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기]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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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기]후에

해롱이 2 4476

 

[베트남 여행기]후에

기차에서 잠이 깨니 아직 새벽 달빛에 어스름한 아침이 밝아 온다. 
날이 밝아지자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고, 시장은 역시 굉장히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한다. 
대략 짐을 싸고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직 승무원이 내릴 때를 얘기해 주지 않는다. 차창 밖의 국도 이정표를 보니 후에까지는 아직 37Km가 남았다.
주변은 온통 초록빛 세상이고, 동쪽은 평원, 서쪽으로는 멀리 산악이 줄 이어 있다.
후에가 가까와지자 승무원이 티켓을 돌려 주며 내릴 준비를 하라 한다. 

후에 역에 도착하니 아침 6시 반. 오토바이와 씨클로의 호객이 치열하다. 대충 시내까지 거리가 1Km 남짓 되는거 같아, 길을 따라 걷는 동안에도 호객이 지독하다. 여기 후에는 하노이보다 더한 것 같다. 
레 러이 거리를 따라 강변길을 걷는데 어느 초등학교인가 보다. 놀이기구를 타고 놀던 아이들이 사진을 찍겠다니 예쁘게 웃는다. 

애들은 항상 이뻐. 안 그런 사람이 이상하지.^^

후에 학교에서

가는 비가 내리는 강변의 공원이 멋지고 마음에 든다. 한참을 어정거리고 싶은 곳이다.
누가 후에를 가면 후회한다고 하는 이가 있더니, 내게는 좀 다른 느낌이다. 
하노이거리까지 지도를 보고 걷다가 신까페 사무실로 가니 이것 저것 투어와 버스 등을 예약하라고 재촉한다. 대체로 신까페가 비싼 듯 해 다른 곳과 비교해 보고 나중에 한다고 하니 숙소를 소개해 준다.
금방 오토바이를 탄 숙소 아가씨가 픽업 왔다. 파란 아오자이가 눈부시다.
오토바이 뒤에 같이 타고 타이빈1 호텔로 가서 숙소를 둘러 보니 방이 여러 가지지만,
좀 넓고 주변이 트인 발코니가 있는 방으로 정했다. 경이 몸이 안 좋아 좀 쾌적한 방을 원한다.
골목 안이라 조용해서 좋고, 따뜻한 물이 시원스레 잘 나온다. 모처럼 엘리베이터도 타 본다.

기차에서 잠을 자긴 했지만 여행을 너무 오랜시간 해서 좀 피로하다.
일단 숙소에서 씻고 처음으로 세탁도 맡기고 쉬다가, 근처 식당에서 분보후에로 아침식사를 하고 빵을 사 가지고 들어 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큰 비는 아니지만 그냥 맞고 다닐 만한 비는 아니다.
땀꼭에서 산 비닐 우의를 버리지 않은게 꽤 유용하게 사용된다.
이 지방은 종종 비가 내린다는 말은 들었지만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오락가락한다.
일상적인 모습인 듯,,,,, 
길을 가다가도 비가 오면 어디서들 다 우의를 꺼내 씨클로고, 자전거고, 오토바이고 일제히 우의를 뒤집어 쓴다.

비 오는 후에 거리
hue012.jpg

혼자 나와 시내를 어정거리다가, 메일과 홈피를 체크해 보고 싶어 피시방?에 갔지만 
유일하게 한글 깔린 컴퓨터에 앉은 서양인이 일어설 줄을 모른다.
다시 오기로 하고 짱띠엔교 근처 강변을 어정거리는데 씨클로 기사가 혼자 있게 놔 두질 않는다.
배가 고프다고도 하고 싸게 해 준다고도 하며 보통 집요한게 아니다. 웬만하면 시내 투어를 해 보기도 하겠지만, 요구하는 금액이 입을 벌어지게 한다. 아무리 거절해도 피시방, 호텔 앞까지 따라온다. 
허긴 이들도 손님 한 건은 물어야 밥 먹고는 살텐데, 그렇다고 이렇게 터무니 없는 호객을 해서야
누가 타겠나. 혹시 모르고 덥썩 탔다가는 바가지 쓰기 십상이다. 
투어는 관 두고 별로 잘 통하지 않는 대화로 그냥 이것저것 앉아서 두런거리다 오다.
이들도 거의 손님이 없긴 마찬가지다. 한 친구가 누르면 불빛이 나오는 내 손목 시계를 보고 자기 시계와 바꾸자고 한다. 낡긴 했지만 그래도 일제 세이꼬인데 내 시계보다 더 비싼거라고 해도 바꾸고 싶은 모양이다. 그렇지만 내가 필요한건 내 시계라 안 된다고 거절하니 좀 서운해 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적당히 주변을 둘러 보고 숙소로 돌아오니 이번엔 예지가 컨디션이 좀 안 좋다. 날씨가 비가 오고 스산한 때문인 것 같다. 방에서 혼자 좀 더 쉬게 하고 경과 함께 구시가로 나가 보기로 했다.
비가 그치지만 혹시 몰라 우의를 챙겨 나간다. 역시나 다시 오는 비가 종일을 오락가락한다. 걸어서 강을 건널까 하다가, 씨클로를 잡아 만동씩 주고 짱띠엔교를 건너 동바시장으로 가자 이넘의 기사가 당연한 것처럼 투어하자면서 기다린다고 한다. 단호하게 '노'하고 요금을 지불하고 돌려 보낸다.

짱띠엔교

동바시장...어디나 처럼 엄청 큰 현지인 시장이다. 여기저기 사는 모습 보기에는 시장이 제격이다. 그래서 어느 도시를 가나 우선적으로 시장을 가 본다.
망고, 사탕수수, 망고스틴 등 여러 가지 과일을 사 먹어 보고, 바케트 빵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기도 한다.

