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캄보디아 여행기(4/10; 하노이 시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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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캄보디아 여행기(4/10; 하노이 시내 등)

세상만사 3 1182

[제 여행기에 사용된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사진들인데, 사람의 얼굴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진은 제가 본인의 동의를 얻거나 아니면 행사장에서 찍은 것에 한해서 이 곳에 올립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정면이 아닌 부분을 주로 찍었습니다. 혹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사진을 퍼 가실 경우에는 초상권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처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7. 하루종일 세미나 하기와 발 마사지(월요일/ 9월 25일)<?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드디어 날이 밝았습니다. 아침 잘 먹고 자료 챙기고 양복입고 넥타이 매고 호텔 로비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조금 불안합니다. 저를 피컵하기로 한 측에서 아무런 메시지가 없습니다. 언제 데리러 온다는 것이야? 8시경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리셉션데스크에서 전화를 빌려 그 쪽으로 전화를 해 봅니다. 누군가가 받더니 막 출발한다고 하네요. 조금 기다리니 누군가가 와서 저를 찾는데, 이 사람이 오늘 영어통역을 맡은 젊은이로서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공부했다 합니다.

세미나장에 도착하자마자 몇몇 사람들과 영어로 가벼운 인사를 하고 자리에 가 앉습니다. 제 자리는 스크린에 가까운 앞자리 그것도 정중앙입니다. 주최측의 인사말에 이어 제 소개가 이어지는데 주제발표집을 보니 현지인이 작성한 자료는 영어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자기나라 말로 쓰고 이야기하고, 통역직원은 옆에서 열심히 영어로 뭐라뭐라 합니다. 발표 내용을 제게 대충 알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정말 죽을 뻔 했습니다.

회의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시선이 제게 몰리는 듯 합니다. 전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꿋꿋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드디어 커피브레이크입니다. 밖으로 나갔더니 이 사람 저 사람이 제게 말을 겁니다. 그 와중에도 남자보다 여자가 말을 걸어오면 즐겁습니다. 이 곳에서는 커피를 꺄페 비슷하게 발음하고 차는 쨔 비슷하게 부릅니다.

다음 시간은 제 차례입니다. 제가 한구절씩 발표자료를 영어로 읊으면 통역이 베트남말로 옮깁니다. 제 자료는 영어와 베트남어로 준비되어 있습니다만 전 영어만 씁니다. 여기까지는 공부해 간 것이니까 별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질문이 들어옵니다. “베트남어 질문-> 영어 통역-> 제 머리속에서 한글로 다시 번역-> 자료 준비-> 영어로 번역해서 답변-> 통역이 베트남어로 번역” 이런 절차를 거치니 정말 힘이 듭니다. 그래도 시간이 빨리 지나가니 조금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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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왼쪽 앞에서 두번째인데 안보이시죠?)

점심은 주최측에서 근처에 있는 중국음식으로 냈습니다. 맛은 좋았지만 양이 많아 저는 반도 먹지 못했네요. 직원 3, 저, 그리고 통역이 함께 했습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밥을 먹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세미나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점심을 같이 했던 여직원에게 ‘너희들 남자직원들이 미리 우산을 준비했어야 하는 데 센스가 조금 부족한 것 같다’고 했더니 그냥 웃더라고요. 토요일하고 일요일에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우기가 다시 시작되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오후 세미나도 잘 끝났습니다. 미진한 점은 제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며 언제든지 자세히 답변해 주겠노라 했는데, 아직까지 한통의 이메일도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별 문제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세미나가 끝났을 때 선물을 하나 줍니다. 호텔에 와서 풀어보니 베트남 특산품인 식탁보 세트랍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제법 많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저는 차 안에서 느긋하게 밖을 내다보는데,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이용해 거리를 오가는 그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우의를 쓰고 움직입니다. 우의중에는 상표가 한자로 우의(雨衣)로 표기된 것도 꽤 보입니다. 그러나 그냥 비를 맞고 가는 사람도 가끔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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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리는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이후 2일 더 비를 만났음

