아침이다. 3일 일정은 걸리버에서 원스톱 서비스로 진행 될 예정이니까.
말은 안통해도 현지인 게스트 하우스에서 좌충우돌 몸으로 느껴 보고자 했던 것이 애초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첫날부터 음식적응에 실패한 짝꿍 덕분에 호사(好事)를 하고 있다.

여행수칙 제2는 더위를 이기는 방법이다. 비책으로는 많이 먹고, 눈으로 보며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래도 땀이 솟으면, 8월의 마라톤 풀코스 골인지점을 연상하는 것이다.

야외 식탁에서 조식을 먹는다. 걸리버 된장(찌게)는 특징이 있다.
큼지막한 냉면대접에 건대기(왕건이)가 궁물보다 절대 많다. 고향 떠난 행자(行者)에게 맛에 대해서는 논 할 여지가 없다. 밥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다. 타이나 캄퓨차나 매 한가지다. 숟가락을 대면 ‘나 잡아봐라’밥알이 각개약진을 해댄다.
자국이(거꾸로 엎어 놓은 밥공기 자국) 선명한 접시 위의 밥알은 더 할 나위도 없다.
생긴 것도 길쭉한게 꺼벙이 같이 생겼다.

노병들보다 부지런한 송&조는 벌써 아침을 다 마쳤다. 배낭여행자 답게 메뉴도 조합세트로 알차고 경제적인 밥상이다. 한 수 배워야겠다.
 
07:30.
저렴한 비용에 시원하고 넓직한 봉고(도요타)를 대여했다. 
내 짝 아짐씨, 어제 랠리에 동승한 송&조 아가씨들(베트남 여행지에서 남남으로 만나 2달 동안 동행하는 중 이라고 함) 네 명을 태운 차는 현지 총각 송긋(한국이름 김건모)이 운전했다.
타 문화권에서 이런 저런 사람들과의 만남은 두려움과 기대, 혹은 막연한 호기심이 발동하는 여행의 묘미가 있다.
전력(前歷)이나 신상, 사고(思考)가 노출된, 직장이나 동네를 벗어나 생소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편하게 대 할 수 있어서 좋다.
가녀린 아가씨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차분하고 침착한 언니 송**이 그렇고, 긴 여행 중에도 밝은표정, 애교목소리 조** 공주(증후군)가 그랬다.
 
이면 도로는 여지없이 황토 먼지 뽀얗게 일어났다.
내 어릴적 동네와 흡사한 골목을 빠져나와 큰 호텔들 관공서, 병원을 지나 유적으로 향한다.
자전거, 오토바이 행렬이 참 많기도 하다.
건물 밀집지역을 벗어나니 어제 보던, 공간이 훤하게 보이는 원두막식 가옥이 드문드문 보인다.
인적은 보이지 않았다. 더위를 피해 일찍부터 생업전선으로 나간 것인가. 혼자 생각이었다.

유적지 입장 패스를 준비하며 즉석사진을 찍는다. 

“2004 스포츠 투어링~  ”프랑카드 아래로 오색 유니폼의 MTB 행렬이 밀려간다.
내 마음도 저속에 휩쓸려 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뭘, 그렇게 뚫어지게 보우”
넊을 잃고 바라보는 등 뒤로 아짐씨의 날까로운 시선이 박혀 왔다. 내 속을 왜 모를까.
꺼벙이 역시 나이에 걸맞지 않게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그런 류의 변종이기 때문이다. 물가에 어린애를 내놓은 심정의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왜 모를까.

이틀간의 투어일정을 현지인 운전사 건모가 조금 서툰 억양의 한국말로 자세하게 알려준다.
물론 일정을 조정 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우리의 의견도 합리적이라는 판단하에 그대로 수용하기로 했다.
대형쇼 무대에 맛배기를 제일 먼저 세우고, 조금 덜한 잔챙이, 그리고 마지막에 거물을 내세워 분위기를 안배하는 식의 스케줄이 마음에 들었다.

유적외곽으로 파란 이끼를 머금은 수위가 낮은 강이 둘러져 있다. 정지된 역사의 현장을 상징하듯 흐름을 멈춘 강줄기가 묵묵하다.
강물이 어디로 흐르며 얼마나 먼지를 설명하는 건모의 말이 공허하게 들린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이 강한 것, 큰 것, 좋은 것이 우세하는 동물적인 논리가 역사를 만들고 지탱해온 이곳에서 무엇을 보고 또 느껴야 하는지 사뭇 걱정이 앞선다.

