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 - 13.
7월 11일 (여행 열세번 째 날)
골든 트라이앵글 투어를 마치고 방콕행 밤버스를 타고 우리는 쿨쿨 자고 있다.
동생들(갈굼족들-_-)은 11일 오후에 비행기를 타고 오기로 하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먼저 떠난다.
동생들은 럭셔리 광광.
누님들은 빈티나 관광이다.
이번 여행에선 처음 경험해 보는 일들이 많았다.
밤버스를 타고 14 시간씩 걸려 라오스도 가고, 9시간 걸려 방콕도 가고.
삼천포는 소도 때려잡을 것 같은 외모와는 달리 굉장히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편이다.
이런 삼천포가 묻지마 관광을 다니는 걸 보면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_-;;
버스나 비행기 안에서 눈만 말똥말똥.
한숨도 못자고 뒤척뒤척 대던 예민한 삼천포가 이번 여행에서 비행기로의 이동 대신
버스를 선택한 건...
물론, 냉장고 판 돈(여행경비)이 간당간당해서 이기도 하지만, 좀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자면
일상에서 나를 괴롭히던 이런 사소한 까탈스러움에서 한 번쯤은 벗어나 보고 싶은 그런
생각에서였다.
몸은 마음보다 먼저 현실 파악을 하나보다...
까칠하고 신경질적이던 마음과는 달리 피곤한 몸은 불편한 버스 의자에서도 잠 속으로 빠져든다.
해외에서 피씨방도 처음 가 봤다.
미소네 위치를 파악하느라.
두근두근-_-;
한국 피씨방이랑 똑 같더라,ㅋ 괜히 긴장했네..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이던가...
한국에서 피씨방이란데를 처음 가 본 건 망구의 꼬드김 때문이었다.
친구들과 만나면...
일단 술 한 잔 하고 그 다음 코스는 ...
담요부터 펴는 거다.-_-;
오고 가는 쌍피 속에 싹트는 우리 우정.-_-
그러나..삼천포는 "이빨의 여왕" "말술의 여왕" "잡기의 영왕" 이라는 칭호가 무색하게
애석하게도 고스톱은 잼병이었다.
비슷한 그림끼리 모으면 점수가 올라간다는 것 정도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늘 고스톱 치기에서는 머릿수 채우는 존재 내지는 사기도박단에 삥 뜯기는 봉같은
존재였었다.
그런 삼천포를 고스톱이라는 아름다운 세계로 인도해 준 망구...-_-;;
망구의 손에 이끌려 인터넷으로 처음 해 본 고스톱의 세계는
아~아~
그곳은...
정녕 천국이었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그날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고스톱을 치러 피씨방을 들락날락 하는 삼천포.
덕분에 인터넷이란 것도 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지금은 이렇게 여행기라는 것도 쓰고 있다...
신선노름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5년 전, 어느 겨울날..
모친이 쥬드의 향학열(?)을 불태우라고 사주신 컴퓨터는 군대 간 쥬드의 공백기를 이용해
삼천포의 고스톱 연마 머신으로 전락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눈 뜨자마자 눈꼽을 주렁주렁 매단 채로 눈이 시뻘개져서 고스톱을 치는 삼천포.
ㅇ ㅏ 싸~~!!!
피박에 쓰리고를 불러 놓고 갑자기 쉬야가 마려워서 화장실로 부리나케 달려가던 삼천포.
급한 마음에 화장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다가 화장실 문턱에서부터 변기까지 쭈욱~미끄러져서
철푸덕~ 하고 엎어지고 말았다.-_-;;
넘어지면서 육중한 몸통에 깔린 오른쪽 팔.
낑낑대며 일어나보니 손목이 욱신욱신하다.
그 아픔을 참고 왼쪽 팔로 오른쪽 팔을 받치고선 고스톱을 치는 삼천포.-_-;;
쓰리고에 피박에 청단에...유후~~!!!!! ㅡㅡ;
그렇게 3시간 정도를 더 고스톱 삼매경에 빠졌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른쪽 손목의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슬슬 걱정이 되어 병원에 가려고 옷을 갈아 입으려는데 옷에 팔을 꿰려는 순간 오른쪽 팔이
툭~하고 힘없이 떨어진다.
울면서 망구에게 전화를 한 삼천포.
삼천포 : 망구야~ 지금 당장 우리집에 좀 와 줘~!!
망구 : 왜그래? 천포야..왜 울어? 무슨 일 있어?
삼천포 : 흐엉~ 팔이 아파서..잉잉..병원에 가려는데...징징징..옷을 못 입겠어...흐에엥...
옷 좀 갈아 입혀줘...우엥~
망구 : 알써, 내가 금방 갈께...
