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de의 나를 따라와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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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de의 나를 따라와 - 9 <완결>

Jude 11 2194

모두들 지쳐 '해피 하우스'로 돌아가고,

Jude는 낮에 주문한 하버드대 학생증을 찾기 위해 카오산으로 갔다.

분명 낮에는 학생증 만드는 가게가 하나였는데,

밤에 다시오니 그런 가게가 너무 많다.

그 집이 그 집 같아서 어느 집을 가야하나 망설이다

어쩔 수 없이 Deposit한 100바트를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목이 너무 마르다.

람부뜨리 앞의 노점에서 Jude가 좋아라하는

'바나나 쉐이크'를 혼자 몰래 사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줌마 목욕탕에서 목욕하는 스타일로 샤워하는데만도 30분 넘게 걸리는 광몽이를 기다리고

샤워를 하고 외출 준비를 하니 벌써 9시가 가까워진다.

안거일 때문에 이틀 밤을 조신하게 보낸 Jude는

마지막 밤만은 이 밤을 하얗게 지새우리라 다짐했는데...

시간이 너무 없다. 그래서 안타깝고 초조해진다.

광몽이는 운하 투어를 하는 내내 노점에서 이것 저것 많이도 먹었으면서

또 배가 고프다고 징징거린다.

어쩔 수 없이 1층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이고, 광몽이가 밥을 먹는 동안 우리는 맥주를 마신다.

건너편 테이블에 있던 중, 고딩 정도뿐이 안되보이는 어린 서양아이들이

맥주를 마시며 담배를 피고 있다.

갑자기 망구누나가 모범시민인양 광분을 한다.

어느 학교 몇 학년 몇 반인지 알아내서 학교에 전화해야겠다고 난리부르스를 떠는 통에

망구누나를 말리느라 너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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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광분해서인지 주문할 때와 달리 슬슬 눈치를 보며 술을 마시던 아이들...

ㅋㅋ

술을 마시다 보니 마지막 날이라서인지 기분이 우울해진다.

내일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미쳐 버릴 것만 같다!

나도 나지만, 누나들은 더더욱 우울해보인다.

이대로 카오산에 앉아 내내 술을 마시면 마지막 밤이 너무나 우울할 것 같아

누나들에게 빳뽕을 놀러가자고 했더니 반응이 심드렁하다.

"그럼 고고쇼라도 보러가던가!"

사실 고고쇼 이야기는 빳뽕에 가기 위한 떡밥이었는데,

갑자기 누나들이 언제 우울했었던 사람이었냐 싶게 자리를 벌떡 일어난다. ㅡㅅㅡ

우리는 어여쁜 핑크색 택시를 타고 빳뽕으로 간다.

'빳뽕'에 가자고 하기 민망해 아저씨에게 '씰롬 쏘이 씹쌈까이'라고 말했더니

아저씨왈 "니네 빳뽕 가는구나..ㅋㅋ"

ㅡㅅㅡ

그 아저씨는 너무나 종합 예술인 같은 '키티퐁'!!!

어제까지만해도 베트남어, 라오스어, 미얀마어, 캄보디아어, 태국어에 중국어까지 남발하며 잘난척 하던

Jude의 입을 단 번에 막아 버린 100개국어 구사 가능자 '키티퐁'

'키티퐁'씨의 소개는 삼천포의 여행기에 길 게 나오니 패스~!~!

여행 마지막 날이라 태국을 떠나기가 너무 아쉬워하던차에...

삼천포 누나와 '놀라운 아시아'에 제보해 해외여행 상품권을 받아 다시 태국이나 올까 하는 생각에

명함을 달라고하자 아쉽게도 명함이 없단다.

키티퐁 아저씨의 개인기 쇼!쇼!쇼!를 감삼(?)하다보니 어느덧 빳뽕에 도착했다.

키티퐁 아찌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빳뽕으로 갔다.

작년의 마지막 밤에는 빳뽕에 비가 엄청 왔었다.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아쉬워 Jason과 비를 맞으며 어찌나 뛰어다녔던지...

다행히 올해는 날씨가 좋다.

고고쇼를 보건, 클럽을 가건 간에 조금은 이른 시간이다.

일단 거리의 Pub에서 맥주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해본다.

모든게 마지막이라 아쉬운 밤이다.

맥주를 2병씩 마시고 Pub을 나오자 여기저기서 삐끼들이 달라붙는다.

우리는 걸쇼가 보고싶지만 누님들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보이쇼를 보러갔다.

걸쇼는 주로 길가에 있는데, 보이쇼는 외진 구석 골목골목을 따라가야 있더라..ㅎㅎ

조금 늦었는지 자리가 없어 스테이지 바로 앞 자리에 앉았다.

보이쇼의 형식은 걸쇼와 그닥 차이는 없다.

