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여행자들의 태국 여행기(둘째 날 이야기)
제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너무도 재미있었던 여행이라.. 흔적이라도 남길까 하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횡설수설 정신없는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여행만큼이나 어설픈 글이라 부끄럽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여행기였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날 이야기>
깐짜나부리
21일 오전 6시 30분경
태국 오기 전 eco마트에서 1000원 주고 산 알람시계가 시끄럽게 울렸지만 역시나 그 소리가 날 깨우긴 역부족이었다. 이미 씻고 나름대로 준비를 끝낸 일행 덕분에 겨우 침대에 앉았다. 남들은 태국 오면 그 두 시간의 시차 때문에 일찍 깬다던데... 아무튼 그래도 일찍 일어난 편이라 투어시작 시간까지 꽤 여유가 있다. 대충 씻고 조금은 부스스한 모습으로 식당을 찾았다. 이른 시간이라 식사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커피를 주문하고(커피무료 토스트 딸려 나옴) 잔잔히 흐르는 음악을 들으면 강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여행 온 게 다시 실감난다. 바삭한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물자니 게스트 하우스의 다른 투숙객들이 하나하나 식당에 모습을 드러낸다. 약간은 소란스러워졌지만 왠지 그것마저도 기분을 살짝 들뜨게 했다. 헤헤 거기다 토스트를 다 먹자 조그만 바나나 두 개 서비스까지~ 기분 좋게 아침을 먹고 간단하게 짐을 챙겨 다시 게스트 하우스를 나섰다.
21일 오전 8시경
게스트 하우스 입구에서 조금 기다리자니 어제도 본적 있는 굿타임여행사의 하얀 미니버스가 선다. 우리 게스트 하우스를 지나 퐁펜 게스트하우스에서 또 한 일행을 태우고 버스는 사이욕너이폭포를 향했다. 아직 모두 서먹한지 버스 안에서는 적막이 흐른다. 그리고 그런 틈을 타 난 또 잠들었다.--;; 조금 소란스러워 진다 싶었더니 첫 번째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다. 한국의 폭포에 비해 웅장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지만 옥색의 잔잔한 물결이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이곳에 이르자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조금씩 통성명을 하기 시작했다. 태국인 가이드와 왠지 라틴계라 생각했던 어린 영국인 커플과 친절하고 왠지 마음에 들었던 독일인 커플 그리고 유난히 소란스러웠던 그래서 도무지 말 붙일 틈이 없었던 아줌마 커플과 왠지 깐깐한 인상의 호주인 커플이 우리 일행이었다. 간간히 비가 떨어지긴 했지만 처음부터 그랬듯 이곳에서 비는 그냥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처럼 굳이 피하거나 도망가고 싶은 것이 아닌 그냥 내리면 맞으면 그만인(많이 쏟아진 날이 없어서 그런지도) 그런 느낌이다. 가이드였던 태국인 준은 폭포 위쪽으로 올라가보라고 했지만 정작 내 눈길을 끈 건 대나무 들이었다. 어쩜 그리 큰지..-- 늘 보아오던 녀석들이 아니다 잎도 내 팔뚝만한 아무튼 한참을 감탄을 하고 쳐다보고 있으니 준이 내가 대나무를 처음 봤다고 여기는지 대나무에 대해 설명해주는 듯하다. 가장 정확하게 알아들은 죽순은 먹는 거라는 설명도 해준다. 겨우 한 줄 알아들은 말이 기뻐 열심히 끄덕여주고 폭포 위로 올라왔다. 훔.. 폭포 위라 해서 폭포를 내려다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무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아직까지 태국의 자연환경 하나하나가 낯선 것이라 정신없이 사진 찍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헬파이어 계곡이다. 그 곳에 도착할 때쯤 앞에 앉은 호주인 커플에게서 이상야릇한 냄새가 난다. 뭔가 싶어 보니 피부에 뭔가 바르고 있다.
“재들 햇빛도 안 나는데 썬크림 바른다”
흐린 날씨에 재미있다는 듯 일행에게 말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리고 보니 다들 뭔가 바르고 있고 우리의 가이드 준이 모기에 대한 당부를 여러 차례 한다. 그제서야 우리는 아차한다. 게스트하우스에만 모기가 사는 것이 아닐텐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모기...”
