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발바닥, 우주고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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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발바닥, 우주고양이 -<태국 버스, 그 신비하고도 스릴 넘치는 체험>

우주고양이 9 2650

글을 기다려 주신 분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늦게 글을 올리는 점 사과드리지요

이번에는 <태국 버스, 그 신비하고도 스릴 넘치는 체험>편입니다.


공항에 도착, 야간비행과 신문지를 덮고 잔 그 몰골을 감추어야 했기에 우리는 돈므앙의 화장실을 세면장으로 만드는 짓을 하게 됩니다.
조금 부끄럽지만 어쩝니까! 드러운걸…가방에서 세면도구를 꺼내고, 룰루랄라 화장실로 향하는 분홍모자양과 나. 그런데 여기서 우리의 발바닥양 참으로 황당한 실수를 하게 됩니다.
자신의 캐리어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모른다는 겁니다. 엥? 몇자리수 되지도 않는 캐리어의 비번을 모르다니!! 근데 사연인 즉슨 이 캐리어가 마음대로 비번을 바꾼다는 겁니다. 오호라 이 무슨 인공지능 캐리어도 아니고 비번을 마음대로 바꾸다니. 싸구려 캐리어의 비애랄지… 그러나 발바닥양 어제도 그랬다며 일일이 한번호씩 맞춰가기 시작합니다. 이 캐리어 번호가 비슷하게 바뀌어 버리는게 아니고 조합을 새로하는 모양입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일이지만 그렇게 되던걸요? 여튼 나와 분홍모자양은 가방을 찢어야 하는니 하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꾸준히 캐리어와 씨름하던 발바닥양. 드디어 열고 맙니다. 대단합니다. 그 조합을 맞추다니!! 비슷한 번호도 아니었다니까요. 여튼 이 신기한 발바닥양의 능력덕분에 발바닥양도 세면도구를 꺼내들고 깨끗이 씻게됩니다. 결국 가방은 다시 안잠그기로 했지만 말입니다.

공항에서 내리자 마자 카오산으로 향하는 배낭여행족들과는 달리 우리는 치앙마이로 떠날 예정이었기 때문에 태국으로 오기 전 우아하게 야간기차를 예약해놓고 왔는데 도착시간은 12시경 야간 기차는 6시경에 떠나기 떄문에 우리는 짜뚜짝으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분홍모자양과 발바닥양의 거대한 캐리어와 나의 작고도 무거운 배낭을 들고갈 수는 없었기에 돈므앙 공항에서 보관소를 찾아 삼만리를 하였습니다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경찰! 쫙 달라붙는 진청색의 유니폼을 입은 그 분에게 다가가 용감히 말을 거는 분홍모자양. 분홍모자양은 이후에도 겁먹고 자신의 뒤에 숨은 나와 발바닥양을 위해 선두에 나서서 흥정 밑 의사소통을 맡아주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저씨랑 분홍모자양의 커뮤니케이션은 길었으나, 그 결과는 “안통한다!!” 였던지 우리에게 길을 가르쳐 주고서도 한참을 곁에 있더니 그냥 데려다 주기로 한것인지. 이쪽으로 이쪽으로 손짓을 하며 데려다 주십니다. 결과 주차장과 접해있는 1청사 쪽의 보관소에 도착 우리는 짐을 맡겼습니다. 짐 하나당 90bt. 좀 비싸지만 할 수 없지요. 공항이 다 그런거지… 하지만 짜뚜짝 시장의 그 엄청난 인파를 생각하면 가방을 맡기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가방을 맡기고 우아하게 썬글라스를 쓴 우리 셋은 이번에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헤매게 됩니다. 온갖 가이드북에 나온 지도며, 공항에서 얻은 지도며 다 살펴보았으나 확실히 이곳이다 싶은 데가 없어서 많이 헤매었습니다. 날도 더운데!! 그래서 또 묻기로 결심. 길가의 트럭에 앉아있는 한 아저씨에게 묻습니다만 아저씨는 황망히 앞쪽을 가리킬 뿐 정확한 위치는 모르시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가이드북 열독, 결국 헬로태국에 나와있는 지도를 보고 물어물어 찾아가기로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이 공항 밖의 수많은 택시의 호객행위와 웃음을 접어두고 게다가 세명이나 되면서 버스를 타려고 마음을 먹은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일단은 흥정을 해야하는 시스템에 익숙치 않고, 또 버스면 싸다!! 라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일겁니다. 사실 나의 주장이 컸다고 하겠습니다. 흥정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기도 하기도 하거니와 익숙치 않은 동네에서는 버스가 제일!! 이라는 바가지 많이 써본 사람의 소심함이라고 하겠습니다. 자기 집에 가는 택시도 바가지 쓴 적이 있는지라… 네 물론 한국에서 말입니다!