하지만 보이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부담천만배다. -.ㅡ;

광몽이와 나는 쇼보다는 누나들의 반응만 감시한다...ㅋㅋ

삼천포 누나가 30번이 귀엽단다.

장난기가 발동해, 누나 몰래 웨이터에게 30번을 호명했다.

화장실에서 다녀온 삼천포 누나가 자리로 돌아오다 30번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ㅇㅎㅎ

"누이, 나의 선물이얌..냐하하...^^v"

삼천포는 왕년에 자기가 좀 잘나갔다고 하길래 잘 놀 줄 알았는데 완전 꿔다놓은 보릿자루다.

초짜티 팍팍내는 삼천포 앞에서 오히려 30번이 삼천포를 더 재밌어한다.

12시가 넘었다.

술값과 함께 고 넘의 팁 100바트와 음료값 200바트도 지불한다.

으~돈 아까워...ㅡ,.ㅡ

밖으로 나오니 누나들의 기분은 언제 우울했냐 싶게 완전 업됐다.

반 백년 평생에 왜 이런데를 몰랐을까 신세한탄까지 한다...ㅋㅋ

누나들은 내일 오전 6시 15분 비행기라 택시를 잡고 다시 카오산으로 간다.

누나들은 숙소로 들어가고, 그나마 몇 살이라도 어린 나는 광몽이와 카오산에서 밤을 더 불사르기로 했다.

포선스로 가 맥주를 주문했다. 노이가 주문을 받는다.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고 하자 노이도 아쉬워한다.

한모금 한모금 마실 때마다 줄어드는 맥주의 양만큼 줄어들어가는 시간이 아쉬울 따름이다.

마감 때라 손님이 없어서인지 노이가 자꾸 우리에게 와 말을 시킨다.

그 전에 노이에 대한 선입견은...

망구 누나가 말했던 꽃돌이, 그리고 태사랑의 댓글에서 보아오던 트랜스젠더 같은 이미지...

뭐, 그런 것들이었는데...

시간당 20바트씩 벌어 자기 생활비를 하고 남는 돈은 캄보디아의 가족들에게 송금까지하는

착하고 순수한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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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은 웃음의 캄보디아에서 온 26살의 청년(?) 노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2시가 되 버렸다.

정말 쓰러지기 일보직전인데, 광몽이는 마지막 밤이니 더 놀자고 난리다.

2주는 더 있을 자기랑 내일 아침 비행기로 한국에 가야하는 내 처지랑 같냐고요~~~

하지만 집요한 광몽이에게 절대 이길 수 없는 Jude는 작년의 기억을 더듬어...

작년에 친해진 현지인들에게 이끌려 Jason과 갔었던 술집을 간신히 찾아냈다.

서울에서는 엄청난 길치로 통하지만 각국의 유흥가에서는 네비게이션으로 변신하는 Jude다.

다행히 오늘도 불법 심야영업을 하고 있다. ^^;

술을 마시며 주위를 구경하는데 풍채좋은 서양뇨자가 우리 옆에 앉는다.

눈은 완전 풀려있고 시큼한 암내가 물씬(__) 풍긴다.

암내 정도가 아니라 몇 달동안 씻지 않았을법한 발효된 냄새다.ㅡ,.ㅡ

마음은...'오우~난 후각이 예민하단 말야. 광몽이 옆으로 좀 가줄래? ^^;'

라고 말하고 싶지만 동방예의지국의 국민으로써 차마 그런 말은 할 수가 없다.

사실...말이 딸린다. 돌아가면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그 뇨자의 횡설수설을 듣다보니 4시가 다되었다.

방콕에서의 아름다웠어야 할 마지막 밤은 'Scent of woman'이 아니라 '스멜 오브 암내'다.

ㅠ_ㅠ

숙소로 돌아와 처음으로 내가 먼저 샤워를 한다. 그래도 다섯 시이다. -.ㅡ;

몸은 너무 피곤해 천근만근이고, 스멜 오브 암내로 끝난 밤이었지만...

밤비행기를 안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알람 소리를 들으면서도 눈이 떠지질 않는다.

광몽이가 일어나 나를 깨운다. 씻고 짐을 정리하고 보니 광몽이는 다시 쿨쿨 자고 있다.

다음 주 주말에 합류할 NoA와 Jason을 기다리며,

그 동안 라오스와 태국을 둘러 볼 계획인 광몽이가 너무나 부러울 따름이다.

내 첫 태국의 파트너였고, 내 여행의 대부분을 같이했고, 이번 여행에서도 일주일간 나의 파트너였던

광몽이와 헤어지려니 서운한데, 이 녀석은 잠에 취해 대꾸도 없다.

평소 같았으면 자는 놈을 깨워서 두들겨 팼겠지만 마지막이라 나도 조금 감상모드에 빠진다.