호텔에 돌아오니 별로 할 일도 없고(당연히 없겠죠?) 배도 고프고 해서 호텔 근처 한국음식점을 찾아 나섭니다(하노리객님 정보를 많이 채용했습니다). 낌마 거리에 있는 장원이란 곳에 가 보았는데, 갈비탕($5; 80,000동) 맛은 솔직히 별로였습니다. 더군다나 수저를 싼 종이캡은 재활용을 했는지 음식물이 묻었던 흔적도 보입니다. 김치는 너무 쉰 것 같고요. 돌아오는 길에 그럴싸하게 보이는 타이틀리스트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50,000동 주고 샀습니다(나중에 거울을 보니 도저히 한국에서는 쓸 수가 없는 형태라서 떠나는 날 그대로 쓰레기통에 넣었음).

그리고 발마사지를 받으러 371번지에 있는 마사지샵에 들어갔습니다. 2층 마사지실에 들어가니 소파가 4개 있고 한 구석에 탈의실 비슷한 게 있는데, 아가씨가 들어오더니 에어컨을 켜고는 저더러 반바지로 갈아입으라 하더군요. 척허니 소파에 앉았더니 따뜻한 물로 발을 닦아준 후 입을 가리키며 뭐라뭐라 하는데 잘 알아들을 수가 없어 ‘No Thank you’ 그랬습니다(나중에 보니까 커피나 차 마시세요 하는 말이었네요. 그거 마셔줘야 마사지사에게 좀 떨어지는 게 있나 봅니다).

* 아직도 팁 때문에 혼란스렵습니다

발바닥을 꾹꾹 눌러 주고 발가락 끝과 발가락 사이도 만져주는데 꽤나 아프더군요. 발을 움찔움찔 하니까 아프냐는 뜻으로 오케이? 합니다. 참을 수 밖에요. 나중에는 저를 엎어 놓더니 팔을 조금 주물러 주고 나서 등에 올라타 발로 자근자근 밟아줍디다. 약 1시간에 걸쳐 마사지를 받고 50,000동 내고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습니다.

이날 쓴 비용은 저녁포함 18만동이었습니다.

8. 공식일정 2일째(화요일/ 9월 26일)

다음 날 아침에는 9시쯤 은행감독국 직원들과 면담이 있다고 해서 8시 30분쯤 피컵하라고 했더니 이 날은 운전기사 혼자 왔더라고요. 그런데 어제 저녁에 내린 비로 공기가 한결 깨끗해져서 그런지 거리에는 얼굴에 마스크를 쓴 사람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든 듯 했습니다. 거리에는 마티즈택시가 제법 많이 보입니다. 택시로 쓰이는 마티즈는 베트남 현지공장에서 조립생산하는데, 정식으로 수입할 경우 600%의 수입관세가 붙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없다 하네요(딜러이문까지 포함한다면 소비자가격은 fob가격의 8배 정도가 된다 함).

그런데 배기량이 큰 차들은 미국이나 일본에 잘 보이려고 관세를 낮게 책정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중고 승용차도 수입을 시작했는데, 사업은 아주 부진한 상태라는 신문기사를 읽었습니다. 친구말로는 하노이에서는 택시도 회사마다 기본요금과 주행요금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단거리는 작은 택시를 타는 것이 유리하다고 했는데, 저는 비교해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2층에 마련된 호치민동상 앞에서 기념 촬영(?)을 마치고 약 1시간 반에 걸친 면담을 끝으로 예정보다 일찍 이 날의 공식일정이 종료되었습니다. 당초 면담이 예정되었던 다른 부서 사람들은 제가 보내준 자료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정보를 얻었기 때문에 제게 가능한 한 많은 자유시간을 주고 싶다고 했답니다. 고맙기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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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2층에 고이 모셔진 호 아저씨 흉상