여튼 우여곡절 끝에 짜뚜짝으로 가는 버스, 59번 or 29번을 타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만 그냥 제1청사에서 기차역으로 가는 고가로 올라가면 기차역가는 길과 도로로 내려가는 길이 나뉘어있으니, 도로로 가는 길로 내려가면 고풍스러운(?) 버스역이 나옵니다. 거기서 59 or 29를 중얼중얼하다가 보이면 안내양 혹은 안내군에게 행선지를 외칩니다. “ 짜뚜짝!??” 그럼 오케이 하면 타고 아니면 안타면 됩니다. 아니라면 건너서 타는거겠지요. 방콕의 버스들은 다양한 색이 있다고, 색깔마다 에어컨버스 일반버스 어쩌고 하는데 그냥 타십시요. 일반버스도 창문 열면 견딜만 하고 에어컨 버스타면 행운이고 돈 차이가 많이 나지만 목표하는 버스는 항상 늦거나 하니까 그냥 보이면 타면 되겠습니다. 게다가 안내양 혹은 안내군들이 매우 친절합니다. 우리를 두고 가버리는 그런 위험은 없는거 같습니다. 일단 타고나서 돈을 받는 시스템인데 잘 살펴본 결과 한명도 빠뜨리는 법이 없습니다. 기억력순으로 뽑은 것인지. 어쨌든 기억력 하나는 끝내주니, 짜뚜짝간다던 요상하게 허여멀건 외국인들을 잊어버리고 가버리는 일은 없을거라 사료됩니다.

우리 셋은 짜뚜짝행 29번 버스를 탔습니다. 외국인이라고는 한명도 업습니다. 안내양 언니가 다가옵니다. 짜뚜짝 tree 하면 알아듣습니다. 근데 얼마냐고 물어보는데 발음이 참으로 아차싶더군요. 숫자조차 못알아듣겠더라구요. 사실 돈계산 때문에 따로 낼려고 했는데 그냥 같이 냈습니다. 근데 이 안내양이 참으로 부끄러워하더군요. 수줍한 느낌이랄까? 근데 다 그렇더라구요. 여성들이 매우 수줍합니다. 태국 분들이 말입니다. 남자분들도 수줍어 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수줍은 나라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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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광경을 말씀 드리자면 버스가 정차! 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버스 정류장 세우고 타고 내리고 또 타고 그렇지가 않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도 버스가 스물스물 움직입니다. 그 버스만 그런거 아니냐!! 라고 하신다면 모르시는 소리. 방콕에서 탔던 모든 버스가 그랬습니다. 스물스물 스물스물 더 놀라운 것은 거의 달리는 버스에도 타는 멋진 청년을 보았다는 겁니다. 또한 내릴때도 곡예같습니다. 물론 그 속도야 별로 빠르지는 않습니다만. 처음 내릴때는 정말 ㅜㅜ 외국인이 어찌 내리나 구경하는 사람들 속에서 꼭 나만 못하는 것 같은 자괴감에 빠질 뻔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스물스물 움직이는 버스에서 스물스물 내리고 타는 사람들이 있는 방콕의 버스입니다.

