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게머리소녀의 처녀여행] - 7 - 소녀, 미소짓다. (END)
[7] 소녀, 미소 짓다. (9/10)
떠나기 싫은 울적한 맘을 알기라도 하듯, 태국에서 처음 보는 우울한 날씨다.
늦은 아침 겸 이른 점심을 먹으러 파아팃 거리로 나섰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태국 현지에서도 유명하다 소문이나 방송에도 나왔다는 곳이란다.
음.. 우리나라 호떡처럼 생겼는데 호떡보다 찰지고 쫀득하며, 달콤한 연유를 뿌려 먹는다.
모양은 동그라미랑 네모가 있는데 네모난건 안에 바나나를 넣어 구워준다.
여긴 다른 가게랑 달리 탁자위에 물병이 놓여있다.
물도 공짜로 주고 역시 유명한곳은 틀리구나 싶었다. (역시나 나의 착각일 뿐.. 계산에 포함되더라.. ^^;)
물마시게 컵을 달라니 얼음과 함께 빨대를 꽂아준다.
물을 따라 마시니, 평소 마시던 생수와는 다른 맛 이다. 소다수 맛도 아닌 것이 먹기 힘들다. -0-
식사를 끝내고 근처 선착장 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무척 한산하고 한가로워 보이는 가운데.. 여기저기 나무벤치에 앉아있는 커플들이 보인다. 우씨~
체크아웃을 위해 나갈 준비를 하고 짐 정리를 하는데... 꼭 꿈만 같은게 기분이 이상하다.
체크아웃을 하고 카운터에 짐을 맏긴 뒤 맛사지를 받으러 갔다.
일요일이라 거리가 더 활기찰 줄 알았는데 대체적으로 너무나 한산하다.
환한 미소로 맞아주는 오레와 링.. 참 밝은 웃음이다.
풋 마사지 30분 타이 맛사지 1시간을 받기로 하고 누웠다.
마사지를 받는데 너무 좋아서 “good“ 이라고 했다. 오레 ”good” 이 한국말로 뭐냐고 묻는다.
그래서 “좋아요“ 라고 말해줬는데... 이번엔 너무 시원하다.
그래서 “시원하다“를 표현하고 싶은데 “good“ 말곤 마땅히 떠오르는 말이 없다.
슬라 언니에게 물어보니.. 애매하단다.
그럼 뜨뜨미지근하다는 뭐지? 나빌래라나.. 푸르름, 뜨거운 탕에 들어갈 때 시원하다고 표현하는 건??
영어로 표현하기엔 너무 단순하다... 새삼 한글의 위대함을 깨닫는다.
아.. 오레에게 다시 설명을 해야 하나... 난감하다.
오레, 1시간 30분 맛사진데 2시간을 해준다. 고맙고.. 미안하고...
맛사지가 끝날 즈음 프랑스인 3명이 들어온다.
일손이 부족해 오레도 거들어야 된다. 2시간 맛사지라 시간이 걸린다며 기다려 달란다.
오레를 기다리는 동안 어제 죠이가 소개해준 대학근처 뮤직샵을 가기로 했다.
특이하게 대학교 안에 박물관이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구경하는데.. 처음 들어간 곳은 현 국왕님에 관한 것들이 있다.
여러 가지 사진과 젊었을 적 모습인 듯한 동상도 있다. 소시 적에 한 인기했음이 틀림없는 외모다. ^^
(모리에게 들었는데 여긴 월요일엔 모두 노란색 티를 입는단다. 국왕님을 존경하는 표신가.. 뭐 그렇단다.)
또 다른 곳은 옛날 국왕님이 탔을법한 의가나 검, 배 같은 것도 시대별로 전시되 있고 도기,
화려한 악세사리, 붓다라고 하나? 부처님 상.. 같은 것들도 있다.
근데.. 우리나라에선 보통 흰옷을 입으면 속옷이 비치지 않게 입는데.. 여긴 분홍색 속옷을 입어..
확~ 티가 나는데도 모두들 태연하다. 좀 놀랬었다.. ^^;;
그리고 한국과 똑같은 참새도 보인다.. 신기하다. 재네들 이름이 참새는 맞을까?
박물관을 나와 뮤직샵을 찾아 재래시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가는 길에 보니 인도 양옆으로 벼룩시장이 섰나보다.
파는 사람들도 많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다.
구경하는 사람들 중 스크루지 영감 안경 같은걸 끼고 자세히 보는 분들도 있다.
얇은 돌로 된 부처상도 있고 악세사리, 동전.. 종류도 다양한데 대부분이 골동품이란 느낌이 든다.
물어서 찾아간 뮤직샵은 아담한 가겐데 안에 생과일 쥬스를 파는 코너도 마련되 있다.
나무 벽 여기저기 주인아저씨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압정으로 꽂아 인테리어 활용을 했는데..
예사솜씨가 아닌 듯하다.
곳곳에 주인아저씨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느껴지는 정감 가는 가게다.
여기 보니 우리 국왕님.. 음반도 내셨다. 재주도 많으시다.
맛사지 실에 도착하니 거의 마무리 단계다.
오레와 링에게 차 한잔 하러 나가자니 링, 좀 망설이는 눈치다..
