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de의 나를 따라와 - 1
Thank God It's Friday
오늘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휴가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내일부터 휴가지만, TG 657편으로 퇴근 후 바로 한국을 뜰 것이니까...
암튼 기분이 좋다.
아침에 캐리어를 질질질~~~끌고 출근을 하는데 마음은 이미 태국에 가있다.
작년에는 휴가를 잡아 놓고 갑자기 행사가 밀려 휴가를 가면서도 뒤통수가 따가웠는데,
올해는 너무너무 한가해서 누구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해줄 것도 없다..ㅋㅋ
단지, 한 가지 걱정이라면...
올해 서른이 되면서, 삼십대의 몸매로 급변신을 한 것이다!
내 평생에 60kg을 넘어본 적이 없다가 처음 태국을 갔을 때...
졸업 후, 백수로 몇 개월을 놀다보니 갑자기 10kg가 불어 방콕을 굴러다녔었다.
그때는 옷을 좀 붙게 입던 스타일이라 갑자기 살이 쪄서 맞는 옷이 하나도 없어
박스티를 몇 개 급조해서 갔었다.
-.ㅡ;
그때 한이 맺혀, 돌아와 헬스를 끊고, 절치부심!!!
작년에 다시 태국을 찾았을 때에는 다시 슬림한 몸매로 돌아와
한풀이 하듯 하루에 세 벌씩 옷을 갈아 입었었다.
작년에 남들한테 이민가냐고 조낸 씹혔던 한풀이용 캐리어...
친구의 가방과 너무 비교된다..ㅋ~
그런데, 올해 서른이 되면서 다시금 급 뚱뚱해졌다...ㅡ,.ㅡ
삼천포 누나가 "니가 무슨 설경구냐? 체중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게..냐하하~!~!"
하고, 조낸 비웃는다.
자기는 평생동안 일관성 있게 뚱뚱한 몸매면서...쳇~!
아무튼 맞는 옷도 별로 없고, 작년에 저 캐리어를 들고 다니느라 무지 고생해서
이번에는 조금 싸이즈를 줄이기로 했다.
그렇다고, 나는 절대 기내 반입용 싸이즈를 가져가지는 않는다.
내 생애 기내 반입용 캐리어는 딱 두 번 들어봤다.
제주도 2박 3일 갈 때랑, 상해 출장 2박 3일 갈 때...^^;
나에게 6박 7일은 남들에게 한 달짜리 여행과도 같은 의미이다.
어쨌거나, 뚱뚱하던 날씬하건 간에 여행을 간다는 것은 사람을 들뜨게 한다.
낮에 의왕시에 있는 거래처에서 호출이 왔다.
거래처의 위치를 아는 사람이라고는 싸장님과 Jude뿐인데 울 싸장님...
어젯 밤 홍콩으로 뜨셨다!
25인치짜리 캐리어를 질질 끌고 종로에서 의왕시까지 간다.
사람들이 다들 쬐려보지만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해~♬
무거운 몸과는 달리 마음은 두둥실 떠올라 방콕 하늘 아래 사뿐히 안착해 있었다!
의왕시 버스 노선을 당근 모르기 때문에 공항 버스가 다니는지를 모르겠어서...
사무실을 나오기 전에 인덕원역에서 가장 빨리 공항버스를 탈 수 있는 곳을 검색해보니
삼각지역이 제일 만만한 것 같아 광몽이를 삼각지역에서 만나기로했다.
버스는 방금 지나갔는지 오래도록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거기다가 노선표를 살펴보니 김포공항을 경유해서 가는 버스다.
광몽이가 옆에서 조낸 궁시렁 거린다.
광몽이는 8년 전에 대학에 입학하면서 청주에서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왔었다.
그때까지만해도 순박하고, 수줍음 많고, 소심한 프레쉬맨이었는데...
내가 그 동안 스파르타식으로 잡초처럼 키웠더니 이제 날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다.
말빨은 또 어찌나 쎈지...
이성적이지 못한 Jude는 광몽의 말빨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Jude가 광몽이에게 앞서는 것은 나이와 힘뿐인지라...
냅다 뒷통수를 한 대 후려갈기며 육두문자 몇 마디 날려준다...^^;
광몽이가 바락바락 대드는 사이 버스가 온다. 광몽이를 쌩까고 냅다 버스에 오른다.
버스에서도 그렇게 티격태격하는 사이 김포공항에 다다를즈음 삼천포에게서 전화가 온다.
삼천포가 한국을 떠나기 전, 광몽이는 중요한 면접이 남아 있어 우리와 함께 태국을 못 갈 것 같다고 했었다.
그래서 삼천포는 내가 혼자 태국으로 오는 줄 알고 있었다.
삼천포 : "Jude야, 나 내일 치앙마이에 도착 못할거 같아. 혼자 치앙마이에서 하루만 기다려."
Jude : "아냐, 괜찮아! 광몽이도 같이 가고 있어..."
삼천포 : "오늘 꼭 갈려고 했는데 차를 놓쳤어...하루만 혼자서 기다려!"
Jude : "광몽이랑 같이 간다니깐!"
삼천포 : "그래, 미안해...최대한 빨리갈께, 미소네에서 혼자서 기다리고 있어..."
뚜뚜뚜...전화가 끊긴다.
노인네가 가는 귀를 먹은 건지 전화선 상태가 안좋은 건지 삼천포는 혼자서 동문서답하다 끊는다.
ㅡㅅㅡ
전화를 끊고 잠시 수다를 떨다보니 인천 공항에 도착하였다.
체크인을 위해 TG 카운터로 갔다. 이쁜 언냐가 상냥하게 우리를 맞이해준다.
Agent라고 말하면,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 잘 해준다던 사수님의 말이 떠올라 비굴 모드로 친한척하며
Agent라는 걸 조낸 강조한다.
"저기...제가 APIS도 입력했고, 마일리지도 미리 다 입력했거든요?"
"아, 그러세요? 좋은 Agent 만나셨나봐요?"
Agent라고 몇 번 강조했자나...-.ㅡ;
"아니, 제가 직접했다구요...그런데 CRS로 좌석지정하려고보니 앞자리가 별로 안뜨던데...
혹시, 앞자리 있음 앞좌석으로 좀 바꿔주실래요?
"아, 맞다! Agent라고 하셨죠? 네 앞으로 옮겨드릴께요, 두 분 옆자리로 해드리면되죠?"
샤방샤방 미소를 날리는 그 언니 좀 정신이 없어 보이긴해도 친절하시다.
"ㄳㄳ"
공항에 일찍 도착해서, 버거킹에서 요기를 하고, 면세품도 찾았는데도 시간이 남는다.
광몽이가 SKT 라운지에 가자고 한다.
요근래 출장이거나 휴가거나 항상 시간이 빠듯해서 지금껏 공항 라운지를 이용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처음으로 공항 라운지도 이용해봤다. 음료수, 맥주는 물론 인터넷과 국제전화도 공짜다.
라운지에서 최대한 삐대다가 맥주 각 2개씩 들고 라운지를 조용히 빠져 나왔다.
비행기에 탑승하니...세상에나! @ㅅ@
그 샤방샤방 웃던 TG 카운터 언냐! 우리를 2-4-2 좌석의 양쪽 Aisle seat로 찢어놨다.
아, 그 언냐 정신 없을 때 눈치챘어야 하는건데...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