게다가 버스 정류장의 맞은 편에 의례히 있을 것이라 여기는 반대방향 버스가 없습니다. 일방 통행이 많아서 그런건지 때로는 반대방향 버스랑 정방향 버스가 같은 정류장에 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말 헷갈립니다. 그래서 무작정 걷기도 해봤습니다만… 안보이더군요.

그래도 버스는 강추입니다. 놀랍도록 싼 가격인데다가 굉장히 친절한 안내양 혹은 안내군들도 있고, 태국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택시를 타면 안락하기는 하지만 어디 이상한데 데려다 놓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기도 하고, 또 자꾸만 말을 거는 택시기사들 때문에 대장금 이야기만 백만번 하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래저래 첫 버스타기를 성공하고 부푼 마음으로 짜뚜짝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짜뚜짝 공원을 통과하여 짜뚜짝으로 걷기로 했습니다. 도중에 목이 말라서 산 음료, - 길에서 음료수를 파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심지어 옷가게에도 음료수를 파는 아이스박스가 있고, 어디든 음료수를 파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더운 날씨 때문이겠지요. –다른 사람들은 안전한 것을 선택하였습니다. 저도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산 음료는 누룽지 냄새가 나는 달디단 녹차였습니다. 쉽게 말씀 드리면 설탕 넣은 둥굴레차라고나 할까요. 토합니다.

음료를 고르실 때 주의할 것. 모든 곳에서 해당됩니다. 태국사람들은 워낙 단 것을 좋아하는 지라 모든 음료는 기본적으로 징그럽게 달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깔끔한 녹차~ 를 기대했다가는 연유를 듬뿍 넣은 말도 안되는 맛의 녹차를 마시게 될 겁니다. 머 좋아라하신다면 할 수 없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 녹차를 원하신다면, NO SUGAR라고 외치시고 음료를 살 때는 SUGAR FREE를 고르세요. 발바닥양, 슈가프리라면 설탕이 자유롭게 들어있는 뜻? 이라고 생각하여 안전하게 오리지날을 고른 덕분에 들큰한 녹차를 또 마시는 경험도 하였습니다.

사실 짜뚜짝은 기대와는 많이 틀렸습니다. 아무래도 조금은 태국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남대문과 다를 바 없습니다. 물론 토속품을 파는 곳도 꽤 있지만 그냥 시장통이라는게 딱 맞겠습니다. 북적대는 사람들 흥정 안하면 바보라는 소리 듣기 딱 좋은 시장통 말입니다. 게다가 이 흥정이라는게 1600bt인데 1500bt에 주실래요 등의 흥정이 아니고 1600바트면 800바트를 불러야하는 흥정이라… 저처럼 흥정하다가 그냥가버렷! 따위의 소리를 들으면 민망함에 눈물이 쏙빠지는 사람들은 안가버리는 게 좋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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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구경할 거리는 많습니다. 온갖 나라 사람들이라던지, 파충류 파는 곳 이라던지, 이 동네 잘나가는 친구들은 뭘 입나를 알 수 있는 청년섹션!!! 이라던지 향이며, 공예품들이 늘어서 있는 시장이라던지, 이것저것 물건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다시 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짐되는 물건들을 당장에 사지는 않았지만. 몇몇 필요용품 10바트에 두개짜리 손수건, 시계 없이 여행한다는 구박 때문에 산 발바닥양의 번쩍번쩍 시계, 발바닥양의 캐리어를 묶어줄 자물통등등… 자잘한 물건들은 샀습니다.