알고 보니 링은 오늘 일하는 날이라 시간빼기가 좀 그런가보다.
고맙게도 우리 원장 아주머니 링더러 나갔다 오란다. ^^
오늘 태국을 떠난다니 가게 아주머니들 모두 잘 가라며 한마디씩 해주신다.
이런게 정인가 싶다. 마음이 훈훈하다.
가게 근처 카페에서 차한잔 하며 얘기하는데 오레, 슬그머니 뭔가를 내민다.
작은 상자를 열어보니 부처상이다. (오레는 붓다라고 하는 것 같다.)
행운을 비는 부적 같은 거란다.
생각지도 안은 선물에 놀라고 감동받고.. 고맙고..
슬라 언니는 손수건을, 난 생일 선물로 받았던 작은 우산을 선물로 줬다.
진 핑크라 좀 여성스럽긴 하지만 오레가 붉은 계통이 잘 어울려 그나마 다행이다.
속정 깊은 내 어린친구 오레..
모리와는 또 다른 느낌의 친구다.
남동생만 둘이라 그런지 같은 또래 친구 녀석들도 대부분 어리게 봤었는데.. 이 녀석은 다르다.
20살이란 어린나이임에도.. 항상 내가 주위 어른들에게 듣던 말.. 애어른이란 느낌이 난다.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 장녀라는 타이틀로 남들보다 조금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었다.
가끔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얘기 할 때.. 학교 얘기가 나오면 못 배운게 죄는 아닐 진데..
슬그머니 기가죽곤 했었다.
(뭐 지금이야 내가 낸데 하고 살지만.. ^^; 아직 대학생활에 대한 동경 같은 건 쬐끔 남아있다. ㅎㅎ)
F4와 비교해서 영어실력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가끔 얘기하는 거 들어보면 생각도 깊다.
조금 더 넉넉한 환경에... 조금 더 공부를 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오레를 보면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마음이 짠하다.
하지만 이 녀석.. 훨씬 씩씩하고 밝다. ^^
꿈이 뭐냐 물으니.. 큰 거 없단다. 지금 하는 일 잘되고, 가족들 건강하게, 행복하게 지내는 거란다.
욕심 없는 그의 꿈이 그 누구보다 커 보인다.
종일 우울한 날씨에 택시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구슬프다. 뜨아아~ ㅜ0ㅜ
슬라 언니, 내 맘을 이해했을까... 한국이나 여기나 나이 드신 운전자분들은 트로트를 좋아하는 것 같단 말로 나를 웃게 만들어주신다. 언니, 사랑해~♡
분명 같은 공항일진데... 입국할 때와 출국할 때... 왜이리 느낌이 다른지..
처음 도착했을 때의 부푼 기대감과 설레임은 오간데 없고... 음.. 이 기분을 뭐라해야되나... 아... 어렵다..
면세점에서 부모님 선물 구입하고, (나머지는 일본에서 구입하기로 했다.. ㅡㅡ;)
태국에서의 행복했던 추억을 하나하나 간직하며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역시나 이륙 시 정신이 몽롱하이~ 서서히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ㅋㅋ
나는 웃는 모습이 이쁘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사진속의 나는 살짝 입 꼬리만 올리며 웃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주위의 시선 신경 쓰지 않고, 고르지 못한 하얀 이를 드러내며 참 많이도 웃었다.
7일 동안 태국에 머물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카오산 주위만 맴돌았다.
그 아름답다는 해변 한번 가보지 못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찾는 왕궁 또한 못 가봤다.
누군가는 “에이~ 무슨 여행이 그래~“ 라며 시시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 누구보다도 알차고 멋진 여행을 했다 자신한다.
태국에서의 7일은 오롯이 나만의, 나만을 위해 보낸 시간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나를 발견 하게 되고, 나 자신과 좀 더 많은 대화를 하게 되고,
나 자신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너그러움을 보였다.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했으며, 자신감 또한 얻었다.
많은 곳을 돌아보진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마음이..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벅차다.. 행복하다... 마음이 풍요로워 진다는 느낌이 이런 걸까...
열흘간의 마법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니, 마법전과 똑같은 일상들이 기다리고 있다. 변한 건 없다.
하지만 내가 변했다.
여행을 끝낸 뒤 만나는 사람마다 꼭 빼먹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얼굴이 피었네다... 우스게 소리로 여자나이 25섯 넘어서 얼굴피기 힘든데, 얼굴이 활짝 피었단다.
이쁘게, 반짝반짝 빛이 난단다...
여행을 떠나시는 모든 분들... 각자 여행의 목적은 틀리겠지만, 여행을 끝내고 귀국하실 때는
모두의 얼굴에서 환한, 아름다운 빛이 났으면 합니다.
이것으로 레게머리소녀의 7일간의 태국여행이 끝났답니다. (나머지 3일은 일본에서 보냈거든요.)
여행을 통해 본 것, 경험한 것, 느낀 것들을 좀 더 자세히 얘기하고 싶었지만 글 솜씨가 부족해,
마음처럼 잘 표현하지 못해 조금은 안타깝습니다.
지루할 만큼 긴 글, 조금은 유치한 레게머리소녀의 여행기를 재미나게 읽어주시고..
공감하며,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모리가 이멜로 보내준 야경사진이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