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de의 나를 따라와 - 5
전날 과음으로 완전 시체처럼 널부러져 자고 있는데 방문을 쿵쾅쿵쾅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시끄럽지만 조낸 귀찮다. 다행히도 광몽이의 침대가 문이랑 더 가깝다...^^;
광몽이가 문을 여니 삼천포 누나랑 망구 누나가 미친 듯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누나들은 들어오자마자 광몽이를 얼싸안고 난리도 아니다.
Jude는 아직도 침대에서 명상 중이다.(-.-)Z z z...
"Jude야~~~"
삼천포 누나가 와락 안기는데, 소주 냄새가 폴폴 난다. -.ㅡ;
그러더니 바로 침대로 고꾸라진다.
삼천포와 망구 누나는 사이좋게 내 침대와 광몽이 침대에 한 명씩 대자로 뻗어 잔다. -_-;
잠도 덜 깼는데 졸지에 침대를 빼앗겨 버렸다. ㅠ_ㅠ
광몽이가 누나들 푹 잘 수 있게 우리는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이 인간은 내 앞에서는 열흘 굶은 하이에나 같은데, 삼천포 누나 앞에서는 한 마리의 순한 양처럼 행동한다.
아, 가증스러워~!~!~!
밖으로 나와 아점 먹을 곳을 찾는다. 우리는 맛집, 멋집 찾아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냥 눈에 띄는 식당이 있길래 들어가 볶음밥을 시킨다. 남쁠라를 안준다.
"형, 우리 옛날에 태국 왔을 때 밥에다 비벼 먹던게 뭐지? 그거 먹고 싶은데..."
종업원을 불러 남쁠라를 달라고 했더니 새모이만큼 준다.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더 내놔!!! 이 번엔 쥐똥고추를 듬뿍 담아 내준다. 밥에다 비벼 맛있게 먹는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광몽이가 또 산통을 깬다.
"근데, 형은 머리도 되게 나쁜 사람이 어제부터 보니까 음식 이름은 기가 막히게 잘외우네..ㅋㅋ"
"너도 나이 들어봐, 늙으면 밥심으로 사는거야...-.ㅡ;"
밥을 먹고 나와 PC방에서 한 시간쯤 죽때리다 숙소로 돌아오니 노친네들은 아직도 자고 있다.
공포의 꼬잡기로 누나들을 깨웠다.
삼천포 누나가 헬로 태국 주황색을 둔탱공주님에게 빌려주고 깜빡하고 못받았단다.
오늘도 '묻지마 관광'을 해야 할 팔자인가 보다!
잠이 덜 깬 누나들을 대신해 광몽이와 터미널에서 VIP버스를 예약하고 돌아오니
누나들이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다.
대장금 옆에 'MK 쑤끼'를 먹으러 갔다. 매번 '코카수끼'만 가다보니 'MK 쑤끼'는 처음이다.
잘난척하며 코카에서 했던 것처럼 일단 야채를 이것저것 주문한다.
알바생이 잘난척하는 Jude를 제지하며 메뉴판을 보여준다.
"아놔~~~야채모듬세트! 이거 시키면 되잖아~!"
깨갱하고 야채모듬세트를 주문한다. 잘난척 하다 스타일 구겼다. -.-;
게걸스럽게 쑤끼를 먹고 난 현장!!!
우리는 먹는데 바빠서 음식 사진도 잘 안찍는다..ㅋㅋ
수끼를 맛나게 먹고 배를 두드리며 환전을 하러 센탄에 들렀다가
원래는 도이수텝을 가고 싶었지만 오늘은 시간이 늦어서 힘들 것 같다는 미소네 사장님의 말에
썽태우를 잡아타고 선데이 마켓으로 갔다.
삼천포 누나에게 쇼핑은 98순위이지만, Jude에게 쇼핑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특히 Jude는 이번에 태국에 가서 꼭 사오고 싶은 물건이 있었다.
처음엔 사람들 발음이 이상해서 쉐라인줄 알았는데 자꾸 듣다보니 이것의 이름은 쉐다.
솜펫 마켓에 이어 선데이 마켓에서도 Jude는 쉐다를 찾아 헤맨다.
알럽 쉐다~~~♡
(방콕 씨티 가이드북에서 스캔한 사진)
쉐다 어디서 파는지 알려 주실 분 없나여?
사람도 많고, 노점도 무척 많다.
고산족인지, 고산족인척 하는 건지...
어쨌거나 고산족 어린이가 나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구경꾼들이 몰린다.
구경도 하고, 흥정도 하고, 군것질도 하며 구경을 하는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차양이 살짝 내려진 공간이 보이길래 잽싸게 자리깔고 앉는다.
뒤늦게 그곳을 발견한 사람들이 우리 일행을 조낸 부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처음엔 아~좋아...그랬는데 남들은 서서 비오는 선데이 마켓의 풍경을 구경하는데,
우리는 서있는 사람들의 궁뎅이만 하염없이 감상했다.(__)
빗방울이 조금씩 가늘어진다. 여행까지 와서 비를 피하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다.
비를 맞으며 우리는 다시 구경길에 나선다.
예쁜 아로마 향초 세트가 보인다.
작은 누나한테 면세점에서 삥뜯은 목걸이가 캥겨 작은 누나의 선물로 한 세트 구입했다.