전 다음날로 예정된 field trip에 대해 호텔에 메시지를 남겨달라는 부탁을 하고 정문을 걸어 나오니 바로 앞에 ‘리 따이 뚜’ 황제 동상이 서 있습니다. 1,000년전 베트남에 유교식 정치이념을 도입한 지도자랍니다(역사와 관련된 이 부분은 정확하지 않음). 동상 앞에 보이는 호안끼엠 호수 한가운데에는 그 황제에게 검을 건네주었다는 거북을 기리기 위한 구조물(일명 거북탑)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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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따이뚜 황제 동상과 바로 앞 호안끼엠 호수 안에 있는 거북탑

가까이 다가가니 호수물은 깨끗해 보이지 않습니다. 호수변을 따라 북쪽으로 천천히 걸어 가면서 역시 호수안 섬위에 있는 옥산사(玉山祠; 덴 응옥썬)를 관람하고, 11시쯤 수상인형극장에 가서 당일 저녁 6시 30분 공연표를 예매했습니다. 좋은 좌석이라고 40,000동이나 하네요(나중에 들으니 20,000동짜리 자리도 별 차이 없었다는군요. ㅠ.ㅠ.). 옥산사 입구에는 학생들이 모여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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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대회?



호수변에 있는 공중화장실은 영어로 W.C.라 표기되어 있습니다(서호변도 마찬가지). 또 Military Bank 명의의 11월에 있을 APEC환영 현수막도 보입니다(지금 하노이 시내 곳곳에는 여러기관 명의의 APEC환영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나 엘지전자 것도 많이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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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변 무료(?) 화장실은 water center/ militaly bank 명의의 APEC환영 현수막


드디어 씨클로를 타볼 기회입니다. 극장앞에서 혁명박물관으로 가자 하면서 ‘남(5)’을 외쳤는데 이 기사 알았다 하더니 슬금슬금 움직이는 것이 뒷길로 해서 멀리 돌아가는 듯 하더이다. 가만히 보았더니 호안끼엠 호수를 끼고 도는 도로가 일방통행이라 그랬던 것 같기는 한데 결국은 박물관이 아니라 우체국앞에 저를 내려놓고는(제가 지도를 들고 있었고 특히 베트남중앙은행 앞을 지날 때 ‘여기가 아니다’ 라고 했음에도 아무 소용 없었음) 돌아오느라 힘들었다나 뭐라나 하면서 ‘므어이 cheap’을 계속 주장하더라고요. 저는 애초 ‘남’이라고 하지 않았냐 하면서 5,000동만 준다 하고 10,000동 달라고 하는 몇분간의 실랑이 끝에 제가 단호한 표정으로 7,000동 주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나중에 길가에서 10,000동 뜯긴 것 생각하면 제가 좀 심했다 싶은 생각도 드네요).

우체국에서 오페라하우스를 거쳐 혁명박물관쪽으로 걸어가다가 씨클로 기사들이 잔뜩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곳에 문이 있길래 들어갔더니 거기는 관람객용이 아니라 해서 다시 돌아 나오는데, 기사들이 모여서 장기를 두며 놀고 있더라고요. 우리 한국에서 쓰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장기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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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박물관 뒤편 모습 - 저 대기중인 수많은 씨클로와 그 뒤에서 기사들이 심심풀이로 노는 장기(포차마상 등 기물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쓰는 것과 완전히 동일함)

건물 모퉁이를 돌아가는데 갑자가 젊은 여자가 다가와 영어로 여기가 어쩌고 길 건너가 어쩌고 하길래 ‘음! 박물관 주위에 도우미를 배치했나 보다’ 했더니 조금 있다 손에 들고 있는 치부책을 펴 보이면서 기부금을 달라 하더라고요. 코리안은 10만동씩 낸다나 하면서. 전 10,000동 주었습니다. 어느 분은 호안끼엠 호수근처에서 당했다 했는데 저는 혁명박물관 가다가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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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박물관앞 광장