결국 삼천포는 병원에서 전치 10주의 진단을 받고 깁스를 했다.-_-;;;
손목뼈에 금이 가서 뼈 맞추느라 의사와 물리치료사가 삼천포의 팔뚝을 잡아 비트는데
어찌나 아프던지 병원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_-
누가 들음 돼지 잡는 줄 알았을거다.-_-;
빨래도 처음으로 맡겨 봤다.
작년 4박6일의 여행때 약 20여벌의 옷을 바리바리 싸들고 이민가방을 들고 떠났던 삼천포.
올해 여행때는 대폭 줄여 단촐한 옷가지만 몇 개 가지고 갔다.
세탁 서비스는 4번 정도 이용했는데 맡기는 곳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런대로 깔끔하고
편안하게 잘 이용했다.
단, 섬유 유연제를 과다하게 사용하는지 냄새가 장난 아니었다.
캐리어를 열면 화아악 풍겨오던 섬유 유연제의 강렬한 향...
지금은 그 냄새조차도 그리워진다....
국제 전화란 것도 처음으로 걸어봤다.
것두 쥬드에게 치앙마이에 하루 늦게 도착할거란 얘기를 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삼천포는 평소에 여행을 가면 돌아오는 날까지 집에 한 번도 전화를 해본 적이 없다.
울 모친은 삼천포가 돌아오면 평소와는 다르게 반겨 맞아 주신다...캬캬...
하두 소식이 없어서 어디 잡혀 간 줄 알았다며 늘 걱정이셨다.
망구도 이번에 처음으로 여행와서 집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 하면 울 엄마 깜딱 놀라시겠다, 디게 반가워 하실거야...캬캬"
하면서 전화를 거는 망구.
띠리리리링~
망구 : 엄마,나야
망구 모친 :응
망구 : 나 잘있어..
망구 모친 : 응, 끊어~!!(철커덕)
망구 : 여보세요~???? 여보세요~~~~~??? 엄마~~~~~~!!!!!!
역시 무소식이 희소식이다.-_-;;
버스는 아침 6시30분에 방콕에 도착한다.
도착 30분 전.
갑자기 버스 안 불이 환하게 켜지고 요상꾸리한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어찌나 친절한 버스인지 내리기 30분 전부터 미리 알아서 깨워준다.
피곤함과 잠에 쩔어 꾀죄죄한 몰골로 택시를 타고 카오산으로 향하는 우리.
택시 기사는 태국어로 계속 수다를 떤다.
삼천포의 놀라운 대화 능력으로도 알아듣기엔 좀 무리다.
태국기사 :욜라뽕따이~ 팟따이 남쁠라 컵쿤 막 마이 싸이 팍치~~~!
삼천포 : (-_-) 머래?
망구 : 자는 척 하자...-_-;;
태국기사 : 낀 팍치 쌈십 밧 막막 컵쿤 찡징~~빳뽕가리~~!
기사 아저씨의 표정이 재미있어 몇 번 웃었더니, 삘 받았는지 계속 태국말로 떠들어댄다.
뭐라고 대꾸라도 해줘야 예의(?)일 것 같아 가이드북을 뒤져 태국어를 급공부.
삼천포 : (배시시~) 찬 락 쿤~!
태국기사 : 허걱~ 꺄꺄꺄꺄꺄~~~~~~~
계속 뒷자리를 돌아보며 웃는 아저씨.
덕분에 카오산까지 아주아주 유쾌한 기분으로 웃으며 왔다.
말은 안 통해도 서로 즐겁게 웃으며 수다(?)를 떨었다.
찬락쿤 (사랑합니다 라는 뜻입니다.-_-)
카오산 도착하니 7시 30분.
아침의 카오산의 모습은 무척이나 을씨년스럽다.
뭔가 커다란 광풍이 지나간 듯 거리는 쓰레기와 오물로 가득하고 청소부 아저씨들의 빗자루질만
요란스럽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더더욱 스산한 분위기다.
시장에서 10밧 짜리 쌀국수로 아침을 먹고 숙소를 찾아나선다.
동생들 방까지 같이 잡으려니 부담 천만배다.
우리끼리라면 대충 아무데나 잡으면 되는데 유난히 까탈스럽고 깔끔 떠는 동생들 때문에
발걸음이 무겁다.
비 내리는 카오산 거리.
캐리어를 질질 끌고 우리는 비를 맞으며 숙소를 찾아다닌다.
체크 인 시간은 대배분의 숙소가 11시 정도다.
2시간 정도를 헤매다 결국 "오 방콕"에 방을 잡는다.
팬룸/580밧, 에어컨룸/630밧.
10시에 체크인을 할 수 있단다.
남은 시간은 "낸시 맛사지"에서 맛사지를 받으며 때운다.
밤새 버스를 타고 온 몸은 끈끈하고 찝찝하고 피곤에 쩔었다.
맛사지를 받으며 아픈 와중에도 꾸벅꾸벅 졸았다.
10시.
