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캄보디아 여행기(5/10; 땀꼭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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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캄보디아 여행기(5/10; 땀꼭 외)

세상만사 2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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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여행기에 사용된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사진들인데, 사람의 얼굴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진은 제가 본인의 동의를 얻거나 아니면 행사장에서 찍은 것에 한해서 이 곳에 올립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정면이 아닌 부분을 주로 찍었습니다. 혹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사진을 퍼 가실 경우에는 초상권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처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9. 공식일정 3일째(땀꼭 field trip; 9월 27일)

아침을 먹고 외출준비를 하는데 제게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는지 확인하는 전화가 옵니다. 피컵시간이 9시니까 1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서 대우호텔 뒤편에 있는 호수가로 갔더니 수심도 깊고(6미터 표시) 물고기가 매우 많은 것 같습니다. 게도 보입니다. 그런데 죽은 물고기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수질은 엉망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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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가운데에서 본 대우호텔/대우호텔 방에서 본 호수와 동물원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더니 동물원 입구입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입구 부근에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시설이 있고 호수가에는 오리보트도 있습니다. 어슬렁거리는 호랑이도 보고 한쪽 발목이 쇠사슬로 묶인 상태로 계속해서 몸을 좌우로 움직이는 코끼리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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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안을 어슬렁거리는 베트남 호랑이(우리 바로 앞까지 접근 가능)/ 다리가 쇠사슬에 매어진 코끼리

호수 반대편으로 가는데, 어떤 남자가 물속에서 뭔가를 잔뜩 건져 지나갑니다. 아무리 봐도 작은 조개 같은데 그 탁한 물속에서 건진 걸 갖고 뭘 하려는지 궁금해집니다. 청룡열차 비슷한 것도 있습니다. 동물원안에는 여기저기서 종업원들이 영업준비에 바쁜 모습입니다. 가운데 있는 섬으로 들어서니 손주를 안은 채 물가 난간에 앉아 있는 노인네가 보입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며느리에게 귀싸대기 한대 맞을만한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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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러다가 삐끗하면 호수 안으로(?)/ 쫄개 2마리로부터 서비스 받는 대장 원숭이

쫄개 원숭이 2마리가 붙어 털 고르기를 해 주는 왕초 원숭이를 본 다음 악어가 있는 곳에 갔더니 청소하는 사람들이 우리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채 안에 들어가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겁도 없는가 봅니다.

호텔로 돌아 왔더니 정문이 아니라 옆문으로 들어가라 하는데, 어제까지 보이지 않던 보안검색 시설이 보입니다. 아마도 APEC 준비 때문에 설치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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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는 했으나 엑스레이 검색대는 가동도 하지 않고 ...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이 많습니다. 카메라와 함께 우산을 챙겨 약속시간에 로비로 내려갔더니 조금 있다가 운전기사가 나를 부릅니다. 그런데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빨간 미니스커트를 입은 젊은 여자입니다. 전 남자직원이 올 줄로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얼떨결에 인사를 하긴 했지만 너무 당황한 나머지 이름도 소속도 분명하게 듣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친구들이 여행사 가이드를 고용한 줄 알았습니다. 오고가는 길에 기관간 업무협조 증진방안 등을 포함한 이야기도 해야 하는데, 큰 일입니다.