헉... 여기서 또 초보자 티를 팍팍 낸다. 투어에서 모기랑 대적하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다. 난처한 표정으로 쭈삣쭈삣 거리고 서있으니 역시나 모기약을 준비 못했는지 어린 영국인 커플이 가이드에게 바르는 모기약이 없냐고 묻는다. 준이 그들에게 모기퇴치로션을 건넸고 눈치를 보다 그들이 다 바르는 순간을 재빠르게 잡아 일행을 찔러 빌려오게 했다. 근데 이 녀석 빌려와서 자기먼저 냉큼 바른다. 그래도 뭐 빌려왔으니까 하고 큰맘 먹고 양보하고 모기 로션 퇴치로션을 건네받았다. 근데 모야.... 내 엄지손톱만큼 밖에 안 나온다. 내가 울상 짓자 준이 와 탁탁 털어보지만 소리만 날뿐 양은 늘어나지 않는다. 도움은 안 될 것 같지만 위로 삼아 바리에 드문드문 바르고 일행을 한 번 째려봐주었다. 헬파이어 계곡은 슬픈 역사가 묻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왠지 모를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평소 일제에 만행 에 유난히 분개하던 일행은 계속 역시 나쁜 놈들야를 연발한다. 초등학교 수학여행 감상문 같은 상투적인 느낌이지만 왠지 그곳에서 죽어간 이들의 모습이 스치면서 슬픈 느낌이 들었다. 유난히 조용한 주변과 흐린 날씨 역시 그런 느낌을 더해주었다. 그 다음은 전쟁 박물관 대충 훑어보고 테라스로 나가니 평화의 접시라는 커다란 접시에 하얀 꽃이 담겨져 있다. 잠시 그곳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실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너무 조용해서 그냥 그렇게 있고 싶었다. 그러다 밖으로 나오니 영국인 여자아이가 앉아있다. 짧은 영어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다른 일행들도 하나 둘 밖으로 나왔다.
21일 오전 11시 40분경
박물관을 나오면서부터 배가고파 은근히 기대하고 있던 차에 식당 같은 곳으로 들어가는 차를 보며 속으로 혼자 소리를 질렀다. 점심 식사는 밥과 밥과 섞어먹을 몇 가지 요리들이었다. 음식을 보자 처음 먹는 태국음식이라는 감격도 잊은 채 먹는 데만 집중했다. 밥그릇이 비어가면서 퍼뜩 정신을 차리니 옆에서는 이야기판이 벌어지고 있고, 영어라면 질색인 내 일행은 평소보다 너무나 열심히 식사에 열중하고 있었다. 뭔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고 싶었지만 정말 말이 너무나 빠르다-- 말하기는 거녕 알아듣기도 힘들다. 몇 가지 여행 정보가 오가는데... 뭐 이야기의 종합은 호랑이 사원은 별로다 정도지만..--;;; 아 돌아가면 정말 열심히 영어 공부 할꺼다라 다짐하며 괜히 디저트인 파인애플을 찔러보고 있자니 어느새 식사를 마친 준이 와 파인애플을 하나 달란다. 가이드에게 파인애플이 안 나왔나 하고 안 쓴 포크에 집어주니 그걸 들고 옆에 있는 작은 연못에 간다. 그리고 들고 물위에서 흔들자 입술 큰 물고기 하나가 뛰어올라 먹는다. 우리의 감탄에 모두의 시선이 준에게 집중되었다.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물고기 먹이주기에 열중한다. 식사 후 드디어 고대하던 코끼리 트레킹 차례인지 준은 우리를 코끼리 한 마리가 덩그라니 매어져 있는 곳에 우리를 버려두고 영국인 커플과 함께 사라진다. 그러고 보니 그들과 일정이 다르다고 했었던 것 같다. 요란했던 점심시간과 달리 조용하다. 그런데 주변의 집들이 참 이색적이다. 나무로 지어진 이층집... 지붕은 마른 나뭇잎이다. 왠지 예전에 보았던 오지체험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것 같은 집이다. 이색 적인 풍경에 두리번 두리번 살피고 있자, 자칭 준의 형이라는 조금은 와일드 하고 서양인들과 다른 의미로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정글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 한 인상의 장발의 남자가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그의 지시에 따라 8명의 일행은 3마리의 코끼리에 나누어 탔다. 