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니잖아~ 아유타야 여행사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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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룽족의 일상탈출 4> 이건 아니잖아~ 아유타야 여행사 투어

따라구룽 6 1300
결론부터 말해야겠다. 지루한 글 읽기에 끝까지 안 읽을 분 계실 듯 해서.
아유타야 여행사 투어는 한마디로 꽝이었다.
절대로 절대로 하지 마시라고 말리고 싶다.
단, 아유타야 갔다 왔다고 점 찍고 싶으신 분은 다녀오셔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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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가지 요금은 불쾌해! 좀~

처음 방콕에 왔을 때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에 머물렀다.
그때 기억은 끔찍해서 (현지인에 대한 비하와 일주일내내 술마시러 다니는 사람들과
좁은 방과 줄 서서 이용해야 했던 불편한 화장실 등) 차라리 말 잘 통하지 않는 현지인 숙소를 이용하는 게 건강에 이롭겠다 생각했다.

그랬는데.. 이번엔 짐 맡길 곳도 알아볼 겸 홍익인간에 갔다.
치앙마이로 가는 여행사버스 가격을 물어보니 350밧이라고 한다.
출국전까지 270밧이니, 300밧이니 하는 글을 봤는데 350밧?
300밧으로 알고 있다고 하니 그 사이 가격이 올랐단다.
현지 여행사를 알아볼까 하다가 그냥 구입하기로 했다.
종일 돌아다녀 피곤하기도 했고 짐 맡기는 보관료 주는 셈 치기로 했다.
내가 넘 너그러웠나?

그러면서 가방 맡길 생각에 물었다.
짐 보관해 주냐고.
아침 9시에 문 연다고 그때 맡기라고 한다.
9시면 너무 늦은 거 아닐까? 갑자기 걱정이 됐다.

그래서 다시 물어봤다.
실은 내가 아유타야 다녀올 생각이다. 아침 9시에 짐 맡기면 시간이 너무 늦을까봐 좀 걱정이 된다.
치앙마이행 버스를 타려면 아유타야에서는 최소한 몇시에는 출발해야 할까?

적어도 3시쯤에는 차를 타야 할 거다. 차라리 여행사 투어하지 그러냐고 한다.
더워서 많이 보기도 힘들 테고 왔다갔다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이러면서.
아유타야 가는 데 차막힐 거 염두에 두고 넉넉하게 두시간은 잡아야 된다면서
그렇게 얘기하니 혼자 다녀온다는 게 불가능할 것처럼 생각되었다.
괜히 왔다갔다 바쁘기만 하고 제대로 보지는 못하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이러는 건 아닐까 하고.

다시 물었다.
그럼 투어를 하면 몇 시에 짐을 맡아줄거냐?
7시에 투어가 떠나는데 그때 짐가방도 들고 와서 숙소 안에 맡기면 된다고 한다.
그래 장사는 장사다.
그래서 예정에 없던 여행사 투어를 하게 되었다.

여행사 투어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정작 현지 주민들에게는 별 이익도 없이 방콕 여행사만 돈 버는 투어는 안하고 싶었다.
혼자 가서 뚝뚝기사와 흥정도 하고 느긋하게 내 신체리듬에 맞춰 돌아다니고 싶었는데..
괜히 걱정이 한 가득 밀려들어서 그만 투어를 신청하고 말았다.
방파인 궁을 가지 않는 조건으로 500밧에 했다.
방파인 궁까지 포함하면 600밧이더라.
(아유타야 투어에서 다른 한국인 업소-동대문-에서 투어신청한 한국인 학생을 만났다.
그녀는 방파인 궁 포함해서 650밧을 지불했다고 했다.)

- 이건 아니잖아~
새벽 여섯시 일어나서 다시 짐 정리에 돌입했다.
선물을 너무 일찍 샀다. 벌써부터 짐이 늘었다. >.<
샤워하고 짐 정리하고.. 홍익인간 앞으로 갔다.
7시쯤 온다던 픽업차는 오지 않았다.

기다리던 사람들이 차가 왜 이리 안오는 거냐 신경을 곤두세울 무렵,
수상시장 투어하는 사람들과 한 차에 실려 카오산 로드로 달렸다.
거기서 다시 목적지별로 헤쳐 모여~하고는 아유타야로 출발했다.
출발시각 대략 7시 30분.
미니버스엔 한국인 관광객, 스페인 커풀, 러시아 출신 이스라엘인, 독일인 등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했다.
숫적으로는 한국인 수가 가장 많았다.

이 봉고는 정말 더웠다.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에어컨은 있으나 마나였다.
푹푹 찌는 차에 꽉꽉 채워진 상태로 투어내내 괴로웠다.