09:20 승용차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길을 떠납니다. 영어 잘 됩니다. 진가민가해서 소속을 물어보았더니 저를 초청한 기관의 정식 직원이 맞습니다. 그녀의 미모(?)에 홀려 제가 잠시 착각한 것이지요. 그녀는 대학을 나오고 지금 28세이며 국제기구관련 기관에서 2년을 근무한 다음 현재 기관에서 3년째 일하고 있답니다. 동남아시아나 유럽국가들은 가본 적이 있는데 한국담당이 따로 있어 아직 한국에는 가보지 못했으며, 대장금 등 한국드라마를 즐겨 본답니다. 결혼은 아직 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물었더니 지가 좋아하던 남자한테 차였다네요. 제가 민간부문과의 급여수준을 물어봤더니 민간부문에 비해서는 국가의 통제 등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직장의 안정성이 보장되고 또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합니다. 한자교육을 받았냐고 물어보았더니 아니랍니다.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베트남식으로 이름 부르는 법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베트남도 한자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성을 앞에 쓰고 이름은 그 다음에 쓰는데, 이 나라의 대표적인 성씨는 NGUYEN이라네요. 그런데 전체 인구중 이 NGUYEN씨의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되기 때문에 그 앞에 Mr. Ms. Miss를 붙여서는 마치 서울의 다방에서 '김사장님' 찾는 격이 되므로 자기들끼리는 통상 이름의 마지막 단어를 부르고 외국인이 부를 때는 그 앞에 Mr. Ms. Miss를 붙이는 것이 관행이 되었답니다. 예를 들어 이름이 LE THI YEN 라면 LE가 성이고 THI YEN 이 이름인데, 실 생활에서는 YEN 으로만 부른다는 거지요(편지나 E-mail의 호칭도 Ms. YEN 이 됩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호칭법이 아닐까 합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소 피곤해 하는 눈치입니다. 자기는 어제 밤 호치민에서 돌아왔다 하네요. 그래서 편히 쉬라 하고 저 혼자 차창밖에 흐르는 경치를 구경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월요일부터 3일 연속 비를 만난 셈입니다. 하노이에서 땀꼭까지는 120Km 정도인데 3시간은 걸린다네요. 역시 1시간 반정도 가니 하롱베이 갈 때와 비슷한 풍경이 나타나고 산을 깎아 내리는 것도 닮았습니다. 풍경사진을 찍으려고 옆을 바라보니 너무나도 예쁜 모습으로 자고 있습니다. 그녀의 자는 모습을 한 컷 담았습니다. 그런데 플래쉬가 터졌기 때문에 그녀가 사진을 찍은 줄 알아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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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까 내린 흔적이 보이시나요?/ 땀꼭 가는 길

추수철인 요즈음 하노이 주변에서는 벼 탈곡이 한창입니다. 집집마다 큰 길에 면한 집앞에서 탈곡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집은 경운기 같은 동력 탈곡기를 쓰기도 하지만 어느 집은 70년대쯤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발로 밟아 벼 이삭을 터는 탈곡기를 씁니다. 거리를 메우고 있는 오토바이만 뺀다면 정말 30-40년전의 한국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거리에는 현대 대우 등의 상표를 단 트럭들이 부지런히 오가는데 국내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삼성트럭도 꽤 많이 보입니다. 현대가 만든 작은 버스(이름이 코러스?)도 관광객을 태우고 달립니다.

기사는 연신 크락숀을 울려가면서 차선을 바꾸고 대형차량을 추월하는 등 훌륭한 운전솜씨를 보여줍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여기서는 가능한한 모든 차량(오토바이 포함)이 중앙차선으로 달립니다. 갈 가는 아무래도 속도가 느린 차량이나 자전거 등으로 운전하기가 쉽지 않은 가 봅니다. 저보고 이 곳에서 운전하라고 하면 아마도 하루에 수십대의 오토바이와 접촉사고를 낼 것만 같습니다. 간혹 교통경찰이 보이는데, 주로 속도위반 차량을 단속한다 합니다. 베트남에서는 제한속도가 매우 낮게 설정(승용차의 경우 50Km?)되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하네요.

12시 조금 못되어 배 타는 곳에 도착했지만 비는 그칠 줄 모릅니다. 주차장도 포장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텅 빈 주차장과 썰렁한 매표소 그리고 제법 많이 내리는 비 이 것이 땀꼭의 첫 인상입니다. 배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강변에는 수많은 작은 배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매여 있습니다.

