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을 오락가락하는 방콕 & 파타야 여행기 - 0.Boarding
터질 것 같은 배낭 하나만 들쳐 업고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아홉시.
11시30분 출발인 오리엔트 타이항공 OX301편이란다.
우선 전날 인터넷으로 환전한 돈을 찾기위해 신한은행 간이 부스를 방문했다. (찍어둔 사진이 없어서 자료화면으로 대체 -_-;; 대충 저렇게 생겨먹었다..)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환전은 실제 현금은 공항 부스에서 받아가는 시스템인데, 받은것 없이 빠져나간 통장잔고를 볼때는 이상하게도 억울하더니 막상 공항에서 주는것 없이 현금만 받게 되니 이것 참 나름대로 쏠쏠한 기분이 들었다.(조삼모사 -_-;)
게다가 본인 확인 절차도 대~충인 듯한 것이 '이미 돈은 통장에서 떼었겠다 누가 받아가든 알아서 하셈' 같은 느낌도 썩 나쁘지 않았다.(어째서;;)
나름대로 여행사 에어텔 패키지라서 티켓을 여행사 부스에서 받아야 되는데...
이걸보고 어떻게 찾아가...... -_-
게다가 나중에 알고보니 이건 부스가 아니라 여행사 사무실;;
결국 한참을 뒤져서 공항 맨 끝사이드에 몰려있는 여행사 부스를 찾았으나,
나의 험난한 태국 여정은 출발 전부터 이미 삐걱대고야 말았다.
(*#^%(#*%^(@^$@*&%@
무려 네시간 딜레이.
일단 딜레이 댓가로 점심무료쿠폰 2만원을 준다길래 낼름 받았다. -_-;;
나의 소중한 네시간을 2만원에 팔아 순식간에 시급 5000원 인생으로 전락... 그렇다고 뭐라 대놓고 항의할 깡도 없고..
일단 죄없는 데스크 언니 한번 째려봐주고(것도 소심해서 언니 고개숙일때 몰래 째려봤다!!) 대충 쿠폰으로 공항 식당에서 거른 아침을 때운 후, 만인의 공항친구 이통사 라운지를 찾아나섰다.
아으아아아~~~으어허~~허허헝~~~ KTF 니가있어서 참 다행이야.
시간을 때우기 위해 들어간 완소KTF 라운지의 릴랙스룸.
저 전동 안마의자 정말 좋더구나. 슬슬 배낭도 무거운것 같고(벌써?) 걍 여기서 눌러앉아버리고 싶었으나 참기로 했다.
결국 약 네시간 가량을 멍하니 시간을 때우고 보딩을 위해 게이트로 이동하였다.
보딩을 기다리는 사람은 죄다 한국인 들이었다. 오리엔트 타이가 태국 국적기임에도 불구하고 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은 한명도 보지 못했다는 사실.
태국의 절이나 사원에 출장이라도 가시는지 스님들로 이루어진 팀들도 있었고, 졸업여행을 가는 것 같은 대학생들(로 추정) 무리, 그리고 역시 동남아라면 빠지지 않는 시골발동남아행무적의안하무인아줌마아저씨패키지팀(헥헥.... 길다...)이 가장 큰 인원을 차지하는듯 했다.
무려 두번이나 연착된 보딩을 항의하는 우리의 용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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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뭐라고? 두번??
어쩐지 문열릴때가 된것 같은데 깜깜 무소식이라더니,
이리저리 전광판을 살펴보니 한시간 또 추가 딜레이되었단다. 갓뎀.
아무튼 이미 게이트 앞에는 어디 농촌새살림마을회에서 단체관광이라도 오셨는지 시골 아줌마 아저씨(말이좋아 아줌마 아저씨지 할머니 할아버지...;;) 패키지팀이 한가득 서서 한껏 농성중이었다 -_-
티켓도 그렇고 게이트에 나와있는 저사람들은 보아하니 아시아나에서 나와서 보딩만 대행하는것 같던데...저사람들이 무슨 죄냐.....우리가 탈 비행기는 오리엔트 타이인데 -_-;; 하지만 그래도 아시아나 승무원들은 연신 굽신굽신 죄송합니다란 말만 자동응답기 마냥 무한 반복 하고 있었다 (...)
