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여행자들의 태국 여행기(첫째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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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여행자들의 태국 여행기(첫째날 이야기)

YOUNG 4 1533
안녕하세요.
없는 글 솜씨지만 개인적으로 너무나 재미있었던 여행이었기에 여행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랍니다.^^;;
 
<첫째날 이야기>

방콕 -> 깐짜나부리





19일 오후 5시 경 인천공항

“어쩌지 나 떨리는 것 같애.. 비행기 떨어지면 어떡하지..”

쌩초보여행자의 걱정과 함께 그리고 동생에게 뺏어온 배낭을 가장한 책가방과 함께 여행은 시작되었다.

20일 오전 2시 30분 경
19일 한국을 떠나 대만을 거쳐 20일 새벽 드디어 태국 방콕의 돈므앙공항에 입성했다. 드디어 도착했다는 감격도 잠시 어두침침한 공항 안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택시 기사들뿐이고 도무지 어디로 가야할지 감이 안 잡혀 분주히 1층을 왔다 갔다 하다 얼핏 3층 출국장이 새벽에 도착해 그나마 쉬기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는 일행의 말에 3층으로 올라갔다. 다행이 그곳에는 많은 배낭여행객들이 있었고 예정에는 없었지만 흘끔흘끔 그들을 흉내 내 의자 두 개를 붙여 임시 침대를 만들고 잠을 청했다. 근데 의자가 너무 아프고 춥다. 대만 면세점의 푹신푹신한 의자를 벌써 그리워하며 하나 가져간 긴팔 옷으로 추위를 달래며 그래도 머리만 붙이면 잠드는 종족답게 얼핏 잠이 들었다.


20일 오전 6시 경
“야.. 일어나”

낯 설은 공기 때문인지, 불편한 의자 때문인지,  한참 자는데 깨우면 심히 난폭해지는 내 속성을 잘 아는 일행의 소심한 모닝콜(?)에도 눈이 떠진다. 멍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그 사이 우리 옆에 진을 치던 배낭 여행객들은 다 떠나고 나만 덩그러니 남겨져있다. 잠이 확 깬다.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간단한 화장으로 햇빛 보호막을 치고 공항을 나섰다. 태사랑에서 미리 다운 받은 지도를 따라 버스 타는 곳으로 갔다. 헉...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도 버스도 너무 많다. 그리고 59번은 너무 자주 온다. 쭈삣쭈삣하다 첫 번째 버스를 놓치고 타보려고 몸을 움직이는 순간 두 번째 버스를 놓치고 괜히 기억이 틀리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에 가이드북 한 번 더 보고 다음으로 오는 59번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번호도 맞고 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괜히 걱정된다. 잔뜩 긴장된 상태에서 안내원에게 횡성수설을 했다. 다행이 왕궁을 간다는 우리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씽긋 웃어준다. 각각 요금 22밧을 치르고 그래도 혹시 목적지를 놓칠까 노심초사 했지만 역시나  어느새 잠들어 버린다.

20일 오전 7시 30분 경
얼마쯤 지났을까? 문득 잠에서 깨니 사람들이 내리고 있다. 그리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안내원도 우리가 움직이자 ‘여기예요 내리세요. 라는 의미인 듯 여겨지는 미소를 한 번 짓고는 내린다. 일단 내려서 고맙다는 말을 했지만 그곳이 어딘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그리고 또 두리번거리고 있자니 멀리 광장 같은 곳이 보인다. 아마도 싸남루앙이리라... 길을 건너건너 부푼 마음으로 광장 앞에 섰지만 감상은 그저 넓다였다. 그래도 뭔가를 기대했던 우리 앞에 펼쳐진 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넓은 잔디밭과 이불이 뭐냐? 신문 한 장 없이 아무렇게 누워있는 수많은 노숙자들과 까마귀 그리고 우리나라 녀석들보단 몸이 가벼워 보이는 비둘기뿐이었다. 당황해 하면서 누워있는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않으려 애쓰면서 무조건 걸었다. 아 드디어 멀리 하얀색 담이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에 문을 열었을 리 없다. 괜히 왕궁주변을 빙빙 돌았다. 외무성 건물도 보고 국방부건물도 보고 걷다보니 자그마한 공원이 담 너머로 보인다. 입구를 찾아들어가 보니 공원은 생각보다 크고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아마도 현지인들이 운동을 하는 생활 공원인 듯 많은 사람들이 이른 시간에도 조깅이며 그저 손을 올렸다 내리는 체조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사람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간다. 태국 노래로 추측되는(당연한가?) 노래도 나오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분위기 괜찮다. 그런데 음악이 좀 바뀐다 싶더니 운동하던 사람들이 그 자리에 선다. 왠지 우리만 않아있는 그 상황이 어색해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 사이 다시 태국 가요인 듯 한 노래가 나오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들 하던 일을 계속한다.