오방콕 5층까지 캐리어를 들고 낑낑대며 올라간다.
방은 휑하니 생각보다 별로다.
건물과 복도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데 비해 방은 좀 별루였다.
오방콕과의 소소한 인연 두가지.
1.태국에 입국 할 때 입국카드에 숙소 이름을 오방콕으로 적었었다.
많고 많은 숙소 중에 하필 오방콕이라는 이름이 생각난 걸 보면 아마도 이렇게 묵게 될
인연이었나 보다.
2.작년 묻지마 관광 때, 칸차나부리 투어를 가려고 홍익인간 앞에서 기다리다 못 볼 꼴을 봤다.-_-
오방콕 건물 2층 방 창문에 서서 우리를 내려다보던 한 남자.
무심코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샤워를 하고 나왔는지 벗은 체로 수건을 들고 있던 그 남자.
삼천포 : 오호~ 몸 좋네~! 캬캬..시방 몸 자랑 하는겨~?
망구 : 천...포...야.....ㄲ ㅑ 악~~~~~~~~~~!!!!!
망구의 비명소리에 놀라서 보니 상체만 벗은 게 아니라 아랫도리 까지 홀랑 다 벗은 상태였다.-_-
이른 아침 공복에, 속이 뒤집혔다.-_-;;;
0.1 초만에 고개를 돌리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우리가 미니 버스를 타고 떠날때 까지 창문에 붙어 서서 실실 쪼개던 변태 시키..
우리가 중딩이던 시절..
어린이 대공원에 놀러 갔다가, 바바리맨과 마주쳤었다.
늦은 밤 불빛 하나 없는 껌껌한 길거리에서 바바리를 입고 친절하게도 후레쉬 불빛을 특정 부위에
갖다 대고 우리를 향해 걸어오던 바바리맨 -_-;;
망구와 삼천포는 으아아아아아아악~~!!!!!! 하고 괴성을 지르고 울면서 도망쳤었다.
2년 전 아침 출근길..
또다시 마주친 바바리맨 -_-;;
바바리맨 : 저기..아가씨~!!!
하고 부르는 소리에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훌렁 까고 있는 남자 -_-;;
근데, 나 이제 겁 많고 순진했던 중딩 아니거든..
나두 이제 늙을만큼 늙었거든..-_-;;
바바리맨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핸드폰을 꺼낸다.
삼천포 : 여보세요? 거기 112죠? 여기 명일동 사거린데요.아침부터 까고 있는 변태 시키 좀
잡아가세요~!!!
그러자, 갑자기 후다닥 도망가버리는 바바리맨 -_-;;;
이젠 놀라지 않는다고,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카오산의 바바리맨은 여전히 적응 안되는 놈이었다.
오늘 하루는 카오산에서 널널하게 지내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빡쎈 일정으로 힘겹게 보냈다.
이동 시간도 너무 길었고,보름에 3개국을 순회하려니 조금은 벅차기도 했다.
오늘 하루는 늙은 몸 이끌고 다니느라 고생한 우리에게 주는 상으로 낮술(-_-)을 하사했다.
카오산에서 우연히 아가를 만났다.
너무 반가워서 방방 뛰며 얼싸안고 좋아하는 우리.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었다.
치앙마이에서 밤버스로 와서 밤에 꼬따오로 떠난다는 아가는 피곤한데다 샤워도 못해서
괴로워했다.
결국, 숙소로 외간 남자를 끌어들인(?) 우리.ㅋ
동생들 방에 배낭을 갖다 놓고 샤워를 하고 잠이 든 아가.
어찌나 깔끔한 성격인지 아가가 잠시 쉬다가 나온 동생들 방은 청소 아줌마가 다녀간 듯
말끔함 그 자체였다.
4시에 온다던 동생들이 6시가 넘었는데도 소식이 없다.
홍익인간 게시판에 오방콕에 묵고 있다고 써놓고도 혹시나 해서 복도로 나가서 목을 길게
빼고 동생들을 기다리는 망구.
삼천포는 기다림에 지쳐 쿨쿨 자고 있다.
결국 6시가 훌쩍 넘어 도착한 동생들.
59번 버스를 타고 버벅대며 오느라 늦었단다.
태사랑에 써있던 정보들을 다 이용해보고 싶었다나...
여행 며칠만에 가져 온 화장품 샘플이 똑 떨어져 버린 우리.
그동안 스킨 샘플과 쥐어 짜서 바른 로션이 전부였다.
동생들의 가방을 뒤져 그동안 고생한 피부에 에센스를 덕지덕지 바른다.
동생들의 가방을 열어 본 순간...
두 놈 합쳐 백화점 화장품 코너 입점 해도 되겠다.-_-;;
5박6일 여행에 이민 가방을 싸들고 온 동생들의 가방에 넘쳐나는 화장품들.