커플들을 깨고 싶지 않다고 깐깐해보이던 호주인 두 명이 흔쾌히 다른 코끼리에 올라타 아무런 분쟁 없이 코끼리는 정글 속으로 들어갔다. 처음 타는 코끼리.. 느낌이 이상하다. 그래도 재미있다고 열심히 바꿔진 카메라로 앞사람 찍는 것을 잊지 않으며 한참을 숲을 걸어갔다. 물도 건너고 바나나 밭으로 보이는 곳도 지나고 하다 보니 어느 덧 목적지에 도착이다. 우리를 태우고 온다고 수고한 코끼리에게 10밧짜리 파란 바나나 한 손 사서 먹여주고, 잠시 쉬다 다시 대나무 뗏목을 타고 강을 내려갔다. 잠시 햇빛도 비치고 느긋하게 대나무에 앉아 강을 내려가자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그런데 올라올 때 보다 더 짧다. 아쉬움을 남긴 채 대나무 뗏목에서 내리려는데 갑자기 뗏목이 살짝 가라앉는다. 끝가지 국적을 묻지 못한 아줌마가 무겁다고 놀려서 모두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우리의 가이드 준에 의해 다시 미니버스에 모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크라쎄 동굴, 너무나 조용했던 다른 곳과 달리 그곳에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있었다. 절벽에 붙어 있는 그래서 조금은 아찔한 철도에서 사진을 찍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이 탁 트인다. 잠시 내려와 동굴도 관람해주고 하다 보니 준의 형이 다시 우리를 불러 모은다. 기차를 탈꺼 란다. 잠시 후 노란색의 작아서 장난감 같아 보이는 기차가 플랫폼 안으로 들어섰다. 노란 나무의자로 꾸며진 내부는 현지인과 외국인이 뒤섞여있었다. 자리를 잡고 않아 달리를 기차를 즐겼다. 팬도 에어컨도 없었지만 시원하게 들어오는 바람에 더위를 느낄 수 없다. 몇 개의 역을 지나고 다시 기차에서 내려 여행사 버스에 올라탔다. 조금 더 타고 싶었는데.... 아쉬움을 남기고 오늘 투어의 마지막 장소인 콰이강의 다리이다. 정확히 어떤 곳인지도 모르지만 막연한 낯익음이 느껴지는 그 곳은 그 느낌 그대로 익숙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기차를 타고 지나가 보고 싶지만 그건 다음 기회로 하고 잠시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시장을 구경하고 여행사 버스에 실려 게스트 하우스에 내려졌다.
21일 오후 6시경
무척 피곤했지만 또 그만큼 배가 고팠다. 그래서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곧장 게스트하우스 앞에 있는 타이타이 식당으로 향했다. 역시 손님은 없지만 친절한 미소의 종업원이 우리를 맞는다.
“근데.. 뭐 시켜야하지..”
실로 방대한 분량의 없는 실력이라도 충분히 해석 가능한 단어들이지만 도대체 음식의 정체가 파악이 안되는 메뉴판을 보고 있자니 멍해진다....
“깊게 튀긴밥...-- 과 매운 양념..-- 이게 뭐야??”
파악이 안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그래서 여행 전 음식의 태국어 이름을 알아왔건만 너무나도 그림 같아 보이는 태국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평소보다 2~3는 유심히 메뉴판을 들여다 본 끝에 쏨땀으로 보이는 것과 볶음밥 그리고 너무나 고맙게 쉬웠던 오렌지 주스와 맥주를 시켰다. 그러고도 잠시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다른 음식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웃음 가득한 친절한 직원은 정확히 우리 머릿속에 그리던 음식을 가져다준다. 거기다 맛있기까지 하다. 거기다 너무나 저렴한 가격까지 한껏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또 다시 산책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거리에서 거리 끝까지 너무 짧다. 몇 번 헤매니 금방 해가진다. 해 떨어졌겠다. 배도 부르겠다. 또다시 본능적인 감각이 밀려온다.
"나 졸려..."
