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여행자들의 태국 여행기(셋째 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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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여행자들의 태국 여행기(셋째 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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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이야기>

깐짜나부리 -> 파타야



22일 오전 7시 30분경
오늘도 어김없이 eco마트 1000원 시계에 깨어난 일행에 의해 침대에 앉았다. 어제 그렇게 일찍 잤건만... 깐짜나부리의 조용함에는 최면가루라도 섞여 있나보다. 겨우 세수만 하고 부스스한 표정으로 게스트하우스 식당으로 향했다. 어제보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난 오늘 오렌지 주스랑 베이컨~ 커피 싫어 커피 안 먹어...”

자리에 앉자마자 일행 녀석이 선언한다. 어제 아침메뉴를 유심히 보더니만...--;; 저거 였단 말인가?? 그리고 내가 아무 말 안함에도 아침은 든든히 먹어야한다느니 아침에 빵과 커피만 먹고 어찌 사나느니 말이 많다...

“그래 먹어라 먹어....--;;;”

그렇게 오늘도 무사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와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파타야로 향하는 날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파타야라는 곳은 그리 끌리는 곳은 아니었고 그 시간을 아유타야나 방콕에 투자하고 싶었지만 여름휴가라 바다는 가야한다는 일행의 주장아래 일정에 넣게 되었다. 어찌됐든 즐거운 마음으로 썽태우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22일 9시경
자 이제 부터가 문제다. 깐짜나부리를 올 때 타고 왔던 지루한 2등 버스에 더 이상 시달리고 싶지 않았기에 첫날보다 신중해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썽태우에서 내리자마자 달려든 2등 버스의 호객행위를 물리치고(!!!) 아침에 열심히 연구했던 방콕행 1등버스 승차장으로 향했다. 이제부터가 문제이다. 파타야를 가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방콕행 버스가 가는 남부 터미널이 아닌 동부로 가는 버스를 타야했고 그래도 이틀 여행 했다고 이제 좀 자신감이 생겨 동부터미널로 가는 버스냐고 묻고 또 물어 버스표 한 장을 손에 쥐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분명히 동부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몇 대 없을 터 인데 지금 출발하려고 대기 하는 버스는 번호로 보나 뭐로 보나 남부로 가는 것 같은데.. 모두들 그 버스를 타라고 한다. 미심쩍지만 소심한 우리는 일단 버스에 올라타고 계속 걱정을 시작했다.

“에잇.. 남부로 가면 거기서 또 연구해보지 뭐 거기서도 파타야 가는 버스는 있고 여차하면 택시도 있고..”

우리의 예감은 적중했고 버스는 정확하게 남부터미널의 버스 사이에 우리를 덩그러니 내려놓았다. 

“어쩌지?”

“일단 표나 구해보자”

