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주년 기념 여행기(6) 차오프라야의 디너크루즈
원래 오늘 아침은 방콕에서 시작해야하는데, 파타야에서의 일정이 하루 지연되는 바람에 아직도 파타야다. 아침 일찍 악어농장으로 향한다. 마치 잘 꾸며놓은 정원과 같다. 갖가지 동물모양으로 조각해 놓은 돌들과 나무들, 빨갛게 수놓은 이국의 꽃들 속에서 사진도 찍고, 어떻게 훈련을 했는지 조련사를 잘 따르는 악어들의 공연, 한가지 우스웠던 기억은 그 악어들 중 한마리는 3년전에도 공연내내 한 쪽 구석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입만 벌리고 있더니, 이번에도 똑 같다. 역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파타야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파타야 한인교회로 향했다. 주일성수를 하지 못할 것 같아 내심 걱정이었었는데, 이렇게 예배를 드릴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곳 교회에서 열심으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 부부를 만나서, 태국의 선교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그 분들의 도움으로 태국의 토산품들을 저렴한 가격으로(카오산에서보다 절반 가격정도 되는 것 같다) 구입도 하고,, 여러가지로 기분 좋은 오늘이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 4일간 함께 했던 태국낚시꾼과 작별을 한다. 너무나 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란 말만 연발하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오겠노라는 인사를 남기고, 방콕행 택시에 몸을 싣는다. 출발 시간 2시 30분,,,수정된 계획으로는 오늘 오후에 태사랑에서 소개한 70밧으로 하는 운하투어를 하고, 그 다음 디너크루즈를 할 생각이었는데, 운하투어 시간이 빡빡하다. 그렇다고 기사 분을 재촉하여 빨리 가자고 할 수도 없는 것이고, 더군다나 오늘의 택시는 거의 폐차 일보 직전이다. 오르막길에서는 60킬로를 넘지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기사 할아버지는 방콕 가는내내 화장실과 편의점을 들락거린다. 수동기어 택시에 한손엔 핸들 잡고 다른 손으론 기어대신 핸드폰이다. 거의 3시간을 불안에 떨며, 방콕으로 이동...비만인 호텔에 도착하는 순간 "살았구나"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팁 주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안생기지만, 그래도, 무사히(?) 도착하게 해줘서 40밧을 건네니, 영 표정이 안좋다. 모르는 채 하고 그냥 호텔로 들어간다. 체크인을 하고나니 시계가 6시를 넘기고 있다. 운하투어는 이미 물건너 갔으니 디너크루즈 라도 잘해야겠다고 일정과 시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프론트에 가서 리버싸이드 방콕 호텔을 태국말로 써달라고 했다. 영어 발음을 잘 못알아 듣는 택시기사들이 많아서...아차! 그런데 돈이 다 떨어졌다. 환전을 해야하는데,,,물어보니 카오산 거리에 가면 환전소가 있단다. 시간이 빠듯한데,,,일단 아내에게 준비하라고 말하고, 무작정 카오산으로 향했다. 파타야에서 오는 길에 가장 중요한 카오산 세부 지도를 잃어버려서 무작정 뛰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반가운 한국말이 들린다. "카오산이 어디에요?" 그분들 씨익 웃으시며 손가락으로 길건너를 가리키시며 "쭈욱 가세요"한다. 다행이다. 길건너 골목으로 들어가니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카오산이 펼쳐진다. 환전소를 찾아 환전을 하고나니 거의 7시가 가까워온다. 호텔 프론트 직원이 걸어서 5분이라고 했는데, 10분도 넘는 거리다. 태국 친구들도 거리감각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듯... 다시 온길을 돌아서 땀 삐질...가족들을 데리고 택시를 잡았다. "리버사이드 방콕 호텔" 하니 역시 못알아 듣는다. 적어 준 종이를 보여주니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 출발...비만인 호텔에서 리버사이드 까지는 가까운 거리다. 50밧 정도의 요금이니까...다행히도 디너크루즈 입구에 도착하니 출발 20분 전이다. 어른 2명, 아이 2명 현장에서 예약을 하고 좌석표를 배정받아 배에 오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그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해 보지 않아서, 오늘은 돈 좀 써볼까 하는 마음으로 메뉴판을 펼쳐 들었는데, 다행히도 사진메뉴가 있다. 일단 보기 좋은 것들로 3개를 주문하고, 아이들을 위해 볶음밥 메뉴 두개를 골랐다. 약간 모자라지 않을까 했는데,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나중에 먹어 치우느라 힘들어서 고생...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펼쳐지는 짜오프라야의 야경은 장관이다. 다리 밑을 지나며 외쳐대는 괴성들과 뱃전을 거닐며 나누는 아름다운 대화들,,,연인들은 연인들대로 친구들은 친구들대로 가족들은 가족들대로 제각기 다른 모습과 다른 표정으로 그들만의 낭만을 만들어 간다. 꼬박 2시간을 채우며 진행되는 선상파티는 긴 짜오프라야 강을 한바퀴 돌아오면서 끝이 난다. 파타야의 재밌는 추억들이 방콕의 낭만으로 서서히 변해간다. 그러면서 내일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아! 시간은 왜 이리 빨리 흐르는 것인가...아내도 해마다 여행을 다니자고 한다. "빚만 다 갚으면.." 이란 쓴소리도 잊지 않는다. "그래,, 그럽시다.." 내일 하루는 24시간을 48시간 처럼 써야하는데... 일단 파타야에서 하루를 지체했기 때문에, 깐차나부리나 아유타야 일일 투어는 포기하기로 하고, 필수 코스인 오전 왕궁 관람, 오후 백화점 쇼핑, 저녁 싸얌니라밋 쇼를 보기로 했다. 계획수립을 마치고 나니 피곤이 몰려온다. 이제 자야지...방콕의 마지막 날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