세븐일레븐에 들려 내 사랑 플레인요구르트와(양이 정말 마음에 든다 한국의 1.5배 ㅋ 한국에선 하나 먹어도 늘 아쉬웠는데 아주 딱 맞다) 과자 꽃모양 과자 사이에 잼이 든 과자 등 주전부리 몇 개 집어 들고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우리의 귀여운 도마뱀들이 어제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반겨준다. 그리고 언제 청소했는지 너무나 깨끗한 방까지.... 하하 이곳에 와선 기분 나쁠 사이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씻고 모기물린 곳에 만변통치 물파스 한번 쓱 발라주고, 어제까지 밀린 일기와 가계부를 정리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생각할 뜸도 감상할 틈도 없이 잠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너무도 재미있었던 여행이라.. 흔적이라도 남길까 하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횡설수설 정신없는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여행만큼이나 어설픈 글이라 부끄럽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여행기였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날 이야기>
깐짜나부리
21일 오전 6시 30분경
태국 오기 전 eco마트에서 1000원 주고 산 알람시계가 시끄럽게 울렸지만 역시나 그 소리가 날 깨우긴 역부족이었다. 이미 씻고 나름대로 준비를 끝낸 일행 덕분에 겨우 침대에 앉았다. 남들은 태국 오면 그 두 시간의 시차 때문에 일찍 깬다던데... 아무튼 그래도 일찍 일어난 편이라 투어시작 시간까지 꽤 여유가 있다. 대충 씻고 조금은 부스스한 모습으로 식당을 찾았다. 이른 시간이라 식사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커피를 주문하고(커피무료 토스트 딸려 나옴) 잔잔히 흐르는 음악을 들으면 강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여행 온 게 다시 실감난다. 바삭한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물자니 게스트 하우스의 다른 투숙객들이 하나하나 식당에 모습을 드러낸다. 약간은 소란스러워졌지만 왠지 그것마저도 기분을 살짝 들뜨게 했다. 헤헤 거기다 토스트를 다 먹자 조그만 바나나 두 개 서비스까지~ 기분 좋게 아침을 먹고 간단하게 짐을 챙겨 다시 게스트 하우스를 나섰다.
21일 오전 8시경
게스트 하우스 입구에서 조금 기다리자니 어제도 본적 있는 굿타임여행사의 하얀 미니버스가 선다. 우리 게스트 하우스를 지나 퐁펜 게스트하우스에서 또 한 일행을 태우고 버스는 사이욕너이폭포를 향했다. 아직 모두 서먹한지 버스 안에서는 적막이 흐른다. 그리고 그런 틈을 타 난 또 잠들었다.--;; 조금 소란스러워 진다 싶었더니 첫 번째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다. 한국의 폭포에 비해 웅장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지만 옥색의 잔잔한 물결이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이곳에 이르자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조금씩 통성명을 하기 시작했다. 태국인 가이드와 왠지 라틴계라 생각했던 어린 영국인 커플과 친절하고 왠지 마음에 들었던 독일인 커플 그리고 유난히 소란스러웠던 그래서 도무지 말 붙일 틈이 없었던 아줌마 커플과 왠지 깐깐한 인상의 호주인 커플이 우리 일행이었다. 간간히 비가 떨어지긴 했지만 처음부터 그랬듯 이곳에서 비는 그냥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처럼 굳이 피하거나 도망가고 싶은 것이 아닌 그냥 내리면 맞으면 그만인(많이 쏟아진 날이 없어서 그런지도) 그런 느낌이다. 가이드였던 태국인 준은 폭포 위쪽으로 올라가보라고 했지만 정작 내 눈길을 끈 건 대나무 들이었다. 어쩜 그리 큰지..-- 늘 보아오던 녀석들이 아니다 잎도 내 팔뚝만한 아무튼 한참을 감탄을 하고 쳐다보고 있으니 준이 내가 대나무를 처음 봤다고 여기는지 대나무에 대해 설명해주는 듯하다. 가장 정확하게 알아들은 죽순은 먹는 거라는 설명도 해준다. 겨우 한 줄 알아들은 말이 기뻐 열심히 끄덕여주고 폭포 위로 올라왔다. 훔.. 폭포 위라 해서 폭포를 내려다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무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아직까지 태국의 자연환경 하나하나가 낯선 것이라 정신없이 사진 찍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헬파이어 계곡이다. 그 곳에 도착할 때쯤 앞에 앉은 호주인 커플에게서 이상야릇한 냄새가 난다. 뭔가 싶어 보니 피부에 뭔가 바르고 있다.
“재들 햇빛도 안 나는데 썬크림 바른다”
흐린 날씨에 재미있다는 듯 일행에게 말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리고 보니 다들 뭔가 바르고 있고 우리의 가이드 준이 모기에 대한 당부를 여러 차례 한다. 그제서야 우리는 아차한다. 게스트하우스에만 모기가 사는 것이 아닐텐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모기...”
