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쑤린 & 씨밀란 여행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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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쑤린 & 씨밀란 여행기 3

필리핀 4 2782

11월 22일 오전 5시...

일행이 탄 버스가 쿠라부리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시각이었다.

어김없이 사비나 투어의 고참직원 ‘오’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런데 얼굴은 분명 태국인인데 ‘안녕하삼~’이라며

최신 유행 한국어로 인사말을 건네는 청년이 나타나서

일행의 졸린 눈을 번쩍 떠지게 만들었다.

알고 보니 날로 급증하는 한국인 여행자의 편의를 위해

사비나 투어가 채용한 신참 직원이었다.

청년의 이름은 ‘아이스’였다.

부산의 모 신발공장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는데,

한국어는 그때 배웠단다.

한국어가 능숙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한국인 여행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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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사비나 투어 사무실. 요술왕자님이 특유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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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 투어의 직원들. 왼쪽이 고참 오, 가운데가 짝퉁 한국어를 구사하는 아이스, 오른쪽은 갈 때마다 바뀌는 여직원.



쿠라부리 항구에서 쑤린 행 보트가 출발하는 시간은 오전 9시.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일행의 일부는 모자란 잠을 마저 청하고

일부는 근처의 피씨방에서 인터넷의 세계로 빠져들고

일부는 시장 구경에 나섰다.

(참고로 피씨방은 사비나 투어를 마주 보고 왼쪽에 있다.

한글을 사용할 수 있고 속도도 빠른 편이다.

시장은 사비나 투어를 마주 보고

오른쪽으로 2~3분 정도 걸어가면 있다.

시장에서는 섬에서 먹을 과일을 사면 좋다.)

아직 9시가 되려면 멀었는데

사비나 직원이 항구로 가자고 서둔다.

알고 보니 오늘 쑤린 들어가는 사람이 적어서

큰 슬로우 보트 대신 작은 스피드 보트를 띄운다고 한다.

오호~ 400밧 벌었다~

(참고로 슬로우 보트는 왕복 1,200밧에 2시간 30분이 걸리고,

스피드 보트는 왕복 1,600밧에 1시간 30분이 걸린다.

그런데 승차감은 슬로우 보트가 훨 좋다.)

아... 그런데 뜻하지 않은 복병 때문에

즐거워야 할 쑤린행 보트 안이 순식간에 인내의 시험장으로 변해 버렸다.

원인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한 여행자 때문이었다.

적어도 열흘 이상은 목욕과 세탁을 안한 것 같은 차림을 한 그 여행자는

스피드 보트 맨 앞자리에 떡하니 앉더니 두툼한 신발(등산화였다! 더운 태국에서 등산화라니!)을 천천히 벗었다.

그러자 만약 밀폐된 공간이었다면 단숨에 100여 명은

질식사시키기에 충분한 발냄새가 확~ 풍겨오는 게 아닌가!

일행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유독가스(?)의 기습 공격에 맞서

숨 오래 참기 게임을 벌이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 여행자에게 즉석에서 발냄새라는 닉네임을 선사하는 여유를 부렸다.

혹시 저 친구가 쑤린에서 스노클링을 한다면

저 지독한 냄새 때문에 물고기들이 몽땅 사망하지는 않을까?

저 냄새를 먹잇감으로 착각하고 식인상어라도 몰려들면 어떡하지?

아무래도 쑤린에서의 나날들이 평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필리핀의 등줄기로 식은땀 한 줄기와 함께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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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보트와 슬로우보트 출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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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라부리 항에서 배에 타기 전에 국립공원 입도 신고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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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사무실에 있는 무꼬 쑤린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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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이 문제의 발냄새. 왼쪽은 벨기에에서 온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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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왕자님: 어~ 취한다 취해...(발냄새에)
고구마님 : 하느님... 부디 우리가 이 고통으로부터 속히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재석아빠님 : 음냐... 이상타 어디서 김치 쉰내가 확 풍겨올까?

4 Comments
사깨우 2006.12.05 17:12  
  부럽네요~~~고구마님은 멀미하는 표정^^
느리게 걷기 2006.12.08 00:17  
  재치있는 입담과 함께 사진이 곁들여져 감칠맛 나는 여행기..너무 재미납니다.^^
쑤린이.. 그런 곳(?)이었군요~
필리핀님의 글에 감정이입(?)이 되었는지 킁킁.. 어디선가 발냄새가 나는 듯?[[낭패]]
entendu 2006.12.10 08:01  
  푸핫.. 모두 착한 분들만 계셨군요.. 1시간 넘게 그 고통을 견디느니.. 제가 있었따면.. 가서 똑똑똑 등을 두드리고 신발 go home,please를 남발했을텐데.. ㅋㅋ 다음엔 저도 줏어가 주셔요.. ㅍ.ㅠ
jinalove 2007.01.20 10:47  
  사진은 저만 안보이는 건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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