그리고 시장구경의 백미.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음식점을 찾아나섭니다. 배가 무척이나 고팠지만, 태국에서의 첫식사를 태국스럽게 먹기 위해 탐험을 하였지만, 사실 어디에서 나온 건지도 모를 내장이니 선지니 하는 것이 잔뜩 늘어져있는 가게에 선뜻 들어가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이름도 성도 모르는 음식점. 무척 큰 가게였는데, 일종의 푸드코트처럼 식당 주변을 음식가게들이 둘러싸여져있고, 주문을 받으면 그 가게에서 해당음식을 해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첫 주문!! 일단 음료를 시켜야 하더군요. 하나 시켜서 나눠먹어야지 따위 그런 말 알지도 못할 뿐더러, 그런 분위기가 아닙니다. 무조건 마셔야 합니다!! 그리고 시킨 것이 세상사람들이 다 아는 팟타이!! 하나 시키고 나니 시킬게 없습니다. 뭘 알아야 시키지 모든 말이 태국어로 쓰여져있었기 때문에 보고 주문하지를 못한 것입니다. 이때 우리의 분홍모자양 당당히 책을 꺼내들고 사진을 보여줍니다. 볶음밥과 쌀국수를 보여주며 this one! 을 외칩니다. 상냥한 서빙하는 아가씨 사실 사람들이 우리 주문을 안 받으려 해서 피하는데 우리랑 눈이 마주친 아가씨가 오케이를 외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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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있다가 얼음과 음료수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천천히 나오는 음식들!!
그리고 그 놀라운 맛!! 소위 광고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분홍머리양은 우리나라에서 잴루 잘한다는 쌀국수 집과 비교하며, 최고야 최고를 외치고 이게 한국에서 먹으면 돈이 얼마냐 는 등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먹기 삼매경에 빠져듭니다.


쌀국수의 국수는 매끈매끈, 어묵은 쫄깃쫄깃하며, 국물은 정말 진하고도 산뜻한 맛이었습니다. 팟타이는 숙주는 아삭아삭, 잘 양념된 면은 정말이지 쫄깃하여 환희에 빠지게 하였지요. 볶음밥에도 별게 안들어 갔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게다가 발바닥양이 이후 마니아가 되어버린 고추절임소스까지 넣으면 이 맛이 최고!!
발바닥양은 이날 이후에 모든 음식에 이 고추절임소스를 넣어먹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배를 두들기며 check please를 외치자 사랑스러운 그녀가 말합니다. 105bt. 이 대목에서 분홍모자양과 우리들은 다시 태국만세를 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셋이 맛있게, 배터지게 먹고 이 가격이라니 태국에서 살고 싶구나아!!!

배터지게 먹고 밖으로 나오는데 비가 쏟아집니다. 기차시간도 얼마 남지 않고 해서 우리는 커피를 한잔 먹기로 합니다. 그렇게 먹어놓고!! 사실 내가 커피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지만. 알고 계십니까? 태국의 커피는 정말이지 왜 이런건데!!! 라고 외칠 정도로 씁니다. 향도 풍미도 없이 그저 씁니다. 게다가 꼭 태운 것 같은 맛이 납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이 커피는 블랙으로 마셔서는 고문일 수 밖에 없지만. 우유를 듬뿍 넣으면 먹을 만 합니다. 신기하게도 쓴 맛은 덜해지고 향이 약간 생기는 듯하는 느낌이 들기까지 합니다. 어쨌든 비오는 짜뚜짝 시장을 바라보며 커피와 함께 돈계산을 하던 우리는 주차장쪽에 위치한 길거리 음식점에 들러 음식을 사서 기차를 타기로 결정합니다.

팟타이와 게살튀김인줄 알고 샀던 돼지고기완자-분홍모자양은 육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베저테리안 풋! –그리고 스프링롤을 샀는데 발바닥양이 안보입니다. 저쪽에서 닭을 통째로 한마리 사버리는 발바닥양-그녀는 육식주의자입니다. 반마리보다 한마리가 이득이라고 생각했다며 비닐봉지에 닭을 한마리 담아옵니다. 이걸 다 먹겠다니 돼지들!!!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 동네는 양이 참 적습니다. 싼 대신 양이 적은 거지요. 이래저래 양손가득 먹을 것을 들고 다시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아까 탔던 버스와 반대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육교를 건너 기다리는데 이놈의 버스가 도무지 올 생각을 안합니다. 한참을 기다리는데 우리는 알아챕니다. 버스 정류장의 모든 사람이 발바닥양을 흘끔흘끔 쳐다봅니다. 이때만해도 우리는 발바닥양이 태국의 최고 미녀형이라는걸 까맣게 몰랐지요. 우리가 그렇게 신기하냐!!! 라는 생각을 하며 버스를 기다리는데 저기 29번 버스가 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가는데다가 무너져내릴 듯 허술해 보이고 해서 멍하니 보고만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간데! 타!” 엥? 간데타? 어느나라 말이지? 라고 하는 순간 우리는 사람들이 꽉 들어찬 버스에 타고 있는 분홍모자양을 보게 됩니다. 저 만치 먼 곳으로 떠나가는 그녀. 그게 돈므앙 공항으로 간데. 빨리 타 라는 뜻이었다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됩니다. 심지어는 그게 한국말이었다는 것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단 말입니다.