광몽아, 미안~~^^
니 에센스 두께 3cm 로 내 달덩이 같은 얼굴에 쳐발랐어~ㅋㅋ
저녁은 동대문에서 김치말이 국수를 먹었다.
작년 묻지마 관광 때 여행 첫 날 더위 먹고 쓰러질 뻔 한 망구를 살려 줬던(?) 고마운
김치말이 국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김치말이 국수에 도전해봤다.
김치를 살짝 볶아서 멸치로 우려 낸 육수에 국수를 넣고...
먹어보고...
토할 뻔 했다...
삼천포의 모친은 맛깔 나는 손맛으로 동네 요리계에서 좀 논다 하는 아줌마들을 다 평정했는데
그런 모친의 딸인 삼천포는 지가 만들어 놓고도 지가 먹어 보고 토한다.-_-;
저녁을 먹고 낸시맛사지에서 얼굴 맛사지를 받는다.
미남계(-_-)를 동원해 500밧.
넷이 나란히 누워 열심히 맛사지를 받는다.
작년에 받았을 때 길다란 바늘같은 거로 피지를 빼주는 게 무지 신기했었다.
맛사지가 끝나고 과도하게 뿌려준 파우더 덕분에 가부끼 화장을 한 우리들.
서로의 얼굴을 볼 때마다 화들짝 놀란다.
그날 밤 카오산의 밤거리에는 부담스럽게 허연 달 네개가 동동 떠다녔다.
카오산의 풍경이 넘넘 신기하고 재밌다며 광몽이는 들떠 있다.
이번이 세 번째 태국행인 광몽이는 카오산은 처음이다.
거리 구경을 한다며 혼자서 길을 나선다.
피곤한 노땅들은 카페에 앉아서 맥주나 마신다.
광몽이는 쥬드의 절친한 후배이자 삼천포와 만날때마다 포옹으로 인사하는 너무나 사랑하는
동생이다.
항상 미소 띈 착한 얼굴에,상냥하고 차분한 말씨까지 조신한 착한 아이지만.-_-;;
이 아이의 특징은 상냥하고 다정스런 말투로 미소 지으며 상처 주기다.-_-;
삼천포 : 내가 어떤 사람한테 트랜스젠더라고 뻥 쳤어...캬캬..
광몽 : 에이~ 누가 그 뻥을 믿어요?
삼천포 : 캬캬...재밌자나 -_-
광몽 : 누나는 너무 이쁘고(-_-) 키도 커서 어쩜 속을지도 모르겠다.
삼천포 : ^__^ 정말 정말? 나 이뻐? 캬캬캬..
광몽 :그치만 누나처럼 등치가 산만한 트랜스젠더가 어딨어요?
삼천포 : -_-;;;;
헬스를 해서 근육이 막 생기기 시작하는 쥬드
쥬드 : 내 가슴 만져 바바...많이 나왔지? 캬캬..
광몽 : 그러네, 형 운동 열심히 했나봐..
쥬드 : 멋있지? 멋있지? 간지 나지?캬캬캬..
광몽 : 아줌마 가슴 같애. 쫌 만 더 처지면 보정 브라 해야겠다...
쥬드 : -_-;;;
오늘 하루는 정말 한 일이 없다.
맛사지 받고 술 마신 것 외에는...
여행자의 권리 중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거릴 권리"를 확실히 실천에 옮겼다.
빡 세게 돌아다니는 것도,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카오산이나 실실 돌아댕기는 것도
모두 즐겁다.
여행지에서는 모든 사소한 일들이 다 즐겁다.
가끔은 짜증도 나고 힘들어서 한숨도 나지만 그런 힘들었던 순간들조차도 너무나 아쉽게
느껴지는 여행 막바지에 다다른 날 밤이었다.
* 여행을 다녀온 뒤...
늘 생활해 오던대로 평범한 일상에 젖어 꼴에 몇 번의 여행 경험이 있답시고
후유증이 별로 없어서 내심 좋아했었습니다.
첫 여행, 그리고 두번 째 여행, 세번째 여행 때까지는 그놈의 징글징글한
여행 후유증에 시달리느라 일상에 적응하기가 무지 힘들었었죠.
여행을 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두근거림과 후유증은 점점 줄어듭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 불행이라고 해야할 지...
그러나 가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때나 이른 잠에서 깨어난 새벽녘에 혼자서
우두커니 있을 때...
가슴속으로 서늘한 바람이 휑하니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럴 때면 멍하니 앉아 태국을 그리고 라오스를 생각합니다...
예전만큼의 독한 후유증은 아니지만...
은근히..질기게.....
끊임없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잔잔한(?) 후유증도 만만치 않네요..흐흐..
* 아마도 다음 여행기가 마지막이 될 듯 싶습니다.