헉... 여기서 또 초보자 티를 팍팍 낸다. 투어에서 모기랑 대적하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다. 난처한 표정으로 쭈삣쭈삣 거리고 서있으니 역시나 모기약을 준비 못했는지 어린 영국인 커플이 가이드에게 바르는 모기약이 없냐고 묻는다. 준이 그들에게 모기퇴치로션을 건넸고 눈치를 보다 그들이 다 바르는 순간을 재빠르게 잡아 일행을 찔러 빌려오게 했다. 근데 이 녀석 빌려와서 자기먼저 냉큼 바른다. 그래도 뭐 빌려왔으니까 하고 큰맘 먹고 양보하고 모기 로션 퇴치로션을 건네받았다. 근데 모야.... 내 엄지손톱만큼 밖에 안 나온다. 내가 울상 짓자 준이 와 탁탁 털어보지만 소리만 날뿐 양은 늘어나지 않는다. 도움은 안 될 것 같지만 위로 삼아 바리에 드문드문 바르고 일행을 한 번 째려봐주었다. 헬파이어 계곡은 슬픈 역사가 묻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왠지 모를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평소 일제에 만행 에 유난히 분개하던 일행은 계속 역시 나쁜 놈들야를 연발한다. 초등학교 수학여행 감상문 같은 상투적인 느낌이지만 왠지 그곳에서 죽어간 이들의 모습이 스치면서 슬픈 느낌이 들었다. 유난히 조용한 주변과 흐린 날씨 역시 그런 느낌을 더해주었다. 그 다음은 전쟁 박물관 대충 훑어보고 테라스로 나가니 평화의 접시라는 커다란 접시에 하얀 꽃이 담겨져 있다. 잠시 그곳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실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너무 조용해서 그냥 그렇게 있고 싶었다. 그러다 밖으로 나오니 영국인 여자아이가 앉아있다. 짧은 영어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다른 일행들도 하나 둘 밖으로 나왔다.
21일 오전 11시 40분경
박물관을 나오면서부터 배가고파 은근히 기대하고 있던 차에 식당 같은 곳으로 들어가는 차를 보며 속으로 혼자 소리를 질렀다. 점심 식사는 밥과 밥과 섞어먹을 몇 가지 요리들이었다. 음식을 보자 처음 먹는 태국음식이라는 감격도 잊은 채 먹는 데만 집중했다. 밥그릇이 비어가면서 퍼뜩 정신을 차리니 옆에서는 이야기판이 벌어지고 있고, 영어라면 질색인 내 일행은 평소보다 너무나 열심히 식사에 열중하고 있었다. 뭔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고 싶었지만 정말 말이 너무나 빠르다-- 말하기는 거녕 알아듣기도 힘들다. 몇 가지 여행 정보가 오가는데... 뭐 이야기의 종합은 호랑이 사원은 별로다 정도지만..--;;; 아 돌아가면 정말 열심히 영어 공부 할꺼다라 다짐하며 괜히 디저트인 파인애플을 찔러보고 있자니 어느새 식사를 마친 준이 와 파인애플을 하나 달란다. 가이드에게 파인애플이 안 나왔나 하고 안 쓴 포크에 집어주니 그걸 들고 옆에 있는 작은 연못에 간다. 그리고 들고 물위에서 흔들자 입술 큰 물고기 하나가 뛰어올라 먹는다. 우리의 감탄에 모두의 시선이 준에게 집중되었다.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물고기 먹이주기에 열중한다. 식사 후 드디어 고대하던 코끼리 트레킹 차례인지 준은 우리를 코끼리 한 마리가 덩그라니 매어져 있는 곳에 우리를 버려두고 영국인 커플과 함께 사라진다. 그러고 보니 그들과 일정이 다르다고 했었던 것 같다. 요란했던 점심시간과 달리 조용하다. 그런데 주변의 집들이 참 이색적이다. 나무로 지어진 이층집... 지붕은 마른 나뭇잎이다. 왠지 예전에 보았던 오지체험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것 같은 집이다. 이색 적인 풍경에 두리번 두리번 살피고 있자, 자칭 준의 형이라는 조금은 와일드 하고 서양인들과 다른 의미로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정글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 한 인상의 장발의 남자가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그의 지시에 따라 8명의 일행은 3마리의 코끼리에 나누어 탔다. 커플들을 깨고 싶지 않다고 깐깐해보이던 호주인 두 명이 흔쾌히 다른 코끼리에 올라타 아무런 분쟁 없이 코끼리는 정글 속으로 들어갔다. 처음 타는 코끼리.. 느낌이 이상하다. 그래도 재미있다고 열심히 바꿔진 카메라로 앞사람 찍는 것을 잊지 않으며 한참을 숲을 걸어갔다. 물도 건너고 바나나 밭으로 보이는 곳도 지나고 하다 보니 어느 덧 목적지에 도착이다. 우리를 태우고 온다고 수고한 코끼리에게 10밧짜리 파란 바나나 한 손 사서 먹여주고, 잠시 쉬다 다시 대나무 뗏목을 타고 강을 내려갔다. 