이 우중에 저 작은 쪽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간다는 게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선착장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참 좋습니다. 구름이 산 허리를 감아 돌기도 하네요. 그래서 배를 타는 대신 강변을 따라 경치를 구경하다가 점심을 먹고 돌아가기로 합니다. 그런데 강변길도 미처 배수가 되지 않아 빗물이 가득 고여 있습니다. 전 샌들을 신었지만 그녀의 하이힐이 금방 망가질 것 같습니다. 100미터도 채 가지 못하고 되돌아 오는데 여기저기서 호객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우리는 주차장 초입에 있는 식당의 2층에서 그녀가 주문한 지역특산품 양고기(Goat) – 마치 꼬치구이 같습니다 – 와 돼지고기를 포함한 음식을 운전기사와 함께 셋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베트남에서는 운전기사가 상사와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답니다). 쌀로 만든 얇은 종이 쌈(goi cuon; 이 이름도 하노리객님께서 알려주셨습니다)에 야채 두 가지를 고기와 함께 넣어 김밥처럼 동그랗게 만 다음 소스를 찍어 먹어야 제 맛이 난다고 하는데, 야채중 하나는 꼭 어린 깻잎처럼 생겼습니다. 맥주를 한병 시켰지만 역시 고기안주에는 소주가 제격이라는 생각에 배낭에 담아 간 팩소주를 하나 꺼내 나눠 먹습니다. 종업원이 작은 잔을 가져 왔는데, 자기네 전통 술 먹을 때 쓰는 거라네요. 원샷! 그녀도 소주를 한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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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원샷! 음식이 제법 많이 남았습니다.

점심을 먹는 중 밖에서 요란한 징소리가 나길래 뭔가 하고 내다봤더니 절에서 부처님을 옮겨 모시는 의식을 하는 거랍니다. 많은 신도들이 모여 있다가 하나둘씩 쪽배를 타고 강 상류쪽으로 떠납니다. 그러고 보니 비가 조금 잦아졌습니다. 밖으로 나와 구경하다가 배를 탈 수 있는지 알아봤더니 가능하답니다. 그런데 배가 젖어서 괜찮겠냐고 했더니 자기도 딱 한번 그것도 어릴 적에 왔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배를 꼭 타보고 싶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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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2층에서 내려다 본 행사 모습(왼쪽)과 가까이에서 본 모습


이럴 때를 대비해서 스포츠타올 같은 마른 수건을 준비해 갔으면 매너 200점이었을 텐데, 아쉽습니다(제가 나이를 제법 먹어서 그런지 요즈음 여성에 대한 배려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음식점 아줌마가 제게 다가와서 비닐로 만든 비옷을 건네며 20,000동 달라 합니다. 사실 우산이 있었기 때문에 그 것은 필요없었는데, 돌아와서 반납했더니 한푼도 돌려주지 않습니다.

그녀와 내가 배 앞부분에 나란히 앉고 뒤에는 사공 2명이 타서 배를 젓기 시작합니다(13:20). 제가 배를 약간 흔들어 보았더니 그녀는 제게 자기가 수영을 전혀 못한다는 점을 여러번 강조합니다. 강물은 너무도 잔잔해 마치 호수위에 있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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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신도들이 먼저 배를 타고 떠납니다(선착장)/잔잔한 선착장 앞 모습(오른쪽에 작은 배가 많이 보입니다)

그런데 강물 주변을 살펴보니 홍수가 나면 금방 물에 잠길 것 같은 집들이 꽤 있습니다. 물과의 높이가 채 1미터도 되지 않습니다. 잠시 후에는 강가에 무덤도 보입니다. 제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배를 탄지 한 10여분 정도나 되었나 했는데 배에서 내리랍니다. 가만히 보니 뱃길이 물 위를 지나는 길에 막혀 있습니다. 길 밑으로는 30~40cm 정도의 여유밖에 없더군요. 여기서부터 걸어 가는구나 하고 발걸음을 옯겼더니 사공이 배를 끌어올려 반대편 물에 띄우고는 다시 타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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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집과 물의 높이는 1미터 미만/요 좁고 낮은 곳으로는 도저히 승선 불가(배에서 내린 다음 건너편으로 배를 보내고 다시 승선)