20일 오전 8시 50분 경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을까? 서둘러 왕궁으로 향했다. 선천적 길치인 난 그렇다 치고 평소 뛰어난 방향 감각을 자랑하는 일행조차 첫 해외여행의 낯설음에 사원입구를 못 찾아 한참을 해매다 단체 여행객들이 줄서 있는 입구를 찾아 250밧을 치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이리 봐도 번쩍 저리 봐도 번쩍이다. 온갖 언어가 난무하는 그곳에서 영어 일본어 한국어 단체 여행객들을 따라다니며 눈치껏 이야기도 듣고 그들이 하는 대로 따라도 해보고 사진을 찍으며 한참을 놀다 그곳을 나왔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아침부터 먹은 것이라곤 인천공항 KTF라운지에서 가져온 과자 하나 나눠먹은 게 다다 뭔가 먹을 게 있나 근처를 살피지만 결국 세븐일레븐에서 물 한 병만 사든 채 여행을 강행했다. 처음이라 그런지 노점상에 음식들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왓 아룬을 둘러보기로 하고 또 걷다보니 작은 시장이 나온다. 시장구경 좋아라하는 우리는 또 한 무리의 단체 여행객들을 슬쩍 따라 시장으로 들어섰다. 그곳엔 태국에 오기 전 보았던 음식이라든지 과일이 선뜻 있지만 소심한 우리는 아직까지도

“아.. 망고스틴이다 저거 맛있다던데..”
“저것도 맛있데..”

말만 할뿐 선뜻 구입은 못한다. 가다보니 배를 타는 곳이 나온다. 단체여행객들은 죽 따라 배를 탔지만 왠지 왓 아룬행 배는 아닌 것 같다. 시장의 위치는 가이드북의 선착장의 위치와 달라도 한참 다르다. 물어보니 역시 아니다. 나와서 다시 걷기 시작한다. 선착장까지 노점상들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마도 쓰던 것으로 보이는 물건들까지 모조리 팔고 있었다. 옛날 시골집 마루 밑에서 꺼낸 듯 한 낡은 물건들이 정겨워보였다. 그런데 선착장은 어디에 있는지? 조금씩 불안해지는 가운데 반갑게도 누군가 말을 걸었다.

“왓포 문 닫았어”

태사랑에서 수없이 읽었던 그 사기꾼인가 보다.

“그래? 하지만 우린 왓 아룬에 가 혹시 배 어디서 타는지 알어?”

아저씨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진다. 그러더니 우리가 가던 방향을 가리키며 쭉 가란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걷다보니 선착장 표지판이 보인다. 짧지만 배 타는 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홍수라도 일어난 듯 넘실거리는 도대체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는 물이었지만 티비에서 보았던 그대로라 오히려 신기했다. 강 옆으로 죽 늘어선 수상 가옥들도 그리고 그 더러운 물에서 수영하고 있는 아저씨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아까까지 화려한 건물들을 계속 보았던 터라 왓 아룬은 그다지 감동적이진 않았다. 태사랑에 보았던 머리 내밀고 사진 찍는 그리고 금액은 정말 밑에 쬐끄만하게 적힌 그곳도 눈으로 확인하고, 그래도 그곳의 일본 여행객들은 금세 돈의 존재를 알아차리고는 유료라면서 자기들끼리 떠들었다. 자신을 찍을라치면 뛰어오려고 일어서다 유료라고 외치는 아줌마의 외침에 사람들이 떠나자 실망하며 자리에 앉는 사기꾼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물론 그 사람에게는 생활이겠지만 그래도 저런 사기는 너무하지 않는가? 

20일 오후12시 30분 경
다시 배를 타고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다시 배고픔과 더위가 밀려온다. 남부터미널로 가야하지만 도무지 힘이 없다. 되도록 택시는 안타려 했지만 어쩌겠는가? 주황색의 예쁜 택시를 잡아타고 남부터미널로 향했다. 원래는 이곳에 내려 밥을 먹고 버스를 깐짜나부리행 타는 게 일정이었지만 택시에 내리자마자 호객꾼에 이끌려 버스를 타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의 의도와 달리 그 버스는 이등 버스였던 것이다.

“이거 100미터 마다 한 번씩 서는 거 아냐?”