그리고 너무도 쉽게 파타야행 버스표 두 장을 구하고 보니 1시간 정도의 여유가 생긴다. 그제서야 배고픔이 느껴진다. 어제 타이타이에서 용기를 얻은 우리는 다시 태국 음식에 도전해보기로 하고 터미널 근처의 노점상을 뱅뱅 돌지만 역시나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결국 생리현상의 벽에 부딪혀 깨끗한 화장실이 있음직한 근처 kfc에 자리를 틀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메뉴판을 아무리 들어다 봐도 단품 햄버거 메뉴가 없다. 셋트메뉴랑 음료들만 죽...... 일행이야 아무거나 고르면 되지만 탄산음료를 못 마시는 나는 세트 메뉴는 일단 닭집이니 치킨 들어간 거 아무거나 시켜보자는 생각에 열심히 설명하는데 치킨으로 된 뭔가가 없단다...--;;; 그리고 뭔가를 추천해 주기에 무조건 예스를 하고 받긴 했는데 영 파악을 할 수 없다.. 보통 햄버거 보다 크기도 작고 맛도 좀 이상야릇하고... 그래도 일단 배고프니 먹고 본다. 그리고 한참 후에 누군가가 징거버거를 시키는 것을 보고야 똑같은 이름의 버거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당연한 건가??..-- 아무튼 외국 나가서 내가 바보 됨을 느끼고 다시 파타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22일 오후 3시 30분 쯤
역시 파타야로 가는 동안은 쭉 잠에 빠져 있었기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잠 덜 깬 얼굴로 버스에서 내리니 깐짜나부리에서 봤던 썽태우들이 죽 늘어서 있다. 그리고  가는 곳을 묻더니 무작정 타란다. 일행이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지만 잠이 덜 깬 나는 일단 타고 봤다. 조금 기다리니 다른 외국인 무리들이 우르르 우리의 썽태우에 올라탄다... 근데... 너무 많이 탔다 자리가 비좁다. 그렇게 끼어서 이 사람들이 우리 보다 늦게 내리면 어쩌나 걱정을 하며 아이스인 (아이스인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에어컨 더블 440밧)으로 향했다. 다행히 우리가 마지막이었다. 썽태우 기사에게 각각 20밧의 요금을 치르고 아주 약간의 헤맴 끝에 비교적 쉽게 아이스인을 찾을 수 있었다. 체크인을 하고 일단은 방에서 쉬기로 하고 올라가니 생각보다 방이 괜찮다. 플로이보다는 작지만 티비랑 냉장고도 있고... 비록 이불에 보풀이 많아 좀 지저분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 가격에 어떻게 이런 방에서 묵겠는가. 또 만족이다. 에어컨 바람을 쐬며 다음날 일정을 논의했다. 결국 팽팽한 접전 끝에 산호섬 투어에 참여하기로 했다.  스스로 가보고 싶었지만 다음날 오후 방콕으로 향해야 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최선의 선택 같았기에 동의했다. 30분 쯤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자니 슬슬 몸이 근질거린다. 또 보조가방을 집어 매고 밖으로 나갔다. 일단 내일 투어부터 해결하려고 아이스인 길 건너편 거리에 위치한 즐거운 여행으로 향했다. 근데 문을 닫았다. 전화를 해볼까 잠시 고민하지만 일단 좀 놀러 다니다가 다시 와보기로 하고 그 유명한 빅씨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근데 이게 좀 이상하다. 책에서의 거리는 분명히 그리 멀지 않았건만 한참을 걸어도 중앙도로도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 10밧 아끼려고 이러는 거야?”

“그런가보다...”

투덜투덜 거리며 한참을 걸어 빅씨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이제까지 보기만 했던 과일을 사보기로 했다. 오늘의 타깃은 두리안과 망고스틴... 오기 전 게시판을 통해 가장 논란과 이야기가 많았던 과일들이다. 한참을 그 주변을 빙빙 돌다가 껍질을 벗겨 포장한 두리안 한 팩과 망고스틴 네 개를 샀다. 그런데 망고스틴은 기대보다 실망이다. 좀 더 예쁠 줄 알았는데 쬐끄만게 색깔도 거무튀튀 제철이 아닌가 부다 생각하며 태국 맥주 2종과 건어물 그리고 내 사랑 요구르트를 사서 빅씨를 나왔다. 그런데 입구에서 카놈므앙이라는 과자를 판다. 어제 오늘 아침 깐짜나부리에서 망설임 끝에 못산 그것보다 한참 작지만 과일과 맥주를 한꺼번에 구입한 기분에 편승해 30밧에 한 팩을 사서 근처 벤치서 다 먹어치웠다. 훔.. 생각보다 달달한 게 입맛에 맞다. 맛있는 것을 먹고 다시 업 한 기분에 또 걸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해안으로~ 파타야 해변은 이미 실망이다 실망이다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정말 딱 그 느낌이랄까? 모래사장은 짧고 모래조차 어디에서 퍼다 놓은 것 같고 바다는 서해 바다처럼 흐리멍텅하다. 하지만  조금 적응되니 해질녘이라 그런지 야자수와 노을이 그럭저럭 멋진 경치를 만들어 냈다.