잠시 햇빛도 비치고 느긋하게 대나무에 앉아 강을 내려가자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그런데 올라올 때 보다 더 짧다. 아쉬움을 남긴 채 대나무 뗏목에서 내리려는데 갑자기 뗏목이 살짝 가라앉는다. 끝가지 국적을 묻지 못한 아줌마가 무겁다고 놀려서 모두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우리의 가이드 준에 의해 다시 미니버스에 모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크라쎄 동굴, 너무나 조용했던 다른 곳과 달리 그곳에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있었다. 절벽에 붙어 있는 그래서 조금은 아찔한 철도에서 사진을 찍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이 탁 트인다. 잠시 내려와 동굴도 관람해주고 하다 보니 준의 형이 다시 우리를 불러 모은다. 기차를 탈꺼 란다. 잠시 후 노란색의 작아서 장난감 같아 보이는 기차가 플랫폼 안으로 들어섰다. 노란 나무의자로 꾸며진 내부는 현지인과 외국인이 뒤섞여있었다. 자리를 잡고 않아 달리를 기차를 즐겼다. 팬도 에어컨도 없었지만 시원하게 들어오는 바람에 더위를 느낄 수 없다. 몇 개의 역을 지나고 다시 기차에서 내려 여행사 버스에 올라탔다. 조금 더 타고 싶었는데.... 아쉬움을 남기고 오늘 투어의 마지막 장소인 콰이강의 다리이다. 정확히 어떤 곳인지도 모르지만 막연한 낯익음이 느껴지는 그 곳은 그 느낌 그대로 익숙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기차를 타고 지나가 보고 싶지만 그건 다음 기회로 하고 잠시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시장을 구경하고 여행사 버스에 실려 게스트 하우스에 내려졌다.
21일 오후 6시경
무척 피곤했지만 또 그만큼 배가 고팠다. 그래서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곧장 게스트하우스 앞에 있는 타이타이 식당으로 향했다. 역시 손님은 없지만 친절한 미소의 종업원이 우리를 맞는다.
“근데.. 뭐 시켜야하지..”
실로 방대한 분량의 없는 실력이라도 충분히 해석 가능한 단어들이지만 도대체 음식의 정체가 파악이 안되는 메뉴판을 보고 있자니 멍해진다....
“깊게 튀긴밥...-- 과 매운 양념..-- 이게 뭐야??”
파악이 안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그래서 여행 전 음식의 태국어 이름을 알아왔건만 너무나도 그림 같아 보이는 태국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평소보다 2~3는 유심히 메뉴판을 들여다 본 끝에 쏨땀으로 보이는 것과 볶음밥 그리고 너무나 고맙게 쉬웠던 오렌지 주스와 맥주를 시켰다. 그러고도 잠시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다른 음식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웃음 가득한 친절한 직원은 정확히 우리 머릿속에 그리던 음식을 가져다준다. 거기다 맛있기까지 하다. 거기다 너무나 저렴한 가격까지 한껏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또 다시 산책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거리에서 거리 끝까지 너무 짧다. 몇 번 헤매니 금방 해가진다. 해 떨어졌겠다. 배도 부르겠다. 또다시 본능적인 감각이 밀려온다.
"나 졸려..."
세븐일레븐에 들려 내 사랑 플레인요구르트와(양이 정말 마음에 든다 한국의 1.5배 ㅋ 한국에선 하나 먹어도 늘 아쉬웠는데 아주 딱 맞다) 과자 꽃모양 과자 사이에 잼이 든 과자 등 주전부리 몇 개 집어 들고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우리의 귀여운 도마뱀들이 어제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반겨준다. 그리고 언제 청소했는지 너무나 깨끗한 방까지.... 하하 이곳에 와선 기분 나쁠 사이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씻고 모기물린 곳에 만변통치 물파스 한번 쓱 발라주고, 어제까지 밀린 일기와 가계부를 정리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생각할 뜸도 감상할 틈도 없이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