어쨌거나 쪽배는 상류쪽으로 천천히 움직이면서 주변의 화려한 풍경을 눈 앞에 펼쳐 놓습니다. 어느 분은 강위에 있는 하롱베이라고 하셨고, 다른 분은 중국의 계림같다고도 하셨는데 제가 계림을 본 적이 없어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xml:namespace prefix = v ns = "urn:schemas-microsoft-com:vml" /><?xml:namespace prefix = w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word" />* 땀꼭은 ‘3개의 동굴’이란 뜻으로 응오동 강(Ngo Dong River)을 따라 노 젓는 배를 타고 올라가며 3개의 동굴을 지나게 된다. 역시나 영화 ‘인도차이나’의 배경이 되었던 곳으로 바다가 아닌 논들을 배경으로 겹겹이 서 있는 산 봉우리들이 주는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강의 좌우에 있는 지형은 흐엉 사원(香寺; Perfume Pagoda)으로 가는 모습과 닮아 있고 아침 또는 오후 늦은 시간은 여행자들이 적어 평화로운 모습을 선사한다. 동굴 이름은 출발지에서부터 차례대로 항까(Hang Ca), 항주아(Hang Giua), 항구오이(Hang Cuoi)로 불리며, 뒤쪽(상류?)으로 갈수록 동굴이 작아진다(http://www.travelg.co.kr/tg12/ninbin.html 에서 인용)

배가 천천히 움직이고 흔들림도 적기 때문에 사진 찍기도 아주 좋습니다. 풍경사진을 찍다가 배 위에서 그녀의 사진을 찍기로 합니다. 그런데 너무 가까이 앉아 있었기 때문(사실은 거의 어깨를 맞대고 있는 수준)에 얼굴만 가득 화면에 잡혔습니다. 그녀가 제 카메라를 가져가 방금 찍은 사진을 보더니 너무 클로즈업 되었다고 하면서 다시 찍어달랍니다. 그래서 팔을 최대한 멀리 뻗어 사진을 찍습니다. 이번에는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까 차안에서 몰래(?) 찍은 사진도 확인합니다. 내가 지울까? 물었더니 괜찮다 하네요.


오른쪽 먼 산위에 탑과 용이 보입니다. 그 것이 무엇인지는 그녀도 모르겠답니다. 다만 이 지역이 수도를 하노이로 옮기기 전까지는 '레' 왕조의 수도*였던 곳이기 때문에 남아 있는 유적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어느 분의 여행기를 보니까 그 지역에서 옛날 유적을 보신 분도 있더라고요. 비가 오지 않았으면 혹시 초대기관에서 그 곳들을 일정에 넣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미쳐 물어보지도 못했네요).

* 호아르(Hoa Lu)에 대한 설명(출처는 위와 같음)

호아르는 968년부터 1010년까지 딘 Dinh 왕조와 초기 레 Le 왕조의 수도였던 곳으로 새로운 왕조의 중심지로 건설됐던 곳이다. 지형적으로 홍강 Hong River의 좁은 계곡에 위치해 적의 침입으로부터 방어를 꾀하고 있다. 한때 200헥타에 달했던 수도의 흔적은 거의 없어지고 현재는 중요한 두 개의 사원만이 남아있다. 사원은 모두 11세기에 만들어졌으나 현재 남아있는 모습은 17세기에 들어 재 건축된 것들이다.


땀꼭은 닌빈에서 9Km 거리로 쉽게 다녀올 수 있다. 물론 세 개의 동굴을 지나가려면 작은 배를 타야 하는데 배 값을 포함한 입장료는 40,000동이며 왕복 2시간 이상이 걸린다. 땀꼭과 조금 떨어져 있는 항므아 Hang Mua (입장료 10,000동)는 동굴 이외에도 계단을 따라 산 정상에 오를 수 잇도록 되어 있는데 땀꼭의 전체적인 모습은 물론 닌빈 주변 지형까지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땀꼭에서 호아르로 가는 길에 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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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까지 걸어 올라가는 트레일 일정도 있다 하던데...

비가 완전히 그친 것은 아니어서 그녀는 우산을 쓰고 저는 비를 조금 맞더라도 괜찮겠다 싶어 우의를 무릎에 안고 갑니다. 제법 넓은 강가에는 고기잡이 하는 것 같은 사람도 있고 동굴 바로 앞 물가에는 절도 보입니다. 조금은 심심해서 발 밑에 놓여있는 노를 꺼내어 젓기 시작합니다. 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겠지만, 사공들을 보니 노를 손으로 젓다가 발로 젓다가 합니다.