8시 45분경 방파인 궁전 옆 주차장에 도착했다.
방파인 궁전에 가는 사람과 아닌 사람들로 나누고는 별 다른 설명 없이 궁전에 가는 사람만 데려간다.
우리 차 운전기사는 영어를 거의 못하는 사람이었고, 설명도 없이 저 쪽에 가 있으라고 몸짓을 했다.
강(?) 건너에 사원이 보였는데 거기를 다녀오란 말인지 어떤 건지, 얼마나 시간이 있는지 전혀 말이 없었다.

급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달려가서 물었다.
여기서 얼마나 머무는지 저기 절에 다녀오면 되는건지..
1시간 있다 출발한다고 했다.
다른 여행객들에게 그렇게 알려주고는 강 건너 사원으로 갔다.

강 이쪽과 저쪽을 건너다주는 탈 것이 있어 흔들거리며 건너갔다.
처음엔 이게 무슨 원리로 움직이는 걸 몰라서 사람들이 앉으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인줄 알았다.
나중에 보니 강 건너편 망루같은 곳에 사람이 있어 사람들이 탈 때마다 움직여주는 것이었다.
재미로 왔다갔다 할 생각을 했다가 부끄러워서 관뒀다. 미안하기도 했고...
[image]s_IMG_0019.JPG[/image]

사원은 특이했다. 서양종교의 영향을 받아 고딕 양식의 교회모양의 외관을 한 사원이었다.
사원은 대대적인 외부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건물을 돌아 뒤쪽편에 사원으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었다.
교회모양의 외관에 스태인드 글라스를 한 사원이라 특이한 멋이 있었다.
물론 볼 것이 많은 절은 아니다.
[image]s_IMG_0009.JPG[/image]
[image]s_IMG_0014.JPG[/image]

일찍 서두르느라 아침을 거른 탓에 힘이 없었다.
30분도 채 머물지 않고 강을 건넜다.
주차장 부근의 노상식당으로 향했다.
마침 일하시는 분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밥이 정말 맛있게 보였다.
나는 타이어를 못하고 이분들은 영어를 못하지만 만국인의 공통어, 바디 랭기지가 있지 않은가!

언니가 먹는 거, 나도 먹고 싶어.
밥을 가리키고, 언니는 닭도 가리키고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30밧.
흥정을 끝낸 후 자리에 앉았다.
한참 밥을 먹는데 왼편에서 숨결이 느껴졌다.
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입안에 먹을 것이 한가득 들어있어서 악!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입술을 굳게 다문 채로 읔.. 소리를 내며 폴짝 뛰었다.)

거대한 몸짓의 개가 불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 옆 5센티미터 거리에서. --;;;

내 동작에, 소리에 놀란 주인아주머니와 아저씨는 빗자루를 들고 달려오셨고
불쌍한 큰 개는 도망다니다 옆 자리 태국인 의자 밑으로 피신했다.
그 개는 배가 고팠던 것이다.
자꾸 쳐다보면 내가 닭고기라도 나눠줄 줄 알았던 모양인데
내가 비명을 질러대고 화들짝 놀라니 저도 놀란 모양이다.
빗자루에 맞고 비명 지를 때 미안한 감정에 움찔거렸다.

[image]s_IMG_0018.JPG[/image]

한시간은 금방 지났고, 늦게라도 챙겨먹은 아침 때문에 든든하기도 했다.
(물론 그 든든함은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허기를 느껴야 했지만..)

다음 코스에서는 영어를 하는 가이드가 간단한 설명을 곁들여 주었다.
"버마군이 쳐들어와서 여기 있던 건물과 사원을 다 파괴했거든..."
근데 기억나는 건 별로 없다. 단체로 어디를 다녀오면 늘 그랬다.
정해진 시간안에 돌아다니는 건 짜증스럽기도 하다. 제대로 기억나는 게 없다.
아니면 내 머리가 나빠서일수도 있다.

[image]s_IMG_0022.JPG[/image]

카오산에서 그날 미니버스 세 대가 함께 와서 이들을 모두 인솔하여 그 한명의 가이드가 설명했다.
그게 그날의 거의 유일한 설명이었던 듯 싶다.

이후 투어가 끝날 때까지 자꾸 스피드 보트 타라며 옵션을 강요했다.
1인당 150밧에서 100밧으로 내리더니 나중엔 얼마까지 더 내려갔는지 모르겠다.

