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8. 플래그스탭 올드타운 보고 유령마을과 규화목의 숲을 거쳐 갤럽으로
세도나를 보러온거지만 실질적인 숙박은 플래그스탭에서 2박을 한 모양새였는데, 사실 이 플래그스탭도 나름 히스토리 있는 마을이다. 루트66번 위에 있는데다가, 미국 소도시 특유의 정돈된 느낌도 있고, 대학교도 있고, 숙소 옆 서브웨이 직원도 뉴욕과는 달리 친절하고 ^^
기차역 주변의 올드타운은 나름 역사지구로 불리울만큼 전통있는 건물들이 꽤나 있었다.
관광안내소도 겸하는 역 안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던 요왕이 내게 말한다.
-- 동전 있는 것 좀 전부 줘봐... 응? 이게 뭐야. 1센트짜리가 없잖아.
미국에서 처음 본 기계인데 1센트짜리 구리색 동전을 넣고 기계에 붙은 핸들을 잡고 돌리면 그 지역의 상징물이 새겨진 타원형의 길쭉한 동전으로 재탄생되어서 딸깍하고 나오는 기념주화? 기계가 있었다.
1센트와 함께 50센트를 따로 넣어야하는건데 50센트는 수수료이고 같이 넣는 1센트를 압착하여 만들어주는 것이다. 총 51센트에 관광지 기념주화가 생기는셈.
근데 막상 하려고보니 50센트는 있는데 1센트짜리 동전이 없네....-_-;;
올드타운 구역의 지도를 한 장 얻어들고는 차근차근 걸어서 이곳을 둘러봤는데 좀 오래되어 보이는 교회들과, 척 보기에도 사연 있어 보이는 숙박시설, 그리고 미국적인 분위기 강하게 풍기는 낡은 펍과 식당들이 잔잔하게 모여 있다. 나중에 다시 오게되면 근본없는 모텔6 말고 저렇게 히스토리 배어 있는 inn에 묵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올드타운을 정처없이 걷다보니 자그마한 한국식당도 보였는데 아마도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겠지.
이곳에서 먹어본적은 없지만 외국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한국식당들, 다들 주위에서 좋은 평 들으면서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플래그스탭 올드타운 풍경
대략 이 구역을 둘러보는데 한시간정도 걸린거 같다.
이제 우리는 애리조나를 횡단해서 인디언 유적지와 페트리파이트 포레스트 국립공원을 거쳐 뉴멕시코주의 작은 마을 갤럽에서 묵을 예정이다.
갤럽에서 묵는건 그곳에 특별히 볼거리가 있는건 아니고 그냥 경로 중에 숙박비가 저렴한 곳을 찾다보니까 그렇게 되었다.
플래그스탭을 떠나 달리고 달린 후 마주한 Two Guns라는 버려진 마을...
마땅한 이정표나 간판도 없고 그냥 폐허가 된 유적지였다.
이곳에는 Apache Death Cave가 있다.
아파치족 나바호족이 서로 습격하고 복수하는 과정에서 나바호족이 이곳 계곡 안쪽 바위 동굴에 있는 아파치족의 은신처에 불을 놓아 아파치족 42명이 죽은 장소이다.
투건스 풍경
인적이 너무 없어서 약간 스산해보이기까지 한 이곳을 빨리 빠져나와 우리는 'Petrified Forest National Park 규화목 숲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정말이지 신기한 곳이였는데 나는 이곳에 오기전에는 이런 기이한 현상이 존재했다는것도 몰랐었다. 너무 지식없이 살았나.... -_-;;
살아생전에 분명 나무였던 나무들이 그 모양 그대로 돌이 되버렸다고 한다.
나무가 돌이 되다니...
나무가 죽고 강물에 잠긴 뒤 유기물질은 분해되고 대신 그안에 미네랄성분이 들어가 나무 모양 그대로 바위가 된 것이다. 그것도 그냥 나무색깔의 갈색 돌이 아니라 다양한 색감이 오묘하게 어우러진 예쁜 돌이다.
규화목이 만들어지는 원리
https://youtu.be/068GcVD3VaE?t=61
예전에 은하철도 999에 보면 화석화 구름이 도시를 덮어서 사람을 돌로 만드는게 있었는데 그 이야기도 연상이 되고... 하여튼 땅이 넓으니까 별별 일이 다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페인티드 데저트, 그러니까 색감이 서려 있는 바위와 사막도 같은 구역 안에 있어 곳곳에 장관이 펼쳐졌다.