아쉽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그러네요..ㅋ
*맛사지 사진입니다.-_-;;;
쥬드는 단독 사진! ㅋ
골든 트라이앵글 투어를 마치고 방콕행 밤버스를 타고 우리는 쿨쿨 자고 있다.
동생들(갈굼족들-_-)은 11일 오후에 비행기를 타고 오기로 하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먼저 떠난다.
동생들은 럭셔리 광광.
누님들은 빈티나 관광이다.
이번 여행에선 처음 경험해 보는 일들이 많았다.
밤버스를 타고 14 시간씩 걸려 라오스도 가고, 9시간 걸려 방콕도 가고.
삼천포는 소도 때려잡을 것 같은 외모와는 달리 굉장히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편이다.
이런 삼천포가 묻지마 관광을 다니는 걸 보면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_-;;
버스나 비행기 안에서 눈만 말똥말똥.
한숨도 못자고 뒤척뒤척 대던 예민한 삼천포가 이번 여행에서 비행기로의 이동 대신
버스를 선택한 건...
물론, 냉장고 판 돈(여행경비)이 간당간당해서 이기도 하지만, 좀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자면
일상에서 나를 괴롭히던 이런 사소한 까탈스러움에서 한 번쯤은 벗어나 보고 싶은 그런
생각에서였다.
몸은 마음보다 먼저 현실 파악을 하나보다...
까칠하고 신경질적이던 마음과는 달리 피곤한 몸은 불편한 버스 의자에서도 잠 속으로 빠져든다.
해외에서 피씨방도 처음 가 봤다.
미소네 위치를 파악하느라.
두근두근-_-;
한국 피씨방이랑 똑 같더라,ㅋ 괜히 긴장했네..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이던가...
한국에서 피씨방이란데를 처음 가 본 건 망구의 꼬드김 때문이었다.
친구들과 만나면...
일단 술 한 잔 하고 그 다음 코스는 ...
담요부터 펴는 거다.-_-;
오고 가는 쌍피 속에 싹트는 우리 우정.-_-
그러나..삼천포는 "이빨의 여왕" "말술의 여왕" "잡기의 영왕" 이라는 칭호가 무색하게
애석하게도 고스톱은 잼병이었다.
비슷한 그림끼리 모으면 점수가 올라간다는 것 정도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늘 고스톱 치기에서는 머릿수 채우는 존재 내지는 사기도박단에 삥 뜯기는 봉같은
존재였었다.
그런 삼천포를 고스톱이라는 아름다운 세계로 인도해 준 망구...-_-;;
망구의 손에 이끌려 인터넷으로 처음 해 본 고스톱의 세계는
아~아~
그곳은...
정녕 천국이었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그날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고스톱을 치러 피씨방을 들락날락 하는 삼천포.
덕분에 인터넷이란 것도 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지금은 이렇게 여행기라는 것도 쓰고 있다...
신선노름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5년 전, 어느 겨울날..
모친이 쥬드의 향학열(?)을 불태우라고 사주신 컴퓨터는 군대 간 쥬드의 공백기를 이용해
삼천포의 고스톱 연마 머신으로 전락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눈 뜨자마자 눈꼽을 주렁주렁 매단 채로 눈이 시뻘개져서 고스톱을 치는 삼천포.
ㅇ ㅏ 싸~~!!!
피박에 쓰리고를 불러 놓고 갑자기 쉬야가 마려워서 화장실로 부리나케 달려가던 삼천포.
급한 마음에 화장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다가 화장실 문턱에서부터 변기까지 쭈욱~미끄러져서
철푸덕~ 하고 엎어지고 말았다.-_-;;
넘어지면서 육중한 몸통에 깔린 오른쪽 팔.
낑낑대며 일어나보니 손목이 욱신욱신하다.
그 아픔을 참고 왼쪽 팔로 오른쪽 팔을 받치고선 고스톱을 치는 삼천포.-_-;;
쓰리고에 피박에 청단에...유후~~!!!!! ㅡㅡ;
그렇게 3시간 정도를 더 고스톱 삼매경에 빠졌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른쪽 손목의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슬슬 걱정이 되어 병원에 가려고 옷을 갈아 입으려는데 옷에 팔을 꿰려는 순간 오른쪽 팔이
툭~하고 힘없이 떨어진다.
울면서 망구에게 전화를 한 삼천포.
삼천포 : 망구야~ 지금 당장 우리집에 좀 와 줘~!!
망구 : 왜그래? 천포야..왜 울어? 무슨 일 있어?
삼천포 : 흐엉~ 팔이 아파서..잉잉..병원에 가려는데...징징징..옷을 못 입겠어...흐에엥...
옷 좀 갈아 입혀줘...우엥~
망구 : 알써, 내가 금방 갈께...
