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짧았던 태국 3박5일 - 7.다시 카오산으로
방콕에 돌아오니 5시경.
우리 팀 서로 잘가라 인사하고 헤어짐.
아유타야는 더워서 좀 힘들었지만
미국인, 스위스인들과의 만남은
즐겁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일단 동대문 들러 김치말이 국수 시원하게 먹고
가방 맡기고 부자는 피시방으로,
난 카오산으로 가서 쇼핑을 한 뒤
2시간 뒤에 동대문에서 만나기로 약속.
나가다보니 고산족 복장을 한 아줌마들이
뜨르륵 뜨르륵 소리나는 두꺼비 장나감을 팔고 있었다.
여기서 또 웃기는 에피소드가 하나 벌어진다.
아들이 사고 싶대서 물어보니 300바트 부른다.
나 호기롭게 100바트 외쳤다.
나도 이젠 좀 흥정이 익숙해지나 보다.
그러나 안 된단다.
싫음 말지 하고 돌아서니 붙잡으며 100바트에 가져가라네.
근데 옆에서 같은 복장의 다른 아줌마가 슬그머니
아들에게 자기 두꺼비를 내민다.
아들 당연히 같은 팀인 줄 알고 덥석 받으려고 하니
원래 흥정하던 아줌마 단호하게 “노우!” 하면서
자기 걸 쥐어준다.
우리 모자, 엄청 황당해 하며 제2의 아줌마를 쳐다보자
겸연쩍게 웃으며 다시 슬그머니 뒤로 빠진다.
그러고나서는 우리 모자 박장대소!
같은 팀이 아니었던 게야!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가져 간다더만
흥정은 남이 하고 물건은 자기 걸 팔려는 아줌마.
하긴 나도 산호섬에서 남이 흥정해논 해먹을
사긴 했다만 이 아줌마 나보다 한수 위다!!
카오산에서는 한복치마처럼 한 장으로 되어 양쪽에 끈 달린 치마,
(근데 집에서 보니 입는 방법을 모르겠다--;) 팔찌 몇 개,
수영복(정작 산호섬에선 혼자 반팔 반바지 입고 놀아서 좀 창피했음),
아들반 친구들 선물로 동전지갑을, 그리고 싸롱 2장을 샀다.
수영복과 싸롱은 좀 비싸게 산 것 같고
나머지는 그럭저럭 깍은 거 같고.
카오산 별로 쇼핑하기 좋진 않지만
시간이 없으니 또 여기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2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혼자서 홀가분하게 쇼핑을 하니 기분이 좋다.
동대문으로 가니 부자 벌써 와있다.
둘이서 카오산 가서 모자랑 카메라 가방을 샀다네.
근데 서로 못 만났다.
맥주 씽과 해물을 넣고 볶은 넓적한 국수를 먹었다.
역시 달다!
이 아들, 마지막으로 카오산 구경 한번 더 한다길래
다시 카오산으로 갔다.
첫날은 정신없고 멍하다더니 이제 좀 적응이 되나보다.
아이구, 난 다리 아프다구~
거기 노점에서 포토샵CS2를 사달래서 샀다.
집에 와서 보니 CD키가 없어 무용지물.
그러길래 내가 사지 말라니까.
이리하여 쇼핑도 끝내고 공항으로!
면세점에서 아들 라멘 한그릇 사먹고
OX 300을 타니 잠이 쏟아진다.
좀 자다 아침 먹으래서 일어나 보니
아들은 정신없이 꿈나라다.
남편과 오믈렛을 먹고 1시간쯤 있으니
인천 도착이다.
자서 그런지 태국 갈 때보다 배는 빨리 온 거 같다.
반팔 반바지로 벌벌 떨며 내려 화장실에서 옷 꺼내 입고
밖으로 나오니 엄청 춥다.
날씨가 적응이 안 된다.
돌이켜 보니 여행이 너무 짧았다.
한참 재밌어지려는데 돌아왔으니 말이다.
인천행 비행기에서부터 다음 여행 계획을 세웠다.
다음엔 태국 북부, 라오스, 앙코르와트까지 가보는 거야,
한 20일쯤으로.
여름방학때 갈까 겨울방학때 갈까 하면서.
남편이 길게 시간내기 어려우니 다음엔
아들과 둘이서 가보려고 한다.
여유있게 다니며 한군데서 푹 쉬기도 하면서.
이번은 전초전이었다.
영어공부도 좀 해야겠고
수영복 입으려면 살도 좀 빼야겠고
아니 체력을 먼저 길러야 할 거 같다.
또 바가지도 안 쓰고 어디 길 못 찾아서 헤매지도 않고
아프지 않고 사고 없이 잘 다녀온 것이 다행이고 고맙다.
첫 여행치고는 아주 능숙하게(?) 잘 즐기고 온 거 같다.
모두 태사랑과 헬로 태국 덕분이다.
웬만한 정보를 다 꿰고 가니
첫 여행이라도 불안한 게 거의 없었던 듯싶다.
짧디 짧은 3박5일의
즐겁고도 아쉬운 첫 여행이었다.