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명☆™의 태국여행기 - 8th(The End)
2007년 1월 21일 일요일
새벽에 살짝 잠이 깼다
그냥 더 잘까하다 얼마나 더 잘 수 있나 하고 잠결에 시계를 봤는데....
헉스~ 2시반이닷!!!
알람용으로 가져간 삐삐만 철썩같이 믿고 잠을 잤건만...
어제 하루 온종일 쇼핑하고 돌아다닌 탓에 셋 다 알람 소리를 못듣고 그냥 잔 모양이다
그나마 30분 늦었으니 다행이지!
여자들 방에도 인터폰을 해서 잠 깨워주고, 씻고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쇼핑한 물건들로 무거워진 캐리어만큼이나 내 마음도 무겁다
왜 이렇게 떠나기가 싫은걸까...
너무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한국 돌아가면 꿈을 꾼 것 같을거다
아마도 군대시절 백일휴가 다녀온 뒤 부대에서 느꼈던 그런 감정같은 걸거다
예약해둔 픽업택시를 타고 쑤완나폼에 도착했다
고마운 방콕이여, 안녕!
비행기는 3시간 30여분후에 타이페이에 도착했다
이왕 여행 가는거 여러나라 가보자해서 타이페이 1박 스탑오버를 신청했는데 타이페이는 지금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하루 묵는데 하필...’
중정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하는데 공항이 너무 썰렁하다
우리의 김포공항만도 못한 사람수...
‘여긴 관광객들이 잘 안오는덴가’
사실 나도 에바항공이 아니었다면 일부러 대만까진 오지 않았을거다
원래는 홍콩 스탑오버를 하고 싶었는데 항공권 가격과의 타협으로 대만을 선택한거지...
공항에서 국광버스를 타고 타이페이역까지 갔다
■ 비내리는 타이페이.. 숙소에서 내다본 타이페이 기차역 모습이다
의외로 쉽게 숙소를 찾아갔다
건물 입구가 좀 허름해서 의아했지만 일단 인터넷상으로는 보통 수준이었기에 호스텔로 들어갔다
바우처를 내밀자 흑인 직원이 방을 안내해 주는데... 뜨악~
이거 모지...
■ 전혀 정리안된 침대.. 틈새를 종이로 땜빵한 우울한 벽
■ 도무지가 변이 나올 것 같지가 않은 화장실
■ 이 호스텔의 분위기를 대변해주고 있는 천장의 먼지 낀 선풍기
정말 심각하다...
이건 방콕에서 첫날 만원주고 잡은 방만도 못하다
그래도 남자들은 괜찮은데 여자 일행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태국에선 정말 즐거웠다며 일정도 잘 짰다고 하여 내심 뿌듯했었는데...
한순간에 죄인이 된듯하다
완전 좋았던 여행이 한순간에 무너지는구나... ㅠ.ㅠ
어쩐지 잘 나간다했다...
방콕에서의 첫날 고생이후 술술 잘 풀려서 걱정없다 했더니만 여행 막판에 이런 일이...
회비 더 들여서 싼 호텔이라도 잡자는 여자 일행들을 만류하고 반나절인 여행길에 나섰다
이런날 비까지 내려서 사람을 더욱 우울하게 한다
우산을 빌려서 지하철을 타러 갔다
어렸을 때부터 이상하게도 교통수단에 관심이 많았던 난 다른나라 지하철 타보는게 정말 기대됐었다
방콕에선 택시 기사땜에 실패했지만 여기선 1일패스를 끊고 탈 수 있었다
우리와 다른건 의자배치가 조금 특이하다는거...
우리 지하철이랑 기차랑 합쳐논 좌석배치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또 여기는 열차 들어올 때 우리처럼 '삐리리리리릭~~~'하는 소리가 없다
다만 안전선 바깥쪽으로 군데군데 플랫홈에 동그란 램프가 있는데 열차가 들어오기전에 빨간 뿔이 깜빡깜빡한다
소음이 없어 좋다
우리는 신도림역 같은 경우 수많은 열차 안내방송 땜에 정말 시끄러운데 말이다
■ 타이페이 지하철... 시정부역
첫 목적지는 타이페이 101빌딩
타이페이 101빌딩은 높이 508m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대만인들이 크게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은 우리가 자랑할만한 건물이다
타이페이 101빌딩은 삼성건설이 지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최고(最高) 빌딩 2위인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쌍둥이 타워 중 한 동도 역시 삼성이 지었고...
2008년이면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올라설 두바이의 버즈두바이도 역시 우리의 삼성건설이 짓고 있다
삼성로고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지만 왠지 자랑스럽다
■ 타이페이 101빌딩 전경(펌)
5층 티켓부스에 티켓을 사러 갔다
전망대 티켓 다섯장 달라고 했더니 여자 직원이 대뜸 “안녕하세요!” 하는거다
어라~ 여기가 태국도 아니고 동양인보면 다 한국인으로 아네
암튼 반갑다...
전망대 올라가면 한국어 가이드오디오가 있다며 빌려들으란다... 꽁짜라면서...
그리고 오늘 비와서 안개가 많이 꼈다고 괜찮냐는데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도 없고 걍 알았다고 했다
■ 전망대 티켓부스.. 표를 사고 있는 내 모습도 보인다
타이페이 101빌딩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 속도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89층 전망대로 올라갔다
5층부터 89층까지 37초정도 소요된다
높긴한 것 같다
저 아래로 보이는 차가 이렇게 작게 보이니 말이다
■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타이페이 시내
사실 높긴 높지만 얼마전 갔었던 남산타워랑 비슷한 것도 같고...