결국 삼천포는 병원에서 전치 10주의 진단을 받고 깁스를 했다.-_-;;;
손목뼈에 금이 가서 뼈 맞추느라 의사와 물리치료사가 삼천포의 팔뚝을 잡아 비트는데
어찌나 아프던지 병원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_-
누가 들음 돼지 잡는 줄 알았을거다.-_-;
빨래도 처음으로 맡겨 봤다.
작년 4박6일의 여행때 약 20여벌의 옷을 바리바리 싸들고 이민가방을 들고 떠났던 삼천포.
올해 여행때는 대폭 줄여 단촐한 옷가지만 몇 개 가지고 갔다.
세탁 서비스는 4번 정도 이용했는데 맡기는 곳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런대로 깔끔하고
편안하게 잘 이용했다.
단, 섬유 유연제를 과다하게 사용하는지 냄새가 장난 아니었다.
캐리어를 열면 화아악 풍겨오던 섬유 유연제의 강렬한 향...
지금은 그 냄새조차도 그리워진다....
국제 전화란 것도 처음으로 걸어봤다.
것두 쥬드에게 치앙마이에 하루 늦게 도착할거란 얘기를 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삼천포는 평소에 여행을 가면 돌아오는 날까지 집에 한 번도 전화를 해본 적이 없다.
울 모친은 삼천포가 돌아오면 평소와는 다르게 반겨 맞아 주신다...캬캬...
하두 소식이 없어서 어디 잡혀 간 줄 알았다며 늘 걱정이셨다.
망구도 이번에 처음으로 여행와서 집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 하면 울 엄마 깜딱 놀라시겠다, 디게 반가워 하실거야...캬캬"
하면서 전화를 거는 망구.
띠리리리링~
망구 : 엄마,나야
망구 모친 :응
망구 : 나 잘있어..
망구 모친 : 응, 끊어~!!(철커덕)
망구 : 여보세요~???? 여보세요~~~~~??? 엄마~~~~~~!!!!!!
역시 무소식이 희소식이다.-_-;;
버스는 아침 6시30분에 방콕에 도착한다.
도착 30분 전.
갑자기 버스 안 불이 환하게 켜지고 요상꾸리한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어찌나 친절한 버스인지 내리기 30분 전부터 미리 알아서 깨워준다.
피곤함과 잠에 쩔어 꾀죄죄한 몰골로 택시를 타고 카오산으로 향하는 우리.
택시 기사는 태국어로 계속 수다를 떤다.
삼천포의 놀라운 대화 능력으로도 알아듣기엔 좀 무리다.
태국기사 :욜라뽕따이~ 팟따이 남쁠라 컵쿤 막 마이 싸이 팍치~~~!
삼천포 : (-_-) 머래?
망구 : 자는 척 하자...-_-;;
태국기사 : 낀 팍치 쌈십 밧 막막 컵쿤 찡징~~빳뽕가리~~!
기사 아저씨의 표정이 재미있어 몇 번 웃었더니, 삘 받았는지 계속 태국말로 떠들어댄다.
뭐라고 대꾸라도 해줘야 예의(?)일 것 같아 가이드북을 뒤져 태국어를 급공부.
삼천포 : (배시시~) 찬 락 쿤~!
태국기사 : 허걱~ 꺄꺄꺄꺄꺄~~~~~~~
계속 뒷자리를 돌아보며 웃는 아저씨.
덕분에 카오산까지 아주아주 유쾌한 기분으로 웃으며 왔다.
말은 안 통해도 서로 즐겁게 웃으며 수다(?)를 떨었다.
찬락쿤 (사랑합니다 라는 뜻입니다.-_-)
카오산 도착하니 7시 30분.
아침의 카오산의 모습은 무척이나 을씨년스럽다.
뭔가 커다란 광풍이 지나간 듯 거리는 쓰레기와 오물로 가득하고 청소부 아저씨들의 빗자루질만
요란스럽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더더욱 스산한 분위기다.
시장에서 10밧 짜리 쌀국수로 아침을 먹고 숙소를 찾아나선다.
동생들 방까지 같이 잡으려니 부담 천만배다.
우리끼리라면 대충 아무데나 잡으면 되는데 유난히 까탈스럽고 깔끔 떠는 동생들 때문에
발걸음이 무겁다.
비 내리는 카오산 거리.
캐리어를 질질 끌고 우리는 비를 맞으며 숙소를 찾아다닌다.
체크 인 시간은 대배분의 숙소가 11시 정도다.
2시간 정도를 헤매다 결국 "오 방콕"에 방을 잡는다.
팬룸/580밧, 에어컨룸/630밧.
10시에 체크인을 할 수 있단다.
남은 시간은 "낸시 맛사지"에서 맛사지를 받으며 때운다.
밤새 버스를 타고 온 몸은 끈끈하고 찝찝하고 피곤에 쩔었다.
맛사지를 받으며 아픈 와중에도 꾸벅꾸벅 졸았다.
10시.