동바 시장
동바 시장

 

 

조금씩 비가 오는 거리를 걸어서 후에궁전박물관으로 갔다.
크진 않으나 궁전의 일부인 박물관 건물 자체가 아름답고,
전쟁통에 많이 소실되긴 했지만 호화로운 왕실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후에 궁전박물관

 

 

전시장을 나서는데 갑자기 저쪽에서 환호성이 터진다. 드디어 후배 둘을 여기서 만났다.
지역이 좁은 중부지방 어딘가 쯤에서 볼 수 있을거라고는 했지만, 
진짜 여기 먼 나라 한 구석에서 딱 만나게 될 줄이야.....더구나 같은 호텔이다. 반가움에 손을 잡고 흔들다가 같이들 돌아다니기로 했다. 
같이 나와 바로 옆의 트아티엔 후에박물관으로 가니 마침 목요일이라 휴관이다.
베트남 전쟁 중 이곳 후에지역이 워낙 격렬했던 전쟁터였었기 때문에 왕궁이고 어디고 제대로 남아 있는 곳이
드문만큼, 전쟁의 잔재와 전쟁 무기들을 여기저기서 흔하게 볼 수가 있다.

야외에 남겨진 탱크와 대포들이 녹슨채로 웅장한? 자태를 자랑한다.
빗속에 서 있는 육중한 구조물들이 비극적이고 슬픈 베트남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유심히 살펴보는 저 미국인들은 어떤 마음으로 보고 있을까...

후에 박물관

왕궁 정문 쪽으로 걸어 돌아 남쪽 응오문으로 왕궁을 들어선다. 
드물게도 완벽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중국식의 누각에 올라서면 정면으로 깃발탑과 왕궁이 내려다 보인다. 자금성의 붉은 색과 금색을 닮은 태화전은 아직도 그 화려함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지붕의 용 문양이 화려하고 연못에는 막 연꽃이 피려 한다. 

그 치열했던 격전지 만큼이나 왕궁 전체가 파괴되어 대부분 왕궁터만 남아 있고, 푸른 풀밭 여기저기에 퇴색한 담장과 벽돌, 그리고 얼만큼 남아 있는 건물들이 세월의 무상함과 권력의 유한함을 생각케 한다.오랜 전쟁의 상채기와 그 흔적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왼편 현임각에는 초대 황제 가륭제의 권위와 힘을 상징하는 육중한 세발달린 솥이 거대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다른 왕들의 큼직한 솥들도 권위를 자랑하고 싶어 하지만, 솥 안에는 고인 빗물 안에 담배꽁초만 수북하다.

왕궁 응오문
왕궁터
왕궁

후배들과 같이 저녁을 먹기로 약속하고, 예지가 기다릴까봐 숙소로 걸어 돌아오는 길이 제법 멀다. 젖은 옷을 갈아 입고 약속한 시간에 사이공 모린 호텔 뷔페로 갔다.

낮 시간에는 베트남 요리 한 접시에 1$씩 하는 1$뷔페를 운영한다. 저녁시간 정식 뷔페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한쪽 테이블에 앉아 여러 가지 음식을 주문한다. 10가지 쯤 시켜 다섯이 배불리 먹었다.
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하는 식사 치고는 가격이 괜찮군.
우리가 사 주려 했지만 후배가 궂이 같이 내자고 한다.

사이공 모린 호텔 1불 뷔페

후배들이 밤늦게 하노이 공항에 도착해 신고식을 톡톡히 한 모양이다. 
택시를 10$에 오기로 하고 시내에 도착하니 1인당 금액이라고 우겨 할 수 없이 배로 내기도 하고, 기차역까지 가는데 미터 요금에 0 하나를 더 붙여 10배의 택시요금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전형적인 수법이지만, 되려 그 넘이 시간 없는 것을 이용해 경찰에 가자고 우기더라고... 
그 뒤로는 열심히 싸우게 되었다나....

내일 보트 투어는 미리 신까페에서 신청해 놓았다고 해서, 투어 중에 어느 곳에선가 한번 볼 수 있기를 바라며 거기서 헤어지고, 우리는 호텔 골목 앞 안푸여행사에서 1$씩에 보트투어를 예약해 놓고, 2만동씩에 호이안 가는 버스까지 예약해 놓았다. 여행사마다 투어와 버스 요금이 가지가지다. 
그 중 여기가 본 중에 가장 싼 곳 같다. 

여기 호텔은 인터넷 어느 글에서 본 것처럼 썩 친절하지는 않은 호텔인 것 같다.
카운터 아가씨에게 매우 친절하지는 않다고 하자, 처음 듣는 소리는 아닌지 씩 웃는다.

아직도 예지의 상태가 좋질 않아 약을 먹이고 일찍 재웠다. 
내일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여기는 항상 비가 내리는 분위기라서 기대만 한다. 돌아다니는데 구질거리고 사진기가 비에 젖어 신경이 많이 쓰인다.

왕궁의 야경을 보고는 싶지만 비가 부슬부슬 와서 별로 가고 싶지가 않다.
메일 한번 체크하려니 컴퓨터가 너무 안 좋아 거의 30분 동안 메일 한 통 보내지 못하고 다리에 모기만 잔뜩 물렸다. 하필 안 좋은 곳으로 온 모양이다. 주인 청년도 미안한 듯 툭 치며 웃고 만다.

그냥 좀 쉬어야겠다. 



 

2 Comments
야근에피골상접 2017.06.29 21:29  
이런 멋진 글에 댓글이 없다니 놀랄노자네요.
늦게나마 필자님의 담백한 글 잘 읽고갑니다^^
나이등 2017.07.30 16:16  
오랜글이지만 싱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