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기]일상의 열기, 박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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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기]일상의 열기, 박하 시장

해롱이 1 4851

 

[베트남 여행기]일상의 열기.... 박하 시장

여기 호텔에서 처음으로 식사를 했다. 썰렁한 분위기에 비해 생각보다 싸고 맛이 좋다. 체크 아웃을 하고 약속 시간에 맞춰 거리로 나갔다. 신고 온 운동화를 버리기로 했다. 아예 샌들만 신고 오려다가, 여기 싸파를 오기 위해 일부러 버려도 될 만한 운동화를 신고 왔는데, 이젠 없어도 될 것 같다. 저 허름한 운동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하면서도 혹시나 해서 한 쪽 옆에 가지런히 놓아 두었다. 아님 그냥 버려져도 그만이지만...

8시에 미니버스로 싸파를 출발하여 1시간 쯤 되짚어 가니 라오까이다. 거기서 다시 두 시간을 가면 박하 시장이다. 거리는 63Km밖에 안 되지만, 시골길에 오르막길이고, 라오까이 쪽으로는 도로공사가 한창이라 도로변의 지붕이나 나무들이 뒤덮인 먼지로 온통 황토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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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큰 시장은 아니지만, 활기찬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싸파의 소수 민족은 주로 외국인에게 많은 호객행위를 하지만, 여기 박하는 외국인은 별로고 자기들끼리 분주하게 사고 팔고 하는 시장이다. 

팔기 위해 시장에 내어 놓은 버팔로들, 벌겋게 달아 오른 쇠를 두들기는 대장장이들, 잡은 소, 돼지고기를 툭툭 잘라 늘어 놓은 푸줏간, 여러 가지 생필품들이 오래 전의 우리 시골 장을 연상시킨다. 

여전히 사탕수수는 이들의 주요한 간식거리인가 보다. 누구나 등바구니에 잘라 담고 있다. 예지도 씹어 뱉는 맛이 좋은지 계속 사 먹는다. 시골의 우중충한 시장 분위기를 소수민족들의 의상이 화사한 분위기로 만들어준다. 특히 화려한 색실로 자수를 놓은 주름치마를 입는 화몬족 여인들이 쉽게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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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싸파에서 토,일요 시장을 구경하고 온 사람은, 박하 시장이 약간 식상할 지도 모르겠다.(사람 나름이지만...) 여행자가 무척 많아졌다고도 한다. 

밖으로 나온 스피커에서 중국 영화같은 소리가 흘러 나온다. 구멍으로 안을 보니 꾸역꾸역 사람들이 좁혀 앉아 영화를 보고 있다. 아하...극장인가보다. 
근데 소리가 끊어졌다 이어졌다 영 음질이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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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 계단에서 화몬족 소녀들이 카세트테이프를 듣고 있다가 카세트가 엉켰나보다. 엉킨 줄을 빼내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길래, 달라고 해서 걸린 테이프줄을 끊어내고 잘 빼내어 주니 흐뭇한 표정들. 
기왕이면 투명테이프를 가져 왔더라면 끊어진 테이프도 붙여 들을 수 있게 해 주었더라면 좋았을걸 싶다. 가지고 다니던 걸 하필 오늘따라 배낭에 넣어 두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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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라고 한글이 써 있는 모자를 쓴 아주머니가 사진 좀 찍자고 하니 고개를 픽 돌려 버린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다. 사진을? 아님 한국사람을?

남자들은 담배 노점에 둘러 앉아 엄청나게 큰 담뱃대로 돌아가며 잎담배를 피우고 있다. 처음 보면 이 사람들 무슨 마약이라도 하나 싶은 풍경이다. 한 쪽에서는 왼종일 돌아가며 태평소?비슷한 나발을 불며 단조로운 음을 내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점심 때까지 혼잡을 이루고, 오후가 되면 파장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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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쉬며 놀다가 다시 승합차로 다시 라오까이로 향했다. 가는 길에 근처 어느 낡은 건물에 내려 준다. '므어 메야오'라고 하는 오래된 건축물인데, 워낙 관리가 안 되고 퇴락한 모습이 별로 볼 만한 것이 못 되는 옛 건물이다. 
박하에 오면 의례 한번은 들러 가는 곳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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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까이에 가까이 와서는 기사가 강 건너편을 가리키며 자꾸 뭐라고 소리친다. "찐라, 찐라"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었는데 차를 내리고 보니 중국 국경, 다리 하나 건너면 중국땅 河口이다. '지나' - China 라고 알려 주는 것을 우리가 잘 못 알아 들은 모양이다. 원래 우리 계획은 이곳에서 국경을 넘어 중국 계림을 거쳐 귀국하려 했었지만, 다음에나 가야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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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까이역에 도착하니 아직 초저녁, 기차 시간이 되려면 아직도 몇 시간이나 남았다. 
차가 내려주는 역 주변 식당들의 호객이 치열하다. 
길 건너편 좀 한가해 보이는 상점 앞 탁자에 자리잡고 앉아 맥주와 함께 식사도 하며 기차를 기다린다. 민사장은 이제 비행기로 후에로 갔다가 곧 귀국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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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여섯이라 하드베드칸 6자리에 딱 맞다. 
어째 좀 오늘 기차는 뭔가가 좀 부족하다. 이불도 없고 얇은 덮을 것과 작은 베개 하나가 전부다. 혹시나 해서 다른 칸을 보았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다들 자리잡고 일찍 자리에 누웠다. 흔들거리고 바닥이 좀 딱딱한 느낌이지만 그리 춥지는 않다. 하롱베이로 떠나는 꿈을 꾸면서 푸욱 잤으면 좋겠다.

자고 일어나니 새벽의 하노이역. 
아직 어두운데도 근처 시장은 사람들로 벌써 바글바글하다. 참 일찍들도 일어난다. 
각자 건강한 여행을 빌어주며 헤어지기로 했다. 우리는 40번 버스를 타고 호안끼엠 부근에 내리니 아직도 컴컴하다. 호수 주변과 공원은 운동하러 나온 시민들로 가득하다. 커다란 음악에 줄 맞춰 에어로빅을 하는 여자들, 쿵후 비슷한 묘한 동작의 체조, 조깅하는이들, 제기차는 청년들로 열기가 가득하다. 근처 시민은 다 나온 것 같다. 정말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호숫가에 앉아 쉬고 있자니, 저편으로 해가 솟는다. 모처럼 보는 일출이다.



 

1 Comments
2004.04.09 18:10  
  해롱이님~ 여행기 잘 보고 있습니다.
근데 이렇게 한꺼번에 올리면 사람들이 보기에 버거워하는 경향이 좀 있는 듯합니다. 하루에 하나정도가 적당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