여행을 혼자하다 보면 가끔씩 불쾌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는 그 가이드가 그랬다.
이래저래 돌아다니는데 그늘에서 앉아 쉬던 가이드가 벌떡 일어서더니 달려온다.
뭔일인가 싶어 쳐다봤더니 슬슬 웃으면서 말을 건넨다.
" 너 한국에서 왔다고 했지? "
" 응 (멀뚱멀뚱)"
" 너 혼자 왔지? (이러면서 느끼한 웃음을 날린다)"
" 응 "

느낌이 찝찝. 그래서 뒤도 안 돌아보고 쌩~ 다른 쪽으로 달려갔다.
이후로는 역시 혼자 투어에 온 동생과 다녔다.

가이드는 있으나 마나. 설명도 없고 끊임없이 옵션하라며 달려들고...
이건 아니잖아!
아유타야를 이렇게 대충대충 설렁설렁 돌아다니다니 말이 안된다.
다시는 여행사 투어는 안한다.
그렇게 아유타야는 다시 숙제로 미뤄뒀다.
인연이 있다면 다시 찾아올 수 있겠지.

[image]s_IMG_0030.JPG[/image]

람부뜨리에 묵고 있던 동생이 더울 텐데 샤워라도 하라며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갔다.
무진장 고마웠다. 그런데 이름도 물어보질 못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서 이름은 서로 물어보질 않게 됐다.


* 귀가 얇아도 안된다. 정보는 힘이 있다.

1. 내가 좀 더 많은 계획을 세워뒀더라면, 더 많은 정보를 알았다면
첫날에 바로 아유타야로 갔을 것이다.
아유타야에서 1박을 하고, 그 멋진 야경도 보고(entendu님이 추천해주셨던!)
마음도 몸도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을 텐데..
치앙마이로 가는 여행자버스는 아유타야에 들러서 다른 여행자들을 싣고 치앙마이로 갔다.
혹시라도 치앙마이로 가실 여행자분은 참고하시길...

2.  다음날 치앙마이로 가는 여행사 버스에서 만난 한국인 아저씨는 300밧에
표를 구입하셨다 했다. 10밧에도 맘이 상하는데 기분 나쁘겠다며 위로하셨다.
방콕에서 치앙마이 가는 버스는 대개 300밧이었던 모양이다.
반대로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내려올 때도 여행사 버스를 이용했다. 이유는? 워낙 저렴하니까. 내가 묵었던 숙소와 묻고 다녔던 여행사에서는 거의 350밧이었다. 드물게 340밧, 330밧도 있긴 했지만. 그래서 내려올  때도 350밧을 지불했다. 이번엔 다들 350밧을 지불했기에 억울하거나 아깝단 생각은 없었다.
6 Comments
걸산(杰山) 2006.09.04 18:01  
  방콕에서 치앙마이까지 타고 간 여행사버스는
또 어땠을까 궁금하네요.

그 버스도 결코 만만치 않았을 거 같은 데 말이죠.
따라구룽 2006.09.04 18:17  
  걸산님, 그것 까지 적으면.. 글이 정말 더 장황해져요. 나름 깔끔하고 간결한 글 선호하는데 왜 자꾸 글이 길어질까요? --;
걸산(杰山) 2006.09.04 18:27  
  따라구룽 님 그렇군요 - 저는 치앙마이를 기차로 가서 버스는 어땠을까 궁금해서랍니다. 더구나, 북부터미널에 가서 타는 일반버스도 아니고, 여행사버스라니까요^^

앞으로도 재미 있는 글 계속 올려 주세요.
따라구룽 2006.09.05 11:18  
  앗, 민망..^^;; 워낙 이번 여행길엔 한국분들을 많이 만나서 절 눈치챌 분이 있을 거라 걱정은 했습니다만.. 근데 전 늘벗님이 뉘실지 짐작이 안되네요. ^^;
늘벗(^^)/ 2006.09.05 13:08  
  전 아유타야 첫번째 정거장(?)에서 우연히 아는 친구를 만났었던 긴팔 남방의 남정네입니다..
기행기 잘 보고 있고 기다리겠습니다~ ^^
(불편하신거 같아 윗글은 지웁니다.. ^^;)
자유여행현선 2006.09.10 00:01  
  그리고 홍익인간에서는 지역색을 따지먼 머라고 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지역특색인것 같아요. 경상도 분들이라고 하시거든요. 그래도 친해지면 정말 잘해주신다던데.. 그리고 짐은 혹익여행사에서 돈(5밧 인가 10밧인가)내고 맡기시는게 맘이 편하실듯.... 얼마 안하잖아요...  태국여행 10번이상 한 아는동생이 여짓껏 다니면서 내린 결론이에요.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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