아무튼 저 농촌새살림마을회(추정;;)팀은 게이트가 열리기 전엔,
이대로는 못 들어 간다느니, 두번이나 연착하는건 승객들을 무시하는 처사가 어쩌고 저쩌고, 단체로 탑승 보이콧이라도 벌이겠다는 자세이시더니, 결국 게이트 열리자 마자 창가자리에 앉아야 된다고 제일 먼저 꾸역꾸역 다 들어가셨다.-_-(아줌마...좌석번호는 이미 다 정해져 있다고요...이건 시골 버스가 아니란 말이야 어흑;)
하도 개념없고 정신없는 이분들 뭔가 크게 사고 한번 치실줄 알았는데....
결국 나중에 기내 화장실에서 담배피다 걸리는 엄청난 사태까지 벌이셨음......아...쪽팔린 어글리 코리안 들이여...
기내에선 서빙하는 스튜어디스를 밀치고 지나가질 않나, 한국말 못한다고 대놓고 면전에 욕찌거릴 해대질 않나, 결국 보다못한 승무원중 한명이 얼굴을 찡그리며 화를 내더라..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 이런 상황에서 기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다 딱 걸렸으니 그네들도 어디한번 맛좀봐라 라는 강경한 자세일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한국인 승무원의 중재로 잘 넘어가긴 한 것 같은데 다들 영 뒷맛이 찜찜한 표정.. 실제로 기내 흡연 적발시 미화 5000불가량의 벌금에 형사처벌도 가능하다고 한다..
동남아쪽에서의 한국인에 대한 평판이 그다지 좋지 못한 큰 이유중 하나가, 이렇게 단체로 무개념하게 패키지 여행을 떠나는 아줌마 아저씨팀이 많아서란 생각을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었다.
결국 이런저런 실랑이 끝에 비행기 탑승..
그리고 잠시뒤에 나온 (기다리고기다리던) 기내식.
..
...
....
.............??
................................?????????????????????????????
순간, 그동안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어글리 코리안들의 그 답답한 마음과, 감정을 밖으로 거칠게 표출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 순수한 분노로 똘똘뭉친 행동들이 물밀듣이 나의 가슴속으로 쏟아져 들어왔지만, (...뭔가 매우 다르다..;;)
내가 앉은 구역쪽을 담당했던 태국인 스튜어디스 언니가 조금(이 아니라 많이...) 아리따우셔서 가까스로 참아 넘길수 있었다-_-;(어째서!!!!)
설마 이것들 밥이 없어서 비행기 연착시키다가 결국 햄버거라도 싣고 부랴부랴 출발한거 아냐??!??
아니면 아까 공항에서 뿌린 딜레이쿠폰 2만원으로 배정식비 예산초과??
어쨌든,
어글리 코리안이고자시고는 둘째치고,
비행기의 로망인 기내식이 이런식이면 나도 참을수가 없잖아(...)
게다가 이 아리따운 스튜어디스 언니조차 한국사람들을 대하는 매우 익숙한 듯 한 태도(대놓고 아줌마들 무시하기, 무개념 인들을 향한 고압적인 자세와 말투 -_-)가 조금 씁쓸하였지만...(도데체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저렇게 무개념 하면, 친절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튜어디스들에게서 저렇게 고압적인 자세가 나올수 있을까...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어글리 코리안들은 말을 들어쳐먹질 않는다는걸 그들은 몸소 실감하고 있는것이 매우 슬프게 다가왔다..)
다만 그뒤는 맛있는 땅콩과자 덕분에 아무생각 없이 멍하니 창문만 바라보게 되었다... 빵빵한게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