11:30 혁명박물관에 들어갔더니 입장료가 없는 대신 자기들 점심시간이 시작될 때까지 15분밖에 없으니까 그 안에 보고 나가라 하더군요. 호치민과 그 동료들이 한자로 씌여진 ‘월남공산당 선언’ 아래 모여 찍은 사진이 이채롭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화장실에 W.C.와 Toilet을 같이 써 놓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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越南 共産黨 글자가 보이시나요?/Toilet이라는 표기도 병기되어 있는 화장실

정말 후다닥 둘러보고 나왔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길 건너 역사박물관으로 갔더니 거기도 마찬가지로 점심시간 휴장. 이 곳이 볼 게 꽤 있다고 들었는데 아쉽게도 다시 가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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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박물관 입구(좌측) 및입구 전경

마침 배가 고파옵니다. 다시 길을 건너 혁명박물관 담벼락에 지붕을 얹은, 반쯤은 노천인 까페에 12시경 들어갔습니다. 무슨 파티가 있는지 한쪽에는 사람들이 줄을 이어 앉아서 맥주잔을 들고 건배를 외칩니다. 또 작은 솥에 끓인 것을 속속 손님앞에 내 놓습니다.

그런데 제 앞에 온 종업원은 영어가 안됩니다. 맥주 한잔과 땅콩을 준 뒤 한참 뒤에야 다른 직원이 영어가 병기된 메뉴판을 갖고 왔는데, 저도 잘 몰라 ‘Noodle and Beef’를 주문했더니 가격이 15,000동이라고 종이 위에 씁니다. 잠시 후 내 앞에 놓인 음식을 보니 눈물이 다 납니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습니다. 젓가락질 두어번 하다가 맥주(맥주는 7,000동)만 마시고 일어섭니다. 여행 준비할 때 어느 분께서 한국라면 스프를 가져가라 하신 말씀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Noodle이 라면사리를 뜻하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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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박물관 벽에 붙은 음식점에서 파티중인 사람들/주문했으나 먹지 못했던 음식

비가 얼추 그쳤습니다. 다시 호안끼엠 호수 남쪽으로 걸어가다가 길가에서 파는 찐 고구마를 사서 입에 뭅니다. 맛있습니다. 생각끝에 미술박물관(Fine Arts Museum)에 가기로 하고 쎄옴을 부릅니다. 그제 일도 있고 해서 10,000동 준다 하니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는 길이 조금 이상합니다. 지도를 보여주며 미술박물관이라고 했는데, 결국 군사박물관으로 갔습니다. 말도 안됩니다. 그런데 여기도 점심시간은 쉰답니다. 박물관을 뜻하는 ‘Bao Tang’을 알고 있었어야 하는데 후회막급입니다. 박물관내 간이쉼터에서 기다릴까 하다가 어차피 점심은 먹은 거고 해서 레닌동상과 중국대사관 사이에 난 길을 따라 걸어서 미술박물관으로 갔습니다.

미술박물관은 입장료가 20,000동으로 다른 곳보다 비쌉니다. 실내에서 사진촬영도 안되고, 갖고 있는 가방은 매표소 옆 보관함에 넣고 들어가라 합니다(자율적으로 넣고 열쇠를 뽑는 형식). 전시실에 들어 갔더니 어느 방은 에어컨이 나오고 어느 방은 안 나옵니다. 1층에 전시된 석조 유물은 주로 불상인데, 2층에 올라갔더니 회화를 많이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에 온도 및 습도조절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회화를 보존하는지 참 궁금합니다. 전시실을 한바퀴 돌고 나서 2층 별관에 있는 책방에서 박물관 소개 책자(Viet Nam Fine Arts Museum)를 35,000동에 사고 옆에 있는 기념품 판매소에서 목걸이용으로 쓸 수 있는 작은 펜던트를 $4(64,000동)에 샀습니다. 기념품을 파는 여자 판매원이 한국말을 조금 합니다. 어디서 배웠냐 물어봤더니 한국인 회사에서 근무했었는데, 그 회사 경영이 좋지 않아 이 곳으로 옮겼다는 대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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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박물관 전경(경내 카메라 지참 금지라서 ㅎㅎ)

