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향기로 다가온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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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향기로 다가온 태국

타논 6 1673

첫째날 (2006.10.3)

출국, 비만인
두 사람만이 하는 첫 해외여행. 그것도 배낭여행 성격의 개별여행이라는 설레임 때문이었을까. 택시에다 깜빡 안경을 두고 내린 실수로 공항버스 타고가는 동안 내내 찜찜함이 이어졌는데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서며 말끔히 가신다.
TG항공 부스를 찾아 갔지만 아직 시간전. 건물 1층에서 3층까지 내부를 잠깐씩 일별한 후 티켓팅을 하고 출국장으로 나갔다. 갯벌을 메워 만들었다는 게 실감나지않는 계류장엔 이미 타고갈 점보기가 육중한 몸체를 바싹 낮춘 채 대기중이었다.

다소 상기된 분위기에 묻혀 짧지않은 5시간 반이 휑하니 지나며, 고층아파트로 뒤덮힌 서울과는 달리 나지막한 집들이 초원과 어우러진 광경이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이는 방콕 상공에 진입한다. 채 정리가 되지않아 어수선한 방콕 수완나폼 신 공항 입국장에 들어서니 후끈한 남국의 열기가 온몸을 휘감으며 비로소 태국에 왔음을 실감나게 한다.
100불 지폐를 바트화로 환전하고 짐을 픽업한 뒤 공항버스터미널로 가는 셔틀버스에 올랐다. 이제는 한국에서 도상훈련한 대로 부딪히는 도리 밖엔 없고... 카오산 방향의 556번 버스로 공항을 부리나케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내달리는데, 우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일깨워주려는 듯 느닷없는 장대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사진을 통해 눈에 익힌 민주기념탑을 지나자 활달한 성격의 버스 차장이 카오산이라며 내리라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되어있는 차선. 내리쪼는 한여름의 붉은 해가 중천에 걸린 방콕의 거리엔 갖은 소음으로 가득하다. 다가오는 뚝뚝 기사에게 어렵잖게 목적지를 이해시킨뒤 당초 예약을 하려다 못한 방콕호텔 곁을 지나서 Bhiman Inn에 무사히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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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로드, 솜분디
예정대로 오후 4시경 천천히 여장을 풀어놓고 거리로 나선다. 나즈막한 오래된 건물들로 가득한 거리에 오토바이 굉음이 사방에서 소란스럽다. 파쑤멘거리를 따라가다 카오산 방향의 짜끄라퐁거리로 들어선다. 인도를 가득 메우고 있는 갖가지 노점 식당들, 열대과일 포장마차, 잡화상, 그리고 태국의 온갖 공산품들이 선반마다 빽빽한 큰 슈퍼마켓... 일거에 남국의 현란한 정취에 파묻혀 정신이 아득해진다.
정말 유럽의 어느 한 도시로 착각할 만큼 카오산은 서양화되어 있었다. 젊은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대로 양 옆으로 호기심과 식욕을 자극하는 노점상들과 카페, 레스토랑들로 가득하다. 아무 곳에나 뛰어들어 한바탕 어울리고 싶은, 쉼없이 발동하는 객기를 주체하기 힘들다.

오후 6시가 지나니 벌써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다. 덥다는 느낌만으로써 우리나라 여름의 해길이를 기대하였다간 여행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같다. 왓차나쏭크람을 끼고 돌면서 낸시마시지 골목을 통해 파아팃거리로 나와 수상버스에 몸을 싣는다. 퇴근하는 직장인들과 관광객들로 만원인 수상버스는 강 양안의 선착장에 몇 번 사람들을 부리고 태우더니 능란한 솜씨로 차이나타운이 있는 랏차웡 선착장에 갖다댄다.
수학선생님이라고 소개하는 중년 신사 한분이 우리가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여설까.. 오늘은 부디스트데이이기 때문에 차이나타운이 전부 영업을 하지 않는다면서, 친절하게 우리가 내민 지도에 표식을 해주며 씨푸드 잘하는 곳이라고 안내를 한다. 40 바트로 갈 수 있다면서 근처의 뚝뚝기사에게도 요금을 확인시키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순간적인 과잉친철에 제대로 거절하지도 못한 채 뚝뚝에 몸을 맡겼는데, 짐작하고 있는 도상 거리를 분명 넘어서 한참이나 내달린 끝에 솜분씨푸드가 아닌 솜분디 마당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이미 인터넷에서 악명높다고 익혀 알고 있던 그 솜분디에... 어설픈 인테리어, 드문드문 앉아있는 외국인들, 수족관에 써있는 100g에 만원 정도의 가격, 몰려들어온 젊은 서양단체팀의 되돌아나가는 모습등,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뚝뚝이 차이나타운에서 얼마나 이동을 했으면 카오산으로 귀가하기위해 택시를 막 타는데 사흘뒤 숙소로 예약해놓은 싸얌의 First Hotel이 눈 앞에 나타난다. 람부뜨리 거리의 짜이디에서 마눌님이 마사지를 받는 동안, 맞은편 노상카페에선 현지인이 부르는 올드팝이 더위가 빠져나간 밤공기를 낭낭하게 젹셔대고 있었다. 방콕의 첫날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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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쎈거리와 파쑤멘거리 교차로 오후의 카오산

오후의 카오산

짜이디마사지 앞의 라이브

6 Comments
걸산(杰山) 2006.10.30 21:28  
  오우, 여행기 내용 자체도 멋지지만,
레이아웃 등이 거의 웹진느낌까정 나는군요.
6공병 2006.10.30 23:43  
  뭔가 짜임새가 느껴지는 여행기네요. 잘 봤습니다^^
순진무구녀 2006.10.31 11:16  
  오호...타논님 글솜씨에 감동먹었습니다
다음 글도 어서 올려주시길+..+
..음..글구 비만인 내부사진은 찍어놓으신거 없어여?
신동환 2006.10.31 12:17  
  새로운 여행글 솜씨와 그래픽(!?) 이네요!
잘보고가고여 다음 편도 기대되여!^^
타논 2006.10.31 21:21  
  여러분의 찬사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순진무구녀님.. 유감스럽게도 비만인 내부는 찍질 못했네요.
체게발 2006.10.31 22:35  
  정리가 잘되있는 여행기네요. 담편 기다립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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