다만 볕은 정말 따갑고 공기는 무척이나 건조했다. 하긴 애리조나의 대부분의 지역은 다 건조하고 뜨거웠다. 규모가 작긴 하지만 영화에서만 보던 회오리바람 여러개가 동시에 이리저리 이동하는 것도 몇번 보았다.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 국립공원과 페인티드 데저트
이곳을 뒤로하고 서쪽으로 내달리니 애리조나가 점점 뒤로 멀어져가고 뉴멕시코주를 대면하게 되었는데, 뉴멕시코의 서쪽 가장자리에 있는 작은 도시 '갤럽'이 오늘 우리가 묵을 곳이다.
뉴멕시코주는 미국의 50개주 중, 경제적인 면에서는 늘상 하위 5위 안에 늘 드는 좀 빈곤한 곳이라는데, 그래서 그런가 이곳에서는 차 창문이 다 깨져서 비닐과 테이프로 칭칭 둘러감고 다니는 차를 꽤 봤다.
인디언들도 많이 보이고 먼지 풀풀 날리는 사막 한가운데 길을 그냥 무작정 걷는 사람들도 보였다. 도대체 그 황량한 도로 가장자리를 걷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나와서 어디로 향해가는걸까.
히치하이킹이 꽤 낭만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모르는 사람을 태우는건 안될 말이여서 그냥 지나쳤는데 차 거울에 비치는 그들의 모습이 감상에 찬 내 마음 때문인가 왠지 고단해보였다.
우리는 갤럽에서 또 다른 저가 모텔 체인 중 하나인 '레드 루프 인'에 여장을 풀었다.
모텔 안에 있는 동전 빨래방에서 그동안 밀린 빨래도 하고, 이런 소도시에는 꼭 있기 마련인 뷔페에 가서 또 모자란 영양분을 섭취 했다.
'골든 코랄'이라는 중저가 뷔페인데 음료와 세금 포함해서 1인당 17달러가 안 되는 곳이다.
미국에서는 파인다이닝을 갈 마음도 안생기고 왠지 모르게 불편하기도 하고 또 미국음식이 그렇게 입맛에 맞지도 않는데, 비싼 돈 주고 억지로 먹고 싶은 마음도 안들어서 이런 저가형 뷔페가 우리에겐 딱 좋았다.
이 골든코랄에서는 소고기 스테이크도 즉석에서 구워주는데 전혀 기대 못했던 훌륭한 맛이었다.
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예산이 좀 빡빡한 서민층 같았는데, 그래도 풍요로운 미국이라 그런지 음식을 엄청 남기곤한다. 우리나라처럼 뷔페에서 남기면 벌금 뭐 이런 제도가 없나보다. 한입만 물고 남긴 빵도 테이블마다 수두룩했다.
우리 테이블에 음료수를 가져다준 서버는 체구가 자그마한 나이든 아시아 여성(아마 인디언일지도...)이었는데 무척이나 활기있게 일을 재빠르게 하고 있다.
이런 미국형 뷔페에서는 팁을 얼마나 주나 하고 봤는데, 팁을 안주는 테이블도 많다. 사전에 듣기에는 뷔페라 할지라도 음료를 서빙하고 접시를 치워주므로 몇 달러의 팁은 놓는게 맞다고 들었는데... 1달러도 남기지 않고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얼마전에 갔던 중식 뷔페에서도 대부분 팁 안 놓고 가던데 시골 동네의 저가 뷔페에서는 그런게 일반적인 건지...?
그래도 우린 꼬박꼬박 몇달러 정도는 남겼다. 신용카드가 일상이어서 작은 돈이 없을 때가 많은데 그런 경우엔 카운터에 가서 바꿔서 남기고 왔다.
팁문화가 없는 곳에서 사는 우리들이 팁이 있는 곳에서 더 민감하고 과잉해서 생각하는 것일까?
이런 시골 소도시는 사람들 형편이 다 고만고만 해서 서버나 손님이나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가는 것일수도...
아침 점심을 시원치않게 먹고 저녁엔 고기를 잔뜩 먹었더니 또 소화불량에 그륵그륵...
가스활명수가 정말이지 필요한데 그냥 위장아 힘내라~ 하고 잘 수밖에 없었다.
뉴멕시코주에서 오늘밤을 자고는 콜로라도 주로 들어가 2박을 한후에 우리는 다시 뉴멕시코주로 돌아올 예정이였다.
콜로라도... 뭔가 이름만 들어도 푸르고 청명한 색감이 형형하게 느껴지는 느낌이다.
골든코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