13:55 미술박물관을 나와 호치민기념관에 가기로 합니다. 이번에도 쎄옴 기사를 불러 Bao Tang Ho Chi Minh하고 10,000동을 외쳤더니 좋다고 합니다. 나도 베트남 사람들처럼 운전자를 붙잡지 않고 손을 자유롭게 놀려봅니다. 10분정도 가서 호치민기념관 입구에 내렸습니다. 건물을 보니 이번에는 제대로 온 것 같습니다. 뿌듯한 마음에 차비를 주고 나서 건물로 들어가려니 그 곳은 직원용이고 일반인들은 반대편(완전 대각선)으로 가라 합니다. 아 다시 짜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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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옴기사가 내려준 직원출입구/ 정 반대편에 있는 관람객 출입구

정문을 통해 들어가려다 일주사(一柱寺; Chua Mot Cot)를 먼저 둘러 보기로 합니다. 정식 입구는 호치민기념관 입구 방향으로 계단 아래 오른쪽에 있지만 문(圓覺門)은 닫혀 있습니다. 뒤로 돌아 향을 사고 계단을 올라가서 향을 사룹니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 3배를 드린 다음 일어나려니 제 작은 키로도 머리가 문설주에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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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기념관과 묘소 사이에 기어 한층 더 초라한 모습으로 서 있는 일주사(왼쪽부터 정문/전경/관세음보살상)

조금 쉬었다 구경하기로 하고 호치민묘소 입구쪽에 있는 가게에 가서 콜라 한캔을 사서 의자에 앉아 마시고 있으려니 군인들이 발을 맞추어 옵니다(14:20). 총 끝에 도검까지 끼운 상태로 열심히 제식훈련 같은 동작을 반복하더니 마침내 총을 거치하는 모습이 휴식시간인가 봅니다. 호치민묘소는 내부수리관계로 11월초까지 문을 닫는다고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호치민기념관도 곧 수리에 들어갈 모양입니다. 아마 11월에 열릴 APEC에 맞춰 다시 개방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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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묘소/ 묘소앞 길(좌측)에서 제식훈련중인 군인들

14:40 호치민기념관으로 들어갔더니 건물 입구 오른편에서 표를 팔고, 그 뒤에 가방을 맡기는 공간이 있습니다. 실내에서의 사진촬영은 괜찮답니다. 2층 중앙에 호아저씨의 큰 동상이 있고, 호아저씨가 썼다는 생활용품이랑 그의 활동과 관련된 사진들이 보입니다. 한자로 무엇인가를 쓰고 있는 사진이랑, 어린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제법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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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무엇인가를 쓰고 있는 호치민 사진

전시실 마지막 부분에는 하노이를 폭격하던 미국 B-52폭격기 격추잔해를 비롯해 미군으로부터 노획한 물건들이 놓여 있습니다. 에어컨도 없는 전시관을 한바퀴 주욱 돌고 내려오니 바로 휴게공간입니다. 빵도 사고 물도 사서 조금 먹다가 배낭을 찾아 밖으로 나왔더니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소나기가 쏟아집니다(15:10). 할 수 없이 다시 실내로 들어갔습니다. 금방 안면 텄다고 이번에는 배낭을 들고 들어가도 아무 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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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의 베트남 국기(호치민 기념관 앞)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다시 쎄옴기사를 부릅니다. 호안끼엠 했더니 20,000동 달랍니다. 15,000동 준다고 ‘므어이 남 응인’ 해야 할 것을 ‘므어이’가 생각나지 않아 ‘남,남,남’ 했더니 알아듣습니다. 호안끼엠 호수가(화룡관건물 앞)에 제대로 도착했는데 겨우 오후 4시입니다. 구시가지 거리를 걸어다니며 신까페도 찾아보고 ODC도 봅니다. 지나가는 길에 청바지 가격표를 보았더니 결코 싸지 않습니다.