오방콕 5층까지 캐리어를 들고 낑낑대며 올라간다.
방은 휑하니 생각보다 별로다.
건물과 복도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데 비해 방은 좀 별루였다.
오방콕과의 소소한 인연 두가지.
1.태국에 입국 할 때 입국카드에 숙소 이름을 오방콕으로 적었었다.
많고 많은 숙소 중에 하필 오방콕이라는 이름이 생각난 걸 보면 아마도 이렇게 묵게 될
인연이었나 보다.
2.작년 묻지마 관광 때, 칸차나부리 투어를 가려고 홍익인간 앞에서 기다리다 못 볼 꼴을 봤다.-_-
오방콕 건물 2층 방 창문에 서서 우리를 내려다보던 한 남자.
무심코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샤워를 하고 나왔는지 벗은 체로 수건을 들고 있던 그 남자.
삼천포 : 오호~ 몸 좋네~! 캬캬..시방 몸 자랑 하는겨~?
망구 : 천...포...야.....ㄲ ㅑ 악~~~~~~~~~~!!!!!
망구의 비명소리에 놀라서 보니 상체만 벗은 게 아니라 아랫도리 까지 홀랑 다 벗은 상태였다.-_-
이른 아침 공복에, 속이 뒤집혔다.-_-;;;
0.1 초만에 고개를 돌리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우리가 미니 버스를 타고 떠날때 까지 창문에 붙어 서서 실실 쪼개던 변태 시키..
우리가 중딩이던 시절..
어린이 대공원에 놀러 갔다가, 바바리맨과 마주쳤었다.
늦은 밤 불빛 하나 없는 껌껌한 길거리에서 바바리를 입고 친절하게도 후레쉬 불빛을 특정 부위에
갖다 대고 우리를 향해 걸어오던 바바리맨 -_-;;
망구와 삼천포는 으아아아아아아악~~!!!!!! 하고 괴성을 지르고 울면서 도망쳤었다.
2년 전 아침 출근길..
또다시 마주친 바바리맨 -_-;;
바바리맨 : 저기..아가씨~!!!
하고 부르는 소리에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훌렁 까고 있는 남자 -_-;;
근데, 나 이제 겁 많고 순진했던 중딩 아니거든..
나두 이제 늙을만큼 늙었거든..-_-;;
바바리맨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핸드폰을 꺼낸다.
삼천포 : 여보세요? 거기 112죠? 여기 명일동 사거린데요.아침부터 까고 있는 변태 시키 좀
잡아가세요~!!!
그러자, 갑자기 후다닥 도망가버리는 바바리맨 -_-;;;
이젠 놀라지 않는다고,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카오산의 바바리맨은 여전히 적응 안되는 놈이었다.
오늘 하루는 카오산에서 널널하게 지내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빡쎈 일정으로 힘겹게 보냈다.
이동 시간도 너무 길었고,보름에 3개국을 순회하려니 조금은 벅차기도 했다.
오늘 하루는 늙은 몸 이끌고 다니느라 고생한 우리에게 주는 상으로 낮술(-_-)을 하사했다.
카오산에서 우연히 아가를 만났다.
너무 반가워서 방방 뛰며 얼싸안고 좋아하는 우리.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었다.
치앙마이에서 밤버스로 와서 밤에 꼬따오로 떠난다는 아가는 피곤한데다 샤워도 못해서
괴로워했다.
결국, 숙소로 외간 남자를 끌어들인(?) 우리.ㅋ
동생들 방에 배낭을 갖다 놓고 샤워를 하고 잠이 든 아가.
어찌나 깔끔한 성격인지 아가가 잠시 쉬다가 나온 동생들 방은 청소 아줌마가 다녀간 듯
말끔함 그 자체였다.
4시에 온다던 동생들이 6시가 넘었는데도 소식이 없다.
홍익인간 게시판에 오방콕에 묵고 있다고 써놓고도 혹시나 해서 복도로 나가서 목을 길게
빼고 동생들을 기다리는 망구.
삼천포는 기다림에 지쳐 쿨쿨 자고 있다.
결국 6시가 훌쩍 넘어 도착한 동생들.
59번 버스를 타고 버벅대며 오느라 늦었단다.
태사랑에 써있던 정보들을 다 이용해보고 싶었다나...
여행 며칠만에 가져 온 화장품 샘플이 똑 떨어져 버린 우리.
그동안 스킨 샘플과 쥐어 짜서 바른 로션이 전부였다.
동생들의 가방을 뒤져 그동안 고생한 피부에 에센스를 덕지덕지 바른다.
동생들의 가방을 열어 본 순간...
두 놈 합쳐 백화점 화장품 코너 입점 해도 되겠다.-_-;;
5박6일 여행에 이민 가방을 싸들고 온 동생들의 가방에 넘쳐나는 화장품들.
