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주년 기념 여행기(7) 태국 최고의 쇼를 만나다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 택시를 타고 "그랜드 팰리스" 하니 50밧을 달라고 한다. "미터" 라고 말하니 아무 댓구 없이 미터기를 누른다. 알고보니 35밧 기본 요금으로 갈 수 있는거리다. 방콕의 상징 왕궁과 에메랄드 사원.. 각국의 여행객들이 방콕에 들러 제일 먼저 찾는 곳...역시 아침부터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여기저기서 한국말을 해대는 택국현지 가이드들의 목청이 높다. "빨리빨리, 비행기 늦어요..빨리빨리"..아침일찍 왕궁을 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단체 관광객들인가 보다. 그래도 사진은 한 컷 찍고 가야지...듣는 둥 마는 둥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표를 사고 에메랄드 사원 입구로 들어가서 왕궁까지 쭈욱 둘러보고 나니 11시가 조금 넘는다. 왓포를 구경하고 동대문에 가서 김치말이국수를 먹으면 되겠다고 하고 왕궁을 빠져나오려는데, 하늘이 시커멓게 되더니 또 폭우가 쏟아진다. 화장실 앞에 쭈그리고 앉아 비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비맞은 생쥐꼴 모양으로 각국의 여행객들이 화장실로 속속 모여든다. 갑작스럽게 왕궁보다 화장실이 성황이다.. 발디딜틈이 없다... 어느덧 시계가 12시를 넘기고 있어서 왓포를 보는 것은 포기하고 동대문을 찾아가려는데, 택시 잡기가 힘들다. 가랑비까지 내리고 있어서, 참고 있던 아내가 그냥 뚝뚝이를 타자고 한다. 뚝뚝이 기사들의 바가지 요금 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뚝뚝이는 안타겠다고 다짐을 하고 하염없이 오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이 좀 미련스러워 보였나보다. 직접가서 흥정을 하더니 이내 40밧에 오케이 하고 온다. 여자 말 잘 들어 손해보는 일 없다... 뚝뚝이를 타고 동대문에 도착,,전화로만 얘기를 나눴던 주인장 재석아빠를 만났다. 여전히 카오산을 들러가는 한국 사람들 때문에 바쁘시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김치말이국수가 안된단다. 에이..그거 맛있다고 해서 일부러 왔건만...꿩대신 닭이라고 비빔밥과 만두국을 시켰다. 뜨거운 만두국물로 속을 풀고 나니 그래도 훨씬 살 것 같다. 식사를 끝내고 카오산을 구경하고(기념품을 좀 사려고 했는데 파타야 야시장이나 민속품 가격보다 2배이상 비싸게 부른다. 외국인들을 봉으로 아나?? 기분나쁘게) 택시를 타고 사얌파라곤으로 향했다. 태국의 백화점이 뭐 별거 있겠나 싶었는데, 건물 규모나 내부 시설들이 왠만한 한국 백화점 이상이었다. 가격도 생각했던 것만큼 싸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보다는 30%이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월드트레이드센터까지 구경하려고 했으나, 아줌마들의 쇼핑이 어디 시간에 맞게 딱딱 끝이 나던 것이었던가..결국 300미터 옆이라는 월드트레이드센터는 가보지도 못하고 저녁예약이 된 사얌니라밋 공연장으로 향했다. 원래 6시 30분까지 가서 저녁식사를 한 후 8시부터 공연을 볼 생각이었는데, 하필 백화점 정문에서 잡아준 택시기사 분이 그곳 위치를 잘 모르고 있었다. 파라곤에서 공연장까지는 10분도 채 안걸리는 거리라던데, 방콕시내의 교통체증을 감안하더라도 거의 40분을 택시안에 앉아있다. 이거 이러다가 밥은 커녕 공연도 못보는 것은 아닌지...처음부터 잘 모른다고 했으면 다른 택시를 잡았을텐데, 40여분이 지난 지금에서야 잘 모르겠단다. 이런 된장...공연장 주소로 전화하니 전화도 불통이다..답답해하던 순간,,저 멀리 지도에 나온 까르푸 간판이 보인다. 그래도, 방향은 맞았군. 지도에 나온대로 공연장 입구에 도착하니 7시 20분..정체를 감안하더라도 거의 30분 이상을 허비했다. 부랴부랴 2층 식당으로 올라가서 저녁을 먹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즐겼으면 훨씬 분위기도 있고 맛도 있었을텐데, 시간에 쫓기다보니 그냥 대충 입벌려 음식을 밀어 넣고, 공연장에 들어가 앉았다. 고샐하고 가슴 졸여가며 오긴왔는데, 만약 공연도 시시하면 진짜 왕짜증 일꺼라는 얘기를 아내와 나누고 있는데, 불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된다. 한국에 있을 때, 그리 많은 공연을 본 것은 아니지만, 오늘 태국에서 만난 사얌니라밋 쇼는 여지껏 보아 온 쇼 중에서 제일 괜찮은 것, 그 이상이었다. 30000원 정도의 저렴한 관람료가 기대치를 낮추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대의 스케일이나 공연의 구성들이 특별히 나무랄 데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것이었다. 이번 태국 여행 중 가장 인상깊고 좋았던 것이라고 주저함 없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의 대미를 훌륭한 공연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나니, 여행의 만족도가 훨씬 더 커지는 느낌이다. 아내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냥 무작정 여행사를 통해서 하는 패키지 여행보다, 조금 고생스럽고 번거롭지만,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고 저질러보는 자유여행의 진정한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니까... 공연장에서 돌아와 방콕의 마지막 밤이 아쉬워 다시 카오산 거리로 나왔다. 길거리의 풍경을 즐기면서, 철모르고 나오는 열대과일을 맛보며 12시를 꼬박 넘겨 파장때까지 거리를 활보하다가 호텔로 돌아와 짐을 꾸린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파타야와 방콕에서 받았던 추억과 감동을, 그리고 낭만을 가슴 한 켠에 묻은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