배고픔에 지쳐 눈초리가 날카로워진 우리의 시선에도 꿋꿋한 우리의 버스 아저씨는 조금 가다 싶더니 서고 조금 가는가 싶더니 서고한다. 안 그래도 한껏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데 뒤에서는 일본인 남자와 어설픈 일본어를 쓰는 태국 여자애가 떠들어댄다. 그래도 쬐끔 공부 한 적 있다고 해석까지 돼서 들리는데 정말 뒤 돌아서서 조용해~~~~!! 한 마디 해주고 싶은걸 소심한 천성으로 꾹꾹 참으며 3시간 30분여를 달려 깐짜나부리에 도착했다.

20일 오후 4시 30분 경
그리고 내리자 마라 눈 깜짝 할 사이에 우리는 40밧에 자전거 택시에 실려 미리 예약해 둔 플로이 게스트 하우스로 향해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550밧에 이층 방을 2박 예약했습니다.) 체크인을 하자마자 침대위에 널브러져 에어컨 바람에 몸을 맡겼다. 이젠 배도 고프지 않다. 그래도 여행 와서 어찌 누워만 있으랴 몸을 추스르고 밖으로 나갔다. 조금 걷다보니 아까 플로이에서 여종업원이 준 팜플렛의 굿타임 여행사가 보인다. 내일 트래킹을 미리 예약해야겠다는 생각에 들어갔다. ( 여행사나 게스트하우스나 트레킹 가격은 같다. ) 예약을 하고 걷다보니 졸리플록이라고 쓰여진 간판이 보인다. 그제 서야 다시 배가 고파져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다. 티본스테이크와 버섯피자 오렌지주스와 파인애플 주스를 실컷 먹고 나니 움직이기가 힘들다. 소화도 시킬 겸 연합군 묘지까지 슬슬 걷기로 했다. 오토바이 대여점이 정말 많다. 실제도 많은 여행객들이 오토바이를 대여해 타고 있었다. 살짝 혹 하긴 했지만 끊임없는 오토바이 행렬에 금방 맘 접고 설렁설렁 걸어 다니니 해가졌다. 몸도 피곤하고 하니 마사지나 받자하니 피곤에 지쳐있던 일행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일단 이름이 익숙한 졸리플록 마사지로 가 나는 발마사지를 일행은 타이마사지를 각각 한 시간씩 받았다. 어두운 방이에 아로마에 음악까지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다리를 맡기고 누워 있으니 슬슬 잠까지 온다.  기분 좋게 팁까지 주고 마사지 집을 나선다. 실실 거리는 나와 달리 일행의 표정이 엉시원찮다.

“아파 죽는 줄 알았다...”

어두운 표정으로 한 마디 던지는 그를 위로하기 위해 세븐일레븐에 들렸다. 과자 몇 봉지와 음료수를 사니 금방 화색이 돈다. 나도 오는 날까지 열심히 먹었던 플레인 요구르트 하나를 사서 게스트 하우스도 돌아왔다. 그리고 그 곳에는 수많은 도마뱀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말로 들었지만 생각보다 정말 많은 도마뱀들이 게스트 하우스 외벽에 붙어 우리를 반겨(실은 피했지만,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었건만  ㅠ.ㅠ)주었다. 방에 들어와 씻고 먹고 하니 벌써 잠이 온다...

20일 오후 10시경
일기를 쓰려고 했건만 불 끄고 스탠들 불 키고 눕자마자 잠이 든 거 같다..
(난 평소 기절 잠들기로 유명하다.. 일명 3초안에 자기..--;;)
이렇게 태국에서 첫 날이 지나갔다.
4 Comments
피터최 2006.08.29 13:52  
  ㅋㅋ 옛날 생각 납니다. 너무 재미나게 잘 보고 갑니다.
액자 2006.08.29 13:56  
  정말부러운 기절잠들기...
전 기본 30분에 삘받은 날은 1시간정도 뒤척이다
잠들어서 넘 힘들어요....대신 한번 잠들면 아침까지절대로 안깬다는..ㅋㅋㅋ

잼난 여행기 계속 써주세요...~
NA~ 2006.08.29 18:09  
  “아.. 망고스틴이다 저거 맛있다던데..”
“저것도 맛있데..”
말만 할뿐 선뜻 구입은 못한다.

옛날에 저도 그랬답니다....ㅎㅎㅎ
아직도 선뜻 시도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구요...
무척이나 파릇파릇하면서도 정겨운 여행기이네요~
다음 글을 기대합니다~
자유여행현선 2006.08.30 12:19  
  좀있으면 보게될 제 모습이기도 하군요.. ㅋㅋ
저도 좀있으면 가는디..
자유여행은 첨이라서리 여하튼 잼나게 읽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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