22일 오후 7시 경
그런데 그런데 즐거운 여행사는 아직도 문을 안 열었다.

“다른 여행사 알아볼까?”

“그래도 한국인 여행사가 편하지... 내가 전화할게”

전화로 이야기 하는 걸 싫어하는 나를 아는지라 일행이 나섰다. 그리고 동전을 들고 한참동안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있다 나온다.

“전화가 안 걸려.... 고장 난건가...”

“내가 한 번 해볼게”
동전을 들고 공중전화로 들어갔다. 동전을 넣고 첫 번째 번호를 누르니 신호음이 바뀐다. 그리고 번호를 다 누르니 갑자기 조용하다. 나도 고장인가 싶어 일행을 부르려니 신호음이간다. 놀라서 밖에 있는 사람을 끌어당겨 전화를 넘겼다. 예약이 다 찼지만 30분 후에 전화 주변 자리를 비워 놓겠다는 내용의 전화를 끝내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 짐을 두고 밖으로 나나왔다. 저녁도 먹을 겸 다시 산책을 시작했다. 해가 져서인지 낮 에던 조용해 보이던 거리가 화려해졌다. 근데 좀처럼 밥먹을만한 데가 눈에 띄지 않는다. 한참을 걷다보니 비행기가 건물에 거꾸로 박힌 듯한 건물이 나왔다.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쇼핑센터이다. 일단 내일 산호섬 예약 확인을 하고 물모양이 신기한 분수를 잠시 구경하다가 위층으로 죽 올라가니 4층인가에 놀이센터(?) 같은 것이 나왔다. 일행이 책에서 봤다던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이랑 공포의 집 4차원 영화관 그런 게 죽 있었는데 4개 묶어 할인하는 입장권을 판매하기에 사보기로 했다. 그런데 내일 산호섬 투어 가격보다 비싸다.--;;; 잠시 망설였지만 여행이기에... 뭐 가격을 떠나 생각하면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미로에서는 길을 못 찾아 한 외국인 커플이랑 갇혀 살려 달라 외치기도 하고, 공포 체험에선 눈 하나 까닥 안하니 스페인어를 쓰는 한 꼬마가 'good' 하며 엄지손가락을 세워주기도 하고, 사차원도 생각보다는 실감났다.

모든 코스를 돌고 나오니 극도로 배가고프다. 1층의 씨즐러가 유혹했지만 되도록 태국 음식을 먹자는 사명감에 밖으로 나왔다. 조금 걷다보니 아까는 안보이던 키스앤푸드(맞나?--;; 기억이...)라는 식당이 나온다. 헤헤 오늘은 국수 도전이다 누들과 내 일행은 아직은 볶음밥이라며 볶음밥을 시키고 있으니 누군가 말을 건다. 한국에서 온 혼자 배낭여행을 하고 있다는 학생이다. 흐흐 젊음이 부럽다. 넓적한 국수면에 진한 국물도 그럭저럭 먹을 만하고 같은 한국사람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도 즐겁다.


식사를 끝내고 아쉽게 작별을 고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드디어 과일의 시식 시간을 가졌다. 두리안을 꺼내니 온 방안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분 나쁜 냄새가 쫙퍼진다. 막상 펼치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일단 망고스틴을 먹기로 했다. 생각보다 껍질 벗기기가 힘들고 생각보다 맛있다. 망고스틴에서 용기를 얻고 맥주도 한 모금 들이켜고 동시에 두리안을 집어 입에 넣었다...... 맛은??? 생각보다 기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둘 다 도저히 그 이상은 못 먹겠다며 밀봉하여 냉장고에 넣었다.--;;; 그리곤 다시 맥주와 과자로 간단한 파티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1 Comments
푸른툭눈붕어 2006.09.14 08:31  
  분명히 전화가 이상했던거다.. 나보고 뭐라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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