두번째 동굴 앞에선가는 배 위에서 수를 놓고 있는 모녀도 보입니다. 동굴 속에서는 꽤 많은 양의 지하수가 강으로 떨어지는 곳도 있습니다. 착한 그녀는 쓰고 있던 우산으로 내 머리를 보호해 줍니다. 두번째 동굴은 천장이 너무 낮아 하마터면 바위에 머리를 부딪힐 뻔 했습니다. 수로 근처에 안내문이 붙어 있길래 무슨 뜻이냐 했더니 강물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는 협조문이랍니다.

3번째 동굴을 지나니 그 곳이 반환점인 것 같습니다(14:20). 여기에는 수상시장(배가 3-4척 정도 있음)이 있습니다. 맥주 하나를 사고 사공에게도 음료수를 하나씩 돌립니다. 어느 분께서는 여기서 음료 등을 사 주지 말고 현금으로 팁을 주는 것이 훨씬 그네들에게 보탬이 될 것이라고 하셨는데, 우리 관광객들끼리 있을 때는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전 베트남 사람과 같이 배를 타고 있어 왠지 그렇게 하는 것이 쑥스러울 것 같아 음료수를 사 주기로 했습니다. 그녀는 과자를 사려 하다가 연꽃씨가 들어있는 꽃받기*를 사서 씨를 까먹자 합니다. 전 호기심에 그러자 했지요. 배 위에 나란히 앉은 채로 우리에게 물건을 판 소녀에게 사진을 찍어달라 했습니다.

* 해면질의 꽃받기[花托]는 원추를 뒤집은 모양으로 길이와 높이가 각각 10㎝ 정도로 크며 윗면은 편평하다. 씨는 길이 2㎝ 정도의 타원형으로 10월에 익는데 꽃받기의 편평한 윗면 구멍에 여러 개의 씨가 파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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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에서 한컷/ 동굴 모습

사공들은 배를 돌려 노를 젓고 그녀가 제게 연씨 먹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먼저 꽃받기를 갈라 씨를 꺼낸 다음 겉껍질은 까 버리고 속을 반으로 쪼개어서 씨눈을 제거한 다음 먹어야 한답니다. 왜 씨눈을 제거하냐 했더니 그 부분은 무척 쓰다고 하면서 몇 개 까 줍니다. 맛은 뭐 특별하지는 않지만 괜찮습니다. 이 연씨는 9-10월경 아주 인기가 좋은 간식거리랍니다. 베트남의 국화가 연꽃이고 베트남항공사의 로고가 연꽃인 거는 다 아시죠? 까버린 껍질 등은 배 안 발 밑에 그냥 버립니다. 왜냐하면 강물에 버리지 말라 했으니까요.

중간쯤 왔을 때 사공이 식탁보를 꺼내 하나 사라 합니다만, 저는 엊그제 선물로 받은 것이 있기에 거절합니다. 그 외에도 몇가지를 제게 더 보여줍니다만 별로 사고 싶은 것이 없어 다 거절했는데(사실 이번 여행에서는 짐 부피에 영향을 주는 기념품은 사지 않기로 작정했습니다. 또 옛날과 달라서 외국 다녀왔다고 선물 기대하는 식구들도 없습니다), 그녀는 사공의 이러한 행동에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하노이에서 버스로 땀꼭을 다녀오신 어느 분께서 돌아오는 뱃길에 사공이 장사꾼으로 변한다 하셨는데 그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더군요.

이 곳에는 모터로 움직이는 배가 없는데, 제 생각에는 그게 또 하나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노젓는 소리만이 세상의 정적을 깨우는 곳이어서 정말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입니다. 돌아오면서 보니까 제가 출발할 때보다는 많은 배들이 강위에 떠다닙니다.

그녀가 어떤 바위를 가리키며 저 바위는 집 떠난 남편을 기다리던 여인이 변해 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길래 한국에도 비슷한 전설이 있었노라 했더니 신기해 합니다. 이른바 망부석이지요. 뱃길을 막고 있는 부분에서 내리고 타기를 한번 더 한 후 15:30 드디어 종점입니다. 약 2시간 정도 배를 탄 셈이네요. 강가에 묶여 있는 많은 배를 보며 배 한척이 얼마나 자주 관광객을 실어 나를 기회를 갖는지 물어봤더니 1달에 한번이라는 대답이 나옵니다. 정말 기가 막힙니다. 그래도 배의 숫자는 자꾸만 늘어간답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기득권이란 것은 아예 없나 봅니다.