차안의 분위기는 숙연하다. 송&조, 아짐씨는 준비한 소책자로 열심히 공부중이다.
마치 웅장한 사원 건물에 살아 숨쉬고 있는 모든 이야기를 낱낱이 밝혀 보려는 모양이다.
과거로 향하는 문, 남문을 통과하는 다리를 걸어서 건넌다. 똑 같은 자세로 정렬한 교각의 환조(丸彫)들이 검문을 해온다. 패스 소지자 통과.

바이욘의 미소는 어디인지 찾는다.   
가늠 할 수 없는 세월을 흘려보내 무너진 벽에는 정교한 손자국이 느껴진다.
뜨거운 더위도, 비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지켜온 역사의 증인 앞에 무어라고 물어볼 말이 없다. 오직 돌 벽에 그림으로만 말 할 뿐이다.
2층 높이의 구조물에 남아있는 바이욘의 미소는 북적이는 사람들과 뜨거운 더위 때문인 듯 눈을 아래로 향하고 있다. 사진 찍는 사람들이 가고나면 웃어줄까. 기다려도 그의 미소는 그대로였다.

황금창문에 왕비의 전설이 남아있는‘천상의 궁전’피미아나카스는 바이욘의 서쪽에 외롭게 서있다. 사방에 가파른 계단으로 연결되는 상층부는 오르고 내리는 일 자체가 고행이다.
전망만을 위한 것인지, 나무 그늘 아래서는 두 팀의 한국인 관광객 들을 대상으로 유창한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역사에 생존했던 증인이었던것 같이.
올라가는 수고는 창으로 관망하는 그 기분으로 충분히 보상 받을 수 있다.
이후의 모든 유적에서 똑같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꼬마 녀석이 다가와 영어로 떠들어댄다.
나와 둘 뿐인 그곳에서 11살 꼬마는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며 설명을 했다. 성의가 고마워서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의 심중을 대충은 알 것 같다. 꺼벙이의 반응을 알아 차렸는지,
불전함에 넣어야 한다는 제스처로  “완 달라”를 부르며 멋 적은 표정이다.
거부의사에도 불구하고 밉지 않게 졸졸 따라 다닌다.
‘무언가 조건이 있는 거래여야 한다.’제의를 했다.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지폐를 쥔 꼬마는 윗옷을 둘러써 태양을 가리며 그 가파른 계단을 다람쥐처럼 내달렸다.
소설속의 ‘노틀답의 꼽추’가 떠 올랐다.
 
나도 한 때 도립 관광지에서 꼬마와 같은 유년을 보낸 기억이 아련했다. 달러 한 장이 오히려 꼬마의 미래에 짐이 될 수 도 있다 싶지만, 그러나 당장은 빵이 급 할 수 도 있다.
이 유적을 맴돌며 몸이 커가는 꼬마의 내일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반전되길 빌어본다.

터만 남은 왕궁은 스러진 옛 영화(榮華)를 보는 듯 쓸쓸하다. 코끼리 테라스, 문둥이 왕 테라스를 둘러보는 머리위로 뜨거운 태양이 점점 가까워 온다. 
물 두병, 파인애플 몇 개를 나누어 먹었어도 우리들 중 화장실을 찾는 사람은 없다.
이틀 앙콜왓 일정중 누구도 요의를 느껴본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차안은 정말 시원한 쉼터다.
건모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도 용케도 우리를 잘 알아본다.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고 “더워요” “이제 집에 가요” “밥, 먹어요”
“안들려요 크게 얘기해 줘요” 아짐씨는 딸도 없으면서 관심이 꽤나 많다.
말수가 적은 편이지만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차분하게 운전하는 24살 김건모는 착한 총각이었다. 숙소로 향하는 차안은 더위로 인한 후유증에 맥없이 닭 병이다. 

12:00. 이열치열 칼국시+ 덥다고 국물 없는 오징어 덮밥으로 점심을 먹고, 에어컨 방에서 낮잠과 휴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한다.

14:00.‘니악뽀안’ 숲속의 목욕소를 갔다.
탑이 세워진 장방형 중앙 목욕소를 중심으로 사방 네개의 출입구를 거처 부속 못이 있다.
순례자들이 몸을 씻기 위한 목욕소라고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왠지 왕가의 공주일행이 목욕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꺼벙이는 그들의 목욕장면을 훔쳐 보듯이 잠영으로 유유히 헤엄쳐 간다. 못은 바닥을 훤히 드러내고 꺼벙이는 땀으로 목욕을 했다.

