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의 스릴넘치는 여행기 2 - 차이나타운,시로코
Shanghai Inn.. 내가 방콕에 온 이유중에 하나가 바로 이 호텔과 차이나타운
이다. 아마 어릴적 보았던 영화의 영향이 컸겠지만 난 중국풍의 거리를 무척
이나 좋아한다. 중국음식도.. 하지만 막상 중국에 갔을때는 내가 바랬던
거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상하이나 북경의 뒷골목을 헤메고 다녔지만..
없었다.
영화에서 보았던 그 분위기는.. 홍콩은 너무 깨끗해져버렸고..
커다란 한자가 쓰여진 간판들과 노점들 여기저기서 풀풀 풍기는 음식냄새
떠들어대는 사람들 매연.. 이런것들이 내가 원했던 모습이었다.
그런데 여기 있었다. 방콕에.. 타인의 여행기에서 이곳 차이나타운의
모습을 보았을 때 난 이곳이 내가 찾던 곳임을 알게되었다.
[차이나타운 - 영화에서 많이 보았음직한 분위기]
어쩌면 이번 여행을 가능하게 했던 곳도 바로 이 차이나타운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오산이나 번화가인 씨얌,쑤꿈빗 지역을
숙소로 삼는데 반해 내가 차이나타운을 숙소로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인터넷으로 본 상하이인의 모습은 더욱더 나를 매료시켰다.
인테리어는 기대 이상이었다. 중국풍의 모던한 인테리어, 친절한 직원들..
숙박객들은 대부분 서양인이었다.
아니.. 나를 제외한 전부가 서양인이었다. 차이나타운과 상하이인은
아시아계 사람들보다는 서양인들사이에 더 유명하고 인기가 있는듯 했다.
비록 3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곳에서 한국인이나 동양 여행객들을 만난
적은 없었으니까.. 서양인들은 예상보다 많았다.
[상하이인의 로비 - 붉은빛이 감도는 모던한 중국풍 인테리어가 맘에든다]
짐을 풀고 바로 숙소를 나섰다. 그리고 근처의 사원인 "왓트라이밋"으로
향했다. 5시까지 개방하니까 시간이 얼마 없었다. 마음은 조급해졌지만
예상보다 가까운데다가 그리 크지도 않아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었다.
실수로 법당내부에 신발 신고 들어갔다가 관리인한테 혼이 나기도 했지만..
사람도 별로 없어 조용한데다가 생전 처음보는 동남아식(?) 사원이라
신기했다.
이곳에 있는 불상은 세계에서 제일 큰 황금불상이고 원래는 점토에 쌓여
황금인 줄 몰랐다가 수십년전에 옮기던 도중 인부가 실수로 떨어뜨려 그
안의 황금불상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내막이 있어 더더욱 찾아 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하다. 아무리 시간을 질질 끌어도 30분 정도 지나자 더이상
볼 것이 없어졌다. 슬슬 걷다가 저녁을 먹기로하고 다시 차이나타운 거리로
들어섰다.
[역시 한류를 실감케 해주는 대장금 DVD 가장 목좋은 곳에 비치되었다]
길거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샥스핀과 제비집 요리집이었다.
한 그릇에 300밧 정도면 먹을 수 있다는 말에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여기저기를 헤메이다가 좀 허름에 보이지만 사람이 많은 음식점을 골랐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곳도 몇 군데 있긴 했지만 가격이 비쌌다..
방콕이라 해서 모든게 한국보다 싼 것은 아닌 모양이다. 아무튼 그곳에서의
샥스핀은 훌륭했다. 뜨끈한 국물이 위를 덥혀주는게..
피로가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었다.
[노천 식당들 - 서양인들의 모습도 제법 눈에 띈다]
샥스핀과 함께 주문한 이름 모를 요리도.. 보통 이런 요리에는 맥주를
곁들이지만 술을 시키지는 않았다. 두통이 점점 심해져 오는게..
술을 마실 기분이 아니었다. 뜨끈한 샥스핀 국물을 위로 흘러내리며
밤에는 무엇을 할지 고민에 빠졌다..
[내가 묵었던 상하이인의 외관 - 작지만 나름 멋이 있다.]
숙소로 돌아가 준비해 온 두통약을 먹고 택시를 잡아탔다.
시로코에 가보기로 했다. 그 다음은 팟퐁..
도시의 야경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시로코는 한번쯤 가 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본 그곳을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어서.. 팟퐁역시 약간
의 호기심과 함께 간단히 맥주나 한 두병 마실량으로..
혼자 들어선 스테이트타워 엘리베이터는 내게 약간의 뻘쭘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남자들은 편한 복장이었지만 여자들은 대부분 잘 꾸며진
드레스차림이었다. 마침 우르르 몰려온 남정네들이 있기에 나도 일행인양
껴서 안내를 받았다. 정상의 시로코는 기대 이상의 분위기였다.
고층건물 옥상에 이런 야외 레스토랑이 있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것을 감싸고 있는 도시의 야경은 커다란 강화유리창 안에서 바왔던 그것과
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벤드의 연주와 샹냥한 웃음들.. 소근소근 사람들의 이야기들.. 무엇보다
안내하는 사람들의 몸짓이며 표정 등이 마음에 들었다. 몸에 밴 친절..
짜오쁘라야강과 씨얌의 고층건물들의 야경..
청바지에 면티하나 달랑 걸친 나로서는 다시한번 뻘쭘함을 느끼게 되었다.
원래 간단하게 맥주나 한 잔 하고 내려가려 하였으나 나도 모르게 칵테일을
시켜 마셨다. 스탠딩바에는 사람들로 북적 거리고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 역시 사진을 몇장 찍었다.
마음 같아선 삼각대를 꺼내 제대로 직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여건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안시키고 돌아봐도 누가 무어라 할 사람 없으니 누군가
오게 되면 그냥 공짜로 야경을 감상해도 괜찮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