택시를 타고 돈무앙으로 향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동안 있었던 일들과 풍경이 머리 속에 하나 둘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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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의 선데이 마켓의 풍경과 고산족 마을에서 봤던 해괴한 나무 조각상

라오스 돈 사오 마을의 입구와 스피드 보트를 몰던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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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경들을 떠올리다보니 택시는 어느덧 돈무앙 공항에 도착을 한다.

공항을 가는 내내 수완나폼 신공항 개항을 알리는 선전물이 붙여져 있다.

이제 돈무앙도 마지막이겠구나, 라는 생각에 더더욱 마음이 무겁다.

어쩌면 내년에 다시 또 태국에 오겠지만 그때는 더 이상 돈무앙이 아닌 수완나폼 공항이겠지...

안녕, 내사랑 돈무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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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무앙 공항의 내부와 나를 한국으로 끌고갔던 TG 628

비행기가 출발을 한다.

나는 이제 자유로운 여행자 Jude에서 다시 빡빡한 일상의 회사원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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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여름 다시 만나게될 여행자 Jude에게 짧은 작별을 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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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결편을 남겨두고 마지막 동원 훈련을 다녀왔습니다.

동원 훈련을 다녀오고 밀린 업무에 치이다보니 이제서야 완결을 하네요!

기다리는 분은 없겠지만, 마무리를 지으니 나름대로 홀가분하네요...

이번 동원 훈련을 다녀와서 느낀건데...

군시절엔 같이 부대끼다보니 선, 후임병들에게 짜증이나거나 미워질 때가 많은데,

훈련 기간에 정작 혼자 밥을 먹거나 휴식 시간에 홀로 쭈그리고 앉아 시간을 죽이기 위해

담배를 뻐끔뻐끔 피고 있노라니, 그 때의 전우들이 떠오르더군요...

여행 파트너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같이 다닐 땐 때론 서로 의견이 안맞아 다투기도 하고, 토라져서 말도 안할 때도 있지만...

결국은 같이 있기에 더 재미있고, 더 추억에 남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혼자 다니는게 더 편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올해 제주도에 이어 태국에서도 나의 든든한 동행자가 되어준...

울누야 삼천포님, 망구누나, 광몽이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 The End -

11 Comments
pny1008 2006.10.08 16:13  
  남과 함께 같이 여행을 이리도 재밌게 하시다니...정말 부러울 따름입니다..저는 친구와 둘이 한여행에서 오히려 추억이라기 보다는 그때의 일들이 다 짜증으로만 가득 차 있어서 "짜증"외엔 기억나는게 없습니다..ㅠㅠ
두 남매가 어쩜 이리도 글을 잘 쓰시는지~ㅎㅎ
재밌게 잘 봤습니다~
Jude 2006.10.08 19:43  
  pny1008님 여행기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공감가는 부분도 많아염..
ㅋㅋ
치앙라이 2006.10.08 21:25  
  쥬드님 !!    재밋게  봣어요..  수고 하셨어요...    감사합니다....   
걸산(杰山) 2006.10.08 21:51  
  jUDY 님 수고 하셔
삼천포 2006.10.09 14:44  
  여행기 쓰느라 수고 많았어용^^
이젠, 대공사(ㅋㅋ)를 끝냈으니, 더 열심히 생활하는
멋진 직장인 쥬드씨가 되길 바래요^^
내년에도, 우리 좋은 여행 파르너로 다시 뭉쳐요^^
2006.10.09 15:10  
  글이 안올라와서 서운했는데... 끝까지 마쳐(?)줘서 잘 읽고 갑니다. 고생했네요.
엄마팬더 2006.10.09 21:24  
  오랬동안 기다렸어요.. 벌써 두분글의 완결이라니..아쉬워요. 수고하셨구요 정말 재미있게 앍었습니다.
Jude 2006.10.09 22:01  
  치앙라이님 감사드려요..
걸산님 항상 빼먹지 않고 리플 남겨주셔서 ㄳㄳ
포님..내년엔 태국을 벗어나 보아용..ㅋㅋ
타님..기다리셨다니 감사드려용..ㅎㅎ
팬더님..닉이 팬더라 더 정감이 가네요..저도 눈 밑에 팬더를 키운답니다..ㅠ_ㅠ
카라 2006.10.10 13:53  
  그렇치 않아도 왜 안올라오나 기다렸는데....드뎌 올라왔내요~재미잇게 잘읽엇습니다^^~빨리 또 나갔다 오세요~ㅋㅋ~♣
석이엄마 2007.05.14 00:46  
  너무 재밌게 읽었어여~~~!!!! 갑자기 저도 떠나고싶은 충동이....^^::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Jude 2007.06.10 23:35  
  6월 말에 방콕/파타야 출장이 있어 정보 좀 얻으려고 들어왔다가 오랜만에 제 글을 보네요...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리플이 달려있어 저도 뿌듯하네요...
6/28 출장 다녀와서 파타야에 대한 여행기(출장기?)를 올려보도록 하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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