그래도 이 정도는 와~줘야 타이페이 갔다왔다고 명함을 내밀지 ㅎㅎ
큰 감흥은 없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 와봤다는 의의 하나로 된거다
이어서 대만이 자랑한다는 용산사로 향했다
용산사는 가장 대만다운 절이라는데....
역시나 우리의 절과는 달리 황금도색과 붉은 칠로 화려한게 딱 중국 혹은 대만 스탈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향인지 나무인지에 불을 붙여 소원을 비는 대만 사람들이 보인다
같은 불교라도 우리와 대만과 태국의 차이는 정말 큰 것 같다
■ 용산사의 정문
용산사도 그냥 그렇다
용산사 옆에 있는 화시지에야시장 구경이나 하고 밥이나 먹어야겠다
화시지에 야시장으로 들어사자 패키지로 여행 온 한국관광객들도 보이고 시끌벅적한게 야시장답다
■ 화시지에 야시장
슬슬 배가 고파와 메뉴를 물색하는데 다들 너무나 대만스러운 음식만을 팔기에 선뜻 결정이 서지 않는다
워낙 유명한, 일명 ‘썩은두부’는 일단 제끼고 여기저기를 돌아봐도 정체 모를 음식만 있는거다
숙소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여자 일행들은 음식도 정이 떨어지는지 과일로 저녁을 떼운단다
그리하여 우리 남자 셋만 몇 가지 음식에 도전해봤는데...
실패가 두려워 여러군데서 조금씩 먹는걸 선택했다
일단 우리의 팥죽과 유사한데 좀더 묽은 국물 같은거...
또 흰 찹쌀떡 같은걸 물에 익힌 다음 깨랑 설탕 섞은 가루 묻혀주는거...
그리고 대만식 오징어 튀김과 핫바, 오뎅을 먹었다
■ 내가 고른 오징어튀김... 양념을 묻혀주는데 달달하다
느끼한 음식을 제외해서 그런지 처음의 걱정과는 달리 다들 무난했다
근데 여긴 정말 관광객이 없긴 한가보다
오뎅집에서 오뎅을 먹는데도 우리가 한국말을 하는것만 보면 대만 사람들을 우리를 곁눈질로 관찰한다
난 그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지하철이든 식당이든 어딜가나 그렇다
불쾌한건 아닌데 뭘하든 상관않는 태국과는 너무도 달라서 조금 어색하고 신경쓰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들도 이런 감정을 느낄테지 ^^;;
반나절의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항상 아늑하고 쾌적했던 태국의 숙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지만 마지막 밤이라니 서운타
오는 길에 사온 캔맥주와 과일, 안주 등을 먹으며 일행들과 담소를 나누었다
“여행 준비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고... 그래도 대만 안왔으면 후회했을꺼야!”라고 말해주는데 어찌나 감사하던지
사실 여행 준비하느라 혼자 몇 달동안 고생했었는데 대만 숙소의 과오로 인해 그 고생이 퇴색될뻔한 상황이었다 ;;;
다행이고 흐뭇하고 기분 좋다!
그렇게 또 마지막 밤은 지나고....
2007년 1월 22일 월요일
여행 마지막 날이 밝았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대만에서 돈을 안써서 대만돈이 많이 남은 상태인지라 돈 걱정 안하고 이것저것 음식을 시켜먹었다
딤섬이라는 것도 먹어봤는데 생각없이 한입에 넣었다가 입천장 다 데이는줄 알았다
우리의 만두랑 비슷한데 안에 뜨거운 물이 많이 들어있어 조심해야 한다
■ 대만와서 이거 안먹으면 섭하지.. 딤섬
■ 소고기 덩어리가 들어있는 면음식.. 이름은 모르겠다
그리고 버거킹에 가서 햄버거를 1인당 1개씩 먹고 또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 한잔씩을 마셨다
이렇게라도 먹으면서 만족을 찾아야지
솔직히 대만은 며칠 머무르기엔 그 매력을 알기 힘든 나라인 것 같다
대만은 볼거리나 관광인프라, 관광객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우리와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여기도 관광으로 돈 벌려면 갈 길이 멀구나 싶다
오래 묵으면 타이페이를 벗어나 멋진 자연경관도 볼 수 있다고는 하는데 타이완 관광청 가이드북에서 소개하는 타이페이 명소마저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내가 언제 다시 대만에 와보겠나 싶다
타이페이발 비행기에 올라선지 3시간여후...
일행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공항을 나서자 차가운 바람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한국이다!
꿈같던 7박 8일간의 첫 해외여행은 이제 끝났다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적절한 시기에 여행이 끝났다는 생각도 든다
맛있는걸 먹을 때에도 조금 아쉬운 듯할 때까지 먹어야 맛있게 느껴지듯 여행도 그렇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는 의미가 깊다
첫 해외여행에 두 나라를 들렀다 올 수 있었고...
태국이란 나라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몇 달간 준비한 여행의 성과에 뿌듯했고...
또 이번 여름에 홀로 떠날 유럽배낭여행에도 많이 도움이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했다
오늘의 이 행복감은 두고두고 꺼내볼 내 마음의 재산이다
지금 내가 적고 있는 이 글과 그동안 찍었던 사진은 내 젊음의 기록이 될 것이다
여행은 끝났지만 여행을 통해 얻은 에너지는 일상으로 돌아온 나를 힘차게 이끌고 나아갈 동력이 될 것이다 ^^
※ 이것으로 여행일기를 마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