아줌마, 송&조는 저쪽 구석에서 책자를 펼쳐 놓고 열심히 역사공부에 심취해있다.
따솜, 이스트 메본, 프레룹(Pre Rup) 에서도 생생한 산(生)교육을 주워 담느라고 열심이었다.
늘 일행들을 앞서거나 뒤져서 혼자 건성건성 둘러보는 꺼벙이는 영 젬병이다. 유적의 진면보다 거꾸로 보는 이면을 보려니 제대로 보일 리가 없다.
‘가방 크다고 공부 잘 하나’
 
5:30
‘프레루프’의 일몰은 화려하지 않지만 기다림으로 감상을 자극하는 소득이 있었다.
높은 지대에 벙커처럼 둘러쳐진 이중 성벽 가운데 우뚝한 건물은 주변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일몰을 주제로 상봉하는 장소인 모양이다.
멋진 자세로 일몰을 기다리던 일본 청년들(아란에서 만났던)도 반갑게 인사하고, 현지 어린 애들도 무조건 인사를 해왔다.
 
7살 긴 눈섭과 까만 눈동자가 초롱초롱한 흑눈이 ‘늠’이는 팔찌를 사라고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닌다. “오빠 이뻐요”그 애의 끈질긴 작전에 허물어지고 말았다.

잔잔한 평지의 해거름, 먼 곳에 안개와 나무들 사이로 붉은 덩어리가 잠식해간다.
아주 오랫적부터 매일 반복되어 왔을 해거름 일 뿐인데 유난을 떠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돌덩이가 제대로 된 이름을 명명받고, 이곳에 섰던 자들의 실패와 좌절, 꿈을 느끼는 듯 꽤나 감상적인 기분이 좀처럼 발길을 놓아주질 않았다.
떨어지는 해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송**의 등 뒤로 민들레의 향기가 뭍어 나는 것은 지난친 비약일까.
     
19:30
압살라 뷔페는 캄퓨차 음식이 주류를 이룬 먹거리와 볼거리가 있다.
현지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 사양 할 수 없다. 음료별도, 10$라는 비용은 조금 흠이다.
야외에서 벌어지는 초대형 만찬은 전통춤, 압살라 댄스가 초행인 우리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나는 먹거리에 비중을 더 둔 것이 사실이다.
송** 아가씨는 타고난 여행가 체질인 모양이다. 피곤한 기색도 없이 사진촬영도 아주 열성적으로 뛰어 다녔다.

10:30
종일 높은 계단을 오르내리고, 걷고, 공부하고, 그것만도 잘 버텨준 아짐씨가 더 이상 고마울 데가 없다. 건모가 손을 봐 준 에어컨은 어제보다 월등히 성능 좋은 보초가 되어 주었다. 
아짐씨는 모처럼 미동도 않고 떨어졌다.
꺼벙이는 밤새 아리따운 공주들이 목욕하는 숲 속의 목욕소에서 헤엄을 치는 모양이었다.
 
*사설(私說) :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래에 18개월째 자전거 여행중인 “국이랑 영아랑” 팀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인 제가 할 이야기가 있나 싶은....(국&영의 열열한 팬 입니다.)

                                                  -거꾸로 보는 꺼벙이 세상-

3 Comments
몬테크리스토 2004.04.19 13:01  
  역쉬!!!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셨군요!!!
항상 즐겁게 보구 있습니다.
선생님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제가 다녀온곳을 한번더
다시 다녀와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편을 기다리겠습니다....
2004.04.19 16:14  
  하루에도 몇 번씩 님의 여행기가 올라왔나 싶어
확인하곤했었습니다. 저도 캄보디아에 다녀왔건만
(그것도 며칠전에)님이 느꼈던 그런 감정(감흥)을
저는 왜 느끼지 못했는지....님의 글을 먼저 읽고
바이욘을 보았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자주 빨리 글 올려 주시고요. 여행기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쭉~~~~~~~~~~~~~~~~감사합니다.
그렇지뭐 2004.04.20 03:22  
  이글 자체로 그곳을 여행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이 여행을 경험하고 싶어  이곳을 방문하게 합니다
어쩜 이렇게 잘 쓰시고 표현력이 좋으신지요?
-"기다려도 그의 미소는 그대로"-
참 멋진 표현입니다.
제가 요즘 새로운 표현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계속 "님"의 팬이 되겠습니다.
-- 아름다운 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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