망연자실한 나와 발바닥양은 곧 버스가 오면 쫒아가면 될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기다립니다만. 버스는 오지 않습니다. 조금 있다가 훌륭한 자태를 뽐내며, 59번 신형 에어컨 버스가 도착합니다. 우리는 쾌재를 불렀습니다. 분홍모자양 불쌍하다 저런 버스를 타고 가다니 비록 서있긴 하지만 우리는 에어컨도 나오고 룰루랄라… 하며 좋아라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아셔야만 합니다. 짜뚜작에서 돈므앙을 가는데는 29번 버스가 최단거리라고 하겠습니다. 59번 버스는 이동네 저동네 다 들리면서 가는 버스였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기차 시간이 많이 남았어 라고 생각하면서 이제는 익숙(?)해진 안내양 언니에게 돈을 지불하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즐거워하고 있는데 시간은 30분이 지나고 아까는 30분도 안걸렸는데 이상하다 하면서 안내양언니를 바라보아도 빙긋 웃기만 합니다.

아직 멀었나보다 하면서 기다리기를 50분 아직도 버스는 막힌 시내를 뚫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 잘못한 건가 하면서 안내양 언니를 바라보며 “돈므앙?” 빙긋 웃는 안내양 언니. 간다는 말인가보다. 서 있었던 관계로 고개를 숙여 창밖을 바라보며 제발 우리를 돈므앙으로 안내하소서를 외치고 있는데 사람들은 꾸역꾸역 계속 타고 버스노선 페이지가 닳도록 살펴보아도 돈므앙에 간다고 하니 기다려야지 하고 서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꾸역꾸역 타지, 발바닥양이 사들고 온 닭은 구수한 냄새를 피우지 차는 막히지, 기차시간까지는 20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빙긋 웃는 안내양. 다리가 너무 아픈데 하면서 생각하니 신기한 일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버스를 타고서는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타기만 할 뿐 아무도 내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때부터 나의 상상력이 발동, 이들은 우리를 못 앉도록하는 특수임무를 띄고 이 버스에 탄 요원들이라는 둥 쓰잘떼기 없는 소리를 해가며 기다리는데 고개가 부러져라 바라보고 있던 창가에 비행기가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이는거 아니겠습니까. 아 다왔나보다 하며 안내양을 바라보는데 이번에는 고개를 저으며 빙긋웃네요. 아직 멀었구나… 분홍모자양은 어디있을까부터 시작하여 짐을 어디있을까… 다양한 걱정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드디어 안내양언니가 고개를 살짝 끄덕여주시네요. 저 얌전한 알림을 보라. 내리라는 거구만~

장장 1시간이 넘게 버스를 탄 우리가 내리는 순간에도 버스의 사람들은 꽉 차서 내리질 않았습니다. 정말이지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들 어딜 가는거란 말인가!!! 그 진실은 저너머에 남겨둔 채 우리는 뛰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내린 곳이 기차역이라 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분홍모자양~!
어찌된거냐!! 자기가 탄 버스는 비록 창문을 열고 다니는 일반 버스였으나. 20분만에 돈므앙에 도착했다며 자신의 대단함을 알리는 동시에… 우리는 아무도 내리지 않는 버스의 신비함과 엄청나게 돌아오는 버스였다며 변명을 해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다투기에는 기차시간은 10분밖에 남지 않았으니 짐을 찾으러 가야한다!!
뛰기 시작한 우리는 엄청난 기세로 가방을 찾고 기차역으로 향했지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기차시간이 10분정도 더 남아있었다. 그래도 지체할 시간은 없었지만…
치앙마이행 야간 열차가 연착을 많이 한다고 누가 말했던가!!! 전혀 연착하지 않고 제시간에 도착했을 뿐만 아니라, 출발마저도 지체가 없었습니다!