제 맘 같아서는 좀 더 오래 풍경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이제 하노이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차에 타자 그녀가 야자잎에 싼 것을 내 놓으며 맛을 보라 합니다.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추수기에 하노이 근처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라 하는데, 녹색이며 맛은 우리네 찹쌀 찐 것과 비슷하더군요. 이름은 기억나지 않습니다(banh chung이라고 나중에 하노리객님이 알려주셨습니다).

돌아올 때에도 편히 쉬라 하고 전 차창밖에 펼쳐지는 거리구경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기사가 제법 빠른 속도로 차를 몰길래 아침에 본 교통경찰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는 어느 지역에 교통경찰이 있는지 다 안다고 하면서 걱정 놓으라는 표정입니다. 하노이 시내에 들어오니 마침 퇴근시간과 겹쳐서 그런지 거리가 무척 복잡합니다. 어느 교차로에선가는 오토바이는 그냥 직진하게 하는데, 차는 우회를 시킵니다. 이제는 오토바이와 차들이 만드는 크락숀 소리와 그 리듬에 익숙해 진 느낌입니다.


땀꼭에서 채 2시간도 걸리지 않아 호텔에 도착(17:30)할 즈음 한국음식점에서 저녁을 같이 하겠냐고 했더니 사양합니다(제 친구말로는 베트남 사람들과의 저녁약속은 드믄 일이라 하더군요). 엄청 빨리 온 셈이네요. 좀 더 많은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녀의 향기에 취해서인지 막상 이날 찍은 사진은 몇장 되지 않습니다.

내일 공항까지의 차편 이용여부는 오전중에 전화를 주기로 약속하고 그녀와 기사에게 팩소주를 하나씩 선물한 다음 방에 들어와 샤워를 마쳤더니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친구가 찾아와 베트남방문 선물이라고 접시처럼 생긴 것을 줍니다. 당초 예정했던 것보다 짐이 늘어납니다. 떠나기 전 점심을 같이 먹기로 약속하고 헤어져 이번에는 다른 한국식당(한국관)으로 가서 저녁을 먹습니다. 어제 장원보다 값도 싸고($4) 특히 밑반찬 맛이 아주 좋습니다. 가짓수도 많고요.

밥을 먹고 다시 발마사지집으로 걸음을 옮겼는데, 이날 저를 담당한 마사지사는 한국말을 조금씩 합니다. 주인이 한국인이라 하더니 기초적인 말을 배운 듯 합니다. 마사지실에는 이미 한 남자가 음료수를 한잔 마시며 마사지를 받고 있었는데, 저는 오늘도 음료수를 시키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시원하게 마사지를 해 주고 마지막에는 무릎을 제 등 뒤에 대고 저를 잡아당겨 활처럼 휘게 만드는 등 마사지 기술은 조금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발가락 사이를 너무 세게 눌렀나 봅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오른쪽 새끼 발가락과 네번째 발가락 사이에 통증이 느껴집니다. 나오면서 50,000동 외에 팁조로 2,000동을 주었습니다.

하노이에서의 마지막 밤입니다. 자기 전 내일 오전에는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진국사에 가기로 합니다. 사실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역사박물관을 갈 수도 있었는데, 그만 깜박하고 말았습니다.

이날은 총 $6 + 12만동을 썼습니다. 땀꼭에서 점심값이랑 배 탄 비용은 초청기관에서 냈습니다.

2 Comments
필리핀 2006.11.04 11:19  
  사진이 마치 신혼여행 온 부부 같아여...[[윙크]]
좀 크게 올려주시면 더욱 좋왔을 걸...[[으힛]]
암튼 꼼꼼한 여행기 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세상만사 2006.11.09 11:37  
  사진은 일부러 작게 만들었습니다. 혹시나 얼굴 너무 알려지면 어쩌나 해서요.

그리고 신혼부부 같다는 말씀, 제 안사람이나 동행했던 처녀가 들었으면 기겁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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