광몽이는 라오스 갈 때 신을 슬리퍼를 고른다.
한 바퀴를 다 둘러보니 다리가 슬슬 아파온다. 맛사지가 받고 싶다.
미소네 근처로 돌아와 어제부터 점찍어 뒀던 '골든 핑거 맛사지'에 가서 맛사지를 받았다.
맛사지를 받으니 조금씩 졸음이 밀려온다.
하지만 잠이 들면 대충대충 할까봐 두 눈을 부릅뜨고 참는다..ㅎㅎ
맛사지를 받고 삼천포 누나는 이장님과 오토바이를 타러가고 우리는 술을 마시기로 했다.
콘도 맞은 편의 술집에 들어갔는데 '찜쭘'이라는 걸 파는 가게란다.
찜쭘은...알고봤더니 쑤끼 같은거다.
우린 낮에 쑤끼를 먹었다고...분위기가 좋아서 아쉽지만 옆 집으로 갔다.
낮에는 브런치를 파는 그저그런 평범한 가게이긴한데, 서비스가 너무 좋다.
종업원 한 명이 옆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맥주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두 손으로 공손하게
맥주를 채워준다. 포크도 비닐에 포장해서 접시에 조심스럽게 올려준다.
VIP 서비스를 받으며 처음으로 마셔본 'LEO' 은근히 맛있더라...
VIP 서비스는 중독성이 강하다..ㅋㄷㅋㄷ
오토바이를 타던 삼천포 누나와 이장님이 '찜쭘'가게로 들어 간다.
삼천포를 부르러 가려고 하는데 종업원들이 모두 일어나 삼천포에게 옆 가게를 가리킨다.
ㅇㅎㅎ
삼천포와 이장님이 들어오니 손님이 늘어서인지 종업원이 한 명이 더 온다.
이젠 두 명이 양 쪽에서 VIP 서비스를 해준다.
무심코 완샷을 하던 삼천포 누나는 VIP 서비스에 깜짝 놀랜다.
처음엔 조낸 부담스러웠는데 VIP 서비스에 점점 중독된다.
안주도 떠먹여주고, 술도 입에 부어 넣어 줄 기세다.
한 번 시도해봐? ^^;
안주를 몇 개 시켰는데 전부 팍치향이 강해 광몽이와 Jude만 먹는다.
마침 가게 앞으로 리어카 자전거가 한 대 지나간다.
망구 누나가 아저씨를 불러 한치를 산다. 그 와중에도 Jude는 따라나가 오지랖 넓게 흥정을 한다.
똑딱이 디카 IXY60의 플래쉬 압박
삼천포 누나가 한국에 돌아가기 싫다고 휴가 중인 Jude에게 리턴 날짜를 변경해달라고 징징거린다.
"난 휴가중이야...서울에 전화해서 직접 말해!!!"
"담당자 주제에 고객을 쌩까? 컴플레임 걸테닷~!~!"
삼천포의 우악스러운 팔뚝이 Jude의 목을 조른다.
"지금 에바 변경해도 웨이팅이란 말야, 웨이팅 클로즈 걸린거 밤마다 들락거리며 겨우 풀어줬더니...ㅡㅡ;"
그렇다!
에바 항공은 워낙 인기폭발이라 왠만해서는 웨이팅 잡기도 힘들다.
여행을 오기 전, Jude의 휴가가 조금 미뤄져서 삼천포 누나의 일정이 에바로는 맞출 수가 없었다.
Jude가 타이항공을 권유하지만 삼천포는 냉장고 판 돈이 전부라며 에바가 아니면 안간다고 배짼다.
그때까지만해도 광몽이는 태국에 갈 마음이 없었고, 혼자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는
소심한 Jude는 삼천포가 안가면 휴가를 미룰까도 고민을하다 출산 휴가가 코앞에 닥친 여직원 때문에
휴가를 미루면 그 짧은 휴가마저 짤릴 것 같아 밤이면 밤마다 CRS를 두들겨서...
눈물겹게 삼천포의 에바항공에 대기 예약을 걸었었다.
대기가 걸리자마자 에바항공에 매일매일 읍소해 출발 이틀 전에서야 확약을 받아냈다.
그런줄도 모르는 삼천포는 인터넷 고객 게시판에 최악의 직원으로 Jude를 씹겠단다.
정말 최악의 고객이다.
베트남/캄보디아 출장 갔을 때 이후 이렇게 진상 손님은 처음 본다.
아, 씨엠립 전세기 패키지까지 진두지휘하던 Jude의 꼴은 말이 아니다.
아, 존심 상해~!~!
Jude의 목을 조르던 삼천포는 대략 이런 모습...ㅡ,.ㅡ
듣던 바와 다르게 수줍음 많은 이장님은 말이 별로 없다. 누나들이 이중인격자라고 열라 비웃는다.
더 마시고 싶지만 내일은 '골든 트라이앵글 투어'를 하기로 해서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이장님과 빠이빠이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그냥 자긴 너무 허전하다.
광몽이와 망구 누나가 세븐 일레븐에가서 맥주를 사온다.
전 날의 과음 탓인지 누나들이 속도를 못낸다. 망구 누나의 남은 술까지 내가 다 마신다.
어째 내일 아침이 불안하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