광몽아, 미안~~^^
니 에센스 두께 3cm 로 내 달덩이 같은 얼굴에 쳐발랐어~ㅋㅋ
저녁은 동대문에서 김치말이 국수를 먹었다.
작년 묻지마 관광 때 여행 첫 날 더위 먹고 쓰러질 뻔 한 망구를 살려 줬던(?) 고마운
김치말이 국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김치말이 국수에 도전해봤다.
김치를 살짝 볶아서 멸치로 우려 낸 육수에 국수를 넣고...
먹어보고...
토할 뻔 했다...
삼천포의 모친은 맛깔 나는 손맛으로 동네 요리계에서 좀 논다 하는 아줌마들을 다 평정했는데
그런 모친의 딸인 삼천포는 지가 만들어 놓고도 지가 먹어 보고 토한다.-_-;
저녁을 먹고 낸시맛사지에서 얼굴 맛사지를 받는다.
미남계(-_-)를 동원해 500밧.
넷이 나란히 누워 열심히 맛사지를 받는다.
작년에 받았을 때 길다란 바늘같은 거로 피지를 빼주는 게 무지 신기했었다.
맛사지가 끝나고 과도하게 뿌려준 파우더 덕분에 가부끼 화장을 한 우리들.
서로의 얼굴을 볼 때마다 화들짝 놀란다.
그날 밤 카오산의 밤거리에는 부담스럽게 허연 달 네개가 동동 떠다녔다.
카오산의 풍경이 넘넘 신기하고 재밌다며 광몽이는 들떠 있다.
이번이 세 번째 태국행인 광몽이는 카오산은 처음이다.
거리 구경을 한다며 혼자서 길을 나선다.
피곤한 노땅들은 카페에 앉아서 맥주나 마신다.
광몽이는 쥬드의 절친한 후배이자 삼천포와 만날때마다 포옹으로 인사하는 너무나 사랑하는
동생이다.
항상 미소 띈 착한 얼굴에,상냥하고 차분한 말씨까지 조신한 착한 아이지만.-_-;;
이 아이의 특징은 상냥하고 다정스런 말투로 미소 지으며 상처 주기다.-_-;
삼천포 : 내가 어떤 사람한테 트랜스젠더라고 뻥 쳤어...캬캬..
광몽 : 에이~ 누가 그 뻥을 믿어요?
삼천포 : 캬캬...재밌자나 -_-
광몽 : 누나는 너무 이쁘고(-_-) 키도 커서 어쩜 속을지도 모르겠다.
삼천포 : ^__^ 정말 정말? 나 이뻐? 캬캬캬..
광몽 :그치만 누나처럼 등치가 산만한 트랜스젠더가 어딨어요?
삼천포 : -_-;;;;
헬스를 해서 근육이 막 생기기 시작하는 쥬드
쥬드 : 내 가슴 만져 바바...많이 나왔지? 캬캬..
광몽 : 그러네, 형 운동 열심히 했나봐..
쥬드 : 멋있지? 멋있지? 간지 나지?캬캬캬..
광몽 : 아줌마 가슴 같애. 쫌 만 더 처지면 보정 브라 해야겠다...
쥬드 : -_-;;;
오늘 하루는 정말 한 일이 없다.
맛사지 받고 술 마신 것 외에는...
여행자의 권리 중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거릴 권리"를 확실히 실천에 옮겼다.
빡 세게 돌아다니는 것도,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카오산이나 실실 돌아댕기는 것도
모두 즐겁다.
여행지에서는 모든 사소한 일들이 다 즐겁다.
가끔은 짜증도 나고 힘들어서 한숨도 나지만 그런 힘들었던 순간들조차도 너무나 아쉽게
느껴지는 여행 막바지에 다다른 날 밤이었다.
* 여행을 다녀온 뒤...
늘 생활해 오던대로 평범한 일상에 젖어 꼴에 몇 번의 여행 경험이 있답시고
후유증이 별로 없어서 내심 좋아했었습니다.
첫 여행, 그리고 두번 째 여행, 세번째 여행 때까지는 그놈의 징글징글한
여행 후유증에 시달리느라 일상에 적응하기가 무지 힘들었었죠.
여행을 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두근거림과 후유증은 점점 줄어듭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 불행이라고 해야할 지...
그러나 가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때나 이른 잠에서 깨어난 새벽녘에 혼자서
우두커니 있을 때...
가슴속으로 서늘한 바람이 휑하니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럴 때면 멍하니 앉아 태국을 그리고 라오스를 생각합니다...
예전만큼의 독한 후유증은 아니지만...
은근히..질기게.....
끊임없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잔잔한(?) 후유증도 만만치 않네요..흐흐..
* 아마도 다음 여행기가 마지막이 될 듯 싶습니다.
아쉽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그러네요..ㅋ
*맛사지 사진입니다.-_-;;;
쥬드는 단독 사진!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