왔다갔다 하다가 타이거우즈가 입었던 것과 비슷한 붉은색 긴팔 티셔츠를 하나 사기로 하고 가격을 물어봤더니 $18이나 달라고 합니다. 속 마음으로 서울에서도 15,000원이면 사겠다 하고 $10 불렀다가 결국 $14에 샀습니다. 단체로 씨클로를 탄 외국인 행렬이 지나갑니다. 인형극 공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화룡관건물 맨 윗층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맥주를 한병 시키고 호수주위를 둘러 봅니다(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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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관 맨윗층에서 바라본 호안끼엠 호수위의 응옥썬(좌)과 베트남보험회사 건물(우측)

저녁 6시가 되었습니다. 극장 1층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후 떠들썩한 한국말이 들리길래 돌아보았더니 글쎄 땀에 젖은 민소매 티(실은 내의 수준)를 입은 건장한 한국청년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전 제 눈을 의심했지요. 민소매 복장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공연장에 그런 복장으로 나타나는 것은 처음 보았거든요. 제가 한국인이란 것이 참으로 부끄러웠고 또 나이 먹은 사람으로서 젊은이들에게 예절교육을 시키지 못한 것을 더욱 부끄럽게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공연은 괜찮았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남자가수가 뭐라뭐라 하면 여자가수가 이를 받아 마치 우리나라의 마당놀이 마냥 추임새를 맞추는 것(이 표현이 맞나 몰라?) 이었는데, 공연중 서너번은 들은 것 같습니다. 공연 안내문에는 사진 찍고 싶은 사람은 미리 이야기하고 티켓을 구입하라 했던 것 같은데, 손을 머리보다 높이 들어 공연내용을 비디오에 담는 인간들은 주로 서양 것들이었습니다. 마지막에 하반신이 완전히 물에 잠긴 상태로 인형을 조종하던 사람들이 발 앞으로 나와 인사를 합니다.

공연이 끝나고 나니 밖은 완전히 어두워졌습니다. 저녁은 빵으로 때우기로 합니다. 호텔까지 25,000동 달라는 쎄옴기사를 꼬셔서 20,000동에 간 다음 팁조로 1,000동 더 주었더니 좋아 죽을라 그럽니다. 고맙다고 인사 열심히 합니다. 이제 엄청나게 협상력이 커졌다는 걸 느낍니다. 하노이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 같습니다. 로비에서 메시지를 확인했더니 내일 아침 9시에 피컵한다 합니다(메시지 전달자는 남자). 방에서 오징어 포를 안주로 해서 소주 2팩을 먹고 잠자리에 듭니다.

오늘은 옷을 사는 바람에 제법 지출이 많습니다. 총 55만동을 썼습니다.

3 Comments
빛고을 방랑자 2006.11.02 08:32  
  님의 여행기를 읽다보면 마치 제가 여행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글쓰시는 스타일이 저와 흡사해서요. 처음으로 가는 여행자들에게는 많은 참고자료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편집을 깔끔하게 하셨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문장은 길고 사진과의 언밸런스라서...죄송합니다.
세상만사 2006.11.02 16:02  
  처음에 올린 글이 왜 그렇게 옆구리가 터진 것처럼 편집되었는지 잘 모르겠네요(아마 그림이 너무 커서 그랬던 것은 아닌지). 수정했습니다.
필리핀 2006.11.03 10:37  
  하노이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호치민 묘소와
호치민이 살던 집인데...
두 곳만 못보신 것 같네요...
글구 하노이는 쌀국수, 즉 퍼의 본고장인데
라면을 드셨다니 안타깝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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