이 바쁜 와중에도 셀카중독에 빠진 두 여인. 발바닥양과 분홍모자양은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뻑!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 분홍모자양의 카메라…

그렇습니다 그녀는 카메라를 치켜들고 45도 각도의 자신의 얼짱각도와 씨름하다가 짜증난 카메라가 자살을 기도하는 사태를 맞이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보다 먼저 한국으로 귀국한 분홍모자양이 대만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살짝 켜본 카메라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회복되는 기이한 일이 있었는데... 분홍모자양의 카메라도, 발바닥양의 캐리어도 모두들 인공지능을 내장해버린 겁니다! 믿거나 말거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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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레벌떡 올라탄 야간 열차. 침대칸이라고 했는데 그냥 일반좌석이었습니다.

이 무슨 일인가 싶어 기다리는데 튼튼해 보이는 승무원 하나가 좌석을 침대로 바꿔줍니다. 깨끗하게 빨아진 시트와 담요로 원래는 좌석이었던 것을 마술처럼 척척 침대로 바꾸어 놓는 것입니다. 보통 싱글 침대 정도의 크기인 야간열차의 침대칸은 선반, 조명 등을 갖춘 데다가 프라이버시를 위해 커튼까지 설치되어 꽤나 아득했습니다. 다만 오분에 한번씩 지나다니는 승무원들과 우리가 펼쳐놓은 먹을 꺼리를 보며 신기해한 나머지 그 후부터 우리를 주목하여 계속해서 쳐다보는 승무원, 빛이 번쩍거리는 식당칸등등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만약 북부로 여행을 간다면 야간 침대칸을 강추한다!!라는 말을 남기며 이번 편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To be continue~

다음 편은 < 정글맨과 함께한 민폐만발 치앙마이 트래킹>입니다.

수정 : 돈므앙 공항에서 짐을 맡기는 것은 짐하나당 90bt입니다.

9 Comments
작은로마 2006.09.27 18:51  
  1등! 사진 넘 예뻐요~~
미치 2006.09.27 19:40  
  기다렸네요..ㅋㅋ
가령 2006.09.27 19:52  
  안녕하세요,,우주고양이님,
그럭저럭 여정은 다 짜 놓구서두...우주고양이님 후기를 보니 왠지 기차타고 치앙마이도 가줘야 할 것 같습니다..

일기 다음편도 기대할게요[[웃음]]
메메 2006.09.27 21:43  
  다 아는 얘긴데도 다시 읽으니 너무 웃기다...근데 이렇게 느리게 올리다가 연말까지 여행기 올려야할지도 모르니 속력을 내시오!
espoir 2006.09.28 19:41  
  아.. 다음편~~~ 거거~ㅋㅋㅋ
rkdxksfnk7 2006.09.30 21:24  
  ㅎㅎ 언니 진짜 재미있다~~ 또가고싶어;;ㅠㅠ 그날들의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떠오르고있어..ㅎㅎ
로렐라이 2006.10.01 21:42  
  다음 편 무지 기대돼요!! 쌈빡한 여행기~
MC쫑아 2006.10.10 00:14  
  다음편에 나 등장하는거 아냐;; 왜 비호감이냑우!! ㅋㅋ
누야~ 잘 읽고 있어요ㅋㅋ 분홍모자 누나가 여행기 쓰고 있다고 알려줬어요ㅋ
타이긍정 2009.08.04 10:09  
3년이 지나도록 담편 안올라오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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